이랑아~
이제 안 아픈 곳에 있니?
2015년 난소암, 자궁암 수술도 잘 견뎌준 니가 1년 만인 2016년 5월 22일 유방암 전이 소견이 나와 수술을 했지.
나이도 많고 수술 부위도 넓어서 개복 후 반만 수술하고 나머지 절반을 남겨둘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에도 난 그러려니 했어,
6월 11일 토요일 갑자기 걸음걸이가 휘청거려 늦은 밤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몇 가지 검사만 하고 발길을 돌렸지.
일요일 새벽까지 넌 잠 한숨 자지 않고 온 거실을 배회하길래 상태가 심각함을 알고 아침 병원 문 열자마자 진료실로 향했고
그길로 넌 긴 입원생활이 시작되었지.
스테로이드에도 반응이 없던 넌 결국 골육종 진단을 받고 하반신 마비가 되어 엉덩이를 끌면서 다녔고
난 휠체어를 주문제작해서 널 태우곤 했었지.
골육종이란 그 병은 너의 척추뼈를 점차 녹아내리게 했고,
그 무렵 감각이 없던 뒷발을 핥아대다 결국 괴사가 진행되었고 한달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난 널 데리고 병원에 소독하러 다녔고.
결국 발가락 하나를 절단하고, 그리고 나서도 보름을 넘게 병원을 더 나녔었지...
8월 초 동군이가 디스크, 탈장 수술을 한다고 병원에 입원할 때만 해도 난 이랑이는 걱정도 안했어.
그런데 엑스레이 상에서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것 같다고 하였고,
그 이후 넌 주 2회 병원을 방문하며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시작했고,
그 무렵부터 발작을 하기 시작하더구나.
처음 발작을 하고 목이 뒤로 젖혀지고 오른쪽 앞 발이 뻣뻣해질 때 난 니가 하늘나라로 가는줄 알고 펑펑 울었지.
널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면서 "아기 강아지, 흰둥이 강아지, 꺄꿍이 강아지, 이랑이 강아지, 사랑합니다, 사랑할까요, 사랑합시다"라고
읖조려 주니 1분도 안되어 정상으로 돌아왔어.
그날부터 넌 하루에 한번씩은 꼭 발작을 했고 최근에는 하루에 서너번도 했지.
그러나 난 발작에 대처하는 법이 익숙해져서 무섭지는 않았단다. 아픔을 이겨내는 니가 더 고마웠고...
그러나 9월 초가 되자 하루에 1센티씩 암이 자라더구나.
담당 선생님은 추석 넘기기 어려울거라 하셨어.
초음파 상에는간, 폐, 신장, 심장, 온 몸에 전이가 되어 있었지.
암이 커져 위를 압박하니 그 좋아하던 닭가슴살과 육포조차 거부하고... 물만 겨우 마시고...
난 우리 이랑이가 물을 몇번 핥아 먹는가도 세었었어. 많이 마실 땐 130회를 핥아 마셨어...
9월 10일 아무 것도 먹지 않으려 하고 목도 못가누는 널 데리고 병원가서 각종 검사를 했더니
검사 결과가 너무 안 좋았어. 빈혈도 심했고 신부전도 와 있더라.
긴급 수혈을 했었고 오랜만에 널 안을 수 있었어.
하반신 마비가 와서 널 함부로 안을 수 없었기에 눈으로만 바라보다 오랜만에 안아볼 수 있어 무척 좋았단다.
수혈이 거의 끝나고 집에 가려니 니가 딸꾹질을 했지. 그게 수혈 부작용이라고 널 입원시킬수밖에 없었고.
하루 입원해 있는 동안 혈뇨도 심하게 봤다고 하길래 9월 12일(월) 난 널 퇴원시키겠다 했어.
담당 선생님은 도파민치료라도 하자 하셨지만 난 작별인사를 못할까봐 무서웠던 거야.
부모님댁에 널 데려갔을때 오랜만에 똘망똘망한 눈으로 가방안에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눴지.
밤 10시 널 데리고 집에 와서 늘 먹던 마약성 진통제를 주사기에 넣어 너의 입 속으로 넣은 거.
그게 눈뜬 널 본 마지막 순간이 되었구나.
9월 13일(화) 새벽 평소와 다른 거친 숨소리에 지유 이모를 불렀고 지유 이모는 하루종일 너의 곁에 있었어.
발작이 너무 심해지고 멈추지 않아 오후 1시 진통제를 하나 더 줬더니 그때부터 깊은 잠에 빠져든 너.
그리고 추석을 하루 앞둔 9월 14일(수) 오전 9시 40분 진료시간, 오후를 넘기기 어려울 거란 담당 선생님의 얘기.
그리고 집에 와서 너만 바라봤어.
오후 3시 30분 넌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끝냈지.
마지막까지 효도하는구나... 파트라슈가 추석 전날 5시까지 하고 추석 당일 휴무라 하니 넌 시간을 잘 맞춘거야.
시간맞춰 가느라 난 울고불고 하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널 데리고 파트라슈로 향했지.
넌 작은 스톤으로 내 곁에 있고 너의 일부는 낙동강 강변에 뿌렸단다.
14년을 함께 하면서 강이나 바다에 한번도 못 데려간게 너무 미안해.
이랑이 남자친구인 동군이도 허전한지 잠도 안 자네.
이랑이가 아무 것도 먹지 않아 지난 일요일 너를 입원 시켜 놓고 펫월드 가서 간식을 종류별로 한 박스를 샀어.
그 중 하나라도 먹겠지 싶어서... 그런데 넌 간식 하나 손도 안대고 떠났구나. 그건 14년을 함께 한 너의 남자친구 동군이를 위해 남겨둔 선물인거지?
내 곁에서 늘 함께 해준 이랑아, 이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
강아지 친구들과 무지개동산에서 놀다가 엄마가 가면 그때 만나자.
아침 일찍 나가 밤 늦게 오고, 출장도 자주 다녀서 분리불안 많은 널 많이 외롭게 한 게 마음에 걸리네...
이제 또 무지개다리에서 날 기다릴 이랑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지만, 또 만날거란 기대를 안고 살아갈께~
100살, 200살까지 살자는 약속을 못 지킨 너, 이랑아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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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이 명복을 빌겠습니다.
우리 지켜줄테니 너무 염려말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늘 마음이 안 놓여. 디스크 환자들은 겨울에 더 아프다고 하니 동군이도 따뜻한 봄이 오면 좀 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