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명 이랑 태어난날 2003년 6월 6일
성 별 여아 하늘로간날 2016년 9월 14일
품 종 말티즈 당시몸무게 3.2Kg
주인명 문영주

 

참배: 15,501 명 헌화 : 1,032 번


이랑아~ 이제 안 아픈 곳에 있니? 2015년 난소암, 자궁암 수술도 잘 견뎌준 니가 1년 만인 2016년 5월 22일 유방암 전이 소견이 나와 수술을 했지. 나이도 많고 수술 부위도 넓어서 개복 후 반만 수술하고 나머지 절반을 남겨둘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에도 난 그러려니 했어, 6월 11일 토요일 갑자기 걸음걸이가 휘청거려 늦은 밤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몇 가지 검사만 하고 발길을 돌렸지. 일요일 새벽까지 넌 잠 한숨 자지 않고 온 거실을 배회하길래 상태가 심각함을 알고 아침 병원 문 열자마자 진료실로 향했고 그길로 넌 긴 입원생활이 시작되었지. 스테로이드에도 반응이 없던 넌 결국 골육종 진단을 받고 하반신 마비가 되어 엉덩이를 끌면서 다녔고 난 휠체어를 주문제작해서 널 태우곤 했었지. 골육종이란 그 병은 너의 척추뼈를 점차 녹아내리게 했고, 그 무렵 감각이 없던 뒷발을 핥아대다 결국 괴사가 진행되었고 한달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난 널 데리고 병원에 소독하러 다녔고. 결국 발가락 하나를 절단하고, 그리고 나서도 보름을 넘게 병원을 더 나녔었지... 8월 초 동군이가 디스크, 탈장 수술을 한다고 병원에 입원할 때만 해도 난 이랑이는 걱정도 안했어. 그런데 엑스레이 상에서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것 같다고 하였고, 그 이후 넌 주 2회 병원을 방문하며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시작했고, 그 무렵부터 발작을 하기 시작하더구나. 처음 발작을 하고 목이 뒤로 젖혀지고 오른쪽 앞 발이 뻣뻣해질 때 난 니가 하늘나라로 가는줄 알고 펑펑 울었지. 널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면서 "아기 강아지, 흰둥이 강아지, 꺄꿍이 강아지, 이랑이 강아지, 사랑합니다, 사랑할까요, 사랑합시다"라고 읖조려 주니 1분도 안되어 정상으로 돌아왔어. 그날부터 넌 하루에 한번씩은 꼭 발작을 했고 최근에는 하루에 서너번도 했지. 그러나 난 발작에 대처하는 법이 익숙해져서 무섭지는 않았단다. 아픔을 이겨내는 니가 더 고마웠고... 그러나 9월 초가 되자 하루에 1센티씩 암이 자라더구나. 담당 선생님은 추석 넘기기 어려울거라 하셨어. 초음파 상에는간, 폐, 신장, 심장, 온 몸에 전이가 되어 있었지. 암이 커져 위를 압박하니 그 좋아하던 닭가슴살과 육포조차 거부하고... 물만 겨우 마시고... 난 우리 이랑이가 물을 몇번 핥아 먹는가도 세었었어. 많이 마실 땐 130회를 핥아 마셨어... 9월 10일 아무 것도 먹지 않으려 하고 목도 못가누는 널 데리고 병원가서 각종 검사를 했더니 검사 결과가 너무 안 좋았어. 빈혈도 심했고 신부전도 와 있더라. 긴급 수혈을 했었고 오랜만에 널 안을 수 있었어. 하반신 마비가 와서 널 함부로 안을 수 없었기에 눈으로만 바라보다 오랜만에 안아볼 수 있어 무척 좋았단다. 수혈이 거의 끝나고 집에 가려니 니가 딸꾹질을 했지. 그게 수혈 부작용이라고 널 입원시킬수밖에 없었고. 하루 입원해 있는 동안 혈뇨도 심하게 봤다고 하길래 9월 12일(월) 난 널 퇴원시키겠다 했어. 담당 선생님은 도파민치료라도 하자 하셨지만 난 작별인사를 못할까봐 무서웠던 거야. 부모님댁에 널 데려갔을때 오랜만에 똘망똘망한 눈으로 가방안에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눴지. 밤 10시 널 데리고 집에 와서 늘 먹던 마약성 진통제를 주사기에 넣어 너의 입 속으로 넣은 거. 그게 눈뜬 널 본 마지막 순간이 되었구나. 9월 13일(화) 새벽 평소와 다른 거친 숨소리에 지유 이모를 불렀고 지유 이모는 하루종일 너의 곁에 있었어. 발작이 너무 심해지고 멈추지 않아 오후 1시 진통제를 하나 더 줬더니 그때부터 깊은 잠에 빠져든 너. 그리고 추석을 하루 앞둔 9월 14일(수) 오전 9시 40분 진료시간, 오후를 넘기기 어려울 거란 담당 선생님의 얘기. 그리고 집에 와서 너만 바라봤어. 오후 3시 30분 넌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끝냈지. 마지막까지 효도하는구나... 파트라슈가 추석 전날 5시까지 하고 추석 당일 휴무라 하니 넌 시간을 잘 맞춘거야. 시간맞춰 가느라 난 울고불고 하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널 데리고 파트라슈로 향했지. 넌 작은 스톤으로 내 곁에 있고 너의 일부는 낙동강 강변에 뿌렸단다. 14년을 함께 하면서 강이나 바다에 한번도 못 데려간게 너무 미안해. 이랑이 남자친구인 동군이도 허전한지 잠도 안 자네. 이랑이가 아무 것도 먹지 않아 지난 일요일 너를 입원 시켜 놓고 펫월드 가서 간식을 종류별로 한 박스를 샀어. 그 중 하나라도 먹겠지 싶어서... 그런데 넌 간식 하나 손도 안대고 떠났구나. 그건 14년을 함께 한 너의 남자친구 동군이를 위해 남겨둔 선물인거지? 내 곁에서 늘 함께 해준 이랑아, 이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 강아지 친구들과 무지개동산에서 놀다가 엄마가 가면 그때 만나자. 아침 일찍 나가 밤 늦게 오고, 출장도 자주 다녀서 분리불안 많은 널 많이 외롭게 한 게 마음에 걸리네... 이제 또 무지개다리에서 날 기다릴 이랑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지만, 또 만날거란 기대를 안고 살아갈께~ 100살, 200살까지 살자는 약속을 못 지킨 너, 이랑아 너무너무 사랑해!!!
 
myj4528
16-09-14 21:25  
이랑아~ 너 하늘나라 가기 전 딱 일주일 전 사진이야. 사진 속 너의 눈망울이 아파 보이지만, 진통제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약기운에 잠만 자던 너보다 눈 뜬 너의 모습을 항상 기억하고 싶어 이 사진을 골랐어. 까만 눈, 예쁜 눈 보러 자주 올께~ 하늘나라에서 동군이 오빠 지켜줘~ 동군이 오빠마저 데려가면 엄마가 살 수가 없단다. 너 혼자 심심하더라도 동군이 오빠는 엄마 곁에 조금 더 있도록 니가 지켜줘. 이랑아...
patrasche
16-09-15 12:27  
파트라슈입니다.
이랑이 명복을 빌겠습니다.
myj4528
16-09-15 18:41  
이랑아, 오늘은 추석이야. 평소같으면 동군이와 함께 부모님댁에 가서 사랑받았을 너지만 이번엔 동군이와 둘이만 길을 나서는데, 얼마나 허전한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너를 뿌려놓은 낙동강을 한번 바라보니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집에 돌아와 동군이 목욕을 씻기는데, 내가 이랑이를 마지막으로 목욕시킨 게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수술하느라 그리고 하반신 마비가 와서 널 함부로 안을 수 없어 목욕도 못 시켰지. 생각해 보니 겨울이 마지막이었던 거야. 지금은 가을인데... 너무 속상하고 힘들어서 또 이렇게 널 추억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보고 싶구나, 이랑아~~~
myj4528
16-09-16 11:41  
우리 이랑이~ 하늘에서 엄마 내려다 보고 있니? 아침에 동군이가 물그릇을 엎지르는 바람에 바닥에 깔아놓은 이불이 다 젖었구나.  세탁기를 돌리러 베란다에 나가다 너 세상구경하라고 베란다 앞에 놓아둔 분홍색 방석이 눈에 띄네. 차마 빨 수가 없어서 코로 이랑이 냄새 한번 맡아보려 했는데, 아무 냄새가 안나 속상하구나.. 그 곳에서 일주일 전 베란다에서 놀이터 쪽을 바라보며 세상 구경을 하던 니가 또 생각나 이렇게 글을 남긴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놀이터의 계단... 이랑이와 늘 산책하던 곳이었지. 니가 하반신마비가 온 후로는 가방 속에 넣어 그 계단에 앉아 있곤 했는데, 니가 무지개다리 건넌 그날 아침 병원 다녀오면서는 왜 거길 들르지 못했는지... 그날이 마지막일줄 예감하고 있었으면서도 마지막으로 바람한번 못 쐬주고 널 보낸 게 또 마음이 아프구나. 뭐가 그리 급해서 집으로 바로 왔을까... 우리 이랑이한테 못해준것만 자꾸 생각나서 너무 너무 속상하고 눈물이 나...
myj4528
16-09-17 09:41  
이랑아~ 천개의 바람이 되었니? 오늘은 바람이 무척 거세구나. 오늘은 우리 이랑이가 바람되어 엄마 곁에 와 있나보다 생각하고 있어. 동군이가 분홍식 이불 위에서 거실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길게 뻗어 있는 모습이 우리 이랑이를 생각나게 하네. 하반신 마비가 와서 걷지도 못하는 니가 오랜 시간을 콩콩대며 거실로 나가 있는 걸 자다 깨다 보노라면 엄마에게 아픈 모습 보여 주기 싫어서 그랬나 하며 널 번쩍 들어 내 곁에 다시 눕혔는데... 가만 보니, 거실쪽에는 바람이 느껴지는구나. 방안에만 갇혀 있는 게 답답해서 넌 온 힘을 다해 콩콩대며 거실로 나간 거였는데 엄마가 그걸 몰라줬구나. 니가 콩콩대며 거실로 나갔을 정도면 한시간은 족히 콩콩대었을텐데 그런 니 노력을 모른채, 널 번쩍 들어 다시 방으로 데려 오다니... 콩콩댈때마다 엉덩이 뼈가 바닥에 부딪혀 많이 아팠을텐데 그걸 참으면서까지 바람을 느끼고 싶었던 거구나... 엄만 이제야 이랑이의 마음을 읽게 되었어... 엄만 오늘도 동군이를 통해 이랑이를 느끼게 된다. 우리 이랑이한테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보니 부족한 게 너무 많은 엄마여서 참 많이 속상하구나...
myj4528
16-09-18 15:24  
이랑아~ 오늘은 이랑이가 좋아하는 동물농장하는 날인데, 이랑이 하늘나라 가서도 동물농장 보고 있니... 이제 연휴 마지막 날이야. 내일부터는 엄마도 일상으로 돌아가 출근해야 하는데, 동군이 혼자 두고 어떻게 집을 나설지 벌써부터 걱정이야. 동군, 이랑 둘이서 서로 의지하면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이제 동군이 혼자 엄마 기다려야 하니 겁많은 동군이도 앞으로 많이 힘들어 할거야. 이랑이가 늘 위로해주렴~ 우리 이랑이, 늘 동군이와만 지내느라 하늘나라 가서 만난 낯선 강아지들과 잘 못 어울릴까봐 엄만 걱정도 되네. 혹시 쓸쓸하거든 언제든 엄마에게 와~ 어떤 날은 바람으로, 또 어떤 날은 햇빛으로, 또 어떤 날은 어둠으로 와도 된단다. 엄마는 자다가도 이랑이 쉬~한 거 잘 느꼈었잖아. 한창 스테로이드 치료받을 때 오분, 십분 단위로 쉬~를 해도 엄만 잘 알아차렸었던 거 기억하지? 이랑이가 혹시 엄마에게로 왔는 데 엄마가 몰라 주면 이랑이 서운할 테니까 이랑이가 어떤 모습으로 오더라도 이랑이를 느낄 수 있도록 잠잠히 노력할께~ 그리고 이랑이가 늘 엄마 곁에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이 힘든 시간들을 이겨낼께~ 사랑많은 이랑이, "이랑이는 사랑입니다"라고 늘 얘기한 거 잘 기억하지? 사랑 많이 받고 사랑 많이 나눠준 우리 이랑이, 늘 사랑해~~~
myj4528
16-09-19 10:57  
이랑아~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추석 잘보내었냐고 인사를 건네는구나. 정색을 하고 잘 보내지 못했다고 너무나 힘든 시간들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또 내가 이랑이 얘길 꺼내야 할까봐 그냥 얼버무리고 마는구나. 이랑이 병이 너무 위중하기에 이랑이 간병하느라 아픈 동군이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햇는데, 이젠 동군이에게 그 자리를 내어 주려 이랑이가 떠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드네. 동군인 늘 엄마의 옆자리를 이랑이에게 양보하고 엄마 발 밑에서 잠들었었는데, 이랑이가 떠나고 나니 동군이가 엄마 옆 자리에 눕는다... 늘 동군이가 이랑이에게 양보했었는데, 이젠 이랑이가 동군일 위해 양보하는 거지? 어제밤엔 하릴없이 책장을 정리했단다. 보지 않는 책들은 버리려 내다 놓고... 이랑이 있을 때 책장을 정리했었더라면 이랑이가 먼지가 덜한 곳에서 쉴 수 있지 않았을까 하여 또 밤새 눈물이 흐르더구나. 이랑이가 떠나던 날 누었던 파란 색 이불은 아직도 세탁하지 못하겠어. 언제쯤 이 마음이 정리가 될까...
myj4528
16-09-20 10:39  
이랑아~ 오늘은 또 어떤 모습으로 엄마에게 올까 기다려지는 하루야. 이랑이가 하늘 나라로 먼 길 떠난 후 매일매일 날씨가 달라지네. 구름, 비, 태풍, 지진. 오늘은 쨍쨍한 햇빛이구나. 요 며칠 동군이 오빠 산책을 못 시켜줬는데, 오늘은 동군이 오빠 데리고 우리가 자주 가던 아파트 놀이터를 들려 보려고 해. 이랑이도 우리 곁에서 함께 할거지? 어제 학교에서 엄마 동료 교수님들께서 우리 이랑이 먼길 떠났다고 조의금을 모아 주시더구나. 겉으로는 태연히 웃었지만 집에 오니 마음이 무너지더라. 우리 이랑이를 엄마의 가족으로 생각해 주는 교수님들이 감사해서 그리고 이랑이가 더 보고 싶어져서...동군이 오빠는 자꾸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웅크리고 있어. 강아지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들려주니 금새 잠이 드네. 우리 이랑이 아플 때 음악이라도 많이 들려줄 걸. 그럼 아픔을 덜 느꼈을 텐데... 이랑이는 떠나고 나서도 엄마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착한 아기 강아지야. 나이가 많이 들었어도 내게는 언제나 아기 강아지였던 우리 이랑이. 많이 많이 사랑해~
myj4528
16-09-21 14:58  
이랑아~일주일 전 이 시간... 우리 이랑이는 엄마와 마지막 시간을 가졌지. 이랑이가 떠나는 시간을 알고 있었더라면 품 안에서 보낼 수 있었을텐데... 이랑이가 하늘나라로 떠나기 위한 마지막 호흡을 하고 나서야 이랑이를 품에 안을 생각을 한 내가 너무 어리석다 느껴지는구나. 이랑이의 힘겨운 호흡도 여전히 생각나고, 마지막을 예감하기라도 하듯 감고 있던 눈을 잠시 떴던 그 순간도 생각나는데, 시간은 너무나도 태연하게 흘러만 가네. 재활용 분리 수거 하러 가는 길, 동군이와 함께 이랑이와 자주 찾던 놀이터에 들렀는데, 이랑이가 좋아하는 우리 아파트 길냥이 야옹이가 낮잠을 즐기고 있더라. 이랑이가 있었다면 깡깡깡하고 짖었을 텐데. 단잠을 깨우는 우리 이랑이의 소리기 들리지 않으니 야옹이는 낮잠에서 깨어날 줄을 모르더라... 오늘은 엄마 학교 축제란다. 엄마는 아직 이랑이를 잃은 슬픔으로 가득한데, 학교는 축제로 떠들썩하니... 우리 이랑이도 하늘나라 생활이 무료하거든 엄마 학교 잠깐 들러 축제를 즐리고 가~
myj4528
16-09-22 17:35  
이랑아~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이랑이를 추억하고 싶어서 주문한 미니앨범이 도착했어. 올 초 스마트폰 사진폴더가 초기화되는 바람에 동군, 이랑 최근 사진들을 모두 잃어버렸었잖아. 내게 남은 건 아픈이랑이 사진뿐이라 생각했는데, 예전 싸이월드 홈페이지가 생각나서 가보았더니 생후 50일째 내게 처음 왔던 이랑이의 사진이 있더라. 꼬물꼬물한 너를 동군이 오빠가 품안에 품고 있는 사진들을 보니, 이랑이가 더 보고 싶어지는거야... 동군이 오빠가 우리 이랑이 잘 지켜준 것처럼 이제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를 잘 지켜줘. 동군이 오빠는 이랑이가 남겨준 간식을 무척 잘 먹어. 이러다 살이 쪄서 디스크가 더 심해지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야.  동군이 오빠는 아직도 이랑이를 찾느라 두리번거리곤 해. 낑낑대며 이곳 저곳을 다니며 치매 증세도 심해지려 하고... 이랑이를 보내고 나서 드는 자책과 죄책감들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기에 엄마는 동군이 간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단다. 질투심 많은 우리 이랑이, 동군이 오빠 질투할거지? 그럴 거를 알면서도 엄마는 동군이에게 마음을 쏟을 수 밖에 없단다. 우리 이랑이가 이해 좀 해줘~
myj4528
16-09-23 13:29  
이랑아~ 오늘 날씨가 정말 화창하고 좋아서 산책하기 참 좋아 보여. 우리 이랑이 있는 하늘나라는 날씨가 늘 화창하니?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건 하늘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거라고 엄마가 베란다 창가에 이랑이 손 살짝 내밀어 비 느낌 알려 준거 잘 기억하지? 이랑이 비 맞지 말고, 늘 햇볕 아래에만 있거라~ 이랑이는 햇빛 비치고 바람 살짝 부는 봄, 가을 날씨 좋아했잖아. 바람에 벗꽃잎이 날리면 엄마가 그걸 꽃눈이라고 일부러 나무를 흔들어 이랑이 꽃비 맞게 했었고, 가을 낙엽이 떨어지면 그걸 소복이 쌓아서 이랑이 발에 밟히는 느낌이 어떤지 느껴 보라고 했었는데...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또 우리 이랑이가 생각난다. 너무 슬퍼하면 안되는데 또  슬퍼진다... 매일 매일 "우리 이랑이 하늘에서 보고 있니"라고 내가 말 거는 거 알지?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도 엄마는 앞으로도 그렇게 혼잣말을 할거야. 가끔은 마음으로라도 느낄 수 있게 이랑이가 대답을 해줬으면 해~ 우리 꺄꿍이 이랑이~ 오늘도 하늘나라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
myj4528
16-09-24 13:30  
이랑아~ 아침에 보니 동군이 오빠가 닭고기 스튜 먹을 걸 다 토해 놓았네. 가슴이 또 한번 철렁한다... 지난 8월 초 동군이 오빠 디스크와 탈장 수술한다고 3주를 면회도 못하고 입원해 있을 때 기억나지? 그때는 엄마가 어딜 가든 이랑이를 데리고 다녔었잖아. 아픈 이랑이를 혼자 둘 수가 없어서... 엄마가 온라인 강의 촬영한다고 스튜디오 갔을 때도 이랑이 엄마 무릎에 있었던 거 기억하지? 하루 종일 강의촬영을 해야 해서 이랑이가 답답한 가방 속에 있느라 힘들어 했었잖아. 회의 갈때도 이랑이 데리고 갔었고... 그런데 동군이 오빠는 덩치가 커서 데리고 다닐 수가 없어서 어제 구청 회의갈 때 집에 혼자 두고 갔더니 울타리를 다 헤집어 놓고, 패드도 다 뒤집어 놓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봐. 동군이 오빠는 스트레스 받으면 먹은 걸 토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랑이가 떠나고 나서 동군이 오빠 잘 참는가보다 했더니 그게 아닌가보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표현해도 되는데, 동군이 오빠는 그간 억지로 참았나봐... 동군이 오빠는 꿈을 자주 꾸니까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꿈에 좀 다녀가줘~ 이랑이 괜찮다고... 세상에서 제일 착한 우리 이랑아! 오늘도 이랑이를 추억한다 ~
myj4528
16-09-25 11:05  
이랑아~오늘 아침에 동물농장 봤니? 엄마를 잃어 버리고 하수구에 빠져 있다가 구조된 시츄 강아지가 엄마 만나고 너무 반가워서 발라당해서 꼬리를 막 흔들었잖아... 우리 이랑이도 하반신 마비 오기 전에는 정말 애교 많은 강아지였는데... 몸이 아파서 엄마한테 꼬리도 못 흔들고 배를 보일 수도 없게 되니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해. 이랑이도 아프지만 않다면 세상 그 어느 강아지보다 힘차게 꼬리 흔들 수 있는데 그치? 병원 진료 가서도 엄마가 이랑이 곁에서 1미터만 떨어져도 콩콩거리면서 엄마 찾았었잖아. 이랑이는 그만큼 엄마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강아지란거 잘 알고 있으니, 너무 미안해 하지 마~ 그동안 엄마는 엄마가 힘들어서 이랑이한테 못해준거 미안해 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문득 우리 이랑이도 엄마 곁을 훌쩍 떠나버려 엄마한테 미안해하고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을 했어. 혹시 그 마음때문에 하늘나라 가서도 편히 못 뛰어 놀고 있는 건 아닌지 덜컥 겁도 나더라. 사람들이 그랬지. 이랑이는 엄마 잘 만나서 그 비싼 치료도 받는다고... 그때마다 엄마가 그랬지? 내가 강아지를 잘 만난 거라고... 이랑이와 엄마는 마음이 잘 통했으니까 엄마 마음 이랑이에게 전해지는 것 만큼 이랑이 마음도 엄마에게 잘 전해지고 있으니 염려말고 오늘도 신나게 뛰놀아~ 사랑해, 이랑아~
myj4528
16-09-26 13:16  
이랑아~ 동군이 오빠 재활도 할겸해서 아파트 한 바퀴 돌고 왔어. 동군이 오빠 영역 표시하느라 아파트 이곳 저곳을 들르는데, 우리 이랑이 자주 쉬~하던 곳도 보이더라. 그래서 이랑이 좋아하는 동백나무 앞에도 들르고, 벚나무 아래도 들렀어. 그리고 우리 이랑이 하늘에서 보고 있지라고 엄마가 되뇌었는데, 이랑이 우리랑 함께 한 거 맞지? 수리, 가든이 키우는 아저씨에게도 그리고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도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간 거 말씀드렸단다. 모두들 우리 이랑이를 안타까워 하시며, 안 아픈 곳으로 갔으니 염려 말라고 위로하시더구나. 엄마뿐 아니라 이랑이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 이랑이 예뻐했던 거야... 그 맘 잘 간직하면서 무지개다리에서 뛰놀 때 자부심 가져~ 혼자 쓸쓸하게 있지 말고... 엄마가 늘 그랬잖아. 쓸쓸한 강아지 되지 말라고... 우리 이랑이 전매 특허인 깡총깡총 뛰는 거, 그동안 아파서 못했으니 무지개 다리에서는 마음껏 뛰놀아. 이랑이 휠체어 안버리고 엄마가 간직하고 있어. 이랑이 냄새 베어 있을까봐...시간이 지나면 그 냄새도 사라져 버리겠지만 이랑이를 추억하려고 간직한단다. 그래도 되지? 오늘도 이랑이 많이 사랑해~
myj4528
16-09-27 07:19  
우리 콩콩콩 이랑이~ 혹시 간밤 꿈에 다녀갔니? 자다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 내 모습에 깜짝 놀라 잠이 깼단다. 아무리 기억하려해봐도 꿈 내용도 꼼 속에 누가 나왔는지도 기억 못하겠어. 그런데 왠지 이랑이가 다녀간 느낌이 드는구나. 어제 퇴근 길 차량 계기판을 보면서 아직 주유하려면 멀었네 하는 생각이 들 찰나... 지난 석달간 매일 이랑이 데리고 병원 오가느라, 때로는 응급 상황이 발생해서 하루에 세번도 다녀오느라 자주자주 주유를 했었는데... 요즘은 혼자 남은 동군이가 불안해 할까봐 가급적 외부 활동을 줄이고 꼭 필요한 일들만 하느라 밖을 거의 나가지 않았더니 차량 계기판이 그 사실을 알려 주는구나 싶어 퇴근 길에 이랑이 생각을 많이 했었어. 그리고 잠들기 직전에도 이랑이 떠나보낼 때 후회되는 것들을 첫째, 둘째 하면서 혼자서 떠올렸거든. 그 생각하면서 울었더니 그래서 이랑이가 꿈에 나타난건가 싶어. 그런데 꿈이 도통 생각나지 않으니 이것도 무척 속상해.  꿈에 한번 나와달라고 했던 게 혹시 이랑이에게 전해질까 싶어 이렇게 또 부탁해. 이랑아~ 꿈속에서조차 너무 살짝 다녀가니 엄마가 눈물만 흘리잖아~ 우리 콩콩콩 이랑이, 신나게 뛰노는 모습도 한번 보여줘~ 늘 기다릴께~
myj4528
16-09-28 17:04  
이랑아~ 오늘은 비가 무척 많이 오네. 이랑이가 엄마 보고 싶어서 하늘에서 많이 울고 있는 거 아닌가 걱정 되는구나. 이랑이를 엄마 곁에서 떠나 보낸지 오늘로서 2주가 되는 날이야. 이랑이가 떠나기 전날 엄마는 너를 두고 외출하기 부담스러워 배달음식을 먹었는데, 그리고나서는 그 배달음식점에 주문하기가 무척 겁이 나는구나. 이랑이는 사경을 헤매고 있었을텐데 나는 우적우적 배를 채우고 있었구나 싶어서 말이야. 병원에서 말한대로 만약 안락사를 선택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봤어. 그럼 적어도 떠나보낼 시간을 예상할 수 있으니 마지막으로 힘껏 안아도 보고 당부하고픈 말도 많이 했을텐데 말야.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랑이가 경련과 발작으로 너무 힘들어하니 엄마가 억지로 먹였던 그 마약성 진통제가 혹여 이랑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쳐서 마지막 시간을 더 앞당긴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드는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자책감은 줄어들기는 커녕 더 커져만 가니 이를 어쩌면 좋아. 이랑이 엄마가 잘못한거 아니지? 엄마가 힘 낼 수 있게 따뜻한 위로 부탁해~ 다른 위로보다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며 엄마와 동군이오빠를 지켜 주는 것. 그리고 이다음에 무지개다리에서 만나게 될 그날, 세상에서 가장 빠른 강아지로 엄마 품에 와락 안기는 것. 그것 뿐이란다... 사랑하는 이랑이~ 깡깡깡, 콩콩콩하면서 오늘도 신나게 보내~~
myj4528
16-09-29 17:41  
이랑아~ 컴퓨터 바탕화면을 위의 이랑이 사진으로 바꾼지 벌써 보름이 되었어. 이랑이가 무지개 다리 건넌 후, 엄마는 외출 할때마다 컴퓨터를 켜 놓고 가. 그리고 방문을 열어 놓지... 이유는 거실 울타리 안의 동군이가 방쪽을 쳐다보면 컴퓨터 바탕화면의 이랑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일까? 외츨해서 CCTV로 동군이 오빠를 관찰하면 울타리 안 하늘색 방석에 꼼짝않고 앉아서 방 안의 컴퓨터 쪽만 응시하고 있어. 동군이 오빠는 이랑이가 늘 방안 컴퓨터 화면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이랑이는 아프기 전에 CCTV에 잘 안 잡혔었잖아. 거실 테이블 밑에 숨어 있어서 말야. 엄마는 요즘 이랑이를 생각하면 화면 속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올라. 이랑이 힘들어서 마지막 호흡하던 그 힘든 순간이 떠오르는 것보다는 더 낫지만, 그래도  우리 이랑이 아프지 않을 때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 이랑아~ 하루종일 잘 지내다가도 퇴근 후 점점 집이 가까워지면 콩콩콩 이랑이~ 아기 강아지~ 하며 우리 이랑이 동물 병원 데리고 갈 때마다 읖조려줬던 그 멜로디를 아직도 흥얼거린단다. 이랑이가 보고 싶어서... 이 마음 우리 이랑이 있는 그 곳, 하늘까지 꼭 닿길...
myj4528
16-09-30 19:28  
이랑아~ 오늘 동군이 오빠를 데리고 엄마 학교에 갔어. 예전에 이랑이도 엄마 학교 간 적 있었지, 그치? 늘 조수석 자리는 이랑이 차지였고, 동군이 오빠는 조수석 아래에 있었잖아. 이랑이가 없는 지금, 동군이 오빠를 조수석에 앉혔는데... 그런데 오늘 보니 동군이 오빠는 조수석 자리가 많이 불편한가봐. 계속 낑낑대면서 불안해하며 가방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더라. 조수석 자리는 이랑이 자리인데 그 자리에 동군이 오빠가 대신 앉아 있으니 미안했나봐... 이랑이와 동군이 오빠. 14년을 함께 하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규칙들이 있었는데 이랑이가 떠나고 나서 규칙들이 하나씩 깨지니 동군이 오빠는 많이 혼란스러운가봐. 이랑이의 빈자리는 오늘 또 이렇게 느끼는구나... 언젠가는 동군이 오빠와 나의 일상에서 이랑이 흔적이 조금씩 사라지겠지? 그런 날이 천천히 왔으면 좋겠어. 어느날 문득 오늘은 이랑이 생각이 한번도 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는 게 너무 두렵고 무섭구나. 언제나 우리 곁에서 이랑이를 추억할 수 있게 해줘. 사랑하는 우리 이랑이, 많이 사랑한 만큼 오래도록 기억할께~
myj4528
16-10-01 14:02  
이랑아~ 오늘은 컨디션이 어때? 기분 좋은 하루인거지? 아침에 인터넷 뉴스를 보니 강아지 짖음방지기 부작용 기사가 올라와 있네. 예전에 우리 신촌에 살 때 그땐 동군, 이랑이가 한 두살이라 이갈이도 많이 하고 짖기도 참 많이 짖었잖아. 기억나? 그때는 이웃의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동군이, 이랑 못 짖게 엄마가 혼도 많이 냈었는데... 벌도 많이 세웠지... 그때 벌을 세워서 척추가 안 좋아졌나 싶기도 하다니까... 암튼 그때 동물병원에서 짖음방지기를 추천해 주어서 한 개 15만원 하는 거를 두개 사다가 하나는 이랑이, 하나는 동군이 오빠에게 채워 줬었는데. 동군이 오빠는 그걸 목에 채운 뒤 전혀 짖지 않았지만 이랑인 그걸 하고서도 정말 많이 짖었잖아. 단계를 최고로 올려도 이랑이가 짖음을 멈추지 않아서 엄마가 목걸이를 풀어 줬지. 그때 이랑이 목에 살이 헐어서 염증까지 생겨 빨갛게 부어 있던 걸 보고 너무 놀라서 병원에 데려 갔었던 거 기억하니?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한두달 전에는 기력이 없어서 낯선 사람을 만나도 짖지도 못하니 그땐 이랑이 짖는 목소리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더라... 강아지로서 짖는 건 참 당연한 건데, 아기 강아지일 때는 엄마가 생각이 짧아서 이랑이 참 많이 혼내킨 것 같아 이제와서 너무 후회된다. 엄마가 처음이라 몰라서 그랬다 쳐도 정말 정말 미안해~ 일부러 미안한 꺼리를 찾는 것도 아닌데, 늘 이렇게 미안한 일들이 생각나서 힘들어. 우리 이랑이~ 엄마의 미안한 맘 꼭 알아줬으면 해~ 오늘 하루도 하늘 나라에서 신나게 놀아~ 무지개 다리 앞에서 너무 기다리고만 있지 말고... 평생을 기다린 이랑이, 또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거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 사랑한다~ 우리 콩콩콩 이랑이 아기 강아지~~
myj4528
16-10-02 11:30  
이랑아~ 연휴 잘 보내고 있니? 금요일밤, 토요일 밤이면 거의 매주 응급실 갈 일이 생겼기에 엄마는 언젠가부터 남들이 기다리는 금요일과 토요일을 무진장 싫어했던 거 알지? 또 어떤 일이 생길까 불안해서 말야... 그러던 어제 토요일 밤, 처음으로 밤에 불을 끄고 자려 해 봤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이랑이 아프면서부터 엄마가 밤이든 새벽이든 빨리 깨려고 불을 안 끄고 잤잖아. 그래서 이랑이 뒤척이는 소리에 금방 잠을 깰 수 있었고... 이랑이가 약때문에 쉬를 많이 하니까 그 냄새에도 금방 깨서 새벽에도 대 열 댓번은 깨던 엄마잖아... 그러다가 어제 불을 끄고 누웠는데, 그렇게 깜깜한 밤은 정말 몇달 만인지 모르겠더라. 너무 깜깜하니까 그게 낯설어서 엄마도 동군이 오빠도 잠이 쉽게 들지를 못하겠더구나. 결국 다시 불을 켜고 잠을 청했단다.  동군이 오빠는 아직 이랑이를 찾기에 엄마가 거실을 향해 그리고 베란다를 향해 이랑이 이름을 불러봐. 그럼 동군이 오빠는 이랑이가 있는줄 알테니까 적어도 지금의 불안감이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 해서 말야...이랑이가 바꾸어 놓은 우리의 일상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 그만큼 이랑이는 우리의 삶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거야. 산책을 할 때면 사람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게 아니라 강아지가 사람을 산책시키는 것 같다고 사람들이 그랬었는데... 서열 정리가 안된거 같다고 나무라는 이들도 있었지. 그때마다 서열이 바뀌면 어떠냐고 우리 집 서열 1위는 이랑이라고 웃으면서 얘기했던 엄마잖아. 이랑아~ 아무리 불러도 싫지 않은 이름, 우리 이랑이~ 오늘도 사랑해~
myj4528
16-10-03 12:37  
이랑아~ 오늘은 꼼짝도 안하고 집에서 동군이 오빠랑 뒹굴뒹굴하고 있어. 빗으로 동군이 오빠 털을 빗기다 보니 어느덧 미용할 때가 되었구나 싶어... 엄마는 우리 강아지들 미용한 날짜 전부 메모해 두는 거 알지? 우리 이랑이 마지막으로 미용한 날짜를 찾아보니, 작년 10월 20일이야ㅠㅠ 올 2월 초 큰 수술을 앞두고 예민해질까봐 미용을 못 시켰고, 수술을 위해 병원에서 털을 그냥 밀었었지... 그후 5월에도 6월에도 같은 상황이 되었고... 그러다 7월 말 너를 데리고 평소 미용하던 샵에 가서 미용을 부탁했지. 너두 기억하지? 엄마랑 같이 샵에 갔던 거... 그런데 하반신 마비에다 척추마저 건강하지 못한 널 미용할 수 없다더구나. 부산으로 이사 오고나서부터 우리 강아지들 미용을 도맡아 해 주시던 분들이라 그럴 분들이 아닌데 싶었지만, 너무 위험하다고 하더구나ㅠㅠ유난히 무더운 올 여름, 에어컨을 24시간 켜두어도 거동이 불편한 니가 욕창이라도 생길까봐 난 문구용 가위로 매일 조금씩 조금씩 털을 잘랐어. 14년을 함께 하면서 혹여라도 무슨 일 날까 싶어서 발톱도 샵에 가서 깎이던 나였는데, 거의 한달동안 매일 조금씩 자르니 마치 샵에서 미용한 듯 위 사진 속의 예쁜 너의 모습이 되었어. 이럴줄 알았으면 매일 매일 조금씩 자른 그 털들을 버리지 말고 다 모아둘 걸 그랬나 싶어. 이랑이 얼굴은 사진으로 그리고 모니터로 보고 있지만, 우리 이랑이 털을 만질 수가 없어 무척 안타까워. 우리 이랑이 새하얗고 보드라운 털이 그리운 오후야...  콩콩콩 이랑이~ 비록 하늘나라에 있지만 마음만은 오늘도 엄마 곁에서 엄마 사랑 많이 느끼렴~
myj4528
16-10-04 11:33  
이랑아~ 오늘도 기분좋은 하루지? 오늘 아침 큰 결심을 하고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기 전 오줌 싼 이불을 빨았단다. 세탁기 근처를 갔다 왔다를 몇번이나 했는지 몰라...이랑이 냄새 맡아보려고 했는데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아 결심을 했어... 우리 이랑이 하반신 마비 와서 배뇨 조절 안되어 하루에 수백번 오줌을 싸기 시작하던 첫날, 엄마가 밤새 잠 못자니 너무 힘들다고 그 새벽에 그렇게 울었었잖아. 그것도 참 많이 후회되. 이랑이가 그걸 보고 얼마나 미안한 마음 들었을까 싶어서... 적어도 이랑이 안 보는 데서 울었어야 하는데 이랑이 들으라고 소리내며 울었던 거 정말 후회되네...그날부터 우리 이랑이, 하루에 패드를 수십장을 썼었지. 대형 패드를 9등분 내어 잘라서 이랑이 엉덩이에 받혀 놓으면 때로는 5분에 한번 때로는 한 시간에 한번 쉬~를 했었잖아. 시간날때 마다 패드 잘라 두는 걸 소일삼아 했었는데.그렇게 많이 잘라 놓은 패드를 하늘나라 갈 때 한장도 안 남기고 다 쓰고 갔지... 어쩜 그걸 하나를 안 남기고 마지막 한 장을 쓰고 가는구나 싶어서 마지막 호흡을 거둔 이랑이를 붙잡고 하염없이 울었던 거 기억하지?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나니 가득 쌓아 놓은 패드가 줄어들 줄을 모르겠어. 동군이 오빠는 척추 수술 후 이랑이처럼 앉아서 쉬를 하니 하루에 패드 한장이면 족해. 쌓여 있는 패드만 봐도 우리 이랑이가 또 생각나. 이랑이를 이렇게 많이 그리워하고 있단다~ 파트라슈 들어올 때마다 눈물이 흐르네..이랑아~ 많이 보고 싶다...
myj4528
16-10-05 16:52  
이랑아~ 그곳 날씨는 어때? 여긴 태풍이 휩쓸고 간 여파가 심해. 아침에 일어나니 인터넷이 안되는거야. 인터넷이 안되면 TV, CCTV가 다 먹통이 되니 부랴부랴 기사 요청을 해 놓고 학교를 다녀왔어. 학교를 다녀오니 동군이 오빠가 엄마 티셔츠를 꼬깃꼬깃 접어서 그 위에 살포시 앉아 있네. 엄마 냄새 맡으니 덜 불안했나봐. 우리 이랑이도 엄마 옷 정말 좋아했잖아. 어느날은 학교 다녀오니 청바지 무릎을 다뜯어 먹어서 양쪽 무릎에 손바닥만한 구멍이 났던 적도 있었고. 후드티의 끈이 없어져서 어디 갔나 했더니 그걸 이랑이가 잘근잘근 씹어 홀라당 먹어버린 적도 있었지. 이랑이, 생각나니? 그 다음날인가 이랑이가 끙끙거리며 엉덩이를 바닥에 끌고 다녔잖아. 세상에~ 후드 끈이 엉덩이에 삐죽 나와 있고. 그래서 엄마가 비닐 장갑을 끼고 후드끈을 살살 빼냈더니 그 길이가 어마무시해서 동물농장에 제보할까 싶었던 적도 있었지. 이랑이가 아프고 나서는 식욕이 줄어든데다 암이 이곳 저곳에 퍼져서 소화를 잘 못시키니 변비까지 와서 엄마가 이랑이 엉덩이 살살 주무르면서 배변 유도하기도 했었잖아.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동군이 오빠와는 없었던 많은 에피소드를 이랑이는 엄마에게 남겨 주었네. 우리 이랑이 얘기는 몇달을 밤새워 얘기해도 이야기보따리 풀 수 있을 것 같아. 동군이오빠는 아직 혼자 있는 거 잘 못해. 예전엔 학교 간 사이 늘 잠자는 모습이 CCTV에 잡혔었는데, 이젠 불안한 눈빛과 두리번거리는 표정만 잡히네. 동군이 오빠도 얼른 회복되길.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이랑이는 늘 평안하길~
myj4528
16-10-06 18:53  
이랑아~오늘 동군이 오빠 미용하러 샵에 갔더랬어. 샵을 가는 길목에서 이 길을 이랑이와 같이 걸었을 때를 생각했어. 배수로 앞에 딱 마주하니 우리 이랑이가 더 생각나더라. 동군이 오빠는 덩치가 있어서 거길 점프해서 넘었는데 우리 이랑이는 배수로 모서리의 그 좁은 아스팔트 길로 돌아가서 건넜잖아... 그런데 동군이 오빠도 척추 수술한 뒤로 잘 못 걸어서인지오늘은 예전 우리 이랑이처럼 똑같이 배수로를 건너네. 우리 이랑이 행동 하나하나가 동군이 오빠를 통해 다시 떠오르는구나. 샵에 들렀더니 가족을 기다리는 아기 말티즈 강아지들이 있더라. 우리 이랑이가 엄마한테 처음 왔을 때 그 얼굴을 한 아기 강아지들... 동군이에게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줘야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몰라서 한참을 들여다 보고 고민했어. 아기 강아지 데려오면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서 서운해하면 어쩌지 그리고 동군이 오빠가 곁을 내주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걱정도 되고... 우리 이랑이~ 아직은 엄마가 이랑이를 그리워 하는 게 맞는거지? 다른 강아지 데려오면 이랑이 질투심에 깡깡거릴거지? 이랑이 똑닮은 아기 강아지 뱃속에 있냐고 늘 물었었는데 우리 이랑인 동군이와 14년을 살면서 아기 강아지 하나 안 남겨 줬잖아. 엄마 사랑 뺏길까 그랬니?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제일 착한 강아지 이랑이~ 많이 많이 보고 싶어...
myj4528
16-10-07 19:32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요즘 먹는 걸 전혀 조절을 못해. 이랑이 있을 때만 해도 이랑이와 동군이 사료 그릇을 따로 두지 않아도 이랑이가 다 먹고 나면 동군이 오빠가 와서 먹고, 이랑이가 물 다 마시고 나면 그제서야 동군이 오빠는 목을 축였었잖아. 그런데 이젠 먹는 게 눈에 띄기라도 하면 동군이 오빠는 우적우적 삼키다시피 먹어치워... 디스크 때문에 체중조절이 필요한데 말야... 닭가슴살도 꺼내기가 무섭게 손에서 낚아 채가서 먹어버리는 통에 혹여 체하기라도 할까 걱정이 되... 우리 이랑이는 사료도 한알 한알 꼭꼭 씹어 먹었는데 그지? 물도 찹찹 소리내면서 조금씩 조금씩 마셨었는데... 그 소리가 너무 듣고 싶구나. 동군이 오빠가 뭐든 너무 급하게 먹으니까 소화하기 좋게 닭가슴살을 준비하는데 오늘도 눈물을 왈칵 쏟았네. 우리 이랑이 입맛을 다 잃어서 모든 간식을 거부할 때 닭가슴살 그거 하나 엄지 손톱만큼씩 먹을때... 그 큰 암덩어리들이 온갖 내장 기관들을 다 짖눌러서 소화도 제대로 못했을텐데 닭가슴살을 으깨어 주사기로 줄 생각을 왜 못했을까 싶어... 엄마는 기껏해야 가위로 잘게 잘라서 이랑이 입가에 가까이 댄 게 전부였잖아. 병원에서 처방해 준 리커버리캔조차 거부한다고 입맛에 맞는 다른 간식 찾을 생각만 했지 주사기에 약 넣어 주는 것처럼 리커버리캔을 주사기에 넣어 먹일 생각을 왜 못했을까? 멍충이라고 얼마나 자책했는지 몰라. 이랑아~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렀던 날 용서하렴~ 우리 이랑이 다시 태어나거든 그때도 엄마에게로 와줘~ 지금 후회하는 것들 만회할 기회를 또 줬으면 해~ 사랑한다~ 이랑아...
myj4528
16-10-08 13:52  
이랑아~가급적 안 움직이도록 하는 게 좋다는 담당 과장님 얘기에 이랑이에게 텐트를 사줬었잖아. 지난 여름 많이도 무더웠지. 그런데 이랑이는 뱃속에 암이 자라니 늘 화끈화끈 열이 나고... 텐트 안에 들어가 에어컨 바람 쐬면 좋을 것 같아 엄마가 사줬었잖아~ 우리 이랑이는 아기때부터 갑갑함을 싫어해서 가방도 360도 망사로 다 뚫려 있는 걸 좋아했기에 텐트도 망사로 다 뚫려 있는 핑크색 사줬는데... 엄마가 억지로 널 그곳에 넣어보려 했지만 한번인가 들어가 보곤 싫었는지 낑낑대며 나오려고 했지. 그런데 그걸 동군이 오빠가 너무 좋아해. 이랑이 사이즈에 맞는 거라서 동군이 오빠에겐 좀 작을텐데도 기를 쓰고 그 안에 들어가 있어. 잔뜩 웅크리고 말야... 혹시라도 이랑이 체취가 남아 있어서일까? 동군이 오빠는 똑똑해지는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어. 그 덕인지 움직임도 조금 활발해지고 곧잘 걷기도 해. 응아를 하고 나면 내 손을 이끌며 가서 치우고 오라고 힌트도 줘. 동군이 오빠를 지켜달라고 조금만 더 엄마 곁에 있도록 해달라고 매일 수차례씩 하늘 보고 이랑이에게 부탁했는데 우리 이랑이가 그 부탁 들어주는구나... 우리 이랑이 사진들로 컴퓨터 화면보호기를 만들어서 외출할 때마다 컴퓨터 켜 두고 다니는데, 외출해서 CCTV보면 왠종일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는 동군이를 본단다. 아마 동군이 오빠가 화면으로 이랑이 사진을 계속 접하니 불안함과 우울함이 많이 없어진 거 같아. 이랑아~ 이랑이가 남겨준 것들 동군이 오빠가 너무 잘 쓰고 있어... 너무너무 고맙구나.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이랑이 사용하던 휠체어는 동군이 오빠가 사용할 일 없었으면 해. 이랑아~ 엄마가 매일 이곳에 들러 이랑이에게 소식 전할테니까 동군이 오빠 좀 잘 지켜줘~부탁할께~ 사랑해~~
myj4528
16-10-09 16:15  
이랑아~오늘은 가을 바람이 느껴지는 한글날이야. 우리 이랑이 이름 들으면 사람들이 이름 예쁘다고 그랬었잖아. 또 누군가는 아랑이로 헷갈려 하기도 하고... 실은 동군이오빠 혼자 집에 두고 학교를 가야 하니 동군이가 너무 외로워해서 짖으니까 동군이오빠와 같이 있어줄 누군가가 있어야겠다 싶어 인터넷을 통해 말티를 데려왔고 그래서 이름도 이랑이라고 지었지. 우리 이랑이를 처음 만난 곳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었어. 경지도 이천에 있는 강아지를 고속버스에 태워 보내 주셨지. 그렇게 꼬물꼬물한 이랑이를 처음 만났어... 동군이, 이랑이가 우애가 좋으니 아기를 가지라고 중성화수술도 안 시켰었잖아. 아기 가지면 우리, 함께라고 지으려 했었고. 그럼 동군이랑 우리함께가 되니까... 그런데 이랑이는 2살때 상상임신을 한번 한 이후로 둘은 14년을 함께 지내도록 아기를 안 가졌고 동물병원에서도 다들 신기해했었지. 그때문이었을까. 우리 이랑이는 부인과 질환을 너무 많이 앓았어. 13살때 유방암 수술하고나서 14살이 되던 설날에 자궁암, 난소암 수술까지 하게 되자 그제서야 중성화수술을 했지. 여름에 다시 유방암이 재발했고 골육종에 이어 온 몸으로 암이 전이되어 버렸어... 엄마가 이랑이 중성화수술을 안하는 바람에 이랑이가 나이 들어 너무 많은 병을 앓은 것 같아 너무 미안해. 동군이 오빠는 다시 혼자가 되었어. 이제 보니 동군이야말로 이랑이 옆에 있을 때 가장 빛나. 이랑이가 너무너무 보고싶고 그리운 오후야...
myj4528
16-10-10 20:02  
이랑아~엄마는 그동안 미뤄뒀던 염색을 하러 미용실을 다녀왔단다. 이랑이도 미용실 기억하지? 7월 말에 엄마가 염색하러 미용실 갈 때 이랑이 데려갔었잖아. 동군이 오빠는 디스크 수술때문에 3주동안 병원에 입원중이었고... 동군이 오빠는 혼자 두고 외출한 적 있어도 이랑이 혼자 두고 외출한 적은 그동안 한번도 없었잖아. 우리 이랑이는 엄마바라기라서 엄마 없이 혼자 있는 거 너무 힘들어 햇으니까. 엄마가 외출하면 늘 동군이오빠가 호위무사로 지켜주니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어도 이랑이 혼자는 둘 수가 없겠더라고... 그래서 동군이 오빠 입원해 있는 3주동안은 어딜 가든지 우리 이랑이 데리고 다녔었는데... 미용실에 이랑이 데리고 간 그날, 우리 이랑이가 가방 안에서 너무너무 조용하게 있어서 미용실 선생님들이 강아지가 무릎에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였지. 오늘 미용실 가서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갔다는 소식 전했어. 다들 안타까워하더라... 아무리 봐도 할머니 강아지 얼굴 아니었다고 아기 강아지처럼 보였는데 14살인지 몰랐다고 하시더라~ 우리 이랑이 그때도 한창 많이 아플 때였는데 엄마사랑 많이 받아서 이쁜 모습이었지. 이랑이 떠나고 엄마가 너무너무 속상해서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흰머리도 많이 났나봐~ 그어떤 클리닉과 염색약으로도 치유될 수 없겠지. 우리 이랑이가 엄마 곁에 와 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살랑거리는 가을 바람이 되어 엄마 곁에 올거지? 이랑이 좋아하는 낙엽이 되어 오면 엄마가 사각사각 밟으면서 우리 이랑이 생각할께~ 다른 집 아니고 내게 와 주어 무척 고마워~~ 사랑해~ 이랑아~
myj4528
16-10-11 21:53  
이랑아~ 넉달 전 오늘이 생각나는구나. 난소암, 자궁암 수술 후 잘 회복되어 귀여운 아기 강아지의 모습으로 있던 니가 엄마 책상 의자에서 폴짝 뛰어 내린 후 뒷다리를 잘 가누지 못하고 휘청이던 날이었어. 엄마는 집에 돌아오면 늘 책상에 앉아서 티비도 보고 책도 보고 컴퓨터도 이용하니 우리 이랑이의 자리는 늘 엄마 양반다리 위였잖아. 그래서 가끔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려도 아무 일 없었는데, 그날은 다리에 힘이 풀렸었지. 저녁 준비를 하러 거실에 나와 있는데 우리 이랑이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엄마에게 올 때만 해도 그러다 말겠거니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다리에 힘이 없기에 너무 놀래서 야간 응급실로 향했지. 응급진료팀장님은 우리 이랑이가 나이가 있어 디스크 증상인 것 같다고 돌려 보내셨어. 그리고 우리 이랑이는 밤새 안절부절 못하며 엄마를 피해서 거실을 배회했었어. 그게 우리 이랑이 걷는 모습의 마지막이었지. 다음날 날 밝자마자 병원으로 향했지만 일요일이라 문이 굳게 잠겨 있더구나. 몇 시간 뒤 오전 10시쯤 전화했더니 진료중이라 해서 이랑이를 데리고 다시 병원으로 향했지. 골든타임을 놓친 걸까? 우리 이랑이 바로 입원해서 온갖 검사를 다 받았었는데, 디스크 아니면 골육종이라고. 골육종이면 예후가 안 좋다고 하셨고, 당시에는 디스크 진단을 받았어. 그런데 나중에 보니 디스크에 골육종까지 왔었던 거였어. 6월 11일 응급실 방문했을 때 바로 치료에 들어갔더라면, 바로 입원 치료를 했더라면, 스테로이드 약이라도 처방해 주셨더라면 우리 이랑이 하반신 마비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해서 응급진료팀장님 속으로 원망도 많이 했어. 좀더 연륜있는 수의사가 당직을 섰더라면 우리 이랑이 증상을 한눈에 알아봤을텐데 하는 생각에 하늘을 원망도 많이 했어. 엄마에게 6월 11일은 우리 이랑이 마지막으로 걸었던 날로 기억돼. 아직 그 밤이 기억나는데... 우리 이랑이가 다리에 힘이 풀려 이곳 저곳을 헥헥이며 누비던 그 밤이 이렇게 생생히 기억나는데, 우리 이랑이가 엄마 곁에 없다는 건 왜 이리도 믿기지 않을까... 너무 많은 슬픔이 밀려 오는 밤이구나. 보고 싶은 우리 이랑아~
myj4528
16-10-12 15:39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이랑이 없이 혼자 지내다 보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나봐. 동군이 오빠는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피부질환 생기잖아. 탈모도 오고... 등과 배에 발진이 일어나서 힘들어 하고 있어. 약도 먹고 약욕 처방도 받았는데 차도가 없네. 실은 이랑이와 동군이 수술한 병원에서 진료받아야 하는데, 가면 우리 이랑이 생각에 눈물 왈칵 쏟을까봐 집 근처 병원으로 갔어. 우리 이랑이 거기서 동물등록만 하고 진료는 이차 병원에서 쭈~욱 받아 와서인지 담당 선생님이 이랑이는 어떠냐고 여쭈시네.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갔다고 전했더니 등록만 하고 진료 기록이 없다고 혼잣말 하셨어. 실은 이랑이 병이 너무 위중해서 동네 작은 병원에서는 진료 안될거란 얘기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아무 말 않고 왔어. 우리 이랑이 힘들었던 투병생활을 다시 얘기해야 할까봐 그랬던거야. 괜찮지? 우리 이랑이 이쁜 모습들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힘들고 아픈 얘기 하고 싶지 않아 그랬던 거니 이랑이도 이해할거야. 동군이오빠도 빨리 나아야 할텐데 큰일이야. 이랑아~ 하늘나라 그곳에는 아픔없는 것 맞지? 우리 이랑이 아무리 덩치 큰 강아지들한테도 절대 꿀리지 않았잖아, 그치? 그곳에서는 씩씩하게 깡깡깡 외치고 마음껏 짖으렴~
myj4528
16-10-13 20:08  
이랑아~ 오늘은 선선한 바람이 되어 엄마 곁에 다녀간거지? 이곳은 무척 선선한 날씨야. 산책하기 좋은 날씨이기도 하고, 우리 강아지들 몸 잔뜩 웅크리고 잠을 청하기에도 좋은 날씨야. 이맘때쯤이면 털을 자를지 말지를 고민하는 때이기도 하지... 동군이 오빠는 샵에서 미용을 하기 주저된다고 해서 엄마가 인터넷에서 각종 미용 용품들을 주문했어. 집에 돌아오니 주문한 게 배송되어 있더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바리깡을 집어 들었어. 동군이 오빠 허벅지쪽에 엄마가 미용하려고 처음시도했는데 아무래도 처음인지 긴장이 되어 제대로 밀지 못했네. 혹시라도 상처생길까봐... 우리 이랑이는 평소 미용하고 집에 데려오면 너무 날카로워져서 하루 이틀 정도는 우울해했잖아. 그치? 그래서 미용하러 가는 거 싫으면서도 미용하러 가는 날만큼은 아스팔트 길이나마 산책할 수 있으니 깡총깡총 뛰면서 좋아했잖아. 그마저도 엄마가 귀찮다는 이유로 샵의 아저씨보고 동군이, 이랑이 아침 일찍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도 했었고... 지금 생각하면 이른 시간, 좁은 플라스틱 케이지 안에 들어가 오토파이 굉음과 함께 샵에 가는 것도 스트레스였을테고, 딱딱한 테이블 위에 두 발을 들고 체념한 채 온 몸을 맡겨야 하는 것도 무서웠을 테고, 미용이 끝나고 나서도 엄마 퇴근할 때까지 좁은 창살 속에 갇혀 있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이랑이가 곁을 떠나고 나서야 그 마음들이 하나 둘 전해지니, 너무나 먹먹해. 엄마가 처음이라서 몰랐다고 하기엔 14년의 세월이 너무 길지... 내 기준을 내려 놓고 우리 강아지들 기준에 한번 맞춰보려 했더라면 지금의 이 후회는 없을텐데... 이랑아~ 미안하고 또 미안해. 엄마의 사랑이 결코 모자라서가 아니란 말로는 부족한 거 알아. 엄마의 마음 이해해 달라고 하는 것도 염치 없다는 것도 알아. 이랑아~ 밤이 깊어질수록 이랑이 보고픈 마음이 커지는구나. 정말 보고 싶다... 우리 이랑이...
myj4528
16-10-14 22:44  
이랑아~ 오늘은 엄마가 서울 출장을 다녀왔어. 이랑이 간병하느라 한동안 출장을 가지 않다가 여러달 만에 KTX에 올랐단다. 우리 이랑이는 평소에는 깡깡깡하는 강아지여도 기차 타면 너무나 조용하게 가방 안에 있었지. 기차 내릴때쯤 되어서야 사람들이 가방 속에 강아지가 있었다는 걸 알고 놀랄 정도였으니까... 비행기를 타도 기차를 타도 단 한번도 짖거나 소리를 낸 적이 없는 강아지였어. 그치? 14년의 생을 마감하는동안 9년을 서울에서 5년을 부산에서 살면서 이사도 많이 했었고 그 바람에 기차 탈일도 많았었는데, 우리 이랑이는 언제 가장 행복했을까 생각을 해 봤단다. 신촌에서 처음 엄마를 만났을때, 아니면 단독주택 마당에서 뛰놀 수 있던 행운동, 그렇지 않으면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이곳 부산에서 였을지... 부산에 와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초코 강아지도 만났고... 엄마가 장기 출장 갈때는 병원 좁은 철망 속에 갇혀 있지 않아도 되었고, 거실을 마음대로 뛰놀 수 있으니 어쩜 부산에서의 생활이 가장 행복했을까? 부산에 와서 이런 저런 병으로 고생을 많이 했으니 부산보다 서울이 더 좋았니? 서울에 계속 살았더라면 가까운 서울수의대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었을텐데 그런 점에서 신림동이 더 좋았을까? 기차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시간, 이런 저런 생각이 나더라. 예전 같으면 출장 다녀오면 집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을 동군이, 이랑이 생각에 택시 타고 돌아오는 그 길이 그렇게 신났건만, 이제는 혼자 있을 동군이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하는구나. 이랑이는 비행기나 기차를 타면 늘 고개를 창밖쪽으로 향하게 앉아 지그시창밖 경치 보기를 좋아했는데... 이제 하늘에서 이곳을 내려보고 있을텐데 역시나 지그시 내려보고 있니? 엄마 마음 이랑이한테 잘 닿는지도 궁금하네~엄마는 내일 새벽 또 출장 길에 오르는데, 그 사이 동군이 오빠 외롭지 않도록 하늘에서 텔레파사 많이 보내줘~늘 이랑이한테 부탁만 하게 되네. 사랑해~ 이랑아~
myj4528
16-10-15 16:52  
이랑아~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간지 한달이 지났네. 함께 살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 건넌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상처가 회복되는 데 한달 정도 걸린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엄마는 동군이 오빠가 있어서인지 아직까지 많이 힘드네... 이랑이는 동군이 오빠와 물 그릇도 사료 그릇도 나눠 썼고, 하다 못해 마약 방석까지 함께 공유하던 사이였잖아. 옷을 사도 항상 분홍색, 하늘색을 한개씩 샀고, 마약 방석도 사료 그릇도 늘 한 개씩 사 두었지만 우리 동군이, 이랑이는 둘이 한 방석에 사이 좋게 앉아 있었으니...그래서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서도 이랑이 사용하던 걸 하나도 치울 수가 없었어. 동군이 오빠가 있으니까... 그래서인지 엄마는 아직 이랑이가 곁에 없다는 게 많이 힘들어. 마음은 함께라는 거 알지만 까만 콩 세개를 만질 수도, 꼿꼿이 세운 꼬리를 쓰다듬을 수도 없으니 말야. 엄마는 동군이가 자다 깨서 엄마를 찾느라 고개를 갸우뚱거리면 입버릇처럼 이랑이 엄마 여기 있네라고 말하기도 해. 둥군이 엄마보다 이랑이 엄마라 불렸으니까... 가끔은 동군이더러 이랑이라고 부르는 말실수도 곧잘 해... 오늘은 출장 다녀와서 동군이 오빠랑 꼼짝 않고 집에 있어. 동군이에게도 우리 이랑이 얘기 많이 들려 주고 있단다. 그러니 이랑이 너무 서운해 하지 말고, 하늘 나라 생활을 좀 즐겨~ 엄마 바라기 이랑이, 많이 많이 사랑해~
myj4528
16-10-16 20:16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이제 많이 건강해졌어. 엄마가 외출해서 CCTV를 살펴 보는데. 울티리 안에 있어야 할 동군이 오빠가 없는거야... 이랑이 아플 때 동군이 오빠가 자꾸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이랑이 안정되라고 울타리 쳐 줬는데, 똑똑한 동군이 오빠는 기어이 이랑이 울타리를 머리로 들어 올려 들어갔었지... 그래서 동군이 오빠 울타리도 새로 하나 장만했잖아. 이랑이가 없는 지금 동군이 오빠가 울타리를 다 사용하다 보니 24칸이 되었어. 그런데 동군이 오빠가 CCTV에 안 보이니 엄마가 얼마나 놀랐겠어. 동군이 오빠는 쓰레기통도 잘 뒤지니까, 혹시 쓰레기통에 뭐를 버렸는지까지 걱정되더라~ 집에 와서 보니까 방안에 있네^^ 방안 컴퓨터 모니터 화면 보호기 속의 이랑이를 보면서 너무나 조용하게 있더라~ 이랑이를 얼마나 가까이서 보고 싶었으면 24칸 그 무거운 울타리를 머리로 들어 올리고 울타리 밖으로 나와 방으로 갔을까... 이랑아~ 동군이 오빠와 엄마, 일상을 너무나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이랑이 많이 많이 그리워하고 있어~ 오늘 비가 내리니 이랑이가 비가 되어 우리 곁에 왔다고 동군이 오빠한테 이야기했어. 모니터 속 이랑이는 실제 사이즈와 똑같이 편집해서인지 엄마도 모니터를 자꾸자꾸 쓰다듬게 되는구나. 보고 싶어서 일부러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고 모니터 속 움직이는 이랑이 모습을 보게 되. 이랑이 사진만 찍을 줄 알았지 동영상을 찍어둘 생각을 못해서 무척 속상해. 이랑이 아파서 발작하는 모습이나 휠체어 타는 모습, 이런 거 주치의 선생님 보여드리려 동영상 촬영할 생각만 했지, 건강하던 이랑이 모습을 영상에 담지를 못했네. 이랑이를 사진 찍을 줄만 알았지 이랑이와 엄마 같이 찍은 사진은 14년을 사는 동안 몇 장되지도 않아ㅠㅠ 엄마가 생각이 짦아도 너무 짧았어. 지나고 나니 이렇게 후회되는 것들이 많구나. 이랑아~ 보고싶다...
myj4528
16-10-17 20:49  
이랑아~오늘도 신나게 하루 잘 보냈니? 엄마는 오늘 학교 다녀와서 깜~짝 놀랐단다. 동군이 오빠가 오늘도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있는거야. 거기다 이랑이 주려고 사두었던 간식 박스를 다 헤집어서 오리고기, 닭가슴살 들어 있는 종이 박스를 다 물어 뜯어 놓고 엄마 책가방도 다 열어 헤집고, 목캔디도 바닥에 다 쏟아놨더라. 동군이 오빠 한창 말썽 많이 피울때 모습 그대로인거야. 더군다나 간식 박스는 거의 1m 높이에 있었는데, 그거 내리느라고 두발로 얼마나 낑낑댔겠어. 두발로 일어서면 허리에 무리가서 디스크 재발하니까 절대 못하게 하는데도 간식 그거 하나 먹겠다는 일념으로 기어이 해 낸 거더라... 우리 이랑이 있었더라면 둘이서 머리 마주해서 동군이는 간식 내리고 이랑이는 간식 봉지 뜯고 둘이서 합심했을텐데... 이랑이는 동군이보다 이가 날카로워서 둘이서 늘 역할 분담했었잖아. 키 작은 이랑이는 간식 박스 내리는 건 못하니 동군이의 도움이 필요했었고 동군이는 포장된 봉지를 뜯지 못하니 이랑이의 도움이 필요했었지... 이랑이가 없으니 간식은 바닥에 다 펼쳐놨는데, 그걸 뜯지를 못해서 하나도 먹지는 못했네. 그 순간 동군이 오빠는 이랑이가 무척 그리웠을 듯해. 이랑아, 오늘도 이렇게 일상에서 빈 자리가 역시 크게 느껴지는 하루구나. 내일은 동군이 오빠가 또 어떤 모습으로 엄마에게 우리 이랑이 생각나게 하려나 싶네. 세상에서 제일 착한 아기 강아지 흰둥이 강아지, 우리 이랑이, 사랑해~
myj4528
16-10-18 19:22  
이랑아~이랑이 있는 그곳은 어떤 날씨니? 살랑살랑 가을 바람도 부니, 아니면 늘 따뜻한 봄날이니? 이곳은 일교차가 심해서 낮에는 덥게 느껴지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 동군이 오빠 피부질환때문에 계속 몸을 긁어 대니까 옷을 입혀 두는데, 옷걸이에 걸려있는 이랑이 옷 동군이 오빠한테 입혔어. 평소같으면 이랑이가 깡깡깡하면서 펄쩍펄쩍 뛰었을 거야. 동군이 오빠에게는 옷 사이즈가 너무 작으니 얼굴도 들어가지 않았겠지. 그런데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동군이 오빠 살이 많이 빠졌어. 그래서 이랑이 좋아하던 블랙과 레드 섞인 후드 벨벳 옷이 동군이 오빠에게도 잘 맞네. 처음에는 동군이 오빠도 자기 옷 아니니까, 이랑이 냄새가 나는 것 같으니까 안 입으려고 계속 도망다니더라~ 그러다가 얼굴을 폭 씌우니까 벗으려 하지는 않아. 이랑이 옷 버리지 못하고, 그냥 두려 했는데, 이랑이 생각에 힘든 동군이 오빠에게 하나씩 입히면 될 것 같아. 이랑이 혹시 질투하거나 속상해 하지 않을 거지? 평생을 이랑이 배려했던 동군이 오빠이니까 이번엔 이랑이가 양보하자~ 마음씨 예쁜 이랑아~ 저 옷을 이랑이가 입었을 때가 계속 생각나서 엄마는 또 눈물이 나~하늘 나라에서 늘 우리 지켜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하루 하루 살아갈께~ 사랑해~
myj4528
16-10-19 17:53  
이랑아~ 이랑이 옷을 입은 동군이 오빠가 엎드려 있는 뒷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네. 어쩜 이랑이와 그리도 닮은 모습으로 있는 건지... 이랑이도 척추가 아팠고 지금 동군이도 척추가 아프니 어쩌면 저 자세가 가장 편해서인지도 모르겠네. 그것도 모르고 엄마는 이랑이 배에 욕창이 생길까하여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댔으니, 말 못하는 우리 이랑이 얼마나 아팠을까? 욕창이 생기면 소독하면 그뿐인 것을 엄마는 척추 아픈 이랑이의 고통을 몰라줬구나. 이랑이로 인해 동군이 오빠 간병은 더 잘하게 된 것 같아. 생전 이랑이는 동군이오빠한데서 늘 도움받았었는데, 이제는 동군이오빠의 삶 하나 하나에 이랑이가 영향을 안 미치는 게 없다 싶어. 이랑아~ 동군이 오빠보다 늦게 태어나서 동군이 오빠보다 당연히 오래 살거라 기대했었고, 동군이 오빠가 척추 디스크 진단을 먼저 받았기에 이랑이의 작은 몸짓 하나에 관심을 못 쏟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무척 힘들었어. 언제쯤 이 죄책감을 훌훌 털 수 있을까? 동군이 오빠 모습에서 이랑이를 볼 수 있어 무척 감사하고 애잔한 하루구나... 사랑한다, 이랑아~
myj4528
16-10-20 19:19  
이랑아~ 하늘나라에서는 이랑이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고 있니? 우리 이랑이 올초 수술받으면서 발치도 했었지. 수술동의서 작성 당시 발치한다는 데 동의만 했을 뿐인데, 나중에 수술 끝나고 면회갔더니 주치의 선생님께서 발치한 이랑이 치아를 보여 주는데. 그게 18개였어ㅠㅠ 나는 너무 너무 놀랐어. 한 두개 뽑을 거라고만 생각했었지 그렇게나 많이 뽑으리란 건 상상도 못했지. 그 이후로 우리 이랑이는 대부분의 치아가 없는 상태가 되어 딱딱한 거도 못 먹고, 잘게 잘라서 주는 거만 겨우 먹었잖아. 그나마 맛있는 건 죄다 질기거나 딱딱한 것들 뿐인데... 그렇게 좋아하던 치킨 비스켓도 깨작거리면서 먹고 말야... 우리 이랑이 치아도 안 좋은데 나중엔 소화기능마저 떨어지니 식욕이 더 없어졌지. 나중에는 뭘 입에 가져다 대어도 고개를 저었어. 기력도 없는 니가, 앞발로 온 몸을 지탱하느라 점점 골격 형태가 변하기까지하는 니가 겨우 겨우 힘을 내어 고개를 이리 저리 저을 때는 정말 속상했어. 맛있는 거 주고 싶어도 혹시나 그게 이랑이 영양에 도움은 안되고 도리어 암덩이를 키울까봐 몀려도 되었어. 그래도 마지막까지 맛있는 거 먹이고 싶은 마음에 억지로라도 입에 넣었던 게 도리어 위경련만 일으키게 했지... 이랑이 하늘나라 가던 날 새벽, 배에서 그렇게 꼬르륵 꼬르륵 하던 소리는 뭐때문이었을까? 일주일째 거의 아무 것도 먹지 않아 배가 고파서였는지 아니면 위경련때문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암이 위를 너무 압박해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구나. 이랑이 깨어 있는 순간 한번이라도 더 눈을 마주칠 걸. 그렇게 갑자기 코마상태에 빠질 거란 건 정말 상상도 못했어. 책상에 앉아서 강의 준비하느러 이랑이에게 등만 보였던 내가 너무 바보 같아. 엄마의 등만 바라보며 누워 있는 너의 심정이 어땠을까? 한번만 봐달라고 손짓이라도 하고 싶었을 니가 힘없이 누워 있을 수밖에 없으니 할 수 있는 거라곤 엄마가 한번만 돌아봐 주기만 애타게 바랐을텐데...나는 쉬했는지 힐끗 한번 돌아보고 다시 등돌리기 일쑤였지... 이랑아, 오늘 유난히 보고 싶고 그립다. 아직 한번도 꿈에 나오지 않은 너. 엄마 꿈에 좀 다녀가 주면 안되겠니?
myj4528
16-10-21 19:39  
이랑아~ 날이 많이 차네. 하늘나라에선 어떤 옷 입고 있니? 춥지는 않니? 우리 이랑이 한창 아플 때가 너무나 무더운 여름이었었는데, 그래서 에쁜 옷도 못 입혔는데...엄마가 인터넷에서 수의 구매한다고 너무 설레발 치고, 그걸 또 사진 찍고 있으니 우리 이랑이 절망감이 들어서 하늘 나라 더 빨리 간 건 아닌가 무섭기까지 해. 옷 입기 싫어 하는 동군이와 달리 우리 이랑이는 옷을 손에 들면 저 멀리에서도 두 귀를 휘날리며 깡총깡총 뛰어왔는데 말야. 너무나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 뼈만 앙상히 남은 니가 콩콩 거리다 혹여 뼈라도 으스러질까 하여 그 두꺼운 겨울 극세사 이불을 네등분 접어서 그위에 이랑이를 두고 울타리를 쳐놨으니, 제아무리 에어컨 바람이라도 얼마나 무더웠을까? 올해 그렇게 무더운 여름 날씨에 이랑이는 무더위와도 싸웠겠구나. 엄마는 바닥에 이랑이 발목이 쓸려서 피가 나고 염증이 생기니까 아프지 말라고 그랬던 건데. 이랑이가 엄마 마음을 오해했을까 염려가 되는구나. 이제 제법 날씨가 차가워지니 하늘나라에서 이랑이 춥지는 않은지 염려가 되네. 얇디 얇은 수의 입고, 뜨거운 용광로에 들어가던 이랑이가 아직도 눈에 생생해서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엄마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휩싸여... 날이 차면 찬대로 따뜻하면 따뜻한대로 우리 이랑이가 자꾸 생각나. 너무나 보고 싶은 세상에서 제일 착한 아기 강아지, 흰둥이 강아지, 꺄꿍이 강아지 이랑이. 많이많이 사랑한다고 했는데, 혹시라도 엄마에게 서운함있거든 훌~훌~ 떨치거라~ 엄마딸 이랑아, 사랑해~
myj4528
16-10-22 19:26  
이랑아~낮에 잠깐 TV를 보는데,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란 이름의 프로그램이 EBS에서 하더라. 무심코 봤는데, 이별이 다가운 강아지들 사연이 소개되는거야. 3개월을 선고받았지만 1년째 살아 있는 강아지를 보며 우리 이랑이 생각이 나더라. 주치의 선생님이 이랑이더러 처음엔 올해 넘기기 어려울 거라 하셨다가 일이주 지나니 두달 넘기기 어려울거라 하셨고, 그리고 또 일이주 지나니 추석 넘기기 어려울거라 하셨지. 그때 이랑이에게 엄마가 씩씩한 목소리로 그랬잖아. 선생님이 틀렸다는 걸 우리가 보여주자고... 그런데 우리 이랑인 야속하게도 정말 추석을 하루 남기고 엄마 곁을 떠났지. 주치의 선생님이 얘기할 때 이랑이 못 듣게 했어야 하는데, 귀가 밝은 우리 이랑이가 그 소리 듣고 절망 속에 삶의 끈을 놓아버린 건 아닌가 한동안 상심했었어... TV 속 강아지들은 가족들과 이별을 예감하고 추억여행을 떠나더라. 엄마는 이랑이 데리고 여행 한번 못갔지. 버스, 지하철, 택시, 기차, 비행기. 이 모든 것들이 이랑이와의 여행때문이 아니라 그냥 이동을 위한 교통 수단에 불과했었지... 오늘은 해운대에서 부산불꽃축제가 있는데, 우리 이랑이는 숨이 다하고 장례식장을 가느라 남항대교도 광안대교도 해운대도 처음 갔네. 온 몸이 불에 타 가루가 되어서야 낙동강에 뿌려지고... 낙동강은 이랑이 할머니, 할아버지 아파트에서 고작 걸어서 3분 거리인데, 거길 한번 못 데려갔구나. 할머니네 강아지 쵸코는 오늘 거제 대명리조트 놀렀다고 하네. 객실로 못 올라가게 해서 데스크에 맡겼다고 하는데... 엄마는 우리 이랑이와 여행 한번 못 간 게 이렇게 한이 된다...이랑아~ 엄마가 이랑이에게 해 준거라곤 어줍짢은 병간호밖에 없었네. 그와중에 이랑이가 가장 아팠던 순간, 하늘 나라 가기 마지막 일주일은 함께 있어준 시간도 많지 않았어. 자책하지 않기로 해 놓고, 엄마는 이렇게 또 자책하며 속상해한다. 이랑아~ 많이 사랑한만큼 많이 보고싶다...
myj4528
16-10-23 18:49  
이랑아~하늘나라에서 엄마랑 동군이 오빠 걱정 많이 했지? 엄마는 아직 이랑이를 마음에서 떠나 보내지 못해 많이 슬퍼 하지만, 그래도 일상 업무 차질없이 잘 해 내고 있어. 동군이 오빠도 피부병 많이 나아서 내일까지 약 먹으면 이제 안 먹어도 될 것 같아. 아까 택배 가지러 관리실 갈 때는 동군이 오빠가 뛰기까지 하더라~ 집에 와서 보니 뒷발 양쪽 발바닥은 조금 까져 있었지만 말이야. 워낙 오랫동안 동군이 오빠가 뛰질 않다가 몇달만에 너무 기분좋게 뛰다 보니 그런가봐~ 이제 베란다로 화장실로 이랑이 찾으러 다니거나 하지도 않고, 잘 때는 엄마 옆에 꼭 붙어서 잔단다. 동군이 오빠는 정말 많이 회복된 것 같아. 엄마가 매일 이랑이에게 동군이 오빠를 지켜 달라고 했는데, 그 마음이 하늘까지 닿았나 보네~ 동군이 오빠 목욕 시키고 새하얀 털을 보니까, 목욕하고나서 온몸의 물기를 털던 오래전 이랑이가 생각나더라~ 엄마에겐 이랑이 건강할 때 사진도 영상도 거의 없지만 엄마의 기억 속에 추억 속에는 하나도 잊혀지지 않고 고스란히 있단다. 사진과 영상에만 의존했더라면 그렇게 생생하게 기억 못할 것을 오히려 머릿 속에 생생히 남아 있으니 그리울 때 언제든 추억할 수 있어 고마워~ 이랑아, 오늘은 어제보다도 날이 더 차구나. 이랑이는 날씨 조금만 차가워져도 엄마 품 속으로 막 들어오고 그랬지. 캥거루처럼 엄마 옷 속에 쏙 들어가 있는거 좋아했는데, 하늘나라에서는 엄마 품 그립지 않니? 엄마 보고싶으면 언제든 꿈에 다녀가거라~ 항상 기다릴께. 사랑해~ 이랑아~
myj4528
16-10-24 19:53  
이랑아~동군이 오빠가 엄마한테 간식 달라고 앞발을 얼굴에 가져다 대며 졸라대네~ 요런 건 항상 애교많은 이랑이 몫이었는데... 동군이 발이 참 따뜻하구나. 우리 이랑이 발도 무척 따듯했었는데...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3일 전, 수혈받느라 엄마가 안고 있을 때 체온이 너무 떨어져서 그 무더운 여름 날씨에 핫팩을 2개나 배에 깔고 담요까지 덮고 있었지. 그래도 이랑이 발이 너무 싸늘하게 차갑더라... 강아지는 발이 차가우면 안된다고 들어서 이랑이 발이 차가울 때마다 엄마는 늘 불안해 했었어. 이랑이 하늘나라 가던날 아침에는 유독 발이 차더구나... 아무리 손으로 움켜 쥐고 있어도 차가움이 가실 줄을 모르고...이랑이 하늘나라 간 뒤로 엄마는 매일 동군이 발 검사를 한단다. 혹시 발이 차가운 거 아닌가 해서... 동군이 오빠는 혼자 슬며시 베란다 나가서 바람 쐬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발이 너무 차가워서 깜짝깜짝 놀래... 동군이 오빠는 오늘부터 자율급식 연습중이야. 이랑이 건강할 때만 해도 이랑이가 사료를 먼저 다 먹고 나면 동군이가 먹었잖아. 그리고 사료를 아무리 가득 담아 두어도 우리 동군이, 이랑이는 일정량 먹고 나면 알아서 물러날 줄 아는 똑똑한 강아지들이었지... 그런데 이랑이가 없으니 동군이는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그러는지 있는대로 다 먹으려해서 도저히 양 조절이 안되더라. 그래서 하루에 두번 정해진 시간에 주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외출해서 돌아오면 이곳저곳을 뒤지느라 집이 엉망이야. 두 발로 일어서서 의자도 넘어뜨려 놓고 씽크대 서랍도 열어 놓네. 이러다 디스크 재발할까 걱정이야...그래서 이제 슬슬 혼자서 자율급식 연습을 시키려해. 잘 될런지 모르겠지만 말야. 우리 똑똑한 이랑아~하늘나라에는 맛있는 거 무지 많을텐데, 스스로 양 조절해서 먹고 있니? 아니면 아파서 제대로 못 먹었던 거 보상받는 기분으로 배부르게 많이 먹고 있니? 날이 차가워서인지 요즘 이랑이 생각이 부쩍 많이 나네~ 보고 싶다, 이랑아~
myj4528
16-10-25 20:09  
이랑아~엄마는 이제 막 집으로 왔어. 오늘은 외부 강의가 있어서 멀리 갔다 왔거든. 그만큼 동군이오빠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다는 뜻이야. 오늘 강의는 해운대에서 있었어. 사실 급행버스를 타면 시간이 얼마 소요 안될 수도 있었겠지만, 해운대로 가는 그 길이 마치 이랑이 하늘나라 가던 그 길을 생각나게 해서 도로 위를 달릴 수가 없더라. 그래서 지하철을 환승해서 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어. 우리 이랑이 해운대 가던 날이 장례식 가는 날이었잖아.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 우리 강아지들 풀냄새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까 제작년쯤 우리 흰둥이를 마음껏 뛰놀 수 있게 주택으로 이사가겠다고 우리 강아지들에게 꼭 맞는 집지어서 가겠다고 집짓기, 건축 공부 열심히 했었잖아. 그런데 작년 동군이 치매 증상이 나타나고, 이랑이 난소암과 자궁암 수술하게 되면서 익숙한 환경을 떠나면 안되겠다 싶어 이곳에 그냥 계속 살기로 했었지. 주택으로 이사가려고 한창 집 알아보러 다닐 때 해운대가 좋을지 아니면 가덕도가 좋을지 고민하던 게 엊그제 갔구나. 엄마가 조금 더 일찍 판단을 내렸다면 주택 앞마당에 수목장이라도 해서 매일 이랑이를 추억할텐데... 엄마는 고작 이곳 인터넷분향소에 와서 매일 글을 남기는 거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구나... 이랑아~ 혹시 다른 강아지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얘기 나누며 엄마한테 서운한 거 있지는 않니? 다른 강아지들은 아빠, 엄마, 언니, 오빠 등 많은 식구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우리 이랑이는 오로지 엄마 사랑밖에 못 받아서 서운한 건 아니니? 이랑이를 보내고 나니 이것저것 후회되는 게 많아 속상하구나... 이랑아~ 엄마가 이랑이 사랑한 거는 다른 강아지들 저리가라할 정도야. 엄마 마음 꼭 알아줘~~~
myj4528
16-10-26 19:20  
이랑아~ 오늘은 수요일, 우리 아파트 재활용 분리 수거날이야. 늘 엄마가 바빠서 재활용 분리 수거를 제때 못하고 창고에 모아 두는 걸 아는 할아버지는 수요일 시간 날때마다 집에 들러 청소도 하고 분리 수거도 하고 그러시지. 오늘도 엄마는 외부 강의에 학교 수업에 너무 바쁜 일정들을 보내고 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문자 보내셨네. 재활용 분리수거하러 집에 와 있다고... CCTV를 보니 할머니가 쵸코 강아지도 데려 왔구나. 우리 동군이 혼자 쓸쓸할까 그랬나봐. 쵸코 강아지는 이랑이와도 사이가 좋았었지.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이틀 전 혹시 모를 작별 인사 하러 하단집에 갔을 때 쵸코와 이랑이가 서로 눈을 마주하며 대화라도 나누듯 그렇게 한참을, 몇십분을 있었던 거도 기억해. 세상은 지진이 나서 경황이 없을때였느데 말야...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청소 끝내 놓고 집으로 돌아 가려고 하니 동군이가 가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시네. 동군이 오빠가 집에 혼자 있기 싫어서 따라가려고 했나봐... 그래서 할머니가 하단 집에 데려갔으니 퇴근 후 동군이 오빠 데리러 오라는 얘기셨어. 재활용 분리 수거하는 날이면 우리 이랑이는 할아버지 사랑 듬뿍 받는 날이었지. 무서워서 화장실에 숨는 동군이와 달리 청소하는 할아버지를 졸졸졸 따라다니는 이랑이가 무척 귀엽다며 간식도 더 많이 줬다는 얘기하며... 우리 이랑이 추억할 거리들은 아직도 너무 많단다. 우리 이랑이는 할아버지 사랑도 많이 받은 강아지였으니까 명절 연휴로 분주하던 그 때 잠시 할아버지가 집에 와 계실 때 시간 맞추어 하늘나라 간거였잖아. 그치? 마지막 가는 길, 할아버지가 차도 태워 주셨었고... 이랑아! 매 순간 우리 이랑이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단다. 몸은 곁에 없지만 마음은 이 곳에서 늘 나와 함께 있는 이랑아~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었으리라 믿고, 엄마는 동군이 오빠 데리러 가려해~ 사랑해~~
myj4528
16-10-27 20:07  
이랑아~요즘 날씨가 많이 선선해져서인지 길에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부쩍 많이 보여. 이제 겨울이 오면 산책하기 어려워지니 미리 산책을 많이 해 두려는 마음들때문이겠지. 엄마가 이랑이 보내고 후회되는 것이 무척 많은 데 그 중 하나가 우리 이랑이와 산책을 많이 못 한 거야. 집 근처에 산책할 곳이 마땅히 없다는 핑계아닌 핑계였지. 그렇다 하더라도 베란다 산책조차 많이 못한 건 엄마가 달리 핑계될 게 없구나. 베란다에 놓여 있는 벤자민 화분만으로도 이랑이는 풀냄새를 맡으려는 듯 두발로 깡총 뛰곤 했고, 베란다 샷시 문 가까이 코를 가져다 대고 긴 호흡을 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이랑이가 바깥 공기 마시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데 말야. 정말 마음 먹고 산책하려는 날엔 날이 잔뜩 흐려 비가 오거나 혹은 온도가 너무 높거나 너무 낮으니 그걸 또 핑계대는 엄마였지. 결국 엄마는 베란다 산책이라는 말도 안되는 산책을 하곤 했지. 어쩜 우리 이랑이에게는 그게 삶의 낙이었을 수도 있는데 그마저도 자주 못했네. 이랑아~ 하늘나라는 산책할 시간이 무척 많을텐데, 우리 이랑인 엄마가 곁에 없어서 그마저도 즐기지 않고 쓸쓸히 있는건 아니니? 평소에도 간혹 산책을 할라치면 엄마보다 앞서서 가다가도 뒤를 돌아보며 엄마와 같이 가려 했고, 낯선 장소를 가는 날에는 무서워서인지 안아 달라고 보채는 이랑이였지. 이랑아~ 우리 이랑이와 있었던 이런 저런 일들이 생각 나네. 이제 밤이 점점 길어지면 이랑이가 그리워지는 날들도 더 많을거야. 날이 추울수록 엄마 품속에 더 깊숙하게 파고드는 이랑이였으니까... 너무너무 따뜻한 이랑이이니까...보고 싶다. 우리 이랑이...
myj4528
16-10-28 21:01  
이랑아~오늘 마이 펫의 이중생활이라는 영화를 다운로드해서 봤어. 영화 장면 장면이 그냥 지나갈 수가 없더라. 엄마가 출근하려 하면 애잔한 눈으로 가지 말라는 듯 쳐다 보는 이랑이하며, 핸드폰을 두고 가서 다시 들어갔을 때조차 너무 좋아하던 그 표정하며. 하루종일 엄마만 기다리던 엄마 바라기 이랑이. 월요일부터 금요일을 바쁘게 살다가 토요일 하루 집에서 축 쳐져 지내는 게 싫어서 일부러 토요일마다 조조영화를 보러 다녔던 엄마였어. 영화 보고 나서도 바로 집으로 오지 않고 파리바게뜨에 들러 책도 보고 논문도 보고 밀린 일들을 하다가 가끔은 출근도 했었지. 그리고 오후 늦게서야 집으로 와서 이랑이를 반겼지...그렇지 않은 날은 서울 출장을 갔었고. 그러다 우리 이랑이 많이 아프면서부터는 조조영화 안 봤더니 마지막으로 영화을 본 게 6월 4일이더라. 6월 11일 우리 이랑이 하반신 마비로 주저 앉던 날이라 그 전 주가 조조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거였어. 그리고 오래동안 영화를 보지 않다가 오늘에서야 비로소 인터넷으로 영화를 봤는데, 그게 강아지 나오는 영화였어. 우리 이랑이가 보고 싶으니 영화 속 등장하는 강아지마저 우리 이랑이, 동군이 같더라. 이랑아~ 길가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이제 모두다 스웨터를 입기 시작했어. 우리 이랑이 옷도 그대로인데... 목줄, 가방, 남은 약, 연고, 소독약, 솜, 그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고 엄마 가까이 두고 있단다. 이랑이 목소리, 이랑이 얼굴 하나도 잊지 않으려고... 그래도 이랑아~ 엄마 꿈 속에 다녀가주라~ 많이 보고 싶어...
myj4528
16-10-29 21:32  
이랑아~오늘 하루 잘 지냈니? 엄마는 오랜만에 집에서 동군이 오빠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어. 이번 한주 무척 바빠서 주중에 동군이 혼자 둔 시간이 많았기도 하고, 날이 추워지니 나가기도 싫고 해서 동군이 오빠와 그냥 집에만 있었어. 낮에 잠깐 동물병원에서 전화가 왔더라. 동군이 오빠 아프지 않은지 심장사상충 약은 잘 먹고 있는지 그리고 이랑이 떠난 빈자리는 잘 채워 나가고 있는지 안부 전화였어. 우리 이랑이~ 짧은 기간동안 너무 증세가 급격히 나빠지기도 했고, 자주 입원하기도 해서 병원 선생님들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네~ 늘 모두의 사랑을 받은 이쁜 강아지 이랑이. 동군이 오빠는 오늘따라 하릴없이 어두컴컴한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네. 이랑이가 보고 싶어서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기를 좀 봐 달라는 나름의 시위인건지... 이랑아~ 오늘은 엄마가 두려워하는 토요일이야. 토요일 밤만 되면 우리 강아지들 잘 지내다가도 응급실 갈 일이 생겨서 늘 긴장하곤 했었지. 이랑이의 두려운 눈빛, 거친 호흡, 힘들었던 그 순간들이 생각나는 밤이야... 보고 싶구나 이랑아~
myj4528
16-10-30 17:53  
이랑아~동군이 오빠가 산책하고 싶어하는 걸 알면서도 엄마가 귀찮아서 오늘도 그냥 집에 있었어. 그랬더니 나름대로 운동하려고 했는지 동군이 오빠 전매특허인 거실에서 방으로 쏜살같이 왔다갔다 묘기를 보여 주네. 한동안 허리가 아파서그런지 전혀 보여주지 않던 모습이었는데 말야. 우리 이랑이도 목욕하고 나면 물기 터느라 거실과 방을 후다닥거리며 왔다갔다 하곤 했는데 그치? 엄마가 이랑이를 붙잡으려고 하면 더 빨리 달아나는 바람에 잡기 어려웠지. 이랑이 달리기 실력은 아기때부터 남달랐잖아. 서울 신림동 오피스텔 살때 쓰레기봉투 내놓느라 잠깐 문을 열었을뿐인데 그틈을 달리고 달려 계단을 내려 신림동 왕복 8차선 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하던 너였지. 엄마는 그런 널 붙잡으러 도로를 함께 질주했고...달리는 차들 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니가 길가 산책하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인도로 다시 달려나오는 바람에 너도 엄마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지.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엄마에게 무슨 자신감이 있었을까 싶어. 그런 이랑이, 엄마 곁에서 14년을 살았으니 감사함이 생기다가도 혼자 남은 동군이를 보면 우리 곁에 조금 더 있어주지 그랬니 하는 욕심도 생기는구나. 이랑아~ 바람이 차다. 날이 추울수록 엄마 품이 더 그리울텐데, 엄마 보고싶으면 언제든 꿈에 다녀가~
myj4528
16-10-31 19:11  
이랑아~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간지 한달하고도 반이 지났네. 엄마 수첩 맨 앞에 연두색 포스트잇에 앞가슴둘레 23, 배둘레 38이라고 쓰여 있어... 9월 초 이랑이 수의 주문하느라고 사이즈 재서 적어 둔건데, 차마 버리지 못하고 붙여 놓고 있어. 당시에 이랑이 뱃속 암덩어리들이 커가고 있을 때여서 가슴둘레에 비교할 때 배둘레가 너무 차이가 났었지. 수의가 도착하고나서도 이랑이 뱃속 암덩어리들은 점점 커져갔고, 하늘나라 가던 날, 결국 수의가 잘 들어맞지 않더구나. 시간이 넉넉했으면 차분하게 그렇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입혔을 텐데, 장례식장에서 시간이 촉박해하시니 엄마도 마음이 다급해서 결국 이랑이 수의를 제대로 입히지도 못하고 급하게 리본으로 묶었어. 남들은 마지막 가는 길 곱게 보내 주려고 이쁘게 꼼꼼하게 입혔을텐데 엄마는 이랑이 마지막 옷마저 제대로 못 입혀 준 나쁜 엄마가 되고 말았어. 이랑아~ 그래서인지 엄마는 후회되는 게 너무 많아. 이랑이 사용하던 거도 못 버리고 모아 두고 있는데, 이랑아~ 이건 정말 비밀인데...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전 집에서 마지막으로 쉬~했던 패드... 그거 오늘 버렸어 ㅠㅠ 지퍼백에 꽁꽁 싸매어 두었는데, 오늘 꺼내 보니 곰팡이가 펴 있네... 이거 버려도 되지하고 이랑이에게 말 걸고 그리고 버렸단다. 그만큼 엄마는 이랑이꺼 다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이랑이와 더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한 엄마의 회한이라고 해두자... 시월의 마지막 밤, 이랑이를 추억한다~
myj4528
16-11-01 20:32  
이랑아~ 오늘따라 사진 속의 이랑이가 더 아련해 보이네. 우리 이랑이는 눈치가 빨라서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두루마리 휴지를 온 방에 풀어놓을 때, 신발이나 옷을 물어뜯어 놓은 날이면 엄마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으려 고개는 그대로 눈채 곁눈질로 눈치만 슬슬 살폈지. 겁이 많은 동군이 오빠와 함께 한 행동이지만 항상 먼저 다가와 손짓을 하던 건 이랑이였어. 여전히 무서운 표정으로 있을 때면 저 멀리 갔다가 잠시 후 다시 와서 손짓을 하고. 내 주위를 빙빙 돌기를 몇번 하다 보면 나도 화가 누그러져서 이랑아~하고 다정스럽게 이름을 불렀지. 그럼 또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혀를 낼름거리며 손을 핥았어. 지금 생각해 보면 동군이, 이랑이가 스트레스 받고 있는 걸 단지 행동으로 표현한 것 뿐인데, 엄마가 외출한 시간이 너무너무 외롭고 힘드니 그 맘 좀 알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한 것인데 그걸 몰라주고 그만 혼을 냈구나. 이랑이가 아파서 근처에도 안 오려 하고 가까이 다가서면 깨물어 내 손에 피가 철철나니 너무 아프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주인을 몰라보고 그렇게 힘껏 깨물면 어떡하냐고 너무 한거 아니냐고 짜증을 낸 것도 미안하고, 길거리 떠돌아 다니는 강아지되려고 그러냐고 그럼 엄마한테 오지 말라고 거실에 내보내고 불을 끄고 문을 쾅 닫은 것도 너무 후회되는구나. 나의 스트레스를 우리 이랑이에게 푼 것만 같아. 이랑이 아픈 걸 알아차리기는 커녕 오히려 어둠 속에 널 가두다니... 이랑아~ 혹시 엄마가 너 힘들게 한 거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건 아니지? 엄마가 성숙하지 못해서 이랑이에게 다가가는 법을 몰라서 한 지난 일들은 부디 잊어줘. 대신 우리 이랑이 아플 때 정성껏 간호했던 거, 그거만 기억해주렴~ 이런 엄마라도 한결같이 늘 좋아해준 이랑이, 너무너무 사랑한다~
myj4528
16-11-02 16:02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요즘 먹성이 참 좋아. 자율급식 시작했는데, 이제 슬슬 적응하는 것 같기도 해. 이랑이가 남겨둔 유기농 고구마 간식도 이제 다 먹어서 종류별로 새로 주문했어. 주문하는 김에 이것저것 간식도 함께 주문했단다. 우리 이랑이 아프고 나서 입맛이 없어지니 엄마가 간식도 이것저것 알아 보고 했지. 그 전에는 사료만 먹여야 하고, 사람 먹는 건 절대로 줘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맛있는 거 많이 못 챙겨줘서 미안. 아프고 나니 입맛을 잃어 온갖 간식을 가져다 주어도 힘없이 고개를 가로 젖던 너... 거동이 불편해 지니 소화에 도움되라고 구해줬던 유기농 고구마. 그렇게 맛있게 잘 먹길래 한 가득 주문해 놨더니 그걸 거의 입에도 못 대고 떠나간 너였지. 이랑이가 남긴 고구마 간식을 동군이가 무척 맛있게 잘 먹어서 새로 주문했는데, 어쩜 이번 고구마는 그렇게 말랑말랑한지... 우리 이랑이 먹었던 고구마는 그렇게 딱딱할 수가 없었는데... 이가 거의 없는 이랑이를 위해 잘게 가위질을 하노라면 가위질이 어려울 정도로 딱딱하게 굳은 고구마였는데, 이번에 주문한 고구마는 어쩜 그리도 말랑말랑하니... 식감이 얼마나 좋은지 동군이 오빠가 씹는 소리마저 맛있게 들리는구나. 이랑아~ 엄마는 고구마 하나에도 이렇게 마음이 무너진다. 우리 이랑이~ 더 좋은 거 더 맛있는 거 못 먹여 보낸 후회가 밀려와서... 하늘나라의 온갖 진귀한 음식을 앞에 두고 있는 너겠지만, 엄마가 챙겨 주는 음식이 가끔은 그립지 않니? 엄마 보고 싶으면 언제든 달려오렴~ 어떤 모습으로 오든 엄마가 이랑이를 알아볼께~
myj4528
16-11-03 21:53  
이랑아~엄마는 오늘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동군이 오빠가 우리 이랑이 한창 아플때처럼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가서 두 앞발을 주기적으로 바르르 떠는거야. 동군이 오빠는 겁이 많아서 조금만 낯선 환경에 있거나 미용을 하고 집에 와서 부끄러울 때, 찬 바람이 불어 추위에 떨때 몸을 바르르 떠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유도 없이 그것도 주기적으로 몸을 그렇게 떠는 건 처음이었기에 너무나 무섭더라. 이랑이 증세가 많이 심해져 암이 전이되어 발작과 경련을 할때의 모습을 알기에 엄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단다. 고작 석달 전의 그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이 상황에서, 이랑이 떠나 보낸 슬픔도 아직 다 해결하지 못했는데 동군이마저 나를 떠나가면 나는 어떻게 살라는거냐고 하늘을 원망도 많이 했어. 우리 이랑이 발작할때 온 몸을 쓰다듬어 주면서 노래 불러주고, 얼굴 부비부비하며 안아 주면 일이분 내 발작이 멈추더라는 경험이 있기에 동군이에게도 똑같이 그렇게 했어. 그래서였을까? 동군이가 몸을 바르르 떠는 증세는 없어졌어... 이랑아~ 동군이오빠를 지켜달라는 엄마의 부탁, 아직은 혼자가 힘드니 동군이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하늘까지 닿은 거니? 이랑아~ 엄마에게는 이랑이도 동군이도 다 소중한 아기 강아지들이란다. 동군이 오빠, 엄마 곁에 조금 더 있게 도와줘~ 늘 부탁만 해서 미안. 그런데 이랑이 말고는 엄마가 딱히 부탁할 강아지가 없어 그래. 엄마 맘 알지? 보고싶은 이랑아~
myj4528
16-11-04 15:24  
이랑아~ 엄마는 오늘도 동군이를 통해 우리 이랑이를 추억한다. 동군이 오빠가 몸을 동그렇게 말아 극세사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얼굴만 빼꼼히 내놓고 있어. 동군이는 답답한 걸 싫어해서 이불 속에 들어가기 보다는 이불 위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언젠가부터는 이불 속에 들어가 있어. 우리 이랑이는 워낙에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걸 좋아해서 가끔은 이랑이가 없어진 줄 알고, 이랑아 이랑아를 다급하게 외치곤 했었지. 그럼 이불 속 어딘가에서 이랑이가 엄마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소리치기라도 하듯 세차게 꼬리쳐서 꼬리가 이불에 닿는 소리가 나곤 했었어. 그럼 난 그게 너무 귀여워서 계속 모른 척하고 이랑이 이름을 더 크게 불러댔어. 그럼 두 귀의 털들이 정전기 가득해서 쭈뼛 선 채로 엄마 나 여기 있다니까요하고 이불을 헤집고 나오던 너였어. 겨울이 다가오면 그런 귀여움을 더 자주 보여주던 너였지. 이제 날이 점점 차가워지니 그런 애교많던 이랑이가 더 보고 싶어지려한다. 이랑아~이랑이가 떠나가던 그 무더운 계절이 이제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겠지. 그래도 엄마는 우리 이랑이를 기억할 수 있어. 여느 해에 비해 가장 무더웠던 여름, 다들 전기요금 누진세로 에어컨 켜기를 주저하던 그 여름, 암과 힘들게 싸우며 차가운 수술대 위에 몸을 늬우고, 쓰디 쓴 항암제, 항경련제, 마약성 진통제에 의지한 채 온갖 고통을 견디다가 추석을 고작 하루 남겨 놓고 떠난 우리 이랑이를 어떻게 잊겠니. 이랑아, 고통없는 곳에서 엄마가 준 사랑을 기억하렴~ 사랑해, 이랑아~
myj4528
16-11-05 20:05  
이랑아~오늘 가스렌지 주변을 정리하다 분홍색 넥칼라를 발견했어. 넥칼라에 '이랑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이랑이 입원해 있을 때 사용했던 넥칼라인가봐... 집에는 이랑이 사용하던 넥칼라가 이제 4개나 되네. 그것도 사이즈별로 다 있어. 지난 7월 하반신마비가 와서 발에 감각이 없어진 상태에서 너 입원해 있을 때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발가락을 핥아 대던게 그만 상처로 남았지. 그걸 보고 입원실에서 더이상 핥지 못하도록 붕대로 감아놓았는데, 퇴원해서 보니 이미 살이 조금씩 괴사되고 있었더라. 그날부터 한달동안 매일 병원에 소독하러 다였고, 엄마는 이랑이가 발가락을 핥지 못하도록 넥칼라를 씌웠어. 결국 발가락을 절단하고 말았지. 그때 우리 이랑이 얼마나 놀랐을까? 감각이 없으니 아프지 않을거라고 주치의는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우리 이랑이 얼마나 놀랐겠니? 그 이후로도 엄마는 이랑이가 다른 발가락을 핥을까봐 줄곧 넥칼라를 씌웠지. 넥칼라때문에 시야를 늘 가리게 되니 우리 이랑이 얼마나 갑갑했을까...그러던 어느날 발작을 하다가 넥칼라에 앞발이 끼어서 목이 꺾이는 일이 생겼고, 엄마는 이랑이 발가락 안 잃으려 하다가 이랑이가 발작으로 더 큰 고통을 겪겠다 싶어서 그날부터 넥칼라를 사용하지 않았었지. 물론 이랑이는 발가락을 핥는 행동도 하지 않았어. 이랑아~ 그 오랜 시간 넥칼라를 쓰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었니? 점점 더 큰 넥칼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목도 얼마나 아팠을까... 이랑이 몸무게는 점점 줄어드는데, 넥칼라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니... 엄마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바보멍충이였어. 분홍색 넥칼라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이랑이 이름 세글자에 엄마는 오늘도 마음이 무너진다... 보고 싶다, 이랑아~
myj4528
16-11-06 16:56  
이랑아~동군이 오빠 액티베이트 약 먹이고 왔어. 엄마가 똑똑해지는 약이라고 동군이 오빠에게 매일 먹이는 약 있잖아. 동군이 오빠는 이제 정말 똑똑해져서 그 어떤 간식에 섞어 줘도 약만 쏙 남기고 간식만 먹어치워. 우리 이랑이는 원래부터 똑똑해서 약 먹이기 정말 힘들었었지. 약국에서 캡슐을 사다가 캡슐 안에 가루 약을 넣어 간식과 함께 입에 넣어주면 그나마 먹던 너였지만 언젠가부터는 그것도 거부했었지. 병원에서는 주사기에 넣어 먹이라고 했지만 주사기만 보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결국은 플라스틱 입마개를 사다가 가위로 옆 귀퉁이를 잘라내고 먹이려도 해봤지만 역시나 실패. 이랑이 좋아하는 닭가슴살에 섞어 줘도 처음 한 두번만 속고 나중에는 닭가슴살 자체를 거부했었지. 결국 나중에는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주사기에 약을 넣어 줬지만 이내 토하기 일쑤였어. 하루에 두번 약 먹이는 게 너무 힘들어 저녁에 한번 먹는 거로 바꿨지만 그러다보니 한번 먹을 때 약의 용량이 많아져서 엄마는 이랑이 약먹이는 게 하루 중 제일 중요한 일과였을 정도야. 이랑이가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는 약을 거부할 힘마저 없었는지 약을 곧잘 먹어 안심을 한거였는데, 입맛을 잃어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그 독하디 독한 약만 먹으니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강아지는 며칠 안 먹어도 문제없다는 주치의 말에 안심은 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우리 이랑이 위장, 간이 얼마나 상했을까 싶어. 이랑아~ 그렇게 먹기 싫어하던 약을 이랑이에게 억지로 먹이려고만 하고 우리 이랑이 속이 얼마나 쓰릴지 이랑이 입장에서 생각을 못한 엄마가 너무 한심하구나. 동군이오빠에게는 똑같은 실수 안하려 무진장 애쓰고 있어. 이랑아~엄마가 처음이어서 많이 서툴렀지. 우리 이랑이 다시 만나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는데... 참 속상하다...
myj4528
16-11-07 20:18  
이랑아~요즘은 인터넷의 많고 많은 기사들 중에 강아지 관련 기사들이 부쩍 눈에 자주 띄네. 우리 이랑이 아플 때조차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글을 멀리하던 엄마였지. 괜히 민간요법이나 카더라에 의지해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혹은 왜곡된 의료 정보에 현혹되어 주치의를 불신하게 될까봐 그랬던 거야. 그런데 이랑이가 떠나고 난 지금은 괜히 인터넷 글들에 눈이 가네. 어쩌면 인터넷 기사들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인가봐. 오늘은 강아지 목욕과 관련한 기사가 있는데, 강아지 목욕시에는 꼬리부터 적셔야 한다고 나와 있어. 엄마는 항상 이랑이 머리부터 적셨었잖아. 그럼 이랑이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머리의 물기를 털너내고...목욕을 싫어하는 이랑이니까 일단 머리부터 적셔서 제압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는데, 엄마가 완전히 틀린 거였어. 가만히 생각해 보면 머리를 적신 후 제압을 한 거였으니, 이랑인 억지로 목옥을 한 거지...만약 꼬리부터 물을 적셨더라면 이랑이는 목욕을 놀이로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야. 목욕 후 드라이로 말릴 때도 이랑이는 드라이 소리 자체를 너무 싫어 하니까 이랑이는 계속 도망 다니고 엄마는 이랑이를 쫓아 가면서 어떻게 해서든 드라이를 하려고 했었지. 나중에는 두 다리로 이랑이를 옴짝달싹 못하게 해서 털을 말리곤 했었어. 이렇게 이랑이가 드라이를 싫어한다고 억지로 덤비던 엄마였어. 이랑아~ 어쩜 엄마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니. 14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무색하구나... 이랑아~지나고 나니 하나하나 후회뿐인것 같아 속상한데, 그래도 이랑이는 엄마에게 와줘서 행복했던 거 맞지? 엄마는 그렇게 믿고 싶어. 사랑해~
myj4528
16-11-08 13:02  
이랑아~엄마가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뭔지 아니? 커피를 한잔 끓여다가 동군이오빠 데리고 베란다에 나가는거야. 창문을 열고, 방충망을 열고 동군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살며시 앉아... 그리고 이랑이에게 말을 걸지. 콩콩콩 이랑이~ 아기 강아지~ 흰둥이 강아지~ 꺄꿍이 강아지~ 엄마가 이랑이에게 들려 주던 그 노래를 볼러~ 그리고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 잘 있는지 인사하고 동군이 오빠를 지켜달라는 부탁도 해. 동군이 오빠가 이랑이 보고 싶어하니 꿈에 나타나 달라고도 매일 부탁해. 동군이에게는 이랑이가 우리를 잘 지켜 줄거라고 안심을 시키지. 물론 오늘의 날씨는 어떤지 엄마는 오늘 뭘 할 건지 얘기도 해. 동군이는 그날의 공기를 마시며 깊은 숨을 내쉬고 몰아쉬고를 몇번 하고...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단다. 가끔 놀이터에 이랑이 좋아하던 야옹이가 출몰할 때면 야옹이에게도 말을 걸어.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우리 목소리 다 듣고 있을 거라고.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우리 이랑이에게 인사하는 것 만큼은 빼먹지 않으려 해. 컴퓨터 바탕화면 속의 이랑이, 파트라슈 홈페이지 화면 속의 이랑이. 우린 이랑이를 잊지 않고 기억한단다. 이랑아~ 오늘은 바람에 나부낀 낙엽들을 보면서 우리 이랑이 있었더라면 깡총거리며 낙엽 쫓아 다녔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어. 풀냄새, 나무냄새 좋아하던 이랑아~ 하늘나라에는 식물들이 많니? 향기 맡으며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렴~ 사랑해~
myj4528
16-11-09 17:46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피부가 다시 안 좋아져서 병원 다녀왔어. 병원에서 환경을 다시 한번 살펴보라고 이불도 자주 빨라고 하시네... 그말을 듣고는 어찌나 뜨끔하든지... 이랑이 떠나던 날 파란색 이불... 파란색이 강아지 통증 완화에 도움되는 색이라 해서 이랑이에게 파란색 극세사 이불 개끗이 빨아서 깔아 줬더니 그 이불에서 이랑이 하늘나라 갔잖아. 엄마는 혹시라도 이랑이 체취가 남아있을까 하여 그 이불을 여태 빨지 못하고 뒀어...시간이 흘러 이제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을 그 이불에 코를 대고 이랑이 냄새~라고 혼잣말 하기도 했거든. 그런데 오늘 동군이 진료 받고 나서 그 이불을 세탁기에 넣었어. 이랑이의 마지막 체취를 그렇게 떠나보내고는 마음이 얼마나 허전하든지... 그래서인지 오늘은 동군이와 함께 놀이터 산책 가서도 무척 속이 상하더라. 우리 이랑이 하늘에서 다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이랑이가 서운해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더라. 이랑아~엄마가 하나하나 정리해 나간다고 해서 이랑이에 대한 마음마저 정리하는 건 결코 아니란다. 엄마가 동군이, 이랑이는 끝까지 책임진다고 했었잖아. 질투많고 샘많은 우리 이랑이 성격을 누구보다 엄마가 잘 아는데, 어떻게 이랑이를 잊겠니. 염려말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어~ 사랑한다! 이랑아!
myj4528
16-11-10 20:13  
이랑아~동군이 오빠가 사료를 안 먹으려고 해. 우리 강아지들 14년간 먹어온 사료. 이제 노령견 전용 사료로 한번 바꿔볼까해서 시도한건데 동군이오빠는 철저히 거부하고 있어. 동군이 오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피부를 긁어대는 통에 피부가 벌겋게 되다 못해 피까지 나는 상황인거야. 그래서 약 처방받아왔는데 닭순살, 닭가슴살 그 어디에 섞어 줘도 입에도 대지 않으려 한다. 우리 이랑이의 모습을 보는 듯 해서 엄마는 얼마나 불안한지... 꼿꼿하게 세우고 엄마를 향해 사정없이 흔들어 대던 꼬리는 사정없이 축 늘어뜨린 채 거실을 배회하는 모습. 엄마가 두려워하는 그 모습... 우리 이랑이 처음 아프기 시작할 때 그 모습이야. 날이 추워지면 디스크 증세가 더 심해진다고 하는데 그 때문일까? 이랑아~우리 이랑이 떠나 보낼 때도 얼마나 힘들었는데. 실은 몇 차례 주치의 선생님의 고지가 있어 마음의 준비가 다 되어 있을 듯 했지만 막상 이랑이의 죽음이라는 현실에 마주하니 정말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어. 그런데 이랑이 떠나간지 아직 두달도 안되었는데, 동군이 오빠는 정말 이렇게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이랑아~엄마가 늘 부탁하지. 동군이 오빠를 지켜달라고... 동군이 오빠를 지키는 건 엄마를 지키는 거야. 우리 이랑이~엄마 부탁 들어줄거지? 이랑이 보낸 마음, 아직 정리도 안 되었단 말야. 이랑아~ 동군이 오빠와 엄마를 도와줘~
myj4528
16-11-11 23:33  
이랑아~오늘은 엄마가 이랑이를 조금 늦게 찾아왔네. 그 말은 동군이 오빠가 집에 쓸쓸히 혼자 있었던 시간도 그만큼 길었다는 뜻이야. 아파서 꼼짝도 못하고, 걸을 수도 뛸 수도 없는 이랑이였고, 언제 발작을 해서 놀래킬지 모르는 이랑이였지만 그런 이랑이라도 동군이오빠 곁에 있을 때가 동군이오빠도 좋았다 느껴질거야. 가끔 이랑이가 발작을 하여 목이 꺾여 돌아가고 온 몸을 부르르 떨고 뻣뻣하게 굳어지노라면 엄마는 그런 이랑이에게 노래를 들려 주며 괜찮다고 괜찮아질거라고 부드럽게 마사지했었지. 그런 엄마를 보면 동군이도 덩달아 불안해하며 꼬리를 싹 내리고 어쩔줄 몰라 했었잖아. 그런데 이제 이랑이가 없으니 동군이 오빠는 하루 온종일 기나긴 시간을 엄마 올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어. 예전처럼 장난을 치는 일도 없고 그냥 우두커니 거실을 배회하는 게 전부란다. 쓰레기통 뒤지는 일도 없고 의자 옆에 다리 들고 쉬를 하는 법도 없어. 그런 동군이를 알기에 집에 빨리 와야지 하지만 일 핑계로 오늘은 그러지 못해 못내 미안해. 이랑이에게 글을 남기는 시간도 이렇게 늦어져 버렸어. 이러다 어느날 이랑이에게 글 남기는 걸 잊어버리는 날이 올까도 싶지만 엄마는 그런 날이 더디 오기를 바랄 뿐이야. 엄마는 이랑이를 조금 더 오래도록 추억하고 싶거든. 엄마는 이랑이를 너무너무너무 사랑하니까...
myj4528
16-11-12 19:42  
이랑아~오늘은 우리 이랑이 아기때 사진 들춰보며 마음을 달래었어. 동군이 혼자 외로울까봐 동군이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강아지 분양자를 찾다가 인터넷에서 분양하겠다는 분을 찾고, 그리고 이랑이는 엄마와 인연을 맺었어. 분양하겠다고 하는 분 계신 곳이 경기도 이천이라고 하더구나. 엄마가 이천 가는 길도 모르고해서 이랑이를 어떻게 만나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그분이 서울 올 일이 있다고 그날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나자고 하셨어. 엄마는 시간 맞춰 터미널에 갔고 이천에서 출발한 고속버스 도착지점 의자에 가서 미리 앉아 기다렸지. 한참을 기다리니 갈색 쇼핑백을 든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강아지 분양받으러 왔내고 말을 건네시더라. 엄마는 당연히 케이지나 이동 가방에 이랑이를 넣어 오실줄 알았는데 당시에 참 놀랐어. 혹시 숨막혀하지 않았나 요리조리 살피며 이내 2호선을 타고 이대 후문에 있는 집으로 왔지. 당시에도 엄마는 이랑이가 인터넷에 올라온 글처럼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전문 사육장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이랑이 진짜 엄마 강아지는 누군지 어떤 강아지인지 궁금하다고 이랑이 앉혀 놓고 얘길 했는지도 모를 일이야. 할어버지는 요즘도 그러셔. 우리 이랑이 좋은 엄마 만나서 서울에서도 살아 보고 부산에서도 살아봤다고... 이랑이도 그렇게 추억하니? 엄마에게 와서 행복했다고... 엄마는 지금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엄마가 좋은 강아지 만나서 무척 행복했다고... 그 행복의 시간이 생각만큼 길지는 않았어도 늘 행복했었다고. 이랑아~ 참 많이 보고 싶구나. 사랑많은 우리 아기 강아지...
myj4528
16-11-13 21:48  
이랑아~오늘은 엄마 생일이야. 우리 이랑이 생일도 생각난다... 엄마 서울에서 공부할 때 우리 이랑이 생일이라고 집에서 떡케잌 만들어서 학교에 돌리고 그랬었지. 사람들이 유별나다 생각할지는 몰라도 사람도 돌잔치하고 사람들에게 베풀고 그렇게 해야 오래오래 산다고 하길래 우리 이랑이 무병장수하라고 케잌도 만들고 빵도 사서 동료들에게 돌렸었지. 사람들이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몰라도 다들 축하한다고 그랬어. 그랬던 우리 이랑이가 이제 엄마 곁에 없네. 강아지들에게 1살은 사람 나이로 7살이 된다고 하던데... 사람 수명은 이렇게 길어지고 있는데 왜 강아지 수명은 그만큼 안 길어지냐고 주치의 선생님께 묻고 또 묻고 했었지. 깡총거리던 이랑이는 한창 투병을 할 때도 또래 강아지들보다 어려 보여서 나이를 얘기하기 전에는 5-6살 강아지인줄로만 알았어. 어쩌다 하반신을 못 쓰게 되었냐고 딱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이랑이 14살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깜작 놀라곤 했었지... 이랑아~동군이 오빠가 오늘은 컨디션이 무척 좋아. 지난 주만 하더라도 사료도 안 먹으려 하고 눈빛은 불안해서 동공은 흔들리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사료 그릇도 다 비우고, 낮잠도 잘자고... 엄마에게 가장 큰 생일선물아야. 그래도 방심하지 않을래. 우리 이랑이도 하늘나라 가기 일주일 전에 잠깐 컨디션 좋았잖아. 파트라슈에 올라와 있는 이 사진이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딱 일주일 전 사진이니까... 이랑이 몸은 엄마 곁에 없지만 마음은 엄마 옆에 있지? 그리고 엄마 생일 축하한다고 꼬리 흔들며 말하고 있지? 엄마바라기 이랑아~ 사랑해~
myj4528
16-11-14 21:54  
이랑아~오늘은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 간지 꼭 두달이 되는 날이야.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일주일동안은 눈물로만 보냈고,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늘 시시때때로 이랑이 생각에 힘들었었고, 이랑이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하염없이 주루룩 주루룩 나더라. 하루 종일 이랑이에게 잘 해 주지 못한 죄책감에 너무나 고통스러웠어.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무렵에는 동군이의 행동 속에서 이랑이가 보여서 또 힘들었지. 지금도 이랑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들로 인해 속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이랑이와의 즐거웠던 추억, 행복했던 시간추억들을 생각하곤 해. 계절이 바뀌고 찬 바람이 불면서 이랑이 걱정도 하고 남은 동군이 케어도 하면서 지금의 이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 동군이가 없었다면 엄마는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도 몰라. 적어도 동군이만은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말야. 이곳 파트라슈 사이트가 엄마에겐 무척 힘이 되어줘. 하루 일과를 정리하면서 우리 이랑이에게 이런 저런 얘기 쏟아낼 수 있으니, 이랑이가 가깝게 있다고 생각되거든. 이랑아~ 언제나 엄마 옆에서 엄마 마음 속에서 행복하렴~ 사랑해 우리 콩콩콩 이랑이~
myj4528
16-11-15 23:17  
이랑아~오늘 아침 엄마의 출근길은 무척이나 슬펐어.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가던 날 오전 9시 40분 예약진료 가서 담당 주치의로부터 이랑이가 이미 코마 상태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지. 가끔 발작할 때마다 몸이 뻣뻣해지곤 했기에 엄마는 곧 돌아오리라 기대하였지만 이미 이랑이는 약간의 동공 반응만 남아 있을 뿐이라 하셨어. 나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얘기에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고. 주치의 선생님은 파트라슈 운구 상자를 내게 건넸어. 오늘 넘기기 어려울거에요라는 외마디와 함께...난 멍한 상태로 이랑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어. 집으로 오는 길 정우마트 길가에는 추석 명절을 보내려고 장을 보러 나온 많은 차들이 주정차한 상태였지.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길가에 주차된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치고 지나간 것조차 몰랐어. 집을 다와 갈 무렵 경적 소리를 내며 따라 붙는 지프 차를 발견했고, 차주는 사고를 일으키고 뺑소니치냐고 호통을 치더라. 정말 몰랐다며 긁힌 곳이 있다면 차량은 변상하겠다고 했어. 그런데 지프 차는 불법 개조를 해서 네개의 바퀴가 일반 차량의 바퀴 4-5배 가량 큰데다 사파리 투어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거대한 차체였어. 차주는 긁힌 자국은 없다면서 사이드미러만 접혀 있다며 다음부터 조심하라고 했지. 나는 그러마하고 거듭 감사하다며 집으로 향했어. 와서 보니 엄마 차의 사이드 미러에는 긁힘 자국이 있더구나. 상대 차량은 이것저것 개조를 해서 아무런  자국이 없었던 거였지...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 길에 그 차를 딱 마주쳤어. 빨간 색에다 워낙 개조를 많이 해서 한 눈에 들어오더라. 한국에서 보기 드문 차였으니까. 그러면서 이랑이 하늘나라 가던 그날 그 아침이 생각나서 너무 슬펐어. 병원에서 이랑이 코마 상태라고 오후를 넘기기 어려울거라는 그 얘기에 그럴리가 없다고 하던 내 모습이 생각나더라. 이랑이 장례식장 가느라고 장시간 집을 비웠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기다리던 동군이하며... 하루 종일 마음이 안 좋더라. 이랑아~ 괜찮아졌다고 생각할 즈음에는 늘 이렇게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일들이 생기는구나. 오늘따라 우리 이랑이가 더 보고 싶다... 언제나 아기 강아지 모습으로 내 곁에 있을 것 같았던 우리 이랑이. 보고 싶다...
myj4528
16-11-16 21:45  
이랑아~ 오늘은 완연한 가을 날씨였어. 아침에 학교 갔다가 집에 와서 동군이와 베란다에 나갔더니 동군이가 크게 숨을 들이 쉬네. 우리 이랑이는 킁킁하고 공기를 들이마셨었는데, 동군이 오빠는 깊은 숨을 들이 마셔.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놀이터 근처 바닥에는 노란 단풍 낙엽들이 떨어져 나뒹굴더라. 동군이를 데리고 놀이터 산책 다녀왔어. 바람이 불어 낙엽이 날리니 그걸 쫓아 가는 동군이. 오늘도 동군이가 엄마를 산책시켰어. 우리 이랑이 달리기 실력은 모두가 알아 줬었잖아. 싱크대에서 잠깐 뭘 떨어뜨려서 주우려고 허리를 숙이면 언제 달려왔는지 이랑이가 그걸 잽싸게 입으로 가져가져는 이빨에 힘을 줘서 여간해서는 내 놓지 않았었지...또 산책 시간 늘 이랑이에 이끌려 힘겹게 뛰어가는 나를 보면 사람들이 개가 사람을 산책시킨다며 깔깔대었는데, 그래도 엄마는 좋았어. 우리 집 서열 1위는 이랑이라고 사람보다 서열 낮은 강아지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었지. 산책하면서 떨어진 낙엽들을 한 곳에 모아 뒀더니 동군이가 그걸 바스락거리며 밟고는 기분좋아 하네. 우리 이랑이도 같이 있었더라면 둘이서 신나게 낙엽 밟으며 뛰놀았을텐데... 이랑아, 이랑이 있는 하늘 나라는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 늘 궁금해. 그곳에도 낙엽이 있니? 낙엽이 있으면 동군이처럼 바스락소리내면서 마음껏 밟으려무나. 엄마가 동군이와 산책하는 모습 보면 이랑이도 하늘나라에서 산책을 즐기렴~ 엄마, 동군, 이랑 우린 늘 세명이니까... 사랑해~ 이랑아~
myj4528
16-11-17 21:53  
이랑아~ 오늘 저녁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TV프로그램에 말야. 다리에 암이 생겨서 커다란 혹이 생긴 어느 청년의 사연이 방송되었어. 혹이 얼마나 크던지... 걸음도 제대로 못 걸을 뿐더러 점점 커져가는 혹에 늘 통증에 시달리고... 그리고 가끔 마비가 오고, 고통 속에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루더라. 그 사연을 보는 순간 우리 이랑이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까 생각이 나는거야... 암 덩어리가 커지다보면 다른 부위에 전이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암덩어리가 정상적인 구조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 우리 이랑이 암덩어리가 커져서 위를 압박하고 신장을 압박하고 있다던 주치의 선생님 얘기가 다시 귓전에 맴도는구나. 암덩이가 위를 짓누르고 있으니 배가 고파도 먹는 것을 거부하던 너. 진통제에 속이 쓰라렸을텐데 아무 소리도 못하고 혼자 감내했을 너. 한번 물 마실 때 100번 이상을 핥아 대어 한 시간에도 열번 이상 소변을 보던 이랑이. 물을 그렇게 많이 마셔도 신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니 어느 순간 소변도 제대로 못 보았지. 먹는 게 없으니 대변도 안 보고 하루를 넘기기 일쑤였고, 어느 날은 꼬리를 있는대로 몸쪽으로 젖혀서 엉덩이를 쥐어짜서 대변을 유도했던 나였어. 이랑아, 그 힘든 고통을 속으로 삭히며 낑낑대지조차 않았던 너였어. 얼마나 아팠을까 우리 이랑이.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이제 더이상 아픔 없는 곳으로 갔을 거라고 위안을 삼았지만 오늘 Tv 속 사연을 보니 우리 이랑이 그간의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이해하게 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우리 이랑이의 그 힘든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해서...
myj4528
16-11-18 20:30  
이랑아~갑작스레 내린 비에 옷이 다 젖은 하루야. 우리 이랑이는 하늘나라에서 비 안 맞고 있니? 이랑이는 비가 뭔지 모를 것 같아서 비 오는 날이면 내가 베란다 창문을 열어 이랑이 손을 창밖으로 살짝 내밀어 줬었지. 내리는 빗방울에 깜짝 놀란 이랑이가 잽싸게 손을 빼면 엄마가 그랬잖아. 이건 하늘에서 내리는 물이라고... 하늘애서 물이 뚝뚝뚝 떨어지는 거라고 일렀는데 우리 이랑이 기억나니? 비오는 날이면 비가 무너지 꼭 알려줬었는데... 오늘 학교 갔다 와서 현관문을 여니까 반가움에 동군이 오빠가 한바퀴 재롱을 보여주네. 한바퀴는 우리 이랑이 전매특허였는데... 씽크대에서 서서 간식을 준비하노라면 이랑이는 어느새 달려와서 제자리에서 한바퀴를 돌곤했었지. 한바퀴~ 이러면 이랑이는 또 한바퀴를 하고 그러기를 수회하다 보면 이랑이가 너무 귀여워 나는 간식 주는 것도 잊고 이랑이를 꼬~옥 끌어안았잖아. 동군이오빠는 아무리 한바퀴를 부르짖어도 끄떡도 안했는데 말야. 그런데 오늘, 학교 다녀오니 동군이오빠가 한바퀴를 하는구나... 신기해서 또 한바퀴했더니 이랑이가 예전에 보여주던 그 한바퀴를 보여주네... 이랑아~ 신기하지 않니? 그러넫 말야. 엄마는 동군이오빠의 한바퀴도 귀엽지만 우리 이랑이의 한바퀴가 마냥 그립구나... 꿈에도 안 나오고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서  바쁜거니?
myj4528
16-11-19 17:30  
이랑아~ 동군이오빠가 엄마 외에는 교류할 사람이 전혀 없다 보니가 너무 외로워해. 그래서 오늘은 할머니 댁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 지유 이모, 그리고 초코 강아지와 시간을 함께 보내려 해. 낮에 잠깐 베란다를 내려다 보니 하얀 아기 말티즈 둘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분이 계시더라고... 그걸 본 동군이는 베란다 샤시 밖으로까지 머리를 쑤욱 내밀어 강아지들을 보려고 하더라.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도 모른 채 말야... 늘 이랑이와 시간을 보내던 동군이였기에 일편단심 이랑이만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이제 이랑이가 없는 지금 얼마나 외롭겠니. 그래서 오늘은 초코 강아지와 신나게 놀라고 할머니 댁에 가려고 마음을 먹은 거야... 이랑이도 초코 강아지 잘 알지? 이랑이 하늘 나라 가기 전 부산에 큰 지진이 와서 세상이 떠들썩하던 그 날 밤, 이랑이 퇴원하고 할머니 댁에 가서 인사했잖아. 초코 강아지와 서로 오랜 시간 눈을 마주하며 뭔가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던 그 모습. 혹시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동군이 오빠가 외로울지 모르니 초코야 동군이 오빠를 잘 부탁한다는 그런 메시지였을지도 모를 일이야... 이랑아~ 이랑이 없는 시간, 우리만 너무 재미나게 지낸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하루도 빠짐없이 이 곳에 들러 우리 이랑이에게 안부를 전하는 건 그만큼 이랑이가 없는 이 시간들이 너무 허전하기 때문이거든... 우리 이랑이~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
myj4528
16-11-20 22:10  
이랑아~엄마는 동군이 오빠와 할머니댁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어~ 하루밤 자고 왔더니 동군이 오빠는 피곤했는지 집에 오자마자 몇시간째 떡실신중이네. 동군이 오빠 데리고 가끔 할머니댁에 갈까봐. 동군인 밤새 긴장모드였는지 집에 오자마자 너무 잘 자네. 이렇게 숙면을 취하는 거 참 오랜만에 봐~ 동군이 오빠는 할머니댁 이곳 저곳에 어김없이 영역 표시를 해서 할머니한테 핀잔 많이 들었어. 나중에는 모두들 체념하고 그냥 마음대로 싸고 싶은대로 어디 한번 싸보라고 했더니 동구닝오빠는 그말만 믿고 여기저기 다리를 드는구나. 초코 강아지는 살이 많이 쪄서 목살이 세겹 네겹으로 겹쳐져 있더라... 동군이 오빠는 늘 외롭게 거실을 지키는 것 외에는 할 게 없어서 불안한 눈빛으로 하루종일 무료하게 엄마만 기다리던 강아지였는데, 할머니댁에는 사람도 많고 시끌벅적하니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이곳 저곳을 누비는거야. 어쩜 그리 애교도 많은지... 늘 우리 집 애교 담당은 이랑이였는데 이랑이가 없다 보니 동군이오빠가 이랑이 몫까지 해 내는 거 있지. 다들 동군이 건강해진 것 같다고 칭찬일색이었어... 할아버지바라기였던 우리 이랑이, 이제 이랑이 없는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더라... 엄마 마음 모르는 할아버지는 이제 이랑이 생각 안나지라고 말씀하시는데... 아니라고... 매일매일 생각난다고 동군이를 보면 이랑이가 생각나고 길 가다 만나는 작은 말티즈 강아지만 봐도 이랑이 생각 난다고 그랬어. 이랑아, 이제 주말이 다 갔어. 새로 시작되는 한주도 하늘나라에서 엄마와 동군이오빠 잘 지켜줘~ 사랑한다~~
myj4528
16-11-21 23:22  
이랑아~오늘 낮에 동군이 오빠 산책할 때 이랑이 목줄 썼어. 동군이는 노란색, 이랑이는 빨간색 목줄이잖아. 동군이 오빠는 재활치료때 사용하는 목줄도 있고 해서 몇 개 되는데, 우리 이랑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빨란색 목줄만을 고수했잖어. 다른 거 하려고 하면 싫다고 꼭 빨간 거를 고집했었어... 그런데 그 빨간 목줄에 아직 이랑이 냄새가 남아 있는지 동군이가 목줄을 안하려고 하는거 있지. 자기 꺼 아닌 걸 동군이도 아는 걸까? 그래도 동군이에게 이랑이 목줄을 하면 우리 세명 산책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 결국 동군이에게 빨간 목줄을 매었어. 오늘따라 유난히 이랑이 좋아하는 노란 은행잎이 많이 나부끼더라. 동군이 오빠도 더 신나게 아파트 한 바퀴를 돌았지. 마약방석은 똑같은 거 두 개를 사서 두었는데도 동군, 이랑은 하나의 방석이 들어가 있었잖아. 그래서 하나를 거실에 둘 때는 나머지 하나를 세탁기 돌리곤 했는데... 동군이 오빠는 그 마약방석에도 다시 들어가기 시작했어. 한동안은 거길 안 들어가려고 하더라고... 동군이 오빠는 이렇게 예전 모습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나 봐. 우리 이랑이도 예전 모습 엄마에게 보여 주면 안되겠니? 꿈에 나올 법도 하건만 얼굴 보여 주지 않는 이랑이... 엄마가 나중에 시간이 많이 많이 흘러 할머니가 되어 이랑이 얼굴을 떠올리지 못하는 그 날이 오면 꿈에 나오려고 아끼고 있는거니? 이랑아~ 날이 춥다. 90도 각도로 쭈~욱 뻗은 그 꼬리를 있는대로 한껏 말아서 또아리를 틀던 우리 이랑이가 생각나는 밤이야...
myj4528
16-11-22 22:08  
이랑아~ 오늘은 우리 아파트 관리비 나오는 날이야. 매달 관리비는 늘 고만고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우리 이랑이가 많이 많이 아파서 물도 많이 마시고 오줌도 많이 싸서 하루에 이불을 네 다섯 차례 세탁기 돌릴 때, 15톤 가량 수도 요금이 나오던 그때 비해 이제 수요 요금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거야. 지금 이 아파트에 살면서 늘 7톤의 수도 요금의 나오다 이랑이 아프면서 두 배 이상의 수도 요금이 나왔었잖아. 이제 이랑이가 없고 남은 동군이도 영역표시 할 일이 없으니 이불을 예전만큼 하루에도 여러 차례 세탁하지 않아도 되니 수도 요금이 예전 수준으로 나오네. 엄마는 말야. 우리 이랑이가 많이 많이 아파서 세탁기도 많이 돌리고 에어컨도 많이 가동하던 그 때가 많이 그리워. 일상에서 벗어나 있던 그때가 말야. 동군이와 내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우리 이랑이가 떠난 세월의 수도 많음을 의미하는 거니까 말야. 이랑아, 길에서 사뿐 사뿐 산책하는 하얀 강아지들을 보면 어김없이 이랑이 생각이 나. 우리 이랑이가 훨씬 더 귀엽고 이쁜데 하는 마음에 괜시리 시샘도 나고 질투도 나고 그래. 하지만 지금 엄마 곁에 이랑이가 없으니 엄마는 마냥 초라해 지고 만다. 이랑아, 보고 싶다...
myj4528
16-11-23 22:54  
이랑아~오늘 엄마가 회의 다녀오느라 지하철을 탔는데 말야. 어떤 아주머니께서 이쁜 강아지를 데리고 탔더라. 그리고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는데, 세상에 이쁜 강아지가 그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거야.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나는 고개를 이리 저리 갸우뚱하면서 강아지랑 눈인사를 했지. 우리 이랑이도 전에 서울 살 때 지하철 탄 적 있지? 강아지를 데리고 탈 수 있는 노선도 있고 아닌 노선도 있었는데, 엄마는 그걸 몰라서 지하철 환승하다가 낭패를 겪은 적도 있었지. 우리 이랑이는 늘 가방에 넣어 이동하였는데, 오늘 만난 그 강아지는 가방 밖에 나와 있으니 얼마나 부럽던지... 이랑이는 기차를 탈 때도 비행기를 탈 때도 좁디 좁은 가방 속에서 몇 시간을 버티곤 했었는데 얼마나 답답했을까? 온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오랜 시간 동일한 자세를 유지하려면 무척 뻐근할 것도 같은데, 이제서야 그 당시 이랑이가 힘들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에는 그냥 우리 착한 이랑이 짖지도 않고 가만히 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말야. 이랑아, 엄마와 있는 시간 우리 이랑이가 착하지 않은 적은 없었어. 다만 그때그때 엄마의 기분 상태가 달라 때로는 예민하게 굴기도 하고 그때문에 혼내키기도 했었어. 부족한 엄마라서 미안해. 이런 엄마도 늘 한결같이 반겨줘서 고마워...
myj4528
16-11-24 21:10  
이랑아~오늘은 정말 추운 날씨였어. 아침에 나갈 때만 해도 그렇게 춥지 않았는데, 오전에 병원 갔다 오는 길에는 정말 춥더라. 집으로 오는 길에 갑자기 바지 뒷단을 누가 잡아 당기는 느낌이 들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더니 흰둥이 한 마리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내 바지를 잡아당기고 있는거야. 어디서 나타난건지는 알 수 없는데, 두 다리를 들어 나에게 매달리기도 하고 너무나 반기더라고... 그런데 이 강아지가 한참을 바지에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킁킁 맡더니 엄마를 졸졸 따라 오는거야. 급기야 아파트 입구까지 다다랐는데도 졸졸 따라오더니 어느 순간 아파트 바닥의 냄새를 쫓아서 엄마보다 앞장서서 가더라.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피기라도 하듯 가끔 뒤도 돌아보면서. 그러다 아파트 현관까지 오니 너무 걱정이 되더라. 길을 잃은 강아지가 이름표도 없이 이 추운 날씨에 어쩌나 싶어서 왔던 길을 그 흰둥이와 같이 다시 돌아갔어. 그러다 보면 집을 찾거나 주인을 만날 것 같았거든. 그런데 이 흰둥이는 나만 졸졸따르고... 세탁소에 물어보니 처음 보는 강아지라 그러고. 엄마는 흰둥이더러 추우니 니네 엄마 찾아 가라며 손짓을 했어. 그런데 흰둥이는 차도를 이리저리 위태롭게 다니다 몇번이나 사고로 이어질 뻔 하는 거야. 걱정도 되고 해서 일단 집에 데려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맛난 걸 좀 먹인 뒤, 사진을 찍어 사연을 써서 길잃은 강아지를 보호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려 했지. 흰둥이는 다시 나를 따라 아파트 현관까지 다 다랐어. 그런데 흰둥이가 엘리베이터를 안 타려고 하는거야. 몸을 끌어도 엘리베이터는 낯선지 타지 않으려 하더라. 그래서 집에 가서 동군이오빠를 데려 오면 조금 더 친근하게 여길까 하여 아파트 현관 안전한 곳에 있는 걸 확인하고 급히 집으로 올라와 동군이 오빠에 목줄을 채워 1층으로 갔어. 그런데 흰둥이는 어딜 갔는지 사라지고 없더라. 이곳 저곳을 한참을 찾아 헤매었는데 흰둥이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어. 나쁜 일이 일어난건 아니길, 집을 찾아 갔길 바랄 뿐이야...그러면서 예전에 우리 이랑이가 열린 문 틈으로 탈출을 시도하여 놀랐던 일, 이사하고 정신없는 사이 갑자기 동군이 오빠가 사라져 깜짝 놀란 일들이 스쳐 지나가더라. 우리 강아지들은 엄마 잃어버리지 않고 함께해서 다행이야. 동군이 오빠도 엄마는 잃어버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할 거라고 생각해. 그나저나 흰둥이가 자꾸 눈에 아른거려... 이랑아~ 흰둥이는 엄마 찾아 집 찾아 안전하게 이 밤을 보내고 있겠지? 우리 이랑이도 하늘 나라에서 안전하게 잘 있는거지? 날이 차고 밤이 빨리 찾아들수록 이랑이를 향한 엄마의 마음은 더 커져만 가네... 사랑한다~ 이랑아~
myj4528
16-11-25 19:41  
이랑아~오늘은 어제보타 더 추웠던 것 같아. 아침에 외부 강의가 있어 나가는데 버스 정류장 앞 동물병원에 강아지를 찾는다는 전단지가 붙어 있는거야. 그런데 그게 말야... 어제 엄마를 졸졸 따라왔던 그 흰둥이 강아지랑 너무 많이 닮아 있는거야. 한참을 보고 또 보고 했는데 그 강아지 같았어. 7월에 잃어버렸다고 하니 그 강아지가 아닌가 싶다가도 계속 마음에 걸려... 오늘은 날이 추워서 동군이 오빠 산책을 못 시켜줬어. 예전에는 엄마가 겨울에는 춥다고 아예 산책을 안 했잖아. 우리 이랑이는 서너달 이상을 밖에 못 나간 적도 있었지. 그나마 털 자르러 가는날이 외출하는 날이었을텐데 그마저도 애견샵 아저씨가 오토바이로 데리러 왔다가 데려다 주시는 바람에 바깥 나들이라 할 것도 없었지. 그런데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고 엄마가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이랑이 세상 구경 많이 못 시켜 준거였어. 그건 정말 가슴을 후벼파듯 후회되는 일이란다. 그래서 왠만하면 동군이 오빠는 아파트 한바퀴 자주 해주려 하는데, 동군이 오빠가 디스크로 걸음걸이가 이상해져서 걷고 나서 집에 오면 발바닥 패드가 빨갛게 되어 점점 벗겨지는거야... 예전엔 야옹이처럼 사뿐사뿐 발바닥 패드로 걸어 문제가 없었는데 요즘은 발바닥 전체에 무게 중심을 이동하여 발을 끌면서 걷다 보니 발톱도 빨리 닳고 있어....그래서 산책이 걱정될 정도야. 그치만 이제 겨울이 다가오면 그마저도 못 할 것 같으니 햇살이 조금이라도 비칠 때 미리미리 산책해야겠지? 콩콩콩 이랑이 떠나보내고 힘든 시기를 다시 또 반복하지 않으려면 말야. 이랑아~ 하늘나라 생활은 어떤지 알고 싶구나. 가보지 못한 곳이니 어떨지 짐작조차 되지 않지만 우리 이랑이에게 기다림의 지루함과 아픔은 없기를 바래. 사랑한다~ 이랑아~
myj4528
16-11-26 19:46  
이랑아~오늘도 여지없이 날씨가 춥더라~ 우리 이랑이는 한창 더울 때, 정말 몇십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 속에서 투병하느라 힘들었지~ 날이 덥고 습하면 세균 번식력도 좋아지고 염증도 더디 낫는다고 하나 우리 이랑이 암덩이도 그때문에 급속하게 자란 게 아닌가 싶어. 어쩜 지난 여름만 잘 넘겼더라면 이번 겨울까지 함께 할 수 있지도 않았을까하는 후회도 해 본단다. 이제 추운 겨울이 오니, 엄마 품 속으로 한없이 파고 들던 이랑이가 더 많이 보고 싶어. 이랑이 까만 발바닥이 차가워서 손으로 꼭 감싸쥐던 때도 생각나고, 택배 왔다고 인터폰이 울리면 후드티 옷 속에 이랑이를 집어 넣어 캥거루처럼 얼굴만 내밀게 해서 데리고 갔던 일도 생각나. 잘 때도 꼭 이불 속에 들어와 팔베게를 하고 자던 너. 아침에 학교 가려고 내가 먼저 일어나도 이랑이는 조금 더 자고 싶은지 이불 속으로 더 파고 들었었지. 세수하고 와서 이랑이 어딨니라고 모른 척 하고 찾는 시늉을 하면 엄마 나 여기있어요라고 이불 속에서 꼬릴 세차게 흔들었지. 나는 모른 척하고 거실로 배란다로 이랑이를 찾으러 다니는 시늉을 하면 그제서야 귀찮은 듯 일어나던 너였어. 이랑이의 재롱은 정말 끝없이 생각나는구나...동군이 오빠와 달리 이랑이는 몸집이 작으니 겨울엔 늘 뱃 속에 넣고 지냈었는데. 이제 긴긴 겨울을 이랑이없이 춥게 보내야 한다니... 이랑아~쬐끄맣고 귀여운 모습. 인터넷에 떠도는 그 어떤 사진 속의 강아지들보다 엄마에겐 이랑이가 최고의 강아지였어. 14년이란 시간동안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어 고맙고 또 고마워~ 이랑이 덕에 14년동안은 적어도 겨울이 춥지 않았어...
myj4528
16-11-27 18:02  
이랑아~엄마는 오늘도 이랑이의 흔적을 하나 지웠어...집에 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엄마로 인해 이랑이도 엄마와 함께 시디즈 의자에 앉아 있곤 했지. 이랑이가 아프기 시작할 무렵, 바닥에 떨어진 A4용지를 주우려고 잠깐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이랑이는 엄마가 멀리 가려는 줄 알고 의자에서 점프해서 뛰어 내렸어. 가뜩이나 디스크까지 있는 이랑이에겐 엄청난 충격이었을거야. 당시에는 이랑이가 낑낑대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마 많이 아팠을거야 그치? 그날 이후 엄마는 앉은뱅이 책상을 사서 컴퓨터 위치도 바꾸고 모든 생활을 바닥에 앉아서 했어. 이랑이도 덩달아 바닥 생활을 시작했지... 이랑이가 떠나가서도 그냥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제 슬슬 허리가 아픈거야... 벌써 6개월을 이러고 살았으니 허리가 아플만도 했겠다 싶었어. 그래서 엄마는 다시 예전처럼 컴퓨터를 책상 위로 올리고 앉은뱅이 책상은 조금 옆으로 비껴 두었어. 동군이 오빠가 의자 위로 올라오려고 할까봐 의자는 일부러 화장대 의자로 가져다 두었어. 그럼 동군이오빠도 의자위에 못 올라오니까... 대신 엄마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마약 방석을 두었더니 가끔 엄마와 눈 마주치며 안정감을 얻고 있어. 이랑아~ 이렇게 엄마는 지난 6개월 이랑이의 투병생활을 정리하고 있어. 엄마 그래도 되지? 예전같으면 이맘때 여행을 준비하곤 했었는데, 지난 여름 아픈 이랑이를 입원시켜 두고 긴긴 가족여행 다녀온 게 너무 죄스러워 동군이 오빠와 함께 하는 동안은 장거리 여행은 하지 않기로 했어. 우리 이랑이가 갑자기 못 걷게 되었는데 엄마는 여행이라니 얼마나 원망스러웠니. 다른 강아지들은 매일매일 엄마가 면화 와주는데 열흘동안 얼마나 쓸쓸했니. 오래 전 예약해 둔 거라 어쩔 수 없었단 엄마의 변명... 이랑이에겐 큰 상처로 남았겠지... 이랑아, 그런 엄마도 단 한순간도 미워하지 않았을 우리 이랑아~ 오늘도 많이 많이 사랑해~
myj4528
16-11-28 23:16  
이랑아~ 오늘 하루 엄마는 가슴을 여러 번 쓸어내렸단다... 새벽에 잠을 자는 데 동군이오빠가 토하려고 하는 소리가 나는거야. 동군이오빠도 이랑이처럼 아픈 모습 엄마에게 보여 주지 않으려 하잖아. 토할 때도 굳이 거실로 나가서 구석 한켠에다가 토하고... 새벽 4시쯤인가 동군이 오빠가 웩웩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서 찾으러 나가보니 거실 베란다 문 앞 이랑이 분홍색 방석 옆에서 토하려고 목을 빼고 있는거야. 노란 거품을 물며 토하고나서도 배에서는 주기적으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어. 동군이오빠는 가끔 노란 거품을 물며 토하긴 했지만 최근 몇달동안 그런 적이 없어 깜짝 놀랐지. 우리 이랑이 하늘 나라 가기 전날, 배에서 그같은 꼬르륵 소리가 났었기에 얼마나 불안했는지 몰라. 아침이 되어 닭고기 순살에 똑똑해 지는 약 액티베이트를 줘도 고개를 저으며 안 먹으려 하고, 치즈 고구마를 잘게 썰어 줘도 입에도 대지 않더라. 마치 이랑이 아플 때 아무리 맛난 간식을 줘도 고개를 이리저리 가로젓던 그 모습이었어. 걱정이 되어 황급히 꿀물을 타서 주사기로 입에 억지로 넣었지. 우리 이랑이도 주사기로 약이나 꿀물 주는 거 싫어했잖아. 때로는 고개를 가로 젓다가 목에 마비가 와서 목이 꺾야 고통스러워한 한 작도 있었지... 동군이 오빠도 역시나 싫어하더라. 그래도 탈수 현상이 올까 해서 60cc 정도를 억지로 먹이고 나서 북어를 물에 불렸어. 지난 여름 이랑이 입맛 잃었을 때 북어를 주면 좋다는 얘기에 두 봉지를 샀었는데 이랑이는 거의 입에도 대지 않았잖아. 그걸 오늘 동군이오빠에게 줬더니 곧잘 먹더라. 그리고 나서는 기력을 회복해서 물도 찹~찹~찹~ 소리내어 마시고, 고구마도 먹어. 배에서도 더이상 꼬르륵 소리가 안나네. 우리 이랑이 간호하느라 엄마는 이제 각종 응급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되었어. 우리 이랑이보다 먼저 키운 강아지가 있었더라면 이랑이에게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동군이오빠는 쌔근거리며 마약방석 안에 쏙 들어가 자. 새벽에 토하느라 일찍 깨서 잠이 부족했는지 오늘은 서둘러서 잠을 청하네. 우리 이랑이는 하늘 나라에서 몇시쯤 잠드니? 비슷한 시간에 잠들면 꿈에서라도 만날까? 책상에 커다란 모니터를 두개 붙여 놓으니 바탕 화면 속 이랑이 사진 둘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좋아. 그러니 이랑이가 엄마 곁에 늘 함께 있는 것 같아. 그래도 보고픈 맘은 어쩔 수가 없네...
myj4528
16-11-29 22:10  
이랑아~요즘처럼 날이 추우면 길거리를 떠도는 강아지들이 무척 염려가 되. 차도 이곳 저곳에 강아지들이 로드킬 당한 흔적들이 있어. 차도는 그래도 빨리 빨리 강아지들 사체를 치우는데 비해 터널 안은 그렇지 않아. 한달째 같은 곳에 흔적이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예전에 신촌에 살 때였을 거야. 이랑이가 하도 짖어 대니 옆집에서 매일 같이 현관문에 메모지를 붙였었잖아. 강아지가 너무 짖어 살 수가 없다고 ㅠㅠ 엄마는 상관없다는 듯 메모지를 떼버리고 말았지만 간혹 집에 왔을 때 동군이, 이랑이가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거나 중요한 문서들을 찢어 놓을 때, 그리고 휴지통을 뒤져서 온 집안을 어질러 놓을 때 그럴 무렵이면 엄마가 많이 혼내었잖아. 그렇게 하다간 길거리 떠돌아 다니는 강아지 된다고. 길거리 떠도는 강아지 되고 싶냐고 소리쳤지. 물론 이내 미안하다고 끌어안고 그 말은 취소한다고 했었지만 우리 이랑이는 아마 그 얘기가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을 거야... 이랑이가 많이 아파 주치의 선생님이 올해 넘기기 어려울 거라고 하고, 몇 개월 안 남았다고 하고 나중에 추석 넘기기 어려울 거라 하고, 마지막에는 오늘 넘기기 어려울 거라고 하셨을 때... 그럴 때마다 이랑이 듣는다고 그러지 말라고, 우리 이랑이는 선생님이 틀렸다는 걸 보여줄거라며 호언장담하던 엄마였지. 이랑이 애기일 때 화가 나서 했던 그 말들. 이 추운 겨울 정말로 길을 떠도는 강아지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어 가는 것을 보니 엄마가 참 나쁜 말을 뱉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 이랑이가 보고 싶어서 인터넷의 유기견사이트도 둘러 보고 동물자유연대 사이트도 둘러 보고 해. 혹시라도 이랑이 닮은 강아지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 이랑이랑 똑같은 강아지는 한 명도 없어. 세상에 딱 한명 밖에 없는 강아지라고. 우리 세명이라고 엄마가 늘 얘기했지? 우린 언제까지나 세명이야~~ 사랑해~ 이랑아~
myj4528
16-11-30 22:53  
이랑아~이랑인 오늘 어떻게 지냈니? 동군이 오빠는 오늘따라 유난히 쓸쓸한 표정이야. 요 며칠 날이 추워졌는데 오늘은 비까지 오니까 산책도 못 나갔거든. 얼굴을 이불 속에 파묻고 있다가도 밖에 나가고 싶은지 낑낑대기도 하고, 안아달라 보채기도 해. 동군이오빠는 다시 아기 강아지처럼 행동하네. 이랑이야말로 아기처럼 구는 거 대장이었는데... 엄마 기분이 어떤지에 따라 눈치껏 행동했었잖아. 그러다가도 엄마가 기분 좋아 보이면 이랑이도 덩달아 기분 좋아져서는 온갖 애교를 다 보이는 강아지였지. 이쪽 저쪽으로 뒤집기도 잘했고 꼬리를 세차게 흔들 때는 바람이 일 정도였지. 한 바퀴도 잘 했고, 손도 잘 줬어. 그러다가 엄마가 학교 다녀온다고 인사하면 세상 슬픈 표정으로 아련하게 쳐다 보다가도 헤어지는 게 싫으니 저 멀리 구석에 자리잡아서 고개도 돌렸지. 그러다 나가는 척 하고 다시 들어와서 보면 대문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런 순종적인 강이지이기도 했어. 앞으로 그런 강아지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마에겐 정말정말 소중한 강아지였어. 이랑이랑 함께한 14년 참 많이 행복했어. 꺼내고 꺼내어도 추억할 거리 많이 줘서 고마워. 사랑한다~ 이랑아~
myj4528
16-12-01 20:55  
이랑아~오늘 우연찮게 이랑이 약봉지를 발견했어. 올해 먹다가 남긴 약들은 이랑이 유품들과 함께 박스에 담아 모두 보관해 놓고 있는데, 이번에 발견된 약은 작년 약이야... 작년에 자궁암, 난소암 수술할 때 먹다가 이랑이 상태가 호전되자 주치의 선생님이 그만 먹여도 된다고 해서 남긴 약들이야. 넥칼라도 같이 있네... 이랑이 사용하던 넥칼라는 사이즈별로 참 많구나... 이랑이는 컨디션이 좋고 나쁨에 따라 살이 금새 오르다가 또 금새 살이 빠지곤 했어. 목둘레도 덩달아 달라지니 그때마다 넥칼라를 새로 샀던거야. 우리 이랑이 한창 아플 때는 오른 손 엄지와 검지만으로도 목을 한 바퀴 두를 수 있을 정도였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이랑이. 목욕이라도 시켰더라면 이랑이 살이 얼마나 많이 빠졌는지 알 수 있었을텐데 목욕조차 시키지 못하니 이랑이가 그렇게까지 수척해진 걸 몰랐네. 이랑아~ 오늘 발견된 약봉지와 넥칼라도 이랑이 박스에 잘 넣어두었어. 이랑이 사용하던 목줄과 이동 가방은 동군이 오빠가 너무 좋아해서 박스 안에 넣지 못했어. 이랑이가 그리울 때 엄마는 박스를 열어 이랑이 사용하던 거 하나하나 꺼내 보곤 해. 컴퓨터 바탕화면 속 우리 이랑이의 새까만 코를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고 있노라면 동군이 오빠도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단다. 이랑아~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나도 이랑이 보고픈 마음은 그대로일 것 같아...
myj4528
16-12-02 20:52  
이랑아~지금 TV에서 무척 기묘한 드라마를 방송중이야.  엄마가 하늘나라 가기 전에 영혼이 되어 딸 앞에 나타나네... 그런데 그걸 딸은 알아차리고 말야... 혹시 강아지들에게도 그런 일이 있니? 인간 세상에서는 가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는 데 강아지들에게도 그런 일들이 있니? 간혹 몇 십 킬로 떨어진 곳의 가족을 찾아 달려오는 강아지들 얘기나 강아지가 사람 목숨을 구해준 얘기 그런 것들 말야... 우리 이랑이도 혹시 다른 강아지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그러려나? 이랑이가 다른 모습으로 엄마 앞에 짠~하고 나타났는데 엄마가 못 알아봐서 이랑이가 속상해 하고 그런 일 있으며 어쩌지? 이랑이가 강아지로 태어나면 괜찮은데... 엄마는 강아지들을 좋아하니까 길 가다 만나는 낯선 강아지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말을 걸 정도니까... 그래서 강아지로 태어나면 다행인데 또다르게 생각하면 하루종일 사람만 기다리는 쓸쓸한 강아지보다 이왕이면 사람으로 태어나 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맘도 있고 그러네. 이랑아~ 엄마는 이런 해괴한 생각을 할만큼 이랑이가 참 많이 보고프다...
myj4528
16-12-03 23:28  
이랑아~세상에 나쁜 개란 없다는 프로그램을 엄마는 요즘 너무 잘 보고 있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강아지들을 보면 이유없이 으르렁거리는 강아지, 다른 강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강아지, 계단 오르내리기를 두려워하는 강아지 등 참 많은 강아지들이 나와. 그리고 강아지들의 문제행동들이 하나 하나 교정되어 가는 모습도 보곤 해. 이런 프로그램이 진작에 있었더라면 엄마는 이랑이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많아. 강아지들이 계단을 빨리 뛰어 올라가는게 마냥 좋아서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 계단이 두려우니 빨리 올라가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는 거야... 우리 이랑이도 아파트 계단 올라가는 거 정말 잘 했잖아. 때로는 너무 빨라서 엄마가 이랑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가끔 계단에서 이랑이가 나동그라진 적도 있었지... 어쩜 우리 이랑이도 계단을 무서워했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동군이 오빠보다 이랑이 체구가 훨씬 작으니 이랑이에게는 계단 높이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텐데 말야... 이랑아~ 동군이 오빠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큰 눈동자에 예전같지 않은 슬픔이 묻어나. 동군이 오빠도 이랑이의 부재를 느끼겠지? 다만 엄마가 슬퍼할까봐 티 안내고 속으로 꾹꾹 참고 있는 거겠지? 철이 빨리든 동군이 오빠는 어쩌면 이랑이의 부재를 엄마보다 더 빨리 예견했는지도 몰라. 이랑이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 고개를 돌린 그 순간에 이랑이의 죽음을 이미 직감했는지도 모를 일이야... 이랑아~ 엄마는 동군이 오빠에게 참 많이 의지하고 있어. 그러니 동군이 오빠가 어엄마 곁에 오래 있을 수 있도록 이랑이가 지켜줘~ 부탁해~
myj4528
16-12-05 00:37  
이랑아~엄마가 바쁜 일을 하느라 그만 이랑이에게 글 남기는 시간을 넘겨버렸어. 자정을 훌쩍 지났네ㅠㅠ 그렇다고 오늘 이랑이 생각을 안하고 지나간 건 결코 아니란다...이랑이도 알다시피 동군이 오빠가 디스크로 인해 왼쪽 다리를 절뚝거리잖아. 그런데 왼쪽 다리에 감각이 무뎌졌는지 이빨로 깨물어서 빨갛게 핏발이 섰어... 그래서 동군이 오빠 챙기느라 엄마가 해야 할 일을 마무리 못했거든... 우리 이랑이도 하반신 마비 왔을 때 발가락을 이빨로 깨물어서 결국 발가락 하나를 잘라내야 했기에 엄마가 너무 놀래서 동군이 오빠 챙기느라 시간을 그만... 엄마가 컴퓨터 앞에서 계속 일을 하니 두 개의 모니터를 동시에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배경화면의 이랑이 사진을 보다 보니 우리 이랑이가 너무 가까이 느껴진거야... 그렇다 하더라도 이랑이에게는 정말 고개를 들 수가 없네. 오늘은 밖에도 안 나가고 동군이 오빠와 베란다 산책 두 번 나가고, 계속 컴퓨터 앞에만 있는 단조로운 생활을 했더니... 우리 이랑에게 나중에 글 남겨야지했다가 시간이 이리 흘러 버렸어. 오전에 들르는 것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이랑이에게 인사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늘 하루 일과 끝날 무렵에 들르다 보니 오늘처럼 일이 밀리는 날에는 그만 ㅠㅠ이랑아~ 많이 서운하지? 늘 엄마에게 바라는 바가 많았던 우리 이랑이이기에 속상해할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미안해지는구나. 이랑아~ 대신 내일을 이랑이에게 더 빨리 찾아올께~미안~
myj4528
16-12-05 21:07  
이랑아~오늘 하루 잘 보냈니? 오늘은 이랑이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날이었어. 학교를 다녀와서 보니 엄마가 집에서 입는 바지와 티셔츠가 거실 바닥에 흩어져 있는 거야. 세탁하려고 욕조에 걸쳐 두고 나왔는데, 동군이 오빠가 그걸 기어코 끄집어내렸나봐. 옷에서 엄마 냄새가 나니까 마음이 안정되었는지 그걸 깔고 앉아 있었던 거야... 예전 같으면 그걸 이랑이가 잘근잘근 씹어서 물어뜯어 놓았겠지... 동군이 오빠와 달리 이빨이 날카로운 이랑이는 옷을 그렇게 잘 물어뜯었지. 구멍이 커다랗게 나 있어 어떻게 된건가 해서 가만히 보면 그걸 잘근잘근 씹어 먹었던 거야. 항상 세탁한 옷은 그대로 두고 세탁하기 전의 옷이나 양말들을 그렇게 먹어치우던 이랑이. 동군이 오빠가 옷걸이나 욕조에서 옷을 끄집어 내 놓으면 그걸 이랑이가 낚아채서 물어 뜯어 놓으니 둘이서 합심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둘이서 영차영차 하는 게 상상이 되었었지. 이랑이가 없으니 옷을 물어뜯는 이가 없네. 동군이 오빠도 영차영차할 이랑이가 없으니 심심하고... 이랑아~ 평소에 옷을 그렇게 많이 먹어치워서 몸 속에 암이 생긴거니? 우리 이랑이에겐 왜 그렇게 암이 많이 생긴걸까? 다른 강아지는 겨우 한 두개의 병으로도 고통을 느끼며 하늘나라 가는데 우리 이랑인 너무 많은 병에 너무 많은 고통 속에 눈을 감았어... 눈, 코, 입 모두 새까만 이랑이의 앙증맞은 모습이 엄마는 참 많이 그립구나...
myj4528
16-12-06 20:14  
이랑아~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니? 심심하지는 않았니? 맛있는 간식은 먹고 있는지 입맛 없다고 아무 것도 안 먹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되네. 이랑이가 없으니 동군이 오빠는 사료도 잘 안 먹으려하고 간식만 먹으려 해. 동군이 오빠의 전매특허인 와작와작 사료 씹는 소리. 그 소리가 듣고프다. 이랑이가 없으니 동군이 오빠도 사료먹는 재미가 없나봐... 이랑이는 입안에 사료를 한가득 머금고 방으로 와서 그걸 다시 뱉은 다음, 그걸 다시 하나하나 꼭꼭 씹어 먹었지. 이랑이가 사료 머금고 간 사이 혹시라도 동군이 오빠가 사료를 먹으려 들면 잇몸을 한껏 드러내고 으르렁대던 이랑이였는데... 그럴 때면 이랑이가 참 용맹하다 싶었어~그런데 이랑이도 동군이도 최근 몇달동안 사료를 거의 안 먹어서 벌써 주문하고도 남았을 사료를 엄마는 여태 주문도 안했어. 항상 14~5Kg짜리를 주문했는데 이젠 2~3Kg짜리로 주문해야할까봐... 우리 이랑이의 사료먹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가 참 그립다...
myj4528
16-12-07 21:57  
이랑아~오늘은 아파트 분리수거일이야. 종이박스를 한 가득 들고 동군이 오빠를 데리고 1층을 다녀왔어. 이렇게라도 데리고 나가야 동군이 오빠는 세상 구경을 할 수 있으니까... 우리 이랑이 보내고 나서 많은 것들이 후회되지만 산책을 자주 못한 게 정말 많이 후회가 되더라. 일주일에 한번 있는 분리수거일에 맞춰 데리고 나가기만 했어도 좋았을 것을. 그게 뭐라고 아파트 이사온지 5년이 넘었건만 분리수거일에 한번도 못 데리고 나간 거 그거마저 후회가 되는거야...휠체어마저도 타지 못하게 된 이랑이는 감금아닌 감금 생활을 했었을거야... 그 당시엔 날이 너무 너무 무더워 산책하러 안 나가는 게 이랑이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었어. 그런데 에어컨을 켜 두어도 콩콩콩하면서 힘겹게 거실까지 힘겹게 나가 자연 바람을 쐬려고 한 이랑이를 추억하면서 날이 덥든 춥든 밖을 나가는 걸 강아지들은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거나 아주 추워서 벌벌 떨 정도의 날씨가 아니면 동군이 오빠는 아파트 한바퀴 휘~ 다녀 오는 거라도 하려해.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내려다 보면 질투 많이 나지. 엄마가 동군이 오빠만 이뻐한다고... 이랑아~ 엄마가 이랑이를 얼마나 이뻐했는지는 우리 이랑이가 더 잘 알거야. 그동안 이랑이만 예버한다고 동군이오빠한테 못해준거를 지금 한다고 생각하렴~ 사랑보존의 법칙이라고 알았지? 엄마는 오늘도 이랑이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몰라. 산책하는 흰색 여자 강아지만 봐도 이랑이 생각이 나는 엄마인걸...
myj4528
16-12-08 21:08  
이랑아~오늘도 신나게 놀았니? 하늘나라 날씨는 매일매일 바뀌는지 그렇지 않으면 좋은 날씨 그대로인지 궁금해. 매일 똑같은 날씨라면 우리 이랑이가 제일 좋아하는 바람 살랑살랑 불며 벚꽃 흩날리는 봄날씨나 바람에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날씨였으면 해. 너무 추운 겨울 날씨가 매일 매일 계속되면 엄마 후드 티 속에 파고 들지도 못하고, 엄마 껌닥지처럼 팔베게하고 몸을 뉘울 수도 없으니 너무 슬프잖아. 겨울엔 이랑이 뱃속에 품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이용하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는데... 이랑이 발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 맡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는데... 이랑이 휠체어도 그대로고 이랑이 즐겨쓰던 무릎 담요도 그대로인데 우리 이랑이만 곁에 없으니 이 겨울이 무척 쓸쓸해...이랑아~이쯤 되면 꿈에 한번 나올 법도 한테 왜 안 나오는거야? 엄마가 우리 이랑이를 까맣게  잊을 때 그때 나오려고 아직 기다리고 있는거니? 그런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엄마는 이랑이를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단다...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자다가 꿈꾸는 듯 낑낑대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 혹여 꿈에 이랑이라도 나타난 거 아닌가 싶어서 말야. 보고 싶구나~ 우리 귀여운 이랑이가...
myj4528
16-12-09 21:00  
이랑아~지난 여름 너무너무 무더워서 에어컨없이는 살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추운 겨울이 와서 전기장판을 켜야하는 계절이 왔어. 동군이 오빠는 허리가 아프니까 전기장판을 켜서 그 위에서 재워. 몸을 따뜻하게 하면 조금 덜 아플까 싶어서 그래. 마약 방석 2개 중 하나는 거실에 두고 하나는 방에 두는데, 예전같으면 이랑이가 마약방석에 앉아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를 들고 영역을 표시하던 동군이 오빠가 이젠 혼자서 두 개의 방석을 독차지하니까 영역표시도 따로 하지 않네. 그래서 엄마는 청소하기 편하졌지만 이랑이와 서로 아웅다웅 다투며 영역표시를 서로 하려던 그때가 많이 그리워. 목줄 걸려 있는 곳 근처만 가도 서로 깡총깡총 점프하며 목줄을 먼저 해 달라고 보채던 우리 강아지들 모습도 보기 어렵고 말야. 이랑이만 안고 경비실에 뭐 가지러 가거나 하면 혼자 쓸쓸히 늑대처럼 울던 동군이 오빠도 이젠 엄마를 온전히 차지할 수 있어 안심이 되는지 늑대처럼 울지도 멍멍 짖지도 않아. 예전엔 그렇게 짖지 말라고 야단쳤는데 동군이 오빠 멍멍 소리 못 들은지 벌써 여러 달이야. 이랑아~ 이랑이가 없는 우리 집은 적막이 감돌아. 이 다운된 분위기가 언제쯤 되살아날까... 보고 싶은 이랑아.
myj4528
16-12-10 18:51  
이랑아~오늘은 안 심심했니? 엄마가 외출을 해도 동군이 오빠랑 있으면 시간이 잘 갔을텐데 하늘나라에 혼자 뚝 떨어져 있으니 시간이 더디 흘러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동군이 오빠가 비스킷 간식을 이제 다 먹었어. 예전에는 부러뜨려 주지 않아도 곧잘 먹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잘게 부서 줘야 먹더라구... 그런 동군이를 보면서 우리 이랑인 대부분의 이빨을 발치했으니 더 잘게 부서서 줬어야했나 하는 생각을 이제서야 하게 돼. 네 등분만으로는 잇몸이 많이 아팠을 것 같은데 아니니? 더 잘게 부숴달라고 기다렸으면 좋으련만 혹시 간식을 뺏길까봐 허겁저겁 입 속에 넣던 이랑이였잖아. 이랑아~이랑이가 두고 간 간식들을 동군이 오빠가 하나하나 먹고 그 양이 점점 줄어드니까 혹시 이 간식을 다 먹고 나면 동군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걱정이 되서 간식을 더 채워 넣어야 하나 생각도 들어. 이랑이를 보내고 나니 엄마가 괜시리 이런저런 걱정을 하게 돼. 이랑이한테 했던 그 많은 후회를 동군이 오빠에게는 다시금 하지 않으려 그런거란다... 사랑 많이 주고 떠난 이랑이~ 보고 싶다.
myj4528
16-12-11 18:46  
이랑아~하늘나라에서도 이곳처럼 시간이라는 개념이 있니? 그래서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다가오지 않은 시간들을 기다리기도 하니? 아침에 눈을 떠 동군이와 함께 베란다에 나가 창문을 열고 이랑이에게 말을 걸 때면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펼쳐질까 기대가 되면서도 동군이 오빠가 창밖을 향해 코를 내밀고 큰 숨을 쉬고 킁킁거리면 왠지 공기 속의 이랑이를 만나는 것 같기도 해. 그러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다시 베란다에 나가 바깥 공기를 들이키며 또 이랑이와 작별인사를 나누면 그저 평번하게 보낸 하루가 마냥 아쉽기도 해. 그리고 이랑이에게 이렇게 글을 남기고 꿈에 나타나주기를 기대하며 내일을 기다리노라면 이랑이가 우리 곁을 떠난지 벌서 몇일째구나 하는 아쉬움에 빠져든단다. 이랑이가 처음 걷지 못하여 병원을 갔던 날, 암 선고를 받던 날, 이랑이가 입원한 날, 퇴원하고 집에 오던 날, 휠체어를 쌩쌩타던 날, 상태가 악화되어 힘들어 했던 날, 이랑이의 마지막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날, 서서히 이별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날, 이랑이를 떠나 보내던 날... 그런 하루하루의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동군이 오빠도 그 전철을 밟게 될거란 두려움에 엄마는 너무 속상해. 이랑아~ 엄마 덜 힘들게 하려고 추석 연휴에 하늘나라로 떠난 널 생각하면 엄마가 평생동안 이랑이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기만 하여 늘 미안한 마음 뿐이야. 이랑이 덕에 행복했고 또 슬펐고 후회스러웠고... 엄마의 온갖 감정들은 이랑이와 함께였단다. 이랑아~ 찬 바람에 춥지 않게 따뜻한 곳에서 엄마를 기다려~~너무 오래 기다리면 심심하니까 기다리다가 너무 지겨우면 몸 동그랗게말고 잠을 청하고 있어. 그러다보면 예전처럼 엄마가 짠~하고 나타나 아기 강아지이랑이 이름을 부를거야~ 그때 정말 반갑게 만나자~~
myj4528
16-12-12 22:44  
이랑아~오늘은 동군이 오빠와 엄마가 이랑이를 더 많이 그리워한 날이야. 베란다 창문을 열고 이랑이가 듣기 좋아하는 노래 불러주고 문을 닫으려는 데 동군이 오빠가 들어올 생각을 안하는거야. 이랑이에게 인사 더 나누고 싶냐고 조금 더 있다 들어가고 싶냐고 하고 이랑이와 있었던 일들을 이것저것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어. 방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방금 전까지 잠자던 동군이 모습이 보이지 않는거야. 그래서 거실로 나가 불을 켜서 보니 세상에...거실에서 베란다로 가는 중문 앞에 놓여 있는 분홍 방석, 우리 이랑이 방석에 동군이 오빠가 가만히 앉아 있는 거야. 잠든 것도 아니고 고개를 들어 슬픈 표정을 하고 있네. 이랑이가 사용하던 것들 중 유일하게 세탁하지 않고 그냥 둔 분홍 방석.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기 일주일 전 그 분홍 방석에 동군이와 이랑이를 나란히 앉혀 놓고 엄마가 사진을 찍어줬잖아. 그날만큼은 동군이도 이랑이도 엄마가 하자는대로 자세를 가다듬고 늠름하게 앉아 있었지. 그 사진 속에서만큼은 이랑이가 아픈 환자처럼 보이지 않아서 엄마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보고 또보고 한 사진인데, 그 사진은 지금 컴퓨터 화면보호기의 사진 중 하나이기도 해. 이랑이와 동군이가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은 곳. 동군이 오빠가 살금살금 가서 바로 그 곳에 앉아 있는거야. 엄마는 가슴이 철렁했어. 그날의 동군이와 이랑이 모습이 떠올라서 말야. 오늘따라 이랑이가 많이 보고픈 모양이야. 이랑아~ 동군이 오빠의 쓸쓸함을 달래줄 이는 이랑이 뿐인가 보다. 엄마와 함께한 시간보다 이랑이와 함께한 시간이 더 많은 동군이 오빠였으니까...오늘따라 동군이 오빠는 너무 측은하고, 우리 이랑이는 너무 보고 싶다...
myj4528
16-12-13 21:54  
이랑아~오늘은 날이 흐리다가 맑아졌어. 밖에는 달이 두둥실 떠있네~보름달이 뜰 때마다 동군이, 이랑이 한명씩 차례로 안고 달보며 소원빌자고 한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빌 소원도 많지 않아. 행여 안는 자세가 편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허리 아파하는 동군이 오빠가 힘들어할까봐 그것조차 조심스러워. 예전에는 너무나도 당연하듯 해왔던 많은 일들이 이젠 큰 마음 먹어야 할 수 있으니 뭐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 된거 같지? 엄마가 부모님을 떠나 독립하면서 함께 하기 시작한 우리 강아지들. 다른 집 강아지와는 그 의미가 남다른 우리 강아지들. 남들이 보면 유별나다 하겠지만 우리 강아지들 끝까지 책임지리라던 그 약속 실천하려고 여태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살아왔는데 헤어짐의 시간들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찾아오니 이 공허함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넓은 마당이 있는 집을 지어 함께 살자고 우리 강아지들 하늘나라 가기 전에 집지으려고 그렇게 몇년을 집짓기 수업도 들었건만 동군이가 치매 초기 진단을 받고 그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지.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면 증세가 급격히 악화된다는 얘기에... 몇년만 더 일찍 준비했더라면 아파트가 아닌 마당있는 집에서 우리 강아지들 신나게 뛰놀게 할 수 있었을텐데... 서울에서 살 때는 우리 강아지들이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치...엄마 학교도 자주 놀러 가고, 넓은 캠퍼스를 누비며 뛰놀다가도 어느 겨울 눈이 소복이 쌓이면 발이 시릴텐데도 깡총깡총 뛰놀던 이랑이. 나름대로 눈싸움이랍시고 작은 눈뭉치를 장난삼아 던지면 그걸 그리 좋아하던 우리 이랑이...낙성대 공원으로 보라매 공원으로 공원 산책을 가면 그곳에서 만나는 낯선 강아지들과 신경전을 벌여도 그렇게 재미나 하던 강아지들. 이곳 부산에서는 그런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지 못해 무척 미안하구나...이랑아~ 행복했던 추억들만 기억하고 아픈 시간들은 잊으렴. 이랑이 곁에서 24시간 간호하던 엄마를 잊어도 좋으니 아프지 않던 그 시간들만 기억하렴~
myj4528
16-12-14 22:14  
이랑아~오늘은 우리 이랑이가 엄마 곁을 떠난지 꼭 석달되는 날이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까 했는데 남들은 한달 정도면 어느 정도 잊어진다고 하던데 엄마는 아직이야... 여전히 이랑이가 많이 많이 보고 싶구나...우리 이랑이는 살아오면서 덩치 큰 강아지 본 적이 거의 없지. 산책시에 만나는 말티즈나 요키 아니면 이웃에 사는 코카 수리와 가든이 정도 기억하니? 덩치 큰 강아지는 동물병원 다니면서 한두 번 본 게 전부잖아. 오늘 회의가 있어 어느 사회복지관에 갔었는데 세상에 거기 사무실에 차우차우가 있는거야. 덩치는 산만한데 아직 한살도 안된 아기 강아지라 하더라~나를 보고 꼬릴 살랑살랑 흔들길래 같이 가자했더니 성큼성큼 따라 나서더라고... 강아지들은 자기를 예뻐하는 사람은 신통방통하게 빨리 알아차리는 것 같아. 우리 이랑이는 엄마 없는 집에서 슬쓸하게 있어서인지 낯선 사람을 봐도 꼬리를 흔들었지. 초인종 소리가 나면 겨우 깡깡깡하고 짖었지 막상 현관 문이 열리면 처음 보는 택배기사님에게도 꼬리를 흔드는 애교많은 강아지였어. 그래서 평생 우리 이랑이 누가 데려갈까봐 또 이랑이는 그 낯선 사람을 경계심없이 따라갈까봐 걱정했었는데... 그런 걱정은 기우였나봐. 우리 이랑이가 걷지 못하게 되었을 때, 병원 바닥에 패드를 깔고 그 위에 이랑이를 앉혀 두고 카운터에 카드 결제한다고 고작 50센티, 1미터도 안되는 그 거리를 몇발작 떼는데도 엄마가 어디 가나 싶어 딱딱하고 찬 바닥을 엉덩이로 콩콩콩하며 엄마를 따랐지. 그러는 이랑이를 보며 진료받으러 온 모든 보호자들이 이랑이를 귀여워했었고... 늘 엄마바라기처럼 졸졸졸 따르던 이랑이가 없는 지금 엄마가 얼마나 허전한지 모르겠어. 우리 이랑이 역시 하늘나라에서 엄마가 어딜 가서 이렇게 안오나 싶어 하루종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콩콩거리고 있지 않은지 염려가 되는구나...엄마가 갈대까지 기다리고만 있지 말고 친구들과 신나게 뛰놀고 있어~엄마가 이랑이 잊지 않고 찾아갈께~~
myj4528
16-12-15 21:26  
이랑아~오늘 따라 우리 이랑이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많네. 예전에는 이랑이 안 아픈지 퇴원은 했는지 차도가 있는지를 물어왔는데 이제는 이랑이 떠나고 나서 마음이 좀 안정되었는지 혼자 남은 동군이는 잘 견뎌내고 있는지로 대화의 방향이 바뀌었어. 그리고 이랑이때 몰라서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동군이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여. 이래저래 우리 이랑이는 참 효녀라고 말야...동군이 오빠가 물을 급하게 먹을 때면 이랑이가 찹찹찹하고 물 마시던 모습이 생각나. 이랑이가 늘 자세를 낮추어 낮아 있던 테이블 아래 그 자리는 이제 먼지가 쌓이려 해. 테이블이 낮아서 이랑이가 얼굴과 허리를 숙여서 앉아 있던 곳이잖아. 동군이 오빠는 눈치없이 테이블에 다리를 들기도 했었어. 그런데 이젠 동군이 오빠가 영역 표시할 이유가 없어서인지 다리 드는 모습 보기도 참 어렵네. 이랑아~ 어쩜 귀찮고 힘들다 느껴졌어도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는지도 몰라. 밤에 눈도 붙이지 못하고 간호를 하다 지쳐서 너무 힘들다고 목 놓아 울던 엄마 모습 기억나니? 너무 힘들어서 아픈 이랑이를 외면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 엄마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이랑이는 어떤 생각을 했니. 엄마를 위해 이제 그만 삶의 끈을 놓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니. 엄마는 그게 제일 무서워. 이제 와서 너무 후회되는 일들이야. 이랑아, 엄마가 참 후회되고 죄스럽구나. 우리 이랑이 참 보고 싶다...
myj4528
16-12-16 18:52  
이랑아~오늘은 올들어 제일 추운 날이야. 여느 때 같으면 베란다 창문에 코를 내민 동군이가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는데 오늘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얼른 거실로 들어와 버리네. 동군이 오빠도 나이가 드니까 추위를 더 많이 느끼나 봐... 출근 길 주차장에는 우리 이랑이가 좋아하던 야옹이가 추위를 피해 바닥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더라. 그래도 다행인건 뭔가 많이 먹었는지 예전에 비해 덩치가 많이 커져 있다는거야. 그렇다고 뱃속에 아기 야옹이들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어...아파트에는 야옹이를 예버해서 간식을 챙겨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야옹이를 싫어해서 간식이나 사료를 챙겨 주지 말라는 경고장도 붙었네. 이랑이는 정이 많아서 야옹이에게도 따뜻한 눈길 주던 강아지였지. 비록 질투심이 많아서 엄마가 야옹이를 예뻐하면 싫은 눈치이긴 했어도 짖는다거나 하지는 않았었잖아 그치. 하늘나라에는 많은 강아지와 야옹이들이 있을텐데 왠지 그곳에서도 우리 이랑이는 이랑이보다 약해보이거나 어린 강아지들에게 정을 베풀고 있을 것 같아. 그러다 엄마가 나타나면 사랑을 독차지 하려고 엄마에게 뛰어들어 와락 안기겠지? 동군이 오빠는 목도리 하는 것처럼 엄마한테 안겼지만 이랑이는 엄마에게 와락 안기는 걸 좋아했잖아 그치. 이랑아~ 날이 많이 춥다. 하늘나라에서 이곳 찾아오려면 많이 추울 것 같아. 얼른 날이 풀리길 기다려보자~
myj4528
16-12-17 20:20  
이랑아~ 오늘은 정말 의미있는 날이었어...동군이 오빠와 초코 강아지, 그리고 지유 이모, 할아버지 이렇게 울산 간절곶을 다녀왔어. 가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사진도 많이 찍고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었어. 동군이 오빠와 이랑이는 차를 탈 때면 꼭 가방 안에만 있었는데 오늘은 가방 밖에 나와서 엄마 무릎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갈 수 있었지. 가는 동안 오는 동안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가던 그 길로 갔었어. 가는 내내 동군이 오빠에게도 알렸어. 저기 저 병원 길 건너에 파트라슈가 있다는 얘기. 이랑이 마지막 가는 길, 바로 이 길이었다는 얘기. 그리고 돌아오는 길 낙동강변 저 곳에 이랑이를 뿌려줬다는 얘기. 동군이 오빠는 하루종일 너무 신나했고 집에 와서 닭가슴살 조금 먹고 목욕하고 드라이로 털 말리고 새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그새 곯아떨어졌어. 나름대로 오늘 하루 신나게 놀고 나니 피곤한가봐. 우리 이랑이와 함께 못해봤던 것들을 동군이 오빠에게는 해 보려 시도하는 많은 일들. 그때마다 이랑이 생각이 곧잘 나... 파트라슈 장례직장을 바라 보며 동군이 오빠도 언젠가 이곳에 오게 되겠지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이랑이가 간 그 길을 동군이 오빠도 따라갈텐데...그치만 이왕이면 엄마와 오래도록 함께 있자는 얘기도 잊지 않았어. 이랑아~ 오늘 하루 이랑이 생각이 참 많이 나더라. 특히 장례식장 가던 9월 14일 그날이... 할아버지도 슬퍼하셨어.이랑이 보내고 나니 초코에게 더 잘하게 된다는 얘기도 하셨단다. 이랑아~ 모두에게 넌 그런 소중한 존재란다... 보고 싶구나...
myj4528
16-12-18 20:05  
이랑아~어제 울산 간절곶 다녀오고 동군이 오빠가 많이 피곤했나봐. 하루 종일 잠만 자네. 거의 떡실신상태야... 떡실신하면 우리 이랑이도 일등인데 그치. 마약방석 안에 들어가서 고개를 떨구고 자거나 아님 발라당 뒤집어져서 잘 때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일어나지 않는 이랑이였잖아. 오늘 동군이 오빠가 그런 모습이었어. 그래도 걱정되는 건 동군이 오빠는 귀가 잘 안들리니까 이름을 불러도 못 들어서 그런건지 구별이 잘 안되거든. 아침에 동물농장 보고나서 거의 지금 이 시간까지 자는 것 같아. 중간에 한번씩 깨서 물을 잠깐 마시고, 쉬하는 게 전부였네. 동군이 오빠도 기력이 쇠한 모양이야. 요즘 AI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한데 예전에 사둔 오리고기가 있어 기력회복에 도움될까 해서 억지로 깨워 먹였어... 우리 이랑이 기력 회복하라고 한 박스 사둔 간식인데 이랑이는 거의 입에 대지 않고 갔잖아.아직도 간식이 많이 남아 있어서 동군이 오빠가 맛있게 잘 먹어... 내일은 엄마가 김해 출장을 가야해서 동군이 오빠 혼자서 집에 종일 있어야 하니 같이 있어 주려고 많이 노력했어. 지금 이 시간에도 엄마는 책상 의자에 양반다리 해서 앉아 있고 그위에 동군이 오빠는 묵직하게 앉아 있어. 예전에는 이 곳이 이랑이 자리였고 동군이 오빠는 등 뒤였는데 이젠 동군이 오빠가 앞뒤 혼자 독차지하고 있어. 이랑이 이해할거라 믿어. 겨울이 되니 밤이 빨리 찾아오는 것 같네. 우리 이랑이도 편히 쉬어~~
myj4528
16-12-19 21:29  
이랑아~오늘 엄마는 김해시청에 출장 다녀왔어. 경전철을 처음 타 봤는데 너무너무 좋더라. 지하철의 경우 일부 노선은 아무리 이동가방에 넣어도 강아지를 데리고 탈 수 없는데 경전철은 역무원도 없고 승무원도 없고 무엇보다 승객수가 많지 않더라고. 더군다나 지하로 다니는 지하철과 달리 지상으로만 다니니 바깥 경치와 날씨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더라. 부산에서 김해시청까지 30분밖에 안 걸리니 진작에 알았더라면 이랑이 데리고 한번 가볼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 뭐든지 좋은 곳에 가거나 좋은 것을 보면 이랑이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에 마음이 너무 안 좋아.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말야. 별달리 바쁜 일이 있지 않더라도 시간을 아껴쓴다고 토요일 오전엔 늘 조조영화를 보고 커피숍 한적한 자리에 앉아 책보고 오후 늦게 해가 어둑어둑해 지면 집에 오는 엄마였잖아.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집 앞 파리바게뜨에 가서 혼자 커피도 마시고 빵도 먹고 그러고 오곤 했는데... 그리 살면 뭐가 달라지는 줄 알았나봐. 이제 지나고 보니 그 시간, 동군이와 이랑이는 얼마나 심심했을?까? 그 시간들만 다 끌어모았어도 이랑이와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말야. 이제 동군이 혼자 집에 덩그러니 있으니 동군이 걱정하는 마음에 가급적 동군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하는데, 왜 예전에는 그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뭐든 떠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니... 이랑아~ 오늘 비가 추적추적 오네. 하늘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뭔지 엄마가 알려줬었지? 하늘나라에서도 평안한 시간 갖길 바래~ 이랑이가 너무너무 보고 싶다.
myj4528
16-12-21 02:01  
이랑아~엄마가 오늘도 좀 늦었네. 서울 출장 갔다가 집에 오니 시간이 이렇게 되었어, 스마트폰으로는 파트라슈에 글을 남길 수가 없더구나. 우리 이랑이 서운했겠네~ 평생을 엄마 바리기로 기다린 강아지가 이렇게 또 엄마를 기다리니... 동군이 오빠도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엄마를 기다리고 있더구나. 엄마는 왜 자꾸 우리 아가들을 기다리게 하는지. 엄마는 우리 강아지들을 하염없이 기다려 본 적이 있나 싶다. 동군이 오빠가 디스크 수술하느라 근 한달 입원해 있던 게 가장 오래 기다린 거겠지. 우리 이랑이는 하늘나라 간지 이제 석달이 지났으니 딱 그만큼 기다리고 있는거고... 기차 창밖의 앙상한 나뭇가지들을 보니 겨울이구나 싶더라... 우리 이랑이~ 춥지 않게 따뜻하게 있어. 이랑이 추우면 재채기도 많이 하고 콧물도 잘 흘리는데, 그곳에서는 콧물 흘릴 일 없었으면 해. 투명하게 흐르는 이랑이 콧물 닦아줄 엄마가 그곳에는 없으니까...이랑아~ 코~~ 자고 또 만나자~
myj4528
16-12-21 23:00  
이랑아~오늘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계속 비가 오네. 예전에는 비가 오면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젠 비가 오면 가뜩이나 허리 아픈 동군이 오빠 허리가 더 아프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단다. 이제 엄마 곁에는 동군이 오빠밖에 없는데 동군이 오빠마저 엄마를 떠나가면 어떡하니...이랑이가 엄마 곁을 떠나고 사람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 그랬는데 엄마는 그게 아니더라...아무래도 많은 가족 구성원 속에서 함께 있다가 강아지가 떠나가는 것과는 다르니까... 엄마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면서 이랑이, 동군이와 함께 살기 시작했으니 온전히 나의 의지로 내가 선택한 가족인거잖아... 이랑아~시간이 흘러 가는 게 요즘은 겁이 나는구나. 동군이 오빠와 헤어져야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처럼... 이랑이는 처음이어서 아무 것도 모른 채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젠 그 상실감과 쓸쓸함이 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거란다. 사랑하는 이랑아~동군이 오빠에게 더 많은 시간을 허락해주렴~~
myj4528
16-12-22 20:48  
이랑아~오늘은 우리 이랑이 하늘 나라로 먼 길 떠난지 꼭 백일이 되는 날이야. 우리 이랑이 좋은 일로 백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이랑이 태어난지 백일 되던 때는 엄마가 떡케잌을 만들어서 학교에 가서 선후배들과 나눠먹었는데 말야. 이랑이가 보고 싶어서인지 머리가 너무 깨질 듯이 아파서 진통제를 먹었더니 이제는 하늘이 뱅글뱅글 도는구나. 약을 너무 많이 먹었나 싶어... 우리 이랑이 아플 때 그 독한 진통제를 먹고 축 쳐져서 누워만 있던 게 생각나. 엄마는 지금 잠깐도 이렇게 힘든데 우리 이랑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엄마랑 같이 있고 싶은 생각에 졸려도 자지 않으려고 앞발로 몸을 겨우 지탱하고는 고개를 떨구며 꾸벅꾸벅 졸던 이랑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또렷하게 기억나. 그냥 편히 자면 되는데 억지로 참고 또 참던 이랑이의 그 모습이 너무나 짠해. 오늘따라 동군이 오빠도 기력이 없어보여 걱정이야. 그나마 오늘 학교 방학을 하니 동군이 오빠와 함께할 시간이 조금 늘어난 점에서는 안심이 되기도 해. 늘 이맘때 엄마는 해외여행을 갔었는데 이번 겨울은 그냥 보내려 해. 매년 방학하자마자 여행을 갔는데 6년만에 이번엔 건너뛰려 해. 긴 여행을 가기엔 동군이 오빠가 걱정되어서야. 지난 여름 여행도 안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죄책감이 오래도록 엄마에게 남아 있거든. 괜히 여행을 가서 이랑이 상태가 더 나빠진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오래도록 엄마에겐 남아 있단다...이랑아~날이 추우니까 하늘나라로 가는 강아지들이 하나 둘 늘어나네. 하늘나라에서 우리 이랑이랑 같이 뛰놀 친구들이 많아지긴 하지만 그만큼 힘들어하는 이들도 많아진다는 얘기겠지.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 이제 좀 적응되었니? 이제 막 도착해서 어찌할 바 모르는 강아지들 만나면 늘 그랬듯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려므나~세상에서 제일 착한 이랑이라는 별명을 엄마가 왜 붙여줬는지 직접 보여줘~ 사랑해 이랑아~~
myj4528
16-12-23 22:24  
이랑아~여긴 이제 연말 분위기가 나려 하네. 벌써 내일은 크리스마스이브야. 이랑이 크리스마스선물 받고 싶은 건 없니? 동군이 오빠를 위해서는 유기농 고구마 말랭이를 종류별로 잔뜩 주문해놨어. 우리 이랑이 주려고 지난 여름에 처음 샀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동군이 오빠가 더 잘 먹는 간식이야... 이랑이는 먹는 것만큼 예쁜 옷도 좋아해서 매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꼬까옷을 사줬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하니 많이 아쉬워. 작년 크리스마스가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더라면 이랑이를 더 많이 이뻐하고 사랑해줬을텐데... 설마 이번 크리스마스가 동군이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되는 건 아니겠지? 이랑아~ 이랑이 사랑하는 마음 가득 담아 하늘로 전할께. 동군이 오빠가 엄마 곁에서 건강히 오래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줘~ 그리고 이랑이도 엄마 보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오렴~
myj4528
16-12-24 22:42  
이랑아~크리스마스 이브 잘 보내고 있니? 엄마는 서울에 잠깐 다녀오는 길이야. 정확히 말하면 서울이 아니라 서울역이 되겠네. 서울역에서 2시간 회의만 하고 바로 내려왔으니까... CCTV보니 동군이 오빠는 그 사이에 꼬리를 싹 내리고 집 이곳저곳 불안해 하며 누비고 있더라. 그래서 저녁도 안 먹고 회의만 마치고 딱 내려왔지. 기차 안에서 이랑이 사진 보면서 왔어. 그리고 지난 여름, 우리 이랑이 데리고 병원 가던 일, 이랑이 간호하느라 밤새 잠 못자고 힘들어서 이랑이에게 하소연 하던 일, 많은 생각들을 했어. 역시나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귀결되더라. 이랑이 생각하면 행복한 일들이 더 많이 생각나야 하는데 아직도 못해준 일들만 생각나니 어쩌면 좋으니. 이랑아~ 크리스마스 이브, 하늘나라 강아지들과 행복한 시간 많이 보내고, 엄마 보고 싶으면 찾아와~~
myj4528
16-12-25 19:03  
이랑아~메리 크리스마스! 이랑아, 오늘은 눈이 내리지도 비가 오지도 않은 춥지 않은 크리스마스였어. 엄마는 어제 서울 다녀오고 내일 새벽 일찍 아산에 출장을 또 가야 해서 오늘은 동군이 오빠와 집에만 있었어. 집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며 이랑이를 함께 추억하며 시간을 보냈단다. 아파트 복도 창문을 열어 동군이 오빠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줬는데, 동군이 오빠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게 무서운지 몸을 부르르 떨더라~ 우리 이랑이도 그랬었잖아. 이랑이는 고개도 싹 돌렸지. 그리곤 엄마에게 와락 안기며 고개를 파묻곤 했었는데...그런 이랑이가 너무 좋아서 엄마는 더 꼭 끌어안았지. 이랑이는 체구가 작아서 엄마에게 포옥 안기면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단다. 가끔은 이랑이가 숨막혀하기도 했었지~ 동군이 오빠는 덩치도 크고 허리도 아프니 그렇게 안을 수가 없네. 이랑아~이곳은 크리스마스라고 신나 보이지는 않아. 그래도 새해 맞이 준비는 하려고 해. 이랑이와는 1박 2일 어디 놀러간 적이 없어서 너무 후회가 되었어. 그래서 오늘 강아지와 함게 묵을 수 있는 펜션을 예약했어. 할머니, 할아버지, 지유 이모, 그리고 할머니집 초코 강아지도 함께 가려고 해~ 이랑이 또 서운해 하겠네. 이랑이 못해본 걸 동군이 오빠가 하니까... 이랑아~ 혹시 강아지로 다시 태어나거든 그때도 엄마에게 와주련~ 그럼 이랑이가 못해본 모든 것들 다 해줄께~ 사랑해~ 메리 크리스마스!
myj4528
16-12-26 20:21  
이랑아~엄마는 아산에 출장 다녀왔어. 아산은 온천으로 유명하다는구나. 그러고보니 우리 이랑이는 따뜻한 물에 몸 담그는 걸 참 좋아했었지. 욕조에 물 받아 놓으면 동군이 오빠는 무서워하며 얼른 나가려고 하는데 이랑이는 처음에는 물을 싫어해도 머릮지 털이 다 젖고 나면 온 몸의 털이 물에 흠뻑 젖어서 볼품없어 보이는데도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어... 지난 여름 그렇게 무덥지만 않았다면 우리 이랑이 따뜻한 욕조에 물장구 치게 하는 건데... 발가락 상처가 조금만 빨리 나았어도 목욕 한번 아니 샤워한번 시켜주는건데... 엄마는 물티슈로 이랑이 몸을 닦아주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깔끔한 우리 이랑이도 참 씻고 싶었을텐데 그치? 이랑아 목욕 다 하고 물기를 턴 후 이불 속으로 꽁꽁 숨어서 얼굴만 빼꼼히 내민 모습이 그리워. 드리아 소리가 싫어서 도망다니던 모습도 그립고...이랑아~ 하늘나라에서는 따뜻한 물에 목욕도 하고 욕조에 몸도 담그고 아픈 다리 재활치료도 잘 하렴... 지난 여름, 너무나 무더워서 엄마는 이랑이와 좋은 추억 하나 못 만들고 그냥 병원, 집, 병원, 집만 해서 너무너무 아쉽구나. 이랑아~ 엄마에게 다시 오는 날, 그때는 예쁜 추억 많이 많이 만들자~ 사랑해~
myj4528
16-12-27 20:08  
이랑아~오늘 예쁜 말티즈 여자 강아지를 만났어. 꼬리를 90도로 치켜 세우고 사뿐사뿐 고양이처럼 걷는게 우리 이랑이를 생각나게 하더라. 우리 이랑이는 코가 새까만 강아지인데 그 강아지는 약간 갈색이었지만 그래도 이쁘더라... 이제 2살이라고 하니 얼마나 부럽던지... 앞으로 10년 이상을 엄마랑 더 살 수 있으니까 말야. 우리 이랑이 2살때는 참 말썽 많이 피울 때였지. 질주 본능이 얼마나 컸던지 산책을 하면 엄마가 이랑이를 따라가지 못해 목줄을 놓치는 일도 가끔 있었지. 달리기 실력도 정말 좋아서 허공을 젓는 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었어. 그런 아기 때를 많이 지켜보지 못하고 어른 강아지가 되버린 우리 이랑이. 아기 때는 하도 짖어서 빈 방에 동군이, 이랑이를 가둬 놓고 외출하기도 했었지...얼마나 무서웠을까. 방이라 해도 익숙한 일상 생활 공간이 아니니까 참 많이 무서웠을거야. 그러다 엄마가 오래 외출을 할 때면 그 좁은 방에서 참 많이 갑갑했을거야...외출하고 돌아오면 함께 있었지만 외출할 때면 꼭 그 방으로 보내었지. 그래서인지 그 방에 들어가기 싫어하던 모습이 생생하구나. 이랑이가 서너살 되면서부터는 장난도 많이 안치고 예전 같지 않아서 키우기 쉽다 싶었는데 어쩌면 그때부터 이랑인 벌써 나이가 들기 시작한 건지도 모르겠어. 지나고 보니 한창 귀엽던 그 시절에는 이랑이와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 지난 시절을 돌아보니 이렇게 또 속이 상해. 보고 싶은 우리 이랑이...
myj4528
16-12-28 21:39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아직 이랑이를 못 잊어서 힘들어해. 그래서 이랑이가 사용하던 분홍색 넥칼라를 꺼내어 줬더니 열심히 이랑이 냄새를 맡네. 이랑이가 사용하던 넥칼라 안 씻고 그냥 뒀더니 이럴 때 요긴해 사용해. 어제, 그제 집을 오래 비웠더니 동군이 오빠가 많이 예민해졌어. 오늘은 고작 4시간만 집을 비웠는데도 그 사이 방문을 긁어대고 여기저기 엄마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CCTV에 잡히더라. 그래서 동군이에게 약속했어. 동군이 끝까지 책임질테니 에쁜 강아지는 한동안 데려오지 않겠다고... 이랑이도 서운해할거고 동군이는 아기 강아지에게 관심을 뺏길테니까... 그러니 조금 외롭더라도 우리 둘이 서로 견디어 보자고 했어. 잘한거지 이랑아. 우리 이랑이의 앙앙앙 깡깡깡하는 소리가 귓전에 맴도는 날이야. 참많이 보고싶다.
myj4528
16-12-29 17:55  
이랑아~이랑이 목소리가 참 듣고 싶은 날이야. 올해 초 스마트폰의 사진 저장 폴더가 모두 초기화되는 바람에 그동안 찍어 둔 동군이와 이랑이 사진이 모두 사라져 버려 너무 속상해 했었잖아. 데이터복구센터에 맡겨도 봤지만 손 쓸수가 없게 되었다는 말에 너무나 청천벽력같았는데... 어제 핸드폰의 녹음파일들을 정리하다가 봄 학회 토론 준비하느라 녹음해 둔 파일이 있길래 무심코 듣던 중... 토론문을 읽는 중 이랑이의 강깡깡 소리가 함께 녹음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 그때 당시를 떠올려 보니, 토론 준비를 하느라 방안을 서성이며 녹음을 하고 있었는데 이랑이가 안아달라고 깡깡강하는 거였어. 7분 정도 녹음된 파일 속 이랑이의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반갑던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진을 통해 이랑이 얼굴을 보고 있는데 이랑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속상했던 나에게 하늘이 준 선물인 것 같았어. 몇초 되지 않는 순간이지만 이랑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다행이야... 이랑아~ 이랑이 얼굴도 목소리도 엄마는 잊지 않을께. 이랑이의 몸은 떠나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지만 엄마 마음 속에 우리 이랑이는 항상 살아있단다. 이랑아~ 사랑해~
myj4528
16-12-30 22:35  
이랑아~엄마는 오늘도 지방출장을 다녀왔어. 이번 주 들어 장거리 출장을 세번이나 다녀왔네...오늘은 출장간 곳에 계신분도 강아지를 키운다기에 강아지 얘기를 꽤 나누었어. 우리 이랑이 효녀라는 얘기도 전했어.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전의 며칠을 시간대별로 하나 하나 곱씹어 보았단다. 엄마가 버릇처럼 했던 말. 이랑이가 엄마 옆에 오래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 그런데 너무너무 아파서 도저히 참기 힘들면 그냥 하늘나라 가도 된다는 얘기, 그치만 엄마 옆에 오래 있을 거니 염려 말라는 얘기...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한달 전부터 그 말을 습관처럼 했었는데... 어쩜 이랑이는 너무너무 아파서 참기 힘들어 하늘나라 간건데 엄마가 너무 오래 마음 속에 붙잡아 두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어. 하늘나라 가기 이틀 전 수액을 맞아야 한다고 이랑이를 병원에 맡기라고 했을 때, 그래도 수액 다 맞을 때 까지 안고 있겠다고 했고, 그 와중에 급히 수혈이 필요하다 해서 수액을 맞고 수혈을 할 때까지 아침 11시부터 저녁 6시까이 이랑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는 거...수혈이 다 끝날 무렵 딸국질을 하는 걸 잘 관찰해서 부작용을 알게 되었고 밤에 입원을 하기까지.. 엄마는 화장실 가려고 잠깐 1-2분 자리를 뜰 때 간호사님에게 이랑이를 잠깐 부탁한 거 외에는 종일 안고 있었어...이랑이에게 노래도 불러줬었지. 이름도 참 많이 불러줬었어. 그런데 엄마는 그걸 잊을 뻔 했어... 어쩜 이랑이는 엄마 품 안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생각해서 그 다음 날부터 서서히 죽음을 준비한 것일 수도 있는데 말야... 그 생각을 하니 기차 안에서부터 눈물이 나려 하더라... 기차 내려 부산역에 도착하니 왠 푸들 한 마리가 목줄도 하지 않고 엄마 곁을 졸졸 따라가더라. 그 모습이 또 어찌나 귀여운지, 그리고 우리 이랑이 생각이 얼마나 나던지... 이랑아, 무척 보고 싶은 날이야...
myj4528
16-12-31 14:33  
이랑아~엄마는 요즘 동물농장만큼이나 EBS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란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있어. 오늘 낮에 재방송을 하길래 봤는데, 우리 이랑이 예전에 하던 행동을 그대로 하는 흰 강아지가 나왔어... 우리 이랑이도 끈 뜯어 먹는 걸 무척 좋아했었잖아. 운동화끈, 구두끈, 심지어 후드티의 끈까지 잘근잘근 씹어 먹었었지. 두 손을 가지런리 꼭 모으고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끈을 뜯고 있는 널 보고 그걸 뺏으려 들면 날카롭게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고 발톱을 세우던 너였어. 그래서 엄마는 이랑이 변은 항상 유심히 살펴봤었잖아. 청바지 무릎도 뜯어 먹고 그래서 엄마는 엄마 냄세가 나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었지. 그러나 한날은 변을 보는 이랑이가 끙끙거리며 어쩔줄 몰라 해서 비닐장갑을 끼고 이랑이가 변을 보는 것 도왔는데, 이랑이 변을 살살 당겨보니 세상에 그 긴 후드티의 끈이 끝도 없이 줄줄 나오는 거였어. 그땐 정말 동물농장에 제보할까도 싶었지. 그런데 방송을 보니 그게 강아지를 과잉보호해서였다는 것. 그래서 서열정리도 문제행동 교정도 안되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맞아...엄마는 이랑이를 무척 사랑했던거야. 그래서 서열 정리도 일부러 안했어. 우리 이랑이가 우리 집에서 최고라고 믿었으니까. 이랑이가 바톱으로 엄마를 할퀴고 이로 물어뜯어도 영광의 상처라고 엄마는 넘겼어. 그덕에 엄마 몸에는 정말 많은 상처들이 남아 있고...온 몸에 긇히고 할퀸 상처자국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은 걱정을 해도 엄마는 아프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힘들다 생각하지도 않았어. 이랑이를 너무 사랑해서였어. 이랑아~ 방송을 보고 엄마 마음은 오히려 편해졌단다. 엄마가 이랑이 사랑한 마음 이랑이에게 전해졌을 것 같아서... 이랑아~엄마가 이랑이 정말 사랑하는 마음 잘 알지. 오늘은 2016년의 마지막 날이야. 엄마 곁에 이랑이 없이 보내는 날이라 그 점은 참 많이 속상해. 이랑아, 2017년이 끝날 무렵에도 동군이 오빠만큼은 엄마 옆에 있을 수 있도록 이랑이가 힘 좀 써줄래...
myj4528
17-01-01 20:50  
이랑아~새해 첫날 하늘 나라 강아지들과 함께 행복하게 잘 보냈니. 엄마는 동군이 오빠와 어제 할머니댁에 가서 하루 자고 왔어. 가서 초코강아지와도 신나게 놀고, 동군이 오빠는 쓸쓸하지 않게 잘 보낸 것 같아. 동물농장 재방송 보다가 이랑이와 똑같이 생긴 나리라는 강아지가 나와서 온 식구들이 이랑이를 추억하기도 했어. 할머니, 할아버지, 지유 이모 모두 이랑이를 보고 싶어해... 엄마와 동군이 오빠는 이랑이를  더 그리워했고... 새해 첫날 이랑이가 없어서 아쉽다는 얘기. 동군이 오빠는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는 얘기도 나누었단다. 이랑아~하늘나라에서도 새해는 있겠지. 새해 복 많이 받고 늘 행복하렴~
myj4528
17-01-02 19:26  
이랑아~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니? 엄마는 동군이 오빠를 무릎에 앉혀 놓고 컴퓨터 작업을 하며 하루를 보내었어. 이랑이와 달리 동군이 오빠는 무게감이 있어서 다리에 쥐가 자꾸 나려해. 우리 이랑이는 가벼워서 하루종일 무릎에 낮혀 두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말야. 지난 토요일부터 줄곧 같이 있다 이제 내일부터 출근을 해야 하니 동군이 오빠를 어떻게 혼자 둘 건지 도 걱정이 앞서. 이랑이와 둘이 있을 땐 걱정이 덜했는데 이랑이의빈 자리가 이렇게 또 크게 느껴져. 이랑아~새해가 되어도 크게 달라진 게 없네. 뭔가새해엔 새해답게 계획도 세우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이랑이가 없으니 신나지가 않아서인지 엄마는 그냥 어제같은 오늘, 그제같은 오늘을 보내고 있어. 우리 이랑이가 엄마에게 힘 좀 주고 가면 좋겠네. 이랑아~ 엄마한테 한번 다녀가줄래.
myj4528
17-01-03 19:25  
이랑아~오늘 하루 잘 지냈니? 오늘은 동군이 오빠 산책을 못 시켜줘서 엄마는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어. 바깥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감기 걸리기 쉽다는 이유로 산책을 못하고, 아파트 복도 창문을 열어 고개를 살짝 내밀 수 있도록 했더니 동군이 오빠는 재채기를 하네. 너무 집 안에만 있어도 면역에 도움이 안될 것 같으니 이젠 바깥 바람을 조금씩 쐬는 게 좋겠지. 엄마는 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우리 이랑이 산책도 목욕도 제때 못 시켜줬는데, 이제 또 동군이 오빠에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려고 해. 요즘 이유없이 이랑이 이름을 부르는데, 그떄마다 동군이 오빠는 고개를 이쪽 저쪽 돌리며 혹시 이랑이가 돌아왔나 기대에 차서 귀를 쫑끗 세워. 동군이 오빠는 귀가 많이 어두운데도 이랑이 이름은 잊지 않고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 엄마도 이랑이 이름이 입에 붙어서 동군이를 부를 때도 가끔 실수를 한단다. 이랑아~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우리 이랑이가 엄마 곁에 늘 맴돌고 있을 거라 믿으며 앞으로도 이랑이 이름 가끔 부를께~이랑이도 대답을 들려주렴~
myj4528
17-01-04 16:50  
이랑아~오늘은 재활용 분리수거하는 날이야. 엄마는 동군이 오빠를 데리고 분리수고 막 하고 왔어. 그런데 동군이 오빠 걸음걸이가 이상하네. 아스팔트 위에 발을 끄는 소리가 나... 급히 안고 집에 와서 발을 씻긴 후 드라이로 털을 말리면서 보니, 동군이 오빠 발등이 빨갛게 까져 있어. 동군이 오빠 발바닥 패드가 다 닳아 걷기 힘이 드니 발등으로 걸었나봐... 그렇게라도 산책을 하고 싶었을까. 아프면 꼼짝않고 그 자리에 그냥 있으면 되는데 동군이 오빠도 참...우리 이랑이도 그랬니. 엄마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아파도 내색하지 않고 있다가 병이 깊어져서야 엄마가 알게된 거니. 병은 숨기면 안되는건데 우리 착한 이랑이는 엄마 걱정할까봐 아프면 늘 몸을 숨기기 바빴지. 이제 동군이 오빠가 또 그 모습을 보이니 무척 속상해... 이랑아, 엄마가 이랑이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myj4528
17-01-05 18:01  
이랑아~ 오늘 씽크대 찬장에서 햄토리 소세지 묶음을 발견했어. 이제 유통기한이 넘어 먹지도 못하게 되었더구나... 이랑이는 가루약을 너무 싫어해서 약국에서 빈 캡슐을 사다가 종이로 깔대기를 만들어 캡슐약을 만들어서 닭고기 간식에 숨겨서 숟가락을 떠 먹이면 곧잘 먹었지. 그런데 약 먹는 횟수가 하루 3번으로 늘고 약의 용량도 많아지면서 이랑이는 약만 쏙 골라내고 닭고기만 먹었어. 나중에는 닭고기만 보면 약인줄 알고 닭고기조차 거부하더라.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이랑이가 좋아하는 햄토리 소세지를 사서 가운데 원통형의 구멍을 내어 캡슐을 끼워 먹였지. 처음 한 두번은 그렇게 약을 먹길래 햄토리를 아예 대용량 포장된 걸 사다 놓았지.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이랑이는 햄토리도 먹지 않으려 했어. 그만큼 약이 쓰고 먹기 힘들었나봐. 입마개를 사서 양 옆을 가위로 오려서 입에 채운후 송곳니 사이로 넣으려 시도해 봤지만 역시 실패. 엄마는 이랑이 약을 먹이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었어... 우리 이랑이는 예민한데다 똑똑하기까지해서 약을 먹는 척 하다가 나중에 뱉어내는 신공까지 발휘하더구나. 결국은 가루약을 주사기에 넣어 억지로 먹이려하다 목이 돌아가기도 하고... 지나고나서 생각하니 이랑이 약먹이는 게 엄마는 하루 중 제일 중요한 일과가 되었지. 이랑아~ 이제 약 안 먹어도 되는 하늘나라 가니 어떠니.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지. 엄마 사랑 받지 못해도 약 안 먹고 고통없는 그곳에 있으니 안심이야. 하지만 엄마는 이곳에서 이랑이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건 꼭 알아줬으면 해~
myj4528
17-01-06 09:38  
이랑아~오늘은 엄마가 조금 일찍 이랑이를 찾았지. 실은 오늘 할머니, 할아버지, 지유이모, 동군이 오빠, 초코 이렇게 모두 남해 애견펜션에 1박 2일 여행가기로 되어 있어. 엄마가 이랑이 떠나보내고 한 가장 큰 후회가 우리 이랑이와 함께 여행다운 여행 한번 못해본 거였거든. 그래서 동군이 오빠 하늘나라 가기 전에 추억 만들어 주려고 이주 전에 예약을 해 둔거야. 마침 강아지 전용 펜션이 있더라. 이렇게 가까운 곳에... 오늘 할머니댁 들러 식구들과 다 같이 만나서 여행갔다가 내일 다녀와서 이야기 들려줄께. 우리 이랑이 서운한 거 알아... 하지만 그 서운함 동군이 오빠도 느끼면 안되니까 우리 이랑이가 이해해 줄거지?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잘 다녀올께, 이랑아~
myj4528
17-01-07 20:18  
이랑아~엄마는 동군이 오빠와 1박 2일 여행 다녀왔어. 차를 타고 가는동안 가방에서 꺼내어 놨더니 너무나도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낮잠을 청하더라. 늘 가방 안에 넣어 조수석에만 있던 동군, 이랑이였는데... 우리 이랑인 차를 타면 불안해하니 감히 가방에서 꺼낼 엄무도 못내었는데 어쩜 나의 무릎에서는 평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남해 애견펜션 도착해서도 거기 있는 두 강아지와 풀밭을 너무 신나게 뛰놀고, 밤에는 보채지도 않고 그야말로 떡실신 상태로 잠도 잘 자더구나. 동군이 오빠는 신나게 뛰놀아서인지 풀밭 한켠에 똥도 예쁘게 싸고... 엄마는 동군이 오빠의 새로운 모습을 봤어. 그러면서 우리 이랑이와 함께 하지 못한 지난 날들이 무척 아쉽고 후회가 되었어. 이번이 마지막 여행이 아니기를 다음에 이같은 기회가 또 오기를 바라고 초코강아지와 더 신나게 놀다 왔단다. 가며 오는 길에 낙동강 강변 이랑이가 있는 그 곳도 봤어. 이랑아~몸은 함께이지 못해도 마음은 우리와 함께 한 것 맞기를... 이랑아~사랑해~
myj4528
17-01-08 19:40  
이랑아~동군이 오빠와 엄마는 여행 다녀온 뒤 겨울잠에 빠져들었어. 이동시간이 길다 보니 차 타고 가는 게 피곤했을 거야. 낯선 환경에서 신나게 뛰노는 게 재미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긴장도 되었을테니 집에 돌아와 긴장이 풀어져 아마 깊은 잠에 곯아 떨어진 것 같아. 여행도 자주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우리 이랑이는 하늘나라 생활이 어떤지 궁금하네. 뭐든 처음 하는 거에 호기심을 보이는 이랑이지만 또 그만큼 겁도 먹는 이랑이인데... 엄마 없는 곳에서 고개를 하늘로 치켜 들고 늑대처럼 울부짖고 있는 건 아니니. 이랑아~혼자라는 생각에 힘들어도 시간은 금방 간단다. 시간이 흘러흘러 동군이 오빠도 만나고 엄마도 만날거야. 우리보다 조금 먼저 가 있는 거다 생각하고 하늘나라 생활을 하렴. 우린 이랑이 안 잊고 있으니까...
myj4528
17-01-09 19:26  
이랑아~날이 추운데도 길에는 산책 나온 강아지들이 꽤 되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추울테니까 산책해 둬야지 이런 마음으로 산책하는 걸까. 겨울엔 무조건 집에만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괜히 감기 걸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서너날을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던 우리 강아지들. 엄마가 데리고 나가지 않으니 감금 아닌 감금생활을 한 우리 강아지들. 베란다 나가는 것조차 염려하던 엄마였지. 지나고 보니 다 부질없는 행동이었어. 요즘은 동군이 오빠 베란다 산책도 하루에 두번, 안고 복도 창가 산책도 하루 한번은 한단다. 그러나 햇빝 잘 드는 날엔 아파트 한 바퀴도 하지. 그럴 때마다 우리 이랑이는 바람이 되어 햇빛이 되어 우리 곁에 있을 거라 믿어. 우리 이랑이도 옆에 있지라는 엄마 목소리가 이랑이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이랑아~날 따뜻한 봄이 오면 이랑이 생각이 더 날 듯 해. 그땐 얼마나 더 보고 싶을까.
myj4528
17-01-10 17:26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또 실수를 했어. 며칠 전에는 엄마 베개에 같이 머리를 맞대고 자다가 잠결에 쉬를 해서 베개를 다 젖게 만들더니 오늘은 책상 의자 뒤에 같이 앉아 있다가 그만 또 실수를 해서 전기방석을 다 젖게 했네. 동군이 오빠가 실수를 하니 엄마는 또 걱정이 된다. 예전엔 실수를 하면 혼내키기 바빴지만 이젠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는가 싶어서 너무 무섭고 겁이 나. 방석에 페브리즈를 뿌리고 베란다에 널어두면서 저기 뒤에 숨어 있는 이랑이 분홍색 옷을 발견했어. 이랑이 아기때부터 입던 옷이라 동군이 오빠에게는 맞지 않는 옷. 가만히 들어 이랑이를 생각하며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다 날아가고 없는 이랑이 냄새. 동군이 오빠 실수때문에 그리고 이랑이 생각에 오늘은 참 우울하게 보냈어. 내일은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야겠어. 집에만 있으니 이랑이 생각에 자꾸 엉뚱한 생각이 나네. 이랑아~엄마가 우울하게만 시간을 보내는 건 이랑이도 싫지? 내일은 활기찬 하루 보내고 이랑이를 맞을게~
myj4528
17-01-11 19:14  
이랑아~엄마는 이랑이가 보고플 때면 핸드폰에 남아 있는 이랑이 사진과 영상을 봐. 그런데 참으로 마음 아픈 건 사진과 영상 속 이랑이는 너무나도 아파하고 있다는거야. 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어 놓아야 진료 시간에 담당 선생님께 이랑이 상태를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있으니까 이랑이가 아픈 순간은 모두 핸드폰 속에 저장되어 있어...그래서인지 엄마가 가지고 있는 이랑이의 생전 모습은 하반신마비에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 수분동안 경련하는 모습, 발작하는 모습, 고통 속에서 마지막 숨을 모으는 모습 이런 것들 뿐이야... 이랑이가 보고 싶어 열어 보지만 이내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이랑이가 건강할 때 모습, 활기차게 뛰노는 모습은 하나도 없구나. 이랑이의 건강할 때 모습이 엄마는 너무너무 그리운데 말야... 이랑아~혹여 엄마 꿈속에 나오려거든 그때는 아프지 않은 모습이었으면 해. 사랑해~이랑아~
myj4528
17-01-12 19:39  
이랑아~이랑이가 많이 아파서 하루종일 누워있으니 엄마가 이랑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앉은뱅이 책상에서 생활을 했었잖아. 그러다 엄마는 이제 조금씩 책상으로 생활공간을 옮기고 있어. 엄마가 학교가고 없는 사이 거동이 불편한 이랑이가 딱딱한 바닥을 이곳 저곳 기어다니고 콩콩 엉덩방아 찧으며 다니는 게 너무 위험해 보여서 사놓은 울타리가 3세트나 되는구나... 동군이 오빠는 다행히 이동하는 데 큰 문제가 없으니 울타리를 치고 있지 않은데, 이랑이 아플 때 사놓은 울타리를 보니, 지난 여름이 다시 생각나. 이랑아~엄마는 한동안 잘지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부쩍 우울해. 이랑이가 참 많이 보고 싶어서 동군이 오빠를 안고 아파트 베란다를 향해 이랑이 이름을 불러보며 이랑이 얼굴을 떠올리기도 해. 그러면서 동군이 오빠가 엄마를 떠나갈 걱정에 금세 우울해져. 아침에 눈을 뜨면 낮이 오고 밤이 오기를 그냥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사는 사람같아... 햇볕이 나면 좀 나아질까. 오늘은 어느날보다도 이랑이가 참 많이 생각나네...
myj4528
17-01-13 21:48  
이랑아~엄마는 오늘부터 책 필사를 시작하게 되었어. 그동안 이랑이를 잃은 슬픔에 젖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하루 하루가 무척 고되었는데, 뭔가 성취감을 느낄만한 일을 해야할 것 같아서 고민하다 책 필사를 하게 되었어. 책 필사자 모집 공고에 이랑이 사연을 보내어서 선정된거란다. 우리 이랑이가 엄마에게 이렇게 또 큰 선물을 주네. 우리 이랑이는 엄마에게 많은 것을 주는 귀한 존재야. 이랑아~ 정말 고마워~ 책 필사하면서 이랑이 생각 더 간절해지겠지만 그만큼 성취감과 보람도 느낄 것 같아 설레기도 한단다. 이랑아~내일은 엄마가 새벽에 또 출장을 가야 해서 동군이 오빠 걱정이 앞서. 엄마가 집을 비우는동안 이랑이가 잘 지켜줘~ 부탁해~
myj4528
17-01-14 22:23  
이랑아~엄마는 이제 막 출장 다녀왔어. 새벽 4시 반에 집에서 나갔으니까 거의 열 일곱 여덟시간을 동군이 오빠 혼자 집에 있었던 거잖아. 집을 막 나서고 나서부터 CCTV를 수시로 들여다봤는데, 동군이 오빠는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이 힘든가봐. 현관, 베란다, 방을 헐레벌떡 뛰어다녀. 불안해서 눈빛은 흔들리고... 우리 이랑이는 엄마가 외출하려고 하면 불안이 막 시작되다가도 엄마가 막상 외출하고 나면 체념이라도 하듯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는 마약방석 안에 쏙 들어가 있었지. 그러다 동군이 오빠가 이랑이 방석에 같이 들어가려 하면 으르렁 입질 한 번 하고, 그리고 이내 둘은 사이좋게 하나의 마양방석에 들어가 있었지. 이제 그 넓은 두개 마약방석을 동군이 오빠 혼자 독차지 하게 되었는데, 어찌나 빈 자리가 커보이는지 모르겠어. 우리 이랑이가 몸은 함께 아니어도 마음은 늘 동군이 오빠 곁에 있었으면 해. 엄마가 집에 오고 나니 동군이 오빠는 쓰러지듯 밤이 들어. 엄마 따라 밤을 꼴딱 새고도 낮잠 한번 못 잤으니 오죽할까 싶어. 이랑아~ 엄마는 동군이 오빠 꼭 끌어 안고 코~ 잘께. 이랑아도 잘자고 내일 만나자~~~
myj4528
17-01-15 20:29  
이랑아~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 간지도 벌써 넉달이야. 넉달이면 한 학기에 달하는 시간인데... 학기는 정말 더디게 가는 데 우리 이랑이 떠나고 난 시간을 되돌아 보니 참 빨리 흘러간 것도 같아. 하루하루는 더디게 가는데 지나고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났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랑이 서너살 때 시간을 참 헛되이 보낸 것 같아 무척 후회스러워.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전 보낸 석달의 시간만큼 이랑이와 함께 보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든 지나고 나면 이렇게 후회가 남네. 이랑아~ 우리 이랑이 보내고 나니 사람들이 또 강아지를 키울 거냐고 물어. 그럼 엄마는 주저없이 얘기해. 아마 그럴 것 같다고. 우리 이랑이가 엄마에게 준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힘들어도 또 도전해 보고 싶은거란다. 이랑아~ 엄마에게 과분한 사랑 줘서 고마워~
myj4528
17-01-16 19:29  
이랑아~엄마는 책 필사하느라 오늘 하루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보냈어. 동군이 오빠는 하루 세번 간식 잘 챙겨 먹으며 다시 포동포동해지고 있고... 이렇게 하루종일 집에 함께 있다가 외출을 하게 되면 또 불안해하고 스트레스 받으니... 외출하지 않는 시간은 무조건 동군이와 함께 보내려 한단다. 아침에 베란다를 내다보는 데 창틀레 민들레 홀시가 날아와 앉아 있는거야. 그걸 집어다 허공에 날려 버리니 하늘 높니높이 저 멀리 가더라. 혹시 이랑이인가 싶어 뒤늦게 후회도 해봤지만 우리 이랑이는 바람이 되어 또 올거라 믿고 마음을 달래었어~ 이랑아~날이 춥다고 마음마저 추워지면 안돼. 엄마 보고 싶으면 언제든 또 찾아오렴~
myj4528
17-01-17 20:42  
이랑아~엄마는 오늘도 동군이 오빠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어. 이젠 동군이 오빠가 먼저 손을 내미는 일도 있어. 예전같으면 허리가 아파서 손을 내미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말야. 엄마가 책 필사하느라 몰두하고 있으면 슬그머니 다가와 엉덩이를 갖다대기도 해. 대신 날이 추워서인지 베란다는 잘 안나가려고 해서 엄마가 쪼그려 앉아서 동군이 오빠를 안고 창밖을 바라보는 정도야. 이랑이와 함께 산책했던 그 길을 내려다 보며 배수구는 도움닫기해서 깡총 뛰던 이랑이도 떠올렸단다. 독똑한 이랑이는 배수구는 갓길로 돌아가기도 했었지. 창밖을 내려다 보면 이랑이 생각이 부쩍 많이 나. 어떤 날은 하염없이 슬프기만 하고,  또 어떤 날은 이랑이와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생각나 그립기도 해. 이랑아~ 날은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하게 보내자~
myj4528
17-01-18 19:20  
이랑아~오늘 할머니, 할아버지 결혼기념일이라 외식하고 왔어.여느 때같으면 동군이 오빠를 가방에 넣어 데리고 갔을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거든.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동군이 오빠 외출 가방, 목줄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거야. 엄마가 외출하고 없으니 자기도 나가고 싶어서 외출 가방을 챙겨 그 속에 들어 갔다 나왔다를 무수히 반복했나봐. 게다가 동군이 오빠 목줄도 끄집어 내놓고, 이랑이 목줄까지 끄집어 내놓았네. 동군이 오빠는 정말로 엄마 따라 나가고 싶었나봐. 의자 위에 올려 두어서 그걸 끄집어 내리려면 두 발로 서서 오래도록 씨름해야 했을텐데 그 과정에서 허리가 얼마나 아팠을까...동군이 오빠는 언젠가부터 혼자 집에 있는 걸 너무너무 무서워해. 가끔 숨바꼭질 하느라 화장실 문 뒤에 숨어 있으면 동군이 오빠가 거실과 방안을 뛰어 다니며 엄마를 찾으려 다니는 모습을 보게 돼... 엄마 없는 동안 동군이 오빠가 불안해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잘 지내려면 이랑이가 곁에 있어야 하는데... 동군이 오빠는 엄마가 없으면 낮잠조차 자지 않아. 그러다가 엄마가 집에 오면 정신못차리고 잠에 빠져들어. 이랑아~ 내일도 엄마는 학교를 가야 하는데,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마음 좀 달래줘~~~
myj4528
17-01-19 17:40  
이랑아~오늘은 날이 조금 풀린 것 같아서 동군이 오빠와 아파트 한 바퀴 하고 왔어. 이랑이 하늘 나라 생활은 어떨지 외롭지 않을지 동군이 오빠와 얘기 나누며 다녀왔어. 집에 오니 동군이 오빠는 화장실로 직행해. 이랑이와 달리 동군이 오빠는 외출하고 오면 바로 화장실에 가서 씻을 준비를 해... 예전엔 동군이 오빠를 먼저 목욕시키고 이랑이 질투심을 유발해서 이랑이 목욕도 시키곤 했는데, 이랑아~ 기억나니? 따뜻한 물에 목욕 시켰더니 동군이 오빠 새하얀 털이 더 새하얗게 보여. 털이 길어서 몰랐는데 동군이 오빠는 긴털에도 이랑이 옷이 참 잘 들어맞아...이젠 겁이 나서 동군이 오빠 옷을 사지도 못하겠어. 특대형 입던 동군이오빠였는데 소 사이즈의 이랑이 옷도 맞으니 말야... 마치 우리 이랑이 체중이 점점 줄어드는 걸 볼 때의 그 걱정이 찾아오니까... 이랑아~오늘은 외출에도 동군이 오빠가 잘 버텨줬네. 부디 내일도 그러하길 엄마는 바란단다. 세상에서 제일 착한 우리 이랑이가 많이 도와 주니 정말 고마워~사랑한다~이랑아~
myj4528
17-01-20 19:41  
이랑아~오늘은 날이 참 많이 추워. 지난 여름은 그렇게 무덥더니... 우리 이랑이 욕창 안 생기게 하려고 에어컨 틀고도 쉴새없이 부채질을 하고. 잘 때는 아이스팩에 수선을 감아 이랑이 자는 데 깔아놓고 그랬었는데. 온도가 높으면 암세포들의 증식이 늘어날까봐 엄마는 나름대로 갖은 노력을 다했었지. 그렇게 무더운 여름이 언제 있었냐는 듯 오늘은 폭설로 국고가 막힌다는 뉴스가 나와. 아직 이곳은 눈이 오진 않았는데 그래도 바림이 어찌나 차갑든지... 동군이 오빠 산책 시켜놓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대신 우리 이랑이 좋아하는 야옹이 친구는 이렇게 추운 날 어디서 몸을 피하고 있는지 걱정도 되는구나. 이랑아~ 하늘나라 생활은 이제 좀 익숙해졌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무지개다리 앞에서 엄마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이 된단다.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어~~
myj4528
17-01-21 19:00  
이랑아~엄마가 배를 깎아서 먹고 있는데 동군이오빠가 자기도 먹고 싶다고 앞발로 자꾸 엄마 팔을 건드리는거야. 예전같으면 사람 먹는 거는 강아지 먹으면 안된다고 하고 매정하게 고개 싹 돌렸을 엄마이지만, 바로 인터넷에 들어가 강아지가 배를 먹어도 되는지 검색부터 했어. 많은 양은 안되지만 소량은 먹여도 된다는 글이 있길래 가운데 심 부분 빼고 가장자리 부분만 조금씩 5-6조각 줬어. 동군이오빠가 사각사각 소리내며 정말 맛있게 먹네...그러고 보면 우리 이랑이는 평생 과일도 하나 못 먹였네. 사람 먹는거는 무조건 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 딱딱한 사료만 먹였어...이날이 이빨을 대부분 발치해서 고작 4-5개 밖에 안남아 있을 그 무렵에도 엄마는 이랑이에게 사료만 먹였지...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서 지금 이 모습 보고 있다면 참 많이 서운할거야. 이랑아~ 엄마가 아프고 나이든 강아지는 처음이니까 모든 게 서툴러서 그랬어. 다시 엄마에게 와준다면 정말 잘할께~ 기회를 주면 좋겠다...
myj4528
17-01-22 19:53  
이랑아~홈쇼핑에서 강아지옷도 판매를 하네. 무려 다섯벌씩을 팔고 있어...설이 다가오니 강아지들 설빔 준비하는 사람들은 좋겠다 그치. 엄마는 방금 인터넷으로 동군이 오빠 사료를 구매했어. 이랑이가 없으니 동군이 오빠는 사료를 잘 안 먹으려 하고 엄마도 동군이를 과잉보호하다 보니 비스킷, 고구마, 소간, 닭고기, 오리고기 이런 걸 자주 줘서 그런가 봐... 예전엔 한번 15.4kg짜리 주문했었는데 이랑이 떠나고부터는 2kg짜리 주문했었거든. 동군이 오빠 혼자서는 사료를 잘 안 먹을 것 같아서...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료가 줄어드는 걸 보면 왠지 동군이도 엄마를 떠나갈 것 같아서 여유있게 주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이번엔 7kg짜리로 주문했어. 노령견 전용 사료도 주문해봤는데 한 알도 안 먹더라. 그래서 우리 이랑이와 늘 먹던 그 사료 또 주문했어. 이랑이는 하늘나라에서 주로 뭐 먹니?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강아지가 되어 엄마에게 또 오렴. 맛있는 거 많이 준비해 둘께. 이랑이 아파서 먹는 거조차 고개 돌려 거부할 때가 자구 생각나서 그래... 이랑아~엄마는 늘 기다리고 있으니까 언제든 놀러와~
myj4528
17-01-23 21:51  
이랑아~엄마는 오늘 연망정산 서류를 정리했어. 2016년은 여느 해 보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 많은 해 였네. 2016년 설날 이랑이 수술을 시작으로 이랑이와 동군이 오빠는 수술도 많이 했고 입원도 많이 했었지. 당시에는 몰랐다가 한 해를 마감하면서 우리 강아지들 진료비가 참 많이 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 하지만 이랑아~ 엄마는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가 않단다. 우리 이랑이가 엄마와 조금 더 함께일 수 있었고, 덜 아팠을거라 믿으니까 말이야. 다만 입원해 있는 동안 면회를 자주 가지 못한 건 정말 많이 후회가 돼. 면회를 한번 가면 이랑이가 엄마따라 나오려고 하니 진료에 차질이 있다고 하니 엄마는 병원에서 보내오는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사진만으로 이랑이를 만날 수 밖에 없었지. 늘 새 패드를 깔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 외에는 만날 수 없었으니 그게 참 아쉬워. 이랑아~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해~~
myj4528
17-01-24 22:02  
이랑아~동군이 오빠가 오늘은 거실에 깔아둔 이불에 대놓고 오줌을 싸네. 낮시간 외출해 있는동안 불안해하며 거실을 배회하다 엄마가집에 오면 그때부터는 안심이 되어 긴장이 풀려서인지 그대로 곯아떨어져. 그러다 새벽 3-4시가 되면 깨서는 거실에 둔 이랑이 방석에 가서 꼼짝을 안해. 그야말로 낮과 밤이 바뀐거지...그럼 또 엄마는 동군이 오빠 옆에서 토닥토닥도 해 주고 미간 사이를 손가락으로 만져주기도 하지... 예전에 이랑이 스테로이드 치료 받을 때 계속 오줌을 싸서 엄마가 밤에 잠을 거의 못잤을 때 그때가 생각날 정도야. 동군이 케어하다보니 엄마는 그새 책 한권 필사를 마쳤을 정도야. 지금 곤히 잠든 동군이 오빠를 보니 무척 평온해 보인다. 우리 이랑이도 하늘나라에서 평온하겠지?
myj4528
17-01-25 21:14  
이랑아~동군이 오빠와 재활용분리수거 하고 왔어.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하루종일 동군이 오빠는 외로움과 씨름하다가 엄마가 집에 딱 나타나면 축 늘어져 있던 꼬리가 다시 하늘을 향해. 그 모습을 보면 얼마나 측은한지... 이랑이가 있을 때만해도 마약방석에서 곤히 잘자던 동군이 오빠였는데 이젠 불안한 모습, 흔들리는 눈빛, 축 늘어진 꼬리. 이런 것들로 엄마는 무척 염려가 돼. 그래도 지금은 방학이니 함께할 시간이 그나마 있지만 봄이 오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요즘 들어 동군이 오빠와 함께 시간을 보낼 아기 강아지를 찾아봐야하는 건지 고민도 돼. 우리 이랑이처럼 예쁘고 귀엽고 애교만점인 아기 강아지가 또 있을까. 질투심에 깡깡깡하면서도 엄마를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그런 강아지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이랑이와 똑같은 강아지는 세상에 없는데...
myj4528
17-01-26 17:55  
이랑아~내일부터 설연휴 시작이야. 작년 설연휴에는 이랑이가 암 수술을 받았었지. 1년이 지난 지금 엄마와 동군이 곁에는 우리 이랑이가 없네. 이랑이 옷, 목줄, 방석, 넥칼라, 약. 모든 게 그대로인데 이랑이가 곁에 없다는 슬픔은 일상을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아직 남아 있어.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함께 달려가던 동군이와 이랑이와의 산책길도 이젠 다리를 저는 동군이와 엄마뿐이야. 그마저도 동군이 오빠는 뒷다리를 끌면서 가니 아파트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안고 와야할 정도야. 이랑아~ 다들 설맞이에 분주하고 고향 방문에 행복해 하는데, 엄마는 우리 이랑이 생각에 쓸쓸하기만 해. 이랑이도 같은 마음이니? 엄마는 늘 이랑이 기다리니까 엄마 보고 싶으면 언제든 와~
myj4528
17-01-27 20:38  
이랑아~하늘나라 강아지 친구들과는 많이 친해졌니? 텃새 부리는 강아지들때문에 주눅들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동군이 오빠는 자다가도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이 보여. 우리 이랑이가 많이 아플 때 보이던 그 모습이라 많이 걱정이 된단다. 지난 추석 연휴에 우리 귀여운 이랑이가 하늘나라 갔었지. 오늘 설 연휴가 되니 이랑이 먼 길 떠나던 그 때가 또 생각나 너무 슬퍼. 그걸 아는지 동군이 오빠는 엄마와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해. 이랑이가 입던 옷도 건네 주고 이랑이 넥칼라도 꺼내줘 봤는데 동군이 오빠는 그냥 우리 이랑이가 보고 싶은건가봐. 우리가 싫어서 이랑이가 떠난 것도 아니고 축 늘어진 이랑이를 운구 박스에 담는 할아버지가 이랑이에게 해꼬지를 한 게 아니라 이랑이가 너무너무 아프니까 우리 곁에 있는 게 너무 힘들어져서 잠시 우리를 떠나 있는 거라고 곧 다시 만날거라고 그때까지는 우리가 잘 살아내야한다고 달래고 또 달래었어. 실은 엄마 스스로에게 한 말이기도 해. 이랑이가 그립지 않은 날이 없어. 밤을 새워 책을 필사를 해도 이랑이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더라. 이랑아~ 많이 사랑해~
myj4528
17-01-28 21:23  
이랑아~까치까치 설날은~~~오늘은 설날이야. 동군이 오빠는 할머니댁에 가서 세뱃돈 받아서 용돈 가방에 두둑하게 챙겼는데 우리 이랑이는 그러지 못해 어쩌니. EBS 방송에서는 우리 이랑이 윙크하는 모습고 똑닮은 강아지가 나와서 엄마 마음을 또 아프게 하고...이랑이가 없으니 초코 강아지와 다툴 일도 없으니 집이 조용하기만 하더라. 지난 추석 연휴때는 이랑이 장례치르고 눈물로만 보내었는데 이번 설은 이랑이의 빈 자리로 또 슬퍼. 동군이 오빠와 집에 오니 금새 잠이 든 동군이. 넓은 집에 적막이 감도네. 이랑아~동군이 오빠 지켜달라는 엄마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동군이 오빠는 우리 이랑이 덕에 잘 지내고 있어. 나중에 이랑이 만나면 엄마가 이랑이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 또 전할께~
myj4528
17-01-29 20:13  
이랑아~오늘 아침에 동물농장 800회 특집을 하더라. 우리 동군이, 이랑이는 엄마와 동물농장을 참 자주 봤었잖아. 본방송도 보고 재방송도 보고. 방송에서 강아지들이 많이 아파서 하늘나라 가는 장면들을 오늘 참 많이 보여 주더라.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줬어. 많은 강아지들이 마지막 큰 숨을 크게 한번 쉬고 하늘나라로 가더라... 우리 이랑이처럼... 고통 속에서 울부짖으며 하늘나라 가는 강아지들도 있다고 하던데 그에 비하면 우리 이랑이는 울부짖지도 크게 소리내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숨을 쉬다 엄마 곁을 떠났지. 그래서인지 우리 이랑이가 무섭다거나 하지 않았어. 마냥 슬프기만 했었거든. 방송에 나온 그 많은 강아지들이 모두 무지개 다리 건너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다리 위 우리 이랑이가 구석진 자리에 있는 건 아닌가 문득 걱정도 되더라. 이랑아~하늘나라에서 햇볕 잘 드는 좋은 자리에서 눈 찡긋하면서 있어. 그럼 엄마가 나중에 이랑이를 단번에 알아볼께~
myj4528
17-01-30 18:34  
이랑아~동군이 오빠 털이 많이 자라서 엄마가 털을 잘라 줬어. 미용샵에서 미용을 하고 온 날이면 몸을 동그랗게 말고 온몸을 긁어대니 늘 온 몸 이곳 저곳이 불긋불긋해지고, 또 긁힌 자욱이 있었는데 말야. 엄마가 집에서 털을 밀면 배를 드러내고 발라당 누워 잠들기까지 해. 털을 밀고 나면 예민해져 있을 법도 한데 목욕까지 싹 하고 나면 너무나도 평안하게 잠이 들어. 긁지도 않고 말야... 우리 이랑이는 털을 다 밀어 피부가 다 드러날 정도로 털을 자르고 온 날이면 유독 부끄러움에 온 몸을 동그랗게 말고 이불 속으로 숨기 바빴지... 진작에 엄마가 털을 잘라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털 자르고 나서 옷 입히고 오리털 파카를 주니 쌔근새근 잘 자... 그리고 배가 고파 깬 동군이에게 사과를 조금 깎아서 주니 사각사각 소리 내며 잘 먹네. 강아지에게 사과를 먹여도 된다는 거도 이제서야 알았어. 강아지에게는 사료외엔 아무 것도 먹여선 안된다는 생각에 우리 이랑이에겐 과일 하나 깎아 주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소량의 과일은 줘도 된다는 오히려 노령의 강아지에겐 섬유질으 풍부한 채소를 줘야 한다는 글도 있어...우리 이랑이는 이런 호사스러움을 안겨주지 못했네. 엄마는 아직도 이랑이에게 미안한 일이 남아 있어. 몰라서 실수했던 많은 일들 이제 동군이 오빠에게는 반복하지 않고 있어. 만약 그 순서가 반대였다면 어떨까...
myj4528
17-01-31 22:06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엄마와 숨바꼭질을 잘 하잖아. 그래서 세탁기를 돌리려고 베란다에 나가 있으면 베란다로 쪼르르 달려왔다가 다시 방으로 가서 베란다의 엄마를 보기도 하고, 베란다와 방을 왔다 갔다 하며 엄마가 잘 있는지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보는 걸 좋아했지. 우리 이랑이는 엄마가 베란다에 가 있으면 방 안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강아지였는데 말야. 그런 동군이 오빠가 점점 감각기능이 무뎌지는 것 같아. 문 뒤에 숨어 있는 엄마를 코 앞까지 와도 찾지를 못하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으면 이불을 젖히면 될텐데 여전히 엄마를 찾지를 못해. 그래서 노즈워크를 주문했어. 우리 강아지들 아기때도 사용하지 않던 노즈워크... 혼자 쓸쓸히 시간을 보낼 동군이 오빠를 위해 마련했는데 사이사이 숨겨둔 사료와 간식을 곧잘 찾아 먹어. 우리 이랑이가 있었더라면 동군이 오빠 가가이 오지 못하게 으르릉 한번 했을텐데 혼자라 그런지 여유있게 잘 찾네~우리 이랑이에게 해 주지 못한 많은 것들을 동군이 오빠와 함께 하노라면 이랑이가 도 서운해 할텐데... 그래도 엄마는 이렇게라도 동군이 오빠를 지키고 싶단다. 이랑아~이해하겠니...언덴가 이곳 파트라슈에서 동군이 오빠 얘기를 써야할 그날이 온다면 지금처럼 후회와 자책을 하지 않기 위함이란걸...
myj4528
17-02-01 21:48  
이랑아~엄마가 주민등록증 사본을 제출할 일이 있어 핸드폰으로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다가 보니 예전에 서울에서 살던 곳들 주소가 있어. 우리 이랑이가 처음 왔던 이대 후문 원룸에서부터 부산 장전동, 서울  신림동 오피스텔, 봉천동 주택, 행운동 주택... 다음과 네이버 사이트에 들어가 주소를 검색해서 로드뷰를 봤어. 우리 이랑이와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던 주택들은 모두 없어지고 원룸들이 들어섰네. 주위의 편의점들은 다 그대로인데 말야. 관악구에서는 참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어서 그때를 떠올리면 숱한 에피소드들이 떠올라. 엄마가 가장 바빴던 시기여서 동군이, 이랑 단 둘만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방임 수준이었는지도 몰라... 새벽에 일찍 나가서 밤 늦게 귀가했으니까... 그래서 늑대울음도 많았고 벽지를 뜯거나 쓰레기통을 헤집어 놓는 일들도 참 많았어. 엄마는 혼내기 급급했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시간을 가장 헛되이 보낸 게 아닌가 싶어. 엄마 개인적으로는 많은 성취를 이룬 시기이지만 우리 강아지들에게는 참 부족한 엄마였어. 다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2007년에서 2010년 그 3년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구나... 우리 이랑이는 언제로 돌아가고 싶니? 너무 많이 아파 고통스러웠지만 엄마와 24시간을 함께 보냈던 2016년이니 그렇지 않으면 아프지 않고 건강했지만 엄마와 떨어져 지낸 2007년-2010년이니, 그렇지 않으면 엄마에게 처음 왔던 2003년 아기 강아지일 때니?
myj4528
17-02-02 19:42  
이랑아~오늘 할머니가 영국 강아지 키워보겠냐고 문자를 주셨어. 어떤 강아지인지 몇살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이것저것 물었지. 할머니 아는 분이 키우는 요크셔테리어인데 이제 2살 되었다고 해. 누가 키우라고 데려다 줬는데 도저히 키울 수가 없어 급하게 대신 키울 사람을 찾는다고 하더라. 처음엔 요키인지 모르고 사연만 듣고는 마음이 흔들렸던 게 사실이야. 이제 개강을 하면 동군이 오빠가 또 혼자 있어야 하고, 그전에 방학을 이용해서 둘이 있는 시간을 주면서 조금 훈련시키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지. 그런데 우리 이랑이처럼 하얀 털을 가진 귀여운 말티즈였다면 엄마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봤을텐데 갈색 요키 사진을 보내왔더구나. 말티와 요키... 엄마는 혹시라도 동군이 오빠와 잘 못 지낼까 하여 안되겠다고 했어. 잠시나마 요키 강아지에게 미안한 맘이 들어. 아마 다른 누군가 키울 사람이 나타났겠지? 우리 이랑이와 동군이는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는데. 이랑이가 우리 집에 처음 온 날 동군이 오빠와 남매처럼 둘이서 서로 부둥켜 안고 체온을 나누던 사진들이 꽤 많이 있단다. 이랑이만큼 동군이와 잘 어울린 강아지 또 찾을 수 있을까...
myj4528
17-02-03 22:12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노즈워크 위에 숨겨준 간식을 정말 잘 찾아 먹어. 그런데 신기한 건 간식과 사료를 함께 숨겨 두는 데 사료는 먹지 않고 간식만 골라 먹는다는 거야. 그러다 학교 다녀오니 노즈워크 담요에 쉬~~를 한 가득 해놨네. 역시 동군이 오빠는 맘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쉬~부터 한다... 그래서 낮에 아파트 한 바퀴 같이 돌고 왔더니 기분 전환이 좀 되나봐. 그래도 냄새도 못 맡고 소리도 못 듣고 앞도 잘 못 보던 동군이 오빠가 똑똑해 지는 약을 먹고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다는 거. 우리 이랑이는 약 먹지 않아도 똑똑했었지? 하늘나라에서도 제일 똑똑한 강아지로 사랑 많이 받고 있을거야 그치. 보고 싶은 우리 이랑이~
myj4528
17-02-04 19:58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오늘 의자에 엄마 등 뒤에 누워 있는 채로 오줌을 싸고 말았어. 나이가 드니까 조절이 안되는걸까. 가끔씩 이런 실수를 해. 목욕을 시키고 나니 다시 몸을 긁는 행동이 시작되었어. 앞 어깨 쪽은 도대체 얼마나 긁었는지 피부가 벌겋게 되어 있어. 그래서 동군이 오빠 옷 중 가장 두터운 옷을 입혔는데 세상에 옷이 커도 너무 큰 거야. 동군이 오빠는 예전 체격의 반도 안되게 야윈거였어. 참 슬프다...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중인 말티즈들을 검색하다 보니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들이 참 많아. 어쩌다 엄마를 잃어버린건지 그렇지 않으면 엄마로부터 버림을 받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동군이 오빠 동생을 한명 데리고 오고 싶은데 동군이 오빠 컨디션이 또 이렇게 안 좋아지니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 이랑이가 답을 좀 알려 줄래.
myj4528
17-02-05 20:56  
이랑아~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어서 산책은 안 가고 동군이 오빠와 집에서 놀았어. 피부가 안 좋은 동군이 오빠는 다시 약을 먹기 시작했고. 주사기에 약을 넣어 먹이려는데 우리 이랑이 생각이 나더라. 크기별로 한가득 쌓여 있는 조사기를 보면 이랑이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어. 약 섞어 주려고 산 순살 닭고기 캔도 그대로야. 동군이 오빠는 시저캔에 비벼 주니 쓱싹 다 비워. 참 고맙지... 이랑아~ 동군이 오빠를 잘 지켜줘서 고마워. 질투심 많은 이랑이, 엄마의부탁 들어주는구나.
myj4528
17-02-07 01:01  
이랑아~엄마가 하루종일 원고 쓰는 데 집중하다 보니 자정이 넘은지도 몰랐어. 동군이 오빠 저녁도 목 챙겨줬네. 엄마가 일에 집중하면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는 거 잘 알지? 예전에도 이랑이 엄마 의자 뒤에 앉아 있다가 쉬하고 싶으면 의자에서 점프해서 갈 정도였잖아. 엄마가 의자에서 꼼짝을 안하니까...동군이 오빠와 낮에 아파트 복도 산책을 다녀왔거든. 밖은 너무 춥고 그렇다고 집안에만 있자니 동군이 오빠가 갑갑해 할 것 같아서... 그래서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문은 꼭 닫아 놓고 복도에서 왔다 갔다 산책을 하는데. 동군이 오빠가 반대편 문을 열어 버린거야. 엄마는 건너편 집 창고인줄 알고 얼른 뛰어갔더니, 세상에 거기 비상계단이 있었지 뭐니. 호기심 많은 동군이 오빠는 다행히 복도 끝에 쌓아놓은 화분에 코를 갖다 대고 있었기에 다행이지 하마터면 동군이 오빠가 아파트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라도 했다면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야. 우리 이랑이도 예전에 신림동에 살  때 오피스텔 계단을 그렇게 뛰어 내려 가서 엄마가 놀란 적이 여러 번 있었지 그치. 병간호 하다가 떠나 보내는 것도 이렇게 가슴아픈데 어느날 갑자기 잃어버린다면 그 마음이 어떨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아. 이랑아~내일은 조금 일찍 찾을께~미안~~
myj4528
17-02-07 21:34  
이랑아~엄마가 컴퓨터 바탕화면 정리하면서 지난 여름 이랑이 입원시키고 잠시 외국 나가 있는동안 치료진들에게 남긴 당부의 편지를 발견했어. 이랑이가 주로 언제 낮잠을 자는지 어떻게 하면 약을 먹일 수 있느지 자세 변경은 어떻게 하고 휠체어 태울 때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심지어 약을 잘 안 먹는 이랑이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리커버리캔과 간식, 물의 배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깨알같이 적어 놓았네. 어쩜 당부의 편지보다 이랑이 곁에 엄마가 있어 주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는 아마도 지난 여름 가족들과의 해외여행을 두고두고후회하게 될 것 같아.동군이 오빠는 최근 베란다 산책, 복도산책에 이어 아파트 산책까지 가는데다 간식도 그 종류가 다양해지니 낑낑거리는 경우가 많아. 엄마는 이제 개강이 다가오니 마음이 분주해지는데 함께 있는 시간에 익숙해진 동군이 오빠가 분리불안을 극복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한가득이야.
myj4528
17-02-08 19:58  
이랑아~동군이 오빠의 먹성은 어디까지일까? 엄마가 연두부 샐러드 만들다가 연두부 한모르르 그만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저 멀리서 동군이 오빠가 달려와 그걸 찹찹찹하고 다 먹어 버렸어. 혹시 강아지가 먹으면 안되는 음식일까 싶어서 급히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단백질 보충으로 오히려 권장하네. 그런줄 알았으면 이랑이 뱃속 암덩이들이 위를 눌러 소화를 못시킬 때 닭고기조차 거부할  때 연두부라도 먹여봤으면... 주사기로도 먹일 수 있는건데. 이랑이 빈 속인데 주사기로 그 독한 마약성 진통제만 하루에도 수 차례 먹이고.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하늘 나라 가는 날 새벽 배에서 그렇게 심하게 나던 꼬르륵 소리는 어쩜 오래도록 아무 것도 못 먹어서가 배가 고팠던 게 아니라 위경련이나 장이 꼬여서였을 수도 있을텐데 그치. 이랑아~엄마에게 다시 한번 와 준다면 그땐 사람 먹는 거라고 무조건 피하기보다 건강에 도움되는 거 미리 미리 공부해서 많이 줄께~ 꼭 와줘...
myj4528
17-02-09 21:20  
이랑아~엄마 스마트폰에 문제가 생겨서 우리 귀여운 이랑이 사진을 다 잃어버렸는데, 오늘 아침엔 엄마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감염되어 컴퓨터, 외장형 하느, USB 모든 폴더를 열어도 파일들을 볼 수가 없네. 일부 파일들은 클라우드에 저장해 두었지만 그마저도 동기화된 파일들은 무용지물이 되버렸어. 동군이 오빠 데리고 컴퓨터 상가에도 가 봤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뿐이었어. 결국 컴퓨터를 새로 포맷하고 왔단다. 엄마의 삶조차 포맷이 되버린거 같아. 이제 곧 개강인데 모든 게 백지회되버리니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네. 이랑아~ 이러다 동군이 오빠마저 떠나가면 엄마는 도저히 살 자신이 없어. 우리 이랑이가 여태 동군이 오빠 잘 지켜줬는데... 참 답답하고 힘든 하루야. 이랑이가 곁에 있었다면 혀로 엄마 얼굴에 흐르는 눈물도 핥아 주고 엉덩이도 갖다 대고 그랬을텐데...
myj4528
17-02-10 19:56  
이랑아~이랑이 주려고 샀던 북어포를 이제 다 먹고 새로 주문했어. 이랑이가 많이 아파서 인터넷 검색했더니 사람들이 북어를 고아서 주면 좋다고 하길래 구입했던 건데 정작 이랑인 비려서인지 한번에 입에 대지 않었잖아. 그런데 동군이 오빠는 디스크 수술 후 북어를 고아서 주면 너무너무 잘 먹더라. 그래서 이번에 또 구입했는데, 이랑이 케어하느라 엄마는 요령이 많이 생겨서 동군이오빠는 정말 극진히 간호를 해. 오늘은 날이 많이 추웠는데 동군이 오빠는 전기장판 위를 떠나지 않더라. 엄마에게 자리 양보도 안하고 낮잠도 잘 자고... 이랑이는 추운 겨울 엄마 품에 쏘옥 들어오는 걸 좋아했는데, 동군이 오빠는 또 그러진 않아. 따뜻한 이랑이 품이 그리운 날이야...
myj4528
17-02-11 21:38  
이랑아~우리 이랑이가 14년을 어온 사료가 이번에 리뉴얼이 되었더라. 엄마는 당연히 겉 포장만 바뀐줄 알고 별 생각없이 구입했는데 동군이오빠 주려고 봉지를 여는데 예전과 다른 사료 냄새가 나는거야. 알고 보니 포장만 바뀐 게 아니라 성분에서도 약간 변화가 있나봐. 강아지들 기호성 좋게 리뉴얼 됭ㅆ다고 하는데, 정작 동군이 오빠는 근처에도 안가... 동군이 오빠 좋아하는 닭고기에 섞어도 줘보고 믹서기에 갈라 가루로 만들어서 살코기캔에 섞어서 줘 보기도 했는데 역시나 거부해. 이를 어쩌면 좋아. 리뉴얼 되기 전의 제품을 구할 수도 없고. 이러다 동군이 오빠 건강 해칠까 걱정돼... 이랑이가 지금껏 동군이 오빠 잘 지켜준 것처럼 앞으로도 좀 부탁할께., 내일은 부디 사료를 조금이라도 먹길...동군이 오빠가 사료를 꼭꼭 씹어 먹는 그 청량감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길...
myj4528
17-02-12 19:12  
이랑아~엄마는 오늘도 동군이 오빠 밥 먹이는 데 전쟁을 치뤘어. 리뉴얼된 사료를 도통 먹지를 않으니 퓨리나 회사에도 문의를 해놨어. 리뉴얼되기 이전 사료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우리 동군이, 이랑이는 사료에 특히 예민해서 조금이라도 사료가 바뀌면 귀신같이 알고 금식을 선언했잖아. 동물병원 원장님들도 우리 강아지들 예민한 입맛에 혀를 내둘렀지.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전에 모든 걸 거부했던 그때가 생각나 엄마는 지금 얼마나 불안한지 몰라. 그나마 이랑이 주려고  몇개 사놓은 베네풀 치킨 스튜가 남아 있어서 그걸 주니 그건 먹네. 우리 이랑이는 동군이 오빠를 위해 너무너무 많은 역할을 하고 있구나. 하늘나라 가기 전에도 하늘 나라 가서도... 이랑아~ 동군이 오빠 외롭지 않게 평생을 함께 해 준 거 너무 고맙고, 잊[ㅔ 하늘나라 가서도 동군이 오빠 지켜 주니 그것도 고마워. 동군이 오빠는 건사료를 먹어야 하는데, 엄마는 지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먹성 좋은 동군이, 약을 먹이려면 밥도 잘 먹어야 하는데 어쩌지.
myj4528
17-02-13 18:00  
이랑아~오늘은 동군이 오빠가 현관을 향해 멍멍 짖는거야.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동군이 오빠의 멍멍 소리인지... 동군이 오빠 치매 증상이 생기면서 귀도어두워졌잖아. 그래서 동군이 오빠 귀에다 대고 이름을 아무리 불러도 못들었는데... 똑똑해지는 약 먹고 이제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나봐. 아파트 복도에 누군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멍멍 짖을 정도니... 우리 이랑이의 마지막 멍멍은 입원해 있는 이랑이를 면화하고 나올 때였지. 엄마 따라 가고 싶어서 불안한 눈빛으로 울부짖던 너였어. 그래서 면회도 하지 못했지. 매일매일 면회하는 보호자들이 얼마나 부러웠든지... 엄마는 고직 병원에서 보내오는 사진으로 이랑이를 만나는게 전부였지. 면회를 하고 나면 이랑이가 엄마를 그리워해서 약도 안 먹고 밥도 거부한다고 하니 그때는 병원 측 얘기를 무조건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아위운 대목이야... 그냥 하루종일 병원에 있으면서 이랑이를 지켜볼 걸... 이랑아~오늘로서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간지 5개월이야. 동군이 오빠에게도 얘기했어. 이랑이가 우리 꿈에 언제쯤 나타날지를...
myj4528
17-02-14 22:21  
이랑아~ 엄마는 오늘 오랜만에 장시간 외출을 하고 왔어. 집에 와서 보니 동군이 오빠가 엄청난 장난을 쳐 놓았네. 9곡 잡곡 지퍼백을 뜯어서 온 거실에 잡곡이 흥건하고... 돌돌이 리필 제품을 박스 안에 넣어 두었는데 박스를 열어 바닥에 내려 놓고... 간식을 코담요에 최고 난이도로 숨겨 놓았는데 그걸 다 찾아 먹고는 심지어 오줌을 싸 놓았어... 거실 저기 귀퉁이에는 똥도 한 가득... 동군이 오빠의스트레스가 장난으로 나타난 걸 보니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고 또 한편으로는 속이 상해. 이랑아~ 이런 날이면 이랑이거 너무너무 보고 싶네...
myj4528
17-02-15 20:32  
이랑아~ 재활용 분리수거 하러 가다가 이랑이 친구 야옹이를 만낫어. 햇볕 잘 드는 화단에 앉아 있길래 한참을 눈을 마주하다가 동군이 오빠가 멍~하고 한번 짖으니 저 멀리 도망가버리더라. 어찌나 날쌔든지... 이랑이가 있었더라면 야옹이를 쫓아 가느라 엄마가 목줄 당기느라 힘들었을텐데 동군이 오빠는 멍~ 소리만 내고 다라 가지는 않았어. 오늘은 동군이 오빠와 숨바꼭질 놀이를 했어. 문 뒤에 숨어 있는데 동군이 오빠는 그걸 모르고 베란다, 거실, 방을 수십번을 왔다 갓다 하더라. 그리고 한참 후 짠~하고 나타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숨바꼭질을 하면 문 뒤부터 찾아. 동군이 오빠가 날로 똑똑해지고 있지. 모든 게 이랑이 덕이라 생각하고,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 들때까지 이랑이에게 고마워하는 인사를 2-3번은 하는 것 같아. 이랑아~지금처럼 늘 우리 마음 곁에서 우리를 지켜줘~
myj4528
17-02-16 19:27  
이랑아~요즘 TV에 강형욱 소장님이 강아지 행동 교정 관련해서 자주 나오셔. 그런데 강아지가 사람 얼굴을 핥는다는 건 얼굴을 치워달라는 뜻이라네. 아니지? 우리 이랑이는 엄마 얼굴 자주 핥았잖아. 우리 이랑인 애교 만점 강아지라서 엄마가 좋아서 엄마랑 더 놀고 싶어서 그랬던거잖아 그치? 가끔 동군이, 이랑이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벽지를 뜯어놓거나 아님 신발들을 물어다 거실에 흩어 놓아 엄마가 화가 나서 동군이, 이랑이 이름을 크게 부르면 동군이 오빠는 꼬리를 싹 내리고 저 멀리 가서 곁눈질로 눈치를 보고 있고, 우리 이랑이는 졸인 눈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조는 시늉을 했었지 그치? 그리고 현관 문이 열리면 잽싸게 탈출을 시도해서 엄마를 놀래킨 적도 많았는데 그건 산책을 하고 싶어서였지 결코 엄마와 사는 게 싫어서가 아니었지? 우리 이랑이가 엄마에게 했던 행동들을 하나 하나 곱씹으면서 그때 이랑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생각하게 돼. 이랑이는 엄마와의 시간들이 행복하고 소중했던거지?
myj4528
17-02-17 21:59  
이랑아~동군이 오빠가 리뉴얼된 사료를 안 먹어서 엄마가 걱정을 많이 했잖아. 그래서 퓨리나 본사에 문의를 해 두었거든. 리뉴얼되기 전의 사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말야.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회신이 없길래 엄마는 포기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오늘 연락이 왔어... 리뉴얼되기 이전의 사료들은 전량 폐기 처분되어 잔량이 없다고... 대신 리뉴얼 되기 전의 사료와 성분이 비슷한 다른 사료들을 몇 가지 샘플 챙겨서 보내 주신대... 올마나 다행인지 몰라. 동군이 오빠가 그 중에 하나라도 먹는 게 있다면 좋을텐데... 그래도 절망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이 생겼어. 이랑아~ 우리 이랑이도 아프고 나서부터는 입맛을 완전히 잃었잖아. 동군이 오빠와 달리 그 어떤 간식도 먹지 않았었지... 엄마가 그때 지금처럼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이랑이가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해... 빈 속에 독한 약만과 주사제만 계속 들리붓는 시간들을 조금은 줄일 수 잇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 시간이 지나고나니 후회되는 게 참 많아...
myj4528
17-02-18 16:35  
이랑아~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TV 프로그램 재방송을 봤어. 이번에는 나이가 들어 귀도 안들리고 앞도 못보는 강아지가 나왔어. 앞이 보이지 않으면 소리라도 들려야 할텐데 이 두가지에 모두 장애가 있으니 물도 잘 안 마시고 소변 실수도 하더라. 강아지가 물을 안 먹는 이유는 소변 실수를 할가봐여서래. 우리 이랑이도 스테로이드 약 한창 먹을 때는 물을 어마하게 마셨었잖아. 한번에 100번 이상을 핥아 마실 정도였으니까. 그러니 5분 간격으로 소변을 봤었어. 그댸가 이랑이 간병하기에 제일 힘든 때였던 것 같아.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우리 이랑이도 물을 잘 마시지 않았었는데 어쩜 TV에 나온 강아지와 같은 이유에서였을까? 간병하기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강아지 앞에서는 눈물 보여서는 안된다는 사람들 얘기를 흘려 듣고 이랑이 앞에서 엄마가 하도 우니까 엄마 힘들게 하지 않으려 물도 안 마시고 하늘나라 먼 길 떠나버린거니.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베네풀을 맛있게 잘 먹어. 그런데 새벽에는 토하는 소리가 나더라. 사료를 안 먹어 굶주려 있다가 베네풀을 먹으니 허겁지겁 먹어서였나봐. 하루라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네. 오늘 하루 이랑이는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myj4528
17-02-20 02:27  
이랑아~엄마가 오늘은 너무 늦게 이곳을 찾았네. 고서 마무리해야 하는 게 있어서 하루종일 작업하다가 이제서야 이랑이를 찾게 되었어. 짬짬이 동군이오빠 간식도 챙겨 주고 베네풀에 사료도 비벼주고 비스킷 간식도주고, 노즈워크훈련도 시켰건만 이랑이에게 글은 너무늦게 남긴다... 베란다 창밖을 바라보며 이랑이를 추억하기는 했지만 항상 하루를 마감하며 글을 남기려는 습관을 가지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늦게 왔어. 이랑아~이제 방학기 거의 끝나가서 바빠질거야. 동군이 오빠가 혼자있는 시간도 길어지겠지. 그동안 열심히 치료하고 훈련시킨 보람이 있었으면 해. 그동안 좋아진 모습이 한 순간에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기를... 우리 이랑이가 늘 우리와 함께 하니 동군잉 오빠와 엄마는 기운을 낼께!!
myj4528
17-02-20 21:53  
이랑아~엄마가 우리 이랑이 오랫동안 치료하고 간병하고 그리고 하늘나라 떠나 보낸 걸 아는 분들이 안부를 물어오셔. 그러면서 남은 동군이 오빠 걱정도 많이들 해 주셔. 참 감사한 일이야. 그리고 동군이 오빠가 액티베이트 약을 꾸준히 잘 먹으면서 인지 기능이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에 약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도 많이 계셔. 우리 이랑이는 워낙 똑똑했고 하반신마비니 활력이 좋아서 막 움직이면 안좋을 것 같아서 액티베이트를 적극적으로 먹이지 않았잖아. 가뜩이나 하루에 두 세번 약 먹는 거도 힘들텐데 거기에 약을 더하고 싶지는 않았어. 그런데 동군이 오빠는 약을 곧잘 먹더니 요즘 참 많이 좋아졌어. 귀도 잘 들리는지 복도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에 멍멍 짖기도 하고, 엄마가 집을 비우면 예전의 그 늑대 울음 소리가 CCTV 너머로 들려오기도 해. 이렇게 나날이 좋아지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가 강아지 네명되면 지으려고 준비해둔 이름. 동군 이랑 우리 함께... 아직은 우리 함께를 데려올 때는 아닌 것 같아. 동군이 오빠에게 최선을 다할거야...
myj4528
17-02-21 20:55  
이랑아~오늘 퓨리나 회사에서 사료를 보내왔어. 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택배 박스를 열었는데 샘플 사료하며, 이전에 우리 동군이, 이랑이 먹던 사료와 성분이 유사한 사료라며 1.3kg 정품도 하나 넣었더라. 엄마는 모든 사료를 조금씩 덜어서 햇반 그릇에 담아 쫘~~악 펼쳐놨지. 동군이 오빠가 그 중 하나라도 먹기를 기대하면서 말야. 얼마나 그 순간이 긴장되던지... 동군이 오빠는 사료 그릇을 하나 하나 꼼꼼하게 냄새를 맡고 도 맡더니 그 중 하나의 그릇 앞에 멈춰서서는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너무너무 맛있게 잘 먹어. 동군이 오빠가 사료 꼭꼭 씹는 소리. 정말 얼마만에 듣는 소리인지 몰라... 베네풀 사료는 아침, 저녁으로 급식을 해야 하니 출장을 가거나 수업때문에 오랜 시간 집을 비울 때가 참 걱정이거든. 그런데 건식 사료는 사료통에 담다 두면 배고플 때 조금씩 나눠 먹을 수 있으니 안심이 되잖아. 신기한건... 동군이 오빠는 원래 먹던 사료와 성분이 가장 비슷하다고 보내온 그 사료만 먹더라는거야. 그건 초소형 강아지, 토이 강아지를 위한 사료인데... 이러다 동군이 오빠 돼지 되는거 아닌가 걱정이 되네. 디스크 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건 체중증가니까 말야. 그래도 한시름 놓았어. 이랑이가 우릴 정말 많이 보살펴 주는구나. 생각지도 못한 이런 좋은 일도 다 있고^^
myj4528
17-02-22 20:42  
이랑아~동군이 오빠 입맛에 맞는 토이브리드 사료를 웹사이트에서 주문했는데, 재고가 없다고 해. 다시 한번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 혹시 사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해서 도 본사에 문의를 했더니 김해 사료 공장 연락처를 알려 주네. 다행하게도 사장님과 연락이 닿아 택배로 받아보기로 하고 입금을 했어. 동군이 오빠 사료때문에 마음고생을 참 많이도 해. 우리 이랑이가 아무 것도 먹지 않으려 하고 닭고기 순살마저 거부하고 고개를 싹 돌릴 때 그때 마음도 무척 찢어졌는데... 우리 아가들이 사료를 맛있게 먹던 그 시절에는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는데 이제와서 보니 그 시절이 행복했었어. 이랑아~ 하늘나라에서는 맛있는 음식 많이 많이 먹고 있는거지? 그러리라고 믿어야 엄마는 마음이 편하단다...
myj4528
17-02-23 19:34  
이랑아~엄마는 새벽에 서울 출장을 가. 새벽에 가서 밤 늦게 돌아올텐데 동군이 오빠 혼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방학동안 함께한 시간이 많아 많이 좋아졌는데, 이제 학기가 시작되고 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안좋아지는 건 아닐까. 낮에 이랑이가 타던 휠체어를 꺼내봤어. 동군이 오빠는 가까이 가서 냄새를 킁킁 맡더라. 아직 이랑이 냄새가 남아 있는 걸까. 이랑이가 휠체어 차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 건 컴퓨터 바탕 화면에 일아이 사진이 있어서일지도 몰라. 동군이 오빠에게도 이랑이 사진 자주 보여 주거든... 이랑아~ 하늘나라 생활이 무료하거든 엄마가 집에 없는 시간엔 동군이 오빠 마음 속에 찾아 와서 안심도 시켜 주고 그랬음 해. 늘 우리 곁에 있어 주길...
myj4528
17-02-24 21:42  
이랑아~엄마는 출장 다녀왔어. 새벽 5시에 동군이 오빠는 베네풀을 먹었는데, 엄마가 나가기가 무섭게 사료까지 다 먹어치웠어... 아침에 베네풀 먹었으니 저녁때 사료를 먹기를 기대했건만 먹는 건 눈에 보이는대로 다 먹어치워버리네. 그러니 이렇게 늦은 밤까지 쫄쫄 굶고 있었을거야... 아무리 먹을 게 많이 있어도 딱 정해진 양만 먹고 일어서는 우리 이랑이와 달리 동군이 오빠는 요즘 스트레스를 먹는 거로 풀려는 건지 먹을 거를 남기는 법이 없어. 뺏아 먹을 강아지도 없는데 욕심부리는 것처럼 행동해. 안아 달라고 보채는 거 보면 어리광부리는건가 싶다가도 또 이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져서 그냥 계속 안아줘. 우리 이랑이 한번이라도 더 안아주지 못한 게 마음애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건지도 몰라. 이랑아~ 동군이 오빠 곁에 이랑이가 조금 더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myj4528
17-02-25 13:33  
이랑아~이랑이 하늘나라 간지 5개월이 좀 지났어. 그동안 꿈에 한 번을 안 나오다가 어젯밤 꿈에 이랑이를 처음으로 만났어. 그런데 꿈속에서 만날 때는 두발로 깡총깡총 뛰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바람과 달리 이랑이는 꿈속에서조차 주저앉아 두 뒷 다리를 전혀 쓸수가 없더구나. 그것도 엄마 집에서 함께 사는 모습이 아닌 동물병원에 있는 모습이었어. 집으로 같이 갈 수도 없는 상태였어. 꿈 속에서도 얼마나 울었던지 잠에서 깨니 눈이 퉁퉁 부어 있었어. 그런 이랑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다시 잠에 들었는데 이후에는 이랑이를 볼 수가 없었어. 이랑아~하고 많은 모습 중에 왜 그런 모습으로 엄마에게 온거야. 하늘나라 생활도 쉽지 않은건지...너무 걱정되서 엄마는 많이 슬퍼.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다른 사람들은 강아지가 건강한 모습으로 뛰노는 모습으로 만났다고들 하는데, 엄마는 이랑이 간병 생활이 길어서일까. 왜 아픈 모습. 그것도 제일 힘들때의 모습으로 온건지 모르겠구나. 이게 마지막은 아니겠지. 다음 번 만날 때는 신나게 뛰놀며 만났으면 좋겠구나... 이랑아~ 많이 보고싶다...
myj4528
17-02-26 19:29  
이랑아~ 오늘 인터넷 선이 불안정해서 AS센터에 문의해서 기사님이 방문하셨어. 동군이가 어떻게 반응하나 봤더니 낯선 사람이라고 멍멍하고 짖더라. 예전같으면 반응 속도가 느렸을텐데 오늘은 얼마나 컹컹하고 짖던지... 동군이 오빠의 감각 기느이 점점 살아나는 것 같아 무척 다행이야. 바뀐 사료도 너무너무 잘 먹고... 며칠 사이 체중이 몇 키로는 는거 같아. 이제 체중관리를 해야할 정도라니까. 이랑이는 어제 꿈 속에 나타난 뒤 오늘은 나타나지 않더라. 동군이 오빠와 나란히 누워 3시간 정도 낮잠 자면서 이랑이가 꿈에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에 컴퓨터 바탕화면 이랑이 사진 켜 놓고 잠들었거든. 그런데도 꿈에서 만나지 못했어. 오랜만에 낮잠을 자고 나니 개운하기도 하고, 이랑이가 팔베개하고 낮잠 자던 옛날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그러네. 내일부터는 이제 본격적으로 학교를 가야 하니 동군이 오빠가 걱정인데, 우리 이랑이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며 잘 지켜주리라 믿어~ 사랑한다, 이랑아~
myj4528
17-02-27 18:59  
이랑아~오늘따라 이랑이가 너무너무 보고 싶은데, 몇 안되는 같은 사진만 계속 보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더라. 그러다가 이랑이가 입원해 있는 동안 동물병원에서 입원실에 있는 이랑이 모습을 매일 아침 사진 찍어 문자로 보내왔던게 상각났어. 그래서 문자를 하나하나 찾아가 보니, 우리 이랑이 입원실 사진들이 있어. 수술 받고 몸도 못 가누는 모습부터 집중치료에도 불구하고 일어서지 못하고 두 다리가 주저 앉아 엉덩이를 끌고 있는 모습, 수혈받고나서도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 동군이 오빠와 함게 입원해서 얼굴 마주한 모습에 이르기까지 우리이랑이의 투병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었어. 그렇게많이 아픈 와중에도 어쩜 그렇게 얼굴은 고운지... 아기 강아지라고 해도 믿을만큼 깜찍한 얼굴에 힘든 치료에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모습들이 엄마에게 큰 용기를 줘. 엄마는 요즘 이랑이가 고통 속에서 발작하고 경련하는 모습들만 자꾸 떠올라 너무 힘들었는데 이랑이가 오랜 입원생활에서도 카메라를 향해 밝은 표정을 애써 지어 주는 걸 보면서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동군이오빠도 한달넘게 입원해 있으면서 엄마 면회 한번 못하고 치료받으면서 지금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거 보면 다시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고... 이랑아~ 이쁘고 깜찍했던 우리 이랑이를 많이 많이 오래도록 추억할께~
myj4528
17-02-28 21:43  
이랑아~엄마는 오늘도 서울 출장을 다녀왔어. 새벽에 베네풀을 동군이오빠에게 미리 먹이고 집을 나섰더니 한두시간은 마약방석에 들어가서 자더라. 밥을 먹고 나니 배가 불러서였나봐. 그리고 나서는 12시간을 넘게 잠도 안자고 물도 안 마시고 거실만 배회하는 모습이 CCTV로 잡히는거야. 꼬리는 사정없이 축 늘어뜨리고 말야. 너무 많이 걸으면 척추에 무리가 가서 허리가 아플텐데 엄마에게 어찌나 걱증을 끼치든지... 이제 집에 막 와서 베란다 나가 이랑이에게 인사를 건네자고 하니, 동군이 오빠는 베네풀이 먹고싶어서였는지 베란다에 나가기가 무섭게 헐레벌떡 주방으로 뛰어가 버리네... 하루에 두번 이상은 이랑이에게 인사를 하자고 해도 동군이 오빠는 먹는게 더 우선인가봐. 그만큼 이랑이를 잃은 슬픔이 회복되어 가는 것일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우리가 이랑이를 잊은 건 아니란다. 여전히 컴퓨터 화면보호기 속의 이랑이의 이런 저런 모습들을 보면 눈 앞에 있는 것만 같아서 너무너무 보고싶단다. 어쩌면 실물 사이즈의 사진 크기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 까만 눈, 까만 코.윤기나는 털. 너무나도 생생해서 모니터를 자꾸 쓰다듬게 되네... 우리 이랑이....
myj4528
17-03-01 20:35  
이랑아~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이랑이가 1위를 하고  있길래 엄마는 이게 무슨 일인가 했어. 알고 보니 이랑이란 이름을 가진 가수가 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말한 게 이슈가 되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거였어. 우리 이랑이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가끔 보는데 이번에도 그런 경우였네. 혼자 있는 동군이가 안쓰러워 동군이 여자친구를 만들어 주려 강아지를 데려왔고 그래서 이름도 이랑이라 지었는데... 키우다 보니 듬직한 동군이와 달리 너무나 애교많고 귀엽고 깜찍하고 엄마 품에 안기길 좋아하는 강아지여서 이랑이라는 이름보다 아기강아지, 갸꿍이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불렀었지. 그래서 이랑이가 떠나고도 한동안 동군이오빠에게 실수로 이랑이 이름을 부르는 일도 많았단다. 인터넷에서 이랑이 이름을 접하니 무척 반가운 하루였어. 이랑아~ 오늘부터 3월이야. 이제 곧 봄이 오겠지. 이랑이도 하늘나라에서 봄내음 많이 많으렴. 이랑이는 꽃 향기를 너무 좋아해서 막 뜯어 먹고 그랬었잖아^^
myj4528
17-03-02 16:40  
이랑아~ 엄마의 하루 일과 중에서 요즘 빠짐없이 하는 게 있어. 유기동물보호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거야.  간밤에 또 어떤 강아지가 센터에 들어왔나 확인하기도 해. 그런데 어느날안가 보니 강아지 상태가 공고중으로만 나오는 건 아니더라. 어떤 강아지는 보호중으로, 도 어떤 강아지는 종료(반환), 그리고 어떤 강아지는 기증으로 나오는거야. 반환은 아마 보호자 품으로 돌아갔다는 얘기일거고, 기증은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 입양되어 갔다는 얘기니까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 그런데 나이많은 강아지들은 안락사라고 기재되어 있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보호중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 며칠 사이 안락사 되었다는 사실에 참 마음이 아파... 우리 이랑이가 한창 아플 때 주치의 선생님께서 안락사 얘기를 꺼내셨잖아. 그때 엄마가 얼마나 울었던지...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려 하는데 세상에 그 어떤 강아지도 자신이 안락사되는 건 원치 않을 거라고 몇년을 더 살지는 몰라도 살아 있는 동안 고통을 덜 수 있는 치료를 하자고 해서 이랑이를 몇달 더 지켜볼 수 있었지. 엄마는 지금도 후회하지 않아. 우리 이랑이가 힘든 치료를 잘 이겨내 주었으니까. 그리고 엄마가 이랑이를 마음껏 간호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그 과정에서 이랑이와 함께 있는 시간도 많이 가졌으니까... 이랑아~ 하늘나라에서 혹시 안락사 되어 찾아온 강아지들을 만나거든 많이 많이 예뻐해 줘. 우리 이랑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 사랑 듬뿍 받았으니까 알았지.
myj4528
17-03-03 20:34  
이랑아~ 우리 이랑이 분홍색 옷을 동군이 오빠에게 입혔더니 꼭 잘 맞아. 미용샵에 가서 동군이 오빠 얼굴을 조금 다듬어 달라고 했더니 우리 이랑이가 즐겨하던 미용컷으로 해주셔서 동군이 오빠 옆모습, 뒷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우리 이랑이 같아.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는 모습을 보니 이랑아~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야. 우리 이랑이는 눈, 코가 새까만데 동군이 오빠는 갈색 빛이 돌아서 얼굴은 전혀 다르지만 말야. 이랑아~ 베란다 창문을 열고 있으면 우리 이랑이가 새침하게 깡깡거리는 소리가 들려. 최근 아기 말티즈 키우는 누군가가 이사를 왔나봐. 목소리 톤이 높고 가느다란 걸 보면 우리 이랑이처럼 깜찍한 여자아이인 것 같은데, 날이 아직 추워서인지 산책하는 강아지를 하나도 마주하지 못했어. 우리 이랑이와 똑같은 강아지는 세상에 없지만 조그맣고 하얀 말티즈 강아지를 보면 이랑이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네...
myj4528
17-03-04 19:10  
이랑아~엄마는 오늘 아는 분 부친상 장례식장에 다녀왔어. 우리 이랑이 장례식장 다녀온 이후로 처음 가는 장례식장이었어. 검은 옷을 입고 장례식장을 찾으니 우리 이랑이 떠나던 그날이 생각나는구나. 9월 14일 오후 3시 30분. 우리 이랑이는 거친 호흡을 두어번 하고 숨을 거두었지. 인터넷을 찾아보니 많은 강이지들이 고통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뒤틀거나하였다고 하는데, 우리 이랑이는 하늘나라 가기 전날 새벽에 경련을 하고 목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을 뿐 소리를 지르지도 짖지도 않았어. 아주 작은 숨소리에 엄마는 우리 이랑이가 숨을 쉬고 있나 귀를 가까이 대보기도 하고, 배가 점점 불러오다 보니 핏줄이 터질 듯 보여 이리 저리 몸을 살피며 하루 이틀을 보내었지. 마지막 날 엄마를 홀연히 떠나갈 때 조차 믿어지지 않던 우리 이랑이의 죽음은 더이상 동물병원을 가지 않아도 되고 역을 먹이느라 힘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직감하게 되었지. 이랑아~ 눅음이라는 것. 헤어진다는 것. 엄마에겐 참 힘든 일이야...
myj4528
17-03-05 19:47  
이랑아~오늘 낮 봄 햇살이 참 좋더라. 다대포에 식사하러 갔더니 산책로에 강아지들이 산책을 많이 나왔더라. 오늘따라 하얀 털을 가진 강아지들이 많이 왔길래 우리 이랑이 생각이 더 간절했고. 동군이 오빠라도 데려올걸하는 아쉬움도 많았지. 우리 이랑이는 고작 아파트 판 바퀴 도는 산책이 전부였고, 그나마 아프고 나서는 걷지를 못하게 되니 산책시킬 생각조차 못했었어. 엄마가 생각이 짧아서 이랑이에게 세상 구경을 못 시켜줘서 참 미안해. 이제 날이 더 따뜻해지면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길에서 다 많이 마주할텐데 그때마다 이랑이 생각이 더 나겠지. 이랑아~ 하늘나라에서만큼은 신나게 산책하렴. 그리고 엄마 꿈 속에서도 이번엔 뒷다리가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같이 산책도 하자꾸나. 지난번처럼 아픈 모습으로 나타나면 엄마가 참 속상할 것 같아...
myj4528
17-03-06 20:57  
이랑아~3월이 되어 엄마는 물건 정리를 조금식 시작했어. 그러나가 우리 이랑이가 2003년 엄마에게 오고 나서 예방접종했던 동물병원 진료수첩이 있더라. 아기때라 그런지 일주일 간격으로 또 2주일 간격으로 예방접종을 하러 다녔더구나. 동군이 오빠와 같은 병원 진료 수첩.. 당시엔 서울-부산 KTX가 개통되기 전이어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부산을 다녀가곤 했어. 그래서 비행기 탈 때마다 동물병원 진료수첩을 꼭 가지고 다녔어. 혹시라도 동군, 이랑이를 데리고 비행기 타는 데 문제가 생기거나 탐승 거부 당할 까봐 늘 애지중지 들고 다녔었어. 그러다가 고속철도가 개통을 했고, 그리고 이젠 부산으로 아예 이사를 오고 나니 우리 강아지들과 기차 타고 다닐 에유가 없어져서인지 진료수첩을 잊고 살았단다. 그리고 이사 다니면서 어디 뒀는지 기억조차 못하고 있었어. 그런데 이렇게 우리 이랑이를 추억하고 싶을 때마다 이랑이 물건들이 하나씩 짠 하고 나타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수첨 속의 예방접종 날짜만 봐도 그 당시 꼬물꼬물하던 이랑이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영원히 아기 강아지 모습으로 있을줄 알았는데 렇게 홀연히 떠나다니... 이랑아~이랑이는 하늘나라 갈 때도 늘 그랬든 아기 같은 귀여운 얼굴이었단다. 보고 싶다...
myj4528
17-03-07 21:01  
이랑아~ 오늘 아침 동군이오빠와 베란다에 나가 이랑이에게 인사를 하려는데, 옆에 놓인 군자란에 곷봉오리가 맺혀 있더라. 매년 봄이면 단 한번도 빼먹지 않고 꽃을 피워주는 군자란이지... 2011년 부산으로 이사온 이래, 매년 봄이면 꽃을 피웠으니 올해로 일곱해구나. 군자란에 꽃이 피면 우리 이랑이는 꽃잎을 뜯어 먹기 바빴지. 어느날 집에 와보면 동군이 오빠와 이랑이가 영차영차 하면서 닫혀 있던 거실문을 열어 베란다로 나가 군자란 꽃잎을 뜯어 거실 바닥에 흩어 놓고 그걸 잘근잘근 씹고 있었어. 올해는 이랑이가 없으니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랑이가 없어도 동군이 오빠가 단독범행을 저지르는지 엄마가 지켜보려 해. 이랑아, 여긴 이렇게 봄 소식이 들려오는데 이랑이 있는 그곳은 어떤지 궁금하다...
myj4528
17-03-08 17:45  
이랑아~ 우리 아파트의 노란 야옹이 있잖아. 이랑이 친구... 오늘 봄 햇빛이 참 좋아서 동군이 오빠 데리고 아파트 한 바퀴 산책을 하고 오는데 하얀 소나타 차 옆에 이랑이 친구 야옹이가 있는거야. 햇빛이 좋으니 야옹이도 산책 나왔나 해서 가까이 갔더니 세상에 아주 쬐그만 야옹이가 그 곁에 있지 뭐야. 야옹이가 그새 아기를 낳았나봐... 어찌나 조그맣던지... 우리 이랑이도 동군이 오빠와의 사이에서 이쁜 아기 강아지를 낳아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동군, 이랑, 우리, 함께 요렇게 이름도 다 지어놨는데... 처음 상상임신을 한 뒤론 한번도 새끼를 가지지 않은 우리 이랑이. 이럴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중성화수술을 해줄걸... 그랬더라면 난소암, 자궁암, 유방암 따위가 우리 이랑이에게 찾아 오비도 않았을 것을... 이랑이는 없지만 이랑이 친구 야옹이가 있어서 동군이 오빠와 산책을 잘 하고 왔어. 날이 좋으니 이제 야옹이들이 더 많이 눈에 띄겠지. 이랑아~ 야옹이 친구에게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간 얘기도 들려 줬단다. 이랑이는 야옹이 친구가 보고 싶지는 않니...
myj4528
17-03-09 14:42  
이랑아~동군이 오빠의 코고는 소리를 기억하니? 엄마는 우리 이랑이의 코고는 소리, 쉬하는 소리도 기억한단다... 아픈 이랑이를 간병하면서 자다가도 이랑이가 패드에 쉬하는 소리에 깨기도 했고, 때로는 자다가 문득 깨어 보니 쉬하고 그 위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이랑이를 마주한 적도 있었지. 그때는 이랑이도 엄마도 참 예민하고 민감했던 것 같아. 지금은 동군이 오빠가 자다가 뒤척이는 소리, 물 마시러 벌떡 일어나는 소리에 엄마도 잠이 깨네. 순간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알기에 지금의 이 시간들이 결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순간의 시간들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한단다. 우리 이랑이가 쌔근쌔근 잠자는 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맴도는구나.
myj4528
17-03-10 21:12  
이랑아~오늘은 엄마가 하루종일 동군이 오빠와 함께 있었어. 동군이 오빠는 정말 많이 건강해졌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귀여운 표정도 지어 보이고, 아침에 늦잠을 자니 빨리 일어나라고 오른 손으로 엄마를 잡아 끌어. 혼자 베란다에 나가 두 발로 깡총해서 고개를 쑥 내밀어 방 안의 엄마를 쳐다 보기도 하고 말야. 그런데 그런 모습들을 가만히 보니 예전에 우리 이랑이가 즐겨 하던 행동들이란 걸 알게 되었어. 그러면서 혹시 우리 이랑이가 엄마 보고 싶은 나머지 동군이 오빠 몸 속에 영혼으로 잠시 들어온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된거야. 엄마가 드라마와 영화를 너무 많이봐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것 같지.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동군이 오빠가 너무 많이 좋아졌다는 것과 동구니 오빠의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 콩콩콩 이랑이를 떠올리게 한다는 거야. 동군이 오빠더러 이랑이 이름을 불러 주니 꼬릴 흔들기도 하고... 동군이와 이랑이 이름을 한꺼번에 부르던 옛날처럼 이젠 동군이랑이라 부를까봐...
myj4528
17-03-11 11:16  
이랑아~오늘도 참 날씨가 따스하네. 할머니집 초코 강아지가 요즘 아픈가봐. 다들 괜찮다고 하는데 엄마가 보기엔 물도 많이 마시고 쉬도 많이 하는게 어딘가 아픈것 같아. 우리 이랑이도 자궁축농증 진단 받을 떄 가런 증세를 보였었잖아 그치. 그래서 동군이 오빠랑 할머니집에 한번 가보려해. 우리 이랑이 하늘 나라 가기 이틀 전, 부산에 큰 지진이 났을 때 그때 병원에서 막 퇴원해서 할머니집에 갔었지. 그리고 초코 강아지와 한 시간을 서로 마주보고 마지막 작별 인사 나눴지 그치. 그리고 우리 이랑이는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다 하늘나라 갔었잖아. 우리 이랑이에게도 초코 강아지는 남다를테니 가서 우리 좋은 시간 보내고 오자. 우리이랑이 몸은 떨어져 있어도 항상 우리와 함께인 것 잘 알아... 보고 싶은 이랑이...
myj4528
17-03-12 16:32  
이랑아~동군이 오빠와 엄마는 할머니집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오늘 오후에 왔어. 아파트 입구에서 산책 한바퀴 하고 가려는 데 하얀 페키니즈 한 마리가 동군이 오빠에게 달려들더라. 둘이서 서로 한참을 냄새를 맡고 나더니 페키니즈 강아지가 동군이 오빠에게 마운팅을 하는 거야. 남자 강아지였는데 아직 중성화수술을 안한 9개월 아기강아지라고 하더라. 몽실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는 동군이 오빠가 마음에 드는지 계속 부비부비를 하고 동군이오빠는 기겁을 하고... 아파트 마당에서 두 강아지가 노는 모습을 보니 참 좋더라. 몽실이에게 동군이 간식도 주고 재미난 시간 보내고 왔어. 요즘 아파트에 강아지 보기 쉽지 않았는데 오랜만에기분 좋은 하루였어. 우리 이랑이도 함께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myj4528
17-03-13 21:49  
이랑아~오늘로써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간지 6개월이 되는구나. 처음엔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게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 하루종일 우는 게 전부였지. 그런데 동군이 오빠 앞에서 우는 모습을 자꾸 보이니 동군이 오빠의 상태마저 더 나빠지는 듯 해서 그다음부터는 숨어서 울곤 했었지.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웃을 일도 늘어나더라. 좋은 일이 생기면 우리 이랑이에게 제일 먼저 자랑하고 싶고... 그 전엔 그냥 저니가던 하루도 이젠 오늘이 동군이와 산책하는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오늘이 마지막으로 꼬리 흔드는 날일 수도 있다는 생각... 너무나도 흔한 일상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더구나. 우리 이랑이를 보내고 동군이 오빠를 더 많이사랑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마저 들어. 이랑이가 엄마에게 남겨준 추억들. 죄책감들. 모두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니 하루하루를 더 잘 살아내게 되더라. 이랑아~ 우리가 함께 하지 못했던 많은 아쉬운 것들. 동군이오빠와 함게 나누고 있어. 이랑이가 있어서. 엄마에게 와 주어서. 엄마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남아 있어 줘서. 무척 고마워... 어느날 갑자기 사고로 이랑이를 잃었다거나 이랑이를 잃어버렸다면 더 많이 슬퍼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래도 이랑이는 투병 생활을 했고 누구보다 상태가 위중했기에 더 많은 애정으로 보살필 수 있었어. 이랑아~ 참 많이 고마워~ 앞으로의 시간들도 우리와 함께 하자. 언젠가 동군이 오빠를 보내고 이 곳에 글을 남기는 날이 오게 되겠지만 그떈 덜 힘들 수 있도록 오늘 최선을 다할께...
myj4528
17-03-14 23:12  
이랑아~이랑이를 잃은 슬픔을 걱정해 주는 분들이 아직도 많이 계셔. 남은 동군이 오빠의 건강도 조심스레 묻고... 우리 이랑이는 엄마 곁에 있을 때보다 하늘나라 가서 더 많은 사람들이 추억하는 것 같아. 이랑이가 엄마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주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을 공유했는지를 잘 알기에 이랑이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인지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겠다고 하더구나. 그럴 때마다 엄마는 이랑이가 고개를 살짝 돌려서 갸우뚱하는 모습으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엄마를 쳐다 보는 핸드폰 바탕 화면의 사진을 보여준단다. 이랑이가 난소암과 자궁암 수술을 받은 후 많이 좋아졌을 때의 모습이야... 핸드폰은 이랑이가 보고싶을 때 그냥 덮개를 열어서 이랑이 사진을 볼 수 있어 좋고, 컴퓨터 배경화면은 늘 그렇게 켜져 있으니 이랑이와 함께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 이랑아~ 공기 중에서 우리와 호흡하고 있는 이랑아~ 사랑해~~~
myj4528
17-03-15 21:56  
이랑아~오늘은 아침에 학교 가려고 나오는데 동군이 오빠가 기를 쓰고 따라 나오려고 하는 거야. 현관문을 닫기도 전에 빛의 속도로 뛰어 가더니 현관 앞에서 진을 치고 시위를 하더라. 간식으로 유인해서 거실로 보내보려고 해도 간식까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대문에 두 발을 긁어댄다... 혼자 있는 시간이 벌써 6개월이야. 이랑이가 병치레 하면서 입원해 있던 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1년을 혼자 지내고 있는거지. 혼자 있는 게 얼마나 쓸쓸하고 싫었으면 그럴까 싶어 짠하더라. 결국 동군이 오빠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강제로 거실 안으로 밀어넣다시피 하고 나왔어. 낑깡대는 소리, 늑대처럼 울부짖는 소리가 엘리베이터까지 들려 오는데... 정말 못할 짓이다 싶어. 이랑아~ 봄이 되니 동군이 오빠가 외로움을 더 타는 것 같기도 해. 가끔 꿈에라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myj4528
17-03-16 20:33  
이랑아~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길에 산책 나온 강아지들이 많이 보여. 오늘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기 말티즈 둘이 엄마와 산책하는 모습을 봤어. 너무 아기강아지라서 중성화수술도 안 한 모양인데 전봇대마다 들러서 영역표시를 하는 게 어찌나 귀엽든지... 우리 동군이, 이랑이 아기때 모습이 그렇게 생각나더라. 저멀리 눈 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부러워하면서 쳐다봤어. 그리고 집에 와서 동군이 오빠와 아파트 한바퀴를 하는데, 오늘따라 동군이오빠는 정말 훨훨 날아다니더라. 점프하면 안되는데 얼마나 점프를 하며 달리든지... 두 귀가 펄럭이는거야. 엄마는 도무지 따라잡기가 힘들어서 혼났어. 아마 이랑이가 그 옆에 있었다면 서로 먼저 가려고 더 열심히 달렸겠지. 그리고는 안나달라고 엄마에게 두 다리를 뻗었을 우리 이랑이인데... 이랑이와의 마지막 뜀박질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게 너무 안타까워...
myj4528
17-03-17 22:06  
이랑아~오늘 햇볕이 참 좋았어. 그래서인지 빨랫줄에 빨래를 널어 놓은 집들이 많이 보였어. 그런데말야. 어느 집 빨랫줄에 강아지옷들이 4-5벌 걸려 있더라. 그 중에 땡땡이 후드티와 미키마우스 원피스. 우리 이랑이와 똑같은 옷이었어. 여러번 세탁을 해서 보풀이 군데군데 일었는 것도 똑같고 무엇보다 사이즈도 우리 이랑이 사이즈더라. 혹시 그 집 강아지가 나올까 머뭇머뭇 그 길을 천천히 걸었는데 강아지 소리는 나지 않더라. 잠시 산책을 나간건지도 모를 일이지. 이랑이는 파스텔 톤의 옷이 참 잘 어울렸지. 똑같은 디자인의 분홍색과 하늘색을 사다가 분홍색은 이랑이, 하늘색은 동군이 오빠를 입히곤 했었는데... 이랑이 하늘나라 갈 때도 베이지 색 미리 주문해둔 수의 원피스 말고 분홍색으로 입혀 보낼 걸... 장례식장 마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해서 수의도 급하게 입히느라 손을 다 넣지도 못하고 리본으로 매듭 지은 거... 발싸게도 정성스레 하나하나 이쁘게 여러번 싸매었어야 하는데 대충 묶어 버린 거. 그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더라. 이삼분만 더 들였으면 될 일을 그땐 뭐가 그리 바빴을까...
myj4528
17-03-18 21:17  
이랑아~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너무 많이 짖는 강아지들 얘기가 나오더라. 사실 짖는 거로 치면 우리 이랑이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강아지였지. 신촌에 살 때 엄마가 학교 가고 나면 우리 동군이, 이랑이가 얼마나 짖어 댔는지 늘 대문에 개 짖는 소리때문에 살 수가 없다는 이웃들의 쪽지가 붙어 있었지. 당시엔 성대 수술을 할까도 고민도 했었지만 수술을 하고서도 일부 강아지들은 여전히 소리나게 짖는다는 얘기도 있고, 오히려 쉰 목소리로 짖는 게 더 거술린다는 사람도잇었어. 그래서 전기충격기를 사서 동군, 이랑 목에 채웠었지. 전기 충격이 오는데도 짖는 이랑이였어. 전기충격이 오는데도 짖어 대니 그게 살을 파고 들었는지 어느날은 집에 오니 목 둘레에 피범벅이 되어 있었던 날도 있었어. 당시에는 참 무지했었어. 그러다가 우리 동군이, 이랑이가 마음대로 짖을 수 있고 뛰놀 수 있도록 시골에 가서 살자싶어 서천에 땅도 샀었는데 갑자기 부산으로 오게 되어 그 꿈음 이루지 못했어. 만약 부산으로 오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서천에 가서 살았더라면 우리 이랑이, 공기 좋은 곳에서 신나게 뛰놀아 암에 걸리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그러다가 하늘 나라 갔을 수도 있었겠지... 지나고나서보니 어느게 더 옳았던 건지 모르겠네...
myj4528
17-03-20 01:33  
이랑아~엄마가 오늘도 조금 늦었지. 우리 이랑이도 잘 알잖아. 엄마가 항상 3월 이맘때 정신없이 바쁜 거... 그래서 이랑이를 엄마 등뒤에 앉혀 놓고 있으면 엄마가 자리를 뜨지 않으면 몇시간째 이랑이가 쉬를 참았었지. 그러다가 도저히 못 참겠으면 의자에서 점프해서 뛰어내려서는 혼자 쉬하고 왔었잖아. 이랑이가 걷지 못하게 되면서는 의자에 앉히지 않았었어. 한 번 앉혔다가 이랑이가 예전 생각하고 점프를 시도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뼈가 으스러질뻔하였어 그치. 그 날부터 엄마는 앉은뱅이 책상을 사서 바닥에 앉아서 생활하기 시작했었고... 불과 얼마전의 일인데 그 사이 엄마는 앉은뱅이 책상이 아닌 일반 책상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네. 그리고 이랑이가 앉던 엄마 등뒤의 자리는 동군이 오빠 차지가 되었고... 그런데 동군이 오빠는 분리불안이 심해서 엄마와 안 떨어지려고 해. 그래서 의자 위에서 그냥 소변을 보는 일이 자꾸 생겨...이랑아~ 아무리 바빠도 이랑이 만나는 일은 소홀히 하면 안되는데 정말 미안... 대신 내일은 조금 만나자~
myj4528
17-03-20 19:47  
이랑아~오늘 집에 와서 동군이 오빠 간식을 챙겨 주고 나니 와작와작 사료씹는 소리가 나더라. 알고 보니 간식 먹고 나서 갑자기 배가 고픈 걸 느낀 동군이 오빠가 사료를 먹고 있길래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어. 저녁 챙겨줄 시간이 되어서 사료를 먹었으니 베네풀은 안줘도 될까 궁금하더라. 그래서 사료통을 보니 꽤 많은 양이 없어져 있길래 기분이 좋았어. 한동안 사료를 먹지 않아 걱정했었으니까... 그런데 문득 보니 동군이 오빠 앞니가 하나가 안보이는거야. 흔들거리는 앞니가 기어코 빠져버린거야. 사료 먹으로면 삼켜버렸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네. 우리 이랑이는 난소암, 자궁암 수술하는 사이 담당 선생님이 이빨을 거의 20개 가까이 빼버린 바람에 충격 그 자체였었기 때문에 동군이 오빠는 디스크 수술 받을 때 치아 건드리지도 말라고 신신당부했었잖아. 그런데 오늘 이렇게 자연스럽게 치아가 하나 빠져 주니 얼마나 고맙든지... 피도 안 났는지 입안 요리 살펴 봐도 잇몸이 깔끔하네... 우리 이랑인 잇몸도 많이 약했었지. 독한 약을 계속 먹어대니 점점 약해져 갔었고... 동군이를 보면 이랑이와 다른 점을 차 많이 찾게되네...
myj4528
17-03-21 22:36  
이랑아~날이 따뜻하니 이랑이 생각이 더 많이 나. 건강할 때 더 많이 산책해 둘 걸 하는 아쉬움. 이쁠 때 더 많이 봐 둘 걸 하는 아쉬움. 장난칠 때 더 많이 이뻐해 줄 걸 하는 아쉬움.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을 때라도 덜 혼내킬 걸 하는 아쉬움. 쓸쓸하게 집에 있는 시간을 너무 많이 준 것 같은 아쉬움. 넘치도록 잘 해 준 것보다 항상 아쉬움만 남는구나. 이랑아~ 엄마에게 다시 한번 더 찾아와 준다면 엄마는 정말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myj4528
17-03-22 21:57  
이랑아~오늘 학교 가기 전에 동군이 오빠랑 아파트 한바퀴하는데 이랑이 친구 야옹이가 햇볕이 좋아서인지 차 위에 앉아 있더라. 그런데 조금 가니까 또 다른 야옹이가 있는거야. 날이 따뜻해지니 우리 아파트 야옹이들 총출동했는지 5마리가 나란히 앉아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어. 동군이 오빠와 눈싸움을 한참 하다가 동군이 오빠가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니 여기저기 숨어버렸어. 동군이 오빠는 차 사이사이로 야옹이들을 찾으러 다니고... 동군이 오빠는 정말 신나 보였어. 집에서 숨바꼭질 놀이 하면서 베란다 창고에 한번 숨었더니 엄마가 아예 살진줄 알고 얼마나 불안해하던지... 이제 숨바꼭질을 하지도 못해... 눈앞에 안 보이면 엄마가 사라진줄 알고 겁을 먹으니까 말야. 이랑아~ 우린 하루하루 새로운 얘깃거리들이 이렇게 늘어가는데 우리 이랑이의 시간은 9월 14일에 멈춰 있으니 그게 참 속상하다...
myj4528
17-03-23 22:52  
이랑아~ 오늘 길가에 벚꽃이 펴서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걸 봤어. 아직 아파트 마당 앞의 커다란 벚꽃나무에 꽃이 피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햇볕이 잘 드는 곳의 나무는 벌써 꽃잎이 날리고 있어. 우리 이랑이는 산책하다가도 벚꽃잎이 바람에 날리면 그걸 깡총깡총하며 쫓아다니길 좋아했어. 그래서 엄마가 일부러 꽃잎을 손바닥 가득 모아서 이랑이 머리 위로 뿌려 주기도 했지. 그럼 신나서 꽃잎을 맞으려고 더 열심히 점프를 하면 뛰었는데... 간혹 꽆잎이 어떤 맛인지 궁금했는지 입속에 낼름 삼켜 보다가도 이내 뱉어버리기도 하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그리고 꽃잎이 날리면 그 꽃잎을 맞는 걸 그리도 좋아하던 우리 이랑이. 이제 앞마당 벚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얼마나 또 생각날까...
myj4528
17-03-24 19:16  
이랑아~ 집에 오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공인중개사 사무실 안에 하얀 말티즈 한마리가 너무나도 큰 소리로 짖고 있더라. 보호자가 사무실에서 키우는 강아지인 모양인데, 잠시 외출했는지 혼자서 불안해서 어찌나 짖어대든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예전에 애견호텔에 동군, 이랑이를 맡겼을 때를 떠올려 보면 거긴 병원이 아니었기에 밤이 되면 직원이 퇴근을 했을텐데 깜깜한 그 곳에서 낯선 강아지들과 함께 철망에 갇혀있었을 거란 생각에 너무나 소름이 돋아. 몇번 그렇게 맡겨 보니 우리 이랑이가 평소 안하던 피똥도 싸고 해서 그 다음부터는 안 맡겼었어. 스트레스에 취약한 이랑이인 걸 몰랐을 때 일이야. 그 후에는 작은 방 안에 동군이, 이랑이를 가둬 놓고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었어. 짖는 소리가 새어나갈까 하여 창문까지 꼭꼭 잠그고 갔었는데, 그 좁은 곳에서 둘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벽지를 다 뜯어 놓은 적도 있었지. 지나고 생각하면 엄마의 무지함이 이랑이를 힘들게 한 거였어. 이랑아~ 아기때의 그런 일들은 다 잊고, 아픈 우리 이랑이 잘 간호해 주던 엄마를 기억해야 해. 알았지?
myj4528
17-03-26 12:42  
이랑아~ 엄마는 어제 필사단 워크숍을 다녀왔어. 우리 이랑이를 보내고 슬픔을 가눌 수 없을 대, 책 한권을 필사하는 모임에 신청을 햇고 선정이 되었었어. 이랑이 생각을 하면서 한 글자 한 글자 필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책 한권 필사를 마치게 되더라. 어제 그 필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필사를 하게 된 이유, 방법 등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었어. 1박 2일의 일정이지만 엄마는 지벵 혼자 남은 동군이 오빠를 생각해서 당일 일정만 참석하고 왔어. 가 보니 엄마처럼 강아지를 잃은 슬픔에 필사를 하게 된 사람이 또 있더구나. 자그마치 18년을 함께 한 강아지를 잃었다고... 엄마는 누구보다 그 슬픔을 잘 알겠더라. 우리 이랑이~ 엄마에게 참 많은 걸 주고 가는구나. 지금 이 순간도 많이 사랑하고 고마워~
myj4528
17-03-27 19:39  
이랑아~이 곳 파트라슈 사이트에는 우리 이랑이처럼 엄마 사랑을 듬뿍 듬뿍 받다가 하늘나라로 떠난 강아지들이 많이 있어. 그런데 유독 시츄 강아지들이 눈에 많이 띄네. 우리 이랑이 아파서 병원 갔을 때는 시츄 강아지는 많이 없었는데 그치. 이랑이는 말티즈 친구들이랑 가갑게 지냈는데, 하늘나라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는지 모르겠다. 이랑이는 좋아서도 깡깡거리는데 혹여 이랑이가 싫어서 그러는줄 오해하는 강아지들이 없었으면 해. 우리 이랑이는 기분이 좋아도 깡깡, 기분 나빠도 깡깡, 낯선 사람을 만나도 깡깡, 아는 사람을 만나 반가워도 깡깡거렸지. 모르는 사람들은 이랑이가 까탈스럽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엄마는 그 미묘한 짖음 소리를 다 감별할 수 있었어... 이랑아~ 너무 많이 짖어 목이 쉬어 있던 이랑이가 생각나. 하늘나라에서는 많이 짖지 말고 강아지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렴~~~
myj4528
17-03-28 21:08  
이랑아~ 봄이 되어서인지 길을 떠도는 야옹이들이 너무 많이 보여. 길 건너 주택가 야옹이들은 주택을 허물고 원룸이 들어서면서 삶의 터전을 잃고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말야. 많은 사람들이 야옹이를 염려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야옹이에게 밥을 주는 걸 뭐라 하기도 하고... 동군이 오빠를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조차 눈치를 보게 되네. 우리 이랑이는 엘리베이터 타는 걸 무서워해서 늘 안아달라고 보채어서 문제가 없었는데, 동군이오빠는 자기가 직접 걷겠다고 안기지도 않아. 그래서 관리실에 택배를 탖으러 갈 때도 이랑이는 품 안에 쏙 넣어서 갔다 오곤 했었잖아. 동군이 오빠는 그 사이 집에서 기다리면서 늑대처럼 울부짖고... 이제는 그런 시간들이 다 추억처럼 느껴져. 동군, 이랑이 둘을 동시에 안고 일어설 때의 그 묵직함도 무척 그립네... 동군이 오빠가 베란다 창문을 열고 공기를 마시면, 절대로 이랑이를 잊지 말라고 당부한단다. 이랑아~ 나중에 아주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동군이 오빠를 만나거든 이랑이가 먼저 인사 건네주렴~ 너무나 오랜 시간 혼자서 쓸쓸히 보내고 있는 동군이 오빠를 위해...
myj4528
17-03-29 22:43  
이랑아~오늘 아침에 학교를 가는데 터널 안에 야옹이가 차에 치어 있더라. 어제 비가 와서 날이 갑자기 추워지니 야옹이가 추위를 피해 터널 안으로 들어간 모양인데 미처 갓길로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했나봐. 하루종일 그 모습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아 무척 힘들었어. 집으로 오는 길에도 야옹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더라. 아무래도 터널 안이라 치우기가 쉽지 않았나 봐. 내일 아침 학교 가는 길에도 야옹이가 그대로 있으면 어쩌지... 길을 떠돌아다니는 힘든 생활을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서도 길에서 생명 줄을 놓은 야옹이가 너무 안되었다 싶어. 우리 이랑이는 엄마와 함께 있다 하늘 나라 간 거니까 행운인가 싶기도 하고...엄마가 학교가 있을 땐ㄴ 하늘나라 가지 말고 기다리란 말, 아무리힘들어도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엄마 보는 앞에서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하늘나라 가자는 그 말, 우리 이랑이는 정말 약속을 잘 지켜줬어. 힘들었을텐데 버티고 버텨준 이랑아~ 참 많이 고마워...
myj4528
17-03-30 19:57  
이랑아~아파트 앞마당에 벚곷이 정말 예쁘게 피었네. 동군이 오빠는 데리고 산책 갔다 오는데 바람이 안 불어 조금 아쉬웠어. 바람이 불어 벚꽃이 날리면 더 좋았을텐데... 이번 주말이 지나고 나면 이 꽃잎들도 다 떨어지고 말텐데 아쉬워... 동군이를 번쩍 안아서 나뭇가지 근처에 얼굴을 가져다 주고서는 우리 이랑이가 좋아하는 이랑이 곷이라고 했더니 동군이 오빠가 코를 씰룩거려. 참 귀엽고 사랑스러워. 우리 이랑이가 있었더라면 이 시간들이 더 행복가득할텐데... 이랑아~계절이 바뀌고 세간이 흘러도 엄마 마음 속에는우리 이랑이가 떠나지 않아...
myj4528
17-03-31 21:29  
이랑아~오늘은 금요일이라서 동군이 오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일직 집에 왔어.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핸드폰이 없는거야. 학교 화장실에 두고 온 게 생각나 얼마나 놀랐는지... 다시 학교로 가는 길에 제발 핸드폰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길 얼마나 바랐는지... 핸드폰 속에 우리 이랑이의 마지막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옛날 사진은 복구가 안되어 이랑이 아픈 이후이 사진들만 있는데... CCTV 캡처한 사진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이랑이의 온 몸을 알코올로 깨끗이 닦은 사진들. 수의 입은 모습, 화장을 하고 난 가루, 스톤으로 만들고 난 뒤, 마지막으로 종이함에 담아 낙동강에 보내기 직전의 모습들... 정말 핸드폰마저 잃어버리면 정말 큰일 나는데 싶어서 달리고 달렸어. 20-30분이 지나고 난뒤라서 누가 가져갔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든지... 더군다나 로비층에 위치한 화장실이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이다 보니 걱정이 더 컸어. 그런데 우리 이랑이가 도운 걸까? 너무나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 핸드폰이 그대로 있더구나... 가슴을 얼마나 쓸어 내렸는지 몰라. 이랑아~ 이랑이 사진 잘 정리해서 따로 잘 둘께. 엄마는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다는 점때문에 핸드폰에 저장해 둔 거였는데 생각이 짧았어. 핸드폰 속 사진첩에서라도 이랑이를 볼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myj4528
17-04-01 16:02  
이랑아~갑자기 봄비가 또 내려. 벚꽃이 다 질 것 같아 걱정이야. 주말인데도 비가 오니 동군이 오빠 산책도 못하고 참 아쉬워. 봄이 되면 아파트의 산책나온 강아지들 존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아쉬워라. 간간히 들려오는 강아지의 짖는 소리. 우리 이랑이와 짖는 목소리가 비슷한 맞은 편 동의 말티즈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예전에도 이랑이가 짖으면 따라 짖고, 그 소리에 이랑이도 짖고. 마치 둘이서 대화라도 나누는 것처럼 신기하게도 주고 받으면서 짖던 그 강아지. 우리 이랑이의 짖는 소리가 안 들려서인지 그 강아지 역시 목소리 듣기가 어려워. 가끔 짖는 소리에 우리 이랑이같아서 반가웠는데... 유기견 동물 보호소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공고중이거나 보호중인 강아지들 상당수가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되어 있어. 그중 입양할까를 고민하며 사이트를 자주 찾아 살피던 말티즈는 안락사 당했어. 또 한 마리는 자연사했다고 나오네. 마치 오래도록 알고 있던 강아지를 잃은 것처럼 마음이 아프네. 이랑아~ 엄마를 잃고 떠돌다가 하늘나라로 간 강아지들을 만나면 더 잘해주렴~이랑이는 엄마 사랑을 오래도록 받았으니 그 사랑을 나눠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myj4528
17-04-02 17:47  
이랑아~오늘 동물동장에서는 분리불안을 겪는 강아지들이 많이 나왔어. 우리 이랑이도 엄마랑 떨어져 있으면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지. 아기때는 출장갈 때, 동물병원이나 애견샵에 맡기곤 했었는데, 출장에서 다녀오면 이랑이 꼬리가 한없이 말려 들어가 있고, 피똥도 싸고 그랬었지. 한참 크고 나서는 이랑이 발톱 깎을 일이 없었어. 두발로 사정없이 벽지를 뜯어서 드러난 시멘트를 다시 두 앞발로 긁어대기 일쑤였으니까. 엄만 그걸 한참 후에야 알았지. 책상 밑이나 아주 구석진 곳을 그렇게 해놔서 몰랐던 거야. 지금 책상 밑과 냉장고 틈 사이에는 이랑이가 갉아 놓은 흔적이 그대로 보여. 화장실 문도 얼마나 긁어댔는지 이랑이가 긁은 자국이 선명해. 그렇게 떨어지기 싫어하던 엄마를 벌써 6개월 넘게 떨어져 하늘나라에 있는데 우리 이랑이 잘 지내고 있는 걸까...
myj4528
17-04-03 19:46  
이랑아~엄마가 동군이 오빠 간식을 한가득 인터넷으로 구매했더니 반려견 전용 상품 구매 안내 메일이 왔어. 가만히 보니 노령견을 위한 유모차도 있네. 가격대가 40만원대인데 엄마는 이랑이에게 휠체어를 태울 생각만 했지 유모차 태울 생각을 미처 못했어. 날씨가 좋은 좀, 가을이 아닌 무덥고 무더운 한 여름에 우리 이랑이는 아프기 시작했으니 욕창이 생길까 걱정도 되고, 잘 먹지도 못하는 이랑이를 무더운 땡볕에 데리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 그렇다 하더라도 아파트 복도를 거닐거나 하다못해 집 거실과 베란다라도 오갔으면 우리 이랑이가 두세달을 그렇게 무기력하게 방안에만 있지는 않았을텐데... 그래서인지 다른 강아지들은 병원 가기를 그렇게 싫어한다는데 우리 이랑이는 유일한 외출이 하루에 한번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는 거였으니. 이랑아~ 엄마가 우리 이랑이에게 해주지 못한것 들. 나중에 동군이 오빠에게는 하나하나 해 주려는 데 그래도 괜찮지?
myj4528
17-04-04 21:08  
이랑아~날이 다뜻해지다 못해 더워지려해. 동군이 오빠는 이제 옷을 안 입고 지내. 하얀 털을 휘말리며 거실을 누비는 모습에서 행복을 느끼다가도 거실 한켠에 이랑이 햇빛 보라고 놓아둔 분홍색 방석을 보면 마음 한 켠이 허전하네. 이랑이가 하늘나라 간지 6개월이 지났어도 분홍색 방석은 아직 세탁하지 않고 그대로 뒀어. 이랑이가 한번밖에 앉아 있지 않았어도 행여나이랑이 체취가 남아 있을까 하여 외로운 동군이가 안식처로 삼을 수 있게 뒀던 거야. 그런데 동군이오빠는 분홍색 방석에 잘 안 앉아 있네. 동군이 방석인 하늘색 방석에만 앉아 있고... 하늘색 방석에 가만히 앉아 있는 동군이의 모습을 보면 분홍색 방석에 앉아 있던 이랑이 모습이 떠올라. 이랑아~ 벚곷잎이 휘날릴수록 이랑이를 향한 엄마의 그리움은 더해만 간단다. 엄마는 이제 벚꽃을 이랑이꽃이라고 불러. 우리 이랑이가 귀를 펄럭이며 꽃잎을 쫓아가던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그리워서야. 이랑아~ 봄의 정취를 느끼면서 하늘나라 생활 잘 하고 있어~~
myj4528
17-04-05 23:01  
이랑아~봄비가 촉촉히 내렸어. 이랑이꽃은 바람에 다 떨어졌고... 이러다 무더운 여름이 오려나봐...작년 이맘때 우린 참 행복했었지. 그때는 행복한줄도 모르고 그냥 일상을 보내었는데 그 봄이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쉽게 시간을 흘려 보내지 않았을텐데. 지나간 시간들이 참 야속하네. 이랑이가 남겨준 우유, 동군이 오빠가 잘 먹고 있어. 이랑이 덕에 세산에는 강아지를 위해 준비된 간식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 이랑아~엄마 의자의 뒷자리는 동군이 오빠 차지이지만 엄마의 마음 속엔 항상 우리 이랑이 자리를 남겨놓고 있단다. 이랑이가 늘 앉아 있던 테이블도 그대로고, 이랑이를 위해 쳐둔 울타리도 그냥 그대로 두었어. 하나하나 치워야지 하면서도 그러기가 참 쉽지 않네...
myj4528
17-04-06 16:35  
이랑아~파트라슈 사이트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나봐. 우리 이랑이 인터넷 분향소에 헌화한 갯수를 봐도 그래. 우리 이랑이를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아직 이랑이를 안부를 물어와. 이제 나이가 제법 되었을텐데라고... 엄마가 SNS를 안하니 우리 귀여운 아기 강아지 이랑이가 하늘나라로 떠난 줄을 모르는 사람들도 아직 제법된단다. 일부러 소문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곳에는 이랑이를 모르는 참 많은 사람들이 이랑이가 좋은 곳에 가 있을 거라고 응원을 해주니 참 고마운 분들이시지 그치. 우리 이랑이는 동물병원에서도 참 이쁨 많이 받았은데... 쬐그만 강아지가 휠체어를 타고 진료실을 누비는 모습을 보며 기특하다고 동양상 촬영을 하는 분들도 계셨었어. 그분들의 응원덕에 어쩜 우리 이랑이가 엄마 곁에 조금 더 있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야. 이랑아~ 하늘나라에서 이곳을 내려다 보거든 많은 이들의 행복을 기원해 주렴~~
myj4528
17-04-07 22:41  
이랑아~오늘은 연수가 있어서 이기대공원을 다녀왔어. 연수 후 광안리로 이동하였는데, 날씨가 좋아서인지 정말 많은 강아지들이 산책을 하고 있더라. 모래사장 위를 거니는 강아지도 있었어. 관절에 무리가 갈텐데 얼마나 좋았는지 모래위에서 몸을 뒤집어 애교를 부리기도 하더라. 우리 이랑이는 14년을 살면서 바닷가를 한번도 못 갔잖아. 물을 무서워해서 목욕할 때도 꼬리를 싹 내리고 으르렁대기 일쑤였는데, 그 점이 참 아쉬워. 이랑아~ 엄마에게 다시 올 기회가 있으면 그땐 아스팔트길 산책은 그만하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많이 놀러 다니자~
myj4528
17-04-08 21:51  
이랑아~동군이 오빠와 아파트 한 바퀴 돌다가 산책 나온 닥스훈트를 만났어. 처음엔 서로 꼬리를 흔들면서 반기길래 도금 가까이 갔더니 둘이서 서열 정리하겟다고 으르렁대는 게 얼마나 귀엽던지... 서열싸움하면 우리 이랑이도 한 몫했었는데 그치... 이랑이는 꼬리 흔드는 속도도 정말 빨라서 눈에보이지 않을 정도였어. 동군이 오빠는 살랑살랑 흔드는데 이랑이는 무슨 스피드게임이라도 하듯이 격렬하게흔들어댔었어... 이랑이가 두발 들고 안아 달라고 조르던 모습부터 간식 준비한다고 씽크대 앞에 서 있으면 얼른 달라고 한 바퀴를 돌고 도 한 바퀴를 돌고 애교를 부리던 모습이 그립다. 동군이오빠 건강이 나날이 좋아지는 건 우리 이랑이가 엄마와 한 약속. 동군이 오빠를 지켜 달라는 말, 조금 더 있게 해 달라는 말. 이랑이가 그 약속 지켜내는 것만 같아 더 고마워...
myj4528
17-04-09 17:12  
이랑아~날이 이제 많이 따뜻해져서 겨울옷을 다 넣고 봄옷을 꺼내려고 하다가 이랑이가 뜯어 먹다 남은 레깅스 바지를 찾아냈어. 우리 이랑이는 엄마가 외출하고 나면 엄마의 냄새를 찾아다니곤 했었지. 그러다 엄마 옷을 발견하면 처음에는 그 위에 또아리를 틀고 살포시 앉아 잇다가 낮잠을 자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지나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옷을 달근잘근 뜯어 먹는 버릇이 있었어. 청바지 양쪽 무릎이 없어져 있는 옷들도 꽤 되었어.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는 그런 습관이 많이 없어졌는데, 그러다가도 여러날을 집을 비우면 곡 옷 한두개가 뜯겨져 있었어. 우리 이랑이 흔적 추억하려고 이 옷은 버리지 않고 두려 해. 이랑아~ 이랑이의 추억 한 자락이라도 잡고 싶은 엄마 맘 이해하지?
myj4528
17-04-10 20:52  
이랑아~ 하늘나라에서는 마음것 스트레칭도 하고 꼬리도 흔들고 그러니? 우리 이랑이는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스트레칭부터 했었는데, 하반신 마비가 오고나서는 스트레칭을 할 수가 없었어. 앞발로 몸을 지탱해서 바닥을 기어다니다 보니 두 앞다리는 하중을 이겨내지 못하고 점점 벌어져갔어. 그때문에 척추에 더 무리가 갔는지도 몰라. 그 과정에서 척수액이 타고 흘러 찌릿한 느낌도 왔을테고 때로는 목이 돌아가서 뻣뻣해지며 고통에 몸부림쳤었어. 처음 하반신마비가 왔을 때 우리 이랑이는 너무 놀랐나봐.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대소변을 보기도 했었어. 그러다 어느 순간 꼬리가 90도로 올라가면 우리 이랑이가 응아 하고 싶은 줄 알고 엄마는 꼬리를 90도로 더 꺾어줬어. 그럼 이랑이는 변을 봤었지. 그런 지난 날들이 불과 엊그제같은데 벌써 7개월이 다되어 간다니... 우리 이랑이에게 하루 한번씩 이렇게 글을 남긴지도 꽤 되었네. 이랑아~ 이랑이를 간병하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은 잊혀지지도 않네. 세상의 많은 일들은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인데 말야. 동군이 오빠가 두 다리를 곧게 뻗고 스트레칭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이랑이를 추억해 본다. 사랑한다~ 이랑아~
myj4528
17-04-11 19:48  
이랑아~오늘 인터넷 기사에는 키우던 강아지가 병들어 아프자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묶은 후 길에 내다버린 보호자의 이야기가 있어. 강아지에게 학대를 가했는지 뒷다리를 못 쓰고 있는데다, 살아 있는 강아지를 봉투에 넣어 묶었으니 호흡도 어려워져 예후가 안 좋은가봐. 인터넷에는 강아지 사진도 올라와 있었는데, 사진 속 강아지는 마치 우리 이랑이가 마지막 숨을 쉬고 더이상 숨을 쉬지 않아 하늘나라 갔나보다 하고 슬퍼하다 파트라슈 운구 박스에 넣어 장례식장에 도착한 후 그 박스를 열었을 때를 떠올리게 했어. 숨을 거둔 이랑이를 마지막으로 한번 안아 보려 하니 이랑이가 쉬를 했어. 할아버지는 그런 이랑이를 보며 노폐물이 더 흘러나올 수 있다며 수건으로 감싸서 비닐봉투에 넣어 운구박스에 넣으라 했지. 당시에 엄마는 너무나 경황이 없어서 그래야 하는줄 알았어. 장례식장 도착해서 운구 박스를 열어 보니 우리 이랑이의 몸은 이미 빳뻣하게 굳어 있었고, 할아버지 말처럼 노폐물이 더 흘러나왔는지 수건의 색도 바래 있더라. 그 장면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는데 엄마는 아마 떠올리기 고통스러웠다봐... 잊고 있던 그 장면을 오늘 쓰레기 봉투에 담겨 유기된 강아지 사연과 사진을 보니 생각이 나는거야. 당시엔 장례식장으로 가면서도 혹시나 이랑이 심장이 다시 뛰고 호흡이 돌아왔는데 봉투가 묶여서 살아나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상상마저 했드랬지... 이랑아~ 헤어지고 싶지 않은 엄마 맘 기억하지? 마지막을 더 평안하게 해 주지 못한 죄책감에 엄마가 힘들어한 것도 알지? 콩콩콩 이랑아~
myj4528
17-04-12 23:10  
이랑아~오늘 아파트 분리수거하는 날이어서 할아버지가 분리수거 해 주시려고 집에 오셨어. 아파트 현관에 안전바를 쳐 두어서 할아버지가 문을 못 열고 벨을 누르니 동군이 오빠는 컹컹 짖더라. 문을 여니 동군이를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는 동군이의 건강해짐에 입을 다물지 못하셨어. 컹컹 짖는 소리, 그리고 90도로 세워 흔드는 꼬리, 초롱초롱한 눈, 소리를 들으려고 이따금씩 쫑긋거리는 두 귀... 예전 동군이오빠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그런데 요즘 초코 강아지 건강이 안좋은가봐. 예전 동군이 오빠처럼 귀도 잘 안들리고 백내장도 심해지고 사료도 잘 안 먹으려한다는구나. 동군이 오빠처럼 액티베이트를 먹여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병원도 데려 가보라 했는데...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잘 지켜주니 동군이 오빠는 나날이 건강해지고 굽은 척추도 많이 펴진듯하고, 이젠 산책하면 달리기도 잘해. 엄마보다 앞서서 뛰어가니 이젠 일부러 못 뛰게 할 정도란다. 하늘나라의 이랑이에게 보란 듯이 배를 보이며 애교를 부리는 동군이 오빠를 보면 우리 이랑이의 배가 문득 그립기도 하지만, 이처럼 건강을 되찾은 동군이를 보면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게 되... 이랑아~ 초코 강아지 건강이 안좋다하니 한 가지 더 부탁할께. 이랑이 떠날 때 마지막 인사 정겹게 나누었잖아. 초코의 건강도 지켜주렴~~~
myj4528
17-04-13 21:42  
이랑아~요즘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엄마는 외출하고 돌아오면 목이 너무 아프네. 그렇다고 이 좋은 봄날 동군이 오빠를 집안에만 가둬둘 수도 없고... 베란다 창문을 한번 열어 얼굴만 내밀게 해줘도 너무 좋아하던 동군이 오빠는 대채기도 하곤해... 그만큼 먼지가 많다는 거겠지. 그래서 급기야 공기청정기를 샀어. 처음엔 동군이 오빠도 파란색 램프가 들어오니 신기해하더니 이내 익숙해진 듯해. 처음엔 낯선 물건에 다리를 들고 영역표시를 하면 어쩌나 했는데 그러진 않아. 이랑이가 없으니 모든 게 다 자기꺼라 생각하는지 마루의 데크에도 다리를 안 든지 꽤 되었어. 마약방석도 두면 꼭 찔끔 영역표시를 하곤했는데 이젠 늘 상쾌한 향이 나네. 이랑이거가 없어지는 건 아쉽지만 동군이 오빠가 점점 안정적으로 변해가니 참 다행이다 싶어. 그렇다고 우리가 이랑일 잊은 건 아니니 염려하지말고~사랑한다 이랑아~
myj4528
17-04-14 21:27  
이랑아~동군이 오빠의 발바닥 패드의 굳은 살을 보고 있노라면 새까만 우리 이랑이의 도톰한 발바닥 패드가 생각나. 동군이 오빠 발바닥은 이제 색이 점점 바래지고 있어. 동군이 오바는 코 색깔이 변하더니 이제 발바닥 패드 색도 변하네. 우리 이랑이는 눈, 코, 발바닥 패드까지 정말 새까만 색이었는데 말야. 이랑이 눈은 하도 새까마니까 햇볕 아래 있지 않으면 이제 한두살 아기 강아지처럼 느껴졌을 정도였어. 팔다리도 참 가늘도 발톱도 참 날카로왔지. 그때문에 엄마는 이랑이 발톱에 참 많이 할큄을 당했어. 이랑이가 엄마네게 남겨준 영광의 상처들이 엄마의 팔, 다리에는 가득하지... 이랑이는 발톱이 뾰족하게 자랐으니까... 그에 비해 동군이 오빠의 발톱은 참 뭉툭해서 긁혀도 그리 아프지도 않았었어. 그런데 요즘은 매일 산책을 해서인지 발톱이 아스팔트 표면에 닳아서 발톱을 자르려 샵에 갈 일도 없어. 우리 이랑이는 산책을 자주 안 시켜서인지 이랑이가 스스로 벽에다 발톱을 갉아대는 일이 많았는데 말야. 이랑아~ 우리 이랑이의 새까만 눈, 촉촉한 코가 참 그립네~
myj4528
17-04-15 23:38  
이랑아~우리 이랑이 가방을 내려다가 동군이 오빠에게 가져다 줬더니 킁킁하며 냄새를 한참 맡네. 동군이 오빠는 깊은 호흡을 들이마시기도 하고 내뱉기도 하며 한참을 가방 곁을 떠나지 않았어. 이랑이 가방이라는 걸 알기라도 하듯 선뜻 가방 안에 들어가지도 않아. 예전같으면 가방 안에 들어가 자리를 떡하니 잡고서는 어딘가에 데려가 주길 기다렸을텐데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랑이 냄새가 반가웠는지 그렇지 않으면 이랑이 가방이라는 걸 알고는 들어가지 않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이랑이 휠체어도 끄집어 내서 동군이 오빠 곁에 가져다 웠어. 이랑이 뒷다리를 메달던 고리에 특히 코를 오래 파묻는 걸 보면 아직 이랑이 냄새가 남아 있나봐. 엄마는  맡지 못하겠는데 말야. 이랑아~ 시간이 흘러가면서 우린 일상으로 잘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그러다가도 동물농장이나 세나개와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면 여지없이 이랑이가 생각나 눈물을 흘리기도 해. 동군이 오빠도 같은 마음이겠지...
myj4528
17-04-16 22:44  
이랑아~오늘은 올해 들어 가장 무더운 날이었어. 할어버지 생신이기도 하고 부활절이기도 했지. 삼락생태공원 유채꽃 구경을 하러 갔는데, 우리 이랑이처럼 휠체어를 타고 소풍 나온 비글 강아지가 있더라. 우리 이랑이는 뒷다리가 아예 주저않아 버려서 휠체어에 뒷다리는 매달고 앞다리로만 다녔었는데, 오늘 만난 비글 강아지는 척추수술을 하고 회복중이라 그런지 휠체어에 타고 있었지만 뒷다리도 걸을 수 있더라.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하면서 비글을 쳐다봐주니 비글 강아지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꼬리를 90도로 세워서 흔들어대기도 했어. 비글을 보며 엄마는 이랑이 생각을 했지. 우리 이랑이는 휠체어 타고 거실과 병원 대기실만 다녔지 막상 외출은 한번도 하지 않았었지. 당시 너무 무더운 날씨여서 바닥이 뜨겁기도 했었고, 우리 이랑이가 걷기엔 아스팔트는 너무 위태로워보였거든. 공원에 산책나온 강아지들이 어찌나 많든지 동군이를 데려가지 않은게 못내 아쉽더라. 어떤 경험이든 함께 하고 싶은데 말야...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네...
myj4528
17-04-17 20:02  
이랑아~베네풀 사료 기억하지? 이랑이가 도통 아무 것도 먹지 않으려해서 펫월드 사장님께 추천받은 간식... 유기농 고구마 말랭이부터 강아지 전용 우유, 각종 고기류 등등 다 안 먹으려해서 마지막으로 도전한 게 베네풀 치킨 스튜였어. 그런데 우리 이랑인 그것조차 먹지 않더라. 얼마나 많이 아팟으면 약이 얼마나 입에 썼으면 늘 고개를 싹 돌리고 먹는 걸 거부했어. 덕분에 남은 간식은 모두 동군이오빠 차지가 되었지. 그중에서 동군이 오빠는 베네풀을 너무 좋아했어. 원래 먹던 사료가 단종되고 동군이 오빠마저 아무 것도 먹지 않으려 할 때, 만난 게 바로 베네풀이었어. 이젠 매일 아침, 자녁으로 먹게 되었을 정도야. 그런데 할머니댁 초코 강아지도 요즘 사료를 안 먹으려 한다네. 박내장도 많이 십해지고 귀도 안 들리고... 그래서 동군아오빠 먹는 베네풀 한통을 전했더니 초코 역시 베네풀을 잘 막나봐. 사료를 살짝 섞어주면 그렇게 잘 먹는다고... 우리 이랑이 덕에 주위 많은 강아지들이 도움을 받네~ 이랑아~~~ 하늘나라 가서도 이쁜 행동 많이 하네~
myj4528
17-04-18 21:12  
이랑아~이랑이가 동군이 오빠에게 남겨준 간식 있지. 오늘 닭가슴살을 끝으로 다 먹었어... 우리 이랑이를 위해 엄마가 얼마나 많은 간식을 준비했는지 잘 알겠지. 마지막 간식까지 동군이가 맛있게 먹는 걸 보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이랑이가 남긴 마지막 간식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참 싱숭생숭해... 이랑이의 흔적들이 하나씩 둘씩 없어지는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하다가 그만큼 추억은 더 새록새록 생각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러네. 이랑아~이젠 동군이 오빠 간식을 새로 주문해야 할까봐~ 이랑이에게 못해준거 동군이 오빠에게 다 해주는 거라 생각하고 질투하기 없기다~~ 사랑한다~ 이랑아~
myj4528
17-04-19 22:25  
이랑아~오늘 창녕 출장을 다녀왔어. 거기 공무원들이 이랑이 안부를 묻더라... 작년 여름에 회의할 때 동군이 오빠는 척추디스크 수술 받고 입원해 있고, 아픈 이랑이를 집에 혼자 둘 수가 없어서 회의때 데려 갔었지. 이랑이 가방 안에 넣어서 무릎에 앉혀 놓고 회의를 진행하니 참석자들이 다들 놀라기도 하고 뭐 저렇게까지 하나 했었어 그치... 그때 일이 기억났는지 오늘 이랑이 안부를 묻는데, 우리 이랑이가 무지개 다리 건넜다고 하니 다들 안타까워 하더라. 건강한 강아지 새로 데려와서 키우라는 얘기도 하고...이제 시간이 꽤 흐르기도 했고 왠만큼 아는 사람들은 다 아니까 이랑이 얘길 꺼내는 사람이 없는데, 오늘은 타지 출장을 가다 보니 이랑이 얘길 나누게 되었네. 이랑아~ 참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이랑이를 기억하고 있지? 그런 강아지도 많지 않을거야.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서도 사랑 많이 받으렴~ 이다음에 엄마 만나면 그땐 더 많은 사랑 줄께~~
myj4528
17-04-20 22:36  
이랑아~ 요즘 엄마가 조금 바빠서 이번 주 들어서는 동군이 오빠 산책을 시켜주질 못했어. 오늘은 마침 저녁 수업만 있어서 낮에 동군이 오빠 데리고 산책을 했어. 그런데 미세먼지가 너무 많아서 동군이도 엄마도 재채기만 하다 아파트 한 바퀴만 쌩~ 돌고 얼른 집으로 왔어. 예쁘게 목욕시켜 놓으니 백옥같은 털이 더 하얗게 보이네. 우리 이랑이는 목욕 시켜 놓으면 정말 쬐그만했는데... 평소 털에 가려져 있던 작은 얼굴도 도드라지고 그치. 그렇게 목욕 시켜 놓고 학교 다녀와서 동군이오빠를 얼른 안고 베란다 문을 열고 하늘을 향해 이랑이에게 인사를 하여고 하니 동군이 오빠가 쏜살같이 달려가 물을 한참동안 찹찹찹~하고 마시더디 패드에 쉬~~~를 해. 어쩜 우리 이랑이가 하던 행동과 똑같을까. 우리 이랑인 엄마가 올 때까지 물도 안 마시고 사료도 안 먹고 쉬도 안하고 기다리던 강아지였지. 엄마가 집에 오면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물을 마시고 사료를 먹고 그리고 쉬를 했어... 동군이 오빠는 예전에 없던 행동들, 우리 이랑이가 보이던 행동들을 해. 너무너무 신기하네. 우리 이랑이가 엄마 곁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더더더 보고싶구나...
myj4528
17-04-21 19:55  
이랑아~ 이곳 파트라슈 사이트에 들어와서 이랑이에게 글을 남기려고 인터넷 분향소 창에 들어오면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들의 사진이 하나둘 올라와 있어. 대부분  시츄 강아지들이라 말트즈가 눈에 안 띄어 좀 아쉽다가도 말티즈 강아지들은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서 파트라슈를 안 오는 건가 싶기도 해. 그래도 우리 이랑이처럼 이름이 예쁜 강아지는 안보이네~ 이랑아~ 혹자들은 우리 이랑이를 아랑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동군이 오빠를 동건이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지만, 초롱초롱한 눈, 하얀 털, 그리고 귀여운 얼굴을 다들 기억하고 있단다.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에 올라와 있던 그 사진들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야. 엄마가 학교에도 데리고 다녔으니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지. 낙성대 공원, 보라매 공원 산책하며 만났던 사람들도 우리 이랑이를 기억하겠지. 이랑이를 오래도록 치료해 주신 동물병원 선생님들도 우리 이랑이를 기억하실거야. 그 짧은 시간에 유방암, 난소암, 자궁암, 골육종 투병을 하고, 그렇게 빨리 암이 간, 폐, 위, 신장, 비장까지 전이된 강아지는 잘 못 보셨다 하셨으니까 말이야. 그와중에도 우리 이랑이는 너무나 치료를 잘 견뎌주었고, 이랑이가 고생한 거 잘 알아주셨으니 말야. 동군이 오빠가 건강히 잘 지내니까 인사드리러 한번 갈까 싶기도 해. 동군이 오빠를 보면 다들 깜짝 놀랄거야.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동군이 오빠가 펄펄 날아다니니까 말야^^ 이랑아~ 늘 엄마의 마음 속에 서열 1순위인 우리 이랑이~ 사랑해~~~~
myj4528
17-04-22 21:34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기지개를 참 많이 펴~ 동군이 오빠는 척추 디스크가 있으니 기지개를 펴는 건 나름 척추 스트레칭에 도움이 되니까 좋거든. 그덕분인지 휘어진 척추가 점점 펴지는 것 같기도 해. 우리 이랑인 뒷다리가 주저앉아서 앞발로 몸을 지탱해서 질즐 끌고 다니느라 두 앞다리의 간격이 점점 벌어졌잖아. 그러니 앞다리 관절에 정말 많은 무리가 갔을거야. 나날이 살은 빠지고 그러다 보니 두 앞다리 간격이 너무나 벌어져서 엄마는 정말 걱정이 많았었어. 그런데 동군이 오빠는 스트레칭을 많이 하면서부터 점점 벌어진 두 앞다리 간격이 좁혀지고 있어. 이 또한 좋은 징조야~~~ 이랑아~ 공군이 오빠는 엄마가 외출한 사이 마약 방석에 올라가 잠을 자기도 하고, 정해진 장소에 가서 쉬도 하고, 사료도 먹고 정말 일상으로 잘 돌아왔어. 우리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제대로 지켜 주고 있는 것 같아서 참 든든해. 동군이 오빠에게도 늘 얘기해. 우리 이랑이가 지켜주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랑아~ 늘 고맙고 사랑해~~~
myj4528
17-04-23 20:45  
이랑아~늘 엄마 베개를 같이 나누어 쓰던 우리 아기 강아지. 동군이 오빠는 이불 위에서 엄마 발 아래에서 자고 우리 이랑인 엄마 팔베게를 하고 늘 이불 속에 쏙 들어가서 잤었지. 이제 이랑이가 없으니 이랑이 자리를 동군이가 차지하게 되었어. 엄마는 동군이 오빠가 팔베게 하는 거도 싫어하고 베개 베고 자는 거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이랑이가 없으니 자연스레 이랑이처럼 행동해. 어쩌면 그동안 우리 이랑이에게 보든 걸 양보한 것인지도 몰라. 밥을 먹을 때도 이랑이가 먼저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대니 저 멀리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이랑이가 다 먹고 나면 동군이 오빠가 먹었지. 그마저도 이랑이는 입 한 가득 가료를 머금고 방으로 와서 다세 뱉어낸 다음 그걸 다시 하나하나 꼭꼭 씹어 먹는 강아지였어. 나름 이랑이가 서열이 위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기때처럼 빨강, 파랑으로 사료통을 나누어둘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어... 이랑이가 없으니 동군이 오빠는 더이상 서열 다투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서 마음이 더 편해진 것도 있겠지만 그마늠 외로움도 따라 커져가고 있겠지. 이랑아~ 동군이 오빠에게 그랬어. 나중에 하늘나라 가서 이랑이 만나거든 이랑이가 먼저 달려오기 전에 먼저 달려가서 이랑이를 알아 보라고 말야...
myj4528
17-04-24 21:37  
이랑아~ 오늘은 낮데 동군이 오빠와 산책하다가 외출하는 스피츠 강아지를 만났어. 두 강아지가 한참을 서로를 향해 눈빛만 교환하다가 서로 가까이 다가가서 냄새를 킁킁 맡더라고. 그렇게 탐색이 끝나고 나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멍멍 짖어대는거야. 그제서야 서열다툼을 하려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뭔가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 몰라도 말야. 스피츠는 동군이와 더 있으려고 발길을 떼지 않고, 동군이 역시 그런 스피츠에게 자꾸 다가가려고 하니 아파트가 떠나가겠더라고... 오랜만에 만난 강아지가 반가웠을까? 늘 동군, 이랑 함게 지내다 혼자 지내야 하는 동군이가 낯선 강아지에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야. 이랑이 냄새 잊지 말라고 가끔씩 이랑이가 사용하던 넥칼라와 방석, 휠체어 냄새 맡게 해주는 데 그거로는 어림도 없었나보다... 이랑이 발가락 사이의 땀냄새가 그립네...
myj4528
17-04-25 20:36  
이랑아~하루종일 집에 있는 동군이 오빠는 척추 디스크 수술 이후 기력이 많이 쇠해져서 한동안 짖지 않았는데 말야. 오늘 산책하다 만난 야옹이를 보고 얼마나 짖어 대던지 아파트 단지가 쩌렁쩌렁 울리는거야. 그렇게 큰 목소리는 정말 오랜만에 들어봤어. 동군이 오빠는 이제 귀도 잘 들리고 앞도 잘 보고 거기다 목청도 좋아졌나봐~ 지난 번에 신촌 애견샵 아저씨가 동군이 오빠를 보고 걱정 안해도 되겠다 하셨을 때 아직 모른다고 했었거든. 그땐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정말 그 아저씨 말이 맞았어. 요즘 같으면 동군이 오빤 나날이 회춘을 하는 듯해. 우리 이랑이가 엄마 곁을 빨리 떠난만큼 동군이 오빤 그 몫만큼 더 오래 엄마 곁에 있으려나봐~~~ 아기때도 사랑스러웠는데 나날이 더 사랑스럽네...우리 이랑이 사진도 보면 아픈 강아지 같지 않게 눈망울이 너무너무 초롱초롱하고 가끔 찡긋 거리는 눈도 윙크 하는 것처럼 예뻐보여. 이랑아~ 엄만 아직도 이쁜 우리 이랑이 얼굴이 떠올라. 엄마 기억 속에서 영영 잊혀지지마~~~~
myj4528
17-04-26 22:11  
이랑아~ 엄마 학교 앞에 애견샵이 새로 생겼는데, 지나가면서 보니 이제 겨우 눈을 뗐을 것 같은 아기 말티즈, 스피츠들이 투명 유리 안에서 입양갈 가정을 찾고 있더라. 그중 한 마리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고개를 파묻고는 눈을 동구랗게 떠서 위로 올려다 보는데, 우리 이랑이가 털을 깎고 와서 부끄럽다고 몸을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랑 어쩜 그리 닮았든지... 그리고 눈을 위로 뜨니 그 동그란 눈의 흰자위가 보이는 게 영락없는 이랑이의 모습이었어. 말티즈는 아기 때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고 하지만 엄만 아니었거든. 우리 이랑이는 정말 달랐단 말이야. 오늘 지나가면서 만난 그 아기 말티즈는 이랑이와 너무 많이 닮아서 마음이 얼마나 쿵쾅거리든지... 이랑아~ 이렇게라도 우리 이랑이를 추억할 수 있음에 감사해... 보고 싶다...
myj4528
17-04-27 23:58  
이랑아~ 오늘 조금 걱정스런 소식이 있어... 우리 이랑이 친구 노랑 야옹이 기억하지? 아파트 산책하다 가끔씩 마주하는 세 마리 고양이 중 우리 이랑이가 특히 좋아했던 야옹이 말야. 요즘 동군이 오빠와 아파트 산책을 하다보면 늘 정해진 곳에서 마주하게 되는데, 오늘은 그 담장위에 보이지 않길래 그런가보고 하고 지나갔어. 오늘은 동군이 오빠 컨디션이 좋아 보이고, 또 엄마가 내일은 지방 출장을 가야해서 산책을 못하니까 아파트를 두 바퀴 돌았거든. 그런데 두 바퀴째 돌려고 보니까 이랑이 친구 노란 야옹이가 담장 위로 뛰어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는거야. 동군이도 반가웠는지 꼬리를 흔들고... 엄마가 한참을 쳐다봤어. 그런데 발가락에 피가 묻어 있는거야. 깨진 유리라도 밟은 건가 싶어 걱정스런 마음에 보고 있노라니 야옹이가 고개를 왼쪽으로 싹 돌리더라. 그런데... 야옹이의 오른쪽 귀부터 얼굴까지 피가 철철... 그 피가 흐르다 못해 발가락까지 묻은거였어. 교통사고를 당한건지 맹수에게 물린 건지 걱정스러워서 관리실에 뛰어가서 구청 유기견, 유기묘센터에 신고해서 구조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지... 그 사이에 엄만 동군이 데리고 집으로 올라와서 동군이 오빠 비상 시 먹이려고 챙겨둔 진통제, 소염제, 시저 간식을 들고 그 자리로 갔어. 그런데 그사이에 야옹이는 사라지고 없더라. 한참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어. 간식은 챙겨 두고 왔는데 출혈이 심해서 무슨 일 나는 거 아닌가 자꾸 걱정이 되네. 별일 없어야 할텐데... 야옹이 만날 때마다 우리 이랑이는 하늘나라 가서 없다고 매번 얘기하면서 대신 동군이와 잘 놀자고 했는데. 무척 마음이 안 좋아... 이랑아~ 혹시 하늘나라에서 그 야옹이 만나게 되면 우리 이랑이가 늘 그랬듯 야옹이 잘 챙겨주렴~
myj4528
17-04-29 00:31  
이랑아~오늘은 엄마가 좀 늦었지? 군산 출장 다녀오느라 이제 막 집에 왔어. 집에 오는 길에 예전에 이랑이, 동군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간호사님들이 입원실 사진 문자메시지로 보내 준 거 하나하나 보면서 왔어. 사진 속 우리 이랑이는 때로는 컨디션이 좋아보이다가도 때로는 너무 아파 보이기도 하고 그렇더라.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이틀 전 입원해 있을 때 사진에서도 눈망울이 참 초롱초롱했었는데, 수혈 부작용이 우리 이랑이의 목숨을 너무 빨리 앗아간 것 같아 너무너무 속상했어. 이틀 전만 해도 눈이 말똥말똥한 게 엄마 곁에 오래 있을 것 같더라... 휠체어를 씽씩하게 타고 있는 사진 속 이랑이를 보니 마치 이랑이가 아직 엄마 곁에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였어. 이랑아~ 아픈 이랑이 모습 말고 엄마 곁에서 밝고 활기찼던 그 시절 이랑이로 오래도록 기억할께~~ 사랑한다~
myj4528
17-04-29 22:46  
이랑아~ 어떡하지... 핸드폰이 문제가 생겼는지 갑자기 사진 폴더의 사진이 다 사라지고 한 장도 없어... 예전에도 한번 그래서 우리 동군이, 이랑이 사진 다 사라졌잖아. 그래서 엄만 이랑이 아프고나서의 사진들만 가지고 있었는데 그나마 그것도 다 사라졌어... 다행인건 우리 이랑이 사진으로 사진첩 만드느라고 이랑이 사진은 따로 정리해 두었다는거야. 그런데 이제 동군이 오빠 사진이 하나도 없어...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나서 동군이 오빠도 많이 아팠기에 혹시 또 이랑이처럼 하늘나라 가게될까봐 사진 많이 찍었는데... 동군이 오빠가 차츰차츰 건강해지는 그 모습들이 없다니... 오늘부터 한장씩 새로 찍어야지... 핸드폰이 자꾸 문제가 생기니 이젠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야하나 싶어... 이랑아~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걸까. 정 떼라고 그러는거 아니였으면 해...
myj4528
17-04-30 22:34  
이랑아~오늘은 날씨가 참 무덥더라. 동군이 오빠가 좋아하는 파란 이불을 이제 넣어야 할까봐... 파란 이불은 우리 이랑이라 하늘나라 가기 전 마지막으로 누워 있던 이불인데... 분홍색 이불도 있는데 동군이 오빠는 늘 파란 이불 위에만 있었어. 엄마도 왠지 파란 이불 위에 있으면 잠이 더 잘 오는 것 같기도 했고...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도 한동안 빨지 못하던 그 이불이었잖아. 이제 날이 무더우니 파란 이불을 넣고 까슬까슬한 이불을 꺼냈는데, 이 역시 우리 이랑이와의 추억이 깃든 이불이지... 세탁을 하면 금방 마르는 재질이어서 하루에도 수십 번을 이불에 오줌을 싸는 이랑이때문에 그 이불은 얼마나 자주 이용했는지. 아침에 빨고 말리고, 또 저녁때 빨았는데... 이불 하나만 봐도 우리 이랑이가 누워 있던 모습, 쉬하던 모습. 그리고 콩콩거리며 힘겹게 옆으로 이동하던 모습이 다 생각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 것만 같아. 이랑아~ 엄마의 추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으렴~~~
myj4528
17-05-01 22:40  
이랑아~새벽에 잠을 자는데 동군이 오빠가 구토하는 소리가 나더라. 엄마는 한번 잠들면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숙면을 취하는데 희안하게 동군, 이랑 구토하는 소리는 얼른 알아차리지... 예전에 이랑이도 속이 안 좋으면 일부러 거실까지 나가서 구토를 하고 방으로 돌아오곤 했지. 엄만 잠결에도 그 소리를 듣고 얼른 깨서 토한 입가를 다 씻기고 배도 살살 만져 주고 따뜻한 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입을 적셔주었는데 기억나니. 우리 이랑인 엄마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구토를 하기도 했었는데... 노란 거품 가득한 구토물을 보면 걱정이 많이 되서 배에 귀를 가져다 대면 꼬르륵 소리가 났어.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가던 그날 새벽에 그렇게 이랑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더라. 위장이 꼬인건지 무척 주기적으로 소리가 났었어... 일주일 넘게 빈속에 진통제만 먹었으니 위가 꼬여도 단단히 꼬였겠다 싶었고, 그 속이 얼마나 쓰렸을까 싶기도 했었어. 동군이 오빠는 토마토를 먹어서 그런가봐. 엄마가 방울토마토를 먹다가 조금 떼어내서 줬더니 그걸 그렇게 씹지도 않고 받아 먹더니, 평소 잘 안 먹던 걸 먹어서 그랬나봐... 새벽에 엄만 얼마나 놀랐든지... 이랑아~ 동군이 오빠 잘 지켜줘~~~
myj4528
17-05-02 22:35  
이랑아~요즘 동군이 오빠는 하울링을 부쩍 자주해. 한동안 안들리는 소리였는데, 하루종일 혼자 있는게 이젠 많이 힘든가봐. 세상의 소리 들으라고 베란다 창문도 열어 놓고 거실 문도 열어 놓고 가는데, 다녀와서 보면 씽크대 위의 생수병도 다 내려 놓고, 문 손잡이에 걸어둔 수건도 바닥에 다 끄집어 내려놔... 두발로 서서 낑낑대느라 허리 많이 아팠을텐데 말야... 우리 이랑이가 비록 움직이지는 못했고, 각자의 케이지 안에 따로 있었지만 곁에 있던 그 시절들이 동군이 오빠는 많이 그리울거야. 이젠 컴퓨터 바탕화면의 이랑이 사진을 빤히 쳐다보는 일도 없어졌거든... 이랑아~ 엄마 꿈에도 한번 다녀가고 동군이 오빠 꿈에도 한번 다녀가주렴~ 하얀 두 귀를 쓸어내리고도 싶고, 촉촉한 코도 한번 만져 보고 싶네~ 우리 이랑이....
myj4528
17-05-04 00:01  
이랑아~연휴라서 동군이 오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 우리 이랑이, 몸은 곁에 없지만 늘 우리와 함께라는 거 알아~~ 동군이 오빠는 이제 백내장도 많이 좋아져서 눈동자도 예전처럼 흐리지 않고 까맣게 보여.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지켜 주고 있는 거 다 알아. 이랑아~ 엄마와 동군이오빠가 우리 이랑이 많이 그리워하고 있단다. 사랑해~
myj4528
17-05-04 21:24  
이랑아~ 코카스파니엘 수리와 가든이 강아지 기억하니? 우리 동군이, 이랑이 산책 가다가 알게 된 강아지들... 수리는 일아이와도 친하게 지냈었잖아. 한동안 안보여서 이사갔나 했더니 오늘 산책 나온 걸 봤어. 이제 2살이 되었다는구나. 우리 이랑이 2살때는 정말 장난꾸러기였는데, 수리와 가든이도 혈기왕성하더라. 동군이가 건강히 잘 있다고 소식 전했더니 우리 이랑이가 먼저 가면서 동군이를 지켜주는거라고 하시더구나. 다들 우리 이랑이를 착한 강아지로 기억하는거야... 이랑아~ 피흘리던 우리 아파트 야옹이는 오늘도 보이지 않네. 길목에 간식 챙겨주고 왔는데, 몰래 먹고 갔는지도 모를 일이야. 이랑아~ 사람들이 강아지를 많이 키우는만큼 힘든 일을 겪는 강아지들도 많아질거야. 하늘나라에서 만나는 강아지들 무슨 사연있는지 잘 들어주렴~ 나중에 엄마가 이랑이 만나면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느라 짖무른 우리 이랑이 엉덩이 토닥토닥해줄께~
myj4528
17-05-05 21:53  
이랑아~오늘은 어린이날이야. 할머니가 어린이날이라고 동군이 데리고 놀러 오라고 하시네. 동군이는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 할아버지라고 어버이날에 놀러가겠다했어. 동군이, 이랑이는 아기때부터 너무 어른스러워서 엄마가 강아지를 키우는게 아니라 강아지들이 엄마를 키우는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지. 산책도 엄마보다 앞서 가기도 했고... 엄마가 안 좋은 일이 있어 속상해하면 이랑이는 조심스레 다가와서 빤히 쳐다보다가 앞발로 툭 한번 건드려보기도 하고, 빙그레 웃어주면 꼬리치며 달려오곤했었지. 엄마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면 알아서 밥도 잘 챙겨 먹다가도 아파서 갑자기 입원을 하게 되어 집을 비우는 날이면 밥 안먹고 기다리기도 했었어. 예전엔 어린이날이라고 이랑이에게 예쁜 옷도 사주고 그랬는데 기억나니?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서도 신나게 뛰놀아~~
myj4528
17-05-06 20:27  
이랑아~연휴라서 인터넷으로 이것 저것 검색해 보다가 "지금 당신은 개보다 행복한가요-개에게 배우는 삶의 소박한 지혜와 행복"이라는 책을 발견해서 주문했단다. 책 소개에서 개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고 나와 있네. 정말 이랑이는 엄마의 표정, 몸짓, 입는 옷, 들고 나가는 가방, 외출하는 시간에 따라 때로는 으르렁대기도 하고 때로는 먼발치에서 고개를 싹 돌리기도 했었지. 아침에 출근할 때는 헤어지는 뒷모습을 보여 주기 싫었는지 테이블 밑으로 쏙 들어가 내다 보지도 않다가도 퇴근 후 택배 가지러 관리실에 잠깐 나가려고 하면 그렇게 따라나오고 싶어서 안달이었어. 그 차이를 어떻게 알아채는지... 평일 출근할 때와 주말에 출근할 때도 다른 모습이었어. 그때문에 엄마는 이랑이와 헤어지는 게 싫어서 몇번을 들어오고 나가고를 했었어. 이랑아~ 헤어지고 나니 소중함을 더 느껴. 동군이오빠보고 이랑이처럼 사라지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하며 하루를 보냈네. 이랑아가 보고 싶지 않냐고 동군이에게도 말 걸면서 말이야...
myj4528
17-05-07 23:07  
이랑아~ 오늘은 동물농장하는 날이야. 오늘 방송된 강아지 사연은 우리 이랑이를 생각나게 했어. 백구라는 강아지가 주인이 떠난 자리를 오래도록 지키다 주민이 동물농장에 신고를 하였어. 그런데 백구의 배가 많이 불러서 새끼를 가진건가해서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종양이 발견되었더구나. 그것도 골육종... 우리 이랑이조 처음에 걷지 못하게 되어 스테로이드 치료도 해보고 온갖 검사를 다 했지만 결국은 골육종으로  판명이 났지. 여러가지 종양 중 예후가 가장 안 좋다는 종양... 우리 이랑이는 그래도 수술은 시도했었는데, 방송의 백구는 수술조차하지 못할 정도로 강의 90퍼센트가 종양이라고 하더구나. 우리 이랑이도 하늘나라 가기 직전에는 종양으로 내장기관이 가득찼었는데... 이랑이는 항암제도 사용하고 온갖 진통제도 사용했었는데, 방송에 나온 백구는 너무 늦게 발견한 것 같더라... 백구를 보면서 우리 이랑이는 그래도 치료기회가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도 했어. 마지막까지 치료에 임해준 이랑이였기에 더 고마웠고... 이랑아~엄마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하늘나라로 먼 길을 떠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랑이와 함께 치료받으러 병원 다녔던 하루하루가 생각나. 안락사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이랑아~ 언젠가 만날 때까지 잘 있어~
myj4528
17-05-08 22:15  
이랑아~ 오늘 어버이날이라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초코 강아지 건강이 많이 안좋다고 해.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 이랑이가 많이  아플 때의 모습인 것 같은데... 늘 누워만 있고 겨우 고개를 들고, 배는 불러 오고 말야.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면 좋으련만 정말 큰 병이 있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걱정이 되서 병원도 안 가고 있나봐... 초코 강아지도 동군이 오빠만큼 나이가 많은데... 초코는 출산 경험도 있어서 건강할거라 믿었는데 갑자기 안 좋아졌다니 걱정이 되네... 할아버지는 우리 이랑이 뿌려준 강가에 가서 이랑이 생각도 하셨다는데... 이랑아~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있다가 하늘나라 갔으면 해... 이랑이가 지켜줘야 할 강아지가 참 많네... 동군이오빠와 초코 강아지는 꼭 지켜줘~~~
myj4528
17-05-10 04:40  
이랑아~엄마가 보고서를 쓰느라 그만 이랑이에게 글 남기는 걸 잊어버렸네... 동군이 오빠 저녁 챙겨 주고 이랑이에게 글 쓰려고 하다가 대통령 선거 결과에 관해 문자 메시지 주고받느라 타이밍을 놓쳤네. 그리고 바로 보고서를 쓰느라 시간이 이리되버렸어. 이제 다 마무리하고 컴퓨터를 끄려다 이랑이 생각이... 예전에 우리 이랑이 있을 때도 엄마가 가끔 밤을 새면 이랑이는 의자 뒤에 앉아 있다가 어느 순간 바닥으로 폴짝 뛰어내려 가서는 화장실 앞에 가서 쉬를 하고 왔었어. 그리고는 다시 의자에 앞발을 가져다 대고 다시 의자 위로 올려달라고 했었지. 동군이 오빠는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있긴 힘든가봐. 의자위에 올로 오고 싶다는 의사도 적극적으로 나타내지는 않고 그냥 책상 아래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정도란다.  의자 위에 올려 주면 곧 내려 가고 싶어하기도 해. 동군이 오빠는 이랑이와 성격이 다르니까... 이랑아~엄마가 열중하느라 잠시 이랑이를 잊었지만 서운해 하지 말길 바래~~~
myj4528
17-05-10 22:44  
이랑아~오늘 집에 오니 주문해두었던 대형패드가 도착해있네. 2003년, 욕창이 있는 와상환자의 베드 밑에 까는 용도로 개발되었던 패드를 사서 우리 강아지들 배변 패드로 사용한 게 엊그제 같은데... 그때 그 사장님께 건의해서 겉표지를 애견용이라 바꾸면 장사가 잘 될거라 했더니 정말이지 그 사장님은 대박이 나셨지... 그렇게 사용해 온 패드. 이랑이 떠나고 나서는 하루에 패드 1장이면 족하였는데 이제 그 패드도 바닥을 드러내었어. 늘 주문할 때면 대형 200매짜리를 주문했는데, 이번에 주문하면서 무척 고민이 되더라. 우리 동군이가 엄마 곁에 얼마나 오래 있을지 몰라서... 그치면 꿈과 희망을 가지고 200매를 주문했었어. 앞으로 200일은 커녕 몇년은 거뜬히 엄마 곁에 있어줄거란 기대를 갖고 말야. 미세먼지때문에 산책을 못 시키니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강아지용 미세먼지 마스크가 있냐고 물었어, 그런데 강아지용은 아직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다네. 그러면서 동군이 잘 잇다는 소식도 전했어.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처음 전화 통화한 거라 간호사님들도 많이 궁금했었나봐. 혹시 동군이 오빠 건강이 안 좋아져서 전화한 걸줄 알고 말야...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잘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해. 사랑한다 이랑아~~~
myj4528
17-05-11 23:13  
이랑아~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니? 엄만 여전히 이랑이가 매일 매일 보고 싶어. 동군이 오빠와 엄마는 이랑이가 없어 허전한 마음이 크지만 잘 지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어. 가급적 매일 아파트 한 바퀴를 돌려고 노력하고 있고, 베란다와 복도 산책은 매일 빠짐없이 하고 있어. 우리 이랑이가 누리지 못했던 호사를 동군이 오빠는 누리고 있어. 하늘나라에서 내려다 보면 질투심 많은 이랑이가 속상하겠지만 우리 이랑이 살아있을 때 엄마 사랑 독차지 했으니 동군이 오빠에게 기회를 조금 주렴~동군이 오빠는 나날이 귀여움을 더해가. 15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야. 여기서 행복한 시간 많이 많이 보내다가 이랑이 곁으로 보낼께~ 앞으로 몇년 더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단다...
myj4528
17-05-12 23:36  
이랑아~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와서 동군이와 산책을 나가지 못했어. 베란다 창문을 열고 동군이 오빠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줬더니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데도 고개를 들어 빗방울을 맞으려하더라. 예전에 우리 이랑이처럼... 이랑이에게 비가 뭔지 알려 주려고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 우리 이랑이도 고개를 들어 비를 쳐다보려 하다가 빗물이 콧잔등에 떨어지니 재채기를 했었어. 빗방물이 코 언저리 털에 방울방울 맺히는 게 참 귀여웠는데... 오늘 동군이 오빠가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 참 신기하게도. 예전엔 비가 오면 이랑이가 우리 보고 싶어서 우는 거라고 말해줬는데, 오늘은 이랑이가 동군이에게도 빗방울 맞는 경험을 해보라고 그런 것 같다고 말했어. 이랑아~ 항상 우린 널 그리워하고 있어...
myj4528
17-05-13 21:50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아침과저녁엔 베네풀, 낮엔 고구마나 비스킷 간식을 먹고 가끔은 오리고기나 북어를 주고 있어. 엄마가 외출한 사이 배가 고프면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사료통에 사료도 가득 담아 놓고... 예전엔 사료만 먹여야 하는 줄 알고 13년동안 이랑이에게 사료만 먹였네... 하늘나라 가던 14살때가 되어서야 간식을 맛보게 했어... 그 점에 얼마나 미안한지 몰라... 세상에는 강아지가 먹어도 되는 간식들이 많이 있는데 말야. 나중에 이랑이가입맛을 잃어 아무 것도 먹지 않으려 할 때 마지막에 그나마 먹던 게 육포였잖아. 소화가 안될 것 같아 조심스러웠지만 하늘나라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먹고 싶어 하는 것 먹게 해주라 했을 때 얼마나 슬펐는지 몰라. 그래서 동군이오빠에게만큼은 똑같은 실수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 이랑아~ 하늘나라엔 맛있는 거 많지? 걱정 말고 맛있게 많이 먹으렴~
myj4528
17-05-14 20:35  
이랑아~동군이 오빠가 오늘따라 무기력해 보이길래 오랜만에 노즈워크 놀이를 했어. 노즈워크 담요를 펼쳐 놓고 간식을 숨겨 놓고 방으로 들어와 몰래 지켜봤더니 코를 갖다 대고 킁킁 거리며 정말 잘 찾아 먹는거야. 다 찾아 먹고나서 더 이상 간식이 나오지 않으니 성질이 났는지 노즈워크 담요 위에 오줌을 싸버리네... 노즈워크 이후에는 확실히 운동량도 많아지고 활발해졌어. 노즈워크라는 것도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 우리 강아지들은 워낙 똑똑하니 인터넷으로 그런 거를 찾아볼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혼자 남은 동군이 걱정에 인터넷을 찾다 보니 이런게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어. 우리 이랑이도 노즈워크놀이를 했더라면 하늘나라 가기전 한 두달을 무기력하게 이불 위에서 시간만 보내진 않았을텐데... 움직이지는 못해도 제자리에서 코를 이용하며 노즈워크 놀이라도 했더라면 긴긴 시간 지루하게 엄마만 기다리는 일따윈 없었을텐데 뒤늦게 후히가 밀려오네...
myj4528
17-05-15 23:57  
이랑아~ 오늘은 랜섬웨어 감염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했어. 엄마는 올해 초 이미 감염되어서 우리 이쁜 이랑이 사진을 다 잃었던 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어. 그냥 오늘은 스승의 날이구나 하는 생각이었어. 엄마에게 가장 큰 스승이 이랑이였다는 걸 안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네. 이랑이는 아기 강아지처럼 늘 작고 귀여웠지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큰 가르침을 주었단다.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고 없는 지금조차 엄마에게 많은 개달음을 주고 있는 우리 이랑이. 이랑이에게 에쁜 카네이션을 선물하고 싶다...
myj4528
17-05-16 22:33  
이랑아~요즘은 동군이 오빠와 밤 9시 전후로 산책을 한단다. 낮시간에는 산책할 시간이 없기도 하려니와 산책을 다녀오면 동군이오빠가 피곤해하니까 낮잠을 자게 되면 밤에 잠을 잘 못자게 되어 그래. 그래서 퇴근을 하고 저녁때 산책을 하고, 다녀와서 발을 씻고 저녁을 챙겨주는데, 그리고나서 드라이를 해주면 동군이 오빠는 잠에 곯아떨어져. 물론 산책가서는 야옹이를 찾느라고 지하주차장이며 주차장이며 이곳저곳을 사정없이 누비지. 이렇게 잠들면 아침가지 잘 자는 것 같아. 나이가 많으니 고단함도 빨리 찾아오나봐. 우리 이랑이도 산책하고나면 그날 밤은 정말 쌔근새근 잘 잤었는데... 아프고나서부터는 운동량이 전혀 없고 하루종일 누워만 있으니 깊은 잠에 못 들고 잠깐잠깐식 졸기만 했으니 얼마나 피곤하고 고단했을까. 10분을 자더라도 깊이 자야 하는데, 엄마는 이랑이 욕창 생길까봐 5분, 10분 단위로 계속 자세를 바꿔줬으니 지나고나서보니 부질없는 행동이었다 싶어. 어떤 게 이랑이를 위하는 건지 모르고 그냥 간병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데 급급했었나봐. 그리고 힘들다고 투정부리고... 이랑이에게 잘 해주려 한 행동들이 이렇게 또 후회를 하게 하네. 보고 싶은 우리 이랑이...
myj4528
17-05-17 23:22  
이랑아~파트라슈 사이트에 보니 요키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갔나봐. 시츄, 요키 강아지들 친구로 잘 지내고 있니? 우리 이랑이는 덩치가 큰 강아지들은 무서워했어도 덩치가 비슷한 강아지 만나면 으르렁대면서 서열 다툼 잘했었는데 그치. 동군이 오빠는 하루종일 집에 있는 거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집에 오니 사료통을 다 엎어놨어. 예전에도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사료통 다 엎어놓고 거기에 오줌도 싸고 그랬었잖아. 욕구불만때문에... 매일 산책은 시켜주는 데 엄마가 외출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런가봐. 동군이 오빠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 저녁 챙겨줬더니 억지로 토하려고도 해. 관심끄려고 말야. 우리 이랑이가 예전에 하던 행동들이잖아. 아파서일 때도 있었지만 관심받고 싶어서 그런 경우가 더 많았던 이랑아~ 이랑이 하늘나라 가 있어도 엄마는 늘 이랑이 생각하고 관심가지니 염려 놓으렴~
myj4528
17-05-18 22:34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또 탈모가 시작되었어. 지난 주말부터 너무 너무 바빠서 신경을 많이 못 써줬더니 역시나 욕구불만이 생겼는지 엉덩이쪽 털이 빠져 있네...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동군이오빠에게 전념하느라 출근해서 하루에도 여러번 집에 왓다 갔다 했었는데, 이번 학기 들어서 동군이 오빠가 많이 건강해져서 조금 방심했더니 바로 표가 난다. 우리 이랑이는 스트레스 받으면 엄마에게 매달려서 몰랐는데, 동군이 오빠는 혼자 끙끙대고 속으로 삭히다 보니 이렇게 신체 반응으로 나타나네. 내일은 온종일 신나게 놀아줘야지. 우리 이랑이~ 엄마 꿈에 나타나면 엄마가 신나게 놀아줄 준비 되어 있으니까 언제든 꿈에 다녀가렴~ 우리 이랑이가 산책하다가도 안아달라고 보채던 그 시절도 그립고, 동물병원 가서오 엄마와 1센티도 안 떨어지려고 해서 사람들이 놀라워 하던 그 시절도 그리워. 우리 귀염이 이랑이 닮은 강아지는 세상에 한 명도 없다고 얘기한 거 기억하지? 다른 강아지로는 대체할 수 없는 우리 이랑이, 참 보고싶네...
myj4528
17-05-19 16:35  
이랑아~ 일주일 내내 스트레스에 힘들어 했던 동군이 오빠가 오늘 엄마가 하루종일 곁에 있어 주니 잠만 쿨쿨 자네. 밤새 한번도 안 깨고 자더니 아침 먹고 곯아 떨어지다 점심 간식 먹고 또 곯아 떨어졌어. 엄마가 외출해서 CCTV를 살펴 보면 낮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거실과 베란다를 분주하게 다니며 엄마를 찾는 모습이었는데 말야. 일주일동안 나름 피곰했으니 오늘 하루종일 잠에 빠져 들었나 봐. 우리 이랑이도 그랬을까? 엄마가 출장 다녀와서 놀아주려고 하면 귀찮다는듯이 엄마를 피했었잖아. 엄마가 와서 너무 좋은데 긴장도 풀리고 몸도 고단하니 그냥 쉬고 싶었던 걸까.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기 며칠 전의 일들은 아직도 후회가 되는 대목이야. 이랑이와 함께 있어 주지 못한 그 시간들은 엄마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란다...
myj4528
17-05-20 21:45  
이랑아~ 강아지 이름을 부를 때는 길게 빼지말고 명확하게 불러야 한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엄마가 우리 이랑이더러 이랑아~라고 부른 적도 있지만 이랑!이라고 부른 적도 많이 있었다는 거야. 신경질적인 강아지, 산책하기 싫어하는 강아지도 있는데 우리 이랑인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어. 오히려 엄마의 짜증도 다 받아주고, 산책은 누구보다 좋아해서 산책이라는 단어만 내뱉어도 목줄 걸린 곳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얼른 가자고 했을 정도니까... 그런 모습이 귀여워서 산책하지도 않을 거면서 산책이라는 단어를 외치는 바람에 이랑이 속이 많이 상했을거야 그치. 일이십분만 시간 내면 되는 것을 그게 뭐라고... 동군이 오빠는 조금 전에 산책하고 왔는데, 경비 아저씨가 동군이오빠더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라고 하네... 우리 이랑이는 동물병원에서 그런 소리 많이 들었었는데... 이랑아~ 이젠 하늘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되거라~
myj4528
17-05-21 21:33  
이랑아~이제 날이 많이 무더워졌어. 여름 날씨같아. 작년 여름 무척 더웠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더우려나 걱정이야. 다행히 오늘은 미세먼지도 없고해서 집에 있는 모든 창문을 열어 두었어. 엄마는 밀린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안자 있었더니 엉덩이가 아프려고까지 해. 동군이 오빠는 엄마가 놀아주니 않으니 속상했는지 혼자서 베란다로 나가서는 두 발을 깡총하고 엄마를 빼꼼히 보네. 나 여기있어요~~라고 하듯 말야. 엄마는 맞장구치면서 동군이 거기 있었냐고 놀라는 척 해줬어. 그랫떠니 방안으로 쏜살같이 달려와서 배를 드러내면서 애교를 마구 떨어. 엄마 사랑을 갈구하는 건 우리 이랑이같아. 엄마 사랑 받으려고 온갖 문제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아기 강아지. 엄마가 가장 바쁠 때 엄마에게 와서 엄마와 여유있는 시간도 많이 못 가지고 떠난 우리 이랑이. 이다음에 만나게 되면 정말 원없이 신나게 놀아줄께. 꼭 놀아주지 않더라도 이랑이와 영원히 함께 할께~~
myj4528
17-05-22 21:01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거실을 바라보며 엎드려 있어. 우리 이랑이가 그랬듯이... 날이 아무리 더워도 거실쪽에는 바람이 느껴지니 그런거겠지. 엄마는 집에 오면 늘 방안에서 주로 생활을 해서 거실에 그렇게 바람이 잘 부는지도 몰랐었어.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고 나서 이랑이가 그리운 마음에 이랑이가 아픈 몸을 이끌고 그렇게 나가고 싶어했던 거실의 그 자리에 누워 보니 바람이 느껴지더라. 그제서야 왜 우리 이랑이가 걷지도 못하는 몸을 이끌고 콩콩 뛰면서 관절이 바닥에 부딪히는 고통을 감수해 가며 한 시간에 걸쳐 방에서 거실로 나간지 알게 되었단다. 오늘은 동군이 오빠가 그 자세를 하고 있어. 가끔 동군이의 얼굴에서 이랑이가 보여. 덩치도 다르고 피부색, 털색, 코 색깔도 다르지만 어쩜 그리 닮았을까. 우리 동군, 이랑...
myj4528
17-05-23 23:35  
이랑아~ 날씨가 무더워지니 동군이 오빠는 조금만 움직여도 헥헥대네. 산책 나가려고 옷을 입히는데 갑자기 앞발을 내놓지 않는거야. 몇번 시도했는데도 도저히 안되겠더라. 먼지가 많은데 옷 안 입히고 산책 나갔다가는 먼지를 다 뒤집어 쓰고 올테니 늘 옷을 입히고 나갔는데, 오늘은 어디가 아픈건지 앞발을 내놓지 않으려 하더라. 엄마는 얼마나 놀랐는지... 그러고 보니 날이 더워 헥헥거리는게 아니라 몸 어딘가 아파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더라. 우리 이랑이가 어느날 갑자기 못 걷게 된 그 날 밤처럼...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너무 잘 걷고 뛰고 놀던 아이가 갑자기 뒷다리에 힘이 풀리고 다리가 꼬이기 시작하더니 헥헥거리며 온 거실을 불안하게 배회하던 그 날 밤. 걱정이 되어 에어컨도 켜고 선풍기도 켜고 방 안 온도를 떨어뜨렸더니 다행히 헥헥대는 행동은 사라졌어. 한동안 안심하고 있었더니 엄마가 너무 방심한 걸까? 우리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잘 지켜봐줘~~
myj4528
17-05-24 22:30  
이랑아~오늘 삽살개 복제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봤어. 오래전 줄기세포 연구가 한창일 때 우리 동군이, 이랑이를 계속 볼 수 있는 길이 열릴까하는 생각을 잠깐 한적도 있었었는데... 그러다 엄마는 우리 이랑이가 뱃속에 아기를 가져서 이랑이와 동군이를 반씩 똑닮은 아기 강아지를 엄마에게 안겨주리라 기대하며 중성화 수술도 안시켰었어. 우리 이랑이는 믿기지 않게도 평생을 아가씨로 살다가 하늘나라로 갔지. 이랑이 닮은 아기 강아지 한명 낳아주고 떠났으면 좋았을 걸. 그랬으면 그렇게 많이 아프지도 않았을 것을 하는 후회도 많이 했단다. 이랑아~ 너무 소중한 우리 아기 강아지. 닮은 강아지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오늘따라 참 보고 싶네...
myj4528
17-05-25 22:44  
이랑~올 여름은 작년보다 더 더울 거라는 소식이 들려오네. 작년에 그리 더웠는데 올해는 또 어찌 보내누... 그래도 동군이오빠 산책은 시켜야겠지? 날이 덥다는 이유로 비가 온다는 이유로 내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함께하지 못했던 그 시간들이 이토록 후회가 되는데... 이랑아~ 동군이오빠는 털이 많이 자라서 바야바가 되었어. 털이 자라면 동군이오빠는 더 귀여워지는 것 같아. 이랑이도 그랬었지. 하늘나라 가 몇달 전엔 엄마가 가위로 조금식 조금씩 털을 잘라줬었는데, 그래도 얼굴은 건드리지 못해 몸은 털이 조금밖에 없었어도 얼굴은 동그랗게 참 귀여웠어. 언제든 우리 곁에 있는 이랑아~ 올 여름 무덥다고 하니 하늘나라에서도 조심하렴~
myj4528
17-05-27 01:41  
이랑아~엄마가 오늘도 늦어버렸네. 보고서 다 쓰고나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버렸네... 아까 낮에 동군이 오빠랑 산책하고나서 동군이 오빠 미용을 해줬는데, 그때 이랑이에게 글남기러 들어올걸... 동군이 오빠는 바야바 수준이 되어서 얼굴부터 꼬리까지 엄마가 미용을 해 줬어. 예전엔 얼굴과 꼬리는 겁이 나서 하지 못했는데, 날이 너무 더우니까 한번 시도해봤지. 아무리 봐도 너무 잘 한 것 같아... 화장실에 동군이 오빠 눕혀놓고 요리조리 털을 깎았는데, 엄마가 요령이 없어서 그런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어. 그런데 하고나서 보니 훨씬 동안이되었네. 우리 이랑인 미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귀염많은 깍쟁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순둥순둥 강아지가 되기도 했는데... 엄마가 그때는 처음이라 이랑이 털을 예쁘게 잘라주지 못했어. 듬성듬성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말야... 이랑아~ 시간이 지나니 이젠 뭐든 잘 할 수 있게 되었어. 이젠 짜증내지 않고 간병도 잘 할 것 같은데... 이랑이가 엄마 곁에 없네. 이랑이가 참 많이 보고 싶은데.
myj4528
17-05-28 00:17  
이랑아~ 한동안 보이지 않던 야옹이들이 날이 더우니 차량 밑 그늘에서 쉬고 있더라. 이랑이 친구 야옹이와 성격 괴폭한 가만 야옹이. 둘을 동시네 본 날이었어. 동군이 오빠와 야옹이들은 한참을 경계하듯 눈을 마주하다가도 마치 서로 눈으로라도 대화를 나누는듯한 모습을 보이더라. 동군이 오빠는 산책할 때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야옹이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는지 아파트를 몇 바퀴 돌지 않아도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응시하더라. 가뜩이나 날이 무더워 산책을 오래하지는 못했어. 날이 더우니 이랑이 텐트에 동군이 오빠가 들어가 있어. 우리 이랑이 주려고 산 텐트에 이랑이는 몇번 들어가 보지도 못했었는데... 사방이 망사로 뚫려 있고 바닥도 차가워서 답답한 이랑이에게 딱일 것 같아 구입했는데 이랑이는 잘 들어가려 하지 않았지. 엄마가 억지로 두어번 넣었는데도 어느새 낑낑대며 나와 있기 일쑤였어. 그렇게라도 이랑이 체취가 묻어 있어서인지 동군이오빠는 그 텐트의 방석은 발톱으로 다 헤집어 놨어. 영역 표시를 하려는건지 이랑이 내새가 나서인지는 모르겠어. 이랑아~ 날이 무더우니 작년 이맘때가 자꾸 생각나려 해...
myj4528
17-05-28 12:44  
이랑아~동군이 오빠 털을 깎기고 나니, 산책할 때마다 강렬한 자외선이 피보 손상을 입을까 걱정이 되는거야. 그래서 여름옷을 몇 벌 샀는데 참 이쁘네. 동군이 오빠는 털이 하얗기에 파스텔도 잘 어울리지만 빨갈같은 강렬한 색도 잘 어울리잖아. 우리 이랑이는 핑크색이 그렇게 잘 어울렸었는데... 이랑이는 피부가 약해서 여름에 햇볕 많이 받으면 피부에 갈색 반점 같은게 생겨서 무더운 여름에도 외출할 때는 곡 옷을 입었어야 했는데, 이랑인 옷 입기 싫다고 그렇게 엄마를 피해 도망다니기 일쑤였는데... 상대적으로 동군이 오빠는 옷 입는 걸 너무 좋아해서 옷을 손에 들고 있으면 그렇게 얼굴을 들이밀고 그랬었잖아. 옷 입으면 외출하는 줄 알고 목줄 앞에 대기하고... 똑같이 14년을 살았는데 둘은 성격이 참 많이 달랐어. 동군이와 이랑인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니 엄마는 참 행복했단다. 그 행복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좋았을 것을...
myj4528
17-05-29 22:32  
이랑아~ 할머니집의 초코 강아지가 많이 아픈것 같아. 식구들은 나이가 들어서라고 하지만 엄마는 직감적으로 알겠더라. 초코 강아지가 갑자기 물을 너무 자주 많이 마시고, 밥도 많이 먹고 숨도 헐떡이고 움직임이 느려졌다는 걸. 그리고 배룰 깔고 눕지 못하고 옆으로 누워 자꾸 잠을 청하는 것을 보면 어디가 아파도 단단히 아픈 것 같아. 몸 안에 어딘가 염증이 생겼으니 열이 나서 열을 내리려고 물을 마시는 것일테고 내장 기관 어딘가 탈이 나서 아프다 보니 예민해져서 누가 가까이 오는 것도 싫어하는 것일거야.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해도 다들 귓등으로만 듣네... 엄마 마음 같지 않나봐. 이러다 정말 무슨 일 나면 어쩌지하는 생각에 엄마만 속이 끓어... 우리 이랑이 보내고 얼마나 후회가 되었는데, 그토록 열심히 간병을 해도 이렇게 죄책감과 후회뿐인데 말야... 이랑아~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지켜보면서 이런저런 생각 많이 하고 있지? 동군이 오빠오 ㅏ엄마가 생각보다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이니?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마음 속으로는 여전히 우리 이랑이 생각뿐이란다...
myj4528
17-05-30 22:01  
이랑아~오늘도 날씨는 무척 더웠어. 날이 더워지면서 엄마는 아토피 피부가 재발을 해서 무척 고생중이야. 피부가 가려울 때마다 긁는 것도 이젠 여의치 않아 얼음찜질을 하며 열기를 낮추고 있어. 그러다 냉동실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아이스팩을 발견했어... 우리 이랑이가 상태가 점점 안 좋아져서 몸 속 암덩이가 커져 급기야 배가 점점 불러오고 피부가 트기 시작하고 혈관이 보일 무렵 염증으로 인해 체온이 올라간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렇게 무더운 날에도 걷지 못하는 이랑이가 행여라도 콩콩하다가 뼈가 부러지면 큰일이니까 바닥에 그 두꺼운 극세사 이불을 깔아 완충장치를 했었어. 그리고 이불 사이 사이에 아이스팩을 넣어서 이랑이가 덥지 않게 하려 했어. 아이스팩을 5개씩 교대로 얼리면서 우리 이랑이를 간호했었는데,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고나서는 아이스팩을 쓸일이 없어서 냉동실에 아이스팩이 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네. 엄마가 가려움때문에 힘들다 보니 이렇게 우리 이랑이가 남겨준 것들을 이용하게 되는구나. 우리 이랑이~ 참 기특하고 고마워~~~
myj4528
17-05-31 23:53  
이랑아~ 동군이 오빠의 스트레스 수준은 날로 심해지고 있어. 피부 곳곳이 붉게 색이 변해 있고 딱지도 앉아 있어. 동군이 오빠는 스트레스 받으면 피부를 핥아대다가 이발로 조금식 물어뜨돈 하잖아. 최근 며칠 사이 그런 모습이 부쩍 늘었어. 오늘도 집에 오니 등과 양쪽 다리, 꼬리쪽에 상처가 나 있네. 지난 주와 이번 주 무척 바빴더니 바로 행동으로 나타나... 지난 학기내내 동군이 오빠 걱정에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던 것과 달리 이번 학기 들어서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안심을 좀 했더니 이런 결과가... 작년 이맘때 동군이 오빠가 디스크 진단을 받았었단 걸 엄만 인즌 건지... 내일부터는 다시 녜전처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려야 겠어. 이랑아~ 하늘나라에서 동군이 오빠 잘 지켜줘야해~~
myj4528
17-06-01 21:36  
이랑아~ 동군이 오빠 베네풀이 다 먹어 갈 무렵, 사료를 다 먹어 갈 무렵, 유기농 고구마 말린 간식을 다 먹어갈 무렵... 엄마는 늘 불안해하며 주문을 해... 얼마나 주문을 해야 할지 몰라서 말야. 오래 살 거니까 많이 주문해야지 하며 주문했던 오리 고기와 닭가슴살, 그리고 락토프리 우유와 간식... 우리 이랑이는 먹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지. 그래서 남은 건 동군이 오빠가 잘 먹었어. 이제 동군이 오빠를 위해 뭔가를 주문해야 할 즈음이면 그 양을 가늠할 수가 없어서 무척이나 불안하단다. 설마 이번이 마지막 주문이 아니길 바라면서 말야... 이랑아~오늘부터 6월이 시작되었어. 우리 이랑이가 걷지 못하게 된 날이 6월 11일이었는데... 동군이 오빠는 무탈하길 바라는 마음이 정말 간절하단다... 우리 이랑아가 제발 동군이 오빠를 오래도록 잘 지켜줬으면 해...
myj4528
17-06-02 22:25  
이랑아~ 요즘 동군이 오빠가 자꾸 살이 빠지네. 가뜩이나 털을 잘라서 몸이 쬐그맣게 보이는데, 목 둘레도 가늘어지고 팔, 다리도 가늘어져서 먼발치에서 보면 우리 이랑이 모습이 자꾸 보여. 베네풀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는데 왜 자구 살이 빠지는 걸까. 오늘은 오랜만에 노즈워크도 했는데, 숨겨 놓은 간식도 전부 다 찾아 먹어. 거실에서 간식 찾아 먹으라고 코담요 깔아서 간식을 잔뜩 숨겨 놓고 엄마는 방에 와서 컴퓨터 키고 일할 준비하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동군이 오빠가 코담요를 물고 방안에 가지고 오네. 간식 다 찾아먹었다고 칭찬해 달라는 뜻이었을까? 코담요에 간식 다 찾아 먹고 나면 거기에 오줌을 싸서 영역표시를 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오늘처럼 그 무거운 코담요를 물고 온건 처음이었어. 최근 계속 바빠 예전만큼 관심을 안 가져 주니까 이렇게라도 관심을 받으려고 한걸까? 동군이오빠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
myj4528
17-06-03 17:04  
이랑아~ 어제와 오늘, 엄마는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단다. 어제 밤 11시쯤 동군이 오빠가 갑자기 다리를 절면서 걷지를 못했어.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원인도 모르겠더라. 2시간 단위로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가고 그러기를 밤새도록 한거야. 처음 이상한 징후를 발견하자마자 병원에 전화했더니 아침이 되어야 검사결과 판독이 가능하니 아침 일찍 병원을 오라고 하더라. 마침 우리 동군, 이랑 담당 선생님 근무일이라고... 아침이 되자마자 동군이 오빠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각종 검사를 받았어. 퇴행성 관절염도 와 있고 간수치, 콜레스테롤 수치도 안 좋더구나. 엄마는 이렇게 동군이를 또 장애견을 만드나 하늘이 무너지는 것같은 슬픔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그런데 다행하게도 동군이 오빠는 조금씩 조금씩 걷기 시작했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혹시나 해서 예방적 차원에서 소염제도 처방받아오고... 일년 전 우리 이랑이가 아팠더 것처럼 동군이 오빠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엄마는 어찌할바를 모르겠어. 우리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좀 잘 지켜줘... 부탁이야...
myj4528
17-06-04 18:45  
이랑아~동군이 오빠가 다행하게도 오늘은 컨디션이 좋았어. 최근 하지 못했던 아파트 한 바퀴 산책도 한번 시도했어.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숨도 헐떡이고 뒷발도 질질 끄는 모습이 보여서 그냥 안고 왔어.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최상의 컨디션이었는데 갑작스런 변화에 엄마는 너무 놀랐단다. 집에 와서 발을 씻기고 간식도 챙겨줬더니 그새 곯아떨어졌어. 그만큼 체력이 저하되었단 얘기겠지. 인터넷으로 다시 영국으로 오메가3 약 주문도 넣고, 연어도 주문했어. 동군이 증상에 좋을 거라고 담당 선생님이 추천해 주셨거든. 이랑이 담당 선생님 기억하지? 우리 이랑인 결국 하늘나라로 먼 길 떠났지만 동군이 오빠는 엄마와 오래도록 있었으면 해. 이랑이 보내고 이랑이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몰라. 그래서 동군이 오빠는 엄마와 많은 시간 보내길 더 간절히 바라는지도 모르겠어...
myj4528
17-06-05 22:24  
이랑아~ 오늘 쇼핑백을 찾다가 쇼핑백에 들어 있는 우리 이랑이 아기대 옷을 발견했어. 사이즈가 작아서 이사오면서 버린 줄 알았는데, 쇼핑백 안에 들어가 있더라. 동군이 오빠 코에 가져다 대니 한동안 냄새를 킁킁 맡는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 우리 이랑이 냄새가 남아 있엇나봐. 세탁을 해도 우리 아기 강아지 냄새가 남아 있나 보네... 그래서 다시 깨끗하게 빨아서 햇볕에 예쁘게 말렸단다. 그리고 우리 이랑이, 수건, 옷, 빗, 약봉지, 그리고 휠체어와 함께 잘 챙겨 두었어. 우리 이랑이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어서 냄새도 맡아보고 만져도 보고 그런단다. 동군이 오빠도 이랑이 보고 싶은 날이 있을테니 그럴 때마다 챙겨 주려고 해. 오랜만에 우리 이랑이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무척 행목한 날이야~
myj4528
17-06-06 19:44  
이랑아~ 엄마는 오늘 강의촬영을 다 마쳤어. 작년에 기억나니? 동군이 오빠는 입원해 있고 우리 이랑이는 걷지도 못하고... 엄마는 촬영은 해야 하고... 그래서 아픈 이랑이를 가방 속에 넣어 무릎 위에 올려 놓고 하루종일 촬영을 했지. 갑갑해 할법도 했지만 10시간을 가방 속에서 견뎌준 이랑이였어. 두어시간마다 가방에서 꺼내어 쉬하게 하고 물도 마시게 했지만 종일 가방 속에 있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촬영이 끝나갈 무렵, 해가 져 저녁이 되어갈 부렵에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웠는지 우리 이랑이가 가방 방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고, 엄마는 촬영을 중단하면 새로 찍어야 하기에 그런 이랑이를 달래려고 가방을 누르곤 했었지. 그게 영상 화면 아래에 조금 잡히기도 했고, 낑낑대는 이랑이 목소리가 마이크에 새어나갈까 노심초사했었어.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새로 촬영을 하는데 곁에 이랑이가 없네. 엄마에겐 아픈 동군이만 덩그러니... 이랑아~ 우리가 함께한 많은 날들. 잊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할께. 많이 보고 싶고 그립다...나중에 우리 꼭 다시 만나~
myj4528
17-06-07 23:28  
이랑아~며칠 전에 주문했던 연어 간식이 오늘 도착했어. 연어 살코기에 단호박이 들어었고 겉에는 치즈가루가 뿌려져 있어. 유기농이라 동군이오빠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었어. 늘 닭고기와 오리고기만 먹던 동군이 오빠도 처음엔 생선 냄새가 낯설었는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이내 맛있게 냠냠 잘 먹네. 세상에 이렇게 맛있고 몸에 좋은 간식이 많은 것을 엄마는 왜 몰랐을까. 우리 이랑이 아프기전에 건강할 때 많이많이 챙겨줄 걸... 당시에는 강아지는 사료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 엄마가 참 많이 몰랐었어.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은데, 정작 이랑이는 엄마 곁에 없네... 보고 싶고 보고 싶은 우리 이랑이...
myj4528
17-06-08 23:05  
이랑아~오늘은 며칠 전 주문했던 오메가3가 도착했어. 하나는 국내에서 주문한거고 하나는 해외 직구를 했는데, 둘다 오늘 도착했어. 동군이 오빠는 요즘 참 많은 약을 먹고 있어. 다만 우리 이랑이는 마약성 진통제를 많이 먹었던 데 비해 동군이 오빠는 영양제류를 더 많이 먹고 있다는 거지. 요즘 많이 똑똑해진 동군이 오빠는 약만 골라내고 간식만 먹는 신통함을 보이는데, 우리 이랑이도 그랬었지. 이랑이 약 먹이는 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던 때가 있었는데... 물에 가루약을 녹여서 주면 입가에서 뱉어 버리곤 했었지. 주사기에 넣어 주려 하면 아무리 고개를 붙잡고 있어도 이쪽 저쪽으로 고개를 돌렸었고. 간식에 섞어 주면 간식 자체를 거부하던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전날 너무 많은 진통제를 줘서 약에서 못 깨어나서 하늘나라로 가버린건가 하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었어. 그때문에 엄마는 더 슬펐는지도 모를 일이야. 이랑아~ 시간이 지나면 슬픔과 죄책감이 많이 사라진다고들 하던데, 꼭 그런것 같지도 않네...
myj4528
17-06-09 21:03  
이랑아~오늘은 금요일이야. 우리 이랑이 징크스. 주중에 잘 놀다가 금요일 밤 10시 전후로 응급 상황이 발생한다는 거... 그래서 남들이 기다리는 금요일이 엄마는 두려운 요일이었단다. 그러다 이랑이가 떠나고 동군이가 남겨지고, 남겨진 동군이를 보며 전전긍긍 불안해하던 날들. 이제 조금 안정이 되나싶다가도 다시한번 아픈 동군이. 하지만 곧 안정을 되찾은 동군이. 동군, 이랑이가 삶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네.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리라곤 2003년에 우리 아가들 데리고 올 땐 생각지도 못했는데... 너무나 큰 기쁨과 행복을 주던 우리 강아지들, 다른 집 안가고 엄마에게 와서 행복했기를...
myj4528
17-06-10 20:38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아직도 엄마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발밑에서 잠을 청해. 엄마가 자다가 자세를 바꾸면 그사이에 일어나서 이리지리 두리번거리곤해. 우리 이랑이는 엄마와 나란히 잠을 잤어도 동군이 오빠는 항상 이랑이와 엄마를 지켰어. 이랑이가 엄마에게 처음 온날 낯선 강아지인 이랑이를 보고도 짖기는 커녕 온몸으로 감싸서 포근하게 해줬지. 엄마 떨어져 낯선 곳에 와서 밤새 낑낑대고 하울링을 하던 아기 강아지 이랑이를 동군이 오빠가 다 키웠지. 이랑이가 아파서 늘 누워 있을 때도 그 곁은 떠나지 않던 동군이 오빠. 이젠 엄마만 지키고 있단다. 이랑이가 엄마 걱정하는 걸 알기라도 하듯...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우리에게 와 준 거 감사하게 생각하자~ 그러니 하늘나라에서 이젠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지켜줄 차례인거 알지? 부탁할께~
myj4528
17-06-11 20:49  
이랑아~ 오늘은 6월 11일. 1년 전 우리 이랑이가 마지막으로 걸었던 날이야. 1년 전 밤 10시 갑자기 뒷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똑바로 걷지 못하던 이랑이는 불안한 눈빛으로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온 방을 어슬렁거리기만 했었어. 응급실로 갔지만 당직의는 아무 것도 처방하지 않았고 엄마는 별일 없으리란 생각에 이랑이를 집으로 데려왔어. 그런데 이랑이는 밤새도록 그같은 행동을 보이더라. 엄만 뜬눈으로 밤을 새고 날이 밝자마자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 문은 굳게 닫혀 있었어. 다시 이랑이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 시간이 좀더 흐르기만을 기다렸지. 오전 10시 드디어 병원에서 전화를 받기에 다시 이랑이를 데리고 병원을 향했지만 이미 진료예약이 되어 있는 강아지들이 있어 그러고도 1시간을 더 기다리고나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지. 이랑이는 각종 검사를 했고 엄마는 그날 이후 우리 이랑이의 걷는 모습을 을 볼 수 없었어. 뒷다리 감각이 없어지고 살과 근육은 다 빠져서 엉덩이부터는 뼈만 남아 피부가죽이 붙어 있는 수준이었어. 감각이 없는 다리는 지탱할 힘마저 잃어 앞다리에 힘을 주어 질질 끌고 다니는 수준이 되었어. 그런 뒷다리가 이상한지 이랑이는 치아로 깨물어 상처가 나기도 했지. 그러나 결국은 한쪽 발이 썩어들어가기가지 했으니... 엄마 평생에 잊을 수 없는 날. 6월 11일. 그날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 당직의가 제대로 응급처치만 했었더라도 우리 이랑인 엄마 곁에 아직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나고나니 그날 무슨 일이 있어 우리 이랑이 뒷다리에 갑자기 힘이 풀린 건지도 모르겠고... 후회와 한탄뿐이구나...
myj4528
17-06-12 21:54  
이랑아~오늘 날씨는 가을에서겨울로 넘어가는 그런 날씨같아. 여름이라 하기엔 바람이 너무 서늘하고 창문을 열어놓으면 추울 정도야... TV에선 안아키의문제점을 보도하고 있네. 엄마는 우리 이랑이를 민간요법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병원치료에만 의존해서인지 오히려 과잉진료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세상의 또다른 한편에서는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네. 엄마는 주치의 선생님 말을 너무 신뢰해서인지 이랑이가 면회를 하고 나면 불안정해지니 당분간 면회를 안하는게 좋겠다는 말까지도 철썩같이 믿고 이랑이를 못봤는데 말야... 그런 얘긴 안들었어도 되지 않았나싶을 정도야. 우리 이랑이는 누구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니까 늘 동군이오빠와 함께 있고 싶었을텐데 동군이오빠도 수술받느라 근 한달을 입원해 있으면서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이랑아~ 동군, 이랑, 엄마 우리 세명이라고 하던 얘기 기억하니?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서 이제 동군, 엄마 우리 두명밖에 없지만 이랑이는 항상 우리 곁에 있으니 아직 세명인거라고 동군이에게 얘기하곤 해. 그럼 동군인 그 얘길 알아들은것처럼 눈을 깜빡이고... 우리 세명 다시 만나는 날은 과연 언제일까...
myj4528
17-06-13 19:08  
이랑아~하늘나라 생활은 어때? 하늘나라에 천사가 부족해서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에 갔다고 생각하고 있어. 여긴 동군이오빠가 천사 몫을 하고 있어. 엄마가 학교를 가고나서 CCTV를 보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거실을 왔다갔다 현관앞을 어슬렁거리거든. 그런데 엄마가 하루종일 집에 잇다 보면 잠을 참 많이 자. 엄마나 없을 때 불안해서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예민해져 있다가 엄마가 곁에 있으면 너무나 안심이 되니까 밀린 잠을 보충하는 것같은 그런 느낌? 엄마가 학교갔다 돌아왔을 때 동군이오빠의 모습은 너무나도 좋아 날뛴다고 표현할 정도야. 이러다 관절에 무리가 가면 어쩌나싶을 정도니 말야... 그런 동군이가 예뻐서 어쩔 줄 모르겠어. 우리 이랑이도 참 예쁜데 곁에서 만질 수가 없어 너무 안타까워.
myj4528
17-06-14 23:20  
이랑아~우리 이랑인 털이 하얗고 보드라운 털을 가졌고, 두 눈과 코가 새까맣고 맨들맨들하고, 몸이 가녀리고 꼬리가 90도로 서있었어. 그런 모습의 강아지는 세상에 많고 많지만 엄마는 다른 강아지가 아니고 이랑이여서 좋아했었어. 동군이오빠도 마찬가지란다. 말티즈여서 머리가 커서 두툼한 발을 가져서 숱이 많아서 눈이 크고 동구래서 덩치가 커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동군이여서 좋아하는거란다. 세상에 똑같은 강아지는 한명도 없다 보니 우리 이랑이의 빈자리가 큰 거고 동군이가 엄마를 떠날까봐 두려운거란다...
myj4528
17-06-16 00:07  
이랑아~ 동군이오빠와 밤에 아파트 한바퀴를 돌다 보면 차량 밑에서 식빵 굽는 자세로 있는 야용이들을 여럿 보게돼. 우리 아파트에 그동안 3마리의 야옹이가 있었고, 그 중 이랑이와 유독 친하게 지낸 야옹이가 한 명 있었잖아. 그런데 산책 하다 보니 배가 볼록 나와 있는게, 아무래도 뱃속에 아기 야옹이가 있는 것 같았어. 중성화수술을 안해서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우리 아파트에서는 아기 야옹이가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어서 걱정이야. 최근 동군이오빠가 하울링을 심하게 해서 그것만으로도 걱정이 큰데 말야... 엄마가 밤 10시까지 귀가하지 않으면 동군이오빠는 확실히 불안해하는 것 같아. CCTV로 관찰하다 보니 이런것도 알게 되네...
myj4528
17-06-16 21:24  
이랑아~ 집에 오는 길에 빨간 유모차를 타고 가는 말티즈 강아지를 봤어.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우리 이랑이, 휠체어 주문할 줄만 알았지 유모차 사줄 생각을 못했어. 휠체어 가격의 1/3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거였는데... 정작 휠체어는 주문해 놓고 몇번 타지도 못하고... 휠체어 태우려하면 발버둥치는 바람에 오히려 척추가 꺾이려해 더 불안할 정도였는데... 유모차를 주문했더라면 우리 이랑이 태우고 학교도 가고, 나무 그늘도 가고 했을텐데... 그 당시에는 왜 이랑이를 치료하려고만 하고 삶을 평안하게 해줄 생각을 못했는지... 엄마 욕심에 이랑이에게 독한 약만 잔뜩 먹이고...오늘 길에서 만난 그 강아지는 행복할까... 오늘따라 이랑이가 너무 보고 싶다.
myj4528
17-06-17 21:29  
이랑아~ 오늘 동군이 오빠 미용을 하고 왔어. 몸과 팔다리는 어떻게 잘라보겠는데 얼굴은 아무래도 겁이 나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든... 가서 보니 하얀색 푸들 강아지가 미용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예민해서 미용사 팔을 물고 케이지 밖으로 나오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도저히 미용을 할 수 없으니 데리고 가라는 전화를 하고 계시더라... 우리 이랑이도 미용할 때면 정말 예민해져서 미용사를 참 많이 물었었는데 그치. 동군이오빠는 얌전하게 가만히 있는데 유독 이랑이는 으르렁댄다고 그러셨던 터라 그 상황에 처하니 우리 이랑이 생각이 나지 뭐야. 동군이 오빠는 얼굴 예쁘게 자르고 왔고, 이랑이가 그립다는 얘기도 나누었어. 미용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군이오빠는 기분이 좋은지 귀를 팔랑이며 오더라. 우리 이랑이같으면 몇발작 가다가 뒤를 돌아보며 엄마가 잘 오고 있나  살폈을텐데... 그러다 그만 걷고 싶다고 안아 달라고 보채었을텐데... 동군이 오빠는 앞만 보며 씩씩하게 가더라. 수십번을 돌아보던 그 귀여운 이랑이가 그리운 순간이었어...
myj4528
17-06-18 16:56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얼굴 미용하고 하루가 지나니 인물이 나네. 항상 미용 당일보다는 며칠 지나고 나면 인물이 더 훤해지는 동군이오빠. 깜빡하고 앞발 발톱 잘라달라는 얘길 못하고 와서 조만간 한번 더 들러야할 것 같아. 뒷발은 하도 아스팔트를 박차고 걸으니 발톱이 너무 많이 갈려서 걱정인데 앞발 발톱은 너무 빨라 자라서 걱정이야. 지난 번 진료때 동군이 체중이 많이 나가 걱정이라고 주치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요며칠사이 동군인 식욕이 왕성해져서 체중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더 불었나봐. 우리 이랑이는 체중이 한결같았는데, 동군이오빠는 그때그때 달라. 비슷한 시기에 데려온 두 강아지 성향이 참 많이 달라... 이랑인 이랑이대로 이쁘고 귀엽고 동군인 또 듬직하니 말야...
myj4528
17-06-19 23:24  
이랑아~ 이번 여름에는 휴가 어디로 가냐고 누가 물어오길래 동군이오빠가 하늘나라 갈 때까지는 휴가나 여행을 가지 않겠노라고 했어. 작년 여름, 걷지 못하고 주저앉은 아픈 이랑이를 병원에 입원시켜놓고 가족들과 열흘동안 여행을 다녀왔었지. 다녀와서 보니 이랑이 발가락은 짓물러 있었고, 욕창도 생겼었어. 해외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입원실 연락도 잘 못받았더니 그 사이 이랑이 케어가 잘 안되었는지 다녀와서 보니 이랑이 상태가 말이 아니었어. 그후 곧바로 휠체어도 주문하고 했지만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었어. 다시 일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여행을 가지 않았을거야. 이랑이를 두고 가서인지 여행이 즐겁지도 않았고, 좋은 기억도 없어. 그 시간 이랑이와 함께였어야 했는데하는 후회만 가득할 뿐이야. 그래서 이번 여름은 동군이오빠와 무더위를 함게 나려고 해. 우리 이랑이에게 느끼고 있는 이 죄책감 조금은 덜어보려고... 보고 싶은 이랑이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myj4528
17-06-20 21:05  
이랑아~ 엄마는 멍멍이만 좋아하고 야옹이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산책하다 마주치는 야옹이들을 우리 이랑이가 너무 좋아하니까 그때주머 엄마도 야옹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 우리 이랑이가 특히 좋아하던 노란털의 야옹이는 언젠가부터 배가 볼록해져서 뱃속에 아기가 있나 걱정을 끼치더니 이제 일주일째 보이지도 않네. 아기를 낳으려고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었는지도 모르겠어.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엔 비를 피해 어디고 갔다 싶기도 하고 그래. 길가다 만나는 야옹이들도 다 예뻐보이고, 사고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도 생겼어. 로드킬당하는 야옹이들이 꽤 될텐데 하늘나라에서는 다같이 즐겁게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해.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서 외롭지 않게 많은 친구들이 있었으면 해...
myj4528
17-06-21 22:21  
이랑아~오늘 차를 타고 가는데, 강변도로에 자전거가 한대 지나가는데 말야. 바스켓에 강아지가 타고 있더라.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에 강아지의 두 귀가 펄럭이고 강아지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데 그렇게 행복해 보이더라. 강변로를 산책하는 것만도 즐거웠을 강아지인데 보호자와 함게라니 얼마나 좋았을까. 안그래도 오늘 아파트 한바퀴를 하고 오니 동군이 오빠 뒷 발등이 다 가져 있더라고. 발등을 박차면서 걸으니 발바닥이 아니라 발등이까지는 일이 벌어져서 동군이 오빠 유모차를 사야겟다고 마음 먹은 날이야. 우리 이랑이에게는 태워주지 못했지만 동군이오빠는 태워도 괜찮지? 하늘나라에서 질투하고 있을 이랑이. 깡깡깡하겠지만 이해해주렴...
myj4528
17-06-22 21:05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요즘 야옹이 찾기에 여념이 없어. 예전엔 산책 나가면 이곳 저곳에 영역 표시하기에 바빴는데, 요즘은 주차장에 주차된 차 밑에 야옹이가 있나없나를 그렇게 살펴. 주로 출몰하는 곳이나 차 밑에는 굳이 들어가서 찾네. 그러다가 야옹이를 발견하기라도 하면 그렇게 오랜 시간 서로 빤히 쳐다봐. 뭔가 얘기라도 나누는건지 눈빛 교환을 하는 건지 싶을 정도야. 예전에 우리 이랑이가 그랬던 것처럼 말야. 액티베이트, 코텍스, 오메가3... 모두모두 동군이 오빠는 효과를 보고 있어. 나날이 눈도 초롱초롱해지고, 털도 윤기가 나고 인지기능도 상당히 좋아졌어.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동군이 오빠 많이 많이 지켜주나봐. 엄마의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나중에 무지개 다리 건너게 될 그날이 오면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알아보기 전에 동군이가 이랑이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단다. 보고싶은 이랑아~
myj4528
17-06-23 21:42  
이랑아~ 우리 이랑이는 엄마 배위에 올라와 자는 걸 좋아했었어. 엄마가 이불을 덮고누워 잇으면 그 위로 살포시 올라와서는 큰 숨을 한번 내쉬고 고개를 떨구어 잤지. 이랑이가 숨쉴 때마다 나오는 콧바람이 시원하고 좋아서 엄마는 그때가 참 그리워. 그런데 오늘 갑자기 동군이오빠가 엄마 배 위에 올라 오더라. 처음 있는 일이기에 놀라기도 했지만 예전 우리 이랑이의 온기가 생각나 마음이 내려 앉았어. 간식 줄 시간이 지났는데도 엄마가 간식을 안 챙겨 주니까 그랬나봐. 동군이 오빠는 체격이 있어서 묵직함이 느껴졌는데, 자기도 자세가 불편했는지 금세 내려 갔어. 우리 이랑이의 까만 콩이 박힌 발바닥의 도톰함도 동군이 오빠는 없어. 이제 발바닥 패드도 많이 까졌거든... 우리 이랑이가 많이 생각나는 날이네...
myj4528
17-06-24 20:17  
이랑아~ 강아지가 낯선 강아지를 보고 으르렁대는 건 오히려 겁이 많아서라고 하네. 우리 이랑이는 예민한 강아지라서 약간의 소리에도 귀가 쫑긋해지고 낯선 강아지만 봐도 눈빛이 변하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드닌 일이 있으면 입질이 심해서 마구마구 물고 그랬었는데 그게 공격성이 심해서가 아니라 두려움이 많아서라고 그러네. 엄마는 동군이 오빠가 겁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동군이 오빠가 대담한 거였어. 그동안 우리 강아지들 성격을 반대로 알고 있었지뭐야... 이랑이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렇게 하나둘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 이랑이가 엄마에게 다시 한번 와 준다면 얼마나 잘 할까...
myj4528
17-06-25 20:40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유모차를 처음으로 탔어. 산책하느라 발등이 다 까져서 유모차타고 아파트를 도는데, 처음에는 유모차가 무서운지 네 발에 힘을 딱 주고 서서 가더라. 한참 가다가 야옹이를 만나니 유모차에서 뛰어내려버리는거야.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목줄마저 풀어져서 정말 큰일날뻔했어. 혈기 왕성한 동군이 오빠가 야옹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래도 유모차를 타니 아파트를 세 바퀴나 돌 수 있었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구 걸어야 안아플 거라고 위로도 해 주시고, 또 한마리는 어디갔냐고 안부도 물어봐 주셨어. 우리 이랑이와 동군이 유모차에 같이 타고 산책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후회만 가득해. 이랑아~ 하늘나라에서 서운함 다 버리고 엄마와 동군이오빠기다리고 있어~ 언젠가 우리 다시 꼭 만날거야...
myj4528
17-06-26 21:19  
이랑아~ 낮엔 정말 덥고 후덥지근한데 밤이 되면 선선해~ 작년 여름은 참 많이 무더워서 우리 이랑이를 힘들게 했는데, 올해는 날씨가 그렇지가 않아. 우리 이랑이 힘들게 고생만하다 하늘나라 간 것 같아 속상해. 한 해만 더 있다 갔으면 덜 슬프고 덜 허전할까. 석달을 정말 힘들게 투병하다 하늘나라로 떠난 이랑이. 잠깐이라도 호전되는 시기가 있었더라면 여행도 가고 했을 것을 점점 나빠지기만 했으니, 그런 시도조차 하지 못해서 너무 속상해. 그렇게 허망하게 떠날줄 알았더라면 병원에만 두지 말고 예전 서울에 살던 곳도 가보고 즐겨 산책했던 곳도 한번 둘러보고 했을텐데... 그럼 이랑이가 마지막 숨 거두는 순간에 아픈 기억말고 다른 기억을 가지고 떠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이랑아~ 혹여라도 하늘나라에서 이곳을 내려다 보고 있다면 가고 싶은 곳 꼭 가보렴~~~
myj4528
17-06-27 22:55  
이랑아~ 오늘 어떤 연예인이 골율종진단을 받고 군면제를 받았다는구나. 인터넷에는 골육종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어. 엄마도 우리 이랑이가 골육종 진단을 받기 전까진 그 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몰랐지. 그냥 이랑이의 암이 전이가 되었나보다 했으니까... 나중에 의대에서 원어 그대로 작성된 조직검사 결과지를 보내왔을 때 의학용어를 하나하나 번역해 가면서 골육종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알게 되었어. 우리 이랑이가 어느날 갑자기 걷지 못하게 된 것도 골육종때문에 척추뼈가 녹아내렸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골절이 자주 될 거란 것도 신경이 찌릿찌릿해져서 고통이 심할거란 얘기도 들었어. 이랑이는 하루에도 수차례 목이 돌아가고 몸이 뒤틀리는 모습을 보였고, 그 순간 힘들어하는 이랑이를 보는 게 얼마나 무서웠든지... 발작에서 돌아아는데도 처음엔 수초에 그치던 것이 나중엔 몇분에 걸쳐 지속이 되니 그 고통 이루말할 수 없었을거야... 이랑아~ 하늘나라에서는 고통없는 삶을 살고 있지? 예전에 딱 한번 꿈에 나왔을 때조차 걷지 못하는 이랑이 모습이어서 꿈속에서도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눈떠보니 실제로 눈물을 흘렸더구나. 이랑아~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마.
myj4528
17-06-28 21:24  
이랑아~ 하늘나라에서는 뒷다리도 잘 사용하고 있지? 이랑이는 아기때부터 애교가 많아서 배를 보이며 발라당 드러누워 있기를 잘 했어. 그럼 엄마는 두다리 쭉 뻗어서 쭉쭉이를 한다고 뒤집어져 있는 이랑이를 그 위에 올려 두었지 그리고는 쭉쭉이라고 다리를 쭉쭉 펴곤 했었어. 그러면 다리가 튼튼해질거라 기대했었는데 쭉쭉이를 거의 해 주지 않은 동군이가 건강하고 이랑이는 뼈가 점점 가늘어진다 했어. 동군이 오빠는 척추 디스크로 척추 뼈 서너개가 튀어 나와 버려서 이제 뒤집지도 못해. 튀어나온 뼈로 고통스러울테니까 말야. 이랑이는 쭉쭉이를 하면 좋아서 눈을 지그시 감고 스르륵 잠들기도 했었잖아. 하늘나라에는 쭉쭉이해주는 엄마는 없지만 튼튼한 다리로 가고 싶은 곳 마음껏 뛰어다니고 있길 바래...
myj4528
17-06-29 22:01  
이랑아~오늘은 학교 다녀오니 동군이 오빠가 거실 매트 위에 오줌을 싸놓았네. 오늘은 심기가 불편했나봐. 우리 이랑이처럼... 이랑이는 심기 불편하면 엄마 보란듯이 이불 위에 오줌을 싸기도 했었잖아. 엄마 가방에다 오줌을 싸 놓기도 하고... 가끔은 혼내켰지만 오랜 시간 집을 비운 것에 나름대로 시위하는 거라 생각하고 미안해 한적도 있었어 그치. 오늘은 오랜만에 비가 많이 와. 그때문에 산책도 못 나가고 창밖에 내리는 비만 동군이 오빠와 바라봤어. 심기 불편한 동군이는 유모차 앞에서 계속 기다리는데 내리는 비가 반갑기도 하지만 산책 못 나가는 마음에 속상하기도 해. 우리 이랑이가 엄마 보고 싶은 것 참고 또 참느라 오래도록 비가 안 왔다가 이제는 도저히 못 참겠어서 이렇게 많은 비가 오는 걸까... 보고 싶은 우리 아기 강아지...
myj4528
17-06-30 22:37  
이랑아~ 오늘은 6월의 마지막 날이야. 일년의 딱 절반이 지났어. 이랑이가 떠나가고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다시 여름이 찾아왔어. 매일 눈물로 보내던 날들도 있었고, 자책과 후회에 힘들었던 때도 있었고, 행복했던 시절을 돌아보며 그리움에 젖었던 때도 있었어. 그러다 지금은 늘 나와 동군이 곁에 있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열고 또 하루를 닫아. 소중한 강아지 이랑이, 엄마에게 외서 고마웠고, 다음엔 엄마가 이랑이에게 찾아갈께... 여전히 그립고 보고 싶다...
myj4528
17-07-01 20:53  
이랑아~ 이번 여름 들어 오늘 처음으로 에어컨을 켰어. 날이 무덥기도 했지만 습도가 높아서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었단다. 작년 여름, 우리 이랑이가 그렇게 아플 때 전기요금 누진세 논란이 거세게 일어서 엄마는 에어컨 온도를 18도에서 24도로 바꿔가며 전기요금을 아끼려 애썼지. 그런데 이랑이가 없는 지금, 전기요금이 뭐라고 더 시원하게 해 주지 못한 게 한탄스러워. 암덩이는 온도에 민감하다고 하던데, 그렇게 무더운 날씨라서 암이 더 빨리 전이되었나 싶기도 해. 그래서 동군이 오빠에겐 뭐든 아낌없이 해 주려고 하루종일 공기청정기와 에어컨과 선풍기를 풀가동하고 있어. 이랑이에게 못해준 것들이 생각나면 날수록 동군이오빠에게 더 잘하게 되는구나. 그래서인지 동군이오빠는 날이 다르게 건강해지고 있어. 가끔 컨디션이 안좋은 날도 있긴 하지만 또 금세 좋아지니 안심이 되네. 이랑이가 우릴 지켜주는 거라 믿을께~
myj4528
17-07-02 20:42  
이랑아~ 사람들은 엄마보고 강아지 잘 크냐고 하는데, 이젠 엄마보도 나이많은 강아지라 키운다는 표현은 안 맞고 모시고 있다고 해. 실제로 우리 강아지들은 하는 행동이나 표정이 사람같아서 더 그럴 수도 있지. 이랑이는 누구보다 눈치가 빨랐고 동군이 오빠는 그런 이랑이 곁에서 항상 이랑이와 엄마를 지켜줬어. TV동물농장을 보면 강아지가 떠난 주인을 오래도록 그리워하는 모습들이 나오는데, 엄마가 먼저 하늘나라를 갔다면 아마 우리 동군, 이랑이도 그러지 않았을까 해. 우리 강아지들이 엄마 그리워하는 거 보느니 엄마가 그리워하는 편이 더 낫겠다 싶을 정도니까... 우리 이랑인 다른 강아지들이 무지개 동산에서 신나게 뒤놀고 있을 때조차 무지개다리 앞에서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거란 거 잘 알아. 사람 소리가 나면 귀를 세우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갸우뚱갸우뚱하고 있겠지. 언젠가 우리 이랑이를 다시 만날 날을 그리워해...
myj4528
17-07-03 23:30  
이랑아~일기예보에서 태풍이 온다고 그러네. 태풍이 오면 천둥번개도 칠테고 그럼 우리 이랑이 무서워서 어떡하나... 옛날에는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침내 저기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했었지. 그러다가 우리 이랑이와 동군이가 나이들어 관절이 안좋아지면서 침대를 없앴더니 이랑이가 숨을 곳이 마땅찮았는지 냉장고 옆 유리 테이블 아래를 아지트 삼아서 늘 숨어 있곤 했었어. 가끔은 테이블 밑에서 급하게 나오려다 테이블에 머리를 쾅하고 부딪히기도 하고 때로는 허리를 펴려다가 등을 부딪히기도 했어. 그래서 엄만 우리 이랑이가 아픈 게 테이블 때문은 아니었다 하는 생각도 한때는 했단다. 하늘나라에는 엄마도 없고 동근오 오빠도 없으니, 겁많은 우리 이랑이가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네... 이랑아, 무서우면 엄마 꿈에라도 한번 다녀가렴~
myj4528
17-07-04 21:26  
이랑아~동군이 오빠가 요즘은 베게를 베고 잔단다. 전엔 엄마 발 밑에서 엄마를 지키곤 했었는데, 이랑이가 없으니까 엄마 옆에 자기도 베게 베고 누워서 자. 그러다가 엄마가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있으면 그 머리카락 위로 올라와 발라당 누워~ 우리 이랑이처럼... 가금은 동군이 오빠를 보면서 이랑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야. 이랑이는 엄마 머리카락을 너무 좋아해서 일부러 머리카락을 뒤로 늘어뜨려놓은 적도 많았는데. 우리 이랑이 와서 드러누우라고... 살랑살랑 바람이 부니까 동군이 오빠는 기분좋게 잠을 청해. 몸을 옆으로 해서 손과 발도 쭉 벋고 말야. 영락없는 이랑이처럼 하고 누웠네... 이랑이 보고 싶게...
myj4528
17-07-05 18:51  
이랑~ 쬐그만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가서 살 좀 붙었니? 동군이 오빠는 요즘 식욕이 너무 왕성해져서 근육량도 많아지고 살도 많이 쪘어. 뭔가 기골이 장대해진 느낌이랄까? 살이 너무 찌면 척추게 무리 간다고 살 찌지 않도록 오히려 살 빼는 게 좋다고 하셨는데, 동군이 뒷 다리는 걸을 떄마다 근육이 보이고 있어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어. 우리 이랑이 빼빼 마른 다리와 대조가 되서 더 걱정되고 마음이 아파. 옆으로 드러누운 동군이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이랑이 생각도 많이 나고... 컴퓨터 화면 보호기에 이랑이 사진들이 슬라이드쇼로 넘어갈 때마다 아픈 눈빛이 보여서 다른 사진을 바꿀까 하다가도 우리 이랑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었을 때 사진이니 그냥 두었어. 이름마저 이쁜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서도 행복해~~
myj4528
17-07-06 11:16  
이랑아~ 오늘은 키큰 선풍기를 창고에서 꺼내었어. 작년에 아픈 이랑이를 두고 외출할 떄는 거실에 2개의 울타리를 쳐 놓고 한 곳에는 동군이를 또 한 곳에는 이랑이를 두고 선풍기 회전을 연속으로 설정해 놓고 외출하곤 했었어. 이랑이가 콩콩콩하다가 뼈가 으스러질까 하여 그 두꺼운 극세사 이불을 여러개 포개어 놓고 그 위에 이랑이를 두었었어.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외출해서 돌아와 보면 이랑이는 자리를 바꾸어 누워 있었지. 피부에 닿으면 부드러울거라 생각해서 깔아두었지만 무척 덥고 힘들었을거야.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그 선풍기를 창고에 넣었다가 오늘 다시 꺼내어 보니 작년 이맘때의 생각이 많이 나네. 작년 이맘때 이랑이 발가락을 절단했었는데, 그리고 한달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치료하러 병원을 다녔었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여름은 자꾸자꾸 무력감이 느껴지네... 얼른 회복해야 하는데...
myj4528
17-07-07 23:57  
이랑아~ 아프기는 동군이가 먼저 아팠는데, 이랑이가 하늘나라를 먼저 가버렸으니...이랑이보다 동군이가 엄마와 함께한 시간이 더 많았으니, 당연히 둥군이가 먼저 떠날거라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생각지도 못하에 이랑이가 더 먼저 떠나버렸으니... 곰곰 생각해 보니, 이랑이가 생각하기에 동군이 오빠는 양보도 잘 하고 배려도 잘 하니, 엄마 곁에서 엄마 슬픔을 더 잘 달래줄 거라 생각한걸까 싶어. 동군이가 먼저 떠나면 이랑이는 안그래도 불안도가 심하니 스스로의 슬픔을 가누기 힘들어 엄마를 위로할 여유가 없었을까 싶은 마음도 들어. 그러니 결과적으로 이랑이가 우리 모두를 배려한거야 그치. 이랑이가 떠남으로 인해 엄마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는구나. 이랑아~ 많이 보고 싶은거 참고 또 참아. 아마 그리움은 동군이 오빠가 더할거야. 엄마가 집 비우고 있으면 몰래 살짝 다녀가도 좋아~
myj4528
17-07-08 21:09  
이랑아~오늘도 비가 와. 예전같으면 비오는 날은 산책을 생략하곤 했는데, 이젠 비가 와도 산책을 하기로 했어. 비온다고 산책 안하고, 날이 덥다고 안하고 그러다 동군이 오빠마저 하늘나라 가버리면 얼마나 후회가 될거야... 우리 이랑이 마지막 산책이 언젠가 기억조차나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날 못 걷게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속상한지... 그래서 오늘은 커다란 우산을 쓰고 빗속을 뚫고 산책을 했는데 동군이 오빠는 빗물이 튀는 게 더 신났는지 평소보다 산책을 더 즐기네. 그리고 집에 와서 복도를 왔다 갔다 몇번 하고 나니 우리집 대문 앞에 딱 서는거야. 우리 집이 어딘지도 알아차릴 정도로 똑똑해진 동군이. 참 기분 좋은 날이야. 곁에 우리 이랑이도 같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myj4528
17-07-09 23:03  
이랑아~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 동군이도 귀엽고 이랑이 주려고 산 텐트를 자기 것인 마냥 들어가서 바라 보는 동군이도 귀여워.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가장 귀여운 건 우리 이랑이 분홍색 방석에 앉아 있는 동군이야. 늘 둘은 다정하게 하나의방석에 앉아 있었잖아. 항상 방석을 색깔만 달리해서 두 개를 사줘도 꼭 동군이는 이랑이가 있는 그 방석에 기어코 끼어 들어가서 앉아 있었지. 그래도 이랑인 잠시 으르렁댈 뿐 둘이 서로를 감사 안고 잠들었었는데...  CCTV 캡처한 사진들은 죄다 좁은 방석애 둘이 서로의 몸을 의지한 채 잠들어 있는 사진들 뿐이야. 우리 집은 이랑이가 있을 때와 똑같이 그대로인데 이랑이만 없네. 마치 시간이 그때 멈춘 것처럼 정말 그대로인데...
myj4528
17-07-10 21:40  
이랑아~ 반려동물이 혼자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4시간 전후라고 하네... 세상에... 동군이 오빠는 요즘 10시간 넘게 혼자 있는 날들도 있을 정도야. 12시간이 넘어가면 하울링을 하는 것 같고... 전엔 동군, 이랑 둘이서 서로를 의지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동군이 오빠 혼자서 오롯이 외로움과 불안을 견뎌 내야해. 가뜩이나 겁이 많은 동군이 오빤데 말야... 현관문이 열려도 동군이는 불안해서 쉽사리 밖으로 나가지 않았잖아. 우리 이랑인 호시탐탐 노리다가 현관문이 미세하게나마 살짝 열려도 전력질주하여 탈출을 시작할 정도로 도전정신이 강한 강아지였는데... 동군이 오빠의 그 큰 눈이 불안에 가득차 있는 걸 CCTV로 봐야 하는 마음이 무척 안 좋아... 가끔 아파트를 쩌렁쩌렁 울리도록 짖는 옆동의 강아지 소리. 그리고 우리 이랑이터럼 깡깡하는 강아지 소리. 그런 소리에조차 대꾸도 없어. 우리 이랑인 다른 강아지들이 짖으면 꼭 대답이라도 하듯 따라 짖곤 했었는데 말야. 한동안 잘 지내었는데, 이러다 동군이 오빠 다시 우울증 걸릴까봐 걱정이다...
myj4528
17-07-11 23:24  
이랑아~파트라슈에 최근 강아지 사진들이 안 올라오고 있어. 건강히 잘 지내는 강아지가 많아서일까 그렇지 않으면 더 안좋은 이별을 맞이해서일까. 유기견센터에는 많은 강아지들이 입소하는 것 같은데 자연사하는 강아지도 많고 안락사 결정을 받은 강아지도 많아. 다들 건강하게 보호자와 오래도록 함께하면 좋을텐데 말야. 어제는 이랑이 생각이 너무 간절해서 밤에 잠이 잘 안오더라.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후회와 자책이 밀려와. 그러다가도 툴툴 털고 일어나 동군이를 보살피게 되는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야. 동군이오빠는 관절염이 심해졌는지 자다가 일어나면 꼭 앞다리를 절뚝이면서 걸어. 오른쪽 앞발 다리 꺾이는 부분의 뼈가 뾰족해져 있다는 얘긴 들었는데 그게 좀 더 심해지고 있는건지... 늘 우리 강아지들 걱정에 하루가 다 가네. 오늘 밤엔 이랑이와 행복했던 시간들을 더 많이 떠올릴 수 있길...
myj4528
17-07-12 23:14  
이랑아~ 오늘 집에 오는 길에 말티즈 한 마리가 목줄도 없이 보호자를 졸졸 뒤따라 가더라. 전봇대마다 들러 냄새를 킁킁 맡느라 보호자가 저 멀리 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야. 그러다 엄마가 딱 나타나니까 처음 만난 사람인테도 너무너무 반가워하며 고리를 치며 두발로 일어서더니 급기야 안아달라고 막 조르는 거 있지. 급기야 아스팔트 바닥에 배를 깔고 드러누워서는 꼬리를 인정사정없이 흔들며 배를 만저달라고 애교를 부리는데, 순간 엄마는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잠시 내려왔나 싶었어. 어쩜 우리 이랑이와 얼굴도 비슷하고 체구도 비슷하고 하는 행동마저 비슷하던지... 저 멀리 가던 보호자가 와서는 3년 키우도록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며 낯선 사람에게 이렇게 친근하게 하니 보호자로서 순간 배신감이 든다며 웃으셨어. 길에서 처음 만난 강아지였지만 서로 눈을 마주보는데, 마치 우리 이랑이 빈자리를 알기나 하듯 다독여주는 눈빛도 보이고, 걱정말라고 염려말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기도 하더라. 무엇보다 오랜만에 까만 눈, 까만 코에 등길이도 가슴둘레도 우리 이랑이와 너무너무 비슷한 작은 체구의 말티즈 강아지를 만나서 설레었어. 우리 이랑이와 똑같은 강아지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우리 이랑이를 추억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했어. 이랑아~ 오늘처럼 이렇게 우리 이랑이 닮은 강아지를 만나게 되면 우리 이랑이에게 했던 것처럼 많이 이뻐해 주려해. 그래도 괜찮지...
myj4528
17-07-13 23:17  
이랑아~ 화장실 세면대 청소를 하다가 이랑이 칫솔 대신 사용하던 골무를 발견했어. 난소암 수술할 때 20개 가까이 되는 치아를 발치해 버리는 통에 남은 치아가 몇 되지 않았던 이랑이. 잇몸 마사지하느라 구입했던 골무 모양 그걸 몇번 사용해 보지도 못했네. 이랑이에게 쓰디쓴 진통제를 먹이느라 억지로 입을 벌리려한 일이 워낙 많다 보니 그랬어. 동군이오빠는 이랑이와 달리 치아가 튼튼해. 앞니 두개와 송곳니 하나만 빠지고 나머지 치아는 다 그대로야. 빠진 치아도 언제 어떻게 빠졌는지도 모른 채 우연히 알게 되었을 정도야. 동군이오빠는 아기때부터 골격이 튼튼했는데 우리 이랑이는 뼈도 가늘고 뼈를 만지면 부스러질 정도였어. 그래서 아팠던걸까 싶기도 해. 가끔씩 대청소를 할 때마다 잊고 있던 그리고 잃어버렸던 우리 이랑이용품들이 하나둘 발견되. 그리고 그걸 다 따로 모아둬. 우리 이랑이 보고 싶을 때마다 열어보고 있단다...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전 잠잘 때 베개 대신 뒀던 수건까지도 그대로 챙겨뒀단다... 이랑이 체취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겠지만 동군이 코에도 가져다 주고 그래. 우린 그렇게 이랑이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어...
myj4528
17-07-14 23:59  
이랑아~ 요 며칠 날이 너무너무 무더워. 짧은 소매 옷을 입으니 우리 이랑이가 할퀸 영광의 상처들이 이곳저곳에 보이네. 우리 이랑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톱을 이로 갉아대거나 벽에 가서 발톱을 갉어대는 습관이 있었어. 그때문에 항상 발톱이 송곳처럼 날카로웠잖아. 하지만 엄마에게 애교를 부리느라 안기려고 하거나 자려고 품속에 파고 들다 보면 뜻하지 않게 엄마 몸에 상처를 내는 경우가 많았어. 워낙 날카로워서 피노나고 흉터도 많이 남았지. 동군이 오빠는 주로 깨물어서 상처를 낸 반면, 우리 이랑인 할퀴어서 상처를 냈어. 10센티 넘는 상처도 참 많아. 이곳저곳의 상처들은 엄마에게 영광의 상처란다. 우리 이랑이의 애정이 담긴 흉터니까 말야...
myj4528
17-07-15 23:20  
이랑아~ 세나개 프로그램에서 훈련사가 말하길 강아지가 계단을 빨리 내려가는 건 신이 나서가 아니라 두려워서일 수 있다고 하네. 그래서 이랑이는 아파트 계단 앞에서 멈칫하고는 그렇게 급하게 뛰어내려간건지. 침대에서도 큰 숨 한번 쉬고 두 다리를 하늘 향해 쭉 뻗으면서 뛰어내리던 이랑이여서 엄마는 계단 뛰어 오르내리는 걸 좋아한다고 착각했었어. 더군다나 이랑이 하반신 마비가 와서 의사 뒤에 앉혀두고 잠시 물 가지러 다녀온 사이 이랑이가 예전 생각하고 의자에서 뛰어내리는 바람에 엉덩이뼈가 으스러질 뻔한 건 두고두고 후회되고 자책되는 일이야. 혹시 그때 장기에 손상이 생겨서 암이 더 빨리 전이된 건 아닌가 생각조차 든다니까. 잠시라도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겁에 질려 두리번거리던 이랑이인데... 요즘은 동군이 잠든 사이 화장실도 못가. 그새를 못 참고 겁에 질려 흔들리는 눙동자로 뛰어 나오는 동군이를 봐야하니까. 이랑이와 동군인 하나부터 열까니 어쩜 그리 닮은 건지...
myj4528
17-07-16 23:15  
이랑아~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니 에어컨으로도 견디기 힘들어. 작년에 이랑이 투병중인데 무더위가 찾아와서 엄마가 냉찜질팩을 많이 샀었잖아. 그때는 이랑이를 간호하기에 너무 더워서 냉방조끼로 사용하려고 샀던건데 온도가 높으면 암세포가 빨리 번식할 수 있다는 얘기에 우리 이랑이 냉찜질을 많이 해줬는데 기억나니? 차가운 걸 이랑이 배에 갖다대면 이랑이가 움찔하던 모습 아직 생생해. 올해는 동군이 오빠 베개로 이용하고 있어, 냉찜질팩을 수건으로 감아서 두면 어찌 알고 그걸 베고 자는데, 그 모습을 보면 우리 이랑이에게 그리 해주지 못한 게 아쉬워. 그땐 이랑이 치료에 너무 경황이 없어서 이랑이를 환자로만 취급했나봐. 그냥 이쁘고 귀여운 강아지로 생각하고 평범한 일상을 누렸더라면 아쉬움이 덜할텐데 증상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고 살다보니 이제와서 이렇게 후회하게 된다. 미안해 이랑아.
myj4528
17-07-17 23:10  
이랑아~ 저녁때 동군이 오빠 데리고 할머니댁에 다녀왔어. 한달여만에 초코 강아지를 만났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피부도 많이 꺼칠해 보이고 안색도 안좋고, 살은 많이 쪄 있는데 움직임은 뭔가 힘들어 보이고.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숨을 너무 헐떡이며 쉰다는 거야. 초코 강아지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아보였어. 똘똘하게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초코는 이제 없고 자꾸 누우려하고 먹고 또 먹고 먹는데만 관심을 가지는 할머니 초코만 남았어. 그에 비하면 동군이 오빤 얼마나 건강해보였는지... 동군이 오빠 간식, 약도 나눠주고 왔어. 이랑이 잃은 슬픔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초코마저 떠나면 어쩌나 걱정이 되네.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고 있는 것 만큼 우리 강아지들 수명도 그에 맞추어 연장되면 얼마나 좋을까...
myj4528
17-07-18 21:50  
이랑아~우리 이랑이가 마지막으로 앉아서 햇뼡 쪼이던 그 분홍색 방석. 이랑이 체취 날아가지 말라고 이랑이 떠난지 일년이 다뇌 가지만 여전히 베란다가 보이는 거실에 그대로 두고 있는데 오늘 그만 동군이 오빠가 거기에 구토를 해버렸어. 바로 옆에 있는 하늘색 방석에도... 아침에 약을 안 먹으려고 하길래 억지로 먹였는데 그게 싫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날이 더우니까 치킨스튜를 데우지 앉고 차게 해서 줘서 그랬는지 구토를 해버렸네. 이랑이가 늘 누워만 있으니까 햇볕 좀 보라고 거기 앉게 하고 동군이오빠도 그 옆에 앉게 해서 찍은 사진이 아직 그대로인데...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 이랑이가 그리고 나서 일주일을 못 버티고 하늘나라로 갈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우리 이랑이 방석과도 이별해야하니 싶어서 무척 속상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분홍색 방석에 가서 동군이 오빠 인사시키곤 했었는데, 이제 세탁하고 나면 우리 이랑이 냄새 다 사라질텐데 어쩌지...
myj4528
17-07-19 22:40  
이랑아~ 오늘 학교갔다 오는 길에 날씨가 너무 더워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왔어. 그런데 말티즈 강아지가 그 무더운 날에 산책을 하고 있더라. 아스팔트 길위가 무척 더웠을텐데... 그래서 지나가는 길에 휴대용선풍기 바람을 좀 쐬게 해줬더니 낯선 물체에 놀라서 보호자엑 쏜살같이 달려가더라... 겁쟁이였지만 사람에 대한 경계는 심하지 않던 우리 이랑이와는 참 다르더라... 이랑이는 휴대용 선풍기는 구경도 못했었는데 말야. 요즘 계속 날이 더워 산책 못하고 있다가 밤 늦게 동군이 오빠 데리고 분리수거도 할겸 나갔다 왔어. 오랜만의 산책이라 동군이 오빠는 귀를 펄럭이며 달리다가 호기심에 이곳저곳 냄새를 맡더라. 집에 와서 목욕시켰더니 그새 단잠에 빠졌어. 미동도 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어. 우리 이랑이는 하늘나라에서 단잠에 빠져 있겠지?
myj4528
17-07-20 19:02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날이 갈수록 키가 커지는 것 같아. 등길이가 길어진다는 표현이 맞으려나. 잠을 잘 때도 그냥 쉬고 있을 때도 목을 쭉 빼고 뒷 다리를 있는 힘껏 쭈욱 뻗어서 바닥에 길쭉하게 엎드려있어. 우리 이랑이도 이런 자세를 취할 때가 간혹 있었는데, 그때는 암세포를 눌러 아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 동군이 오빠는 허리가 아프니까 스트레칭하다보다 했는데, 아무래도 날이 더우니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기보다는 이렇게 쭈욱 쩓는 편이 더 나은가봐. 그런 자세로 있던 동군이 오빠가 고개를 돌려 엄마를 쳐다 보면 마치 우리 이랑이를 보는 것 같아 깜짝깜짝 놀라기도 해. 전혀 닮지 않아 보였던 우리 두 강아지... 14년을 함께 사는 동안 참 많이 닮아갔네...
myj4528
17-07-21 20:27  
이랑아~ 요즘처럼 날이 무더운 날이면 길을 떠돌아 다디는 야옹이들이 무척 걱정이 된단다. 겨울같으면 차 밑에 들어가서 추위를 피하면 되지만 날이 무더운 날엔 차 밑이 더 더우니까 나무 그늘에 찾아 들어가야할텐데 요즘은 나무 그늘 찾기도 쉽지가 않아. 행여나 사고라도 나면 안되는데 아침에 학교 가다 보니 터널 안에서 사고를 당했는지 처참한 모습의 야옹이가 터널 안 갓길에 널부러져 있더라. 얼마나 가슴아팠는지... 매일 그 길을 지나다녀야 하는데, 어쩌니. 그나마 내일부터 휴일이니 다행이지만 우리 이랑이가 워낙 야옹이를 좋아했었기에 예전에 관심도 없던 엄마도 야옹이에게 관심이 가는구나. 이랑아~세상 모든 동물들이 행복하게 이곳 생활을 하다가 한참 나중에 나중헤 하늘나라로 갔으면 해... 이랑이를 먼저 떠나보낸 엄마의 마음이란다.
myj4528
17-07-22 21:22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자꾸 살이 빠져.. 그래서인지 얼핏 보면 동군이에게서 이랑이 얼굴이 자끄 보여. 처음엔 얼굴 미용을 비슷하게 해서인가 했더니 가만히 보니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비슷해. 몸을 길게 쭉 뻗어서 엎드려 있는 것도, 물을 찹참하고 마시는 것도 사료를 바삭바삭 소리나게 꼭꼭 씹는 것도 그래. 잠을 자다가도 혹시 엄마가 어디 간건 아닌가 걱정되는지 얼굴만 살짝 들어 확인하는 모습까지... 이랑이와 코 색깔은 다르지만 말야. 이랑이, 동군이. 참 소중한 강아지들...
myj4528
17-07-23 10:22  
이랑아~ 오늘은 정말 아침 일찍 일어났어. 평소와 다름없이 기지개를 펴던 동군이 오바는 갑자기 깨갱거리는 소리를 내며 앞다리를 또 절기 시작했어.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곧 괜찮아졌기에 계속 지켜보는데, 벌써 표정이 어두워지고 고리도 안으로 말려 들어가 있더라. 마침 지난 번에 동일한 증상으로 병원에 갔을 때 응급 처방약으로 메타캄을 처방받아 왔던 터라 급히 베네풀에 약을 섞어 먹였어. 거실을 배회하며 엄마를 멀리하는 동군이 오빠를 보곤 이대로 안되겠다 싶어서 목줄을 매어 산책을 나갔어. 기분전환이라도 하다 보면 아픈 것을 잊을 수도 있고 증상이 계속 되면 병원에 가려고 했거든. 산책을 나갔더니 기분이 좋아서 이곳 저곳 냄새를 맡으며 고리도 다시 9도로 치솟고 안정되어 보이더라. 아파트 두 바퀴를 돌고 나니 표정도 어느새 안정적으로 변해 집에 데리고 와서 목욕시키고 드라이해줬더니 금새 곯아떨어졌어. 근육이 뭉쳤던 건지 뭐가 잘못 된 건지 모르겠지만 십년 감수했어. 저러다 도 잠에서 쌔면 아파할지도 모르겠어. 이랑이가 그랬던 것처럼 동군이 오빠마저 엄마를 떠날까 너무 무서워~ 이랑이가 지켜줄거라 믿어...
myj4528
17-07-24 20:22  
이랑아~ 결국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어. 어제 동군이 오빠가 결국은 다리를 절며 힘들어하길래 데리고 병원에 갔거든. 그런데 마침 담당 선생님이 연차휴가를 가고 안계시더구나... 일단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동군이는 몸에 힘을 잔뜩 주고 눈빛은 흔들리고 일주일치 진통제만 처방받아 왔어. 그런데 엄마는 월, 화, 수 3일간 서울 출장이 예정되어 있거든. 오늘 새벽 6시 기차를 탔어야 해서 새벽에 메타캄부터 먹이고 진통제를 순살닭고기에 섞어 줬는데 닭고기 냄새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입에도 대지 않더라.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오늘 일을 다보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 가는 기차야. 글고 또 새벽에 기차를 타고 서울을 가야겠지. 3일내내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강행군이야. 이럴 때 동군이 오빠 건강이 받혀줘야 하는데 오히려 더 아프니 걱정이 태산이야. 서울에 있는 동안 CCTV로 계속 살폈는데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힘들어하는 걸 눈으로 보니 정말 속이 상한다. 작년에 아픈 이랑이를 두고 전국을 출장 다녔어야 했던 그 아픈 악몽이 다시 생각나...
myj4528
17-07-25 21:33  
이랑아~ 오늘도 엄마는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을 다녀왔어. 대학가 어느 원룸 앞을 지나는 데 원룸 앞에 코카 강아지가 목줄에 메어 있는 걸 봤어. 사료통에는 사료가 가득했고 물도 있었지만 바람 한점 없이 그늘 하나 없는 원룸 주차장 입구에 목줄에 메어 무더위와 싸우는 강아지를 보니 참 마음이 아팠어. 손에 들고 있던 휴대용 선풍기로 바람을 쐬게 해줬더니 처음 보는 나에게도 꼬리를 흔들더라. 주차장 바닥이 정말 뜨거웠을텐데 발바닥은 괜찮은건지, 너무 더워 끊임없이 헥헥 대던 그 강아지, 지금은 좀 쉬고 있는지 모르겠어. 집에 오니 동군이 오빠는 어제보다 상태가 조금 나아 있더라. 어젠 진통제가 힘들었는지 베네풀, 살코기와 함께 거실 이곳저곳에 다 토해 놓았길래 오늘은 메타캄 약만 주고 진통제는 주지 않았었는데 무척 다행이다 싶었어. 이제 내일 하루만 더 고생하면 되는데... 동군이 오빠가 외로움과 아픔을 잘 이겨내길 우리 이랑이가 기도해주렴~
myj4528
17-07-26 23:18  
이랑아~ 오늘은 조금 선선한 날씨야. 서울을 다녀오자마자 동군이 오빠 데리고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왔어. 차 밑에 숨어있는 야옹이도 만나고 산책 나온 비글과 인사도 나눴어. 집에 와서 동군이 오빠 털도 잘라주고 목욕도 시키고 하니 시간이 제법 늦었네. 삼일동안 혼자서 외로이 집지키느라 애쓴 동군이. 그리고 하늘아라에서 동군이를 지켜준 이랑이 모두 감사해. 내일은 새벽에 안 나가도 되니까 동군이와 많은 시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기분이 좋아. 이랑이에게 해주지 못한 많은 것들을 동군이와 함께 하는 지금의 시간들이 참 소중하다...
myj4528
17-07-27 21:06  
이랑아~ 오늘은 새벽에 안나가고 9시쯤 나가서 동군이와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었어. 그래서인지 외출해서 CCTV를 보면 마약방석에 몸을 쭈욱 뻗어 낮잠도 자고, 사료 먹는 모습도 관찰되고 화장실에도 들어갔다가 현관 문앞에도 가봤다가 하는 다양한 모습을 봐. 꼬리도 90도로 싹 올라가 있고... 그 몇 시간의 차이가 동군이 오빠에는 차이가 있다봐. 최대한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아. 이런 강아지들을 예전에는 출장간다고 4-5일씩 두고 간 적도 있었어. 우리 이랑인 좋은 시절은 엄마와 같이 못 보낸 거 같아 정말 아쉽고 미안해. 엄마가 삶에서 가장 바쁠 때 이랑이에 엄마에게 와서 기다림이 전부인 삶을 살다 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참 속상해. 지금 정도의 시기에 엄마에게 왔다면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을텐데... 이랑아~ 한번 더 찾아와 주면 좋겠다.
myj4528
17-07-28 20:37  
이랑아~오랜만에 만난 분께서 우리 이랑이 안부를 묻더라. 작년 추석 연휴에 하늘나라로 먼길 떠났다고 하니, 가슴아파 하시더라. 엄마가 이랑이를 데려와서 처음 키울 때 시절부터 알고 지낸 분이라 엄마에게 이랑이가 어떤 존재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야. 이랑이가 크고 난 뒤 만난 분들은 몰라도 꼬물꼬물 아기 이랑이가 처음 와서 우유 먹을 때 이야기부터 들어 왔던 분이라 아마 더 가슴 아프셨나봐. 우리 이랑이는 먼 길 떠났지만 아직 추억 속에는 아기 강아지 모습 그대로 있다고 용기를 주시는데 얼마나 고맙던지... 우리 이랑이, 많은 이드리 기억하고 안타까워 하니 외롭지 않겠네. 동군이 오빠는 엄마 곁에 조금 더 있게 해달라는 약속도 잘 지켜주는 이랑이, 참 착하다...
myj4528
17-07-29 22:55  
이랑아~ 세나개 프로그램에서 외출에서 귀가한 보호자에게 강아지가 두발로 서서 지나치게 반기는 상황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 강아지를 혼내킬 때 강아지가 조는 척을 하는 것을 카밍시그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어. 그냥 혼나는 상황을 피하려고 조는 척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말야. 동군이는 혼내키면 고개를 싹 돌리고 아예 상황을 피하려는 데 비해 우리 이랑이는 곁눈질을 흘끔거리면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잖아. 그 상황을 얼른 그만둬줬으면 좋겠다는 의사표현이라는 것도 이제 알게 되었어. 엄마는 강아지를 대하는 법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이 모든 것들을 이랑이를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된 게 너무나도 황망하구나. 그래도 어렴풋하게나마 알아서 이랑이에게 피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위안이 될 정도야. 이랑아~ 참. 속상해...
myj4528
17-07-30 21:26  
이랑아~ 내일 동군이 오바 진료 예약이 잡혀 있는데, 병원에서 예약 안내 문자메시지가 왔더라. 메시지를 열어 보는데, 이전 메시지들이 굴비처럼 딸려 있는데 그 중 우리 이랑이 입원실에서 혈뇨를 보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이 있더라.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이틀 전 입원실 사진이었지... 그 사진을 받고 바로 이랑이를 집으로 데려왔었어야 했는데, 그날은 학교에 행사가 있어서 밤 늦게서야 데리고 올 수 있었어. 그리고 그 늦은 밤 한 시간 가량 이랑이의 깨어 있는 모습을 본 게 마지막이었어. 그 후로 이랑이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으니까... 그날이 너무 너무 아쉬워.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우리 이랑이와 눈도 한 번 더 마주치고 머리도 한 번 더 쓰다듬어 주고, 엄마 손 약손이라며 배도 한번 어루만져 줬을텐데 너무나 평범한 하지만 엄마가 하지 못한 것들... 보고 싶은 우리 이랑이...
myj4528
17-07-31 18:49  
이랑아~ 가장 많은 강아지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동물병원이잖아. 오늘은 특히 점심시간 전으로 진료를 예약해서인지 동물병원 주차장이 꽉찰 정도였어. 동군이 오빠는 온갖 강아지들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냄새를 맡았고... 그 중 우리 이랑이를 똑닮은 강아지가 있더라. 우리 이랑이 털 자르기 전 얼굴과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어. 동군이더라 이랑이 닮은 강아지라고 얘기해줬는데 정작 동군이는 웰시코기 강아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더라. 오늘은 아파서 간 게 아니라 지난 주 찍은 엑스레이 결과도 보고 진통제를 먹지 않는 동군이 상태를 보여 드리려고 간거니까 평소보다 염려도 덜 되었어. 동군이 오빠는 아침부터 많은 강아지를 봐서 기분이 좋았는데다 집에 외서 아파트 한바퀴 산책도 하고 노즈워크도 하고 해서인지 낮잠을 오래 잔다. 나이가 있다 보니 마음만 앞서는 것 같기도 해. 우리 이랑이 닮은 목소리의 강아지도 있고 이랑이 얼굴을 닮은 강아지도 있지만 똑같지는 않을거야. 그래도 우리 이랑이를 이렇게 또 추억할 수 있음에 감사해~
myj4528
17-08-01 22:34  
이랑아~ 동군이오빠는 관절염 증상이 심해져서 오늘 아침부터 핫팩으로 찜질을 해 주기 시작했어. 날이 무더워서 아이스찜질이 도움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동군이 오빠 증상에는 핫팩이 도움된다고 주치의선생님께서 알려주시더라. 무더운 여름에 핫팩이라는 의문이 들었어도 동군이오빠에게 찜질을 해줬더니 기분이 좋은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더라. 낮에 산책도 다녀오니 노곤한지 오늘도 어김없이 낮잠을 즐기는 동군이. 우리 이랑이는 통증이 심해서 진통제로 시간을 이어갔어도 그렇게 기분좋게 낮잠 자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너무 아프니까 낮잠 조차 오지 않았던 거지. 그러다 이따금씩 마취약에 취해 쓰러지듯 잠들었던 이랑이... 하늘나라에서는 편하게 눈 감고 잠 잘자는지 궁금해. 매일매일 동군이오빠와 이랑이를 추억한단다. 나중에 하늘나라 가면 콩콩대는 이랑이보다 우리가 먼저 알아보고 한달음에 달려가자고도 말해...
myj4528
17-08-02 22:20  
이랑아~요즘 매일 산책을 나가고 있는 동군이 오빠에게 오늘은 보양식으로 곰국에 밥을 말아 줬어.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냄새만 킁킁하고 맡던 동군이가 이내 맛있다고 허겁지겁 먹는데... 우리 이랑이는 이런 보양식 한번 못 먹이고 보낸 게 무척 속상해. 당시엔 약먹이는 거에만 급급해서 이랑이 속을 달랠 생각을 못했던 거야... 사람 먹는 건 무조건 먹으면 안된다는 강박 아닌 강박에 사로잡혀 우리 이랑이에게 맛있는 거 입에 맞는 음식을 한번 챙겨주지 못했어. 알고 보면 우리 이랑이도 좋아하는 음식이 꽤 많았을텐데 평생을 무미건조한 사료만 먹다 하늘나라로 떠났네. 그것도 늘 똑같은 종류의 사료여서 십사년을 먹느라 얼마나 지겨웠을까... 그 마음을 이제야 알아차리고 동군이 오빠에겐 이것저것 새로운 음식들을 많이 챙겨주고 있어. 나날이 피부에 윤이 나는 동군이를 보면서 마지막 하늘나라 갈 때의 꺼칠한 이랑이의 털이 생각나 더 속상해지는구나... 이랑아~ 하얀 너의 털, 보드라운 너의 털을 기억할께...
myj4528
17-08-03 22:37  
이랑아~ 요며칠 사이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다녀서인지 동군이 오빠 뒷다리 발등이 다 까져 있어. 하늘을 날으듯 너무 신나게 달리다 보니 발등이 아스팔트에 쓸렸던 모양이야. 산책 다녀와서 발씻을 때마다 무척 따끔거리고 아팠을텐데 그래도 산책이 좋았을까... 발등이 나을 때까지 산책은 생략하고 다시 베란다 산책만 했어. 동군이 오빠는 못내 서운했는지 몸은 방안에 있어도 얼굴은 여전히 거실을 향하고 있어. 그 모습이 영락없는 이랑이같아. 우리 이랑이는 서너다롱안 산책 못한 적도 많았었는데 그치. 동군이 오빠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니? 우리 이랑이는 우리보다 하늘나라 먼저 가 있는거라고 나중에 만나게 되면 우리가 더 잘해 주자고 매일 얘기 나눠. 이랑이도 하늘나라에서 우리가 하는 얘기들 다 듣고 있으리라 믿어...
myj4528
17-08-04 19:38  
이랑아~ 이랑이가 투병하는동안 우리 집은 이랑이의 집중간호병동같은 느낌이었어. 집의 모든 구조와 양식은 이랑이 치료와 재활, 간호에 맞춰져 있었어. 그러다 이랑이가 떠나고 난 뒤, 우리 집은 동군이오빠의 재활병동이 되었어. 의욕이 앞서 여기저기 점프하려는 동군이를 막기 위해 울타리를 쳐두었고 그 속에 들어가서 생활을 하고 있지. 그런데 오늘은 동군이 오빠가 빈백을 평평하게 만들어서 그 위에 살포시 누워있네. 베이지색 빈백에 누운 하얀 털의 동군이. 참 평안해 보여. 이랑이 아플 때는 거추장스러워 치워두었던 빈백인데, 얼마 전에 세탁해서 방 안에 두었더니 동군이가 잘 이용하고 있어. 똑똑쟁이 동군이... 물론 이랑이가 있었더라면 우리 이랑이가 가장 똑똑쟁이였을거야...
myj4528
17-08-05 21:22  
이랑아~ 날이 무더워질수록 우리 이랑이 생각이 간절해진다. 작년 이맘때 동군이 오바 척추 수술 한다고 한달동안 입원해 있었잖아. 회복에 도움 안된다고 해서 면회도 거의 못갔었어. 그래서 오롯이 이랑이와 엄마 둘이서만 지내던 나날들이었어. 어딜 가든지 이랑이를 데리고 다녔었고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았었어.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이랑이와 함께 보내었는데 왜 그땐 나늘이 갈 생각도 산책 나갈 생각도 못했던 걸까. 그냥 힘들다는 이유로 하루종일 이랑이와 누워서만 지냈던 것 같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이랑이로 인해 매일 이불빨래한 기억밖에 안나네... 이랑아~ 어쩜 우리가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엄만 그 기회를 그만 놓쳐버렸어. 너무나 힘들게만 느껴졌던 작년 8월... 올해도 다르진 않구나... 올해는 이랑이가 보고싶어서...
myj4528
17-08-06 17:17  
이랑아~ 주말이 다 지나가네. 일주일동안 동군이오빠와 동고동락한다 보니 시간이 무척 잘 간다. 우리 이랑이와 동고동락할 때도 그랬었지. 동군이는 거실도 나가보고 베란다도 나가보고 가끔 현관앞에 냄새도 킁킁 맡으러 가. 그러다 엄마가 맛잇는 거 먹는다 싶으면 곁에 와서 한입만 달라고 측은한 눈빛을 보내기도 하지. 이랑이는 움직이지를 못하니 얼마나 무료했을까. 가끔씩 이랑이가 싫어하는 휠체어를 태우려다가 오히려 이랑이를 힘들게 하기도 했어. 간식에 약을 섞어서 주면 약만 쏙 빼놓고 간식만 먹는 이랑이로 인해 힘들다고 넋두리도 많이 늘어놓았지. 정작 힘이 드는 건 이랑이인데... 그래서 우리 이랑이가 먹던 약봉지, 역 먹일 때 쓰던 주사기들. 하나도 버리지않고 다 모아뒀어. 이랑이 생각날 때마다 보려고... 이랑아~ 행복한 추억들도 많았고 슬픈 추억들도 많아. 그래서 아직은 이랑이를 마음에서 떠나 보내지를 못해...
myj4528
17-08-07 20:58  
이랑아~오늘 동군이 오빠 얼굴 미용하고 왔어. 날이 무척 더워서 동군이 오빠는 가방에 넣어서 이동했는데, 마침 휴대용 선풍기가 있어서 가방 입구에 바람을 쐬게 해줬더니 단 한번도 헥헥대지 않고 잘 다녀왔어. 이런 요긴한 제품들을 작년에는 몰랐다는 게 참 아쉬워. 이랑이 욕창 부위나 자다가 쉬해서 물티슈로 배를 닦어내고 나면 습진생길까 늘 노심초사였는데, 휴대용 선풍기가 있었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그럼 간병하는 엄마도 덜 힘들었을 것이고 그럼 이랑이에게 짜증도 내지 않았겠지. 간병하느라 너무 힘드니 이랑이 앞에서 목 놓아 운 적도 많았는데, 그래서 이랑이가 삶의 끈을 그냥 놔버린건가 하는 마음도 한동안 들었거든... 이랑아~ 오늘 동군이에게 당부했어. 이랑이가 있는 힘을 다해서 동군이오빠를 지켜주고 있는 거니까 마음 다 잡고 얼른 회복하자고... 세상에서 제일 착한 아기 강아지 이랑이의 노력에 부응하는 건 이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야...이랑아~ 우리 아파트에 요즘 이랑이와 똑닮은 목소리를 가진 강아지가 이사왔다봐. 새벽이 되면 깡깡하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오는데 우리 이랑이 목소리와 똑같아. 그래서 이랑이 같지 않냐고 동군이에게도 말을 건단다...
myj4528
17-08-08 20:08  
이랑아~오늘 오랜만에 동군이오빠와 아파트 한바퀴 산책을 하고 왔어. 경비실 아저씨가 며칠 안 보이던데 휴가다녀왔다고 하시네. 최근며칠간 너무 덥기도 하고 강아지 발등이 다까져서 산책을 못하니 칩거하고 있었다고 했어. 사실 이랑이와 함께 있을 때는 이보다 더 오랜 칩거생활을 한적도 있었는데 동군이 오빠와는 하루도 바지지 않고 매일 산책을 하다 보니 며칠 안보인다는 거까지 경비실에서 파악하시네. 산책하다 보면 이랑이는 늘 정해진 자리에서 쉬를 했었는데, 가끔 ㄱ러헤 쉬하고 오는 날엔 평소보다 더 기분 좋아서 깡총깡총 뛰었지. 도움닫기를 하면서 하수구 구멍을 피해서 날아 오르기도 하고 말야. 우리 이랑이으 잔재주는 하도 많아서... 이랑이와 함게 했던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그립고 또 그립다.
myj4528
17-08-09 20:53  
이랑아~ 요즘 열대야가 너무 심해.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고 지내다 잘 때 예약을 걸어놓고 자는데, 오늘 새벽엔 동군이가 헥헥대면서 중간에 깨더라. 그래서 다시 에어컨을 킬 수밖에 없었어. 그러다가 문득 작년에 이랑이는 어땠나를 생각했지. 이랑이가 헥헥댄 기억은 전혀 없는거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랑이는 한 시간에도 10번 이상씩 쉬를 하는 바람에 쉬하고 나면 엉덩이를 조금씩 들썩이며 옆으로 이동하고 엄마는 또 그걸 치우고 하느라 여러 시간을 깊이있게 잔 적이 없는 거였어. 그땐 참 힘들었는데, 지금 너무 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미안할 정도야. 이랑아~ 가장 무더운 여름날, 가장 힘든 시간들을 보내었지. 가을 바람 솔솔 불 때 떠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무더위와 씨름하다 홀연히 떠나버렸네. 부디 하늘나라는 바람 선선하게 부는 날씨였으면 해~
myj4528
17-08-10 20:59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아침마다 엄마의 마사지로 하루를 시작해. 예전엔 베란다에 나가 우리 이랑이에게 인사하는 거로 하루를 열었는데, 이젠 관절염이 심해져서 매일 아침 따뜻한 수건으로 다리와 척추를 마사지해주고 있단다. 오메가3가 많이 함유된 연어를 먹이면 좋다고 해서 연어큐브도 매일 먹이고 있어. 주치의 선생님께서 몸에 좋다는 건 뭐든 다 시도하고 있어. 이랑이는 약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밖에 없었지만 동군이오빠는 음식으로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은 예방하려고 해. 그러다 보니 이랑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자꾸 들어. 연어큐브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동군이오빠를 보면 세상에 참 맛난 음식들이 많은데 우리 이랑이는 맛도 못 봤구나 싶은 마음에 참 속이 상해. 쓰디쓴 항생제, 소염제, 진통제만 종류별로 다 먹게 한 게 미안하다 못해 죄스럽구나. 질툿힘 많은 이랑이~ 동군이 오빠가 먹는건 뭐든 먼저 먹으려했던 이랑이. 하늘나라에선 맛있는 건 뭐든 독차지하거라~~
myj4528
17-08-12 00:37  
이랑아~ 조금 늦었지. 오늘 말복이어서 할머니댁에 가서 초코 강아지와 시간보내다 왔어. 지난 번에 갔을 때는 초코 건강이 정말 안 좋았었는데 오늘 보니 다시 좀 좋아진 것 같더라. 동군이와 초코, 서로 영역 표시하느라 경쟁하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더라. 우리 집에서는 이랑이가 없으니 그 어떤 영역표시도 하지 않거든. 그래서 집에 깨끗해진 건 좋지만 또 한편으로는 허전함이 느껴지기도 해. 동군이가 점점 건강해지는 모습에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잘 지켜 주고 있는 것 같다고들 얘기 하셨어. 이랑아~ 모두들 이랑이를 보고 싶어하고 그리워해. 사진 속 이랑이는 너무나 귀여운데...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떠오르는 우리 이랑이 얼굴... 이랑아~ 사랑해~
myj4528
17-08-12 20:30  
이랑아~ 오늘 동군이 오빠 컨디션이 최고로 좋은 날이야. 얼굴 표정에서 생동감이 넘치고 눈빛이 반짝거려. 우리 이랑이도 표정에서 그날의컨디션을 알 수 있었는데... 이랑이는 그 어떤 강아지보다 표정이 풍부해서 슬픈건지 우울한지 아픈지 단박에 알 수 있었어. 그런데 하늘나라 가는 그날 아침에는 그걸 직감하지 못했었어. 상태가 많이 안 좋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엄마 곁에서 며칠 더 있을줄 알았거든. 매일 학교를 가야해서 이랑이 상태가 안 좋은 그 며칠을 잠깐씩 떨어져 지냈어야 했는데, 바로 추석 연휴가 이어지니까 그땐 이랑이와 함께 많은 시간 보낼 수 있겠다 싶었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추석에 이랑이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계셨었는데, 연휴 첫날 그렇게 홀연히 떠나버리다니... 마지막 인사도 많이 나누지 못하고 파트라슈 문 닫을까 급히 출발하느라 마지막 숨을 거든 이랑이를 몇분도 안고 있지 못했었어. 그게 참 많이 아쉽고 아쉽다... 이랑아~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처음 만난 때부터 헤어지는 그날까지 널 참 많이 사랑했다는 걸 꼭 기억해줘~
myj4528
17-08-13 18:13  
이랑아~ 오늘 아침에 갑자기 TV와 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급히 AS를 신청했는데, 마침 수리 기사님이 집 근처에 와 계셔서 바로 와주셨어. 낯선 사람의 방문에 컹컹 짖을법도 한 동군이는 기사님이 수리하는 동안 냄새만 킁킁 맡고 전혀 짖지를 않더라. 그래서 혹시 기사님이 개를 키우는지 여쭤봤더니 키우던 푸들이 15살 되던해에 암으로 하늘나라를 가고 지금 또다른 푸들을 키우고 있다시더구나. 그러니 동군이 오빠는 낯선 강아지 냄새에 정신이 팔려 짖지 않았던 거야... 암이 온 몸에 퍼져서 더이상 치료할 수 없었다는 얘기에 우리 이랑이 생각이 나더라. 우리 이랑이는 유례없이 암이 너무 빨리 퍼졌었잖아. 하루에 1cm씩 자라는 강아지는 처음본다고 주치의 선생님도 그러셨어. 나중엔 암이 너무 커지니까 피부가 다 벌어지고 혈관도 팽창되고 보기에 참 안타까웠는데... 이랑아~ 인터넷이 고쳐져서 이렇게 글을 남겨. 세상에서 제일 착한 강아지 우리 이랑이, 많이 보고 싶구나~~
myj4528
17-08-14 21:46  
이랑아~ 어제 저녁 먹고 동군이 오빠를 데리고 아파트 산책을 나갔는데, 경비아저씨가 엄마를 다급하게 부르는거야. 아파트 복도에서 유기견이 발견되었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보호중인데, 집에소 먹이는 강아지 사료가 있으면 좀 줄 수 있냐고 말야. 강아지 눈 색이 하얗게 변한 걸 보니 노령견인 것 같은데, 가슴에 지름이 10센티도 넘는 커다란 혹이 달려 있는거야. 아픈 강아지를 유기했나 싶어서 무척 속상했어. 그리고 집에 와서 동군이 먹이는 각종 간식과 베네풀을 챙겨서 내려갔더니 불안해 하며 입에도 대지를 않더구나. 동군이 산책하는 길에 그 강아지를 안고 아파트 한 바퀴를 돌았는데 처음에는 낯선 사람의 품이라 그런지 짖더니 이내 조용히 품안에 파고들더라. 아마도 집에서 사랑을 많이 받은 강아지같았어. 경비아저씨는 퇴근을 해야 해서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데, 마침 애간 근무하시는 분은 강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이어서 걱정이라시더구나. 마음 같아선 우리 집에 데려 오고 싶었는데, 오늘 새벽에 서울 출장을 가야해서 그럴 수도 없었어. 빈집에 동군이와 단둘이 두다간 아픈 동군이 오빠가 예민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게 걱정을 하며 오늘 서울을 다녀왔어.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경비실에 들러 그 강아지 행방을 찾았는데,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송을 통해 다행히 보호자를 찾았다는구나. 그리고 간식은 비싸 보인다면서 원래 경비실 그 자리에 보관해 뒀더라. 그 강아지 다 줘도 괜찮은데... 보호자를 만나보고 싶었는데... 강아지 수술을 하루라도 빨리 시켜야 한다고 말해 주고도 싶고... 우리 이랑이를 떠나보내고 나니 길잃은 강아지, 아픈 강아지는 다 안쓰러워... 보호자를 찾았다는 마음에 안도는 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네... 이랑아~ 하늘에서 이곳을 내려다 보다가 길잃은 강아지 있으면 빨리 가족들 품으로 갈 수 있도록 잘 안내해줘~ 천사같은 우리 이랑이가~~~
myj4528
17-08-15 21:07  
이랑아~ 산책이라는 단어를 기억하는 동군이와 달리 동군이 오빠는 목줄과 옷을 챙기면 그제서야 산책을 나가는지 알아... 우리 이랑이는 산책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바로 목줄이 걸려있는 다용도실 문앞에 가서 한바퀴를 돌려 재롱을 부렸었는데 그치. 그러는 이랑이가 귀여워서 때로는 산으로 시작되는 단어들을 마구마구 나열하는 장난도 많이 쳤었는데... 동군이오빠는 산책이라는 단어를 아직도 모르겠나봐. 목줄을 챙기면 일단 짖고보는데, 목줄을 채워주면 그제서야 현관앞으로 달려나가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해. 산책 갈 때마다 좋아서 짖어대니 아마 아파트 사람들은 우리가 언제 산책을 나가는지 꿰뚫고 있을 것 같아. 둘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자랐는데도 성품도 다르고 성격도 참 달라.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 주는 두 강아지가 참 많은 기쁨을 줬는데, 이젠 동군이 혼자서 오롯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으니...이랑아~ 우린 언제나 셋이라는 거 잊지 마~~~
myj4528
17-08-16 16:40  
이랑아~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와. 날이 흐리니까 동군이 오빠가 축축 쳐지는지 밥먹고 간식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잠만 자네. 날시가 흐리면 까리지는 게 사람이나 강아지나 똑같은가봐. 며칠 선선해서 산책하기 좋았는데 참 아쉬워. 내일은 또 서울 출장가야해서 오늘 산책으로 동군이 오빠 기분을 좀 달래줘야 하는데, 이렇게 비가 오니 오늘도 내일도 산책은 어려워졌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동군이오빠는 계속 잠만 자. 자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기력이 딸려서 잠만 자는가 걱정도 되. 저렇게 자다가 잠깐식 고개를 들 때면 더 걱정이 된단다. 우리 이랑이도 낮잠 자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일어나려할 때 마비가 오거나 박작을 하는 경우가 많았잖아. 그리고 경련을 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많이 봐서인지 책상에 앉아서도 자꾸 등뒤를 돌아보게 되는구나. 늘 가슴 졸이게 하는 우리 강아지들...
myj4528
17-08-18 21:49  
이랑아~ 엄마가 어제는 이곳을 찾지를 못했어. 혹시 기다렸니? 서울 출장갔다가 새벽에 오는 바람에 타이밍을 그만 놓쳐버렸어. 동군이오빠 챙기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니 우리 이랑이 생각을 못했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매일매일 이랑이 생각을 하며 보내왔는데 말야. 우리 이랑이 서운할거야. 그 마음 알아. 표정이 살아있는 이랑이, 평소에도 흘끔거리며 엄마의 기분상태를 읽으려던 이랑이였으니까 그치. 이랑아~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께. 우리 이랑이 쓸쓸하지 않도록 더 자주 찾아올께. 미안~~~
myj4528
17-08-19 22:06  
이랑아~최근 며칠 외출시간이 길었더니 아니다 다를까 동군이 오빠는 또 전에 없던 행동을 해.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껌딱지처럼 붙어 있어. 똑똑해지는 건 좋은데, 너무 똑똑해진거야. 어쩜 이랑이하던 행동들을 다 따라하는지. 늠름하고 듬직했던 동군이오빠가 아니란다. 이다음에 우리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면 이랑이는 동군이 오빠 못 알아볼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래서 우리 화면보호기 속 이랑이 사진도 수시로 바꿔준단다. 우리 이랑이의 모습들을 동군이가 잊지 않고 잘 기억할 수 있길. 그럼 우리 세명 다시 만나 행복해질 수 있을거야~ 하늘나라 시간도 이곳과 시간이 비슷하게 지나가는지 궁금하네...
myj4528
17-08-20 22:03  
이랑아~ 책상에 앉아 있으면 동군이가 너무나도 애처로운 눈으로 엄마를 쳐다봐. 자기를 좀 봐달라고 말야. 그래서 의자 위로 올려 주면 다시 내려가서는 또 애처로운 눈빛으로... 책상의 방향을 바꾸기엔 혼자서 너무 힘든 일이라  어찌할지를 모르겠어. 할아버지 오시는 날 한번 시도해볼까? 이랑이와 함께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간절한 눈빛들. 예전에도 보였는데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건지도 모를 일이야. 혹시 이랑이도 이랑이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전했는데 엄마가 알아채지 못한 게 있을까. 그랬다면 참 많이 서운하고 답답했을거야 그치. 이랑이는 내게 참 많은 걸 느끼게해.
myj4528
17-08-21 23:19  
이랑아~ 날씨가 다시 더워졌네. 하늘나라는 늘 화창한 날씨인거지. 비오는 날 비가 뭔지 알려 주기 위해 베란다 창가에 이랑이 작은 손을 내밀어 준 적은 있어도 비를 맞으며 외출한 적은 없어서 비가 오면 이랑이 놀랠텐데... 자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이랑이는 햇볕이 가장 잘 드는 자리로 가 있었는데 그치. 그러고보면 우리 이랑이는 여름 빼고는 다 좋아했나봐. 벚꽃 날리는 것도 너무 좋아해서 일부러 벚나무 밑에서 한참을 있기도 하고, 가을엔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달리느라 귀가 펄럭이다 못해 뒤집어지는 경우도 많았고. 겨울되면 추우니까 엄마 품에서 나가려하지 않다가 눈이 오면 좋아서 눈을 맞으며 달렸었어 그치. 날이 무더우면 헥헥대며 힘들어하던 이랑이. 그러다 정작 가을이 오기도 전에 무더운 날씨 속에 엄마 곁을 떠나버렸네. 이랑이가 가장 싫어하던 그 계절에 말야. 날씨 하나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는구나. 이랑이는 항상 엄마를 성장시킨다...
myj4528
17-08-22 20:33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얼마나 좋아졌는지 오늘은 뒤집어져서 낮잠을 자더라~ 척추가 아파서 최근 1년동안 뒤집어 있는 적 한번도 없었는데 말야. 그래도 혹여나 마음만 앞서서 더 아플까봐 얼른 자세 바로잡으라고 했어. 동군이 오빠의 인지 기능은 날로날로 좋아지고 있어. 그런데 피부는 여전히 안 좋은지 약을 안 먹는 날은 어김없이 긁어대네. 마치 엄마처럼... 피부 하나 만큼은 건강했던 우리 이랑이. 모든 걸 다 바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동군이오빠가 엄마 곁에 있는 동안 건강히 함께 있을 수 있도록 우리 이랑이가 좀 지켜줄래~ 엄마는 이렇게 늘 하늘에 있는 이랑이에게 편지를 쓰는데 그 소식이 닿지 않는건지 이랑인 꿈에도 안 나타나는구나. 야속하게도... 이랑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그냥 있지만 그래도 이랑이가 그립고 그립단다...
myj4528
17-08-23 22:04  
이랑아~ 오늘 일이 있어 기장을 가게 되었단다. 우리 이랑이를 홀연히 떠나버린 그곳. 창밖으로 그 언덕을 바라보는 데 이랑이 생각에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어. 그땐 경황이 없어서 우리 이랑이 수의도 대충입히고 기도도 너무 짧게 해서 두고 두고 후회가 되. 손과 발을 천천히 넣어 옷을 입힐 걸... 그땐 대충 사맨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 정말 두고두고 후회가 되네. 우리 이랑이 마지막 가는 길에 입으라고 수의를 주문했는데 너무 빨리 주문했나 싶기도 해. 그 옷을 펼쳐 놓고 이랑이 사이즈에 맞을까 대본 것도 후회가 되. 혹시 이랑이가 그걸 보고선 엄마가 이제 마음의 준비를 다했구나 생각해서 더 힘을 내지 않고 삶의 끈을 놓아버린 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어. 우리 이랑이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만 크단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군이 오빤 오늘따라 슬픈 표정이야. 우리 세명. 언제쯤 다시 만나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보고싶다 우리 아기 강아지...
myj4528
17-08-24 21:45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피부가 안 좋아서 오늘도 병원을 다녀왔어. 최근에 간식을 많이 줘서 그런지 걱정이야. 항상 이맘때가 되면 피부로 인해 고생을 하네. 병원에 가서 약도 짓고 동군이 오빠 피부에 맞는 샴푸도 새로 구입했어. 기존에 사용하던 샴푸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보여 드리니 수의사님이 펄쩍 뛰시더구나. 우리 동군이 피부에는 안 맞는 거라고... 우리 이랑이도 그 샴푸 사용해왔는데 에궁... 인터넷의 사용후기들만 보고 구입했는데 그걸 믿을 수 없다는 얘기에 망연자실... 우리 이랑이도 혹시 잘못된 정보로 고생시킨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병원갔다가 할머니댁에 갔는데 초코는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어. 어딘가 아픈 것 같은데 다들 걱정이 되서인지 병원을 안 데리고 가네... 초코도 동군이도 우리 이랑이가 잘 지켜줘야해~~~
myj4528
17-08-25 19:43  
이랑아~ 날이 다시 무덥네. 가을이 오는가보다 했더니 다시 여름 날씨야. 작년에도 그랬었나...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동군이 오빠가 막 퇴원을 해서 우리 3명 참 좋았었는데 그치. 생각해 보니까 동군이 오빠가 한달간 입원해 있다가 퇴원해서 우리 이랑이와 얼마 있지도 못한 채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버렸네. 엄마와는 평소에도 작별인사 조금씩 나눴었는데 동군이 오빠와는 그런 시간 못 가진 건 아닌가 문득 걱정이 되는구나. 견디다가 견디다가 도저히 못 견딜 정도로 힘들면 그땐 엄마 걱정 하지 말고 하늘나라 가도 된다고 했었었는데, 동군이 오빤 이랑이에게 평소 어떤 말을 건넸는지 궁금하구나. 이랑아~ 외출하고 돌아오니 동군이 오빠는 거실에 오줌을 한 가득 싸놨네. 스트레스를 받나봐. 다음 주 개강인데 이를 어쩌나...
myj4528
17-08-26 17:05  
이랑아~ 어젯밤 꿈 속에 이랑이가 나왔어. 꿈속에서 이랑이를 입원시켜 놓고 엄마는 면화를 간 장면이었는데, 이랑이 상태가 더 나빠졌다는 주치의 선생님 얘기에 근심어린 표정으로 있다가 그래도 얼굴 보겠냐는 주치의 얘기에 보여 달라고 하고 기다리는데 그만 잠에서 깨버렸어. 이랑이가 도통 꿈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더니 이렇게라도 등장해 주는구나. 꿈속에서만큼은 건강한 모습이길 바랬는데 어쩜 좋니. 이랑이 걱정에 낮동안 무척 울적했어. 아픈 이랑이라도 얼굴까지 보고 깼으면 좋으련만 못내 아쉽고 한탄스러워. 눈뜬 직후에 바로 빨리 잠들어 꿈이 이어지길 기대했건만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더구나. 휴... 우리 이랑이를 만나려면 엄마도 하늘나라를 가야 하는거니...
myj4528
17-08-27 17:59  
이랑아~ 매일 아침 따뜻한 수건으로 마사지를 해 주고 나서부 동군이 오빠는 걸음걸이가 한결 편해졌어. 절뚝거리는 일도 없어. 이게 마사지 효과인지 오메가3 효과인지 그것도 아니면 연어간식때문인지는 몰라. 아마 이 모든 게 다 조화를 이뤄서라고 보고,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잘 지켜주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해. 세상에 참 많은 간식들이 있고, 조금만 신경쓰면 챙겨줄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이랑이때는 그걸 잘 몰랐던 것 같아. 이제는 더 잘할 수 있는데 이랑이가 곁에 없다는 게 무척 아쉬워. 간병인으로 지내던 작년 여름과 달리 이번 여름은 힘들지 않게 보냈어. 지나고 보면 잠깐이었던 그 시간들, 뭐가 힘들다고 그렇게 내색했을까 싶어서 우리 이랑이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어. 이랑아~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 많이 들지? 나중에 우리 만나게 되면 다 보상해줄께. 기다려~
myj4528
17-08-28 20:35  
이랑아~ 똑똑해진 동군이 오빠는 베네풀 속에 약을 숨겨도 냄새를 킁킁 맡으며 찾아 내는데, 이제 엄마도 요령이 생기다 보니 동군이 오빠가 냄새 못 맡도록 꽁꽁 잘 숨겨. 약을 먹이려는 엄마와 약을 안 먹으려는 동군이 오빠의 신경전에 우리 이랑이 생각이 또 간절해. 먗달동안 독한 약을 먹어야해서 그런건지 우리 이랑이는 점점 예민해져서 약을 극도로 거부했었는데 말야. 약 먹는 게 어쩜 통증보다 더 고통스러웠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한단다. 이랑아~ 간병인으로서의 자세와 태도가 나날이 성숙해지는 엄마는 우리 이랑이가 다시 한번 찾아와 준다면 정말 더 잘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 정도야. 이랑아~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이랑이 엄마에게 올 때는 두 귀를 바람에 나부끼며 네발로 깡총깡총 뛰는 모습이었으면 좋겠어. 엉덩이로 질질 끄는 모습은 가슴아파서 더이상 보기 힘들단다. 알겠지?
myj4528
17-08-29 21:52  
이랑아~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는 강아지로 인해 아파트에 민원이 발생해서 방송에 까지 출연한 사례가 있네. 우리 동군이, 이랑이도 아기 때는 정말 많이 짖었잖아. 하울링도 너무 심했고... 늘 대문에는 각종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어. 그땐 못 짖게 하려고부단히도 애썼는데 나중에 우리 아기 강아지들이 나이가 들고 나니 짖는 목소리도 가늘어져 있더라. 동군이 오빠는 하루종일 집에 혼자 있어도 하울링도 안해. 엄마가 집에 돌아오면 그제서야 좋아서 조금 짖고 말지... 우리 이랑이 마지막으로 짖던 목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그럴 걸 아기때는 왜 그렇게 짖었을까. 아마도 우리 서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겠지. 우리 이랑이의 깡깡깡하는 목소리도 엄마를 할퀴어 피나게 했던 일들도 다 추억이야. 이랑이가 할퀴어서 남은 양쪽 팔 가득한 흉터들은 우리 이랑이가 엄마에게 남겨준 선물같은 느낌마저 든다니까... 사랑하는 우리 이랑이, 엄마에게 많은 것들을 주었구나...
myj4528
17-08-30 23:16  
이랑아~ 오늘 오랜만에 뵌 분들이 이랑이 안부를 묻더라. 우리 이랑이 보내고 여전히 힘든지 말야... 그 정도면 할만큼 했으니 된거라고 위로하시더구나. 하지만 더 잘해 주지 못한 아쉬움이 커서인지 그 말에 쉽게 수긍이 가지 않았어. 잘해준 것도 많지만 못해 준게 더 생각나는 걸 어쩌니. 그래서 동군이 오빠에게 더 잘하려 하는 건데... 이랑아~ 우리 헤어진지도 벌써 1년이 다되가. 하지만 바로 엊그제 일어난 일 마냥 아직도 아쉬움과 허전함이 가득해. 우리 다시 나중에 만날 걸 잘 알지만 날이 선선해서 그런지 이랑이 없는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네. 참 많이 보고 싶어...
myj4528
17-08-31 19:44  
이랑아~오늘로 8월도 지나가네. 내일부터는 학교도 개강이고 9월이 시작되. 아침 저녁으로 바람은 이미 찬 기운을 감고 있어서 가을이 왔나보다 했지만 달력을 넘기려니 우리 이랑이 떠난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져. 이랑이에게 습관처럼 써내려가는 이 글들은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년여를 함께 하며 많은 추억도 떠올리고 많은 후회도 한단다. 이랑아~ 참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해 줘 고마워. 다른 모습으로 미용을 해도 우리 이랑이는 늘 예뻤어. 다른 사람에게 가지 않고 내게 와준 너를 늘 감사히 생각해...
myj4528
17-09-01 18:28  
이랑아~ 오늘 개강 첫날. 학교 가려고 준비하는 모습을 쳐다 보는 동군이의 눈빛은 슬픔과 애절함 그 자체였어. 수업은 없었기 때문에 동군이 오빠 옷을 입혔더니 좋다고 가방안으로 쏙 들어가 자세를 잡네. 동군이 오빠 데리고 학교 다녀왔어. 캠퍼스 안을 함께 산책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오가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그러지는 못하고 가방 속에서 그물망 밖의 세상만 구경했네. 할머니 댁에 가서 닭가슴살도 먹고 동군이 오빠는 다음 주부터 바빠질 엄마의 미안함을 달래기 위한 작은 나들이를 한거야. 이제 다음부가 되면 매일 12시간씩 혼자서 오롯이 집을 지켜야 하는데, 과연 동군이 오빠가 잘할 수 있을까? 매일매일 그러긴 쉽지 않을텐데... 이번 학기 시간표를 잘못 짜는 바람에 이리 되어버렸는데 부디 동군이 오빠가 아프지 않고 이번 학기 잘 버텨 주길... 우리 이랑이가 잘 지켜줄거지?
myj4528
17-09-02 21:37  
이랑아~ 새벽마다 우리 이랑이 목소리 닮은 강아지는 목을 놓아 짖어대. 아마도 그집 보호자는 새벽 일찍 출근을 하는 모양이야. 우리 이랑이와 닮은 목소리를 가진 강아지는 어떤 종일지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 그렇게 새벽 일찍 나가야 하는 거라면 우리 집에 데려와 동군이와 같이 놀게 해 주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은데 도무지 아파트 내에서는 만날 수가 없어. 우리 이랑이처럼 하얀 털에 ㅈ그만 체형의 말티즈일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그 강아지 목소리가 들려올 무렵이면 동군이 오빠도 베란다를 향해 고개를 드는 것을 보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가봐. 그렇다 하더라도 이른 새벽 강아지 짖는 소리를 달가워하지 않을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서 그점은 무척 걱정이 되네. 예전 우리집이 그랫던 것처럼...
myj4528
17-09-03 18:20  
이랑아~ 9월이 되고 첫 주말을 보내었어. 이제 내일이면 동군이 오빠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 걱정과 근심으로 주말을 보냈어. 스트레스 받으면 털이 빠지는 예민한 동군이 오빠, 우리 이랑이가 곁에서 잘 좀 지켜봐줘. 무더운 여름, 길을 잃고 떠돌다 유기견보호소에서 안락사로 삶을 마감한 숱은 강아지 친구들은 그곳에 잘 있니? 모두들 우리 이랑이와 신나게 뛰놀며 행복했으면 해. 이랑아~ 목소리도 그립고 얼굴보 보고 싶고 까만 발바닥 패드도 조물거리고 싶은 날이야. 참 많이 보고 싶어...
myj4528
17-09-04 22:03  
이랑아~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렸어. 눈치빠른 동군이 오빠는 아침에 엄마가 학교가려고 나오는 순간 현관까지 따라 나와서는 기어이 함께 가겠다고 버티더라. 그동안은 그런적 한번도 없었는데 오늘은 현관에서 거실쪽으로 밀어넣으려 하는데도 네 발에 힘을 잔뜩 주어 버티더라고... 오늘부터는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집에 혼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는지도 모를 일이야. 이럴 때 우리 이랑이가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동군이랑... 둘이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데 말야. 내일도 모레도 동군이 오빠 어쩜 좋니... 이번 학기 마음이 너무 힘들어. 우리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외롭지 않게 쓸쓸하지 않게 혼자 있을 때 아프지 않게 잘 지켜줘~~~
myj4528
17-09-05 23:31  
이랑아~ 개강을 하고나서 동군이 오빠와 함게할 시간이 많지 않아 무척 속상해. 학교가고 나면 하루종일 불안한 눈빛으로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긴장한 상태로 거실을 쏘다니다 집에 돌아오면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동군이 오빠는 찹찹찹 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물을 마시고, 그리고 쉬를 하고 사료를 폭풍흡입해. 그리고 나면 쓰러지듯 곯아쩔어져서는 배를 문질문질 해줘도 머리를 쓰다듬어 줘도 일어나지를 않아. 하루종일 잔뜩 긴장하고 있다 드디어 안심이 되어서일까. 함께 있는 동안은 놀아주고 싶은데 동군이오빠가 저리 지쳐 있으니 걱정이야. 우리 이랑이의 예전 모습 같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을 이리 살아야되니 이번 학기 어쩌나...
myj4528
17-09-06 19:37  
이랑아~ 오늘은 일주일 중 유일하게 일찍 집에 올 수 있는 날인네 하늘에서 비가 주룩주룩 내리네. 재활용 분리수거도 해야 하는데, 오랜만에 동군이 오빠 산책도 시켜줘야 하는데 비가 그칠줄을 모르고 있어. 안그래도 우리 이랑이 1주기가 다가와 매일 슬픈데, 비가 오니 더 슬퍼. 이랑아~ 일년이 지나면 괜찮다고들 하던데, 난 왜 이러지? 우리 이랑이가 아직도 그립고 보고싶고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나려해. 이년 삼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아님 평샌 지금의 이 마음 그대로일까...
myj4528
17-09-10 15:42  
이랑아~ 엄마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있느라 이랑이에게 들르지를 못했어. 이랑이도 알지? 아파서 입원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버리는거... 잠깐 아픈거도 이렇게 힘들고 살이 쭉쭉 빠지는데 우리 이랑이는 그렇게 오래도록 고생을 다했으니... 그래도 우리 이랑이는 꿈에 한번을 안 나타나더라. 얼마나 야속했는지 몰라. 이제 다음 주 목요일이면 우리 이랑이 1주기야. 그때문에 엄마가 마음이 약해져서 병이 재발한 건지도 모르겠어. 이랑아, 건강한 모습으로 잘 있다 나중에 이랑이 만나야 되는데... 아픈 모습으로 이랑이 만날까봐 걱정이야... 이 가을, 동군이 오빠도 엄마도 부디 아무 일없이 무사히 잘 넘어갔으면...
myj4528
17-09-11 23:45  
이랑아~ 하늘나라 생활은 어떤지 모르겠네.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동군이오빠와 나는 적응이 되는 것 같다가도 가끔 이랑이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날은 여전히 눈물이 흐르곤 해. 개는 개답게 키워야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랑이는 가족 그 이상인데... 동군이 오빠는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메타캄을 다시 먹기 시작했어. 요며칠 산책을 못했다니 오랜만에 산책을 해서 무리였는지도 모르겠네. 하루밤 자고 내일 일어났을 때는 동군이 오빠 컨디션이 좋아셔 있었으면 해. 이랑이가 도와줄거지?
myj4528
17-09-12 22:10  
이랑아~ 1년 전 오늘 부산에 지진이 났었다는 뉴스가 하루종일 나오더라. 다들 기억을 잘 못화고 있었지만 엄마는 정확히 기억을 하고 있어. 그날을... 일요일에 수혈 부작용으로 이랑이를 입원시켜 놓고 학교 다 마치고 병원을 갔을 때가 밤 8시가 다되어서였으니까. 병원에서 진동을 느기고 이랑이를 데리고 할머니 집에 가서 2차 진동을 느꼈잖아. 그날 초코 강아지와 이랑이는 꽤 오랜시간 서로를 응시하며 눈인사를 했었고... 그리고 집에 와서 이랑이는 약먹고 누웠다가 발작을 수차례 반복하고 그 다음날 새벽부터는 엄마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었지... 그날 학교 마치고 간담회에 가지 않았더라면 이랑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건데 하는 생각. 낮에 수업 없는 빈 시간 병원에 들르기라도 할걸 하는 생각들. 엄마에게는 지진보다 그같은 후회와 아쉬움이 더 많이 기억되네. 사랑스러운 우리 이랑이~보고싶어라...
myj4528
17-09-13 22:53  
이랑아~ 내일이면 우리 이랑이 1주기라 오늘 밤은 마음이 정말 안 좋아. 슬픔과 그리움이 가득해. 오늘따라 날씨도 갑자기 선선해지고 비슷한 시간대에 지난 주에는 아직 밝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깜깜한 것 같기도 해. 우리 이랑이는 하늘나라에서 신나게 잘 뛰놀고 있는데 괜히 엄마 혼자 이렇게 걱정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랑아~ 매일 매일 보고 싶은데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네. 이랑아~ 다른 날은 몰라도 오늘밤이나 내일밤엔 꼭 좀 다녀가~ 엄마에게도 그리고 동군이 오빠에게도...
myj4528
17-09-14 22:32  
이랑아~ 오늘...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로 먼길 여행 떠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야. 너무너무 슬프게 지낼 것 같았는데, 외부 교육도 다녀오고 수업도 2개 있었고... 이랑이를 생각하며 눈물 흘리거나 마냥 슬퍼하지는 않으며 오늘을 보내었어. 문득문득 생각나는 이랑이에 대한 그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작년 9월 14일에 하루종일 일기만 했던 것에 비하면 참 다르게 보내었어. 우리 이랑이 서운하니? 엄마가 늘 슬퍼하며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걸 바라는 건 아닐거야 그치? 우리 이랑이는 엄마가 누구보다 씩씩하게 일상을 잘 보내며 바쁘게 살기를 바라고 있을거야 그치? 그리고 이다음에 이랑이를 만났을 때 참 열심히 잘 살았노라고 더 이상 후회 없노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당당한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것 맞지? 우리 무지개다리에서 만날 때는 엄마가 힘껏 달려가 우리 이랑이를 번쩍 안아 줄게. 그때 우리 이랑이도 엄마에게 수고헸다고 토닥여줘~~ 이랑아~ 많이많이 사랑해~
myj4528
17-09-15 21:33  
이랑아~ 파크라슈에 처음 들어와서 글을 남기던 날, 언제까지 이곳에 글을 남기려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 처음에는 한달이면 잊혀질까 했고, 그러다 100일은 가야지 하는 생각도 했었어. 그러다 계절이 한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했던 것이 1년은 가려나하는 생각까지 했었어. 이제 1년이 지난 지금. 엄마에게 이곳 파트라슈 사이트는 우리 이랑이를 추억하고 동군이 오빠의 건강을 소망하는 자리가 되었단다. 매일 이곳을 드르지 않으면 하루를 마감하지 못하는 그런... 우리 이랑이가 입원해서 엄마가 면회 오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때문에 이 곳을 들르지 않을 수가 없단다. 언젠가 동군이 오빠가 하늘나라에 가게 되면 아마 또 동군이 오빠를 추억하겠지... 이랑아~ 그렇다 해도 우리 이랑이를 잊지 않아. 언제나 항상 동군이랑우리함께니까...
myj4528
17-09-16 21:24  
이랑아~ 오늘은 장례식장에 다녀왔어. 죽음이라는 게 사람을 정말 힘들게 하잖아. 다들 슬픈 표정일 거란 생각과 달리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것처럼 너무나 아무렇게 않게 손님들을 응대하는 걸 보면서 바쁜 이 시간들이 끝나고 나면 얼마나 헛헛하고 먹먹할지 걱정이 되더라. 식산이 지날수록 더 그립고 보고싶어진다는 걸 우리 이랑이로 인해 너무나 절감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는 건 다 거짓말이라는 것도 너무 잘 아니까 아무렇지 않아 하는 그 모습을 보는 게 무척 힘들더라. 이랑아~ 언제쯤 죽음 앞에 초연해 질 수 있을까...
myj4528
17-09-17 20:20  
이랑아~ 오늘 할머니댁에 가서 미코 강아지 만났어.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던지... 몸무게가 500그램밖에 안되어서인지 정말 민첩하고 빠르더라. 처음본 사람에게도 금새 달려가서 안기는 애교만점 강아지인데, 우리 이랑이가 예전에 그랬듯 신발도 물어놓고 볼펜도 다 물어 씹어 놓고 장난을 많이 치는 개구쟁이더라. 미스코리아라고 미코라 이름지었다는데, 우리 이랑이 예전에 아기강아지일 때도 그만큼 이쁘고 귀여웠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 이랑이 아기때 모습을 많이 못 봐서 그런지 기억을 잘 못하시더라... 이랑이 1주기 지났다고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추석 전날이었던 것만 기억하고 날짜는 모르셨나봐. 서운하게시리... 이랑아~ 그래도 엄마가 우리 이랑이 1주기, 2주기, 잘 기억할테니 염려마~~~
myj4528
17-09-18 23:01  
이랑아~ 잠이랑~~하고 이름을 불러본게 언제인지... 허공에 대고 그냥 한번씩 불러보는 데 그럼 어디선가 나 여기있어요하고 달려올 것 같아... 예전엔 이랑이가 눈 앞에 있는데도 마치 못 본 것처럼 장난으로 이랑이를 찾는 시늉을 하곤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시야 안으로 들어와서는 손으로 팔을 긁던 이랑이 모습이 떠올라. 이랑아~ 가을이 와서 그런가 아님 이랑이가 떠난지 일년이 막 지난 무렵이어서 그런가 다시 슬픔이 몰려와. 우리 이랑이가 참 보고 싶네 요즘...
myj4528
17-09-20 07:13  
이랑아~ 엄마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어제 이랑이에게 들르지를 못했네. 최근 컨디션이 안 좋은 날들이 자꾸 생겨... 추석 연휴가 다가와서 그런걸까? 파트라슈 사이트에는 하늘나라 간 강아지들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없네. 유기견동물보호소에 웹사이트에 가보면 자연사, 안락사 한 강아지는 참 많은데... 하늘나라에서 만만 강아지 친구들이 모두 가족들 곁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건 아닐꺼야. 새상에서 제일 착한 아기 강아지 우리 이랑이는 다른 강아지들 아픈 마음 어루만져 주면서 지내고 있으렴~ 나중에 우리 만나게 될 때 그 이상의 사랑을 나눠줄께~ 오늘도 하루는 시작되고, 우리 이랑이 얼굴은 여전히 아른거린다...
myj4528
17-09-20 22:44  
이랑아~ 오늘 오랜만에 이랑이 친구 야옹이를 만났어.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안 좋은 일이 생겼나 걱정했더니 잠깐 다른 동네 갔다가 다시 돌아왔나봐~ 아파트 주민들은 누군가 야옹이 밥 챙겨 주는 게 싫었는지 엘리베이터에 글도 써서 붙여놓고 그러더니 요즘은 좀 잠잠해졌거든... 이제 다시 날이 추워지면 야옹이들이 갈 곳이 없어 아파트로 다시 모여드는건가봐. 우리 이랑이가 좋아하던 노란 털 야옹이, 오랜만에 보니 참 반갑더라. 동군이 오빠도 눈빛을 얼마나 강렬하게 쏘아대든지... 모든 게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우리 이랑이가 곁에 없다는 게 참 속상해...
myj4528
17-09-21 22:10  
이랑아~ 분홍색 극세사 이불 위에 엎드려 있는 이랑이는 그대로인데 때로는 이랑이가 슬퍼 보이고 때로는 아파 보이고 그래. 엄마 마음이 이랑이에게 투영되어 그렇게 보이나봐. 사진 속 이랑이는 오늘따라 슬퍼 보여... 이랑이가 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그래서일까? 예전엔 우리 이랑이가 꿈에조차 안 나온다고 아쉬워한적도 있었어. 그런데 또 언젠가 꿈 속에서조차 걷지 못하는 이랑이를 보고 눈물 흘리다 화들짝 잠에서 깬 그날 이후로는 이랑이가 꿈에 나오길 그렇게 간절히 바라지는 않게 된 것 같아. 꿈 속에서 울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눈떠보니 현실에서도 엄마가 울고 있더라고... 이랑아~ 이렇게 이름이라도 불러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해~ 다른 집이 안닌 내게 와 준 것만으로도 많이 많이 감사해~
myj4528
17-09-22 21:41  
이랑아~요 며칠 동군이 오빠 산책을 못 시켜줬더니 그사이 줄어든 근육량이 눈으로도 확인이 될 정도야... 우리 이랑이 하반신 마비 오고나서 근육이 다 빠지니 뼈만 앙상하게 남았던 게 다시 생각이 나... 엄지와 검지로 목을 두르고도 남을만큼 가늘어진 목도 생각나. 온 몸이 다 가늘어졌지만 암덩이때문에 배는 핏줄이 다 터질 듯하게 부풀어 있었지. 그 모습이 갑자기 생각나니 슬프고 무섭고 그래. 이랑아~ 그리운만큼 보고싶은만큼 여전히 이랑이가 걱정되... 하늘나라에선 잘 살고 있는거 맞니?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거도 맞지? 하늘나라 가면 만나게 될 거란 소망 가지고 살아가는데, 하늘나라에서조차 만날 수 없는 거라면 너무너무 절망스러워...
myj4528
17-09-23 21:15  
이랑아~ 오늘 아파트 한 바퀴 산책을 하는데 윗동 경비실 앞에 강아지 한마리가 줄에 묶여 있더라. 얼굴은 비글처럼 생겼는데 털은 황토색인 강아지. 길을 잃어 아파트를 떠돌고 있는 걸 경비아저씨가 위험해 보인다고 묶어 놓았대. 안내방송을 해도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더구나. 동군이 오빠와 가까이 가봤는데 엄마를 얼마나 따르던지. 꼬리를 흔들다가는 엄마 발을 베가 잠까지 들던 너무 귀여운 강아지였어. 오래 있을 수는 없어서 돌아서 나오는데 늑대처럼 울부짖으며 짖어대더라. 결국 다시 갔더니 배를 드러내며 애교를 부려... 갔다가 뒤돌아 서기를 몇번을 하다 결국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어. 얼른 보호자를 찾아야 할텐데 걱정이야. 강아지 싫어하는 주민들도 많으니까 말야... 이제 날이 추워지면 길을 떠도는 강아지들 다 어쩌나 걱정이 한가득이네. 우리 이랑이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서 길 잃은 강아지 보이거든 집으로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렴~~~
myj4528
17-09-24 21:02  
이랑아~오늘은 오랜만에 동군이 오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었어. 같이 낮잠도 자고, 고구마도 쪄 먹고... 동군이 오빠가 엄마 베개를 베고 자길래 그 옆에 살포시 누웠는데 참 포근하고 좋더라. 우리 이랑인 늘 엄마 옆에 와서 팔베게를 했었는데, 동군이 오빠는 엄마에게 곁을 잘 안내 줬잖아. 모든 걸 이랑이에게 양보하고, 엄마 발 밑에 가서 엄마와 이랑이를 지키는 강아지였는데... 여전히 밤에는 엄마 발 아래에 지키는 것 같아. 그러다 낮잠 잘 때만 베게를 베고 누워... 측은하기도 하고 습관이 참 무섭구나 싶기도 해. 이랑아~ 동군이 오빠마저 떠나가고 나면 얼마나 쓸쓸할지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나... 동물병원에 가보면 22살 된 강아지도 있던데 우리 동군이 오빠도 엄마 곁에 오래오래 있으면어 이랑이를 같이 추억했으면 좋겠어...
myj4528
17-09-25 22:48  
이랑아~그저께 아파트에서 발견된 그 강아지... 아침에 출근할 때 경비실앞에 있더라. 아직 보호자를 못 찾았나 걱정하며 얼굴을 만져 주니 역시나 배를 보이며 애교를 부리더라. 그런데 그저께의 그 천진난만함을 없어지고 왠지 모를 쓸쓸함이 눈빛에 묻어났어. 아니나다를까 오늘 집에 오는 길에 경비실에 그 강아지가 보이지 않길래 보호자 나타났냐고 기쁜 마음으로 여쭈었더니... 결국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구청에 연락해서 유기견센터로 이송햇다고 하는구나. 칩도 심겨져 있지 않고 목줄에 이름표도 없어서 보호자를 찾을 수가 없었나봐... 순종이 아니어서 아무도 입양을 안해가면 어쩌지? 이러다 안락사 당하면 어쩌지? 온갖 걱정이 다 되면서도 우리 집에 데려오지 못한 죄책감에 무척 힘이 들어... 동군이 오빠와도잘 어울리는 것 같았었는데 마음이 무척 안좋아...
myj4528
17-09-26 23:37  
이랑아~ 하루 하루 시간이 흘러가는건지 아님 시간을 흘려 보내는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야.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그냥 빨리 이랑이를 만났으면 하는 약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또 동군이 오빠를 보고 있으면 우리 둘 만이라도 더 많은 시간 함께 보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그래. 자꾸 마음이 약해지는 건 우리 이랑이가 보고 싶어서 일거야. 엄마곁에 조금 더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휠체어 씽씽타는 모습이라도 조금 더 보여 주지 그랬니. 이랑아~ 핸드폰 화면 속의 우리 이랑이 코는 너무나도 윤기가 나서 금방이라도 화면 밖으로 튀어 나올 것만 같은데...
myj4528
17-09-27 21:39  
이랑아~ 며칠 전 아파트에서 발견된 강아지 있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들어가 보니, 공고중이야. 믹스견이 몸무게 5kg, 나이는 한살로 추정되고 허약한 상태라 나와. 목에 방울이 달려 있는 특징도 그대로 적어놨네. 아직은 공고중인데, 보호자가 안 나타나거나 아무도 입양 안해 가면 어쩌. 안락사 당하면 어쩌지. 아파트를 배회할 때만 하더라도 엄마에게 그렇게 배를 보이고 좋아하던 강아지였는데 낯선 그 먼 곳 철창안에서 얼마나 불안할까. 아파트 주민들 모두 다 그 강아지 걱정인데... 붙임성 좋은 강아지, 좋은 새가족 만났으면 하는데 우리 이랑이가 잘 챙겨봐줘. 혹시 이랑이로 쓸쓸해 하는 엄마에게 보내준 강아지는 아니지. 혹시 그런 건데 엄마가 알아차리지 못한 거면 어쩌니...
myj4528
17-09-28 23:07  
이랑아~오늘은 좋은 소식이 있어. 어제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비글 닮은 강아지가 공고중이라고 했었잖아~ 오늘 집에 오는 길에 경비실에 들러 그 소식을 전하며 너무너무 안타깝다고 했더니 아파트 입주민 중 한 사람이 그 강아지를 데려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대. 시골에 홀로 계시는 노모가 적적해 하셔서 강아지 한명 분양받고 싶었는데, 지난 번 경비실 앞에 있던 그 강아지가 애교도 많고 순해서 시골 노모에게 의사를 타진하고 있었다고 해. 그런 사연을 모르는 관리사무소에서는 구청에 신고를 해버렸고... 일주일 가량 공고를 해서 보호자가 나타나는지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일주일동안은 그곳에 두겠지만 일주일 뒤에는 꼭데려올거라고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어. 눈에 계속 밟히던 그 강아지... 이제 마음이 편해졌어. 우리 이랑이더라 그 강아지 잘 봐달라고 했더니 그사이에 좋은 소식을 안겨주네~ 이랑아~~ 고마워~~
myj4528
17-09-29 19:49  
이랑아~ 이제 기나긴 추석연휴가 시작되는구나. 작년 추석은 내 생애 통틀어 가장 슬프고 힘든 연휴였어. 우리 이랑이를 그렇게 맥없이 더나보내고 얼마나 힘들었던지... 올해 추석 연휴엔 동군이 오빠와 우리 이랑이 많이 그리워하며 지내려해. 원고도 써야하고 할 일이 많아. 추석 하루 정도만 할머니 댁에 가서 시간보내고 그외 시간은 집에서 잠잠히 우리 이랑이 생각하며 지낼게. 그러니 우리 이랑이는 서운해 하지도 섭섭해하지도 말고, 우리 곁에 맴돌아. 알았지?
myj4528
17-09-30 20:59  
이랑아~ 수리 강아지, 가든이 강아지 기억하니? 코카스파니엘... 그사이 3살이 되었더라. 허리도 쭉 길어지고 목청도 제법 좋아서 멍멍하고 짖으면 소리가 아주 우렁차... 다른 강아지들은 그렇게 잘 지내는데 우리 이랑이는 곁에 없어 무척 속상해. 다들 강아지 또 키울 거냐고 묻는데, 이랑이가 준 사랑이 너무 크고 소중해서 또 그럴 거라고 답을 하긴 해. 그치만 그게 그렇게 실천될지는 잘 모르겠어. 어떤 강아지가 오더라도 이랑이와 자꾸 비교를 하게 될 것만 같아... 지금도 동군이오빠를 보고 있으면 이랑이 생각이 나는데...
myj4528
17-10-01 21:23  
이랑아~ 오늘 할머니집에 가서 초코 강아지와 미코 강아지를 봤어. 배를 드러내며 애교를 부리길래 발가락을 모아쥐고 킁킁 냄새를 맡아봤어. 그런데 우리 동구니, 이랑이에게서 나는 그 누룽지 냄새, 고소한 냄새가 나지 않더라~ 우리 강아지들 발바닥은 참 고소한데, 할머니집 강아지들은 그렇지가 않더라~ 이랑이 발은 비누거품을 내어 한참을 씻기고 나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고소한 냄새가 나서 참 좋았는데... 이랑이가 없으니 동군이 오빠 발을 가져다 대는데, 동군이 오빠는 귀찮은지 발을 쓱~ 빼네... 속도 모르고... 엄마에게 기꺼이 손과 발을 내어 주던 우리 이랑이가 보고 싶다~
myj4528
17-10-02 17:18  
이랑아~ 여긴 긴 추석 연휴에 사람들이 잘 보이지가 않아. 다들 여행을 떠난건지 고향을 찾은건지 모르겠어. 엄마는 할머니, 할아버지, 지유이모와 리마인드 웨딩촬영을 하고 왔어. 귀여운 이랑이와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자 못한 게 못내 아쉬워. 예전엔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돌사진, 백일사진도 찍는데 우리 이랑이 한창 이쁠 때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담아 두지 못한 게 참 아쉬워. 기껏 찍어 노흔 사진은 스마트폰 에러와 컴퓨터 랜섬웨어 감염으로 모두 날려 버리고... 동군이 오빤 검은 눈동자가 하얗게 변해버렸고, 복스럽고 탐스럽던 하얗고 숱많던 털은 피부병과 스트레스로 탈모가 생겼어. 이젠 이쁜 모습으로 돌릴 수도 없네. 예전엔 생각지도 못한 일들로 인해 오늘도 참 속상한 마음 가득이야. 이랑아~ 시간이 흘러도 흘러도 후회할 게 남아 있다니... 후회와 자책이 사라지는 날, 진정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겠지...
myj4528
17-10-03 21:09  
이랑아~ 콩콩콩 이랑이~~ 추석이라서 친척들이 왔는지 윗층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나네~ 그렇게 뛰어다니는것 같지는 않은데 소리가 울려서 그런가 크게 나. 우리 이랑이가 못 걸어서 엉덩이를 질질 끌면서 다딜때, 근육이 다 빠져서 엉덩이에 뼈만 앙상하니 남아 콩콩 거릴 때마다 소리가 크게 나서 아마 아랫층에서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라 생각했을 수도 있을 그 소리... 이랑이는 뼈가 부딪혀서 아팠을 그 소리도 이제는 마냥 그리워. 슬픔이 밀려오면 그냥 마음을 슬픔에 맡기고 그냥 슬퍼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슬픔이 사라져버린다고 하던데, 항상 그런건 아닌가보다. 설에는 느끼지 못한 또다른 슬픔이 밀려와... 뭔가 집중이 안되고 허전한 느낌. 이랑이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myj4528
17-10-04 23:10  
이랑아~ 오늘 추석이라서 할머니댁에 다녀왔어. 동군이를 본 미코는 동군이 꽁무니를 졸졸 다라다니며 은근히 관심을 표하는데, 동군이는 쬐그만 강아지가 자꾸 따라다니니 귀찮았나봐. 결국 소파 밑에서 동군이 오빠가 미코에게게 한 번 짖어 대고는 등쪽을 물어버렸어... 밝고 명랑하던 미코는 혼비백산하며 몸을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더라... 동군이를 슬슬 피하는 미코를 보다가 도저히 안되어서 동군이 오빠 데리고 집으로 왔어. 양력으로 하면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간 날이 9월 14일이지만 음력으로 하면 바로 어제잖아. 그래서 앞으로는 추석날 우리 이랑이를 추억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할아버지께 졸랐어. 하늘나라 있는 우리 아기 강아지 이랑아~ 매일매일 우리 이랑이를 추억하지만 매년 추석마다 온 가족이 이랑이를 추억할거야~ 아무도 너를 잊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렴~~
myj4528
17-10-05 20:32  
이랑아~ 이번 추석 연휴는 참 길어. 쉬어도 쉬어도 시간이 멈춘 것 같아... 동군이 오빠는 잠만 자네. 동군이 깰까봐 뒷꿈치 들고 살금살금 화장실 좀 다녀오려면 그 사이 놀라서 달려 오는 동군이. 잠을 자면서도 온 신경은 엄마가 자기만 혼자 두고 어디 가는 거 아닌가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러워. 예전엔 동군이, 이랑이 둘이 같이 있어서인지 쿵쾅거리며 화장실을 가도 내다 보지도 않던 아가들이었는데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되었나... 화장실에 엄마가 있는 걸 보고 흔들리는 눈빛이 진정이 좀 되면 다시 방으로 가서 잠을 자는 동군이... 이랑이 떠난지 일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린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
myj4528
17-10-06 23:39  
이랑아~오늘은 비가 살짝 내려서 동군이 오빠 산책도 못 시켰어. 하는 수없이 앉고 아파트 복도를 어슬렁어슬렁하다가 창밖의 내리는 비도 보다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었네. 워낙 지루해하니 노즈워크도했다가 간식도 몇번이나 줬어. 요즘 피부가 안 좋아져서 가급적 간식을 안주려고 하는데, 산책도 못하는 날 간식마저 주지 않으면 너무 무미건조해져서 인지기능이 또 떨어질까봐 하는 수없이 간식을 또 줘버렸네. 우리 이랑인 피부 하나만큼은 튼튼했는데, 동군이 오빤 스트레스받으면 피부부터 신호가 오니... 이랑인 탈모도 한번 없었는데, 동군이 오빤 조금만 스트레스 받으면 등에 두 줄기 탈모가 진행되지... 에휴~ 민감한 동군이... 우리 이랑이가 참 대범했다는 생각이 들어~~
myj4528
17-10-07 21:14  
이랑아~ 오늘 아침 동군이 오빠는 또 다리를 절뚝이기 시작했어. 곤히 자는 동군이 오빠가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몇번 쓰다듬었더니 갑자기 일어나느라 근육이 놀랐나봐. 그리고나서는 목도 한쪼긍로 돌아가고 절뚝이며 불안한 눈빛으로  테이블 아래 숨어버리는거야. 얼마나 놀랐든지... 급히 온찜질 마사지도 해봤지만 소용없었어. 급히 베네풀에 메타캄약을 타서 줬는데, 예전같으면 잘 먹던 약인데도 도통 먹지 않으려 하더라... 닭고기 순살을 꺼내어 입가에 조금 묻혔더니 그건 먹길래 순상에 메타캄을 몇방울 떨어뜨려 먹였더니 다행히 먹더라. 그리고나서는 약에 취해 곯아떨어진 동군이 오빠... 잠든 동군이를 두고 씻으러 화장실에 잠깐 갔는데, 그 사이를 못참고 동군이 오빤 따라 들어와서 그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웅크리더라... 엄마 냄새나는 옷을 가져다가 화장실 바닥에 놔뒀더니 그 위에 다시 웅크리고 잠을 청하고 나서야 안정되는 동군이. 노즈워크를 하면 정신이 다른 데 쏠리니까 행여나 나아질까 했더니 역시나... 짧은 그 몇시간동안 얼마나 가슴졸였는지... 오후엔 동군이 오빠 데리고 아파트 산책도 다녀왔어. 우리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지켜주는거라고 동군이 오빠랑 한참 얘기나누면서 말야. 이랑아~ 잠시라도 방심하면 상태가 안 좋아지는 동군이오빠... 우리 이랑이가 지금처럼 잘 지켜줘~~~~
myj4528
17-10-08 22:55  
이랑아~ 파란색 극세사이불 기억하니?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기 전 마지막으로 누웠던 이불인데... 이랑이 숨결이 그리워서 이랑이가 떠나고 난뒤로도 한동안 세탁을 하지 못해던 그 이불... 그 이불에 동군이 오빠가 스트레칭을 하며 엎드려 있는데, 이랑이 모습이랑 똑같아... 이랑이보다 덩치도 크고 키도 더 큰 동군이 오빠지만 파란 이불에서만은 꼭 저렇게 몸을 웅크리지 않고 쭉 뻗어 있네. 우리 이랑이 생각나게... 세탁을 해도 강아지들은 그 냄새를 알아차린다고 하던데 동군이 오빤 우리 이랑이 냄새를 기억하고 있는걸까? 휘어 있는 척추뼈만 보다가 오늘 모처럼 쭉 뻗어 있는 동군이 오빠 척추를 보니 안심이 되는구나. 이랑아~ 우린 늘 세명이야~~
myj4528
17-10-10 00:43  
이랑아~ 긴 추석연휴가 끝나는 날, 마감해야 할 원고작업을 하느라 그만 이랑이에게 글 남기는 시간을 넘겨버렸네. 미리미리 했어야 하는데, 매일매일 뭔가 해야할 일들이 생겨서 마무리를 이제야 했지 뭐야. 이제 연휴가 끝났으니 일상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하루하루 일정들이 너무나 빼곡해서 한숨이 절로 나네. 이 말은 동군이 오빠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시간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해. 이랑이가 늘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혼자 있을 동군이 오빠가 걱정되는 건 어쩜 당연한거야. 이랑이는 혼자 있었던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 동군이 오빠까 거의 한달간 입원해 있을 때조차 이랑이를 혼자 두고 외출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동군이는 벌써 일년이 넘도록 혼자잖아. 그러니 우리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를 지켜줘~ 동군이 오빠에게 질투심 느끼지 말고 마음으로 사랑하고... 그럼 나중에 엄마가 이랑이 만날 때 이랑이를 정말 많이 예버하고 사랑해줄께~~~
myj4528
17-10-10 22:56  
이랑아~ 지난번 우리 아파트에서 발견된 유기견 있잖아.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님께소 유기동물보호소에 보내었는데, 오늘 경비원 아저씨 중 한분이 그 강아지를 데려 오셨어. 아파트 주민 중 한 분이 키우겠다고 의사를 밝혀서 데려오긴 했는데, 그 분이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나봐... 경비실 초소에서 목줄에 묶여서 마냥 기다리고 있더라., 아파트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평소와 다르게 경비실 어귀에 머물며 강아지를 화제로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냥 아파트 경비실에서 키우면 어떨까 제안을 했었어. 아파트 주민들 중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이 있으니 간식, 사료, 패드는 각자 조금식 내놓으면 될 일이니까... 워낙 순하고 사람을 잘 따라서 그래주면 좋으련만... 관리사무소 소장님이 어떤 반응이실지... 관심있는 입주민이 워낙 많으니 한 목소리를 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안락사 위기에서 다시 우리 곁에 온 강아지... 우리 이랑이가 보내온 추석 선물인 것 같아서 너무너무 반가웠단다~ 이랑아~ 고맘고 사랑해~
myj4528
17-10-11 18:49  
이랑아~ 요즘 강아지 카우겠냐고 문의가 참 많이 들어오네. 아파트에서 발견된 강아지도 그렇고... 오늘은 3살된 말티즈를 키우겠냐는 연락도 받았어. 마음 같어서는 굴뚝같지만, 동군이 오빠 질투심이 너무 심하니 쉽게 결정할 수가 없어... 이랑이에게는 질투심을 보이지 않던 동군이였잖아. 모든 걸 이랑이에게 양보하고 배려심많던 동군이... 간식이며 방석이며 엄마의 옆자리와 팔베게까지 모든 걸 이랑이에게 내어주었던 동군이였는데, 이랑이가 아닌 다른 강아지에겐 질투심이 어무 심해. 아파트 경비실에 있는 유기견 강아지 방울이 머리를 쓰다듬어줬더니 으르렁대며 방울이에게 덤비는 동군이를 보며 다른 강아지를 데려 오는건 어렵겠구나 생각했어. 동군이도 이랑이 외 다른 강아지는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된거겠지? 우린 모두 이랑이를 그리워해~~
myj4528
17-10-12 23:10  
이랑아~ 다시 안 좋은 소식이 있어. 그 사이 정들었던 방울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했어. 경비원 아저씨 중 한 분이 방울이를 너무너무 싫어하시네... 언성을 높이고 고성이 오갔나봐. 귀여운 방울이... 이제 시골로 가게되었다는데, 시골에 어느 연로한 어르신이 적적한 마음에 데려가겟다 하셨나봐. 시골 가서 적응은 잘 할 수 있을까? 동물보호소로 떠나던 날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고하는데, 이제 다시 시골로 가면 얼마나 쓸쓸할까. 도시와 달리 시골에서는 지금처럼 많은 사랑 못 받을테고, 사료와 간식은 커녕 잔반처리신세가 되겠지. 길을 잃어버려 더돌다가 고양한 분들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상상도하기 싫어. 이랑아~ 방울이는 다른 유기견과는 달리 너무너무 눈에 밟히는데 어쩌지. 동군이 오빠 질투심만 아니면 데려오고 싶은데, 너무 속상해. 이랑이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서 방울이라 어디에 있든 잘 좀 챙겨줘~ 이제 한살된 아가 강아지라고 하니까 말야~~~
myj4528
17-10-13 23:12  
이랑아~ 오늘 서울 출장을 다녀오니 방울이는 떠나고 없더라. 경비실 앞에 휑~하니 너무 속상해. 고막 몇번 만난 유기견인데 어쩜 이리 정이 들었는지... 애교많고 사람을 유독 잘 따르던 강아지. 목줄의 방울 소리때문에 아파트 아이들이 방울이라 이름 쿹여서 다들 방울이라 불렀던 비글 믹스견... 짦은 시간 소중한 인연으로 간직하려 해도 마음 한켠은 아련해. 우리 이랑이가 보고픈 것처럼 방울이도 보고프다... 집에 있는 동군이 오빠에겐 일부러 마지막 작별인사를 시켜주지 않았어. 이랑이를 보내고 한동안 우울했던 동군이 오빠 모습을 기억하기에 방울이와의 헤어짐은 모르게 하고 싶었어. 이랑아~ 방울이와 이별했는데 유달리 이랑이가 보고프네...
myj4528
17-10-14 21:55  
이랑아~동군이 오빠 콧등 색이 점점 옅어지고 있어. 새까맣던 이랑이와 달리 동군이 오빠는 짙은 갈색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색이 점점 옅어지더니 이젠 갈색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듯해. 이랑이는 나이가 들어도 새까만 코 색을 유지했었는데... 핸드폰 배경화면 속 이랑이의 눈과 코는 어찌나 새까만지 게다가 촉촉히 젖어 있는 게 화면 밖으로 막 튀어 나올 듯해. 일부러 이랑이 얼굴을 보려고 핸드폰 덮개를 열었다 덮었나 하기도 한단다. 그런데 동군이 오빤 코 색도 점점 옅어지고 만져보면 늘 건조한 것 같아. 코에 일부러 물을 묻혀보기도 하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네...동군이와 이랑이는 여로모로 다른 면이 많아... 그래서 이랑이는 이랑이대로 동군이는 동군이대로 사랑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네~ 이랑이도 이쁘고 동군이도 이쁘고 둘 다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myj4528
17-10-15 19:18  
이랑아~ 밤부터 비가 와서인지 오늘 아침은 제법 쌀쌀하더라. 동군이 오빠는 발코니에 나가 응아를 하곤 했는데, 밖이 추워서인지 거실에 응아를 해뒀어. 바깥 창문을 열어두었더니 찬 바람이 싫었나봐~ 자다가 동군이 오빠가 안 보여서 나가보면 거실 한켠에 둔 우리 이랑이 분홍색 방석과 동군이 파란색 방석 위에 앉아서 우두커니 있곤 했었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방안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어. 부랴부랴 따뜻한 옷을 입히고 나니 그사이 살이 많이 빠져서 웃이 헐렁해... 체중은 그대로인데 목의 근육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우리 이랑이 목 둘레가 엄지와 검지로 한 바퀴 두르고도 남을 그 무렵이 생각나...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목을 가눌 수조차 없던 우리 이랑이... 이랑이가 입던 옷 동군이 오빠에게도 입혀. 이랑이 냄새 맡으라고 그러는 거야. 이랑이 없다고 동군이 오빠에게 그냥 준 게 아니라는 거 잘 알지? 그렇게라도 이랑이를 기억하라는 뜻이야. 동군이도 그 마음을 아는지 이랑이 옷을 입히려 들면 안 입겠다고 머리를 이쪽 저쪽으로 피하곤 해. 모르는 척해도 동군이 오빠도 이랑이 하늘나라 간 거 다 알고 있나봐... 슬프다...
myj4528
17-10-16 23:42  
이랑아~ 어제보다 오늘 날씨가 더 서늘해. 시골 농장으로 갔다던 방울이 강아지는 가뜩이나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던 강아지였는네, 갑자기 서늘해진 날씨에 잘지내는지 모르겠네. 실내에서 보호받던 강아지가 길을 헤매다 이젠 집밖에서 생활하는 강아지가 되었으니 참 속상해. 우리 이랑이가 있는 그 곳 하늘나라는 날이 따듯해서 밖에 있어도 괜찮은건지 그렇지 않으면 무지개 다리 위는 날시가 또 다른지 궁금하네~ 우린 언젠가 만나게 될테니 그때 하늘나라 얘기 많이 들려줘~~~~
myj4528
17-10-17 23:06  
이랑아~ 날은 쌀쌀했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 날씨여서 동군이오빠와 아파트 한 바퀴 돌고 왔어. 너무 더워서 더무 추워서 너무 아파서 산책하지 못하고 지나왔던 숱한 날들... 그 바람에 우리 이랑이의 마지막 산책은 기억 저 너머에 있어.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 한 바퀴를 돌려 나갔더니 가끔 만나던 닥스훈트도 산책 나왔네. 어쩜 우리동군이 오빠와 산책이 그리도 비슷한지... 방울이 소식도 들을 수 있었어. 의령이라는 시골 마을 어느 할머니댁으로 갔다는... 이 추운날씨에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지내고 있다는... 시골은 밤도 빨리 찾아오고 도시의 불빛이 없으니 깜깜하기 그지 없을텐데 잘 지내고 있다고만 하네... 직접 눈으로 본 게 아니니 정말 잘 지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어.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우리 이랑이는 알고 있지? 이땅의 많은 길잃은 강아지들을 보며 함께 가슴아파하고 있니? 이랑이 친구 야옹이를 쫓는 동군이오빠도 보고 있니? 그렇다면 가끔씩 우리 이랑이 생각에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엄마도 보고 있겠구나...
myj4528
17-10-18 22:13  
이랑아~ 아침마다 동군이 오빠 팔, 다리, 척추에 따뜻한 수건으로 마사지를 해줘. 아침에 눈뜨면 동군이 오빠가 기지개 펴면서 삐끗할 수 있으니까 제일 먼저 하는 일이야. 예전엔 눈뜨면 커피부터 준비했는데 꽤  달라진 삶이지. 그리고 나서 드라이어로 바람을 쐬주면 따뜻한 바람에 동군이 오빠는 노곤해 한다. 아침 시간이 바쁘긴 하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을 들여서인지 동군이 오빠는 다시 건강을 찾아가고 있어. 이랑이에겐 해 주지 못한 것들이지.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몰라서 못했고 계절이 안 맞아 하지 못했던 그 숱한 일들. 날이 쌀쌀해지니 하나둘 아쉬움으로 다가 오네. 이랑아~ 아직도 후회할 게 남아있는 걸 보니 이랑이를 여전히 많이 그리워하나봐~ 사랑하는 이랑이, 사랑많이 받았던 이랑아~ 참 보고 싶구나...
myj4528
17-10-20 00:34  
이랑아~ 같은 층에 계시다 작년에 정년퇴임하신 교수님을 오늘 우연히 뵈었어... 작년에 이랑이가 하늘나라가서 참 힘들어할 때, 그때 동군이 오빠마저 너무 아프던 그때 많이 힘들어하던 엄마의 모습을 봐서인지 오늘도 우리 강아지들 안부를 여쭤오시네... 떠난 이랑이는 마음으로 잘 보내 주었는지도 염려하시는구나... 아직 그대로라고... 이랑이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마음을 그대로 전했단다. 우리 이랑이, 여전히 사랑하고 보고싶고 복스럽던 털을 만니고 싶고, 또르르 말려 있던 그 꼬리털을 펴보이고 싶고... 너무나도 사소한 일상이던 것들이 이젠 가장 그리워하는 게 되버렸네... 이랑아~ 이랑이를 잃고 나니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슬퍼하는 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더 이해가 되는구나. 우리 이랑이는 하늘나라 가서도 엄마를 성장시키는 강아지구나...
myj4528
17-10-20 22:08  
이랑아~하늘나라에서도 목마르면 물을 찹찹찹하고 마시니? 이랑이가 한참 아플 때 약부작용으로 입이 마르니까 물을 그렇게 마셔댔었지. 한번에 100번을 넓게 찹찹찹한 적도 꽤 되었어.  동군, 이랑 둘 다 있을 때에도 패드는 아침에 새거 하나 깔아 놓으면 다음 날 아침가지 거뜬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동군이 오빠 혼자인데도 아침에 출근할 때 하나, 그리고 퇴근해서 또 하나를 깔아줘야할 판이야. 동군이 오빠가 물을 왜 그리 많이 마시는지 모르겠어. 낮시간동안 혼자 있을텐데 스트레스때문에 그러는지 왜 그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아파서 그런 건 아니길 바라는데 갑자기 불안해...
myj4528
17-10-21 20:22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컨디션이 좋아졌어. 아침에 늦잠 자느라고 있으면 얼른 일어나라고 앞발로 요렇게요렇게 해~ 우리 이랑이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가 슬픈 일이 있어서 울고 있으면 동군이 오빠는 먼 발치에서 곁눈질로 눈치만 보곤 했었는데, 우리 이랑인 꼭 다가와서 고개를 몇번 갸우뚱하고서는 앞발로 요렇게요렇게 했었지. 그럼 울다가도 우리 이랑이 보며 힘을 내곤 했었어. 그럼 동군이 오빠도 가까이 다가와서 엄마에게 안기려했고 그럼 질투심 많은 우리 이랑이는 으르렁 입질을 하고 동군이 오빠와 다투곤 했었지. 참 소소한 일상이었는데 그 일상이 다시는 오지 않네. 입질하던 이랑이가 없으니 동군이 오빠는 성격이 온순하기 그지 없어. 온 몸을 할퀴어대던 이랑이가 없으니 이젠 모기에게 물린 자국만 흉터로 남아... 이랑이가 할퀴어도 아픈 줄 몰랐는데 이젠 흉터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참 아파. 이랑아~ 참 많이 보고 싶에. 우리 다시 만나는 날은 언제일지...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어~
myj4528
17-10-22 19:50  
이랑아~ 요며칠 내내 강아지 목줄을 하지 않아 사람이 강아지에게 물리는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해... 당연히 했어야 할 강아지 목줄을 하지 않은게 정말 이해가 안가면서도 목줄을 너무 좋아하던 우리 이랑이가 또 생각나 이렇게 글을 남겨. 이랑이는 산책이라는 두 단어만 들어도 꼬리를 있는대로 흔들어대며 한 바퀴를 뱅글뱅글 돌다가 목줄이 걸려 있는 곳 앞에 딱 서서 얼른 목줄을 해 달라고 보태었는데 말야. 때로는 너무나 산책을 하고 싶은 나머지 두발로 깡총 뛰어 기어이 목줄을 그집어 내어서는 입에 물고 오던 재능까지 보였었지. 털에 먼지가 묻을까하여 외출복을 입히고 목줄을 채우면 손살같이 달려가 현관앞에 대기하던 우리 이랑아~ 이랑이 목줄은 아직 집에 그대로 있단다. 이랑이 목줄은 크기가 작아서 동군이 오빠가 사용하지모 못해. 영원히 우리 이랑이꺼야~~~ 보고싶다. 목줄을 좋아하던 우리 이랑이가...
myj4528
17-10-23 22:22  
이랑아~ 동군이 오빠 피부가 안 좋은 것 같아서 오늘부터 베네풀은 먹이지 않기로 했어. 우리 이랑이가 남겨준 베네풀 간식. 이랑이가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으려고 해서 이것저것 구입했었는데, 정작 이랑인 먹지 않으려 해서 동군이 오빠를 줬었지. 그렇게 동군이 오빠에게 먹이기 시작하다 아침 저녁 약 먹이기 위해 먹이기 시작한 게 벌써 1년이 넘었어., 혹시 피부가 안 좋은 게 닭고기때문인가 해서 오늘부터 일주일 가량 안 먹여 보려고... 자다가도 긁는 소리에 무척 걱정되거든. 피부 가려움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부디 호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랑아~ 엄마 욕심이 좀 과하니? 못 걸을 땐 걷게만 해달라 그랬는데 이젠 또 피부 걱정을 하고 있으니. 우리 이랑이가 보기에 너무 한거니?
myj4528
17-10-24 23:33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피부가 안 좋아서 닭가슴살과 닭살코기를 안 먹이긴 하는데, 대신 액티베이트도 먹여야 하고 오메가3도먹여야 하니 궁여지책으로 소간 파우더에 섞어줘 봤어... 캡슐약 겉에 따뜻한 물을 적신다음 소간 파우더에 뭉쳐 줬더니 게눈감추듯 먹어치우네. 그런데 하루종일 사료를 안 먹었는지 배는 쏙 들어가 있어. 대개는 베네풀을 먹고 나면 식욕이 왕성해져서 바로 사료통으로 갔었거든. 그런에 오늘은 아침에도 사료를 안 먹더니 늦은 밤, 집에 와서 보니 오전의 사료도 그대로이고 동구니 배는 홀쭉해져 있어. 이제 또 단식투쟁에 들어간건가? 예민한 동군이 오빠... 이랑이가 꿈속에라도 나타나서 좀 챙겨주렴~ 동군이 오빠는 가금 요란하게 꿈을 꾸잖아. 몸을 들적이며 콧소리도 내면서 말야... 늘 단짝처럼 잘 지낸 우리 두 강아지~ 부탁해~~
myj4528
17-10-26 22:30  
이랑아~ 어젠 파트라슈에 들르지를 못했어. 혹시 이랑이가 기다렸을까 미안해... 요즘 길가에서 만나는 강아지들이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다. 자기네 보호자를 두고서 엄마를 졸졸졸 따라오는 모습도 귀엽고, 낯선 강아지의 냄새를 맡으려 다리에 엉겨 붙는 모습도 귀엽고, 아기 강아지들이 그렇게 예쁜 줄 몰랐어. 우리 이랑이 아기때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늘 병원만 달려갈 줄 알았지 우리 이랑이 커가는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아 두지를 못했어. 이랑아~ 이랑이를 보내고 나서 보니 이제 강아지를 또 데려올 때는 뭐부터 해야할 지 감이 좀 생기네. 우리 이랑이는 그 덕을 보지를 못했구나... 이랑아~ 날이 갑자기 차가워져서 산책을 못나가니 놀이터 주위를 돌면서 우리 이랑이에게 말 거는 일도 없네. 창밖을 보며 우리 이랑이는 뭐하고 있나 마냥 궁금해 하는게 전부란다. 이쯤 되면 꿈속에라도 한번 나타나줄 법도 한데,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하는걸까...
myj4528
17-10-27 07:36  
이랑아~ 오늘은 엄마가 출장을 다녀와야 해서 동군이 오빠 혼자 집에 있어야 해. 최근들어 잘 지내는 것 같기는 하지만 간혹 하울링도 하고 문도 긁는 행동도 관찰되는 것을 보면 여전히 이랑이의 빈 자리, 엄마의 빈 자리를 잘 느끼는 것 같으니까 이랑이가 동군이 오삐 쓸쓸하지 않게 불안하지 않게 잘 지켜주렴. 이랑이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을 때 늘 곁을 지켜준 동군이 오빠를 기억해야 해. 알았지? 그럼 또 만나자~
myj4528
17-10-28 19:16  
이랑아~ 엄마는 이제 출장을 마치고 집에 왔어. CCTV로 동군이 오빠를 자주 살폈는데, 밤에는 잠을 곤히 자길래 안심했더니 아침에는 화장실을 그렇게 들낙거리더라. 뭘하는가 궁금했는제 집에 와서 보니 궁금증이 해결되었어. 벽에 걸려 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돌돌돌 풀어서 바닥에 늘어놓았네^^ 그 옛날에 한창 장난 치다가 어느날엔가부터 사라졌던 그 장난. 이랑이와 동군이 둘이서 앞다투어 휴지를 풀어헤치며 쓰레기통을 뒤지던 그 시절이 다시 생각나네. 하도 어이가 없오서 혼내지도 못하고 너털 웃음을 짓던 그 시절... 우리 아기들 스트레스를 풀 때가 없어서 엄한 휴지에 스트레스를 다 풀었구나 했는데, 동군이 오빠가 어젠 참 힘들었나봐. 밖이 어두어지는데 엄마는 돌아올 줄 모르니 그랬겠지. 얼마나 긴장을 했었는지 지금은 곯아떨어졌어. 긴장이 다 풀어져서겠지. 측은하고 가여운 우리 동군이...
myj4528
17-10-29 18:51  
이랑아~ 동군이와 함께 뒹굴뒹굴하며 하루를 보내었네. 아무 것도 한 게 없지만 어제 그제 동군이를 외롭게 두었다는 생각에 오늘은 온종일 동군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었어. 너무나도 안정감있는 동군이오빠의 표정.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흔들리는 눈빛과 동그랗게 뜬 눈. 그리고 간헐적인 낑낑댐... 오늘은 한 차례도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어. 동군이 오빠가 원하는 건 맛있는 간식이나 예쁜 옷이 아니라 그저 엄마와 오롯이 함께 있는 시간일거야 그치. 우리 이랑이도 같은 생각일 것 같은데, 어째서 꿈에는 안 나타나는걸까.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한건가... 자기 직전에 이랑이 생각 많이 하면 꿈속에 나올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봐...
myj4528
17-10-30 22:37  
이랑아~ 동군이 오빠와 산책을 못 나간지 일주일은 넘은 것 같아.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할일이 없는 동군이 오빠는 얼마나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지... 그런 동군이를 보는 마음도 안 좋고 측은해. 자극이 많이 주어져야 건강할텐데 외부 자극없이 시간만 보내다 보면 아무리 좋은 약을 많이 먹어도 그 효과는 반감되고 말텐데 말야. 확실히 지난 여름방학기간보다 동군이 오빤 훨씬 더 나이들어 보여. 총명하던 눈도 다시 뿌옇게 변해가는 듯하고, 윤기가 흐르던 털도 엉키기 시작한 것 같아. 날이 추워지기 전에 털 관리를 좀 해줘야할까봐... 동군이 오빠와 엄마, 올 겨울 무탈하게 잘 날 수 있겠지?
myj4528
17-10-31 23:52  
이랑아~ 산에는 단풍이 참 곱게 드리워져 있어. 길가 가로수도 노랗고 붉게 물들고... 바람이 부니 낙엽이 떨어지기도 하네. 우리 이랑이가 봤더라면 떨어지는 낙엽을 쫓아가느라 정신없었을 것 같은데... 떨어져 있는 낙엽을 기어이 밟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을 우리 이랑이. 이랑이가 떠나고 두번째 맞는 가을인데, 여전히 허전하고 쓸쓸해. 오늘 10월의 마지막날이라고 할로윈데이라고 떠들썩한데, 엄마는 그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우리 이랑이 생각을 하는 게 다야.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니 이랑이가 더 보고 싶네... 하늘나라에서는 뭐하며 지내는지 얼마나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지 참 많이 궁금해...
myj4528
17-11-01 22:27  
이랑아~ 오늘 동군이 오빠 얼굴 미용하러 다녀왔거든. 그런데 샵에 낯선 강아지가 있더라. 이름이 아기라고 하는 말티즈였는데, 눈이 똘망똘망하고 몸을 동그렇게 해서 의자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더라.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우리 이랑이 생각이 나더라. 우리 이랑이도 원피스 입혀 놓으면 참 예뻤는데... 옷 입기 싫어하는 동군이 오빠와 달리 이랑이는 옷입히려 하면 얼굴을 갖다 대는 귀여운 아가였는데... 이랑이는 체구가 작아서 어떤 옷을 입혀 놔도 참 많이 예뻤지... 이랑이 옷들 중 세탁하고 사이즈가 줄어든 옷은 죄다 할머니 집 초코 강아지 갖다 줬는데... 이젠 초코가 살이 많이 쪄서 이랑이 옷을 못 입게 되니 우리 이랑이 옷들이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 몇 안 남은 옷들 중 동군이 오빠가 입는 것도 있고... 동군이 오빠는 얼굴 다듬어 놓으니 다시 귀여운 아기 모습이야. 털이 길었을 때는 할아버지 느낌이 나서 속상했는데, 털 다듬으니 동안이 되었어^^ 하늘나라에서 내려다 보는 동군이 오빠, 여전히 귀엽지?
동군이랑
17-11-03 00:45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피부질환때문에 요즘 베네풀을 그만 먹이고 있어. 닭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몰라도 피부가 나을 생각을 않네. 눈물 자욱도 부쩍 심해지는 것 같고... 그래서 소간 파우더를 구해 먹이고 있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눈 주위 색도 거의 안 변하고 배를 긁어 대는 모습도 보이지 않아. 뭐든 약으로만 해결하려 했던 지난 날들을 반성하고 있어. 우리 이랑이도 눈물 자욱이 참 심했었는데 진작에 알았더라면... 소간 파우더는 맛있기도 한지 동군이 오빤 허겁지겁 먹어치우거든... 우리 이랑이 하늘 나라 가기 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못 봐서 얼마나 안타까운지 몰라. 고개를 가눌 힘조차 없는데도 가까스로 힘을 내어 한다는 게 먹기 싫다고 고개를 돌리는 거였으니... 휴... 우리 이랑이 생각만 하면 아쉬운 게 계속 떠올라 너무 너무 속상해...
동군이랑
17-11-03 20:48  
이랑아~ 오늘 우연히 '대화가 필요한 개냥'이라는 TV프로그램을 보는데, 강아지들과 숨바꼭질 하는 장면이 나오더라. 우리 동군이, 이랑이도 숨바꼭질 잘 했었는데 그치? 동군이는 이곳 저곳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찾는 데 비해 우리 이랑이는 골똘히 생각한 끝에 목적지를 향해 한달음에 달려와 엄마를 찾아내곤 했었어. 너무 똑똑하게 잘 찾아 내니까 점점 고난이도로 숨기도 하고 그랬는데... 옛날 생각이 절로 나네. 꼭꼭 숨은 엄마를 찾아 내고는 좋다고 꼬리를 흔들며 한 바퀴를 돌던 우리 이랑이. 이젠 이랑이 없이 동군이 오빠 혼자만 숨바꼭질 놀이를 해서인지 엄마가 숨어 버리면 동군이 오빠는 너무나 겁에 질려서 엄마를 찾으러 여기저기를 달려가는 바람에 위험해서 숨바꼭질을 하지도 못해... 이랑이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우리에겐 참 많은 변화가 있어...
동군이랑
17-11-05 00:14  
이랑아~ 오늘 길에서 우연히 동물병원에서 가끔 만나던 강아지와 마주쳤어. 당뇨로 치료받던 강아지였는데, 노란 리본을 메고 있더라. 잘 무니까 손을 대면 안된다는 징표로 요즘 징표로 많이 부착하는 듯해.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 간 소식은 모르고 있더라. 늘 강아지 둘을 낑낑대며 안고 들어왔던 걸 기억하고 있었는데, 오늘 동군이 오빠와만 외출을 한 걸 보고 이랑이 안부를 묻더라... 우리 이랑인 벌써 하늘의 천사가 되었다는 얘길 들려 주며, 서로의 강아지들의 안부를 주고 받았어. 엄마가 그 강아지를 기억해 주어 고맙다고 하더구나...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병원을 가다 보니 병원의 온갖 강아지들을 다 알게 되었었지. 그 시간들도 엄마에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단다. 병원 한 켠에서 매일 뽑아 마시던 탐앤탐스 커피마저도...
동군이랑
17-11-05 23:03  
이랑아~ 동군이 오빤 허리 아픈 게 많이 좋아졌나봐. 예전엔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예민해서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곤 했는데, 지금은 자는데 툭 건드려도 그냥 가만히 있어. 잘 때도 이불 속으로 알아서 들어와서는 몸을 동그랗게 말아 누워. 귀여워서 이불을 살짝 들어 보고 있으면 정전기에 털이 날려서 부지직 거리는 소리에 놀랄 법도 한데 그냥 가만히 있어. 예전같으면 이불 밖에서 잤을텐데 이젠 이불 밖에서도 그리고 이불 안에서도 잠을 참 잘자. 잠을 참 예쁘게 잘 자서 잠동군이라 이름 지었는데, 정말 이름대로야. 우리 이랑인 그런 동군이와 늘 함께일 거란 의미로 이랑이라고 이름 지어줬는데, 이름대로 늘 동군이 곁에 있었네... 동군이와 이랑이가 아기 강아지를 낳으면 우리, 함께라고 이름 지으려 했는데, 그건 하질 못했어... 이랑아~늘 우리를 지켜 주고 있는 거 너무 잘 알아. 스산한 바람이 불어와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보니 낙엽밟느라 강총대던 이랑이의 모습이 더 생각나네...
동군이랑
17-11-06 23:27  
이랑아~ 이랑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이랑이의 까만 눈동자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데, 힘차게 꼬리를 흔들던 모습, 하늘을 날으는 것처럼 신나게 달리던 그 모습들을 영상으로 담아 놓지 못한 게 무척 안타까워. 그 많던 사진들도 랜섬웨어, 바이러스, 외장형하드 접속 불량 등으로 수시로 유실되 버려서 우리 이랑이를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 되지도 않네. 그 몇 안되는 것으로 이랑이를 추억하고, 머릿 속에 그려지는 얼굴, 떠오르는 얼굴로 이랑이를 그리워해. 잠자던 모습들, 헥헥대던 모습들도 선명하게 그려져... 예전에는 아픈 모습만 기억에 남아 너무 힘들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우리 이랑이와 행복했던 순간들이 더 많이 생각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때문에 동군이 오빠와 더 많은 추억을 쌓으려는 것이기도 해. 이랑아~ 이름마저 이쁜 우리 이랑이, 날이 추워지니 참 많이 보고 싶네~
동군이랑
17-11-07 23:51  
이랑아~마약방석을 둬도 동군이 오빤 이젠 영역 표시를 안해. 마약방석뿐 아니라 집 안 어디에도 영역표시를 하지 않아... 이랑이와 함께 있을 대는 곳곳에 영역표시를 하느라 몰딩이 벗겨진 곳도 많아. 가끔은 이랑이 사료 그릇에가지 영역 표시를 해서 이랑이가 동군이에게 깡깡깡도 정말 많이 했잖아. 이랑이가 없으니까 이젠 모든 게 자기 것이라 생각해서인지 영역표시 자체를 하지 않아. 그래서 청소하기는 좋아졌지만, 동군이가 영역표시하고 이랑이가 으르렁대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해... 어떤 날엔 이랑이 등이 젖어 있어서 이게 뭔가 보면 이랑이 등에 영역표시를 해서 이랑이가 기겁을 한 적도 있었지. 동군이는 참 개구쟁이였어 그치? 이젠 이랑이가 없으니 그런 재미나 없네. 하루종일 쓸쓸히 시간을 보내는 동군이 오빠, 낮잠 잘 때 꿈속에 좀 나타나주면 안될까? 요즘 들어 부쩍 측은해 보여...
동군이랑
17-11-08 23:36  
이랑아~요즘 길을 다니다 보면 입마개를 한 강아지들을 많이 많아. 작은 강아지들인데도 입마개를 하거나 노란 리본을 맨 강아지들을 보면 간혹 사람을 무는가 싶다가도 혹시나 사람들이 꺼려할까 그러나 싶기도 해. 우리 이랑인 동군이오빠와 달리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동군이오빠는 사회화가 잘 되었는데, 이랑인 동군이가 늘 옆에 있다고 생각해서 훈련을 덜했는지도 모를 일이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랑이를 데려 오기 전에 동군이는 책가방에 쏙 넣어 학교에도 많이 데려가 수업시간에도 데리고 가고, 어떤 날에는 로비에 있는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맡기기도 해서 사람들과 친화력이 더 빨리 생겼나봐. 그런데 이랑이는 항상 동군이와 함께 데리고 다니거나 그렇지 않으면 둘 다 집에 두고 다니니 더 분리불안이 심했는지도 모를 일이야. 기차를 타도 동군이 오빠는 서울-부산 도착할 때까지 꼼짝을 안했는데 이랑이는 두어번은 짖었던 것 같아... 그 당시엔 기억을 못했는데 오늘 지난 시간들을 가만히 돌아보니 우리 이랑이의 입질이나 습관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 이랑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나는 걸 보면 미안한 맘이 커...
동군이랑
17-11-09 23:22  
이랑아~오늘 학교 다녀오니 동군이 오빠가 쓰레기통을 다 뒤져 놓았네. 문을 꼭 닫고 나왔는데, 어떻게 문을 열고 쓰레기통을 헤집어 놨어... 예전 생각이 마구 나더라. 학교 다녀왔더니 동군, 이랑이 온 집안을 어질러 놓았던 일. 그땐 똑똑한 이랑이 소행이라 생각했는데, 오늘 헤집어 놓은 쓰레기의 면면을 보니, 예전의 일들도 이랑이가 아니라 동군이가 주도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 이랑이 혼내킨거 미안해서 어쩌나... 어쩐지 동군이가 눈치를 슬금슬금 보더라니... 나는 동군이가 순둥이라서 이랑이 혼나는 거 보고 눈치본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네... 세상에나...
동군이랑
17-11-10 18:37  
이랑아~ 몸이 너무너무 고단해서 이랑이 보러 왔어. 무쇠팔 무쇠다리 엄마도 에너지가 고갈되었나봐. 14년만에 감기에 극심한 목감걸려 목이 다 쉬었어. 쉬어야 하는데 말을 안해야 하는데, 이번 주는 유독 바쁘고 유독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네... 이랑이 밤새 간호할 때 힘들다고 이랑이 보는 앞에서 울면서 투정부렸던 것도 참 미안. 지금 이 상황에 비하면 그땐 행복한 고단함이었는데... 지나고보니 그건 힘든 축에도 못 끼는 거였었는데. 우리 이랑이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엄마는 어떤 모습이니. 늘 고단해서 스르륵 쓰러지듯 잠드는 엄마 모습 처음 보지... 얼른 이 시간들이 지나가길... 얼른 휴식과 쉼이 찾아오길. 그날은 꿈에 우리 이랑이가 꼭 찾아와줬으면 해. 지금은 꿈에 나타나도 엄마가 못 알아볼 것 같아서 그래...
동군이랑
17-11-11 23:55  
이랑아~ 감기가 너무 심해서 오늘은 하루종일 누워만 있었네. 덩달아 동군이 오빠도 하루종일 잠만 자네. 엄마가 누워만 있으니까 눈치 보지 않고 마음 놓고 자는 것 같아. 평소같으면 언제 나가나 싶어 눈치만 보던 동군이였는데... 너무 곤하게 자니까 눈꺼풀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 노즈워크 한번 시켜 주니 신나게 찾아 먹고는 다시 곤히 잠드는 동군이. 엄마가 옆에 있으니 마냥 좋은가봐... 우리 이랑이도 그랬었지. 비록 병원 가는 외출이지만 엄마와 함께 길을 나서는 건 늘 신나했었는데... 이젠 혼자이니 얼마나 슬플까. 동군이가 부럽기도 하지. 나중에 이랑이 만나면 못다한 거 모두 다 보상해 줄테니 조금만 기다려...
동군이랑
17-11-12 23:58  
이랑아~ 날이 많이 추워져서 동군이 오빠 옷을 몇벌 샀어. 기모가 들어가서 톡톡하니 따뜻할 것도 같고 또 동군이 오빠는 빨강이 잘 아울리니까 ㅂ라랑으로 골라봤는데, 주인님 말씀을 잘 듣자라고 쓰여진 옷이 있네. 우리 강아지들은 워낙 말을 잘 들어서 굳이 그런 글귀가 필요하진 않지만 뭔가 귀여워 보여서 한 번 사봤어. 그래서일까? 동군이 오빠는 쓰레기통을 뒤지지도 않고, 노즈워크 신나게 잘 하고 잠도 잘 자... 패드위에 응아를 하는 진귀한 광경도 다 보네^^ 홋 한벌에 이렇게 우린 깔깔거리고 있어. 우리 이랑이는 엄마 없이 맞는 두번째 겨울이구나. 작년 겨울은 정신없이 그리 흘려 보냈고, 올 겨울은 쓸쓸하게 보내는 거 아니니. 우린 늘 이랑이 생각으로 가득해. 그러니 너무 서운해 하면 안된다~~
동군이랑
17-11-14 01:05  
이랑아~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분이 이랑이 안부를 묻네.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갔다고 하니 도무지 믿지를 않아. 너무나 총명하던 눈, 까만 눈동자의 이랑이는 오래오래 잘 지낼거라 믿었대. 오히려 동군이가 더 먼저 떠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랑이가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나봐. 엄마도 그랬는데 뭐... 동군이가 더 먼저 아팠기에 우리 이랑이는 동군이의 빈 자리를 지켜줄거라 믿었었는데, 이랑이 떠난 빈 자리를 동군이가 지켜주네. 일주일새 또 체중이 급격히 줄어든 동군이. 가끔식 이렇게 살이 빠질 때면 너무너무 걱정이야. 뭐가 원인인지 모를 일이야. 그랬다가 또 괜찮아지겠지라는 안도감으로 그냥 저냥 지내. 너무 호들갑 떨면 정말 저 멀리 떠나가 버릴까봐 두려워 그런거야...
동군이랑
17-11-14 23:29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요즘 눈물을 많이 흘려서 한우 소간 파우더를 주문했는데, 경비실 아저씨 식사중이라 택배를 못 챙기고 그냥 왔거든. 인터폰이 왔길래 동군이를 안고 택배 가지러 다녀왔어. 예전엔 택배 무게 때문에 항상 이랑이만 안고 내려가고 동군이는 집에 혼자 두었는데, 그 짧은 시간에도 동군이 오빠의 하울링은 아파트가 떠나갈 정도였지. 이랑이가 없으니 동군이를 데리고 낑낑대며 내려갔다 왔는데, 동군이 오빠가 얼마나 신나 하는지 몰라. 잠깐의 찰나에도 야옹이들이 있나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낙엽 떨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동군이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며 다녀왔네. 소간 파우더에 오메가3 섞어 주니 순식간에 먹어치우고는 그릇을 입으로 영차영차하며 구석으로 몰고 가기도 해. 먹성이 다시 살아난 걸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네. 요며칠 체중이 줄어 걱정 많이 했었는데... 동군이 오빠와 이번 겨울 행복하게 잘 지내야하는데... 겨울이 되면 디스크 증상이 악화되니 조심 또 조심해야겠어... 이랑이도 이런 우리 지켜보고 있지...
동군이랑
17-11-16 21:58  
이랑아~ 지진이 나서 대피한 이재민들이 TV에 나오는데, 강아지들 모습도 보여. 작년 지진났을 때가 생각나네. 입원해 있던 이랑이 퇴원시키려는데 지진이 일어났었어 그치. 생생하게 그날이 기억나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어... 엄마는 감기가 다 나은줄 알았는데,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인지 기침이 다시 시작되버렸어. 병원 가서 주사 맞고 누워서 오랜만에 아무 생각없이 두어시간을 꿀잠을 잤어. 위험한 약이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정말 깊게 잤어. 그런데 꿈 속에서 이랑이를 만났지 뭐야. 여전히 아파서 다리를 끄는 모습의 이랑이였지만 파란색 세라복 티를 입고 씩씩하게 콩콩거리는 이랑이여서 힘들어 보이지 않는 모습이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꿈속에서 이랑이를 만나서 반가워서 그랬는지 잠꼬대까지 했다고 간호사님이 알려주셨어. 너무너무 이랑이가 보고 싶었었는데 참 감사해~ 오늘처럼 또 꿈에 들러줘~ 대신 다음 번엔 아프기 전의 이랑이 모습을 봤으면 좋겠고...
동군이랑
17-11-17 22:46  
이랑아~액티베이트와 오메가 3주문했는데 이번엔 4일만에 도착했네. 전에는 통관 거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한번 주문하면 3주는 기다렸어야 했는데, 요즘 워낙 노령견이 많아 주문량이 많아서인지 런던에서 4일만에 약을 받아봤어. 올마나 주문해야할지를 늘 고민하곤 해. 동군이 오빠가 엄마 곁에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하면 마음 같아선 앞으로도 오래오래 같이 있었으면 하지만, 그렇다고 약을 너무 넉넉하게 주문해놨다가 동군이가 떠나고 나면 그 약을 볼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니. 약통 한가득 있는 우리 이랑이 먹던 약. 종류도 다양하고 용량도 제각각이네. 우리 이랑이가 먹던 마약성 진통제들을 보면 이랑이 생각이 절로 나... 마지막 처방받은 일주일치 약과 응급상황에 대비한 통증완화제와 스테로이드. 그리고 갖가지 진통제들... 그 약을 한번 먹고 그냥 더나버린 이랑이... 차마 남은 약을 버리지도 못해. 나중에 후회할까봐...
동군이랑
17-11-19 01:35  
이랑아~ 오늘은 회의도 많았고 학회도 있고 해서 서울 다녀왔는데, 예전 우리 살던 곳에도 다녀왔어. 주택가 동네에 그 사이 원룸이 많이 들어섰더라. 우리 산책하던 그 골목도 많이 바뀌어 있더라... 이랑이 가던 동물병원은 다른 곳으로 이전했는지 보이지도 않더아서 아쉽더라. 문 열린 틈으로 이랑이가 뛰쳐나가 헤매던 그 골목도 이젠 못 알아볼 정도로 많이 변했더라... 이랑이 생각이 절로 났어. 비록 몇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엇지만 골목 앞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하면서 우리 이랑이를 추억했어. 어쩜 우리 이랑이를 기억할 동네 사람들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날이 추워서인지 보이진 않았어. 이랑이 좋아하던 소세지 간식 사러 가던 그 슈퍼도 이젠 사장님과 직원이 다 바뀌어 알아볼 사람도 없긴 했지만 말야. 이렇게 하나둘 잊혀 가는 것들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아... 이랑이와의 추억은 이제 추억 속에만 남는 건가 싶어서...
동군이랑
17-11-20 01:03  
이랑아~동군이 발바닥 털이 길어서인지 발바닥을 핥으려 하길래 발바닥과 다리 털을 살살 다듬어줬어. 목욕도 시켰더니 새하얀 털이 더욱 윤기가 나네. 몸에 좋다는 건 죄다 공수해다 먹여서 그런가봐. 동군이는 목욕하고 나면 얼른 드라이를 해달라고 무릎에 납작 엎드려. 드라이 소리를 무서워해서 늘 이리저리 도망다니던 이랑이와 달리 동군이 오빠는 보아뱀처럼 엎드려줘서 등을 다 말리고 나면 다시 발라당 뒤집어져서 배를 말려 달라고 말하는 것 같아. 왼쪽 얼굴을 다 말리고 나면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는 것도 참 신기해.  예전에는 귀가 안들려서 그런가 걱정도 많이 했는데, 관심을 가져 주는 게 좋고 따뜻한 바람에 잠이 솔솔 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해. 드라이 피해 도망다니느라 책상 밑으로 침대 밑으로 바짝 엎드려 숨던 이랑이. 허공을 가르며 드라이 바람을 쐬던 나. 쫓고 쫓던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이었어.
동군이랑
17-11-21 23:45  
이랑아~ 올해는 면역이 많이 떨어졌나봐. 그동안은 과면역이어서 문제였는데 이젠 도 면역력이 저하되어 문제네... 몸 상태가 왔다갔다 하니 이랑이에게 갈 날이 다가오나보다 해서 반갑기도 하고 또 몸이 건강해야 동군이 케어를 잘 하는데 싶어 걱정도 되고 그래. 이랑아~ 어떤 쪽이든 상관없어. 이랑이가 항상 지켜주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어. 대신 동군이는 아프지 않게 질 지낼 수 있도록 봐줘~ 동군이 오빠만 엄마 곁에서 사랑 많이 받으며 사랑 많이 주며 지낼 수 있도록만 해 준다면이야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아...
동군이랑
17-11-23 04:15  
이랑아~ 아무래도 요즘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나봐. 절대적인 시간 부족으로 매일매일이 버겁네... 작년 이맘때는 이랑이를 잃은 슬픔에 아주 최소한의 일만 하며 지냈었는데... 수업만 딱 하고 집에 와서 동군이와 시간을 보내었는데... 지금은 집에 와서도 물 마시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쪼개어 가며 책상 앞에 붙어 있는데도 시간이 너무너무 부족한 것 같아. 몸은 하나인데 역할과부하에 걸린 듯 하네. 너무 무리를 하고 있는데 멈출 수가 없어. 불을 켜두고 있으니 눈이 부신 동군이 오빠는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가... 의자 등받이와 등 사이에 끼어서 늘 시간을 함께 했던 우리 이랑인 가끔 화장실 가고 싶을 때면 의자에서 점프하곤 했었는데, 동군이 오빤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허리가 아파 점프를 하지 못하니 요즘엔 의자 위에 올려 두질 않아... 혹여 점프라도 시도하다 다치면 큰일나니까... 늘 이 시간 즈음이 되면 조금 자다 일어나서 일을 할지 그렇지 않으면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그냥 계속 일을 할지 고민이 돼. 그런데 이제 잠시 뒤 아침이 되면 외부 강의를 2개 해야 하고, 바로 이어서 또 수업도 있으니 체력을 비축해야 할 것 같기도 해. 이랑아~ 순간순간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그 짧은 시간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우리 이랑이 생각... 어느날 문득 그동안 내가 이랑이를 잊고 살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날이 오긴 올까???
동군이랑
17-11-24 00:52  
이랑아~ 긴 하루를 이제 마감해야 하는데, 다시 또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애매한 시간이네. 조금 있다 기타 타러 또 나가야 해... 이번 달은 뭐가 이리도 바쁜지...그렇게 바삐 신경을 곤두세운 채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오늘은 동선이 안 좋아서 집에를 3번이나 들렀었어. 비록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방문에도 동군이 오빠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었어. 노즈워크도 하고, 아파트 복도를 잠깐 걷기도 하고, 그리고 숨바꼭질도 했어. 오랜 시간 함께 있는 것만큼 짧은 시간이라도 제대로 놀아 주는 게 좋은 것 같아. 그래서인지 다시 현관문을 나서도 따라나오려 하지 않는 의젓한 동군이 오빠 모습을 봤어. 집에 들어왔다 나가려면 항상 따라 나오거나 하울링을 하거나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짖어 댔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 우리 둘 사이엔 무한한 신뢰가 형성된 것 같아. 이랑이는 생각만 해도 늘 짠하고 애잔한 느낌이었는데 왠지 동군이 오빠와는 동지애같은 느낌이 든달까. 매주 금요일마다 기차타고 붕붕 다녀오겠다고 하고 새벽에 나서서 밤늦게서야 들어오는데도 아프지 않고, 잘 버텨 주는 착한 동군이. 그리고 그런 동군이를 지켜주는 착한 이랑이...
동군이랑
17-11-25 05:08  
이랑아~ 서울 갔다가 새벽 1시 넘어 집에 왔는데, 잠시 뒤 또 서울을 가야 해. 남들 같으면 그냥 서울에서 일박을 할 수도 있겠고, 예전 같으면 충분히 그랬을 것도 같은데, 요즘은 늘 집에 혼자 있는 동군이 생각뿐이니까 잠시 들르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집에 와. 낮시간내내 거실을 배회하며 현관 앞에서 냄새 맡기를 끊이지 않는 동군이,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불안해서 어쩔줄 모르는 동군이를 보고 있으면 안 그럴 수가 없어. 이랑이와 함께 있을 때조차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긴긴 시간 혼자서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동군이를 생각하면 내 몸 피곤한 건 고려할 바가 아니야. 문을 열고 들어오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달려와서 사정없이 꼬리를 흔드는 동군이를 보니 피로가 싹 가셔. 간식 조금 먹고 그대로 곯아떨어지는 동군이오빠는 이제서야 긴장이 풀렸나보네. 하늘에서 이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는 이랑이 눈에도 마음이 짠하지. 아기 강아지를 데려올까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질투심에 다시 물기 시작하는 걸 보니, 마냥 그럴 수도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동군이랑
17-11-26 00:49  
이랑아~겨울이 오나했더니 날씨가 이상해. 천둥 번개가 마구 치고... 다행히 부산은 날씨가 그렇지 않았다고 하네. 천둥소리 무서워하던 이랑이는 날이 궂으면 침대 밑에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았는데... 아무리 나오라고 해도 간식으로 유인을 해도 안나와서 급기야 침대를 번쩍 들어다가 먼지 속 이랑이를 끄집어낸 적도 있었어. 그이후로는 침대 밑에 아예 들어가지를 못하도록 침대 테두리에 울타리를 설치했고, 개집에 사람이 사는 것 같다는 부모님 핀잔도 너끈히 견뎠었는데... 그러다 이랑이가 아프기 시작하고는 아예 침대를 치워버렸지. 이랑이 간호하기 편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이랑이가 쿵하고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더했어. 나중엔 집이 아닌 동물병원같은 느낌마저 들었는데... 이랑이 떠나고 하나하나 원 위치로 돌려야지 했는데, 바로 이어 동군이마저 아프니 그냥  이렇게 살아야하나보다 하며 있어. 이랑아~ 천둥 소리가 왜 그리 무서웠던걸까. 엄마 없는데 천둥소리가 들렸던 적이 있어서였나 아직도 궁금해... 하늘나라에는 천둥소리 안 들리지? 강아지가 좋아하는 음악소리들만 들렸으면 하는데...
동군이랑
17-11-27 01:06  
이랑아~ 전쟁같은 주말을 보내고 이제 또 월요일을 맞이하네. 주말동안 동군이오빠는 많이 아팠어. 곤히 잠든 동군이가 너무 귀여워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에 놀랐는지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더라. 그런데 갑자기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뒷다리를 절뚝거리기 시작하더니 몸을 사시나무 떨듯 부르르 떠는거야. 작년에 처음으로 못 걷기 시작할 때 그 모습 그대로...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이런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서 메타캄 진통제를 처방받아 둔 게 있어서 급히 닭고기에 섞어서 주니 곧잘 먹더라. 혹시나 놀랄까봐 따뜻한 찜질도 못해주고 계속 관찰만 했어. 약기운에 취했는지 금세 또 잠이 든 동군이 오빠. 그리고나서는 불안과 초조함으로 동군이가 긴 잠에 개기만 기다렸어. 이번엔 쳐다보지 않고 멀찌감치서 바라봤지. 두어시간을 자고난 동군이는 배가 고픈지 앞발로 안아달라고 보채었고, 쇠고기 간파우더와 고구마말랭이를 조금 챙겨줬어. 다행히 동군이 오빤 괜찮아졌는지 두 발로 잘 걸어. 메타캄은 한번 먹이기 시작하면 일주일은 연달어 먹여야 하는데, 주중에 학교도 가야하고, 금요일에 다시 서울출장도 가야 해서 동군이 혼자 둬도 괜찮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한동안 건강해져서 안심하고 있었더니 안심하면 안된다는 신호일까? 우리 이랑이때도 그랬었는데 또 잊어버리다니. 바보같이... 이랑아~ 이렇게 쉬지도 못하고 전쟁같이 주말을 보내고나니 새로 시작되는 한주인데 벌써부터 고단하네...
동군이랑
17-11-28 01:04  
이랑아~ 날이 추워지고나서부터는 동군이오빠와 산책을 안 나가고 잇어. 가뜩이나 척추 안좋은 동군이가 좋아서 뛰기라도 하면 상태가 더 안 좋아질가봐 그랬어. 대신 동군이를 안고 베란대 창문을 열어 바깥 바람 쐬게 해주기도 하고 아파트 복도 창가를 내다 보게 해주기도 해. 그런데 오늘은 동군이가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어. 창밖을 보니 뒤어나가고 싶었나봐. 순간 심장이 얼마나 쿵쾅거렸는지 동군이보다 엄마가 이랑이 곁으로 먼저 갈뻔했어. 날이 추우면 심장에 무리가 가서 조심해야 하는데, 동군이때문에 너무 놀라서 엄마 역시 큰일날뻔 했네. 니난 번에는 유모차에 태워서 데리고 나갔었는데 목줄롷 단단히 고정을 해두었는데도 유모차에서 뛰어내리는 동군이때문에 너무 놀랐었거든. 동군이오빠가 회춘을 하면서 마음은 청소년인데 몸은 노년이니까 이런 일이 생기나봐. 지난주부터 안그래도 잠을 거의 못 자서 심장에 무리가 가는 것같아 조심하고 있는데 오늘은 동군이오빠때문에 무리가 더 갔을 수도 있겠가 싶어. 이랑이 곁으로 가는 건 좋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니니 조심 또 조심해야겠어. 휴우~~~하늘나라에서 내려보는 우리 집 풍경, 참 기가 차지 그치.
동군이랑
17-11-29 00:37  
이랑아~오늘 오랜만에 동군이오빠와 산책 다녀왔어. 이랑이와 자주 앉아 있던 놀이터 계단 근처에 가서 이랑이 이름 조심스레 불러봤는데, 이랑이에게가지 목소리가 전해졌는지 모르겠네. 너무 오랜만의 산책이라 무리하면 안될 것 같아서 한바퀴만 돌고 왔는데, 동군이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지 집에 와서도 계속 거실 중문에다 대고 앞발을 툭툭 건드리네. 문열어 달라고... 노즈워크도 하고 간식도 줬는데, 산책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을거야. 목욕도 시켜주고 드라이바람도 쐬주니 기분이 업되서는 언제 아팠냐는 듯 잘 있어. 하루하루 컨디션이 너무 다르니까 안심을 하지도 못해. 오늘 아침에도 메타캄 먹었으니까... 이제 조금만 있으면 16살이 되는 동군이. 동물병원 최장수 강아지가 되면 참 좋겠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동군이랑
17-11-30 02:56  
이랑아~ 뉴스에 어떤 배우가 고독사를 한 안타까운 소식이 며칠 전에 들려왔었어. 그런데 오늘 뉴스에는 그 배우가 사망한지 2가가 되도록 곁을 지키고 있던 강아지 소식이 들려오네. 2주동안 아무 것도 먹지를 못해서 야윈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강아지. 그리고 친인척에게 맡겨졌다는 얘기도... 우리 동군이, 이랑이도 충선스런 강아지 함녀 세상에서 두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야 그치. 갑작스레 입원하는 바람에 집에 둘만 남겨 놓고 일주일을 집을 비웠더니 그동안 사료와 물을 입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둔 일도 있었고, 거실에서 갑자기 쓰러졌을 때는 동군이, 이랑이가 엄마 곁에 와서 흔들어 깨운 적도 있었어. 언젠가는 코로 숨을 쉬고 있는지 알라보려고 배위에 올라와서 얼굴을 코에 가져다 댄 적도 있었지. 베란다에서 그러졌을 때는 동군이, 이랑이가 멍멍 짖어대는 바람에 건너편 집에서 발견해서 인터폰으로 연락을 한 적도 있었고... 사실 세상에 이런 일이, 동물농장 등 TV  프로그램에 방송되었어야 할 사연들인데... 강아지 둘을 키운게 아니라 어쩜 보호자 둘과 함께 살았던 시절인지도 모르겠어. 그동안 받은 것들 다 돌려 주고 싶은데 이랑이가 떠나고 없다니... 나중에 다시 만날때 하나도 빠짐없이 다 돌려 줄거야. 기대해, 이랑아~
동군이랑
17-12-01 04:21  
이랑아~보고서 하나를 이제서야 끝내다 보니 하루를 이제 마감하는 느낌이야. 잠시 뒤 서울을 가야 해서 잠은 기차에서 자면 될 것 같아. 동군이는 기다리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혼자 알아서 잠들었어.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말야... 베개가 있는데도 굳이 몸을 저렇게 동구랗게 말고 있어. 이랑이가 있다면 둘이 서로 의지하면서 잠들텐데 안타깝네. 이랑이는 동군이 오빠를 귀찮아 했지만 이랑이가 아기때 우리 집에 처음 온 그날부터 동군이는 보호자를 자청하고 나섰잖아. 이랑이 자고 있는데 굳이 등을 맞대고 누웠으니까. 방석이나 침대를 똑같은 거로 항상 두 개를 사 두어도 이랑이 있는 곳에 등을 갖다 대던 동군이였잖아. 이랑이가 없으니 이제 엄마 등에 기대는 동군이가 되었어. 은근히 동군이가 이랑이보다 혼자 있는 걸 못 견디나 하는 생각도 들어. 덩치와 다르게 겁쟁이인 동군이. 지금껏 이랑이가 약속 잘 지키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도 동군이 오빠 잘 지켜줘~~~
동군이랑
17-12-01 22:32  
이랑아~ 이제 막 서울 다녀오는 길이야. 수서역 가는 길에 눈발이 날리더라. 첫눈을 맞으니 기분이 좋아서 구세군 자선남비에 기부도 했어. 이랑이가 눈오는 거 참 많이 좋아했는데 그치. 부산에 이사와서는 아파트에 살기도 하고 눈이 자주 오지 않으니 추억이 없는데, 서울 살때는 주택이기도 했고 눈도 자주 왔었잖아. 마당에 눈사람도 만들고 동군, 이랑이랑 눈싸움도 하고 그랬는데... 발이 시려서 깡총깡총 뛰는 이랑이가 귀엽기도 하고... 발 시린 이랑이 마음껏 뛰놀라고 눈을 쓸어 놓기도 했는데... 부산으로 이사 오기 직전 그때가 참 좋았어. 전국을 다닐 때라 참 많이 바쁘긴 했어도 동군, 이랑이와 행복한 시간들 많이 보내었는데 그치. 볕이 좋은 날 마당에서 그냥 뛰놀던 일도 생각나고, 길을 지나는 낯선 사람의 발자국에 멍멍 짖던 동군, 이랑 말리느라 곤혹스러웠던 것도 다 나름의 추억이야... 그 시절 더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게 이제 와서 참 아쉽네... 시골에 집지어서 같이 살자는 약속 못 지킨 것도 안타깝고... 일이년이라도 그런 시간을 가졌더라면 우리 이랑이 몸 송에 암이 그렇게 빨리 퍼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인데 하나하나 아쉽다...
동군이랑
17-12-03 23:37  
이랑아~ 너무너무 많은 일들에 힘겨워하며 이틀을 잠 못자고 날밤을 새다가 저녁 무렵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일들에 너무 힘들어서 한참을 울었더니 나도 모르게 책상에 엎드 려자버렸네. 정신차려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났네. 아침이 밝을 때까지 마무리 지어야 하는 보고서가 3개인데 그중 1개 겨우 끝내고 아직 2개가 남았어. 잠안자려고 카페인을 끝없이 들이키니 손이 떨리고, 손이 떨리니 칼슘제를 다시 먹고, 이 바보같은 생활을 한지도 꽤 되었어. 언제쯤 편하게 누워서 잠을 잘 수 있을까. 12월 말까지는 정말 스케줄이 꽉꽉 차 있어. 그저께는 필사단으로선정된 기념으로 어느 교수님깨서 출간한 책을 보내 주셨더라. 맨 앞장에는 친필 사인도 있었어. 작년 겨울 이랑이 보내고 우울함에 빠져 아무런 의욕없이 힘들어할 때 만난 필사단. 책 한 권을 열흘동안 거의 잠도 자지 않고 필사했었어. 팔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지. 서른 여명의 선정된 필사단 중 가장 먼저 필사를 완료한 영광을 얻었고. 그 결과 저자가 출간하는 책을 평생동안 받아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어. 그리고 그저께 드디어 교수님의 출간된 책을 받아봤어. 이랑이가 안겨준 또 하나의 선물인 셈이야. 이랑아~ 이랑이가 떠나고나서 힘든 시간을 참 많이 보내었는데 이젠 또다른 힘겨움이 찾아오네. 잘 이겨냈듯 이번에도 고비를 잘 넘겨 볼께...동군이를 지켜 내야 하니까...
동군이랑
17-12-05 00:33  
이랑아~어제 새벽엔 슈퍼문이 뜬다는 얘기에 0시 47분에 동군이 오빠 데리고 보름달 구경하고 왔어. 하마터면 놓칠 뻔했는데 다행히 마주칠 수 있었네. 구름 속에 가려져 있던 보름달을 보면서 언젠가 보름달 떴을 때 이랑이 안고 아파트 마당에 나갔던 일이 생각나더라. 동군이, 이랑이 둘다 안고 가기엔 너무 무거워서 이랑이만 데리고 나갔다 오는 바람에 동군이가 짖는 소리가 아파트 떠나가게 울려 퍼졌던 일. 어젠 동군이만 데리고 나갔다 오니 많이 쓸쓸하더라. 그런데 이젠 가만히 생각하면 우리 이랑이 아픈 모습이 생각나는 게 아니라 털을 자르고 추워서 폭 안기던 그 이랑이가 생각나. 그리고 그 장면을 떠올리면 이랑이의 감촉도 다 생각이 나. 정말 신기해. 얼마전까지 아픈 이랑이 모습만 생각나서 힘들었는데 이젠 털을 자르고 하얀 피부가 고스란히 드러난 이랑이, 아주 가느다랗고 투명한 발톱, 이런 것들도 생각이 나. 많이 보고 싶긴 한데, 이랑이를 안고 있을 때의 그 따뜻함과 포근함도 생각이 날 정도란다. 고맙고 고마운 일이지~ 잠든 동군이를 보면서도 이랑이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이랑이 얼굴이 또렷하게 생각나니...
동군이랑
17-12-06 00:40  
이랑아~오늘 아침에 집을 나섰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오고 나니, USB를 컴퓨터에 꽂아 두고 온 게 생각나더라. 그래서 다시 집으로 올라 갔는데, 그때 마주친 동군이 오빠의 눈빝이란... 예상치 못해서인지 반가워서 어쩔줄 몰라 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는 듯 불안한 눈빛이기도 했어. 두고 다시 나오려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서 간식을 그릇에 챙겨 줬더니, 간식이라면 자다가도 눈을 번쩍 뜨는 동군이가 간식을 먹지 않고 엄마만 바라보는거야. 혹시 간식 먹는 사이 엄마가 사라질까봐 그랬나봐... 동군이, 이랑이가 어릴 때는 분리불안이 너무 심해서 간식을 저 멀리 던져주고 간식 먹는 사이 몰래 집을 나서기도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간식을 다 먹고 나서 엄마가 사라졌단 걸 알면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울까 싶더라.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간식을 먹을 때는 물론 절대로 몰래 나오진 않았어.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얼굴도 한번 더 만져주고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지. 이랑이와 이별하는 날에도 인사했잖아.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다른 약속은 다 어겨도 우리 그 약속은 서로 꼭 지키도록 하자~ 동군 이랑 엄마 우리 세명!!!
동군이랑
17-12-07 02:40  
이랑아~날이많이 춥네. 동군이 안고 아파트 복도 한번 나갔다 왔는데 코킅이 시린지 동군이는 재채기를 하네. 이 새벽에 분리수거하러 내려 갔더니 못보던 야옹이가 차 밑에 숨어 있다가 놀라서 튀어 나와. 이랑이 친구 야옹이와 아파트 터줏대감 검정 야옹인 언젠가부터 보이질 않아. 아기 야옹이들도 어디로 가버렸는지 안 보이고... 한동안 야옹이 사료 챙겨 주지 말라는 전단지가 붙었었는데 날도 추운데 어딘가로 보내버린건 아닌지 걱정이야. 지난 여름엔 대여섯마리가 아파트에 기거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 무엇보다 이랑이와 유독 사이가 좋던 그 야옹이는 가끔 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버린걸까. 요즘 동군인 너무너무 예뻐. 일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속상하고 힘들다가도 집에서 하루종일 나만 기다리며 거실을 수천번을 돌고 있을 동군이를 생각하면 그래도 힘이나. 어떨때는 빨리 보고 싶어서 엘리베이터에서 현관가지 가는 그 짧은 거리도 뛰어가게 되네. 나중에 이랑이 만나러 갈때도 형편없는 달리기 실력이지만최선을 다해 뛸께~
동군이랑
17-12-08 02:33  
이랑아~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어. 가급적 1시 전에는 일을 끝내려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네. 일을 줄여야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늘어가고 있어... 무슨 자신감으로 일을 자꾸 맡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랑이 없는 헛헛한 마음을 감추려고 그러는지도 모르겠어. 이제 몇시간 있으면 또 기차타고 서울을 가야해. 잠들면 못 일어날 것 같아서 하던 일 하면서 그냥 있어야겠네. 동구니 오빠는 노즈워크하더니 코담요 위에 그대로 쓰러졌어. 담에 촉촉해진 코를 파뭏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엽네~ 놀아 달라고 보채지 않으니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도 있어. 많이 놀아줘야 하는데, 이제 조금 있으면 열여섯살 할아버지가 되는데... 서울가면 또 오랜 시간 혼자 있어야 하는데... 에궁...데리고 갈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보니 매주 금요일마다 속상하네. 하늘에서 내려다 보다가 동군이 오빠가 쓸쓸해 보이면 동군이 오빠 졸립게 만들어서 이랑이가 동군이오빠 꿈에 좀 나타나주렴~ 동군이 오빠는 꿈을 잘 꾸니까...
동군이랑
17-12-10 00:36  
이랑아~사는 게 참 쉽지 않네. 동군이만 보면서 하루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잇으면 정말 행복하기 그지 없는데, 집을 딱 나서면 넘쳐나는 일들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집에 올 때는 일을 다 내려 놓고 와야 하는데,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는 느낌이니 주말이라도 동군이 데리고 마음 편히 있을 수도 없네. 하~ 새해엔 정말 일을 줄이고 동군이와 더 많은 시간 보내야할텐데...
동군이랑
17-12-10 21:52  
이랑아~ 파트라슈에 이랑이 하늘나라 친구들이 많이 안 보이네. 동군이 오빠는 엄마 옆에 아직 좀 더 있어야 하니, 다른 강아지들이 이랑이 동무가 되어 줘야 하는데... 사회성이 좋아서 낯선 강아지를 봐도 먼저 다가가는 이랑이인데, 물론 기선제압하느라 먼저 깡깡거리기는 해도 무서워서 슬금슬금 피하는 강아지는 아닌데... 동군이 오빠는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 베개 베고 자는 거 요즘 좋아해. 예전 같으면 이랑이에게 모든 걸 양보했을 동군이지만 지금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도전해~ 귀가 잘 안들리기는 해도 눈치가 빨라서 잠시라도 화장실을 가거나 거실에 나가 있으면 자다가도 벌떡 깨서 달려 나오는 동군이 오빠야. 그럼 그 모습이 귀여워서 귓볼을 한참을 만져 주는데 그럼 그게 또 기분이 좋은지 눈을 사르르 감으며 다시 방으로 가. 우린 이렇게 소소하게 행복감을 느껴. 동구니, 이랑이와 함께 셋이 이 행복을 누릴 날을 기다린단다~ 그때 만나~
동군이랑
17-12-12 00:35  
이랑아~12월 들어서는 편하게 누워서 자본 날이 몇 안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쁜 날들이야. 그래도 이번 주 들어서부터는 하나둘씩 일들이 마무리가 되는 느낌이라 조급함은 조금 사라지는 듯해. 24시간이라는 물리적 시간만으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할 정도로 동시에 너무 많은 일들을 해야 했고, 우선순위를 따질 수 없을만큼 모든 일이 중요도와 시급성이 높다 보니 하루하루 일을 펑크내지 않을까 조바심내 하며 살았던 것 같아. 불과 일년 전만 하더라도 우울감에 무기력감에 젖어 있었는데 말야. 도저히 할수없을 것만 같았던 많은 일들을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 그리고 곁에서 묵묵히 함께 해준 동군이. 가끔 책상 아래에서 안아달라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쳐다 보던 동군이는 혼자 스르륵 잠드는 법도 알게 된 것 같아. 그리고 동군이 스스로도 건강관리 비법을 깨달은 것 같기도 해. 이랑이 없는 날들을 우린 이렇게 이겨내고 있어.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군이랑
17-12-14 00:09  
이랑아~ 정말 많이 보고 싶은 이랑아~날이 많이 추워. 차 밑에 숨어 있던 야옹이들도 다들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아. 아침에 나오는 길에 보면 차 위를 지나다녔는지 야옹이들 발자국이 차 앞 유리에 찍혀 있는 걸 보곤 해. 날이 많이 춥긴 한가봐. 재활용품 분리수거하러 가는 길에 동군이 오빠 목줄해서 나갔는데, 땅에 몇걸음 떼더니 발이 시려웠는지 이내 안아달라고 하더라. 이랑이처럼... 동군이 오빠가 그러는 경우는 처음봤어. 이랑이는 털 자르고 오는 길, 혹은 조금 많이 걸었다 싶은 날엔 안아달라고 두앞발을 번쩍 들곤 했어도 동군이 오빠는 안 그랬잖아. 오늘은 날이 많이 춥긴 했나봐. 안아서 품 속에 넣어 지퍼를 쓰~윽 올려 얼굴만 빼꼼히 내밀게 해서 아파트 한 바퀴를 돌고 왔더니 정작 동군인 괜찮은데 엄마는 잔기침이 나기 시작. 올 겨울은 소소하게 감기가 자주 걸리는 것 같아. 10년 이상 감기 걸리지 않고 잘 지냈었는데... 동군이 오빠도 추위를 부쩍 많이 타는 것 같으니, 올 겨울은 서로 조심해야겠어...
동군이랑
17-12-14 23:36  
이랑아~ TV에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잠깐 스치듯 지나가네. 프라하와 이스탄불 야경도 멋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곳은 부다페스트였는데...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은은한 야경이 멋있어서 늘 다시 가고픈 곳이었는데... 이제 곧 겨울방학이야.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마다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던 그 여름 크로아티아를 끝으로 엄만 여행을 안 가기로 마음을 먹었지. 동군이 오빠를 끝까지 책임지고나서 여행을 가기로... 지나고 나서 보니 매년 두번씩 열흘씩 집을 비웠을 때 동군, 이랑 얼마나 쓸쓸하고 무서웠을까를 생각하니 이젠 티켓팅을 할 수가 없네... 할아버니가 이틀에 한번씩 집에 와서 챙겨 줬다고는 하고, CCTV로 수시로 아기들을 살폈지만 어둠이 찾아와도 귀가하지 않는 엄마로 인해 얼마나 두려웠을까를 생각하니 한동안 여행을 떠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더라. 그런데 TV에 비쳐지는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다시 마음을 흔드네... 세체니다리를 건너넌 그 시절 추억이 다시금 생각나면서 우리 이랑이가 보고 싶다...
동군이랑
17-12-15 23:39  
이랑아~ 동군이 오빠를 목욕시키다 보니 복슬복슬한 털에 가려져 있던 앙상한 뼈들이 다 드러나네. 굽은 척추뼈를 보는 것만도 안쓰러운데 동군이 오빠의 트레이드 마크인 큼직한 머리, 두툼한 발은 언데간데 없어. 근육이 점점 없어서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가던 이랑이 목. 동군이 오빠도 점점 야위어간다. 걱정스럽게... 솜털에 가려져서 그리고 추울까봐 입혀둔 후드티에 가려져서 며칠 사이 이렇게 살이 빠졌는지 몰랐어. 엄마도 동군이도 이유없이 자꾸 살이 빠져만 가네.
동군이랑
17-12-17 00:41  
이랑아~동군이 오빠 노즈워크를 시켜줬더니 항상 마무리는 그 위에 오줌을 싸~나름의 영역표시가 새로 시작된거야. 사료통에는 영역 표시를 안 하는데, 간식 그릇 두는 곳에서는 간식을 다 먹고나서 그 근처에 꼭 오줌을 싸네. 간식은 내꺼라는 듯한 영역표시인 것 같아. 영역 표시를 하려는 동군이의 본능이 살아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까. 좋은 신호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되네. 무엇보다 간식을 준비하느라 씽크대에 서 있을 때 마주하는 동군이의 눈빛은 매우 초롱초롱한데 말야.
동군이랑
17-12-17 23:33  
이랑아~날이 추워 밖을 못 나가니까 동군이 오빠를 품 안네 안고 복도에 나가 창문을 열어 바깥 고기를 마실 수 있게 해 주는 게 전부야. 그 짧은 시간에도 찬 바람이 들어오니 동군이 오빠는 재채기를 하며 몸을 부르르 떨어. 그렇게라도 바깥 바람을 쐬게 해야 호기심이 늘어나고 인지 기능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해서지. 노즈워크를 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야. 집에서 말 걸어 두는 이도 없고 같이 뛰돌 강아지도 없으니 하루의 시간이 무척 무료하고 지루할텐데 그런 시간들을 너무 오래 보내면 예전의 치매 증상들이 다시 나타날까 걱정이 되서이기도 해. 이랑이가 있을 때와 달리 동군이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은 요즘은 아무리 액티베이트와 오메가3, 소간 파우더, 연어를 먹여도 할아버지가 되어갈까봐 무서워. 예전에 한참 안 좋았을 때는 엄마도 많이 물었었잖아. 눈두덩이, 입술, 종아리할 것 없이 물어서 응급실도 많이 갔었는데, 요즘은 그런 일이 없어. 참 다행이지? 이랑이가 하늘에서 우릴 지켜주는구나 하는 생각 많이 해. 이랑아~ 날이 춥네. 따뜻한 하늘나라에서 포근한 잠 자렴~
동군이랑
17-12-18 23:18  
이랑아~ 엄마는 또 다시 감기에 걸렸어. 올해 들어 벌써 몇번째인지... 나을 듯 나을 듯 안 낫네. 한동안 감기 안걸리고 잘 살았는데, 올해는 면역체계가 제멋대로인가봐. 과면역이라 자무하며 살았는데 이젠 것도 아니네. 에구. 그래도 동군이가 안 아프니 다행이냐. 예전에 이랑이가 아플 때는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컸었거든. 요즘 엄마 검강 상태가 안 좋은 건 동군이 아픈 거 대신 아픈 거라 생각하면 또 마음이 편안하기도 해. 제일 좋은 건 우리 둘다 건강한건데 말이지. 동군이 오빠는 몸에 좋은 걸 많이 먹어서인지 걸음걸이도 날렵해지고 눈빛도 초롱초롱해졌어. 비록 체중은 많이 줄고 근육량이 많이 줄어 손과 발이 예전같지 않은 건 속상하지만 말야. 그래도 남들이 보면 할아버지 얼굴이라 생각안해~ 할머니ㄷ댁 초코보다 한참 나이들어 보였었는데 요즘은 동군이가 훨~씬 동안이야^^ 그래도 이랑이 비길 데는 못되지만...
동군이랑
17-12-20 01:05  
이랑아~ 간식을 보고 반가워서 배를 보이며 드러 눕는 것. 우리 이랑이 전매 특허 애교를 동군이 오빠가 하면서 척추뼈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니, 우리 이랑이가 몸을 왼쪽으로 누웠다 오른쪽으로 누웠다를 여러 번 반복하다가 척추가 어긋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온갖 검사에서 암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혹시나 내가 뭘 잘못 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들이 가끔 있거든. 그렇게 빨리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하니 말야. 이랑아~동군이의 기대수명은 앞으로 얼마나 될까? 이렇게 잘 지내다가 홀연히 떠나가 버리진 않겠지? 작년 이맘때만 해도 동군이 걱정에 하루하루 전전긍긍했었는데, 올해는 조금의 여유도 생겼어. 하지만 방심하면 안되겠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너무 좋아서 지금의 이 시간들을 붙잡고만 싶거든...
동군이랑
17-12-21 09:30  
이랑아~어제 밤에 동군이 오빠 옷을 좀 갈아 입히려고 팔을 만지는데,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는거야. 아프다는 표현이지. 조금 있다 다른 쪽 팔을 만지는데도 동일한 반응. 또 아프기 시작했나 싶어서 이리저리 관찰하다 보니 목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것 같았어. 메타캄을 먹이려다 그럼 또 일주일 가량을 내리 먹여야 하니까 그것도 아니겠다 싶어서 일단 마사지라도 해 주려고 드라이에 손을 따뜻하게 데워서 목 부위와 척추뼈를 살살 만져줬더니 가만히 있어라. 목 부위가 갑갑하면 더 아플 것 같아서 가위로 목 부위 옷을 살짝 잘랐어. 올 겨울에 산 새옷이지만 그게 뭐 대수랴 싶어서 목 둘레에 홈을 가위로 조금씩 내어 혈액 순환이 잘 되게 한 후에 동군이 온 몸을 만져 줬더니 그만두지를 못하게 하더라. 만져주면 통증이 좀 가시는 것 같은지. 그러다 멈추면 다시 아파하고... 밤새 문질러 주다 새벽 다되어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들었는데, 아침이 되니 엄마가 온 몸이 뻐끈하네. 팔 근육이 뭉쳤는지... 동군이는 이제 안 아픈지 눈이 말똥말똥. 이랑이가 목 주위 척수가 새어 나와서 신경이 눌려서 목이 돌아가는 발작을 하는 걸 자주봐서인지 동군이가 목 주위를 아파하면 더 예민해져. 이랑이때와 같은 일은 다시 안 일어나야된다는 생각에... 이랑이때도 이 방법을 알았더라면 며칠 밤을 새어서라도 해 줬을텐데 참 아쉬워..
동군이랑
17-12-21 21:52  
이랑아~ 집으로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더니 즉석 군고구마가 있더라. 이젠 편의점에서 고구마도 구워 파네 싶어 호기심에 사가지고 왔어. 동군이와 둘이서 나눠 먹는데, 동군이가 너무너무 맛있게 잘 먹네. 늘 유기농고구마 간식 베이컨맛, 치즈맛, 클로렐라맛 골고루 주문해서 주면 노즈워크하면서 너무 잘 먹었는데, 오늘은 군고구마도 뚝딱 해치우네~ 우리 이랑이는 군고구마 한번도 못 먹어봤지. 이랑이는 강아지 전용 간식밖에 못 줘서 미안해. 하늘나라 가기전 너무 입맛을 잃어버린 이랑이에게 이것저것 먹이려 시도해 봤었는데, 입맛을 잃어서인지 가뜨기나 기운없는 이랑인 고개를 이리저리 저으며 간식조차 거부했었지. 동군이오빠는 밤새 허리, 척추, 팔 다리가 아파 끙끙대었는데, 아직 식욕은 왕성해서 다행이야. 사료는 먹는 양이 하루에 조금밖에 안되지만 아침에 베네풀 먹고 저녂대는 고구마나 연어, 그리고 소간, 가끔은 오리 훈제고기 이렇게 먹거든. 적은 양이라도 골고루 맛보게 해주려 노력중이야. 이랑이가 질투할만큼 동군이오빠 먹을 거를 참 잘 챙겨주지 그치. 대신 나중에 이랑이 만나면 그땐 엄마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동원해서 정말 잘 할께...
동군이랑
17-12-23 00:19  
이랑아~쓰레기버리러 가는 길에 한손으로 동군이 오빠를 안고 다녀왔거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옆집 아주머니께서 동군이를 보더니 한마리는 최근 안 보인다고 짖어서 어디 보냈냐고 그러시더라 ㅠㅠ 이랑이 하늘나라 간지 여태 모르고 계셨나봐. 작년 추석때 하늘나라 갔다고 전했더니 안타까워 하시면서 안그래도 요새 강아지 짖는 소리가 안 들려서 성대 수술 시켰나 했지 하늘나라 갔을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고 하시네. 동군이더라는 성대 수술 했내고 하셨어. 동군인 엄마가 생각해도 짖는 소리 들은 게 언제인가 싶을 정도인데 말야. 이랑이 소식 듣고 참 안되었다고 가끔 심하게 짖기는 했어도 오며 가며 보면 참 작고 이쁜 강아지던데 하시더라. 이랑아~ 우리 이랑이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랑이 이쁜 강아지로 기억하고 있어. 하늘나라에 있어도 자부심 가져~ 동군이 오빠는 며칠 전 많이 아파서 걱정 시키더니 오늘은 또 잘 지내내~ 우리 잘 지켜주어 고마워~
동군이랑
17-12-24 23:50  
이랑아~동군이와 할머니댁에 가서 자고 왔어. 갔더니 크리스마스라고 동군이 외투를 사 놓으셨네. 초코, 미코, 동군이... 사이즈는 달랐지만 다 똑같은 옷을 입혀 놓고 사진을 찍는데, 그 자리에 이랑이가 없어서 마음이 안 좋더라. 넷이 나란히 소파에 앉아 사진 찍으면 이랑이는 눈을 찡긋하며 무척 이쁜 포즈를 잘 취했었는데... 동군이는 낮에 잘 놀더니 밤이 되니 자꾸 집에 가자고 손을 끌더라. 할머니는 그 모습이 웃긴다고 하셨어. 날이 밝고 집에 오니 동군인 하루종일 그야말로 떡실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잠을 자. 항상 할머니댁에 다녀오면 보는 익숙한 광경이야. 가서는 신나게 잘 놀다가도 정작 집으로 돌아오면 긴장이 풀려서인지 아님 정말 피곤해서인지 거의 눈을 못 뜨고 잠만 자. 밥도 안 먹고 쉬도 안하고 말야. 지금 벌써 8시간째 잠만 자네. 깨우려해도 혹시나 물까봐 그러지도 못해. 날이 밝으면 크리스마스야. 이랑이는 하늘나라에서 맞는 두번째 크리스마스네. 쓸쓸해하지 말고 이랑이도 메리 크리스마스!
동군이랑
17-12-25 23:41  
이랑아~ 이제 날이 밝으면 엄마는 또 매일매일 지방 출장을 가. 26일부타 시작해서 1월 8일까지 매일매일 새벽에 기차를 타야 하네. 서울, 수사, 아산, 광주를 매일 왔다 갔다 하는 일정들이야. 4일 연속으로 서울을 가야하는 날도 있는데, 그래도 부산을 왔다 갔다 해야지. 동군이 혼자 집에 있으니까... 오늘은 잠시 화장실 가는데도 화장실까지 기어이 따라 와서는 지키고 있더라. 예전 같으면 화장실까지 따라 와서 다른 데 안 가는 거 확인하고 나면 다시 방으로 들어가곤 했는데, 지난 금요일부터 계속 같이 있어 줬더니 또 의존하기 시작해. 할머니집에 가 있을 때도 너무 좋았었나봐. 엄마와 같이 있다는 사실이... 이제 날밝으면 어쩌나. 새벽 5시에 나가서 밤 10시는 되서야 들어오는 일정들이 2주 넘게 이어지는데... 그 사이 별일 없어야 할텐데. 이랑이가 꼭 좀 잘 지켜줘~ 1월 8일이 지나고 나면 일주일에 두번씩만 서울 가면 되니까 좀 괜찮을 것 같은데 그 전까지는 참 걱정이네...지금은 세상 모르고 쿨쿨 자고 있는데, 새벽이 되고 집을 나가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걸 알면 알수록 하루가 지날수록 불안해할테니까...
동군이랑
17-12-27 00:36  
이랑아~ 엄마는 이제 막 출장을 다녀왔어. 물론 5시간 후면 또 나가야 하지만 말야. 예전 같으면 이런 날은 잠을 안 자고 그냥 날을 새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적도 많았어. 혹시 못 일어 날까봐 걱정되거였어. 그 바람에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 눈부셨을 우리 강아지들. 이젠 우리 강아지들 시력 보호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안해야지. 이랑이는 그래도 눈은 아프지 않고 괜찮았어 그치. 어떤 강아지는 시력을 잃어서 보호자도 못 알아보고 벽을 이리저리 부딪히기도 했다고 하는데, 우리 이랑이는 마지막에 코마 상태가 되었을 때를 제외하곤 늘 엄마를 쳐다봐 주었어 그치. 오히려 잠시라도 눈 앞에 있지 않으면 너무 불안해해서 뼈만 앙상히 남은 고관절로 콩콩 점프하며 뼈가 바닥에 부딪히는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엄마를 찾아 나서는 통에 30cm도 떨어지지 못했을 정도였잖아. 그런 점에서 동군이 오빠는 눈에 백내장이 오래전부터 와서 걱정이 많아. 엄마를 목소리로 알아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하면서 말야. 이랑아, 날이 많이 추워지니까 또 마음이 약해져서 우리 아기 강아지 이랑이가 많이 보고 싶네. 오늘따라 더 그래...
동군이랑
17-12-27 23:46  
이랑아~ 엄마 왔어! 오늘은 정말 몸이 피곤하네. 건조한 기차 안에서 하루에 5시간을 버틴다는 게 쉬운게 아니야. 가뜩이나 감기가 한달째 안 낫고 있어서 일주일에 두세번은 병원을 가고 있는데, 건주한 기차 안에 있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어. 오늘은 영하 9도가지 내려간 날씨다 보니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서는 것도 힘들었어. 집에 와서 서너시간 겨우 눈 붙이고 또 나가야 하는 일상들. 내 몸이 고단한 건 얼마든지 참겠는데 하루 10시간을 꼬박 거실을 배회하는 동군이를 CCTV로 보는 건 무척 고통스럽네. 평소에 학교 갈 때는 마약방석에서 잠도 곧잘 청하는 동군이가 장거리 출장을 가는 날은 희안하게도 눈치를 채고 하루종일 거실을 뱅글뱅글 돌고 있어. 얼마나 다리가 아플까. 가뜩이나 허리 아픈 동군이인데... 그러다 보니 엄마가 집에 오면 간식과 사료를 폭풍 흡입하고 바로 곯아떨어져.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플텐데 그래서 콧바람은 쇠게 해야 하니 복도에 안고 한번 나갔다 오긴 해. 그래도 동군이를 보면 너무너무 짠한 마음이 들어. 그럼 먼저 떠난 이랑이가 야속하기도 하고... 그렇게 떠나 보낸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래. 내일과 모레만 잘 버티면 그래도 토요일 쉴 수 있으니 조금 더 힘을 내 볼께...
동군이랑
17-12-29 23:44  
이랑아~엄마는 이제 막 서울에서 오는 길이야. 이번주는 매일매일 기차를 탔더니 다리가 너무 부어 있네. 하루종일 서 있는 것도 힘들고, 기차 안에서 오랜 시간 보내는 것도 힘들어. 집에 오니 동군이 오빠가 정말 격하게 반겨주네. 너무 좋아. 동군, 이랑 둘이서 안겨 들면 더 좋겠지만 두 손 번쩍 들어 안겨드는 동군이 오빠를 보니 피로가 싹 풀려. 새벽부터 여태껏 엄마 기다리느라 불안에 전전긍긍했던 동군이 오빤 이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곯어떨어졌어. 엄마도 이제 동군이 오빠와 꿈나라로 가야겠어. 이제 3일간 기차 안타도 되니까 많이; 쉬어둬야지. 다음주는 또 주 5일을 매일 기차타고 서울 왔다갔다 해야 하니까~ 이랑아, 오늘같은 날은 꿈에 좀 나와주라~
동군이랑
17-12-30 23:53  
이랑아~ 오늘 하마타면 동군이 오빠를 잃어버릴 뻔했어 ㅠㅠ 오랜만에 산책을 나갔는데, 동군이오빠가 너무 신이 나서 신나게 달리는 바람에 목줄을 그만 놓아버린거야. 동군이오빠는 더 힘차게 달렸고, 아무리 달려도 동군이오빠를 따라 잡을 수가 없겠더라. 달리고 달리다 동군이 오빠 목줄을 밟았는데도 동군이가 달리는 바람에 엄마는 그만 넘어져버렸고, 그제서야 동군이는 멈추더라.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도 찧고 발목도 삐어 아프기도 했지만 동군이를 잃어버릴까봐 너무 놀라서 길에 주저앉아 엉엉 우니까 동군이 오빤 놀라서 위로해주는거야. 엄마가 울면 이랑이는 늘 눈치보느라 눈을 안 마주치고 곁눈질을 했었고, 동군이는 늘 엄마 곁에 엉덩이를 갖다대고 위로해 주는 역할을 해왔었잖아. 동군이를 안고 집으로 오는데 얼마나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두근거리던지... 이랑이 하늘나라 보낸거도 이렇게 힘든데 동군이를 잃어버린다면 정말 견딜 수 없을만큼 고통스러울거야. 지금 잠들어 있는 동군이를 보니 얼마나 안도가 되는지... 이랑아~ 동군이와 헤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살 수 있게 도와줘~
동군이랑
17-12-31 22:41  
이랑아~ 2017년의 마지막날. 동군이오빠와 함께 이랑이를 추억하며 보내. 내년에도 동군이랑 행복하자~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이랑이란 걸 잘 알아. 오늘 하루 동군이오빠는 엄마에게 산책 나가자 보채기도 하고 간식달라고 손을 잡아 끌기도 하고, 저녁 달라고 눈치주기도 하고 그렇게 보냈어. 동군이오빠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이야. 늘 걱정해줘서 고마워~우리 이제 새해 만나자~
동군이랑
18-01-02 01:09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서 새해 복 많이 받고 있니? 이랑이가 잘 보살펴준 덕에 동군이와 엄마는 잘 지내고 있어. 간식을 폭풍흡입하는 동군이, 그리고 또 식곤증에 곯아떨어지는 동군이, 그리고 또 나가자고 보채는 동군이 보고 있지? 창문을 열면 크게 호흡하는 동군이 모습에서 혹시 공기 속에 이랑이 향이라도 맡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 이랑아~ 엄마는 며칠 집에서 동군이 오빠와 행복한 시간 보내다가 이제 다시 출장길에 올라. 이번 주는 6일을 매일같이 서울-부산을 해야 하네. 기차 타는 것도 지겨울 벙도야. 남들은 기차여행이라고들 하지만, 엄마는 단순히 다리가 붓는 시간들이란 느낌, 그리고 동군이 오빠오 ㅏ떨어져 있는 숱한 시간들로 인한 걱정이 다야. 새해부터 바쁜 엄마를 보며 이랑이가 동군이와 엄마 응원 많이 해주렴~
동군이랑
18-01-04 06:12  
이랑아~엄마는 서울 다녀와서 일을 하다가 바로 또 서울가는 기차 안이야. 기차 안에서라도 이랑이 사진 보려고 파트라슈 사이트에 들렀어. 동군이 오빠 입이 깔깔할텐데 새벽에 이른 아침을 챙겨주고 볼을 한참을 만져 주고 나왔더니 지금 이 시각, 마약방석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고 있네. 오랜 시간 푹 자고 일어났을 때 엄마가 없는 걸 알면 무척 놀라고 무서워할텐데... 하반신 마비가 와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랑이를 두고 학교를 가야할 때,  두개의 울타리를 쳐서 동군이와 이랑이를 따로 두고 이랑이 울타리에는 두꺼운 극세사 이불을 여러겹 겹쳐 두어 이랑이가 혹여 콩콩거릴 때 엉덩뼈 아프지 말라고 했을 때, 집에 와서 보면 꼭 이랑이는 울타리 안을 콩콩대며 이리저리 누빈 흔적이 있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두꺼운 극세사 이불때문에 자세를 바꿀 때 오히려 더 힘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네... 아프지 말라고 한 거였는데, 오히려 힘은 더 들어갔을 것 같기도 해. 뒤돌아 생각해 보면 하느라고 했던 많은 것들이 어쩜 이랑이를 더 힘들게 했을지도 몰라. 지금 동군이도 그런 상황일 수 있을텐데 이랑이가 혼자 쓸쓸히 있는 동군이 오빠 하늘나라에서  잘 좀 챙겨줘~
동군이랑
18-01-05 23:33  
이랑~오늘은 오랜만에 기차타고 서울 가지 않은 날이야. 아침에 나올 때 동군이에게 오늘은 기차타고 붕붕붕하는 거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고 당부했는데, 낮에 잠깐 CCTV를 보니 낑낑대면서 문을 앞발로 긁어대고 있더라... 집에 와서 보니 문틈사이를 얼마나 긁어대었는지 벽지가 다 벗겨져 있었어. 제작년 동군이 오빠가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때 치매 증세가 있을 때 현관 앞 거실의 벽지를 아주 다 찢어 놓았었잖아. 우리 이랑이는 책상 밑이나 냉장고와 씽크대 사이 그런 눈에 띄지 않는 곳의 벽지를 갉아대는데 동군인 아예 대놓고 눈에 띄는 곳에다 벽지를 갉는게 아니라 아예 입으로 물어 뜯어 놓았지. 이랑이는 하도 벽을 갉아대어 늘 앞발톱이 날카로웠는데... 산책을 많이 나가서 발톱이 닳은 게 아니라 벽을 갉아서 발톱이 닳았다는 생각이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한참 속상했었지. 동군이를 매일 산책시키다 어느날 동군이 발톱이 다 닳아 있는 것을 보고 이랑이와 산책을 자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컸었어. 내일은 새벽 5시 기차를 타야 해서 또 걱정이야. 외롭고 쓸쓸해 하는 동군이 마음을 어떻게 좀 진정시키면 좋은데...
동군이랑
18-01-07 23:39  
이랑아~오늘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했네. 매일 새벽 기차를 타고 일정을 소화하는 게 고단하였는데, 오늘은 동군이 오빠와 낮잠 자며 휴식을 좀 취했더니 늘 부어 있던 다리 붓기도 좀 빠진 것 같아. 내일 한번 더 새벽기차를 타면 이제 새벽 기차 탈 일은 없어.  대구를 몇번 다녀와야 하지만 가까우니 크게 걱정은 안해. 동군이오빠도 늘 엄마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다 하루종일 엄마가 집에 있으니 긴장이 풀렸는지 정말 잠을 많이 자네. 그동안 못잔 잠 보충하나봐. 배고파서 간식 달라고 일어날 법도 한데, 너무 평온하게 잠을 자. 그러다 갑자기 눈을 떠서는 엄마가 없어진것은 아닌가 두리번거리다 눈이 딱 마주치면 안도의 숨을 쉬고 다시 얼굴을 이불 속으로 파묻어. 엄마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동군이가 엄마를 떠나가는 일이나 없도록 하라고 머리카락을 매만져 주면 다시 쌔근쌔근 잠을 자. 이랑이만큼은 아니지만 동군이오빠도 이제 잘 때 숨소리를 내네. 우리 이랑이는 숨쉬기 힘들어서 그랫는지 몰라도 쌔근쌔근 소리가 났었잖아. 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있으면 따뜻한 숨 기운이 전해져서 참 좋았었는데 말야... 보고 싶네, 이랑이가...
동군이랑
18-01-08 22:10  
이랑아~ 오늘 성루 다녀오는 길에 택시에서 내리는데, 야옹이가 찻길을 막 건너는거야. 아파트 안이면 그나마 나은데 아파트 입구 차도 많이 다니는 그곳에서 야옹이들이 길을 자주 건너다니니 늘 아슬아슬하네.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싶고... 날이 추우니 차 밑에 숨어서 추위를 녹이는 건 이해가 가는데, 그러다 갑자기 퀴어나갈 때면 심장이 두근두근해. 추운 겨울, 갑자기 하늘나라 가는 일은 없어야 하잖아. 이랑이 한르나라 친구 많이 없다고 야옹이 친구들 데려가면 안돼~ 동군이 오빠 지켜주는 것만큼 길에서 고된 생활 이어가는 야옹이들도 잘 좀 지켜줘~
동군이랑
18-01-10 00:12  
이랑아~강아지들도 반신욕을 하면 좋다고 하길래 동군이 오빠 반신욕을 시도했는데, 되려 안하느니만 못하게 되었어. 반신욕을 하고 났더니 피부가 건조해져서그런지 동군이오빠는 피부를 긁어대고 있어. 이랑이와 달리 동군이 오빠 피부가 약하다는 것을 간과했나봐. 동군, 이랑 둘다 미용하고 나도 꼭 동군이만 피부가 벌겋게 되고 딱지가 앉곤했지. 우리 이랑인 천하무적처럼 피부병은 한번도 걸려본 적이 없었는데 그치. 동군이 오빠 새하얀 털 사이사이로 빨갛게 변한 피부를 보니 속상하네. 좋다고 한건데 결과적으로 이리 되었으니... 에궁... 이랑이에게 안해 주던 걸 동군이오빠에게 해줬다고 쌤통이다 싶은 건 아니겠지? 강아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원점이야...
동군이랑
18-01-10 21:26  
이랑아~ 오늘 부산엔 눈이 왔어. 함박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늘진 곳에는 제법 눈이 쌓이더라. 우리 이랑이가 눈을 정말 좋아했었기에 이렇게 또 글을 남겨. 예전 서울 살 때, 눈이 오면 집 마당에 나가서 소복이 쌓인 눈에 이랑이가 깡총깡총 뛰어 발자국도 찍고, 재미났었는데... 발이시려서였을 수도 있겠지만 이랑이는 동군이보다 유독 눈을 좋아했었는데... 내리는 눈을 맞다 보면 눈이 앞을 가리니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면서 그리 좋아했었잖아. 이랑이없이 맞는 두번째 겨울. 동군이오빠와 함께 이랑이를 그리워해.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긴 한건지...
동군이랑
18-01-11 22:56  
이랑아~요즘 편의점에서 맥반석에 구운 고구마를 팔거든. 처음에는 호기심에 그냥 한번 샀었는데, 집에 와서 동군이 오빠와 나눠 먹는데, 동군이오빠가 너무 잘 먹는거야. 엄마 한 입 동군이 한 입 이렇게 먹다 보면 금새 다 먹어버려. 편의점에 물어보니 고구마 하나 굽는 데 45분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편의점 도착 한 시간 전에 미리 전화로 주문을 해. 그럼 정말 갓구운 고구마를 먹을 수가 있거든. 동군이오빠가 맛있게 잘 멋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 이랑이는 수술후 발치를 많이 해서 딱딱한 거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텐데 바보같이 닭가슴살만 권한게 못내 후회가 되네. 이랑이는 잇몸으로 씹어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힘들었겠어. 지금 생각하면 입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치아가 없어 못 씹으니 고게를 저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 입맛을 다 잃었을 때 육포를 몇번 줬었는데 그건 그래도 받아 먹길래 몇번 주었는데, 소화기능도 떨어지는 이랑이에게 치아도 없는 이랑이에게 엄마가 무슨 짓을 한건가 싶어... 지나고보니 아직도 후회되는 게 있네. 속상하게...
동군이랑
18-01-12 21:54  
이랑아~ 오늘은 정말 추운 날씨였어. 오늘은 대구 출장을 다녀왔는데, 너무 추워서 택시로만 이동하다 보니 오늘 하루 택시만 6번을 탔지뭐야. 날이 추우니 다들 차를 가지고 나와서인지 길도 많이 막히고... 집에 어떻게 왔는지 모를 정도야. 추운데 혼자 쓸쓸히 기다릴 동군이 생각에 빨리 온다고 왔지만 그래도 늦었어. 이랑이가 있는 그곳 하늘나라 시간은 어떤지. 그곳에서도 시간이 더디 가는지 아님 이곳보다 빨리 가는지 모르겠네. 우리 다시 만나게 될 그날, 우리 이랑이가 오랜 기다림에 지쳐 있지 않았으면 해. 매일 매일 이랑이 생각하는 거 알지? 여전히 보고 싶고 그리운 우리 아기 강아지 이랑이...
동군이랑
18-01-13 22:12  
이랑아~ 오늘 동군이 오빠 데리고 학교에도다녀오고 할머니댁에도 다녀왔어. 예전에 이랑이도 엄마 학교 간 적 있었는데 기억나니? 그땐 동군이 오빠가 입원해 있어서 이랑이를 데리고 다닐 때였는데. 이젠 이랑이가 없으니 동군이 오빠를 데리고 다녀. 동군, 이랑 둘다 데리고 학교 간적도 있었는데 그건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 못할지도 모르겠네.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초코, 미코와 잘 지내. 미코는 너무 쬐그만한데 동군이에게 관심을 막 보여. 그런 미코가 동군이도 싫진 않은 모양이야. 혼자라 외로운 동군이, 이렇게라도 쓸쓸함을 달래주는 게 맞는거지?
동군이랑
18-01-14 20:09  
이랑아~ 날이 추워. 여간해서는 이불 속으로 잘 안 들어오는 동군이 오빠도 이불 속에 들어가 잠을 자. 품속으로 파고들던 이랑이의 따듯함이 그립네. 쌔근쌔근 숨을 쉴때마다 차갑게 전해지던 그 콧바람도 생각나. 마지막으로 숨을 모을 때의 그 거친 숨소리도 아직 귀에 쟁쟁해. 지진이 일너나던 그날 밤 눈을 뜬 이랑이를 본 게 마지막이었네. 그뒤로 이랑이는 눈을 감고 깊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홀연히 엄마 곁을 떠났지... 보고 싶은 우리 이랑이...
동군이랑
18-01-16 02:40  
이랑아~ 원고 마무리를 하고 나니 시간이 너무 늦었네. 이제 조금 있다 1박 2일 연수를 다녀와야 해. 이번엔 기차도 비행기도 아닌 배를 타고 다녀와야 하는데, 동군이 혼자 두고 1박을 해야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 숨바꼭질하면서 조금 연습을 시키긴 했는데, 엄마가 안 보이니 불안해서 그랬는지 그만 실례를 해버렸어. 동군이 안고하는 산책을 두번이나 해줬는데도 별로 효력이 없어.  이거 참 걱정이네...바로 이동하는동안은 CCTV 볼 수도 없는데, 이럴 땐 우리 이랑이가 지켜주리라 생각하는 수밖에 없지 뭐. 이랑이가 좀 도와줘~~
동군이랑
18-01-17 22:24  
이랑아~ 우리 이랑이 덕에 잘 다녀왔어. 동군이 오빠도 밥 잘 먹으며 잘 놀고 있었네. 엄마를 보고 너무 좋아서 거의 울부짖다시피 하는 동군이를 보니 떨어지고 싶지가 않아. 우리 이랑이도 지금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동군이랑
18-01-18 23:25  
이랑아~외로운 동군이와 함께할 강아지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이랑이를 데려왔고, 그래서 이름도 이랑이라 지었어. 이제 이랑이없이도 동군이가 외로워하지 않을 것 같으니 떠나간 거고, 떠나고나서 보니 동군이가 슬쓸해 하는 게 보여 다시 우리 곁에 오고 싶지만 올 수 있는 방법을 몰라 이랑이가 못 오고 있는거라고 동군이에게 얘기해줬어. 나중에 이랑이를 만나면 우리가 정말 잘해야 한다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우리에게 준 이랑이니까... 나중에 만나면 우리가 이랑이 몫을 다해야 하는거라고 얘기했어. 동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며 열심히 듣더라.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자~
동군이랑
18-01-21 00:47  
이랑아~동군이 오바는 요즘 먹성이 정말 좋아졌어. 자다가도 배고프면 앞발로 얼른 일어나라고 깨우기도 하고, 하루에 간식도 여러번 줘야 해. 그 덕에 다리 근육도 생겨난 것 같고 살도 다시 붙기 시작했어. 참 다행이지. 사료를 입에도 안 대던 때가 엊그제 같아. 잠도 잘 자고 허공에 대고 하울링하는 것도 완전히 사라져서 안심이 되는 것 같아. 그런데 파트라슈 사이트에는 이랑이 친구들이 더이산 없네. 좋은 소식인지 아닌지 모르겠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
동군이랑
18-01-23 10:18  
이랑아~이랑이가 너무 보고싶어서 이랑이 휠체어를 꺼내어봤어. 이제 이랑이 체취는 다 사라지고 없을줄 알았는데, 동군이가 휠체어 구석구석을 냄새를 맡네. 동군이에겐 아직 이랑이 체취가 나나봐. 그렇게 한참을 냄새 맡고 나더니 갑자기 휠체어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는거야. 동구니 옆에 가까이 가져다 대면 두려운 표정으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치네. 우리 이랑이가 사용하던 거란 걸 아나봐. 그리고 그 휠체어때문에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버린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처음 휠체어 냄새 맡을때만 하더라도 호기심 가득하게 샅샅이 냄새맡던 동군이였는데, 휠체어를 피하려는 동군이를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파. 아픈 이랑이를 억지로 휠체어에 태우려했던 것도 미안하고... 그 시간에 한번 더 안아줬어야 하는데... 가뜩이나 암덩이가 배를 짓눌러 통증이 심했을텐데 그 마음도 모르고 휠체어에 태우고 연습시킨다고 했으니... 마음이 많이 안 좋아, 이랑아...
동군이랑
18-01-24 00:31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이랑이 휠체어를 보고 큰 충격에 빠졌나봐. 밥도 안먹고 물도 안 마셔. 노즈워크 담요에 간식도 한 가득 숨겨놓고, 사료통에 사료도 한 가득, 그룻에는 베네풀이 한 가득, 간식통에는 한우소간과 오루고기가 한가득인데 아무것도 안 먹어. 심지어 군고구마가지 거부하고 있네. 잊고 있었던 이랑이 생각이 나서일까. 이랑이 휠체어를 보면서 이랑이를 운구박스에 넣어 인사도 많이 못하고 홀연히 데리고 나가서는 다시 데려 오지 않은 데 대한 충격이 다시 떠올라서일까. 밤새 잠도 안자고 거실을 뱅글뱅글 돌더니 오늘은 하루종일 식음을 전폐하고 있어. 걱정이야. 아픈 상처를 들춰낸거 같아서...
동군이랑
18-01-25 00:45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어. 할머니댁에 가서 초코, 미코를 열심히 안아 주고, 자켓이며 바지며 가방이며 여기저기 초코, 미코 냄새를 한가득 묻혀서 왔거든. 아니나다를까 동군이 오빠는 냄새를 킁킁 맡아 대며 이 냄새가 무슨 냄새인가하며 골똘히 생각하더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계속 냄새를 맡더니 물도 마시고, 사료도 먹는거야. 문득 잊고 있던 이랑이를 기억해 내고는 이랑이가 어느날 우리 집에서 없어진 걸 깨닫고 힘들어 하던 동군이도 초코, 미코를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낸 모양이야. 다시 노즈워크도 열심히 하고, 재활용 분리수거하러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멍멍 짖기도 하며 동군이 오빠는 일상으로 돌아왔어. 며칠 사이 정말 걱정이었는데, 다행이야. 이제 또 날 밝으면 3일 연속으로 서울-부산을 왔다 갔다 해야 하거든. 아픈 동군이를 두고 먼길 떠나는 게 무척 염려되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야~ 보고 싶은 이랑아, 동군이 오빠도 이랑이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단다...
동군이랑
18-01-26 00:43  
이랑아~ 오늘 서울 다녀오면서 택시를 타고 이대 후문을 지나왔어. 우리 이랑이가 내개 처음 왔을 때 살던 곳. 애견센터는 이제 없어졌더라. 멀리 출장갈 땐 호텔이랍시고 이랑이, 동군이를 맡기곤 했었는데. 직원들이 밤이 되면 퇴근을 하는지도 모르고 바보가팅 맡긴 곳이었어. 그래서인지 호텔에서 며칠 있다 집에 오는 날이면 혈변을 보던 예민한 이랑이. 잘못된 조언으로 인해 우리 이랑이를 참 많이 힘들게 했던 시기이기도 하지. 당시에는 이랑이를 위하는 행동이라 여겼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학대아닌 학대이기도 했어. 2003년~2004년 아기 강아지 이랑이가 참 장난을 많이쳤던 날들. 그래서 혼도 많이 냈었는네 그땐 엄마가 너무 몰라서 그랬어. 이갈이를 한다는 것도 몰랐고, 분리불안때문에 하울링을 한다는 것도 몰랐던 그 시절.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제대로 잘할텐데...
동군이랑
18-01-26 23:42  
이랑아~우리 아파트 강아지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 강깡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멍멍 짖는 소리도 들리곤 했었잖아. 어느 한 명이 짖으면 우리 이랑이는 대화 나누듯 따라 짖기도 하고, 깡깡깡하는 소리가 나면 베란다로 쏜살같이 뛰어가서 창밖을 보명 이랑이가 짖으면 다른 강아지도 서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짖었는데 그 소리가 안들린지 꽤 되었어. 그 강아지들도 하늘나라로 간 건지 아니면 이사를 간건지 모르겠네.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났다면 이랑아~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아. 하늘나라에서는 콩콩거리지 말고 이랑이 전매특허인 깡총깡총 뛰어~ 두 귀를 펄럭이면서, 뒷 다리가 보이지 않게 잽싸게 뛰는거야, 알았지?
동군이랑
18-01-29 04:45  
이랑아~엄마는 오늘도 밤을 샜네. 방학인데 학기중보다 더 바쁘지... 지난 한달 무척 바쁘게 지냈는데, 냄은 한달은 더 바쁠 것 같네. 휴우~ 날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면 동군이 데리고 아파트라도 한 바퀴 돌고 올텐데 집 안에만 있으니 동군이 오빠도 많이 갑갑할 거야. 물론 우리 이랑이 갑갑한 거에 비길 바 못되지만... 이렇게 추운 날, 이랑이 잘 있나 모르겠네. 하늘나라가 어떤 곳인지는 상상하는 것 외엔 알 방법이 없잖아. 어제 꿈에는 세탁기의 비누거품이 베란다를 한 가득 메우는 희안한 꿈도 꿨는데, 우리 이랑이는 언제쯤 엄마 꿈에 나와줄거니...
동군이랑
18-01-31 03:04  
이랑아~오늘 했어야 할 일들을 이제 마무리 지었어. 방학인데 늘 밤을 새니까 몸이 참 고단하네. 의자를 뒤로 젖혀 뒤돌아 보면 동군이는 세상 편하게 잠들어 있어. 예전엔 낑낑대며 잠을 안 자더니 이젠 못 버티겠는지 그냥 잠을 자. 엄마와 행동을 같이 하던 이랑이와는 다른 모습이지? 우리 이랑인 늘 엄마 의자 뒤에 앉아 있었는데... 이랑이 하반신마비가 오고 나서도 의자 뒤에 낮혀 두었다가 잠시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엄마 찾으러 의자에서 쿵 떨어찌는 바람에 큰일 났었잖아. 다리를 못 쓰는 이랑이 척추가 그때 아마 크게 망가졌을지도 모를 일이야. 그 일은 두고두고 후회되는 일 중 하나야. 엄마를 나책감에 빠지게 하는 일들 중 하나지. 동군이 오빠는 그래도 요즘 허리 아파 하거나 마비가 오는 일은 없어. 천만다행이지? 우리 이랑이가 잘 지켜주는 덕이라 생각해. 고맙고 사랑한다~
동군이랑
18-01-31 23:13  
이랑아~이제 조금 있다 도 서울 가는 기차 타야해. 이번 겨울은 참 기차를 많이 타게 되네. 동군이오빠 쓸쓸해할 걸 아니까 날이 춥긴 하지만 산책도 미리 다녀왔어. 주차장 기둥마다 동군이 오빠는 들러서 영역 표시를 하더라. 우리 이랑이는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쉬를 잘 했었는데... 항상 그 곳 지날 때마다 이랑이가 생각나서 우리 이랑이에게 인사하자고 동군이에게 말을 붙여.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동군인 전력질주를 하곤 하지... 아픈 이랑이 데리고 앉아 있던 놀이터 계단은 그대로야... 요즘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잘 놀지 않으니까 우리 차지가 되긴 하는데, 항상 거기 앉으면 목마르다고 물 달라던 이랑이가 없으니 속상해. 이랑아~ 이랑이가 떠난지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실감이 안나. 많이 보고 싶은데, 잠깐 떨어져 있다 곧 다시 만날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단다...
동군이랑
18-02-01 21:30  
이랑아~ 파트라슈 사이트에 하늘나라 간 강아지들 사진이 안 올라온지도 괘 되었지. 이제 곧 새로운 사진이 하나 올라올거야.우리 일아이가 너무 잘 아는 강아지... 할머니댁 초코 강아지.. 엄마가 오늘 서울 출장 가 있는 사이 초코가 하늘나라 갔다는 문자를 받았어. 우리 이랑이는 하늘나라 가기전 식구들 하고 다 인사나눴잖아. 그런데 초코는 아니었나봐. 지유 이모는 오늘 일본을 갔고 할아버지는 집에 안 계셨고 할머니 혼자 있을 때 초코는 현관 할아버지 신발 위에 올라가 냄새 한 번 맡고 그리고 혀를 내밀고 하늘나라 갔대. 이제 내일 파트라슈에 장례 치르러 갈거야. 이랑이는 곧 초코를 만나게 되겠지. 아님 벌써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둘이 서로 잘 지냈으니 하늘나라에서 ㅆ르쓸하지 않게 말동무하며 잘 지내렴. 이랑이가 하늘나라 먼저 갔으니까 초코 잘 돌봐주고 응? 이랑이에게 많은 걸 부탁하게 되어 미안해..
동군이랑
18-02-03 21:19  
이랑아~초코도 파트라슈 잘 다녀왔어. 엄마는 서울 출장가느라 장례식장에 가지는 못했어. 초코도 우리 이랑이처럼 부분사리 만들어서 할머니가 가져 오셨다고 하더라. 엄마가 이랑이 부분사리 만들어온 것 보고 유별나다고 하시던 할머니도 막상 초코가 하늘나라 가니 부분사리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절로 드셨나와. 초코가 떠나니까 동군이 걱정이 더 커. 동군이의 표정 하나에도 신경이 쓰이고 말이야. 이제 집에서 해야 하는 일 아니면 방학중에는 다른 일 안 맡으려 해. 동군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게 하며 추억을 쌓으려고. 우리 이랑이는 하늘나라에서 초코랑 잘 지내고 있어~~~
동군이랑
18-02-04 20:34  
이랑아~ 동군이오빤 체중이 좀 빠졌어. 잘 먹는 것 같은데 체중이 줄어든 걸 보니 근육량이 줄어든건가봐. 목이나 등, 허리쪽을 만져보면 뼈가 만져지는게 예전같지가 않아. 두툼한 발, 큼직한 머리인 동군이오빠였는데... 나이가 들어서 근육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겠지만 뼈가 만져지니 우리 이랑이같단 말이야... 이랑아~ 나중에 우리 닷기 만나긴 하겠지만 동군인 좀더 함께 있고 싶어...
동군이랑
18-02-05 23:34  
이랑아~ 오늘 할머니가 연락 왔는데 초코가 아프다고 하네. 탈구에 탈장이라고... 동군이 오빠가 그때 척추수술하고 탈장 수술할 때 병원비도 많이 들었지만 무려 한달 넘게 입원해 있었잖아. 초코 보낸 지 얼마되었다고 미코까지... 미코는 선천성이라고 하는 거 보니 처음 데려올때 건강 확인을 제대로 안 했나봐... 하긴 아직 동물등록도 안했다고 하니 말 다했지... 우리 동군이, 이랑이 데려올 때는 예방접종 내역까지 꼼꼼하게 단단히 챙겨봤었는데 말야.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쁜 강아지 데려왔다고 마냥 좋아하셨는데 가만히 보면 차이도 그렇고 원래 보호자가 할머니에게 유기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야. 이래저래 걱정이 많아. 초코 떠난 슬픔만으로도 힘들텐데 에궁... 동군이 오빠는 식탐도 많아지고 자꾸 산책나가자고 보채는거 보면 컨디션이 좋아진 것 같긴 한데, 살은 또 빠지고 있네. 일단 먹고 싶은 거 많이 챙겨주려고 애쓰는데 날이 추워 산책을 못 나가니 그게 무척 속상해.
동군이랑
18-02-06 22:30  
이랑아~ 오늘은 동군이 오빠와 메쉬 포테이토를 나눠 먹었어. 짠 거 먹으면 안되니까 짜지 않게 해서... 뜨거운 거 잘 못먹고 낯설어하는 동군이오빠를 위해 냉동실에 살짝 넣었다 꺼내어 줬더니 너무너무 맛있게 잘 먹어. 이랑이는 먹어보지 못한 간식이지. 강아지는 사람 먹는 거 먹으면 안되는줄 알고 철저하게 강아지 전용 간식으로만 챙겨줘서 이랑인 맛있는 거 많이 못 먹었는데, 동군이 오빤 맛있는거 많이 먹는다고 또 질투나 하지 않으려나 몰라. 이랑이에게 못해준 건 이다음에 하늘나라에서 우리 다시 만날 때 다 보상해 줄께. 알았지?
동군이랑
18-02-08 00:41  
이랑아~오늘은 동군이 오빠가 산책을 너무 나가고 싶었는지, 현관 중문을 어떻게 열고 차가운 바닥에 앉았다 일서섰다를 반복하며 보채더라. 아직 바깥 날씨가 많이 춥지만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그 나중이 혹시라도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으로 아파트 한 바퀴 돌고 왔어. 다녀와서는 따뜻한 물에 목욕시켜 놓고 보니 그사이 하얀 털이 더 소복하게 자라있네. 굽었던 허리도 조금 펴진 것같기도 하고... 다녀오고 나서 보니 잘 다녀왔단 생각이 들었어. 이젠 뭐든 할까말까 고민이 되면 무조건해야겠어. 이랑이때는 이것저것 미루다 제대로 못해본 게 워낙 많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
동군이랑
18-02-08 23:38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사각사각 배깎아 먹는 걸 좋아해. 그런데 사과는 안 먹는다. 신기하지? 사과와 배는 비슷할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반응이야. 동군이 오빠는 소라과자도 잘 먹는것 같아. 동군이오빠는 사료 먹을 때도 소리가 큰 편인데 소라 과자 먹을 때는 저 멀리에서도 소리가 들릴 정도라니까. 우리 이랑이는 사료 십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는데... 몇번 씹다가 그냥 삼키는 동군이와 달리 이랑이는 정말 꼭꼭 십어 먹었잖아. 그럼 저 멀리서 사료 씹는 소리를 듣고 동군이가 사료통으로 달려 들고 그럼 이랑이는 으르렁하며 이를 드러내며 눈을 똥그랗게 떴어. 동군인 엉덩이로 이랑이를 슬쩍 밀치고 그럼 이랑이는 앞발을 들고서는 동군이 에게 달려들었지. 그럼 동군인 가여운 표정을 하며 뒷걸음질 치며 내게 달려오고 이랑인 눈치보며 사료를 먹고... 참 흔한 일상이었는데 그 시절이 정말 많이 그립네...
동군이랑
18-02-10 03:14  
이랑아~ 이렇게 밤을 새면서 해야할 한 가지 일을 또 마무리하네. 한달 전만 하더라도 해야할 일이 열가지가 넘어서 정말 울고 싶었었는데, 그래서 동군이 붙잡고 울기도 했었어... 거의 이틀에 한번씩 밤을 새다시피 하니 거의 다 마무리가 되어가. 이제 열가지 중 세가지만 하면 모두 마무리가 된단다. 못할 것 같던 일들도 어떻게 어떻게 해내고 있어. 그 어느 방학보다 시간을 잘 쓰고 있는 것 같아. 지난 겨울엔 필사하느라 늘 밤을 새었었는데, 올해는 일하느라 이렇게 겨울밤을 보내고 있네. 그래도 컴퓨터 앞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집에서 동군이 무릎에 앉혀 놓고 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뭐야. 이제 좀 자고 날 밝으면 하루 정도는 동군이와 신나게 놀고, 좀 쉬고 에너지 충전해야지. 이랑이 생각도 마음껏 하고 말야...
동군이랑
18-02-10 23:32  
이랑아~오늘은 동군이와 하루종일 집에 있었거든. 그런데 오랜만에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려오더라. 이랑이가 짖으면 따라 짖는 강아지들이 몇 있었는데, 이랑이가 안 짖으니 우리 아파트 강아지들이 언젠가부터 아무도안 짖게 되었거든. 그런데 갑자기 우리 이랑이 목소리와 똑같은 강아지 짖는 소리가 나서 깜작 놀라 베란다 창문을 열고 내려다 봤는데 강아지가 없는거야. 그래서 현관 문을 열고 나가서 바깥을 내려다 보니 하얀 말티즈 강아지가 전력질주를 하고 있더라. 우리 이랑이처럼 강아지가 사람을 산책 시키는 모습이었어. 그런데 이 강아지가 말야. 동군이가 영역표시하는 모퉁이에서 한참을 냄새를 맡는거야. 언젠가부터 동군이가 영역표시를 하는 곳이 많이 생겼는데 그중 가장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영역표시를 하는 곳에 그 강아지가 냄새를 킁킁 맡더라. 생김새도 목소리도 이랑이같았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 동군이가 산책도 좋아하지만 다른 강아지들 냄새 흔적 맡는 걸 좋아하는 게 분명해. 이제 더 자주 산책 나가야겠는걸~~~
동군이랑
18-02-11 22:35  
이랑아~ 오늘 책상 정리하다가 이랑이 사진첩을 발견했어. 이랑이 사진 다 없어지고 아플 때부터의 사진 겨우 몇장 남아 있고, 이랑이 장례식 모습 사진이 전부지만 그거 인화해서 사진책으로 만들어 두었었는데, 오랜만에 펼쳐보니 이랑이 간병하던 그 무덥던 여름이 생각나. 요즘 날씨는 이렇게 추운데 그땐 정말 더웠었잖아. 그 더운 여름에 극세사 이불 위에 엎드려 있는 이랑이 모습보니 참 마음이 안 좋네.  지금 하늘나라에선 부디 잘 지내고 있길 바래~~
동군이랑
18-02-13 00:59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요즘 파카 위에 올라가 자는 걸 좋아해. 옷걸이에 걸려 있던 파카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동군이가 넓고 넓은 자리를 두고 파카 위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을 자는거야. 포근하고 따뜩한가 싶어서 잘 때 이불 위에도 파카를 펼쳐 두니, 역시나 그 위에 올라가서 자. 혼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으니 얼굴만 겨우 보이는데 무척 귀여워. 엄마 냄새가 좋아서 그런건지 아님 따뜻하고 포근해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어. 아무튼 뒤척이지 않고 잘 자니까 그거로 된거지 뭐. 이랑이는 하늘나라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는지 모르겠네. 아플 때는 그 어떤 자세로도 편하지 않았기에 늘 뒤척이던 이랑이였어. 자기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소변때문에 5분 단위ㄹ 깨기를 반복하니 늘 피곤해했었고... 엎드려 있으면 암덩이가 내장 기관을 짓누르니 아프고 힘들어서 옆으로 누워 있곤 했는데 그럼 또 신경을 짓눌러 마비가 오기도 했었고... 이랑아~ 부디 하늘나라에선 가장 편안 자세 잘 찾아서 밤새 뒤척이지 말고 아침이 올때까지 한번도 깨지 말고 푹 잘 잘 수 있었으면 해...
동군이랑
18-02-13 20:01  
이랑아~ 이제 며칠 뒤면 설날이야. 동군이 오빠 털 좀 자르려고 샵에 갔더니 귀털이 생각보다 많이 엉켜있네. 하는수 없이 얼굴은 동그랗게 남기고 귀는 바짝 깎아버렸어, 그랬더니 완전 아기 강아지가 되버렸어, 털이 몽글몽글하니... 이랑인 눈, 코, 입이 새까만 강아지라서 미용을 어떻게 하든 늘 이뻤는데, 동군이 오빤 미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굴이 정말 달라져. 오늘은 미용하고 난 동군인 전혀 다른 강아지가 되어 있더라. 갸우뚱거리는 표정은 영락없는 아기 강아지얼굴이야. 이랑이도 보면 정말 재미있어 할텐데 아쉽네...
동군이랑
18-02-15 01:19  
이랑아~지금 TV에서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는데, 개통령 아저씨가 나왔네. 강연 내용 하나하나가 우리 이랑이를 생각나게 해. 우리 이랑이 아기때는 지금처럼 많은 정보들이 없어서 우리 이랑이에게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구나 싶어. 이젠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우리 이랑이는 곁에 없어. 동군이에겐 같은 실수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랑이가 없다는 게 더 슬프게 느껴진다...
동군이랑
18-02-17 23:02  
이랑아~ 새해 복 많이 반고 있니? 동군이 오빠와 어제 할머니댁 갔다가 조금 전에 집에 왔어. 동군이 오빠는 세뱃돈도 신권으로 챙겼는데, 우리 이랑이는... 동군이는 미코와 사이좋게 잘 놀더라. 이틀동안 얼마나 신나게 놀았으면 집에 와서 싯고 나더니 바로 곯아떨어졌어. 건드려도 못 일어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도 눈 한번 뜨더니 다시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어. 이틀동안 정말 신나게 놀았다는 의미겠지. 동군이 오빠는 또 한 살을 더 먹고 있는데 우리 이랑이는 하늘나라에서 뭐하며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네.
동군이랑
18-02-18 19:10  
이랑아~오늘로서 설연휴가 끝나. 동군이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거의 꿈나라에 가 있네. 할아버지가 너무 무리했나봐. 어제도 그리 자더니 오늘 아침에도 낮에도 잠만 자. 잠깐 깨워서 베란다에 나가 바깥 바람이라도 좀 쏘이자고 했더니 베랑다 바닥에 발도 안 내밀어. 안고 무릎에 낮혀놓으니 그제서야 못이기는 척 고개를 삐죽 내밀어. 그 모습이 귀엽다가도 동군이 체력이 예전같지 않은가 싶어 걱정도 되고 그래. 이랑이가
 우리 지켜줄테니 너무 염려말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늘 마음이 안 놓여. 디스크 환자들은 겨울에 더 아프다고 하니 동군이도 따뜻한 봄이 오면 좀 나으려나...
동군이랑
18-02-20 03:11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욕구불만이 있을 대와 아닐 때 구분이 확실해. 기분이 언짢은 날엔 노즈워크를 하고 난 담요에 쉬~를 해 버리거든. 그런데 기분이 좋은 날엔 노즈워크 담요를 하루종일 두어도 노즈워크하고 나서 쉬~를 안해. 오늘은 걷는 산책도 마음껏 하고, 안고 산책도 하고, 목욕도 하고, 간식도 따로 먹고, 노즈워크도 했더니 동군이오빠 기분이 매우 좋았나봐. 낮동안 운동을 해서인지 지금 잠도 곤히 잘자네~지금의 이 행복한 순간들이오래 지속되어야 할텐데...
동군이랑
18-02-20 23:21  
이랑아~ 요즘 동군이는 뭐든 엄마와 나눠먹는 사이가 되었어. 사각사각 배도 깎어서 나눠먹고, 군고구마도 같이 나눠먹고, 방울토마토도  블루베리도 나눠 먹어. 그동안 혼자만 먹는 거에 죄책감이 컸는데, 진작에 나눠먹을 걸 하는 생각이 들어. 예전엔 사람먹는건 아무 것도 주면 안되는 줄 알아서 우리 이랑인 맛난 과일 하나도 못 줬네. 동군이 오빠가 너무나도 맛있게 잘 먹는 걸 보니 늘 엄마가 뭐 먹을 때마다 아련한 눈으로 쳐다보던 이랑이 생각이 나. 그대 외면했던 게 너무 미안해서...
동군이랑
18-02-22 02:16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오늘도 이쁜 행동만 골라서 하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너무 예쁜데, 요즘은 예쁜 행동까지 하니 얼마나 예쁜지.  어쩜 아기때 얼굴이 더 이쁘고 귀여웠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요즘이 훨씬 더 이쁘고 귀여워. 하루에도 수십번씩 귀요미라고 하는 것 같아. 우리 이랑이도 참 이쁘고 귀여웠는데, 요즘 동군이에게 하는 만큼 얘길 많이 못해 준 것 같아 미안해. 이랑인 아기때 더 귀여웠었는데 그 시간들을 너무 빨리 보내버려 아쉽네. 이랑인 하늘나라에서도 예쁘겠지. 늘 떠올리는 그 얼굴보다...
동군이랑
18-02-22 22:38  
이랑아~이젠 동군이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아. 배고프다는 건지 바깥으로 산책나가고 싶다는 건지 아니면 베란다라에 나가고 싶은건지 노즈워크하고 싶은건지 말야. 그냥 자고 싶다는 표정도 알겠어. 이랑이가 많이 아플 때, 이랑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울던 엄마를 기억하니? 늘 고통스러워하는 이랑이였으니까 이랑이의 표정을 봐도 알아챌 수가 없었거든... 아마 조금 더 오래 곁에 있었다면 알아챌 수 있지 않았을까 해. 그땐 모든 걸 병원에 의존했었으니까... 어쩜 이랑이는 차가운 병원 진료대에 누워 늘 각종 검사를 하느라 고통스러웠던 시간들보다 산책 한번 나가는 게 더 좋았을 수도 있는데 말야... 그땐 정말 아무 것도 몰랐었어.
동군이랑
18-02-25 00:19  
이랑아~ 시간이 지날수록 이랑이 얼굴이 더 또렷하게 떠오르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거 아닌가 걱정이었는데 말야. 동군이는목욕을 시키는데 갑자기 배가 불룩하게 나와 있는거야. 가끔 간수치가 안 좋게 나올 때가 있는 동군이라서 혹시 어디 문제가 생긴건 아닌가 또 걱정이네. 허리 아래는 홀쭉하게 들어가 있는데, 유독 내장 기관 있는 곳만 그러니 우리 이랑이 부풀어 오른 배가 생각나서 더 걱정이 되는거야. 부디 아무 일이 아니길 바래. 이랑이가 지켜줄거지...
동군이랑
18-02-26 01:59  
이랑아~바쁜 엄마를 위해 동군이는 간식 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혼자서 잘 놀아. 간혹 사료 씹어 먹는 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오고, 이내 찹찹찹 물마시는 소리도 들려와. 가끔은 끙~한 냄새가 스물스물 올라오기도 해. 눈치빠른 동군이는 놀아달라고 보채어야 할 때와 아닌 때를 잘 구분하네. 그리곤 혼자 곤히 잠들어 있어. 측은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래. 이랑이였다면 의자 등 뒤에 딱 붙어 앉아 늘 행동을 같이 했을텐데... 숨을 크게 한 번 쉬고는 잠들던 이랑이. 이랑이의 숨소리가 그립네. 암이 폐이 전이되기 전 청량하던 숨소리 말야. 이랑이는 잘 있는 거지. 초코는 만났는지도 궁금하네...
동군이랑
18-02-27 19:37  
이랑아~노즈워크 담요 속에 간식을 숨겨 놓으면 동군이 오빠는 이제 정말 빨리 찾아내. 그래서 이번엔 난이도를 높여서 공모양의 장난감을 사다가 거기에 간식을 숨겨 놨어. 공이 굴러가니 처음엔 어쩔줄 몰라 하더니 이내 두 손을 꼭 모으더니 한 손으로는 공을 꼭 쥐고 나머지 한 손으로 간식을 야무지게 찾아 먹네. 얼마나 똑똑한지 모르겠어. 공이 자꾸 굴러 가니 입에 물어다 구석에 공을 몰아 놓고는 간식을 찾아 먹는 정도야. 동군이 오빠 치매 증상이 이제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아. 정말 반가운 소식이지? 지금처럼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군이랑
18-02-28 23:09  
이랑아~ 비가 정말 많이 내려. 여름철 장마마냥 그칠 줄을 모르네. 이제 며칠 뒤면 개강이어서 그 전에 동군이 산책 많이 시켜줘야 하는데 어쩌니. 비가 뭔지 알려주려고 이랑이 데리고 우산 쓰고 산책 나간 적 있었잖아. 그런데 동군이 허리가 아프니까 가로로 안아야 해서 우산 쓰고 나갈 수는 없어. 이랑이 주려고 사놓은 노란 비옷은 이랑이 입어 보지도 못했네. 초코 줬는데, 초코도 입어 보질 못하고 하늘나라 갔어. 미코에겐 너무 커서 안돼. 하늘나라에서 이랑이는 요즘 뭐하며 지내는지 많이 궁금하단다...
동군이랑
18-03-01 18:57  
이랑아~ 이랑이가 참 많이 보고 싶었는데 꿈 속에 나와주었네. 꿈속에서도 이랑이는 걷지 못하는 강아지였어. 그런데 이번엔 걷지 못하는 이랑이를 엄마가 품에 꼭 안고 있더라. 어딜 가든지 이랑이를 안고 다녔어. 자다가 깜짝 놀라 눈을 떴는데 이랑이를 안고 있는 그 포근함이 너무 생생해서 다시 눈을 감았어. 꿈을 깨기가 싫었거든. 그런데 믿어지지 않게 다시 꿈속에 이랑이가 나왔어. 여전이 이랑이를 안고 있는 꿈. 아침에 일어나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이랑이의 복슬복슬한 털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말야. 그동안 그렇게 꿈에 안나오더니 하룻밤 새 두번씩이나 보다니... 너무 기쁘고 들떠서 동군이에게도 그 소식 전해줬어. 그리고 이랑이 넥칼라 꺼내어 같이 냄새도 맡아보았단다~ 이랑이가 생생하게 생각나니 도보고싶네~
동군이랑
18-03-03 00:10  
이랑아~털이 복슬복슬하고 오동통해진 동군이는 말야. 안고 있으면 참 따뜻해. 꿈 속에서 만난 이랑이처럼... 오늘은 갑자기 바람이 많이 불어 산책도 못했지만, 내일은 동군이와 산책 다녀오려고... 오랜만에 일아이와 즐겨 앉아 있던 놀이터도 가보려 해. 이랑이가 쉬하던 곳도 지나치지 않을께. 동군이가 이랑이를 잊지 않도록 할께~보고 싶어, 우리 이랑이...
동군이랑
18-03-05 00:45  
이랑아~이제 개강이야. 동군이 오빠가 혼자 있어야 할 시간들이 늘어난거지. 시간표가 조금 안 좋아서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아마 12시간 이상을 혼자 있어야 할 거야... 동군이가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랑이 하늘나라 가던 그 학기와 비슷한 시간표란다. 아픈 이랑이를 두고 수업 다녀왔을 때 이랑이 상태가 너무 많이 안좋았었는데 그대 골든타임을 놓쳐서 이랑이는 수혈을 받게 되었잖아. 그리고 그 수혈부작용으로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었고 그만 헤어져야 했어. 그래서인지 또 불안이 몰려와... 이번엔 동군이 오빠가 그리될까 싶어서... 학교가 가까우면 괜찮은데 이번에도 그때 그 학교. 한시간 거리의 학교로 가야하니 무척 걱정이 되네. 이랑아~ 아무 일없이 이번 학기가 지나가길 기도해. 이번 학기만 지나면 여유가 생기는데 말야... 이랑이가 똑같은 슬픔 겪지 않도록 도와주렴~
동군이랑
18-03-05 22:21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혼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였지 온 몸이 붉게 변해있어. 온몸을 하도 긁어서 핏발이 다 새어 나오려는 것 같아. 피부가 예민한 동군이 오빠는 스트레스 받으면 갑자기 털이 다 빠져버리거나 아님 이렇게 피부 발진이 일어날 정도로 긁어대지... 이를 어쩜 좋으니... 이제 고작 개강하고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말야... 이랑이가 곁에서 멍멍하고 하지 말라고 다그치거나 와서 핥아 주면 좀 나을텐데... 아무도 말릴 이가 없으니...
동군이랑
18-03-07 00:32  
이랑아~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오늘 처음으로 동군이 오빠에게 소리를 질렀어... 동군이 오빠는 허리가 안 좋으니까 두 발로 일어서면 안되는데, 두발로 일어서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장면을 목격했거든. 따끈한 군고구마 맛있게 먹고 난 후의 행동이라서 더 화가 났나봐. 이런 모습 낯설었는지 동군이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는데... 정말 아차 싶었어. 그리고나서부터는 곁눈질 하는 예전 습관이 다시 나오네... 무한한 신뢰와 애정으로 대하던 엄마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라 느낀걸까? 지나고나서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 내일은 일주일 중 제일 바쁜 날인데 동군이에게 미안해서 어쩌나...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나도 화내지 않고 이해해야지... 이랑이 보내고 나서 제일 후회한 게 이랑이 야단 친건데 그걸 잊고서... 에구...
동군이랑
18-03-07 22:49  
이랑아~ 무려 12시간을 집을 비우고 돌아오니 동군이오빠가 하울링을 하네. 너무너무 불안한 상태로 있다가 겨우 안심이 되어서인지 막 울부짖더라... 그리고나서는 허겁지겁 물을 마셔 대는데... 목마른거도 참으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 동군이. 이제 긴장이 풀려서인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깊은 잠에 빠졌어. 한순간에 기장이 풀리니 그런거겠지만 너무 안쓰럽네. 우리 이랑이도 예전에 그랬었니? 동군이 오빠가 옆에 있어도 불안이 가시지 않아 온 몸을 부르르 떨며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이랑이. 그러다 엘리베이터에서 현관으로 걸오오는 발소리에 좋아서 깡깡 짖던 우리 이랑이. 이랑이는 늘 보고 싶은 존재란다...
동군이랑
18-03-08 22:41  
이랑아~ 동군이 오빠의 식탐이 시작되었어. 엄마가 저녁을 먹고 있는데 동군이 오빠가 점프해서 뛰어드는 바람에 뜨거운 국을 다 엎질렀지 뭐야. 큰일날 뻔 했어. 예전에 이랑이 등에 뜨거운 커피를 쏟았던 적이 있었잖아. 이번에도 얼마나 놀랐는지... 그래도 동군이 오빠 다치진 않았으니 다행이긴 한데, 돌발행동을 하니 건강해졌다고 봐야 할지 아님 그 반대로 생각해야 할지를 도통 모르겠네...
동군이랑
18-03-09 23:31  
이랑아~ 네이버 클라우드에 들어갔더니 2년 전 오늘이라며 사진이 한장 뜨더라... 분홍색 마약방석 위에 다정히 앉아 있는 동군, 이랑... 이랑이가 난소암 수술하고 회복중일 때 모습이었는데, 몸을 동그랗게 말아 잠든 이랑이 곁에 꼭 붙어 있는 동군이. 이랑이를 간호하는 듯한 모습의 사진... CCTV 캡처한 사진이더라...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 이랑이가 그리 빨리 떠날줄은 전혀 몰랐었는데... 동군이도 같은 마음이었겠지. 동군이도 이랑이가 많이 그리울거야. 엄마처럼...
동군이랑
18-03-10 21:19  
이랑아~ 비가 그치고 나면 봄이 올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아니야... 날이 풀려야 하는데 오히려 바람이 더 세차게 불고 있어. 동군이 오빠는 고작 안고 산책밖에 못하는데 그것마저도 신나는지 크게 숨을 내쉬고 몰아쉬고 그래. 작은 것에 감사할줄 아는 동군이... 참 착해. 이랑이보고싶다고 훌쩍 떠날 생각하지 말고 100상 200살 같이 살자고 늘 얘기하고 있단다~ 이랑이 보고싶은 건 늘 매한가지야... 서운해 하지마~
동군이랑
18-03-11 23:59  
이랑아~ 날이 아직 추워. 요즘처럼 날이 추우면 길가 야옹이들이 걱정이 되는데 말야. 이랑이 친구 야옹이는 언젠가 부터 보이지 않았고... 최근 새로 알게된 야옹이는 아파트 입구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데. 오늘은 중화요리집 아토바이 뒷바퀴에 살짝 몸을 뉘이고 있더라. 막 배달을 다녀온 오토바이라 따뜻하게 느껴졌나봐... 휴일이라 차들이 주차만 하고 움직이지를 않는데 비해 오토바이는 배달이 바빠 분주하게 움직이니까 비록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몸을 피할 수 있어서 그런가봐... 이랑이가 한참 말 안들을 때. 쓰레기통을 뒤져 집을 엉망으로 하거나 두루마리 휴지를 다 훌어 놓거나 청바지 무릎을 다 갉아 먹었을 때 그때 이랑이 혼내키면서 한 말이 있었지... 이랑이도 길가 떠도는 강아지처럼 되고 싶냐고 했던 그 무서운 말... 이랑이가 크고 나서는 그러지 않았는데 한살 무렵, 우리 강아지들을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을 그때는 그렇게 무시무시한 말을 한 적도 있었지... 그때를 정말 후회해. 미안해 이랑아. 우리 이랑이 다 듣고 기억하고 있을 것 같은데, 그만 잊어주렴... 그땐 너무 너무 몰랐었단다...
동군이랑
18-03-12 23:07  
이랑아~ 드라마 속 강아지가 암으로 투병하다 하늘나라 가는 장면이 나왔는데, 우리 이랑이 생각이 무척 많이 나네. 우리 이랑이 마음도 그랬겠지. 남겨진 엄마가 걱정되어서 아파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참다가 참다가 너무 너무 아파 도저히 못 참겠거든 그냥 하늘나라 가도 된다고 했던 말. 이랑이를 포기하는 말이라 생각한 거 아니지? 이랑이가 가끔씩 찾아드는 발작에 너무 고통스러워하니까 그런 말을 한 거지. 이랑이 간병하는 게 힘들어서 그런건 아니었어. 이랑이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드라마를 통해 이랑이 얼굴이 자꾸 오버랩 되어서 힘드네...
동군이랑
18-03-15 19:55  
이랑아~ 봄비가 세차게 오네. 우리 이랑이 쉬하던 곳에도 산책하다 늘 쉬어 가던 놀이터 계단에도 비가 와. 이랑이에게 비를 알려 주려고 문을 열어 얼굴을 내밀게 했던 베란다에서 동군이 오빠는 눈을 찡긋하며 밖을 보고 있어. 이랑이는 잘 있는지 우리 생각은 하는지 얘기도 나눴단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만큼 우릴 보고 싶어할 거라 생각하며 말야...
동군이랑
18-03-17 23:05  
이랑아~ 동군이를 보고 있으면 가끔 이랑이 얼굴이 겹쳐 보여. 기분 좋은 표정 말고 슬퍼 보이는 표정에서 말야. 현관을 나가기 전 다녀오겠다고 인사할 때 오늘은 또 얼마나 오랜 시간 혼자 있어야할지 몰라 슬퍼하는 동군이를 보면 안 떨어지려고 문밖까지 따라나오려던 이랑이가 더 생각나... 이랑아~ 동군이오빠 쓸쓸하지 않게 하늘에서 잘 좀 지켜봐줘~
동군이랑
18-03-18 23:17  
이랑아~이랑이 입던 옷. 이랑이 목줄. 이랑이 가방. 이랑이 휄체어. 모두 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나중에 아주 나중에 동군이마더 엄마 곁을 떠나도 모두 그 자리에 둘께. 눈에 안보이면 잊을텐데 늘 곁에 두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보다 보니 우리 이랑이가 아직 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거든. 무엇보다 우리 이랑이를 잊지 않고 매일매일 이렇게 떠올릴 수 있으니까 말야. 보고 싶은 우리 이랑이,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 강하게 기억되는 건 왜일까.
동군이랑
18-03-20 00:55  
이랑아~ 뒤돌아보니 고물꼬물하던 아기 강아지 이랑이의 시절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어. 동군이 오빠 얼굴을 보면 역시나 같은 생각이 드는거야. 지금 이처럼 귀여운 동군이와의 시간도 금방 지나갈거라 생각하니 순간순간 안예뻐할 수가 없어. 가만히 자는 동군이 얼굴을 만져보기도 하고 괜히 털을 쓰다듬어보기도 해. 나중에 아주 나중에 지금 이 시간들을 후회할까봐 그런거야. 한번이라도 더 안아줄걸, 한번이라도 더 만져볼걸 하는 후회가 들지 않도록 지금 많이 예뻐해줄거야. 이랑이가 보면 조금 질투할지도 몰라~
동군이랑
18-03-22 23:41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아픈 것처럼 엄마도 아파. 그래서 이랑이에게 편지를 자주 못써. 이랑이를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님을 기억해주렴. 동군이와 항상 이랑이 생각하고 있단다...이랑이가 그 마음 알아주길...
동군이랑
18-03-24 21:45  
이랑아~ 이랑이가 아파서 못 걷기 시작한 날. 그리고 이랑이가 하늘나라로 떠난 날. 그때 다짐을 했어. 동군이는 지켜내겠다고... 그리고 지금까진 잘하고 있어. 그런데 동군이는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만 가네. 전적으로 의지하는 동군이가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워. 동군, 이랑 우리 세명...
동군이랑
18-03-25 21:48  
이랑아~ 어제 서울다녀와서 많이 피곤했나봐. 하루종일 몸이 힘드네. 요즘 들어 건강상태가 안 좋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기억력도 집중력도 안 좋고... 이랑이도 걱정되지? 늘 씩씩한 엄마가 요즘 들어 예전같지 않으니까 말야. 항상 어딘가 아픈 상태로 지내다 보니 그 어디도 아프지 않고 건강한 상태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얼마나 많은 곳들을 다닐까 하는 생각을 해봐.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슬프진 않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돼. 모든 것을 받아들이니까... 오늘은 아픈 동군이와 동병상련하면서 시간을 보내었어. 동군이와 이랑이의 아픔이 이런 거였나 싶기도 하고... 약을 먹어도 별로 효과가 안 나타나서 이번에 가면 약용량을 올리든 종류를 바꾸든 해야할 것 같아. 부작용이 겁나긴 하지만... 그래도 동군이 책임진자는 약속 꼭 지켜낼테니 걱정마~
동군이랑
18-03-28 01:15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요즘 안정적으로 지내는 것 같아. 슬쓸해하고 외로움도 많이 느기는 것 같지만 허리 아파하거나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사료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어. 무엇보다 노즈워크할 때 보면 많이 똑똑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싶어. 길에서 만나는 야옹이들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시력도 괜찮아 진 듯하고... 여러 면에서 좋아진 것 같아 안심이 되네. 그렇다 하더라도 방심하면 안되는 것도 알아. 우리 이랑이대 많이 경험했잖아... 동군이 오빠는 진통제나 소염제도 안 먹고 있어. 그냥 각종 영양제와 인지기능 강화하는 약을 먹는데, 간식에 섞어 주면 이제 약도 곧잘 먹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
동군이랑
18-03-28 23:55  
이랑아~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파릇파릇한 싹만 보이던 벚나무가 오늘 보니 꽃을 피우고 있더라. 완전 흐드러지게 핀 건 아니지만, 예쁘게 피었어. 아파타  앞마당의 밪나무는 우리 이랑이가 정말 좋아한 나무라서 이랑이 나무라고 이름 붙여줬는데... 오늘 동군이와 늦은 밤 산책길에 나서니 동군이가 얼마나 신나 하는지... 이랑이 나무 앞으로 가서 벚꽃에 코를 대어 냄새도 맡고 바람에 살짝 나부끼는 꽃잎을 좇아가기도 하더라. 우리 이랑이같으면 좋아서 이리저리 깡총깡총 뛰었을텐데 말야. 이랑이가 떠나고 나서 두번째 맞는 봄이야. 내년에도 동군이와 함께 이랑이나무를 볼 수 있었으면...
동군이랑
18-03-29 21:59  
이랑아~ 잘 지내니? 하늘에서 내려다 볼 때 우린 어떤 것 같아? 아침에는 동군이 오빠 뒷다리에 경련이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다리를 딛지 못하고 부르르 떠는데 우리 이랑이대처럼... 무서웠어. 그땐 몰라서 그냥 지켜만 봤지만 이젠 경험이 있으니까 동군이 오빠를 꼭 안아주면서 다리를 마사지 해줬어. 살살 부드럽게 만져주면서 동군이오빠 안심도 시키고... 그리고 간식도 하나 챙겨 줬어. 그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잘 걷더라...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었지 뭐야... 우리 이랑이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다리를 떨며 아파하는 이랑이를 그냥 밤새도록 바라만 봤어. 못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었지. 바보같이... 동군이 오빤 우리 이랑이 덕에 항상 골든타임을 지킨단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간 이랑이, 늘 사랑한다...
동군이랑
18-03-31 00:37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체중이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있어. 항상 목둘레를 재어 보는데, 들쭉날쭉해. 간식을 많이 먹은 날은 도톰한데 그렇제 않은 날은 너무 가늘어져. 우리 이랑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가 목의 근육이 다 빠져서 목이 가늘어지면서 목을 가누지 못하게 되었단 거잖아. 그래서 늘 이리저리 관찰하고 있어. 정해진 장소에 쉬도 하고 응아도 하는 기특한 동군이 오빠, 이랑이가 칭찬해주렴~
동군이랑
18-03-31 23:35  
이랑아~ 동군이 오빠 데리고 산책을 나가려고 하는데 동군이가 옷을 안 입으려고 도망을 다니는거야. 목줄도 안하려들고... 심지어 으르렁대기가지 했어. 또 어딘가 아픈건가 싶어서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지 몰라. 우리 이랑이도 처음 아파서 못 걷던 날이 토요일 밤이었어. 그날 밤을 잊을 수가 없지... 24시간 운영하는 병원인줄 알았는데, 전문의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제대로된 진료도 못 받고 다시 데리고 집에 와서 날 밝을 때가지 기다렸다가 병원 갔더니 대기환자가 많아서 우리 이랑이 진료는 늦어지기만 했어. 그렇게 이랑이가 아픈지 꼬박 24시간만에 진료를 받으니 제아무리 스테로이드를 처방해도 우리 이랑인 하늘나라 가는 그 순간까지 걷지 못했었어. 지나고 나니 다시 또 모든 상황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만약 그날 아픈 이랑이를 데리고 다른 병원이라도 갔었다면 어쩜 우린 지금 헤어지지 않고 함께 지내고 있을까...
동군이랑
18-04-01 17:56  
이랑아~ 날이 풀리니 차 밑에서 추위를 피하는 야옹이들이 다 사라지고 없어. 대신 수풀 속에 숨어 있거나 주택가 지붕위를 살금살금 걸어다니고 있어. 동군이는 아파트 곳곳에 영역표시를 한 다른 멍멍이들의 흔적을 쫓으며 기분 좋아하고 있어. 이랑아~ 이제 봄이 왔어. 봄빛에 졸음이 쏟아져 옆으로 누워 목을 쭈욱 빼고 있던 이랑이 모습이 떠올라. 마냥 행복했던 그 시절들...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우리 이랑이...
동군이랑
18-04-03 23:13  
이랑아~ 꿈속에서 이랑이는 사료를 먹고 있었어. 예전 서울 살던 그 주택. 그리고 이랑인 못 걷는 이랑이가 아니었어. 너무 씩씩하게 잘 걷고 뛰고 사료를 먹다가 엄마에게 뒤어들어 안기는 강아지였어. 처음이야. 이랑이가 귀를 펄럭이면서 뛰는 모습을 본게... 처음에는 굼이 기억이 안났는데, 아침에 동군이가 사료 먹는 걸 보니 퍼뜩 생각이 나더라.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그리고 오늘은 봄날씨. 이랑이가 좋아하는 아파트 마당의 벚꽃이 바람에 흩날려 꽃비가지 내려주더구나. 이랑이처럼 동군이도 바닥에 날리는 벚꽃 잎사귀 냄새를 맡더라. 오늘은 정말 행복 가득한 날이야. 우리 이랑이, 아픈 모습 아니고 밝고 씩씩한 모습이어서 정말 행복했어. 오늘 만난 이랑이가 오래도록 기억되었으면 해~
동군이랑
18-04-04 23:13  
이랑아~ 오늘은 비가 제법 많이 왔어. 우리 이랑이 좋아하는 벚나무의 꽃들을 다 떨어져 버렸어. 동군이 데리고 몇번 산책 다녀오길 잘했어. 하마터면 동군이에게 꽃구경도 못 시켜줄 뻔했지 뭐야. 뭐든 후회하지 않게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게 뭐가 되었든 말야. 하늘나라에서 초코는 만났니? 할머니댁에 가면 다들 초코를 잊었는지 잘 지내더라. 난 이랑이 떠나고 정말 오랜시간 힘들어했는데... 아무래도 혼자인 것과 식구들이 북적이는 건 다르니까. 이랑이는 사랑 많이 받고 자랐으니까 초코에게도 사랑 많이 나눠주렴~
동군이랑
18-04-05 22:30  
이랑아~ 봄이 오는 가 싶더니 다시 추워졌어. 이랑이 있는 곳은 따뜻하니? 가보지 못한 곳이라 그런지 무척 궁금해. 이랑이가 있는 곳. 동군이는 분리불안이 다시 생겼어. 하루종일 방문과 현관문만 왔다 갔다 하는 게 안쓰러워... 이제 또 주말마다 서울을 가야 하는데 걱정이야. 안그래도 이번 학기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야간 수업이 있어서 밤늦게 집에 오는데 말야. 스트레스 받아 아프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네...
동군이랑
18-04-06 23:20  
이랑아~ 오늘 지하주차장에서 이랑이 친구 야옹이를 만났어. 정말 오랜만이었어. 벌써 몇달째 안 보이길래 안 좋은 일 생겼나하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날이 갑자기 추워서인지 차 밑에 숨어 몸을 웅크리고 있더라. 반가운 마음에 야옹아하고 이름을 불렀더니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는데 배에 혹이 하나 보여... 제법 큰 혹이어서 걱정이야... 악성이면 안되는데 이를 어쩌니. 좀 살피려고 하는데 냅다 도망쳐 버려서 자세히 보지도 못했어. 이랑이 친구 안 아파야할텐데... 그치.
동군이랑
18-04-08 00:22  
이랑아~ 동군이를 한 손으로 안고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가는데, 동군이가 무거워서 팔이 아프더라... 예전에는 늘 이랑이만 데리고 가고 동군이는 집에 두었었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하울링을 하던 동군이였어. 이제 이랑이가 없으니 동군이는 엄마 차지가 되었는데, 이 상황을 동군이는 좋아하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이랑이가 없어서 허전해할까? 그동안 엄마 사랑 많이 받았다고 동군이오빠에게 양보하느라 이랑이는 먼저 떠난 걸까? 동군이는 아무 답을 하지 않네...
동군이랑
18-04-08 23:36  
이랑아~ 엄마가 잠시 화장실 간 사이 곤히 잠자던 동군이 오빠가 깨서 놀래서 뛰어 나왔어. 동군이는 잠자면서도 긴장하나봐. 혹시 자기만 두고 어딜 가버리나해서... 아무일 없다고 안심시켰는데 그때부터 또 다리가 떨리며 미세한 경련이 왔어. 머리 쓰다듬어주며 긴장을 풀어주려하는데, 몸을 못 건드리게 깨갱하는거야. 어딘가 아프다는 뜻이잖아. 급히 메타캄을 먹이고 진정시켰어. 그랬더니 다시 잠이 드네... 아직 자고 있는 동군이. 잠에서 깨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안 아팠으면 좋겠어. 이랑아~ 한동안 건강하던 동군이였어. 메타캄 안 먹인지 한참 되었는데 너무 속상해. 늘 그랬듯 이랑이가 지켜줄거지?
동군이랑
18-04-09 23:37  
이랑아~ 동군이오빠는 하루만에 다시 좋아졌어. 메타캄이 효과를 발휘해서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연스레 나은 것인지는 모르겠어. 어찌되었든 다리를 절뚝거리던 동군이 오빠는 다시 살살 걷기 시작했어. 아직은 걱정되어 산책 나갈 엄두는 못 내지만 그래도 조금씩 걷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기도 해. 휴우~~
동군이랑
18-04-10 23:37  
이랑아~오늘은 갑자기 이랑이가 막 보고 싶었어. 인화해 두었던 이랑이 사진도 꺼내어 보고, 스톤도 한알씩 꺼내 만져봤어. 이랑이가 타던 휠체어도 꺼내어 만져보고, 이랑이가 먹다 남기고 간 진통제와 소독약들, 거즈와 솜, 그리고 갖가지 넥칼라. 다 이랑이를 떠올리게 해. 예전엔 이랑이를 생각하면 아픈 모습들만 떠올랐는데, 시간이 지나고나니 아픈 이랑이 모습 말고 신나게 뛰놀던 얼굴, 사려 먹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던 얼굴, 목욕물에 흠뻑 젖어 말라깽이가 된 모습들까지 하나하나 다 생각나. 신기하지? 그냥 생각만 하는데도 이랑이를 쓰다듬을 때의 그 보드라운 감촉도 생각나. 동군이와 달리 이랑이는 정말 털이 가늘고 부드러웠잖아... 시간이 흘러가면 잊혀지기는 커녕 더 또렷하게 기억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정말 감사한 일이야...
동군이랑
18-04-13 00:30  
이랑아~ 동군이를 쳐다 보고 있으면 이랑이 얼굴이 겹쳐 보여. 너무다 다른 얼굴인데... 이랑이는 눈, 코, 입이 모두 새까만데 동군인 아니잖아. 그런데 동군이의 슬픈 표정에서 이랑이 얼굴이 언뜻언뜻 보여. 그럴 때면 가만히 눈 마주치고 쳐다 보고 있는데, 어떤 마음에서 쳐다 보는지 알기라도 하듯 동군이 오빠 역시 가만히 쳐다봐... 설명하기 힘든 상황인데, 동군이오빤 모든 걸 다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아... 이랑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니? 늘 보고 싶어 한단 거 알아줬으면 해...
동군이랑
18-04-14 23:18  
이랑아~오늘은 비가 억수같이 많이 오더라. 동군이 오빠는 겁이 많아서 비오면 꼬리를 사정없이 내리고 우울해 하잖아. 오늘은 하루종일 쓸쓸한 표정이야. 그런데 말야. 모니터 속 이랑이 사진을 보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갑자기 거실 쪽을 바라보는게 이랑이를 찾는 눈치야. 잊고 있었던 이랑이 생각이 난걸까. 아무렇지 않은 듯 간식을 먹다가도 이랑이 생각이 나겠지? 이랑이 마지막 가는 길에 얼굴을 돌려 애써 외면하려 한 걸 미안해 하기도 하겠지? 그러면서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자고 인사도 건넬꺼야 그치. 말못하는 동군이지만, 눈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동군이잖아...
동군이랑
18-04-16 02:11  
이랑아~ 잘 지내니? 할머니댁에 갔더니 다들 초코와 이랑이를 그리워하더구나. 초코는 이랑이와 같은 장례식장을 거쳐 이랑이를 뿌려준 낙동강변에 함께 뿌려주었다며, 하늘나라에서 이랑이가 초코 잘 돌봐주고 있을지 궁금해 하더라. 살아생전에도 둘은 서로 친했으니까 아마 이랑이가 선배랍시고 많이 보듬어 줄거라 했어. 미코는 수술 잘 마치고 살이 포동포동해져 있더라. 여전히 애교 많은 강아지라서 초코의 빈자리를 잘 채워주고 있는 것 같았어. 동군기도 데려갔더라면 좋았을 것을... 동군이 두고 다녀온 게 마음에 걸리네... 지유 이모는 초코 꿈을 한번 꿨다고 하네. 난 우리 이랑이 꿈을 벌써 세번이나 꾸었는데... 그것도 건강한 이랑이 모습도 보았는데 말야. 이랑아~ 널 잊지 않고 이렇게 그리워하고 있으니, 훗날 우리 꼭 만나자~~
동군이랑
18-04-16 22:56  
이랑아~ 창밖을 내려다 보는데, 이랑이가 힘차게 뛰어오르던 언덕길이 생각나네. 이랑이 하늘아라에 잘 있니. 참 많이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네...
동군이랑
18-04-18 00:40  
이랑아~ 집 사워기가 고장이 나서 오늘 할아버지께서 와서 고쳐 주고 가셨대. 엄마가 없는 사이 다녀가셨는데, 동군이는 청소가 돌리는 소리에 겁을 잔뜩 집어 먹고 베란다에 나가 있었다고 하네. 우리 이랑이는 할아버지를 무척 따랐다고 들었는데. 동군이 살이 너무 많이 빠졌다고 할아버지가 걱정하시네. 엄마는 매일 봐서인지 몰랐었거든. 그러고보니 얼굴 표정도 안 좋고 요며칠 토한 것도 생각나네. 안 아프고 오래도록 엄마 곁에 있어줬음 하는데. 너무너무 걱정이야.
동군이랑
18-04-18 23:50  
이랑아~ 동군이 오빠 지난 번 미용할 때 발톱 잘라 달라는 걸 깜빡하고 말 안했더니, 앞발 발톱이 정말 길게 자라 있어. 지금 이 순간, 동군이는 발톱을 열심히 깨물고 있네. 우리 이랑이처럼... 이랑이는 발톱이 길면 열심히 깨물어서 날카롭게 만들곤 했었는데. 그리고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어 상처 참 많이 났는데... 팔과 다리 이곳 저곳에 이랑이 할퀴어 생긴 흉터를 보면 이랑이 생각이 절로 난단다...
동군이랑
18-04-20 21:51  
이랑아~ 베란다의 군자란에 꽃이 피었네. 이랑이가 봤더라면 꽃잎을 뜯어 바닥에 흩어놓았겠지... 세탁기 돌릴 때 한번씩 물 주는 거 외엔 아무 것도 한 것도 없는데 알아서 잘 자라네. 미안하게 말야. 이랑이 없이 맞는 두번째 봄이야. 여전히 그립고 보고 싶은 우리 아기 강아지 이랑이. 동군이오빠도 말은 안하지만 이랑이가 무척 보고 싶을거야...
동군이랑
18-04-22 23:25  
이랑아~이제 날이 많이 따뜻해져서 봄이불로 싹 바꿨어. 이랑이가 있었더라면 새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좋아했을텐데... 엄만 모른척 하고 이랑이가어디갔냐고 찾는 시늉을 했을테고. 그럼 나 여기있어요라고 말하듯 이랑이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테고 그 귀여운 이랑이를 붙잡고는 얼굴을 부비부비했을거야...  동군이 오빠는 이랑이와 성격이 참 달라. 이불을 바꾸어도 그런가보다 하고 평소와 같은 행동이야. 이런 사소한 일 하나에서도 이랑이와 있었던 그간의 일상들이 생각나는 오늘이야. 이랑이는 항상 보고 싶고 그리워...
동군이랑
18-04-24 23:51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요즘 노즈워크 삼매경에 푹 빠졌어. 하루에 두번씩 꼭꼭 하고 있어. 아침에 출근할 때 노즈워크 볼을 안겨 주면 마약방석에 물고 가서는 두 손을 꼭 모으고 앙앙하며 간식을 찾아 먹고...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와서 저녁 챙겨 주고 좀 놀다 다시 한번 노즈워크를 해. 역시나 두 손을 꼭 모으고 집중해서 간식을 찾아 먹어. 간식 찾아 먹는 모습이 어쩜 그리도 아플 때 이랑이 모습과 같은지... 허리를 길게 펴고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니, 진작에 알았더라면 우리 이랑이도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뿐이야. 이랑이에게 온갖 좋은 치료는 다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작은 일상적인 것들은 하나도 해 준 게 없어서 속상해. 그래서 이랑이를 생각하면 더 애틋하고 그리운건지도 모르겠어... 많이 보고 싶어, 우리 이랑이가.
동군이랑
18-04-26 00:26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요즘 정말 규칙적인 생활을 해. 아침에 일어나면 기지개부터 켜. 그렇게 몸을 풀고 나면 뻐근한게 좀 덜하나봐. 아침 먹고 노즈워크하고 나면 바로 아침잠을 자더라. CCTV로 관찰한 바 그래. 그러다 낮에 일어나면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불안해 하며 거실을 뱅글뱅글 돌고... 그러다 엄마가 귀가하면 신나하며 산책을 다녀오고. 그리고나서 씻고, 저녁을 먹고, 노즈워크를 한번 더 하고 피곤해하며 잠들어. 그러는 동안 엉뚱한 데 쉬를 해 놓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어. 아파서 늘 고단해하는 엄마를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건지도 모르겠어. 아님 호기심으로 하루를 바삐 보내다 보면 실수할 일이 안 생기는건지도 모르겠어. 동군이의 협조 덕에 정말 감사해. 이랑이도 다 보고 있어서 알지? 우리의 일상이 어쩌면 무척 단조롭긴한데 그래도 지금에 정말 감사해...
동군이랑
18-04-26 23:44  
이랑아~ 낮엔 정말 여름처럼 무더운데, 저녁엔 여전히 쌀쌀해. 집에 오는 길에 보니 주차장 차 밑에 야옹이 둘이서 나란히 앉아 있더라. 사이좋게 말야. 우리 이랑이와 동군이가 마약방석 하나에 서로 엉켜서 잠들어 있던 모습이 생각나더라. 방석을 여러 개 챙겨 놔두어도 항상 동군, 이랑은 같은 방석에 있었잖아. 이랑이도 처음엔 동군이가 귀찮아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지만 곁을 내주었는데... 그런 일아이가 좋아서 동군인 늘 슬그머니 이랑이 곁에 다가갔었는데... 이제 혼자 남은 동군인 그 큰 마약방석에 몸을 길게 쭉 뻗어 있어. 이랑이의온기가 없는 마약방석에서 동군이 혼자 얼마나 쓸쓸할까...
동군이랑
18-04-28 20:32  
이랑아~요즘 우리 아파트 강아지들은 도무지 짖지를 않네. 우리 이랑이가 없어서 그런가... 이랑이가 먼저 앙앙하고 선창을 하면 이곳저곳 강아지들이 따라서 앙앙댔었는데. 그럼 이랑이가 대답이라도 하듯 또 앙앙하고. 선두이던 이랑이가 없으니 아무도 안 짖는건가 싶기도 해. 산책하다 만나는 강아지들도 동군이가 짖지를 않으니 역시 조용해. 이랑이였다면 기선제압이라도 하듯 먼저 덤볐을텐데 말야. 이랑이의 앙앙하는 소리도 그립고, 또 뒤따라 짖는 강아지들 목소리도 듣고 싶어...
동군이랑
18-04-30 00:05  
이랑아~ 동군이 오빤 오늘 간식을 정말 많이 먹었어. 하루종일 참 많은 간식을 먹었어. 기분이 신난 동군인 낮잠도 잘 자고, 잘 쉬고 모처럼의 휴일을 보냈네. 이랑인 하늘나라에서 늘 휴식만 취하고 있는 건 아니지? 친구들과 신나게 놀기도 하고, 가끔은 우리가 보고 싶어서 울적해 하기도 하고 그런거지? 하루하루 시간들이 훌쩍 지났다고 느낄만큼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면 좋은데, 엄마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느라 지루해하던 이곳에서의 생활같아선 안되는데... 이랑아~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때 정말 신나게 놀아줄게. 그때까지 친구들과 잘 지내~
동군이랑
18-05-01 01:22  
이랑아~ 오늘 오랜만에 동군이 데리고 산책 다녀왔더니 동군이가 너무 너무 신났는지 호기심 만발, 전력질주를 하면 아파트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녔어. 발바닥이 새까맣게 변해서 집에 와서는 목욕 싹 씻기고 간식 챙겨줬더니 정말 피곤했는지 여태 개지도 않고 곯어떨어졌네. 예민한 이랑이같았으면 벌써 몇번을 깨고 또 깼을텐데... 이랑이 간호하던 그해 여름. 정말 잠이 부족해서 참 많이 울었었는데, 이랑이 보내고 나서는 이랑이 보고 싶어서 울고... 이젠 울지는 않아. 그래도 이랑이 보고 싶은 건 어찌 할 수가 없어. 오늘 산책 나갈땐 이랑이 옷을 입혔는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뛰는 모습이 이랑이같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이랑이 얼굴이 더 또렷하게 기억나니 다행이다 싶어... 이랑이 볼 날은 과연 언제쯤일까.
동군이랑
18-05-02 00:32  
이랑아~ 잠든 동군이 오빠의 숨소리가 평소와 달라. 쌔근쌔근하며 자야하는데 뭔가 숨쉬기 힘든 모습이야. 무섭게도... 털이 많이 자라서 유달리 그렇게 보일뿐이라며 위로를 하는데... 이번 주말에는 동군이 오빠 털을 좀 잘라줘야겠어. 발톱도 자르고... 털 자르러 가는 길도 산책한다 생각하고 신나할 동군이. 요즘 미세먼지가 많아서 조심스럽긴한데,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미용해야겠지. 우리 이랑인 하도 털이 엉켜서 바짝 깎아야 하는 일이 많았었지... 털을 싹 밀어도 미모는 어딜 안 갔는데... 우리 동군인 미용빨이라... 동군이가 백살 이백살까지 살아서 동물병원 최고령이면서 건강한 노령견이 되면 정말 좋겠어~
동군이랑
18-05-02 23:59  
이랑~ 비행기 타는 것도 기차 타는 것도 다 좋아하던 이랑이. 이랑이 가방을 꺼내면 일단 가방에 들어가고 보는 이랑이. 이랑이 냄새가 아직 남아 있나 해서 가방을 끌어안고 있는데, 동군인 이랑이 냄새를 맡았는지 가방을 떠나질 않아... 나에겐 왜 이랑이 냄새가 안 나는 거지... 동군이가 참 부럽더라~ 이랑이 생각을 하면 이랑이 털을 만질때의 그 느낌도 이젠 다 기억나. 신기하지... 너무 보고 싶으니까 그런건가 싶기도 해...
동군이랑
18-05-03 23:55  
이랑아~ 오늘 아침에 동군이가 잠에서 갑자기 깨서 몸을 부르르 떨더라. 우리 이랑이 아플 때처럼... 그리곤 평소와다르게 기지개도 안 펴고 또 눈빛에 불안이 가득한거야. 얼마나 놀라고 걱정되었는지 몰라. 안아주고 안심시키고, 안고 베란다도 나갔다 오고 기분전환을 시켜줬더니 다행히 괜찮아 지더라. 그래도 안심이 안되어 낮에 잠깐 짬을 내어 집에 들렀어. 고작 10분밖에 함께 있지 못했지만 10분동안 사랑을 듬뿍 주고 왔어. 그리고 다시 학교로 왔는데... 이럴거면 우리 이랑이 살아 있을 때도 그런 시간 많이 가질 걸 하는 후회가 되더라. 마음만 먹었으면 이랑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더 많았고 우리 이랑이 애교도 더 많이 봤을텐데... 지나간 시간들이 참 아쉬워...
동군이랑
18-05-04 23:56  
이랑아~ 오늘 세나개엔 이랑이 같은 강아지가 나왔어. 바닥에 떨어진 거를 잽싸게 낚아채서 침대밑으로 들어가서 잘근잘근 씹는거. 그게 양말이 되었든 나무젓가락이 되었든 낚아 채던 이랑이. 그리고 그걸 뺏으려 달면 사정없이 물던 이랑이. 그때 영광의 상처들이 참 많이 생겼는데... 오늘에서야 대처법을 알게 되었네. 아쉽게도... 지나고 나서 보니 이랑이의 행동들이 모두 다 산책을 많이 안해서 집에 이랑이 놀거리가 없어서였네. 노즈워크도 10살 넘어서 하기 시작했으니... 이랑아~ 미안~~ 그냥 많이 쓰다듬어 주고 많이 안아주면 되는줄 알았어. 그땐 정말 몰랐어. 이랑이가 한번 더 내게 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군이랑
18-05-08 00:21  
이랑아~ 삼일간의 연휴가 지났어. 삼일내내 동군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었더니 동군이는 애교도 많이 보이고 식탐도많이 늘었어. 늦잠자는 엄마에게 다가와서 손짓으로 얼른 일어나라고 이랑이처럼 보채기도 하고, 간식을 먹고 나서도 더 먹고 싶다는 듯 처량한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했어. 우리 이랑이가 다 했던 거잖아. 동군이는 이랑이 덕에 늘 간식을 얻어 먹는 입장이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이랑이가 거실로 걸어나가는 소리, 그리고 사료통의 사료를 씹어 먹는 소리, 가까이 다가가는 동군이에게 이를 한껏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것 같아. 이랑이가 하늘나라 간 당시에는 아픈 이랑이의 모습, 마지막 숨을 거둘 때의 숨소리만 기억났는데 시간이 갈수록 예뻤던 이랑이의 모습들이 자꾸 떠올라.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착각도 생길 정도야. 이랑아~  지금 당장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항상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시간이 흘러흘러 한참의 시간이 흐르면 동군이에게도 이랑이같은 마음을 느끼게 될 날이 올텐데 부디 그 시간들이 더디게 왔으면...
동군이랑
18-05-09 18:46  
이랑아~ 할머니, 할아버지는 오키나와 여행가시고, 집에 미코 혼자 있을텐데... 동군이 쓸쓸하지 않게 미코 우리 집에 대려다 놔도 되는데, 미처 생각을 못했네. 이랑이가 초코랑 친했던 것처럼 동군이는 미코랑 친해. 동군이가 은근 사회성이 좋더라.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을 만나도 태연하게 가만히 있어. 이랑이같았으면 냄새맡고 안아달라고 두 손 번쩍 들고 그랬을텐데... 이랑이와 또다른 사회성을 가진 것 같아. 이랑이는 사람들한테 안기기를 좋아해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반갑게 꼬리치는 강아지여서 무척 이쁨을 많이 받았다면 동군인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게 있다가 동군이를 칭찬이라도 한다 싶으면 그제서야 곁을 내주는 기특한 면이 있어. 둘이 함께 자랐지만 참 성격이 다른 것 같아. 우리 이랑이같은 강아지라면 다음 생에도 그 다음 생에도 같이 하고 싶단다...
동군이랑
18-05-14 01:12  
이랑아~파트라슈 사이트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네. 하루를 마감하면서 이랑이에게 인사 전하곤 하는데, 요즘 먹는 약이 부작용이 많아서 늘 까라지는 것 같아. 약을 수시로 변경하고 있는데 말야... 이랑이를 잊었다거나 한 건 전혀 아니야... 동군이와 눈 마주치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랑이 얘기 하고, 이랑이 보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한단다. 얼른 컨디션이 좋아져서 우리 이랑이에게 마음껏 글을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러려면 손가락 아픈 게 얼른 나아야하겠지. 이랑이가 늘 그랬듯 우리를 지켜줘~
동군이랑
18-05-15 01:09  
이랑아~오늘도 손이 너무 아프네. 내일은 병원을 다시 가야겠어. 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건지 모르겠지만, 얼른 나아서 글도 더 많이 쓰고 동군이 산책도 더 많이 시켜줘야지. 아파서 끙끙대니 우리 이랑이가 아플 때 잠들기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겠어. 그리고 약기운에 일어나기 힘들어한 거. 진통제때문에 속이 쓰려 토했던 거. 입맛 없어진 거. 모두다 이해가 되네.
동군이랑
18-05-16 00:13  
이랑아~ 오늘은 어제보다 손이 더 아파. 약을 바꿔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말야. 길 가다 펫샵에서 강아지들 분양하려고 유리창 안에 가둬 놓은 걸 봤어. 아주 작은 아기 강아지들이었는데 분양이 안되어 무럭무럭 자라고 있더라. 유리창이 좁게 느껴질 정도였어. 무척 마음아프지만, 좋은 보호자들이 나타나주길... 우리 이랑인 엄마와 동군이 오빠 좀 지켜줘~
동군이랑
18-05-17 00:55  
이랑아~ 털이 한껏 자라 털이 눈을 덮으려 하는 동군이는 무척 귀여워. 동군이는 털이 자라도 엉키지 않으니 멋스럽거든. 그래도 그 모습이 이뻐서가 아니라 미용하러 갈 시간을 내지 못해 그냥 두고 있는 게 너무 미안해. 이번 주 안으로 미용하러 다녀 와야 하는데... 털이 자라 덩치가 커보이는 동군이 얼굴을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어. 백살 이백살이 될 때까지 꼭 함께 하자고... 이랑이도 아마 우리와 함께 있고 싶었을텐데 먼저 떠나버려 무척 아쉬워하고 있을 거라고... 그 약속을 꼭 지킬 수 있었으면 하는데...
동군이랑
18-05-18 23:12  
이랑아~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보면 이랑이가 집안을 사정없이 어지럽혀 놓던 때가 있었어 그치. 한두살때 가장 심했었는데... 그게 강아지를 두고 간 거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게 분리불안이라고 하네. 우리 이랑이는 동군이 오빠만으로는 안되었구나... 엄마가 곁에 없는 게 그리도 무서웠구나... 그런 이랑이를 아픈 상황에서도 두고 학교를 간 적이 있었어. 두고 두고 미안해 하는 날들이야. 이랑아~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게 될 때 그때는 이랑이 두고 그 어디에도가지 않을께. 늘 함께 있자~
동군이랑
18-05-20 20:04  
이랑아~ 동군이 오빠 털을 깎았는데, 얼마나 이뻐졌는지 몰라. 샵에서는 얼굴만 잘라줘서 집에 와서 욕조에 둘이 들어가 한 시간에 걸쳐 몸과 다리 털을 잘라줬거든. 몰라보고 동안이 된 동군이. 그리고 무엇보다 척추뼈가 많이 펴져 있어 놀랐지 뭐야. 목욕도 시켜주고 드라이도 해줬더니 신나하는 동군이. 털을 자르는 동안에도 스스륵 잠이 드는 동군이. 오늘은 키코가 집에 놀러왔길래 미코 발바닥 털도 잘라줬어. 이렇게 쉬운 것을... 우리 이랑이 생각이 많이 나더라. 예전 CCTV 캡처 해 놓은 사진을 돌려보며 이랑이를 추억했어. 그리고 동군이와 다짐했어. 우리 세명 꼭 다시 만나자고. 이랑이가 먼저 알아보기 전에 우리가 먼저 꼭 알아보자고... 이랑아~ 많이 보고 싶네.
동군이랑
18-05-21 23:58  
이랑아~ 동군이가 배를 보이며 애교를 보이고, 엉덩이를 가져다 대고,  잘 때 발 밑에서 지키지 않고 나란히 배게에 머리를 맞대고 누워 있노라면 혹시 이랑이가 내게 다시 온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그래서 동군이더라 혹시 이랑이 아니냐고 묻게 되네. 동군이 오빠가 전에 보이지 않던 이쁜 행동들을 해. 참 예쁜 강아지가 어찌 내게 이렇게 와줬나 싶어서 고마워. 우리 동군이, 이랑이... 우리 세명 오래오래 함께 하자~
동군이랑
18-05-23 18:32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밤에 아주 깊이 잠들어. 예전엔 발 밑에서 엄마를 지키다가 약간의 소리에도 놀라 깨서는 거실을 한 바퀴 휘~ 돌아 보고 오곤 그랬잖아. 그런데 이젠 발밑에서 지키지 않고, 바로 옆에 나란히 누워서 자. 그리고 아침에도 깨워야 일어나. 아마 할아버지 강아지가 되어서 그런가봐. 먼저 깨서 일어나라고 얼굴을 살짝 할퀴어 대던 이랑이와는 달라. 그렇게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동군인 낮부터 엄마가 귀가하는 그 시간까지 거실을 돌고 또 돌며 엄마를 찾아. 숨바꼭질하는 거 아닌데, 화장실도 들어가봤다가 거실도 한 바퀴 크게 돌아보곤 해. 쉬지 않고 그렇게 움직이니 무척 고단하겠지. 그러니 밤새 깊은 밤에 빠져드는 것 같아. 피곤해서... 분리불안 심하던 이랑이였는데 이젠 동군이 오빠가 또 그러네. 혼자라 더 그렇겠지만... 안쓰러워서 CCTV를 켜보기도 마음이 안 좋아. 귀가시간을 빨리 앞당기는 수밖에 없는데 이번 학기는 어째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 야간 수업이 있네. 휴...
동군이랑
18-05-26 21:55  
이랑아~ 카밍시그널이란 책을 샀어. 출판된지 며칠 되지 않은 책이지만, 기다렸다가 이제 받아봤어. 이랑이가 왜 꼬리를 흔들었는지 기지개를 폈는지 알게 되었네. 그동안 내 마음대로 해석했던 것들이 다 엉터리였어. 진작에 알았더라면 우리 이랑이와 더 많은 대화 나눌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 이랑아~ 우리 다시 만날 땐 지금보다 이랑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거야. 기다려~
동군이랑
18-05-27 22:10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5일 연속 산책을 나가고 있어. 산책 다녀와서 목욕하고 간식먹고 나면 그대로 곯아 떨어져서는 다음날 깨워야 겨우 일어나. 그래도 코를 많이 사용해서 점점 똑똑해지는 것 같아. 지나가는 어떤 분이 동군이 더러 네 다섯살 되었냐고 하길래... 얼마나 야호했던지... 할아버지 동군인 점점 동안이 되어가. 신체 나이도 그만큼 젊어졌으면 좋겠네... 우리 이랑이가 보고 싶긴 하지만, 조금 있다 만나자고 매일 매일 얘기 전해...
동군이랑
18-05-30 00:11  
이랑아~동군이는 이제 어떻게 산책을 해야 하는지 터득하게 된 것 같아. 무작정 달리기만 하지 않고 이곳저곳에 강아지들이 영역표시 해 놓은 곳에 가서 냄새도 천천히 맡고, 차량 밑에 야옹이가 숨어 있지 않은지 주차장 차들 사이를 빠짐없이 순찰도 돌아. 우리 이랑이에게 가르쳐주지 못한 것들. 동군이는 스스로 터득을 하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산책하느라 힘들었을 동군이를 품에 안고 가만히 앉아 있기도 해. 동군인 노곤한지 눈을 스르륵 감고 잠들려고 하지. 조금 귀찮을 법도 하지만 이내 눈을 반짝 뜨고서는 발을 씻는단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정말 규칙적인 생황이지?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 이랑이 귀 펄럭이며 달리던 산책 다시 해 보고 싶어. 언젠가 그러니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지겠지?
동군이랑
18-06-03 20:56  
이랑아~ 지난주 동군이와 산책을 열심히 해서 좋았는데, 주말에는 배탈이 나서 고생을 많이 했어. 배가 아파서 삼일을 죽만 먹었는데, 동군이 오빠도 죽을 꽤 좋아해. 죽을 호로록 먹고 있는 엄마를 슬픈 눈으로 보고 있길래 한 숟갈 줘봤더니 너무 맛있게 잘 먹는거야. 우리 이랑이 아플 땨도 죽을 좀 줄걸 그랬나 싶어. 자꾸 토하는 이랑이에게 설탕물과 꿀물만 줬었는데 그마저도 고개를 저으며 먹지 않던 이랑이. 아마 하늘나라 갈 즈음에는 거의 일주일간 아무 것도 먹지 못했잖아. 펫마트에 가서 간식을 종류별로 다 사서 입에 가져다 댔는데 하나도 먹지 않던 이랑이. 맛있는 걸 못챙겨 준게 얼마나 마음아픈지... 동군이가 죽을 먹는 걸 보니 혹시 우리 이랑이도 죽이라면 좀 먹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해. 이랑이가 하늘나라 간지 이제 2년이 가되어 가려는데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아직도 갈길이 멀다 싶어...
동군이랑
18-06-04 23:34  
이랑아~ 동군이 털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 같아. 털 자른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털이 가득 자라. 숱도 한 가득이야. 이것만 봐도 동군이가 요즘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알 수 있겠지? 스트레스 받으면 탈모부터 진행되는 동군이니까... 100살, 200살까지 살다가 이랑이 만나러 가자고 얘긴 하는데, 정말 그리 될 수 있을까. 이랑이가 우리 잘 지켜줘~~~
동군이랑
18-06-07 01:07  
이랑아~ 거실을 향해 엎드려 있는 동군이를 보면, 예전에 이랑이 아플 때 이랑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 동군이의 모습같아. 문득문득 이랑이가 보고 싶은건가 싶어서 이랑이 입원해 있을 때 동물병원에서 보내온 입원실 사진 속의 이랑이를 스마트폰으로 동군이에게 보여줬어. 화면 속 이랑이를 가만히 보던 동군인 얼굴을 돌리더라. 아픈 이랑이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은걸까. 아침에 학교를 가고 나면 밤이 될때까지 오롯이 긴긴 시간들을 혼자서 버텨내야 하는 동군이. 그래서 짬이 나면 산책하며 이런 저런 얘길 나눈단다. 아파트 이곳 저곳에 영역표시를 하는 강아지들의 흔적을 찾으며 동군인 하루하루 건강해지고 있어. 그러니 이랑인 우리 걱정하지 말고, 하늘나라 생활 재미나게 보내고 있어. 나중에 우리가 찾아갈 때까지...
동군이랑
18-06-08 00:31  
이랑아~ 오늘은 하루종일 참 바빴네. 그만큼 동군이가 혼자 있어야 했던 시간이 더 많았단 거겠지. 산책하다 8살된 말티즈를 만났는데, 자궁축농증으로 수술했다고 하더라. 이랑이처럼 쬐그만 아이였는데 동군디와 서로 냄새를 맡으며 탐색하더니 동군인 관심이 없는 듯 했는데, 그 강아지는 동군이를 졸졸 따라오더라. 동군이에겐 역시 우리 이랑이밖에 없나봐... 늘 혼자 있어서 여자 강아지 만나면 좋아할 법도 한데, 동군이는 이랑이가 많이 보고 싶은가보다...
동군이랑
18-06-10 23:27  
이랑아~ 동군이 오빤요즘 계란 노른자에 푹 빠졌어. 엄마는 근육량이 자꾸 떨어져서 어쩔 수없이 계란을 조금식 먹는데... 원래 아토피때문에 그동안 계란 근처에도 안 갔었잖아. 그런데 요즘은 근육량 높이려 계란을 아주 조금씩 먹고 있어. 그때마다 동군이가 덤벼들길래 노른자를 조금씩 줘봤는데 너무 잘 먹는거야. 그래서 이젠 베네풀에 조금 섞어주고 있어. 그런데 정말 맛있게 잘 먹어, 그 덕인지 동군이도 근육이 붙기 시작했어. 놀랍지 않니? 정말이지 동군이 데리고 병원 한번 가야할까봐. 정말 건강해진 모습 보려주려고... 이렇게 새로운 걸 발견할 때마다 이랑이를 생각해. 동군이 더러도 이랑이도 있었음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을 건네. 우란 항상 세명인 걸 잊지 말자고... 임븐 이랑이 생각을 한단다...
동군이랑
18-06-12 22:50  
이랑아~ 꼭 2년 전 오늘은 우리 이랑이가 걷지 못하게 된 날이야. 어쩜 몇 시간 차이로 그렇게 달라질 수가 있었을까. 그날 밤. 당직이던 선생님이 내과의 가 아니라 외과의였으면 달라졌을까? 그날 밤 바로 스테로이드 처방을 했었어야 하는게 아닐까. 그냥 귀가조치하고 아침에 다시 오라던 그 선생님. 뭐라도 처방을 해 주셨더라명 우리 이랑인 우리 곁에서 더 오래 있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혹여 갑자기 주저앉던 그 날을 좀 더 지연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쉬움 투성이야... 보고 싶은 이랑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동군이랑
18-06-15 23:44  
이랑아~ 이랑이가 아프던 6월이 되서 그런지 몰라도 막연히 불안감이 엄습해. 저렇게 잘 지내는 동군이도 이랑이처럼 어느날 갑자기 주저앉아 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말야. 이랑이도 몇 분 사이에 이유없이 갑자기 주저앉아 버렸잖아. 동군이도 그랬고... 그러다 동군이마저 나를 떠나버리면 어쩌나 그 상황을 상상하면... 퇴근후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고, 잘려고 누웠는데 복슬거리는 털이 만져지지 않고, 서랍장에 한가득 놓여 있는 각종 간식들과 미리 주문해 놓은 패드... 그거 보면 얼마나 가슴이 무너질까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나려해. 매일 여러 차례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 줘도 부족하다 생각이 드는 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잠든 동군이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몇 번 더 볼 수 있나 두렵기도 해. 아기 강아지때 많이 봐 두지 못한 게 얼마나 아쉽고 안타까운지 모르겠어.
동군이랑
18-06-17 23:53  
이랑아~ 우리 이랑이때만 하더라도 휠테어 타는 강아지는 많지 않았고, 또 휠체어 제작해 주는 곳도 서울 한 군데 밖에 없었는데... 이젠 노령견들이 많아서인지 방송 프로그램에 한번씩 나오는 것 같아. 이랑이때보다 휠체어 제작 기술도 많이 발전한 것 같네. 우리 이랑이는  휠체어 몇번 타보지도 못했는데... 이랑이 그리워하려고 그런 것도 있고, 행여나 동군이에게 필요한 일 생길까봐 책상위에 두고 있어. 다행이 동군이 오빠는 너무 잘 걸어. 산책 나가는 것도 이젠 좋은 습관으로 자리잡아서 해가 질 무렵이면 나가자고 낑낑대기도 해. 그런 모습 정말 몇년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어. 간식 달라고 조르기도 해. 그런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 하루 하루, 일분 일초가 너무 소중하다는 걸 이랑이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 또다시 후회할 일 없도록 동군이 오빠에게 최선을 다할께...
동군이랑
18-06-19 00:10  
이랑아~ 매일 보는 사진인데 오늘따라 사진 속 이랑이가 참 예쁘다. 늘 뭔가 말을 걸려고 하는 얼굴이야. 동군이 오빠는 분리불안이 심해. 최근 들어 산책을 자주 가니 스트레스 많이 해소되겠구나 싶은데 그만큼 엄마에게 의존을 많이 하는지 집을 비우고 나면 일부러 거실에다 응가를 여기 저기 해 놓아. 베란다 문 열려 있는데도 보란듯이 말야. 예전에 없던 행동이라 걱정이네. 이랑이도 없는데 혼자서 오롯이 그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니 힘들거야. 더 많은 시간을 같이 있어줘야 하는데, 늘 미안한 마음이야. 함께 있는 동안은 많은 사랑 주려 하는데... 우리 이랑이 사랑 많이 받았지 그치? 동군이에게 그 사랑 나눠줄께. 나중에 만나서 그 얘기들 다 들려 줄거야. 조금만 기다려~
동군이랑
18-06-19 22:38  
이랑아~오늘은 또 비가 오네. 여름 장마가 시작되는 건 아닐테지. 아직 동군이랑 산책 갈일이 더 남았는데 어쩌지. 동군이 오빠는 산책 안 데리고 나간다고 낑낑 소리를 내네. 저 소리도 몇 년만인가 싶어. 정말 회춘하는 건지도 몰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쬐그만 모습이 이랑이를 생각나게 해. 우리 보고 싶은 이랑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니? 이젠 덜 쓸쓸한건지... 이젠 꿈에도 안 나오고... 보고 싶으니까 얼굴 한번 보여줘~
동군이랑
18-06-20 23:13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이제 꽤 자주 짖는 것 같아. 학교 갔다가 집에 도착해서 현관 문을 열었을 때, 그리고 산책 나갈 채비를 마쳤을 때 빨리 나가자고... 나이가 들면서 귀가 잘 안 들려 하던 동군인 이제 귀도 잘 들리게 되었나봐. 우리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를 참 잘 지켜주는 것 같아.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워. 아중에 무지개다리에서 이랑이 만나면 우린 정말 고마워해야 된다고 그러니 우리가 먼저 달려가서 이랑이 꼬옥 안아주자고 동군이오빠에게 전했어~
동군이랑
18-06-23 23:43  
이랑아~ 우리 아파트에 아스팔트를 다 새로 깔았어. 진입로부터 주차장, 놀이터 입구까지... 우리 동군이와 이랑이 산책 가는 곳곳에 아스팔트를 다 갈아 버려서 이랑이 흔적이 다 지워졌어. 동군이 오빠 영역표시하는 곳들도 이젠 다 사라졌어. 아파트를 돌아다니던 야옹이들 아지트도 이젠 다 없어졌어. 너무 아쉽고 서운해. 동군이오빠와 산책할 때마다 이랑이와 즐겨갔던 곳에서 이랑이 이름 부르기도 했었는데, 이젠 어떡해. 이랑이도 서운하지. 이제 이랑이는 마음 속에만 담아 두어야 하는 건지 정말 속상해...
동군이랑
18-06-24 23:25  
이랑아~ 오늘은 볕이 좋아서 이불을 다 빨았어. 물론 세탁기가 한 거지만, 그래도 나름 힘들었네. 뽀송한 이불 깔아 놓으니 동군이는 이리저리 몸을 비벼대더라. 기분이 좋은가봐... 이랑이도 이불 빨고 나면 그 위에 뒹구르르하는 거 좋아했는데... 그러다 거실로 뛰어갔다 다시 방으로 뛰어 오고... 애교를 보이느라 두 손 들고 일어서기도 하고 점프도 열심히 했는데. 그래서 척추가 빨리 망가진걸까. 이랑이는 엄마에게 잘 보이려 한건데, 그걸 또 엄마는 귀엽다고 가만히 내버려 뒀으니 에고. 보고 싶은 이랑아~ 그냥 생각만 해도 이랑이의 촉감과 냄새가 느껴져. 신기하지? 날이 갈수록 이랑이와의 추억이 더 선명해지니 다행이야. 이랑이도 그런지 궁금하네...
동군이랑
18-06-26 22:52  
이랑아~ 아스팔트를 새로 깐 후 동군이는 어리둥절한가봐. 그동안 영역표시한 곳들의 흔적이 다 지워졌으니. 이랑이 흔적도 다 지워졌을까. 보고싶은 이랑이. 동군이 오빠는 이제 이랑이를 마음 속에 간직해야 하나. 멍하니 거실을 향해 엎드려 있는 모습이 안쓰럽네...
동군이랑
18-06-29 22:45  
이랑아~ 날이 더우니 동군이는 텐트에 들어가 쿨링방석에 엎드려서 잠을 청하네. 아픈 이랑이에게 동군이가 자구 가가이 가서 귀찮게하니까 이랑이 편하게 있으라고 사준 텐트인데, 정작 이랑이는 들어가려 하지 않으려 했지. 이랑이 떠나고 동군인 텐트 안에 들어가서 노즈워크 공을 굴리기도 하고 낮잠도 자고 그래. 이랑이 흔적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군이에겐 훌륭한 아지트야. 산책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몇번 갸우둥때다가 신나서 현관 앞으로 달려 나가던 이랑이와 달리 동군이 오빠는 머리는 텐트 속으로 엉덩이는 텐트 밖으로 꺼내어 노즈워크 공굴리느라 지금도 여념이 없어. 아프지 않고 건강한 동군이. 너무 감사해...
동군이랑
18-07-02 23:27  
이랑아~ 하늘 나라 날씨는 어때? 늘 한결같이 봄날씨니 아니면 그곳도 사계절이 뚜렷해? 여긴 무척 후덥지근한 여름이야. 동군이는 쿨매트에 엎드려 있거나 이랑이 텐트에 들어가 있고. 인견 이불에 머리를 집어 넣고 잠을 자기도 해. 이랑이는 모르는 것들인가? 이랑이는 염증으로 늘 몸이 뜨끈뜨끈했는데, 콩콩대다 뼈가 으스러질까 하여 극세사 두꺼운 담요를 네번이나 접어 그 위에 이랑이를 두었어. 네모 울타리도 좁게 쳐 두어서 이랑이는 늘 더웠을 것 같아. 안전하게 둔다고 하는게 그만 이랑이를 덥게 만들었네. 쿨매트를 알았더라면 진작에 이랑이 배에 깔아 주었을텐데. 콩콩 대며 거실로 나가려던 이랑아~ 이랑이 마음을 몰라줘서 정말 미안해... 나중에 이랑이 만나면 진심으로 사과할께...
동군이랑
18-07-04 22:23  
이랑아~ 장마도 태풍도 이제 물러가고 무더위가 시작되었어. 낮에 미코랑 할머니, 지유 이모가 다녀갔나봐. CCTV 속 동군이도 활기가 넘치더라. 늘 혼자 있는 집에 갑작스레 많은 사람들이 오니 신났나봐. 아무래도 동군이 혼자 있다는 생각에 다들 걱정이 되서 한번씩 다녀가. 이랑이 있을 때 좀 다녀가 주었으면 좋으련만... 아픈 이랑이 울타리에 가둬 두고 외출해야 하는데, 아무도 신경을 써 주지 않았어. 이랑이도 그때문에 질투심 생겼지?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나중에 이랑이 만나면 다 보상해 줄게~
동군이랑
18-07-07 00:17  
이랑아~ 털이 잔뜩 길어서 복슬복슬한 동군이가 너무너무 귀여워서 안아주고 싶은데 자꾸 안기지 않으려 도망을 가네.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하는데도 동군이는 마음을 몰라줘. 이랑이 한번이라도 더 안아줄걸 하는 후회가 들어 동군이한테는 아낌없이 예뻐해 주려고 하는데 힝. 털을 바짝 깎아서 맨들맨들한 이랑이 살결도 그립고, 털이 엉켜 풀어주느라 만졌을 때의 그 뻣뻣함도 다 느껴지는 것 같아. 참 신기해...
동군이랑
18-07-09 23:50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식욕도 왕성하고, 잠도 잘자. 낑낑대는 모습도 없고 늘 편안한 모습이야. 눈빛만 봐도 알잖아. 불안한지 아닌지... 요며칠 동군이오빠는 정말 평안한 것 같아. 오늘도 부슬부슬 비가 내려 산책은 가지 못했지만 베란다에 창문을 열고 밖을 꽤 오랫동안 내려다봤어. 눈이 부셔서 실눈을 뜬 동군인 바람 냄새를 정말 많이 맡더라. 혹시 이랑이가 바람으로 왔는데 내가 못 알아볼 수 있으니 동군이더러 냄새 잘 맡으라고 했어. 사소한 거 하나라도 안 놓치려고 우린 무진장 애쓴단다. 요즘은 동군이와 많은 시간을 가져. 2년 전 이맘때 이랑이가 퇴원해서 집으로 왔었지. 발가락 하나가 거의 괴사된 채로... 그땐 매일 매일 이랑이 병원 다니는 게 일이었는데 요즘은 엄마가 아파 병원을 늘 다니고 있어. 엄마가 건강해야 동군이를 잘 보살필 수 있는데 참 먾이 걱정이 되네.
동군이랑
18-07-14 00:00  
이랑아~ 날이 너무너무 더워. 오늘은 집에 오니 동군이가 헥헥하는거야. 더워서 그러는 거라면 괜찮은데 혹시 아퍼서 그런거라면...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급히 에어컨을 켜놓고 선풍기를 풀가동하고나니 동군이의 헥헥거림은 멈췄어. ㅇ[어컨만 키면 이랑이 생각이 나. 온도가 너무 내려가면 건강에 안 좋을까봐 밤새 에어컨을 켰다 껐다를 반복하면서 5분-10분마다 소변을 보는 이랑이 욕창 생기지 않게 간호하던 그 여름날 밤들을 생각했어. 밤새 간호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이랑이 보는 앞에서 울기도 많이 했지. 그 모습을 보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많이 들어. 이제 그만 힘들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랑이가 더 힘을 내지 않고 그냥 삶의 끈을 놓아 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순간도 있었단다. 이랑이 없이 지내는 많은 날들에 이젠 동군이 생각만으로 가득해. 또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말야...
동군이랑
18-07-16 23:29  
이랑아~ 잘 지내고 있니? 여긴 너무 더워. 이번 주는 바쁘기도 하고 날이 덥기도 해서 동군이와 산책을 가지 못해. 어젠 늦은 저녁 시간에 동군이와 산책나갔었는데. 아파트 주차장 아스팔트를 갈아 놓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무더위에 아스팔트 일부가 녹아 있더라. 감짝 놀라서 땅에 손을 대어 보았더니 저녁 늦은 시간인데도 여전히 바닥이 따뜻하더라. 낮 시간엔 얼마나 뜨거웠을가 생각을 하니 16년의 세월이 흐르는동안 땅바닥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손을 가져다 댄게 처음이구나 싶어 마음이 아프더라. 발바닥 패드가 약한 우리 이랑이. 혹여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을까? 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열심히 뛴 것을 몰랐던 건 아닐까 싶어. 입장 바꿔 생각하면 너무나 쉽게 와 닿는 것을 그동안 왜 몰랐을까. 이랑아~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이랑이가 더 그리워져. 참 많이 보고 싶구나...
동군이랑
18-07-20 01:32  
이랑아~그곳 하늘나라 날씨는 어때? 여긴 참 덥다. 무더위 속에 동군이를 혼자 두고 나가려고 하다 보니 에어컨을 켜 놓을수도 그렇다고  선풍기를 켜둘 수도 없네. 동군이, 이랑이 같이 있을 때는 선풍기 켜두고 다녔었는데, 동군인 혼자 있으면 불안해 하며 거실을 계속 돌아 다니니까 혹여 선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서 선풍기를 못 켜둬. 그래도 가끔 CCTV를 보면 마약 방석에 몸을 길게 뻗어 낮잠 자는 모습도 보여. 무더위에 지친 기색이지만 그래도 퇴근 후 산책 시간을 기다리는 동군이란다. 잠도 무척 깊게 잘 자. 아침까지... 톨을 잘라줬더니 더 이뻐진 것도 같고. 이젠 동군이더러 백살, 이백살까지 살자고 하지 않아. 삼백살까지 같이 살자고 해. 우리 이랑이에게 백살, 이백살까지 살자고 했더니 약속 못 지키고 먼저 가버렸잖아. 동군이 오빤 오래오래 이곳에서 무더위와 씨름하며 추위와 씨름하며 있었으면 좋겠어. 나중에 이랑이 만나러 가서 이랑이가 뭐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랑이 보내고 보니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무척 소중한 우리란다...
동군이랑
18-07-22 21:24  
이랑아~지유이모는 오늘 결혼을 했어. 이제 집에는 미코만 쓸쓸히 남아 있겠어. 우리 집에는 동군이가 쓸쓸히 있고... 미코도 우리 집에 데려 오고 싶은데, 할아버지가 안된다시네. 지유 이모는 결혼식 내내 울다 웃다 하더라~ 이랑이도 지유 이모 잘 알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할텐데...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내려다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들겠다. 그래도 무엇보다 제일로 부탁하고 싶은 건 동군이 오빠가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엄마 곁에 있어 주는 거란다. 잘 알지? 하늘나라 친구들 사귀면서 우리가 갈 때까지 잘 놀고 있어~
동군이랑
18-07-25 22:44  
이랑아~ 엄마는 서울 출장 다녀왔어.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우리 이랑이 휠체어 제작해 주신 분이 출연하더라. 그 사이 휠체어 종류도 다양해지고, 강아지 재활치료기술도 많이 발전한 것 같아. 우리 이랑이는 휠체어 몇번 타보지도 못하고 떠나가버렸는데 다른 강아지들은 오래도록 가족들 곁에 있었으면 해. 집으로 돌아오니 무더위에 지친 동군이가 헥헥거려. 하루종일 거실에서 엄마를 찾아 헤메었을 동군이. 늦은 저녁을 먹고서는 긴장이 풀렸는지 깊은 잠에 빠졌네. 다시 날 밝으면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 가야하는데 우리 동군이 혼자 어쩌나...
동군이랑
18-07-27 21:40  
이랑아~ 오늘로 3일의 출장일정이 끝났어. 매일 서울-부산을 왔다갔다 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 주말동안 동군이와 시간 보내어야지. 이랑이는 잘 있니? 이랑이 텐트는 동군이가 정말 요긴히 잘 쓰고 있어. 텐트안에 쿨매트 깔아서 노즈워크 공을 그 안에 던져주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집중해서 간식을 찾아 먹어. 우리 이랑이는 장난감없이도 엄마 의자 등뒤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지내느라 시간가는줄 몰랐을텐데 그치? 하늘나라에서는 재미난 장난감이 많을테니 여기서 못다 논 거 실컷 놀으렴~
동군이랑
18-07-29 21:01  
이랑아~ 오늘 우연히 이랑이 아기때 사진을 봤어. 동군이가 이랑이를 품안에 꼬옥 품고서 방석안에 쏙들어가 있는 사진. 그리고 둘다 카메라를 향해 몸을 일으키는 장면. 어찌나 눈이 초롱초롱한지 귀여워 혼났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 이랑이 아플 때 모습보다 귀여운 아가때 모습이 더 기억나네. 단기 기억보다 장기 기억이라서 그런가. 이랑이 하늘나라 갔을 그 당시엔 늘 아픈 이랑이모습만 떠올라서 무척 힘들었었는데 이젠 이랑이 보고 싶어서 떠올리면 힘차게 달리던 모습, 그리고 허겁지겁 사료 먹던 건강한 모습이 생각나. 그만큼 이랑이가 더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말야...
동군이랑
18-08-01 00:19  
이랑아~ 클라우드 접속하니 2년 전 오늘 날짜의 사진이 메인 화면에 나오네. 2년 전 오늘 이랑이는 발가락 하나를 잘라 붕대를 감고 있구나. 괴사 상태인데다 이랑이는 하반신 마비라서 담당 선생님은 이랑이가 통증을 못 느낄거라 하셨는데 정말이었을까? 이랑이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질 못했으니 알 수가 없지만, 그 즈음부터 우리 이랑이는 짖지를 않았어. 너무 아프면 아프다고 눈물조차 안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이랑이도 그런 상태였을까? 참 많이 아팠을텐데 그 보다 쓰디쓴 약을 먹기가 더 싫었을텐데... 이랑이 떠나기 전에 입맛을 완전히 잃어버려서 아무 것도 못 넘겼을 때 사람 먹는거라도 줄걸 그랫나 싶어. 평생을 사료와 강아지 전용 간식만 먹었던 이랑이... 하늘 나라 가기 전 평소에 못 먹게 했던 거 조금이라도 먹게 해줄걸 못내 아쉽단다... 부디 엄마의 마음은 하늘나라에 전해지길...
동군이랑
18-08-03 22:06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어제 밤부터 아파서 혼났어. 서울 출장 다녀오느라 혼자 집에 있게 했더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봐. 뒷발로 목뒤를 한참 긁어대어 온통 피부가 붉어져 있는거야. 더군다나 피에 진물까지 나 있는거야. 약을 발라주려고 해도 건드리지를 못하게 하니... 얼굴 부위가 아니니 넥칼라 쒸우지도 못하고, 무더위에 발에 양말을 신길 수도 없었어. 어쩔 수 없이 발로 긁어도 피부에 상처가 더 생기지 않게 옷을 입히고 옷 사이로 휴대용 선풍기 바람을 쐬었어. 밤새 그러고 있다 스스륵 잠들었는데 아침에 보니 상처 부위가 거의 말끔해진거야... 동군이도 대견하고 하늘에서 지켜주는 우리 이랑이에게도 고마워. 동군이 떠나가면 안된다고 계속 혼잣말 했는데... 이랑이가 늘 우릴 돕고 있구나  싶어.
동군이랑
18-08-06 01:08  
이랑아~ 오늘 아핌에 눈을 떠 보니 동군이 꼬리가 아래로 내려가 있고, 눈빛이 슬퍼 보이더라. 그리고는 움직임이 매우 느린거야. 요즘 날이 너무 더워 밤새 에어컨을 켜두니 관절이 또 아프기 시작했는지 몸을 만지려들면 소스라치게 놀라는게 아무래도 걱정이 되더라. 그리고 나선 뒷다리에 또 힘이 풀리고... 또 올것아 왔구나 불안해하며 얼른 베네풀에 메타캄을 섞기 시작했어. 눈치빠른 동군인 베네풀을 먹으려 들지 않았고... 그래서 실고리돔에 메타카을 살살 묻혀서 줘봤더니 다행이 그건 잘 먹더라... 하루종일 불안해하면서 동군이를 살피다 어느 순간 꼬리가 90도로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는 재활치료겸해서 아파트 마당을 조심스레 걸었어. 그리고 집에 오니 긴장하던 몸도 한결 부드러워져 있네. 눈빛도 다시 초롱초롱해지고... 우리 이랑이때만 하더라도 약간의 조짐이 보이면 병원 가기 바빴는데, 그리고 병원 가서도 진료대기중인 강아지들이 많으니 한두시간을 무방비 상태로 기다리다 각종 검사 받느라 또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나서 겨우 진통제 처방받아 오던게 전부였는데... 이랑이때는 왜 지혜가 부족했던걸까... 괜시리 미안해지고 마음이 아파온다...
동군이랑
18-08-07 00:22  
이랑아~ 최근 들어 동군이가 다리도 아파하고 허리도 아파해서 메타캄을 먹이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2년전 이맘때 동군이는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고 한달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더라. 때로는 이랑이도 입원해서 둘 다 병원에 있었고... 그러다 이랑이가 퇴원을 해서 엄마랑 둘만 있으니, 회의를 갈 때도 이랑이를 가방에 넣어 데리고 다녔었어... 지나고 보니 우리 이랑이 생각을 하느라 동군이 수술 받은지 2년밖에 안되었단 걸 그만 잊고 있었어. 동군이가 먼저 아팠었는데 이랑이가 먼저 떠나버렸네... 3년 전 이맘때는 둘다 털을 바짝 깎고 부끄러운 나머지 작은 방석 위에서 둘다 서로 엉켜서 자고 있었을텐데... 엄마는 이제 행복했던 시절을 더 많이 떠올릴거야. 그게 우리 이랑이가 바라는 것일지도 몰라 그치? 동군, 이랑, 우리 셋이서 행복했던 순간들 잊지 않아야지...
동군이랑
18-08-10 17:22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월요일부터 먹던 메타캄 약이 똑 떨어졌어. 그럴줄 알고 미리 주문해 두었는데, 배송이 늦어지고 있어 걱정 많이 했거든. 그런데 오늘은 표정도 한결 밝고 안정감있어 보여. 헥헥거리지도 않고 몸에 힘도주지 않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이랑이입던 옷을 동군이에게 입혀 놓고 보니 얼핏 옆 모습에서 이랑이 얼굴도 보여. 실눈을 뜨고 동군이를 보니 이랑이 모습이 보여서 일부러 그렇게 보기도 했단다. 동군이에겐 미안하지만... 우린 이렇게 지내고 있는데, 이랑이는 어떻게 지내니? 하늘나라는 날씨가 늘 같은지 궁금해... 보고싶네, 우리 이랑이...
동군이랑
18-08-16 01:12  
이랑아~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네. 늦은 밤 산책하러 나가 바닥에 손을 대면 여전히 꽤 온도가 높아. 간혹 선선한 바람이 불어도 집으로 돌아오면 땀이 한가득이네. 그런데도 동군인 신나는 모양이야. 마음이 앞서다 보니 내리막길에서는 스텝이 꼬이기도 해서 여간 불안한게 아니란다. 우리 이랑이와 자주 앉아 있던 놀이터 계단을 치나칠 때면 꼭 하늘나라 이랑이에게 인사하면서 천천히 가자고 하는데도 더 속력을 내는 동군이. 이랑이에게 휠체어만 만들어줄 게 아니라 유모차에 태워서 산책을 좀 나가는건데 그게 무척 아쉬워. 정작 휠체어 타기를 싫어했던 이랑이인데 말이야. 왜 그땐 이랑이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할 생각을 못했을까? 이랑이가 더워할거란 생각에 사로잡혀 하루종일 방안에 갇혀있느라 갑갑했을 이랑이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어. 바보같이...
동군이랑
18-08-18 23:42  
이랑아~ 아파트 근처에 옛날통닭집이 오픈했어. 집에 오는 길에 한 마리 사서 동군오빠랑 나눠먹었어. 예전같으면 사람 먹는 거 먹으면 안된다고 외면했었는데... 그러다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이랑이가 달려와서 낼름 주워먹기도 했었어. 어떤 날은 쓰레기통을 뒤져서 닭뼈를 먹어 치운 걸 발견하고 엄마가 혼비백산하기도 했어 그치. 오늘처럼 동군이 오빠와 나란이 앉아 사이좋게 치킨을 먹으니 우리 이랑이 생각이 절로 나더라... 이랑인 맛없는 사료밖에 못 먹였으니 마음이 많이 아파... 치킨 먹고 배불러 잠든 동군이오빠는 오늘 하루 산책을 건너뛰어도 좋다는 행복한 표정으로 누워 있어. 그치만... 깨워서 팔에 안고 아파트 한 바퀴 돌고 올 참이야. 이랑인 이런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줬거든... 보고 싶은 이랑이, 하늘나라에선 싱거운 강아지용 닭가슴살 말고, 사람 먹는 치킨도 맛보렴~~
동군이랑
18-08-21 23:43  
2년 전 오늘... 2016년 8월 21일. 넥칼라를 쓰고 동군이 오빠와 나란히 앉아 책상에 앉아 있는 엄마를 쳐다 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구나. 불투명한 넥칼라로 갑갑했을 이랑이... 걷지도 못하는데... 곁눈질로 보는 걸 좋아하는 이랑이였는데, 왜 하필 넥칼라는 불투명한 걸 주셨을까. 사이즈별로 4개나 있는데 모두 불투명한 것들이네. 이랑이 냄새 남아 있을가봐 넥칼라는 모두 그대로 두었어. 가끔 꺼내어 동군이오빠에게 가져다 줘. 킁킁 냄새 맡다 보면 이랑이 흔적을 떠올릴까봐. 보고 싶다. 우리 이랑이...
동군이랑
18-08-23 20:09  
이랑아~ 할머니댁에 강아지가 한명 더 늘었어. 유기견센터에서 데리고 온 강아지... 이랑이와 초코가 떠난 빈자리를 채워줄 강아지겠지만, 온전히 채워주지 못할거란 거 잘 알아. 내눈에는 이랑이만큼 귀엽지도 사랑스럽지도 않네. 아마 동군이 오빠도 같은 마음일거야. 그 어떤 강아지도 우리 이랑이를 대신 하지는 못할 거라고... 앙앙하는 소리마저 귀여운 우리 이랑이~~
동군이랑
18-08-26 19:48  
이랑아~ 이랑이 넥칼라는 도대체 몇개인거야? 오늘 씽크대에서 이랑이 넥칼라 또 하나 발견했네. 이번 꺼는 보니까 전에 서울 살 때 병원에서 받았던 넥칼라야. 자궁축농증이 의심된다고 도곡동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해서 이랑이 데리고 택시 타고 갔던 그 병원에서 받는 넥칼라네. 이랑이가 각종 검사받느라고 들어가서 몇시간동안 소식이 없어 하늘이 노랗던 그 날이 이제 또 생각나네. 이랑이는 동군이와 달리 참 병치레를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주 아픈 강아지여서 병원을 자주 드나드니 더 오래 살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랑인 홀연히 떠나가 버렸네... 보고 싶은 이랑아~ 부들부들한 털 촉감이 그립네...
동군이랑
18-08-28 22:07  
이랑아~ 그 많던 우리 아파트 야옹이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이랑이 친구 야옹이부터 까만 털 야옹이, 그리고 그 야옹이가 낳은 아기 야옹이들까지... 언젠가부터 아파트 산책을 나가도 야옹이 만나기가 힘들어. 가끜 출근 길 터널안에서 로드킬 된 채 발견된 그 야옹이들은 아니길... 이랑이 떠나고 나니 작은 생명 하나하나에도 신경이 쓰이네. 동군이 오빠는 산책하면서 야옹이 찾는게 가장 신나는 일인데, 야옹이가 없으니 괜히 걱정이야... 하늘나라 이랑이 곁에 간 야옹이도 있는 거니?
동군이랑
18-08-29 23:11  
이랑아~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니? 오늘 기장 대선주조 공장에 견학갈 일이 있었는데,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행사버스가 길을 잘못 들어선거야. 그런데 잘못 들어선 그 길이... 파트라슈 가는 길이더라... 처음엔 몰랐는데, 그 큰 차가 길을 잘못 들어서서 후진하는데 보니까 파트라슈 푯말이 있더라. 예전엔 공사중이었는데 지금은 근처가 많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해. 우리 이랑이 장례식하러 찾아 들어간 그 길을 오늘 이렇게 우연히 들어서니 우리 이랑이 생각이 절로 나더라. 휴대폰 바탕 화면 속 우리 이랑이 사진 사람들에게 보여 줬더니 다들 마음 아파 하더라... 우리 이랑이~ 많이 보고 싶다...
동군이랑
18-09-02 22:44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2박 3일동안 할머니댁에 있다 왔어. 할머니댁 미코와 동군이 데리고 학교도 갔었는데... 우리 이랑이도 학교 간 적 있었지. 비록 가방안에만 머둘다 왔지만... 동군이와 미코는 학교에서 낮잠도 자더라. 은근히 편했는지 한 시간 반 가량을 낮잠을 자더라. 이랑이도 어쩜 영역표시하느라 이곳저곳 냄새를 맡고 나서는 스르륵 잠을 청할 수도 있었는데 항상 학교는 잠깐 들르는 곳이었어. 할머니댁에 가서도 동군이 오빠는 미코, 로코 강아지들과 한참을 신나게 놀았어. 집에 있을 때와 달리 할머니, 할아버지도 예뻐해 주니 자신감 가득한 얼굴이더라. 동군이 눈동자가 새까매졌다고 할 정도였어. 우리 이랑이도 많이 부럽지. 할머니는 아직도 이랑이가 입에 붙어서 동군이 오빠 더라도 실수로 이랑이 이름을 부르곤 해... 이제  곧 우리 이랑이 1주기가 다가온다고 온 식구가 이랑이를 추억했어. 지유 이모네 가느라 낙동강 강면을 지나가면서는 저기 우리 이랑이 뿌려준 곳이라고 이랑이를 그리워하기도 했단다. 우리 모두에게 이랑이는 잊혀지지 않았다는 말 꼭 해 주고 싶어. 이랑아~ 보고싶구나...
동군이랑
18-09-06 22:46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훈제오리고기를 다 먹어서 이번에 대량구매를 했어. 할머니댁 미코도 잘 먹길래 꽤 많은 양을 주문했는데, 배송을 받고 보니 순살닭고기가 온거야. 이상해서 다시 확인을 해 보니, 주문을 잘못한 거였어... 우리 이랑이가 많이 아파서 사료를 안 먹기 시작할 때, 그나마 입원해서 겨우 먹던게 순살닭고기라길래 나중에 퇴원할 때 결재할테니 이랑이 먹고 싶은만큼 많이 주라고 했었던 그 캔... 나중에는 그마저도 먹지 않고 굶기만 했던 이랑이... 고개를 이리저리 저으며 먹는 것 자체를 거부했던 이랑이. 그 캔을 이번에 한아름 받고 보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이랑이 생각이 나서 동군이오빠에게 이랑이 얘기 많이 해줬어. 동군이 오빤 오리고기만큼이나 잘 먹더라. 다행히... 이랑이와 얽힌 추억이 생각날 때면 다시 예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
동군이랑
18-09-09 20:57  
이랑아~ 우리 이랑이와 똑닮은 목소리의 강아지 이름이 콩이더라... 아파트 베란다에서 누군가 멍멍하면 이랑이가 따라 멍멍하고, 또 그 강아지가 멍멍하길래 서로 대화를 나누나보다 했었는데 그 강아지를 아파트 길에서 만났어. 이랑이보다 작은 대여섯살 된 아기강아지였는데, 이름이 콩이더라. 아파트 입구에 영역 표시 해 놓으면 동군이 오빠는 한참을 냄새를 맡곤 했었는데... 이젠 집에서 그 강아지 목소리가 들려오면 우리 이랑이 얼굴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짖는 소리가 참 많이 닮았어. 동군이 오빠와 우린 이랑이와 똑같지는 않지만 이랑이 목소리와 닮은 콩이 목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연단다...
동군이랑
18-09-13 23:07  
이랑아~ 오늘은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뉴스를 봤어. 그래서 아침 일찍 동군이 오빠를 안고 아파트 한 바퀴를 돌았단다. 다들 출근하느라 바빠 보이는데, 동군이 오빠를 안고 아파트를 도니까 뭔가 바람도 상쾌하고 기분이 색달랐어. 우리 이랑이와도 아침 산책의 시간를 좀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배변 조절이 안되어 이랑이를 안으면 이랑이 의지와 상관없이 줄줄줄해서 여간해서는 안아주지도 못했었는데, 배변패드에 이랑이를 감싸 안고 아파트 한바퀴를 했더라면 갑갑해하는 이랑이에게 기분전환이 될 수 있었을텐데... 그때는 이랑이 데리고 매일 병원 오가는게 제일 중요하다 생각해서 일상을 너무 단조롭게 보냈었네. 갇혀서 지내느라 얼마나 힘들었니. 하늘나라에서는 우리 이랑이 원없이 마음대로 뛰놀고 날아다니렴~
동군이랑
18-09-14 23:45  
이랑아~ 오늘은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간지 이년째 되는 날. 비는 내리지만 동군이 오빠 한 손에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아파트 한 바퀴를 거닐었어. 우리 이랑이가 좋아하던 놀이터 의자에도 가고 이랑이가 늘 영역표시 하던 모퉁이길도 갔어. 동군이오빠에게도 우리 이랑이 잊지 말자고 지금껏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이랑이에게 감사하자고 했어. 동군이 오빠도 알았다는 듯  집으로 오는 내내 내려 달라고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더라. 우리 이랑이~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도 잊지 않고 똑같이 사랑해~
동군이랑
18-09-18 01:16  
이랑아~ 세상엔 참 신기한 하네스가 많아. 동군이 오빠 사료 주문하면서 하네스도 같이 주문했는데, 다리 아픈 동군이 오빠에겐 딱 좋네. 우리 이랑이는 딸기 목줄 하나가 전부였는데... 아기때 쓰던 거에 이랑이 냄새가 배어 있어서 그런지 산책이라는 두 단어에 벌써 딸기 목줄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던 이랑이. 이것 저것 여러 개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우리 이랑이도 선택지가 많아서 더 좋아했을지도 모를 일이야. 이랑아~ 딸기 목줄은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 걸려 있어. 동군이 오빤 산책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해. 이랑이가 깡총거리면 그저 따라 깡총 거리며 좋아했던 건가봐. 이랑이 딸기 목줄을 꺼내어 동군이 앞에 갖다 대면 이랑이 냄새가 아직 남아 있는지 킁킁거려. 내게는 아무 냄새가 안 나는 것 같아 속상해... 이랑아~ 아침 저년 우리가 산책할 때마다 바람으로 찾아와 줘~
동군이랑
18-09-21 22:09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이랑이처럼 애교르 보여 줘. 손으로 얼굴을 툭툭 건드리기도 하고, 쓰다듬어 달라고 보채기도 해. 이랑이만 보여주는 애교였었는데 이랑이의 빈 자리를 동군이 오빠가 이렇게 채워주네. 그치만 100%는 아니야. 동군이 오빠에게도 말해. 우리 세 명이라고... 그러니 너무 서운해 하지마~ 이랑이 없는 세 번째 추석 연휴가 이제 곧 시작이네. 보고 싶다. 우리 아기 강아지...
동군이랑
18-09-23 23:45  
이랑아~ 이제 한밤만 자면 추석이야. 날이 밝으면 동군이 오빠랑 할머니댁에 갈거야. 이랑이 할머니댁 가봐서 알지? 기차 타고도 가 봤고, 택시 타고도, 버스 타고도 가봤잖아. 할머니댁에 가면 초코랑 서로 기싸움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이랑이도 초코도 모두 하늘나라 가고 없네. 대신 미코와 로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는 있지만 동군이 오빠는 여전히 낯설거야. 이랑이를 대신할 강아지는 아무도 없으니까... 이랑이 친구 야옹이는 배 혹이 정말 커졌더라. 산책하다 마주쳤는데 혹이 너무 무거워서인지 움직임도 느렸어. 우리 동네 야옹이, 멍멍이들 모두 건강하면 좋을텐데...
동군이랑
18-09-25 23:33  
이랑아~ 하늘나라에서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고 있니? 동군이 오빠는 할머니댁 가서 미코, 로코에게 하도 시달려서 체력이 방전된 상태로 집에 왔어. 아파트 한 바퀴 돌고 집에 와 목욕하고 얼마 안 지나 곯아떨어지더니 다섯 시간 넘게 깨지도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있네. 할아버지 강아지가 이제 한살도 채 안된 두 아기 강아지들과 어울리려다 보니 많이 힘들었나봐. 으르릉대면서 눈치를 줘도 강아지들은 동군이 오빠에게 뛰어들어 조마조마했단다. 급기야 동군이 오빠는 소파 밑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 가방 안에 자리를 잡기도 하더라. 우리 이랑이가 있었더라면 기선 제압을 해줬을텐데... 다들 우리 강아지들 중 이랑이가 가장 여자 같았다고 하더라. 얼굴에서 이쁨이 그냥 마구 뿜어져 나온 강아지라고... 이랑아~ 지금 당장 손으로 만질 수는 없지만 우리 이랑이 촉감을 상상하면서 지내. 우리 모두 이랑이를 보고 싶어하고 있단다. 기억할께~
동군이랑
18-09-27 23:55  
이랑아~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어. 연휴내내 동군이 오빠를 옆에 두고 지내서인지 우린 얼마나 더 가까워졌는지 몰라. 허전해할 동군이 오빠를 위해 오늘은 아침에도 산책하고 저녁때도 산책했어.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 있는 일이야. 동군이오빠가 얼마나 신나했는지 몰라. 꼬리 각도가 90도로 하늘을 향해 살랑거리면서 총총 걷는데, 정말 귀엽더라~ 이랑이에게 해 주지 못한 거라고 동군이오빠에게 일러두었어. 이랑이에게 못해준 거 동군이 오빠에게 해주는 거라고... 맛있는 간식까지 먹고 난 동군이 오빠는 적당한 피곤함에 곤히 잠들어 있어. 베개에 머리를 콕~ 자는 모습도 귀엽네. 우리 이랑이처럼...
동군이랑
18-09-29 21:25  
이랑아~ 이제 무더위는 완전히 사라졌나봐. 아침저녁으로는 무척 쌀쌀해. 그래서 전기매트를 펴놓았더니 동군이 오빠가 낮잠을 많이자. 비가 오면 허리가 저 아플텐데, 따뜻한 매트위에 엎드려 있으니 좋은가봐. 우리 이랑이도 겨울에 아팠더라면 그런 호사를 누렸을텐데 하필이면 그렇게나 무더운 여름에 아팠으니... 이랑아~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해야해~
동군이랑
18-10-03 23:54  
이랑아~ 이제 정말 가을이야. 얼마전까지만 해도 낮동안은 그래도 햇볕이 따가웠는데, 이젠 낮시간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더라. 그래서 오늘 동군이 오빠 여름옷을 전부 다 빨아서 옷장에 넣었어. 그런데 순간 드는 생각이... 내년에 또 입을 수 있겠지였어. 동군이오빠가 나이가 많으니까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한거야. 우리 이랑이처럼 어느날 갑자기 아파서 몇달만에 하늘나라 가버릴까봐 무섭기도 하고... 세탁이에서 옷을 꺼내 널어 놓으면서도 계속 그 생각뿐이었어... 우리 동군이 오래도록 엄마 곁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동군이랑
18-10-06 01:31  
이랑아~ 동군이 오빠 목욕을 시키다 보니 등에 거뭇거뭇한 점들이 몇개 보이더라. 피부병이 재발했나 싶어서 병원에 데리고 갔어. 우리 이랑이 치료받던 병원 말고, 동군이오빠 피부병 치료하는 집 근처 병원. 그런데 늘 보이던 양갈래 머리의 시츄 강아지가 보이지 않는거야. 어디 갔나해서 여쭈었더니 지난 3월에 하늘나라 갔다고 하더라... 혹시 하늘나라에서 만났니? 동군이오빠 치료하러 가면 덩달아 따라간 이랑이와 무척 정답게 잘 지내던 강아지였는데... 그리고 오늘 진료받으러 온 말티즈 강아지 한 마리는 나이가 들어 앞을 전혀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 나이가 한참 많은줄 알았는데 동군이오빠보다는 나이가 적은 듯 보였어. 동군이오빠 나이를 물어보더니 어쩜 그리 건강하고 활력이 좋냐고 부러워하셨어. 동군이오빠는 체중도 500g 줄었거든. 산책을 자주 시켜주니까 말야... 온갖 지극정성으로 동군이오빠를 보살피니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동군이오빠가 좋아 보이나봐. 무척 감사한 일이야 그치? 늘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우릴 지켜주는거라고 생각할께~ 고맙고 또 고마워~
동군이랑
18-10-07 21:59  
이랑아~ 동군이 오빠 데리고 산책을 나가려는데 현관 문 앞에서 그만 목줄을 놓쳐버린거야. 늘 그랬듯 동군이 오빠는 아파트 복도를 전력질주하고, 엄마는 줄을 잡을 듯 잡을 듯 하다 계속 놓쳐버리고... 그나마 다행인건 동군이 오빠가 계단쪽으로는 내려가지 않고 복도만 왔다갔다 달렸다는 거야. 마침 복도에는 어르신 한분도 나와 계셨는데, 발빠른 동군이오빠를 붙잡기엔 역부족이었어. 우리 이랑이였다면 똑똑한 머리로 계단쪽을 달렸을텐데 다행이지? 이랑이는 하도 탈출을 많이 해서 잃어버릴 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잖아. 동군이 오빠는 탈출을 해도 늘 아파트 건물 안에서 발견되었고... 동군이 오빠의 달리기 실력을 보니 아픈 게 많이 나은 것 같아 안심도 되고, 또 한편으로는 여차하면 잃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도 생기더라~ 오늘 큰 교훈을 얻었어. 휴~~ 아직도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네...
동군이랑
18-10-09 22:29  
이랑아~ 오늘 옷장 정리를 또 하는데, 바닥 저 깊숙한 곳에서 방석이 하나 나오더라. 덮개는 세탁하느라 씌워져 있지 않았는데, 동군이오빠가 저 멀리에서 달려 오더니 한참을 냄새를 맡더라. 아마 이랑이가 몰래 숨어서 그 방석에 앉아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 이랑이는 침대 밑에 들어가 숨어 있는 걸 잘 했잖아. 먼지도 많이 안 쌓여 있고 하니 이랑이 냄새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거겠지. 동군이 오빠는 엄마 바지 냄새도 좋아해서 외출 할 때는 일부러 거실에 세탁할 바지를 두고 가기도 하는데, 이젠 이랑이 방석을 두고 가면 되겠어. 이랑이를 잊지 못하게 이렇게 이랑이 물건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하나둘 나오네. 신기하기만 해... 안정감이 생겼는지 동군이 오빠는 곤히 잠들었어. 아마 이랑이 냄새가 안정감을 가져다 준거겠지...
동군이랑
18-10-11 22:59  
이랑아~ 요즘들어 동군이 오빠 채력이 너무 좋아졌어. 어제는 분리수거할 거 내 놓으려고 대문을 살짝 여는데, 그 틈을 타 쏜살같이 뛰어 나가 엄마는 너무 놀라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동군이 오빠를 잡으러 달렸거든. 그런데 오늘은 산책길에서 동군이 오빠가 하도 신나게 달리는 바람에 그만 목줄을 놓쳐버렸어. 동군이오빠가 너무 잘 달리니까 엄마가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는거야. 목줄이 잡힐 듯 잡힐 듯 잡힏지 않고, 그러다 차라도 디나가면 정말 큰일이다 싶어서 앞서 가는 동군이 오빠 목줄을 발로 밟았단다. 여전히 달리기는 멈추지 읺는 동군이오빠때문에 목줄을 밟기는 했지만 엄마는 무릎이 다 까져버렸어. 멀찍이서 그 모습을 보던 경비아저씨도 동군이가 정말 건강해진것 같다고 말씀하셨지만, 걱정을 하는 눈치셨어. 엄마가 동군이를 얼마나 끔찍하게 생각하는지 아니까 혹시 동군이를 잃어버릴까 염려하시는거겠지. 우리 이랑이만 달리기 선수인줄 알았는데, 동군이 오빠의 숨은 실력도 예사롭지 않네...
동군이랑
18-10-14 23:25  
이랑아~ 동군이 오빠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속에서 이랑이 얼굴이 보여. 동군이 오빠는 항상 코 주위를 동그랗게 털을 잘랐는데, 이번엔 약간 뾰족하게 잘라주셨더라고... 우리 이랑이 미용하던 방식인데... 그때문인지 코색깔은 많이 다르지만 옆모습을 보면 이랑이가 떠올라. 동군이오빠 체구도 작아져서 이랑이 옷 입혀 놓으면 얼마나 비슷한지... 나날이 이뻐져 가는 동군일 꼭 끌어안으면 동군이 오빠가 귀찮을 법도 한데 가만히 있어. 엄마를 위해 일부러 참아 주는 건지도 모르겠어. 한 시간 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잘 아니까, 자는 동군이 오빠 얼굴 털도 만져보고, 괜히 수염도 당겨봐... 이랑이가 떠나가고 없으니 이랑이 털을 한번이라도 더 쓰다듬어줄 걸 하는 후회가 많이 되었거든...
동군이랑
18-10-21 22:43  
이랑아~ 주말에 로코와 미코가 놀러왔었어. 집에 낯선 강아지가 둘씩이나 오니까 동군이 오빠는 잔뜩 겁을 먹고 책상 밑에 들어가 나오질 않더라. 그 사이 로코와 미코는 동군이 오빠 마약방석에도 들어가고, 텐트에도 깡총거리며 들어가더라고... 동군이 오빠 쉬하라고 깔아둔 패드에 강아지들이 쉬도 하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어. 동군이 오빤 계속 안아달라고만 하고... 두 강아지가 돌아가고 나니 그제서야 안도하고 이곳저곳을 살피는데, 낯선 강아지들 냄새가 여기저기 묻어 있으니 당황하는 모습이었어. 이랑이가 있었더라면 터줏대감처럼 굴었을텐데... 동군이오빠 혼자는 역부족이었나봐. 우리 이랑이 빈자리가 이렇게 또 느껴지는 주말이었어...
동군이랑
18-10-25 22:13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닭고기 간식을 먹고나서 잠들었어. 강아지용으로 나온 닭가슴살 말고, 치킨의 가슴살 부위를 뜯어서 줬더니 눈빛이 초롱초롱해서 하나라도 더 얻어 먹으려고 하는 모습이 귀여워. 그래도 이랑이처럼 점프해서 낚아채 가지 않으니 다행이야. 아파트 한 바퀴 산책, 그리고 간식 시간. 동군이 오빤 행복한 시간들이야. 우리 이랑이도 하늘나라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면 좋을텐데...
동군이랑
18-10-28 20:13  
이랑아~ 동군이오빠는 어제부터 갑자기 다리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처음엔 추워서 덜덜 떠는 건줄로만 알았는데, 주기를 가지고 덜덜 떨길래 걱정이 되더라. 조금 지켜봤는데 자는 중에도 그러는거야. 결국 자는 동군이 오바 깨워서 억지로 메타캄을 먹였어. 우리 집 응급약. 오늘 아침, 그리고 저녁때도 먹였더니 잠만 계속 자네... 그래도 잠 좀 자고 나면 나아지려나 하고 있어. 이번에 액티베이트와 코텍스 약 주문하면서 몇개월치를 주문해야하나 생각이 많았어. 주문한 만큼만 살면 어떻게 하나 싶어 몇년치를 주문해버릴까 생각도 했단다... 우리 이랑이처럼 홀연히 가버리면 안되는데...
동군이랑
18-10-31 23:32  
동군이 오빠와 엄마는 요즘 크리스피 핫도그와 크래미 먹는 재미에 폭 빠졌어. 매일 저녁 하루에 한 개씩 꼭꼭 챙겨 먹어~ 바삭거리는 핫도그, 그리고 말랑한 크래미 어쩜 안 어울릴 것 같은데, 무척 맛나. 거의 2주 가량 매일 먹는데 질리지 않네. 동군이 오빠도 그 어떤 간식보다 맛나해. 이랑이는 엄마 먹는 거 못 먹어봤지. 강아지에게 해롭다고 아무 것도 안 주고, 강아지 전용 간식만 먹였었는데, 이렇게 별미로 가끔 동군이 오빠에게 주니 오히려 식욕도 돋는지 사료도 잘 먹고, 다리에 근육도 다시 생겨나. 아침엔 안고 산책, 저녁엔 걷는 산책. 이 역시 규칙적 운동 중 하나야. 오늘은 산책하면서 이랑이 친구 야옹이도 만났어. 날이 추워지니 차 밑에 숨어 있더라. 여전히 가슴 쪽 혹은 그대로더라... 이랑이와 비슷한 시기에 종양이 생긴 듯 한데, 야옹이는 아직 거뜬하구나. 동군이 오빠 간식 하나 차 밑에 숨겨 두고 왔어. 코코 강아지도 만났어. 요즘 동군이 오빠랑 많이 친해진 강아지야. 이랑이처럼 자그만한데, 유독 둘이 사이가 좋아서 냄새도 오래 맡고 꼬리도 서로 흔들고, 무엇보다 우리 이랑이처럼 동군이를 잘 따라. 우린 이렇게 일상을 잘 보내고 있어. 우리 이랑인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나.
동군이랑
18-11-05 22:54  
이랑아~ 주말동안 1박 2일 캠프를 다녀왔어. 동군이 오빠가 다리에 경련을 일으켜서 걱정 많이 했는데, 메타캄 먹으며 잘 진정하고 있더라. 1박 2일은 이랑이 떠나고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동군이 오빠는 잘 견뎌내 주었어. 가급적 동군이 혼자 두고는 어디 잘 가려 하지 않는데, 이번엔 어쩔수 없었거든. 그래도 하늘나라에서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를 잘 지켜준 거라 생각해.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깡총거리는 동군일 보니, 안심이 되더라. 국화꽃도 피었고, 동백나무엔 꽃봉오리도 맺혔어. 내년 봄 동백나무도 꼭 보자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 동군이 오빠가 지킬 수 있도록 이랑이가 잘 지켜주렴~
동군이랑
18-11-10 18:55  
이랑아~ 동군이 오빠의 똑똑함이 어느 정도냐면 말야... 기분 좋은 날에는 베란다에, 그저 그런 날엔 거실에, 기분이 나쁜 날에는 마약 방석 바로 옆에 똥을 싸... 집에 오자 마자 거실을 한번 휙~~ 둘러 보면 그날의 동군이 오빠 감정 상태를 읽을 수 있어. 그렇게라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내는 동군이 오빠, 똑똑한 것 같지 않아? 이랑이가 갑자기 떠나면서부터 동군이 오빠도 어쩜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아니까 하루하루 매 시간이 소중한거야... 아파트 앞 우리 이랑이가 좋아하던 벚꽃나무에 단풍이 들어 있는 걸 보면서 저 나무의 낙엽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도 그리고 또 새싹이 돋아 푸르러지고 또다시 단풍이 지고 이걸 계속 계속 보자고 했어. 우리 그럴 수 있겠지.
동군이랑
18-11-16 00:16  
이랑아~ 잘 지내고 있니? 언젠가부터 우리 아파트에는 참새 가족이 서식을 하고 있어. 아침 산책할 때마다 짹짹하는 소리가 무척 듣기 좋아. 산책하면서 동군이 오빠와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데, 참새가 대답이라도 하듯 짹짹하니까 혹시 이랑이가 참새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건가 싶기도 하더라. 그리고 참새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이랑이를 우리가 못 알아봐서 서운해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라. 그만큼 이랑이가 그립고 보고 싶어서란다. 이랑이가 좋아하는 벚나무를 보면서 매일 얘기해. 우리 이랑이 나무의 단풍이 얼마나 들었는지, 낙엽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하늘나라 이랑이는 잘 지내는지 궁금해하면서 말야. 가끔 산책을 하고 나면 다리에 경련이 오는 동군이 오빠지만, 잘 견뎌주고 있어. 낮 시간동안 쓸쓸해 하지 말고 잘 있으라고 하면 그 말을 알아 듣기라도 하듯 낮잠자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기특한 동군이... 우리 이랑이가 지켜붜서란것도 알아. 이 다음에 만나면 우리 이랑이에게 많은 상 줘야겠어...
동군이랑
18-11-18 01:00  
이랑아~ 이랑이가 남긴 옷 동군이 오빠가 너무 너무 잘 입는 거 알지? 이랑이와 동군인 체격 차가 제법 났었는데, 이젠 동군이 오빠도 살이 많이 빠져서 이랑이 옷이 잘 맞아... 잠들어 고개를 살짝 돌리고 있는 동군인 영락없는 이랑이야. 가끔 CCTV 속 동군이에게서 이랑이 얼굴도 보여. 이랑이의 날렵한 턱선과 까만 코는 아니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은 아니지만 동군이 오빠가 이랑이 몫까지 하느라 많이 애쓰는 게 눈에 보여. 이랑이와 달리 안기길 싫어하는 동군이지만 가끔은 그냥 안겨 주는 것 같기도 해. 이랑아~ 우리 이랑이가 하늘나라 가고나서부턴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가 않단다.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그건 이랑이 곁으로 가는 거니까, 세상을 대담하게 살게 되었다고나 할까. 우리 아기 강아지 이랑이~  이번 겨울도 하늘나라에서 따뜻하게 보내렴~
동군이랑
18-11-20 00:01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오리고기 육포를 먹고 숨을 못 쉬고 헥헥대더니, 숨 소리마저 쌕쌕하는 거야. 얼마나 놀랐는지... 육포를 잘라서 주려다가 두 손 꼭 쥐고 뜯어 먹는 재미를 느끼라고 그냥 줬더니 그만... 인터넷을 검색해서 응급 처치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짧은 찰나에 동군이 오빠가 하늘나라 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들더라. 아침에 집을 나오면서 혹시 집으로돌아왔을 때 동군이에게 안 좋은 일이 벌어져 있으면 어쩌지 하는 무서운 상상도 했어. 옆에 누워 잠든 동군이를 보면서 만약 동군이가 없다면이라 상상을 했더니 상상만으로 눈물이 주룩주룩 나더라. 다행히 동군이 오빠는 아무 탈없어. 이렇게 큰 교훈을 얻어. 앞으로 하나하나 더 조심해야겠어. 동군이오빠가 할아버지란걸 잠깐 잊은 엄마 탓이야...
동군이랑
18-11-23 23:24  
이랑아~ 요며칠 갑자기 많이 날이 많이 추워졌어. 아파트를 떠돌던 야옹이들도 보이질 않네/ 동군이 오빠는 복슥복슬한 극세사 외투를 입고 지내. 그리고 산책나갈 때는 패딩까지 껴 입지...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위험하니까 산책을 다녀오면 안고 오는데, 동군이 발바닥이 무척 차갑더라. 아스팔트 바닥 온도가 내려가니까 그런건가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찬 공기는 아래로 따듯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데 그럼 그동안 겨울철 산책할 때마다 우리 이랑이 발이 얼마나 시렸을까. 발이 쬐그만해서 발바닥 패드도 쬐그만 이랑이였는데, 혹시 발이 시려서 깡총깡총 뛰어 가닌건가 싶기도 하고... 이랑아~ 이젠 이랑이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르고 있었던 게 있네. 나중에 이랑이 만날 때 미안해서 어쩌나 싶어... 보고 싶다. 우리 이랑이.
동군이랑
18-11-25 22:22  
이랑아~ 오늘 슈퍼에 갔는데, 계산대 앞에 햄토리와 비슷한 소세지가 있더라. 이랑이 기억하니? 이랑이 애기때 잘 먹전 간식 햄토리. 부산으로 이사오고 나서니 햄톨이 파는 곳을 찾지 못해 못 먹였었는데, 이랑이 하늘 나라 가기전 모든 음식을 거부할 그때, 혹시 햄토리를 구해줬으면 잘 먹었으려나 생각을 해봤어. 오랜만에 먹는 소세지인데도 예전 햄토리 맛을 기억이라도 하듯, 동군이 오빠가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더라. 이랑이가 햄토리를 참 좋아했었는데... 산책, 햄토리 이 두 단어만 들으면 귀를 한 두번 쫑긋하고 고개를 가윳거리다 깡총깡총 뛰면서 한 바퀴를 빙그르르 돌며 안겼었는데, 이랑이의 그 모습이 자꾸자꾸 생각나. 날이 추워지니 더 보고 싶은 것 같아...
동군이랑
18-11-30 00:32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요즘 아침 산책 재미에 빠졌어. 오전엔 관절 가동 범위가 넓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안고 산책을 하는데, 벤치코트 안에 포근히 감사 안고 아파트를 한바퀴 돌면 절로 운동이 되는 것 같아. 아침엔 나무냄새, 풀냄새도 많이 나거든. 이랑이는 한번도 해 보지 못한 거지... 그때는 이런 거 할 생각도 못했으니까... 이랑이 보내고나서 알게 되는 많은 것들. 동군이는 감사하다 생각하겠지만 이랑이에겐 미안함 맘도 클거야. 강아지들도 생각을 할텐데 얼른 뇌과학이 발전해서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었으면 해...
동군이랑
18-12-03 01:16  
이랑아~ 동군이 오빠와 산책을 다녀오는데, 아파트 복도에서 강아지 이름을 다급히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라. 강아지가 탈출을 시도한 거거란 생각이 바로 떠오르더라. 혹시 모르니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 1층으로 내려 보내버렸어. 혹시 위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강아지가 타버리면 큰일나니까... 다행이 멀리 가지 않은 흰색과 검정색이 섞인 강아지는 아직 아기처럼 보였어. 강아지 보호자가 우리 동군이 오빠 나이를 듣더니 무척 놀라더라고... 우리 이랑이도 예전에 자주 탈출을 시도했기에 보호자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 우리 이랑이, 잃어버린 게 아니라, 아파서 헤어진 거라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 안 그랬음 더 많은 죄책감이 시달렸을거야...
동군이랑
18-12-08 22:47  
이랑아~ 이번 겨울은 많이 추울건가봐. 창문을 꼭 닫고 있는데도 바람이 스며들어. 복도에 나가 창문을 열고 동군이 얼굴을 내밀어 주니, 동군이는 재체기를 두어번 하네. 예전엔 추우면 무조건 집 안에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우리 이랑이 겨울 석달동안은 집 밖을 못 나가게 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추운 날씨라 하더라도 이랑인 한번쯤은 찬 바람을 쐬고 싶었을거란 생각이 들어. 이랑이 눈높이에서 생각을 하지 못해 미안해. 다 엄마가 귀찮다는 이유였겠지. 이랑아~ 많은 게 다 미안해. . .
동군이랑
18-12-12 22:27  
이랑아~ 너무 이쁘고 귀여운 우리 아기 강아지. 콩콩콩 이랑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지. 콩콩콩 발음은 예쁘지만, 하반신 마비가 와서 엉덩이뼈로 콩콩콩 하니 불러준 이름인데... 그 이름 뒤에 숨겨진 이랑이의 고통을 사람들은 몰랐을거야... 살집없이 가녀린 뼈로만 딱딱한 거실 바닥을 콩콩거린 이랑이였으니까... 아프지 말라고 깔아준 두터운 극세사이불이 있었지만 극심히 더웠던 여름이었다는 게 문제였는데 그치. 이번 겨울은 유난히 더 추워. 동군이 오빤 극세사로 만든 니트를 입고 있어. 우리 이랑이 입던 옷은 너무 얇아서 안되겠더라. 나름 이쁜 옷 많이 사다 입혔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참 이쁜 옷들이 많아. 우리 이랑이 샘날만큼... 하늘나라엔 더 이쁜 거 많겠지만, 나중에 다시 만날때 이쁜 모습으로 만났으면 해...
동군이랑
18-12-16 01:51  
이랑아~ 잘 지내니? 날이 많이 추워. 이랑인 한창 무더울 때 하늘나라를 가서 추운 날씨 잘 못 견딜 수도 있는데... 아프기 전 2월에도 큰 수술 받느라 그 해 겨울엔 석달 간 산책도 안 시켰잖아. 혹시 아플까봐. 이랑이가 그렇게 갑자기 하늘나라 가버릴줄 몰라서 이랑이와 산책도 맘껏 못했네. 콩콩거리며 거실까지 나간 이랑일 번쩍 안아서 방에 데려다 눕힌 것도 많이 미안해. 이랑이가 속으로 얼마나 원망햇을까. 이랑인 아픈 것도 참아 가며 한 시간 넘게 콩콩대었을텐데 그걸 몰라줘서 미안해. 나 편하자고 이랑이 마음 몰라준 것도 미안해. 이랑아~ 미안한 것 투성이지만 이랑일 정말 많이 사랑한 건 꼭 알아줬음 해...사랑한다, 우리 아기 강아지.
동군이랑
18-12-23 20:03  
이랑아~ 오늘은 날이 좀 풀린 것 같아. 동군이 오빤 소세지 먹고 신나서 방방 뛰고 있어. 동군이 오빠가 뛴다는 게 안 믿기지? 당장이라도 이랑이 따라 하늘 나라 갈 것 같았던 동군이 오빤 지금 너무 너무 건강해 보여. 눈빛도 초롱초롱하고 말야. 우리 이랑이가 곁에 있다면 더 좋을텐데... 멀리서나마 우리 생각 많이 하고 있어~
동군이랑
18-12-26 23:05  
이랑아~ 메리 크리스마스였니? 동군이 오빠는 며칠 재 산책을 못 나가서인지 시무룩해. 요며칠 계속 출장을 다녀와서인지 거실에 아무렇게다 응가도 해 놓고 그러네. 많이 똑똑해졌단 뜻이야. 기분 나쁜 걸 표현할줄도 아니까 말야. 돌아오는 길에 튀김집에서 닭똥집 튀김을 사왔는데 세상에 동군이 오빠가 너무 맛있게 잘 먹네. 인터넷에 확인해 보니강아지 먹어도 되는 거로 나오더라... 우리 이랑이는 맛보지 못한 건데... 동군이 오빠만 맛있는거 자꾸 주게 되는 거 같아. 나중에 이랑이 만나면 미안해할 일이 하나둘이 아니게 되버렸어... 대신 못다준 사랑 전부 다 이랑이 줄께~
동군이랑
18-12-31 00:45  
이랑아~ 할머니집 미코 강아지가 우리 집에 와서 하루 자고 갔어. 동군이 오빠도 강아지 한 마리가 더 있으니까 활력이 넘치더라. 미코는 이랑이처럼 팔베개를 하고 자는 강아지더라고. 이불 속에 들어가서 자는 것도 이랑이같아. 동군이 오빠가 이랑이에게 양보한 것처럼 모든 것을 미코에게 양보하는 걸 보니 참 새롭더라. 동군이도 아마 이랑이 생각 많이 났을 거야. 미코는 집 떠나 낯선 곳에서 자는데도 얼마나 잘 적응했는지 몰라. 여기 저기 영역을 표시하고 나더니 그 다음부터는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신나게 놀더라. 동군이 오빠도 오랜만에 신나게 하루를 보냈어. 이랑이는 초코만 보고 미코는 본 적 없지... 초코가 이랑이처럼 하늘나라 가고 난뒤 할머니 집에 온 요크셔테리어란다. 나중에 이랑이에게 소개해 줄 날이 올거야. 그때까지 이랑인 초코와 시간 보내고 있어~
동군이랑
19-01-02 22:44  
이랑아~ 2019년이야. 동군이 오빠는 한 살 더 먹어서인지 더 의젓해졌어. 할아버지 모습은 아니니 염려마. 이랑이에게 잘 어울리는 근사한 모습이니까... 오늘 산책하는 데 풀숲에서 이랑이 친구 야옹이를 만났어. 날이 추우니 지하 주차장으로 가 있거나 다뜻한 차량 밑에 숨어 있으면 좋을텐데,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웅크리고 있더라. 풀잎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들 사이에 있으니 온몸으로 바람을 다 맞는 거잖아... 이제부터는 산책할 때마다 간식거리를 좀 챙겨 다녀야겠어. 언제 야옹이들을 만날지 모르니말야. 이랑아~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는 건 우리 이랑이 곁으로 갈 시간이 조금 더 가까워졌단 얘기야. 우리 만날 때까지 잘 지내~
동군이랑
19-01-06 17:43  
이랑아~ 날이 추우니 동군이 오빠는 집에서도 패닝을 입고 있어. 혹시라도 감기 걸리면 안되니까... 늘 옷 입고 있는 동군이오빠만 보다가 사진 속 이랑이를 보니 너무 너무 추워보여... 이랑이가 하늘나라 갈 때는 너무 무더웠는데... 한동안 서울부산 왔다갔다 하느라 늘 새벽 4시 반에 나가는 생활을 하다 오늘 하루 동군이오빠와 하루종일 함께 있으니 동군이 오빠 참 귀여워. 이러다 어느날 이랑이처럼 하늘나라 가버리면 어쩌나 싶어서 무섭기도 해... 이랑아~ 동군이 오빠도 이제 열일곱살이야... 2019년에도 엄마 곁에 있도록 하늘나라에서 잘 지켜주렴~
동군이랑
19-01-14 20:19  
이랑아~ 요즘 뉴스에서 힘든 소식들이 많이 들려와... 구조된 강아지들의 안락사 소식. 우리 이랑이라 많이 아플 때, 담당 선생님은 이랑이를 안락사시키라고 하셨지. 수술을 할 때도 테이블 데쓰가 일어날 수 있다고도 하셨고... 더이상은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그런데 엄마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우리 이랑이가 혹시 말을 할 수 있다면 나와 마음이 통한다면 안락사를 원치 않을거라고 했어. 그리고 그 결정은 옳았어 그치? 우리 이랑이는 진통제에 의지하긴 했지만 하늘나라 가는 것보다 엄마 곁에서 하루라도 더 있는 걸 원했을 거야 그치? 어차피 하늘나라 가게 될 거지만, 곁에 하루라도 더 있게 해달라고 한 기도. 결국엔 추석을 넘기지 못하고 너무나 갑작스레 홀연히 떠나버렸지만, 이랑이를 안락사시키지 않은 것은 너무나 잘한 결정이라 생각해. 이랑아~많이 보고 싶네~
동군이랑
19-01-19 20:36  
이랑아~ 잘 지내고 있니? 엄마가 요며칠 아파서 드러누워 있었어. 엄마가 아프이 동군이오빠도 기운없어하며 함께 드러누워 있었고. 이제 툴툴 털고 일어나 동군이 오빠와 산책도 다녀왔어. 집에만 잇다가 오랜만에 밖을 나가니, 그동안 아파트 강아지들이 여기저기 영역 표시한 곳 냄새맡기 바쁘네. 동군이 오빠도 기운을 내는 것 같아 다행이야. 이랑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있다가 이랑이 만나려해. 이랑이가 보고 싶어도 좀 참아~~
동군이랑
19-01-26 13:57  
이랑아~ 지유 이모 아가 낳았어. 이쁜 딸이야... 이제 로코와 미코는 이제 어떡하니... 동군이 오빠는 관심을 독차지 하고 있는데, 로코와 미코는 아기한테 관심을 뺏기겠지 그치. 동군이 오빠는 간식을 얼마나 잘 먹는지 몰라. 이제 시간되면 간식 달라고 손을 계속 갖다대... 안주면 토라져서 거실 마약방석에 가 있는다니까. 날이 추워 거실보다 방에 있는 게 좋은데 말야. 이제 한동안 서울 출장도 안 갈거라서 행복한 시간 많이 가지려해. 이랑이도 하늘나라에서 우리 잘 지켜봐~
동군이랑
19-01-31 23:19  
이랑아~ 책상 앞 의자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그 의자 위를 점프해서 뛰어 올라가던 동군이와 뛰어 오르진 못하고 뛰어 내리기만 하던 이랑이가 생각나... 이랑이는 잠시라도 엄마가 눈앞에 안 보이면 없어진줄 알고 불안해 했잖아 그치. 엄마바라기 이랑이여서 이랑이가 없으니 그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거야. 이젠 동군이오빠가 그래. 잠을 잘 때도 깊이있게 자지 않아. 동군이 오빠 잠든 사이 살금살금 화장실 가는데도 어느새 눌란 눈으로 달려와 있는 동군이 오빠를 보면 얼마나 안쓰러운지 몰라. 언젠가 동군이 오빠가 아프면 엄마도 그런 모습이겠지... 동군, 이랑 우리 세명... 늘 함께 하자~
동군이랑
19-02-04 17:46  
이랑아~어젠 비가 왔는데, 오늘은 맑아졌어. 창밖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나서 베란다 창문을 열고 동군이 오빠와 내려다 봤거든. 그런데 어디선가 하울링하는 강아지 소리가 나더라. 그 강아지 소리를 아이들이 따라 하니까, 강아지도 메아리처럼 다시 하울링을 하는거야.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했더니 윗층 어딘가에서 나는 소리였어. 명절 음식하느라고 강아지를 베란다에 내보내 놓고 창문을 열어 놓은거 같았어. 우리 이랑이와 서로 하울링을 주고 받던 강아지인 것 같기도 해... 안타깝게도 동군이 오빠는 귀가 잘 안들리니까 이랑이처럼 하울링을 주고 받지는 못했어. 그래도 그동안 이랑이와 하울링 주고 받던 강아지가 이사갔나 궁금했는데 아직 이사가지 않았구나 하는걸 알게 되었어. 이랑아~ 이제 내일이면 설이야. 동군이 오빠와 할머니댁 가려고 해. 우리 이랑이는 함께 갈 수 없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이랑이 얘기 나눌께. 하늘나라에서 초코와 우리 잘 지켜보렴~
동군이랑
19-02-11 00:02  
이랑아~명절 연휴가 끝난지도 꽤 되었는데 동군이와 계속 집에 함께 있다 보니, 집밖을 나가기가 싫어졌어. 동군이만 쳐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몰라. 그러다가도 동군이마저 갑자기 떠나버리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겁이 나니까, 잠자는 시간도 아까울 지경이야. 창밖을 쳐다 보는 동군이 오빠는 햇빛에 눈이 부시는지 눈도 제대로 못 떠 이제... 간식을 주문할 때도 얼마나 주문해야 할지 겁이 나. 이랑이가 남겨놓고 간 그 많은 간식들이 계속 생각나거든... 거실에 보란 듯이 여기 저기 쉬를 해 놓으면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되어서 인지기능이 떨어진건가 싶어 덜컥 겁도 나... 우리 오래 있을 수 있겠지...
동군이랑
19-02-15 16:50  
이랑아~ 여전히 날은 추운데 잘 지내니? 동군이 오빠는 오늘 털 자르고 왔어. 사실 얼굴만 자르고 왔는데, 오는 길에 산책 삼아 사뿐 사뿐 걸어오는데, 누가 동군이 오빠더라 나이가 많아 보인다고 하더라. 열일곱살이라 했더니 깜작 놀라며 열일곱인데 앞을 잘 보냐고 하네. 동군이 오빠는 앞도 잘 보고, 달리기도 잘해. 냄새 맡는 건 얼마나 잘하는데. 10m를 걷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려. 여기 저기 냄새를 다 맡아야 하니까... 동군오빠 나이를 들으시더니 너무 건강해 보인다고 오래 살겠다고 하시더라~ 우리 이랑이도 하늘나라 가기 전까진 너무너무 아기 강아지였는데 그치. 동군이 오빠가 더 건강하게 곁에 있을 수 있도록 산책도 많이 하고, 건강한 간식도 더 많이 챙겨 줄께. 이랑이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어~
동군이랑
19-02-19 03:53  
이랑아~ 아직 날은 추워. 그런데 동군이 오빠에게 옷은 입히지 않아. 얼마전 털을 자르고 나서 보니 하얀 털의 동군이 오빠가 너무 귀여운거야. 옷때문이 아니라 순백색의 털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이쁘다 싶어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잘 유지하는 거로 하고, 옷은 입히지 않고 있어. 이랑이도 털 자르고 난 뒤 며칠동안은 옷 안입혔던 거 기억나지? 부끄러워서 몸을 잔뜩 웅크린 이랑이의 등을 쓰다듬으면 얼마나 보드라웠는지... 나중에 아플 때는 아예 옷을 입히지 못했다가 오랜 만에 입은 옷이 수의였잖아... 동군이 오빠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까 덜컥 겁이 나지만 이렇게 밤을 새서 일하다 돌아본 동군이 오빠의 하얀 털을 보니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어. 이랑아~ 하늘 나라에서 평안하게 잘 지내고 있지?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쓸쓸해 하지 말고,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어~
동군이랑
19-02-25 23:11  
이랑아~ 어제 오늘 동군이 오빠는 최고의 컨디션이야. 일단 표정이 너무너무 편안해. 새벽엔 동군이 오빠 짖는 소리도 들었지 뭐야. 잠을 자는데 갑자기 동군이 오빠가 거실로 뛰어나가더니 현관문을 향해 정말 큰 소리로 멍멍 그리고 또 멍멍을 하는거야. 얼마나 목소리가 컸는지 몰라. 몇년만에 듣는 소리였어. 불을 며 보니 고작 새벽 4시 40분. 무슨 일인가 했더니 마트 새벽배송 물건이 도착한 소리였어. 세상에... 가까이서 이름 불러도 듣지 못하는 동군이 오빤데, 귀까지 밝아진건가 싶어. 너무너무 신통방통해. 똑독해지는 약도 잘 먹고, 관절염 약도 잘 먹는 동군이 오빠가 하루하루 건강해지는 느낌이야. 우리 이렇게 오래도록 같이 할 것 같아 그치? 이랑아~
동군이랑
19-03-04 01:34  
이랑아~ 이제 또 새학기가 시작되네. 동군이 오빠가 혼자 있을 시간도 늘어날거야. 주말에는 할머니 집에 가서 하루 자면서 시간보내었다다가 미코 데리고 우리집 와서 또 함께 놀았어. 미코는 낯선 동네라 그런지 신나게 냄새 맡더라. 늘 혼자 산책하던 동군이는 옆에 키코가 있으니 나란히 가려고 속도 조절도 하는거야. 마치 이랑이와 산책할 때 모습처럼 말야. 앞서 가다가 뒤를 돌아보며 이랑이가 뒤처지면 동군이도 속도를 늦추고, 그러다 이랑이가 저만치 앞서가면 동군이도 달렸잖아. 그러다 줄이 꼬여서 그걸 풀지 못한 엄마는 뱅그르르 돌기도 하고 말야. 동군이랑 둘이서 함게 마지막으로 산책한 게 벌써 3년이 지난거야. 그런데 동군이 오빤 미코를 보며 그때를 떠올린 걸까? 이제 또 쓸쓸하게 시간을 보낼 동군이 오빠 생각에 마음이 안 좋네...
동군이랑
19-03-07 22:59  
이랑아~ 개강하고 걱정 많이 했는데 동군이 오빤 잘 지내. 거실 아무데나 오줌 싸놓는 장난도 안 치고, 정해진 곳에만 딱 일 보고... 거실을 계속 돌아다니는 모습이 안쓰러기도 하지만 말야.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갑자기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뜨지를 못하길래 얼마나 걱정했나 몰라. 눈이 아픈가 해서. 그런데 저녁때 집에 오니 펄펄 날아다니네~ 우리 이랑이가 잘 지켜 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했어. 이랑아~ 참 많이 보고 싶다~
동군이랑
19-03-10 20:58  
이랑아~ 동군이 오빤 눈도 초롱초롱하고 허리도 많이 펴졌어. 털에서 윤기도 나고 그래. 발을 끌면서 걷지도 않아. 귀를 쫑긋거리는 걸 보면 이젠 소리도 잘 들리는 것 같아. 하루하루 동군이의 변화를 잘 살피는 데 어쩜 이리 건강해 보이는지... 사료만 먹이다 단백질, 과일을 먹여서 그런건지 구준히 약을 먹여서인지는 모르겠어. 어쨌든 우린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는 거야... 아파트 앞마당에 이랑이 나무는 벌써 곷을 피울 준비를 하더라~ 그 꽃을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 동군이 오빠와보고 싶다 그랬어. 이랑이도 같은 생각이지?
동군이랑
19-03-18 00:59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주말내내 잠을 자. 할아버지 강아지가 되면서 부쩍 잠이 많이 늘었어. 낮 시간동안 엄마 찾느라 불안해 하며 거실을 수백 수천 바퀴를 돌다 보면 주말에는 거의 녹초가 되어 쓰러지듯 잠드는 건가봐. 잠들었다 잠깐 눈을 떴을 때조차 눈에 엄마가 안 보이면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바로 거실로 나와 버려. 씽크대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그제서야 안심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동군이. 외출준비하느라 거울 앞에 앉아 있으면 거실 창가 마약방석에 앉아서 삐져 있다가도 자기를 데리러 나와 주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동군이 오빠란다. 이런 모습 이랑이에겐 너무 낯설고 안 믿어지지? 이랑이가 없는 이 공간에서 우린 너무 많이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단다...이랑이가 보고 싶은 나머지...
동군이랑
19-03-24 20:48  
이랑아~ 봄이 왔어. 이랑이 나무에 벚꽃이이쁘게 피었네. 바람 불때 나부끼는 정도는 아니지만 아파트 간접 조명에 은은하게 비친 모습이 너무 이뻐. 동군이 오빠에게도 알려줬어. 이랑이 꽃보면서 이랑이 잊지 말자고... 다행히 동군이오빤 아프지 않고 잘 지내~ 거실에 쉬하는 거도 없어진 걸 보니 한동안 걱정했던 스트레스도 많이 줄었나봐. 우리만 이렇게 잘 지내는 거 아닌가해서 이랑이에게 많이 미안해~
동군이랑
19-03-31 20:36  
이랑아~ 요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야옹이들과 부쩍 친해진 느낌이야. 동군이 오빠 데리고 산책하면서 만나는 야옹이들은 이제 겁먹고 도망치지 않아. 동군이 오빠가 가끔 컹컹 짖을 때를 빼곤 말야. 아파트 입구 도로에서는 이랑이 친구 야옹이도 만났어. 배에 혹은 여전하더라. 이전보다 더 커진것 같기도 하고... 이랑이는 하늘나라 갔다고 소식 또 전해주었어. 마치 듣고 있는 것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있더라... 이제부턴 동군이 오빠 간식을 가방에 한 두개 넣어 다녀야 할까봐. 언제 어디서 야옹이들을 만날지 모르니까 말야. 캔은 뒷처리가 힘들지만, 그외 다른 간식은 괜찮을 것도 같아... 비슷한 시기에 혹이 났던 이랑이와 야옹이. 이랑이는 수술받고서도 하늘나라 갔는데, 야옹이는 수술 안받고도 저리 씩씩하게 길거리 생활을 하는 걸 보니 마음이 이상해... 우리 이랑이는 하늘나라에 잘 있다고 했는데, 잘 있는거지?
동군이랑
19-04-04 00:52  
이랑아~ 아파트 입구의 벚꽃이 바람에 많이 날려. 꽃비가 내리는 것처럼 말야. 우리 이랑이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쫓아서 달려가기를 좋아해서 이랑이꽃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지금 한창 많이 펴 있어. 동군이 오빠는 별로인지 달려가지는 않네. 그냥 이랑이꽃이라고 알려 주고, 이랑이 얘기를 많이 해주는 걸로 대신하고 있어. 새봄이 와서 뭔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은 있는데, 이번이 마지막은 아니겠지하는 불안이 늘 있긴 해. 동군이오빠가 이랑이처럼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릴까 걱정되서일거야... 오래도록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온통 그 생각뿐이야. 그래서 울적해지는 것 같기도 하네...
동군이랑
19-04-07 23:18  
이랑아~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왔어. 며칠동안 이쁘게 펴 있던 벚꽃이 비바람에 다 떨어질 것만 같아서 동군이 오빠를 안고, 우산을 쓰고 아파트 한바퀴를 둘러 보았어. 역시나 바닥에 한가득 꽃이 떨어져 있더라... 올해가 마지막이 아니길 하면서 내년에도 이 곷을 꼭 보자고 동군이오빠에게 얘기했어. 이제 강아지도 20세 시대가 왔다고... 아기때는 하루하루 시간가는 대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젠 낮이 가고 밤이 오고 또 아침이 밝어 오는게 무섭기도 해. 매일매일이 소중하니까... 이랑이도 6월 11일 갑작스레 못 걷게 되었잖아. 전구 증상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몇 분 사이에 갑자기 못 걷게 된 것에 대해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아. 그러니 잘 지내는 동군이 오빠지만, 언제 어느날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마냥 좋지만도 않아. 갑자기 아플까봐 말야... 우리 이랑이가 잘 지켜줄거란 믿음은 있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동군이랑
19-04-14 23:38  
이랑아~ 3.2kg... 우리 이랑이 장례식때 체중계에서 잰 마지막 몸무게야. 그렇게 쬐그맣던 이랑이에게 암덩이가 하나둘 생기며 배가 점점 터질 듯 불러오고 결국은 살이 다 트고... 목과 팔다리는 바짝 말랐는데 암덩이때문에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거라고 울던 그 날이 생각나네. 동군이 오빤 맛난 걸 많이 먹는 날엔 체중이 조금 더 나가고, 산책 다녀오고 신나게 뛰논 날은 체중이 조금 줄어들어... 오늘은 생각보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잠깐밖에 산책을 못하고 집에서 간식만 많이 줬더니 체중이 조금 늘어났네. 우리 이랑이 체중과 비교하면 너무 큰 차이라 속상하기도 해. 이랑아~ 벚꽃은 이제 다 지고 없어. 계절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네... 쓸쓸하게말야...
동군이랑
19-04-24 22:09  
이랑아~ 동군이 오빤 많이 건강한데 그사이 엄마가 많이 아팠어. 동군이 이랑이 대신 엄마가 아프면 좋겠다고 한 거를 잊은 마냥 아파서 고생하는동안 왜 이리 아픈가 싶었거든. 그런데 건강히 잘 지내는 동군이 오빠를 보면서 그제서야 아참 싶었단다. 이랑아~ 이랑이 친구 야옹이가 오늘은 주차장 어느 차의 선루프 위에 또아리를 해서 앉아 있는거야. 손을 앞으로 뻗었더니 가까이 다가오는거 있지. 다른 야옹이들을 만나면 동군이 오빠가 그렇게도 짖어대는데 오늘 이 야옹이 보고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더라. 얼마나 신기하던지... 이랑아~ 이랑이는 우리 곁에 없지만 우리가 이랑이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지는 꼭 알아줘~
동군이랑
19-04-28 12:25  
이랑아~ 잘 지내니? 이랑이 떠난지도 시간이 꽤 흘렀어. 이랑이가 비슷한 시기에 아팠던 길고양이는 아직도 건재해. 여전히 배에 혹은 그대로인 것 같고, 거리생활하는 것도 똑같은데 말야. 아파트 뒤쪽 수풀이 우거진 거 보니 여름이 다가오는 것 같아. 길고양이들은 그곳을 아지트 삼아 지낼 것 같아. 동군이 오빠는 요즘 부쩍 길고양이들과 친해졌어. 안면 있는 야옹이들에겐 짖지 않지만, 여전히 처음 만난 야옹이들에겐 거침없이 멍멍을 하네. 건강하다는 뜻이겠지? 아침 저녁 약도 잘 먹고, 간식도 얼마나 잘 먹는지 몰라. 강아지 20세 시대라고 하는데 동군이오빠가 정말 오래 살았으면 해. 우리 이랑이 없이 하루하루 심심해하는 동군이 오빠, 이랑이가 위로 좀 잘 해 주렴~
동군이랑
19-05-06 22:26  
이랑아~ 어린이날 연휴기간동안 할머니댁에 다녀왔어. 미코와 로코도 만났단다. 여전히 미코는 동군이 오빠 바라기이고, 로코는 겅중겅중하며 동군이를 귀찮게 해. 이번에 신촌애견샵 아저씨가 동군이 오빠 얼굴을 이랑이처럼 미용해 주셔서 잠자는 동군이 오빠를 볼 때마다 이랑이 생각이 많이 났거든. 어린이날이라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동군이 치킨도 사주시고 많이 예뻐해 주셨는데, 우리 이랑이도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했어. 이랑이가 초코와 잘 지냈단 이야기도 하고... 우리 식구들 모두 이랑이를 그리워해. 할머니는 아직도 동군이 오빠더라 이랑이라 불러. 입버릇이 되버려서 그런가봐. 삼일을 할머니댁에 있다 오니 동군이 오빠는 긴장이 풀렸는지 곯아떨어졌어. 이랑이못까지 사랑받는게 미안한지도 몰라... 이랑아~ 하늘나라에서 강아지 친구들끼리 어린이날 잘 보내~~
동군이랑
19-05-17 23:10  
이랑아~ 날이 무더워. 며칠 사이에 봄이 저만치 가버린것 같아. 이랑이 나무엔 잎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몰라. 날이 무더우니 아파트를 떠도는 야옹이들도 힘들어해. 추운 겨울엔 차 밑에서 숨어 있었는데, 이젠 날이 더우니까 그늘진 곳에 앉아 있어. 그런 모습을 보는 동군이는 달려들기 일쑤이고. 달리거나 뛰면 안되는데 동군이도 걱정이고 겁에 질려 도망치는 야옹이들도 걱정이야. 이제 날이 더 무더워지면 야옹이들은 어쩌나... 그리고 무더위를 동군이는 또 어덯게 견뎌내나 걱정이네...
동군이랑
19-05-26 22:19  
이랑아~ 날이 많이 무더워.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니 동군이 오빤 많이 갑갑해해. 슬링백에 넣어 산책을 나가면 간혹 바람에 두 귀가 펄럭이는데, 그럴 때면 동군이 오빤 눈을 지그시 감아. 무척 기분이 좋나봐. 슬링백 속 동군이 오빤 안정감이 있어. 처음엔 들어가기 겁내 하더니 이젠 집에서도 슬링백에 들어가 있을 정도야.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 이랑이도 슬링백에 넣어 다니는건데. 가방 바닥에 패드를 갈면 이랑이도 불편하지 않았겠지? 그땐 왜 이렇게 모르는 게 많았는지 몰라. 이랑아~ 부족한 엄마여서 미안해. 우리 나중에 만날때 엄마가 이랑이에게 미안하다는 말 아주 많이 해야 할까봐...
동군이랑
19-05-31 19:10  
이랑아~ 오늘은 동군이 오빠를 의자 등 뒤에 앉혀 놓고, 공부를 했어. 시간이 조금 지나니 엉덩이가 따뜻해져 오더라. 동군이 오빠가 의자위에 누운 채로 그만 실수를 한거야. 쉬하고 싶으면 벌떡 일어날일이지 말야. 가족이 아닌 매쉬 패브릭으로 된 의자라 의자 깊숙한 곳까지 동군이 오빠의 쉬가 그만 칰투해 버렸네. 이랑이 같으면 쉬하고 싶다고 어떻게든 표현했을텐데 그게 아니라면 끙하고 참았겠지. 그러다가 이랑이를 의자 아래로 내려 주면 패드위에 올라가 뒤 한쪽 다리를 살며시 들고 쉬했을거야. 그치? 그래도 동군이 오빠를 나무라지는 않았어. 동군이오빠도 몰라서 그랬을 수 있으니까... 나중에 아주 나중에 동군이 오빠 만나거든 이 얘긴 비밀로 해줘~~~
동군이랑
19-06-06 22:51  
이랑아~ 시간이 참 빨리 흐르네. 벌써 한 학기가 끝나가... 동군이 오빠와 함께하는 시간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이야기야. 그래도 방심하지 않을래. 6월 11일. 이랑이가 못 걷게 된 날아잖아. 동군이오빠는 나이도 있으니까 더 신경써. 동군이 오빠는 거의 매일 이불에 실수를 해. 아침저녁으로 이불빨래를 하는 게 일이 되었을 정도지만 매너밴드는 답답해할까봐 안 하고 있어. 10분에 한번씩 실수하던 이랑이도 간호했는데 하루에 한 두번 실수하는 거야 뭐 이해하려 해. 이랑아~ 시간이 많이 흘러도 이랑이 얼굴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염려마~
동군이랑
19-06-12 22:39  
이랑아~ 동군이 오빤 어제부터 메타캄 강아지야. 걸을 때 앞 다리를 들고 절뚝거리는거야.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우리 이랑이가 못 걸었던 날짜 6월 11일. 해마다 6월 11일만 되면 심장이 쿵 내려 앉는데 동군이 오빠가 그러고 있으니... 게다가 거실 한가운데 끙해놓고 그걸 얼마나 첨벙거리며 밟고 다녔는지 거실 온 바닥, 그리고 동군이 오빠 발바닥은 엉망진창이더라. 거실을 물걸레질 하는데도 한계가 있어서 아예 물을 부었어. 물청소하듯... 동군이 오빤 욕조에 넣어 놓고 말야. 그렇게 전쟁같은 밤을 보내고 오늘 아침 눈뜨자마자 메타캄 한 숟가락 먹이고, 퇴근해서 와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한 모습이야. 여전히 다리를 조금 절뚝이긴 하지만 이랑이처럼은 아니야... 산책 길에 만난 흰 나비를 보고, 혹시 이랑이냐고 말 걸었는데 이랑이였던 거니?
동군이랑
19-06-18 20:49  
이랑아~ 사진 속 이랑이는 많이 아플 때였지만 여전히 동그랗고 까만 눈이지. 그런데 동군이 오빠는 아니야... 요즘 부쩍 기력없어 하고, 실수도 많이 해. 이젠 거실 온 전체를 오줌 바다를 만들어 놓아. 실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대 놓고 쉬를 해버려서 거실 마루가 많이 일어났어. 슬링백에 넣어 산책 나가면 동군이 오빠더라 사람들이 기력없어 보인다고 아파보인다고들 해...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강아지 새로 데려 왔냐고 할 정도로 활력이 넘쳤는데 말야. 무더운 여름이 오는 게 무서워. 이번 여름이 마지막 여름이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에...이랑이가 기다리는 건 잘 알지만,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만나면 안될까...
동군이랑
19-06-22 12:55  
이랑아~ 동군이 오빤 기력을 조금 차린 것 같아.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출근하기 직전까지도 못 일어나고 잠들어 있더니 오늘은 아침 7시에 째깍하고 일어나 기지개도 펴더라... 요 마칠은 컨디션이 안 좋은지 기지개도 못 펴더라고... 한우 다짐육 냠냠 먹고 지금은 낮잠 중이야. 이제 조금 있다 동군이 오빠 데리고 할머니댁 갈거야. 로코, 미코 강아지 보면 좀 활력을 찾을까 싶어서 말야. 미코와 동군인 정말 사이가 좋거든... 로코는 너무 괴롭혀서 싫은 눈친데 말야... 이랑아~ 올 여름 우리 무사히 잘 날 수 있게 이랑이라 하늘아라에서 우릴 잘 지켜봐 줘~ 요 며칠 산책할 때마다 나비를 자주 만났는데, 혹시 그 나비가 이랑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단다. 혹시 이랑이였니?
동군이랑
19-07-01 21:28  
이랑아~ 장마 비가 그치고 나니 많이 더워. 이랑이 있는 곳 날씨는 어때? 동군이 오빠는 날이 더워서 그런지 잠이 많이 늘었어. 하루에 반 이상은 자는 가봐. 물론 내가 모르는 시간까지 합하면 그보다 더하겠지만... 기력은 쇠한 것 같은데, 마음은 청춘인지 이것저것 호기심은 여전히 많아. 무기력하게 있는 것보다는 나은데, 자꾸 거실을 돌아다니다 미끌어지기도 하고 많이 염려가 되네. 발바닥 미끄럼 방지 크림도 발라 주고 있어. 이랑이 때는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미안해~ 요즘 나오는 간식들은 정말 좋아. 기호성도 좋고... 우리 이랑인 이 맛난 것들 맛도 못 보고... 나중에 우리 만나게 될 때 이랑이에게 맛 보게 할 건식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그때까지 쓸쓸해하지 말고, 기다려~
동군이랑
19-07-08 00:32  
이랑아~ 잘 지내니? 오늘은 날이 선선하니 좋았어. 늦게까지 낮잠 자던 동군이 오빠. 눈앞에 안 보여 어디갔나 찾아 보면 베란다에 나가 창밖을 바라 보고 있는 게 산책 나가고 싶어 그런가보다 하고 데리고 나가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 손에 선풍기를 들고, 산책하는 동군이 오빠를 따라 가면서 선풍비 바람을 쐬게 하면 바람에 털이 날리는 게 참 예뻐. 왜이런 건 이랑이때 생각하지 못한 건지... 슬링백도 그렇고 선풍기도 그렇고 미끄럼방지 크림도 그렇고... 병원 치료가 전부가 아닌데 참 속상하다... 동군이 오빤 오늘 컨디션이 참 좋았어. 산책하다 마주친 경비 아저씨도 그러더라. 오늘은 건강해 보인다고... 우린 이렇게 잘 지내는데 이랑이도 잘 지내는거지...
동군이랑
19-07-12 22:50  
이랑아~ 동군이 오빤 요즘 새로운 영양제에 푹 빠졌어. 관절이 안 좋아 다리를 절뚝거릴 때가 많은데, 이 약 먹고 나서는 얼마나 날렵해졌는지 몰라. 약을 먹으면 그만큼 효능이 빨리 나타나니 너무너무 감사해. 우리 이랑이는 역 먹기 너무 힘들어 했었는데... 약 효과도 빨리 안 나타나고 부작용만 잔뜩 있었는데 속상해. 뭐가 문제였던건지... 이랑아~ 미안한데...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동군이 오빠 건강해지는 모습 잘 지켜보고 응원해줘~
동군이랑
19-07-17 21:24  
이랑아~ 오늘 저녁에 강아지 한 명이 하늘나라 갔어. 이랑이처럼 나이 많은 강아지인데 목욕하다 하늘나라로 갔다고 하네. 엄마 얼굴은 보지 못했대... 이랑이가 하늘나라에서 딱 기다리고 있다가 둥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를 만나거든 잘 보듬어줘~ 이랑이도 하늘나라 처음 갔을 때 많이 어리둥절 했을 거잖아 그치... 이곳에 있는 강아지들은 동군이 오빠가 잘 케어해 주고 있어. 오늘은 산책할 때 두 명을 만났는데, 서로 냄새 맡고 좋아하더라... 둥이가 하늘나라 갓다는 소식을 들으니 괜시리 이랑이가 더 보고 싶네. 우리 아기 강아지...
동군이랑
19-07-23 00:39  
이랑아~태풍이 가고 이불 빨래 한 가득 했네. 동군이 오빠는 실수하는 날이 부쩍 많아졌어. 걸어가면서도 쉬를 할 정도네. 그래도 괜찮아. 이렇게라도 옆에 있어만 준다면...야옹이들과도 잘 지내고, 길 가다 귀엽다고얼굴 만지려드는 사람들에게도 그냥 얼굴 내 주고 가만히 있어. 산책하다 마주친 강아지들과는 서로 냄새도 잘 맡아. 다른 강아지들은 꼭 멍멍하고 짖는데, 동군인 짖는 법도 없어. 예전에 그렇게 멍멍대던 동군이 오빤 온데간데 없단다.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만나면 많이 낯설 정도야... 그래도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우리 세명 영원하자~
동군이랑
19-07-29 21:35  
이랑아~ 오늘 아침에 보니까 아파트 1층 장미넝쿨을 다 자르고 있더라. 빨간 꽃 바닥에 떨어지면 이랑이가 잘근잘근 씹었잖아. 엄마는 위험하다고 그럼 안된다고 늘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었는데 기억나니? 그 장미넝쿨을 관리사무소에서 오늘 다 자르시더라. 이랑이와의 추억이 이렇게 또 하나 사라지는 것 같아 속상해. 동군이오빤 여전히 아옹이 찾는데 신나해. 오늘은 한꺼번에 다섯 마리를 만났지 뭐야. 그늘을 피하려고 차 아래에 숨어 있는 야옹이들... 덕분에 동군이오빠 에너지 수준이 높은 것 같아 안심이 된단다. 그래도 날이 너무 더우니까  기운없어 할까봐 걱정이야. 혼자서 낮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얼마나 지칠까 싶어...
동군이랑
19-08-06 21:07  
이랑아~ 태풍이 온다고 하더니 조금 조용해졌어. 요즘 동군이 오빠가 기력이 없어서 할머니댁에 잠깐 다녀왔어. 미코라도 만나면 에너지 팡팡할 것 같았거든. 그런데 미코도 로코도 없더라...동군이 오빤 쓸쓸해하며 집으로 왔어. 어제 길에서 만난 이랑이 닮은 강아지... 몸의 털은 피부가 다 보일만큼 바짝 깎고, 귀는 삼각형으로 만들고, 코 주위도 깎았을 그 모습이랑 얼마나 똑같었는지 몰라... 이랑이처럼 앙앙하지는 않았는데, 길거리를 신나게 활보하더라~~ 우리 이랑이는 줄을 그렇게 길게 하고 달린 적 없었는데 하는 생각에 한참을 쳐다봤어. 집으로 와서 그 얘기 동군이 오빠에게도 해줬는데, 요즘 동군이 오빤 귀가 잘 안들려서 그 얘길 알아들었는지 잘 모르겠네. 이랑아~~ 보지 못하니 더 보고 싶은 우리 이랑아~ 사랑해~
동군이랑
19-08-11 22:46  
이랑아 오늘 말복이었어. 하늘나라에서 맛있는 거 먹었니? 동군이 오빠와는 어제 할머니댁 갔다가 오늘 왔어. 동군이 오빠는 미코, 로코와 노는 것도 신나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맛있는 간식을 많이 챙겨 주니까 너무 좋았나봐. 집에 와서 체중을 재보니, 500g이 늘었어... 물론 며칠 지나면 다시 원위치 할 것 같긴 한데, 우리까리만 맛난 거 먹은 거 아닌가 해서 미안하네. 이랑이도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로코는 현관문 열린 사이에 가출을 단행했다가 몇 시간만에 옆동 엘리베이터 앞에서 발견되었다는 주민 신고로 집에 왔단다. 우리 이랑이처럼 날쌔게 달렸나봐~ 우리 이랑이가 여러 번 가출을 했었으니까, 엄마는 이랑이를 잃어버려서 이별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해. 이랑이도 그렇게 생각하지?
동군이랑
19-08-19 19:57  
이랑아~ 오랜만이지. 엄마가 이랑이 잊었나 걱정한거야?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라...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감염되버렸어. 이번에도 파일은 다 사라져 버렸네. 예전에 감염되었을 때도 이랑이 사진 잃어 버리고 참 많이 속항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야. 아무 것도 모르고 며칠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야  컴퓨터의 파일들이 이상한 걸 알아 차린 바보같은 엄마야... 이랑아~ 동군이 오빤 기력이 많이 없어. 이젠 아파트 한 바퀴돌고 나면 알아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쑥 들어와. 예전같으면 몇 바퀴를 돌고도 더 산책하자고 안 가려고 하던 오빤데 말야. 이랑아~ 시간이 많이 없는 것 같아 너무너무 속상하다. 그런데 속절없이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
동군이랑
19-08-25 17:00  
이랑아~ 아파트에 야옹이가 새로 왔는데,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아. 야옹아~라고 부르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가까이 다가오기도 하고, 야옹아 간식 먹자라고 하면 가가이 다가와 손을 내밀기도 한단다. 너무 신기하지 않니? 아직 동군이 오빠는 조금 경계하는 눈치지만 곧 친해질 거라 봐. 하는 행동이 이랑이처럼 애교가 많아.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다가 야옹이가 출몰하면 동군이 오빠를 안고, 간식 챙겨 내려 가곤 해. 야옹이도 이제 간식 타임을 아느니 해가 질 무렵이면 아파트 현관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어. 심심해 하는 동군이 오빠에게 야옹이 친구가 생긴것 같아 기뻐. 이랑이도 하늘나라에서 내려다 보며 귀여워하고 있지?
동군이랑
19-09-01 21:42  
이랑아~길 것만 같았던 여름방학이 이제 끝났어. 무더위도 한 풀 꺽이고... 동군이 오빠에게 마지막 여름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방학을 마무리해... 이랑이와의 마지막 여름. 무척 힘들었는데 동군이 오빠때는 좀 괜찮으려나 싶었는데 아닐거라고... 더 힘들거란 게 느껴지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해. 그냥 보내었던 과거의 어느 하루하루가 지금 돌이켜 보면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이었는지 잘 아니까, 매 순간 눈을 마주치고 잠든 동군이 오빠를 깨워서라도 안아주는거야. 이랑아~ 동군이 오빠의 다리가 점점 더 아파오는 게 느껴져. 메타캄을 먹지만 그래도 앞다리를 절뚝거려... 기분은 좋아서 하지말라고 해도 나비처럼 훌~쩍 날아서 착지하는 묘기를 보이기도 해. 눈읕 더 초롱거리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얼마나 속상할까 하는 마음이 들어. 이랑아~ 이랑이가 보고 싶긴 한데, 지금은 옆에 있는 동군이 오빠 걱정에 이랑이 생각을 조금 비껴 두었어. 미안하게도...
동군이랑
19-09-10 00:17  
이랑아~ 잘 지내니? 요즘 동군이 오빠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동군이 오빤 요즘 앞이 잘 보이지 않나봐. 끙하고 나서는 밟고 온 거실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복도에서부터 냄새가 스멀스멀...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 안네서 그냥 쉬를 하기도 해. 뭔가 욕구불만이겠지... 이번 학기엔 늦은 밤에 귀가하는 일이 많은데, 그래서인 걸까? 하루종일 거실을 돌고 또 돌고 그러다 귀가해서 보면 기진맥진해 있기도 해. 너무 너무 걱정이 되는데, 별일 없계지?
동군이랑
19-09-14 22:24  
이랑아~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간지 오늘로 3년이 되는 날이야. 어젯 밤 꿈에 지유 이모 꿈에 나왔다며... 엄마 꿈에 나오질 그랬어... 동군이 오빤 할머니댁에 가서 안정을 찾았어. 그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가 추석 연휴 내내 함께 있어 줬더니 어젠 팔베개를 하고 자더라~ 얼마나 오랜만인지 몰라. 이랑이에게 늘 양보하던 동군이 오빠였잖아. 그래서 팔 베개는 늘 이랑이 몫이었는데... 동군이오빠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도록 이랑이가 지캬봐줘~
동군이랑
19-09-27 22:05  
이랑아~ 많이 보고 싶었지? 미안해... 동군이 오빠의 문제 행동이 너무 심해진데다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바빴어. 그래도 다 핑계긴해... 동군이 오빤 똥오줌을 전혀 못 가려... 안고 있으면 팔에도 끙할 정도란다... 물론 이불 위에도... 하루의 시작을 이불빨래, 그리고 하루의 마감을 이불빨래를 하는 것 같아. 힘들 법도 하지만 힘들진 않아. 이렇게라도 곁에 있어주는 게 감사해서... 앞이 잘 안 보이는지 물 그릇을 쏟는 일도 있고, 사료통도 밟아서 엎어버려... 많이 걱정되지만 할아버지가 되어 그런거라 생각하고 똑똑해 지는 약 잘 챙겨 주고 있어. 이랑아~ 오늘따라 많이 보고 싶네...
동군이랑
19-10-06 20:35  
이랑아~ 비온 뒤 날씨가 많이 서늘해졌네. 이렇게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오려나봐. 주말엔 할머니댁에 가서 자고 왔어. 동군이 오빠가 얼마나 좋아하든지. 할머니댁에만 가면 팔베개하고 꽤 오랜 시간을 자는 동군이 오빠야. 미코와도 사이가 좋고.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도 듬북 받으니까 동군이 오빤 아주 신나해. 초코 이야기도 하고 이랑이 이야기도 했어. 할아버지도 초코와 이랑이 보고 싶다고 하셨어. 우리 이랑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는 거 잘 기억해~~~
동군이랑
19-10-12 22:38  
이랑아~ 지난 한 주 동군이 오빤 너무 많이 아팠어. 할머니댁 다녀오고 나서부터 다시 다리도 휘청거리고 눈에 초점도 없어지고 앞이 안 보이는지 벽을 향해 돌진하여 머리를 쿵쿵 부딪히기도 하고 그랬어. 병원가서 검사했더니 디스크가 상당히 많이 심해져 있다고 하더라. 통증이 너무 심해 견디기 힘들었을텐데 몰랐냐고 ㅠㅠ 신장 기능도 너무 많이 떨어져서 진통제 처방도 못 받았어. 신장에 무리가 가면 당장 어찌 될지도 모른다고... 동군이 오빠는 너무 착해서인지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아. 이랑이처럼... 이랑이처럼 동군이 오빠도 허망하게 잃을까봐 지난 한 주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어. 가방에 넣어 학교도 데리고 갔단다. 우리 이랑이도 회의 갈떄 같이 간거 기억나지? 오늘은 동군이 오빠도 조금 회복된 것 같아. 동군이와 헤어지는 거 상상만으로도 힘드네. 이랑이 잃은 슬픔까지 더해 몰려올까봐 너무 무서워...
동군이랑
19-10-20 23:34  
이랑아~ 잘 지내고 있니? 아파트 앞 이랑이 나무의 나뭇잎은 우수수 떨어지고 있어. 베란다의 벤자민 나무에서도 바람에 따라 잎이 하나 둘 떨어지네... 오늘 동군이 오빠더러 그랬어. 이랑이 나무에 하얀 꽃비가 내리는 봄에도 옆에 있어 달라고...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으니까... 이랑아~ 이랑이가 떠난지 벌써 3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보고 싶은데, 동군이 오빠도 떠나버리면 얼마나 보고 싶을까... 그러니 동군이 오빠와 조금 더 시간 보 내고 싶어...
동군이랑
19-11-03 18:48  
이랑아~ 잘 지내고 있니? 우린 잘 지내... 동군이 오빤 가끔씩 통증때문에 힘들어하지만, 낮 시간에 잠깐씩이라도 들러서 안아 주고 가니 견딜만 한가봐... 잘 때도 곡 안아줘. 이랑이에게 못 해 준거까지 모두 다 기억해내서 잘 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모르겠어. 이랑이는 질누할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이랑이를 이뻐한 동군이 오빠니까. 우리만 이렇게 잘 지내서 미안한 마음도 있어. 그땐 몰랐던 것 이제 알게 된 것도 있어. 파트라슈말고 많은 장례식장이 생겨났단 얘기도 들었어. 그래도 동군이 오빠가 언젠가 하늘나라 가게 될 때 파트라슈로 갈께. 그치만 아직은 아니야. 동군이 오빠 18살, 19살, 20살, 21살... 우리 아파트에서 가장 장수하는 강아지 될거야...
동군이랑
19-11-08 23:40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어제도 학교에 따라 갔다 왔어. 동군이 오빠를 데리고 학교 가는 길은 고단하긴 해도 그래도 안고 있을 수 있으니 안심이 된단다. 혼자 두고 온 날은 거실을 하도 많이 걸어서인지 집에 도착하면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동군이 오빨 보게 되거든. 그런데 어제처럼 같이 학교를 가는 날엔 잠도 곤히 자고, 배변 실수도 덜해... 매일 데리고 가고 싶지만 그러질 못하니... 이럴 줄 알았으면 이랑이도 데리고 다닐 걸. 가끔 회의때 데리고 간 적 있었지만, 그렇게 위급한 이랑일 두고 다녔다는 게 얼마나 죄책감이 생기는지... 이랑아~ 우리 다시 만 날 날, 사과할 게 참 많은 것 같아.
동군이랑
19-11-19 00:11  
이랑아~ 잘 지내고 있니? 이랑이 나무의 나뭇잎이 바닥에 너무 많이 나뒹굴어. 귀여운 노란 야옹이, 이랑이와 비슷한 시기에 아팠던 길냥이도 이젠 자취를 감추었어. 동군이 오빤 등하교하는 재미에 폭 빠졌고... 이젠 모두가 알아. 동군이도 학교에 왔다는 것을. 다행히 모두들 이해해 주니 감사해. 이랑이는 회의만 따라 왔지 수업하러 학교는 못왔었잖아. 학교 생활이 궁금하지. 동군이 오빤 가방 속에서 얼마나 얌전하게 있는지 몰라. 수업에 집중도 잘 하다가 금방 졸고 있는 모습도 본단다... 늘 함께 있다는 생각에 마냥 행복하다가도 이러다 훌적 떠나면 어쩌나 겁도 나... 올해 생일이 마지막은 아니겠지 하는 불안한 마음뿐이야...
동군이랑
19-11-23 23:19  
이랑아~ 하늘나라엣거 어떻게 지내고 있니? 잠은 푹 잘 자는지 모르겠네. 아프지 않으면 곧잘 잘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신나는 일이 있으면 뱅그르르 도느라 잠을 안 잘 수도 있을 것 같고... 동군이 오빤 잠을 정말 많이 자. 밤에 잠들었다가 낮이 되어도 못 일어나는 날도 있을 정도야. 기력이 쇠해져서 그런 것 같아 걱정이 되다가도 통증이 많이 줄어서 잘 자는건가 싶기도 하네.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냥 알아서 해석하는 중이야. 이랑이는 눈이 까맣고 커다라니까 눈빛만 봐도 다 알아챌 수 있었는데... 그런데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전 일주일간은 이랑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쉬워. 더 많이 함께 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아직 남아... 이제 와서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미안한 맘은 늘 전해.
동군이랑
19-11-25 22:55  
이랑아~ 우리집은 온통 둥군이 오빠의 쉬냄새로 가득이야. 실수를 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거실 바닥을 돌아다니며 쉬를 해.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은 그러지 않는데, 학교만 다녀 오면 그러네. 화가 났다는 것 이렇게 항의 하나봐. 적어도 이랑이는 그러지 않았는데. 둘이서 서로 장난치는 경우는 있었어도 말야. 그치? 동군이 오빠 심통때문이면 괜찮은데, 할아버니가 되어 그런거라면 너무너무 속상해
동군이랑
19-12-04 23:47  
이랑아~ 날이많이 추워. 동군이 오빤 날이 추워서인지 아님 아파서인지 품 안으로 파고 들어. 예전에 이랑이에게 양보했던 자리를 이젠 꽤차기라도 하듯 말이야. 화목토는 함께 등교도 하고 있어. 이젠 가방을 내려 놓으면 미리 쉬도 한단다. 가방 속에 들어가면 몇 시간 동안 쉬를 참아야 하는 것도 알게 된 것 같아. 동군이 오빠 치매 증상있다고 우리 걱정 많이 했었는네 그치? 동군이 오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기 몸관리를 잘하는 것 같아 너무너무 기특해. 그래서인지 떠나보내기가 너무너무 싫고 무섭고 그래. 잠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건 동군오빠라기보다 오히려 엄마란다 ㅠㅠ
동군이랑
19-12-14 18:56  
이랑아~ 인터넷에는 정발 신박한 상품들이 많아. 동군이 오빠는 매일 새로운 아이템을 접한단다. 그 덕에 요즘 잠을 정말 편하게 자. 극세사로 만든 인형옷을 입고 그 위에 동군이 오빠를 올려 놓고 전기가 들어오는 의자에 앉아 책상에서 일을 보면 어느새 동군이 오빤 스르륵 잠들어 있어. 아침에도 낮에도 얼마나 꿀잠을 자는지... 그러다가 쉬하고 싶으면 혼자 거실에 잠시 나갔다가 와서는 다시 따뜻한 곳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아. 이랑이는 생각도 못할 것들이지? 이랑이가 아플 때는 겨울이 아니었으니까... 나중에 나중에 우리 만나게 될 때 정말 할 말이 많을 것 같아. 그때까지 잊지 않고 다 기억해 둘께~
동군이랑
19-12-22 21:27  
이랑아~ 어젠 할머니 댁에 다녀왔어. 아침 일찍 동군이 오빠를 맡겨 두고 볼일 다 보고 집에 오니, 동군이 오빤 미코와 잘 놀고 있었더라. 이랑이처럼 미코는 동군이 오빠 바라기야. 졸졸 따라다니는 것 보면 미코는 이랑이가 동군이 오빨 위해 보내준 강아지 같아. 어쩜 초코 대신인지도 모르겠어. 동군이 오빤 이젠 기저귀를 해야 해. 그런데 또 잘 적응하고 있기도 해. 그덕에 이불 빨래 횟수도 많이 줄었단다. 이랑아~낯선 일들이 하나 하나 늘어가고 있고, 동군이 오빠늬 기력도 점점 약해지는 게 느껴져. 그만큼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잘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꼭 끌어안고 있단다. 날이 추우니 따뜻학시도 하고... 이제 조금 있으면 동군이 오빤 18세가 되네. 이랑이 없이 잘 버텨주는 동군이 오빠 참 고맙지....
동군이랑
19-12-27 21:24  
이랑아~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와 동군이 오빠 없이 보내는 네번째 크리스마스였지. 초코와도 께 시간 보낸건지 모르겠네. 동군이 오빤 그래도 엄마 곁에 있으니 할머니가 크리스마스 선물도 사주셨어. 우리 이랑이는 곁에 없으니 챙겨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초코와 이랑이 그리워하며 시간 보내었단다. 아기 말티즈를 만나면 늘 이랑이 생각이 나. 이랑이는 유독 꼬물거리는 아기때부터 봐와서겠지? 안 보고 싶을 것 같다가도 문득문득 보고 싶어.
동군이랑
20-01-01 01:41  
우리 귀여운 아기 강아지 이랑이, 2020년 새해에도 행복하렴... 혼자라고 너무 쓸쓸해 하지 말고... 언젠가 다시 만날테니 씩씩하게 잘 놀고...
동군이랑
20-01-06 21:49  
이랑아~동군이 오빤 오늘도 학교를 따라 왔어. 이젠 가방 안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이곳 저곳을 잘 누비고 다녀. 그리고 오리털 이불 위에서 잠도 잘 자. 코도 골면서...이젠 어딜 가든 같이 다니니 동군이 없는 날들은 상상조차 어려워졌어. 그래서 동군이를 집에 두고 가야 하는 날엔 불안함과 두려움도 엄습해. cctv도 이전보다 더 자주 보는 것 같아. 어쩜 이랑이와의 이별이 너무 힘들어서 또 똑같은 상황이 올가봐 무서워 그러는것일 수도 있어...
동군이랑
20-01-12 21:24  
이랑아~ 잘 지내고 있니? 이랑이없이 우린 잘 지내고 있어서 미안할 정도야. 동군이 오빠는 할머니댁에서 자는 일이 이제 익숙해졌어. 물론 바닥이 미끄러워서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미코가 있으니 적어도 쓸쓸하진 않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동군이 오빨 너무 귀여워하니까 그걸로도 되었어. 동군이 오빤 크리스마스 선물에 이어 신년 선물도 받았어. 이랑이가 있었더라면 이랑이 몫도 있었을텐데 그치... 귀여운 이랑이가 선물을 낼름 낚아채 갔을 수도 있었을거야. 동군이 오빤 기저귀를 사용해. 이젠 배뇨 관리가 안되거든. 간혹 가방 안에서 응아를 하기도 하고, 어젠 목욕하다 응아를 하기도 했어. 할아버지니깐 이해해. 동군이 오빤 혼 날 일이 없어. 이랑이 보네고 나서 알게 되었거든. 무슨 행동을 해도 옆에 있는 게 고맙다는 걸...
동군이랑
20-01-18 21:59  
이랑아~ 동군이 오빠 가료가 단종되었어. 호주 산불 때문인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재고가 없네. 성분이 비슷한 사료를 찾아봤는데, 안 먹어. 게다가 베네풀마저 단종되었어. 퓨리나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사이트도 열리지가 않네. 어쩔수 없이 한우 다짐육, 닭가슴살, 북어국만 번갈아 먹이고 있어. 단백질이 너무 과잉되면 신장에 무리가 가는데 걱정이 태산이야. 가뜩이나 요즘은 기저귀를 하고 있거든. 응아 조절도 안되는지 자다가도 실례를 하기도 하고, 엄마 품에 폭 안겨 있다가도 갑자기 응아를 하기도 하네. 아무래도 할아버지니까 이해는 되지만 이래 저래 걱정이 많아... 휴..
동군이랑
20-01-27 22:34  
이랑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설날에 동군이 오빠는 이랑이 몫까지 새뱃돈을 챙겼어. 할아버지가 동군이 간식 사먹으라고 주신 용돈, 잘 챙겼어. 이랑이 새뱃돈 가방에 함께 넣어뒀단다. 미코, 로코와 북적북적한 집에 있다 우리 집에 오니 휑하네. 이랑이가 사용하던 휠체어가 갑자기 눈에 들어와 먼지 한벝 털어, 이랑이 흔적이 남아 있나 여기저기 살폈어. 이랑이가 몇번 타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이랑이 흔적도 없네. 아쉽게도...
동군이랑
20-02-03 20:50  
이랑아~ 잘 지내고 있니? 동군이 오빠는 그날그날 컨디션이 달라. 어떤 날은 총총 걸음으로 거실을 걸어다니다가도 또 어느때는 두발로 일어서지도 못해. 자다가 깨면 물 마시러 거실 나갔다가 길을 잃어서 바으로 못 돌아오기도 하고. 이유없이 구석에 머리를 대고 가만히 있기도 해... 할아버지가 되어서 그런거 알지만 마음이 아파. 그러다가도 간식 시간엔 꼬리를 90도로 세운단다. 얼굴은 여전히 아기 강아지처럼 귀여워~ 이랑이도 그랬지. 사진 속 이랑이. 하늘나라 가기 일주일 전 모습인데 너무 귀여우니...
동군이랑
20-02-12 21:28  
이랑아~동군이 오빠와 엄마는 무척 친해졌어. 늘 발 밑에서 혹은 엉덩이 옆에 몸을 갖다 대고 밤새 선잠 자던 동군이 오빠도 이젠 엄마 품에 폭 파고 들어서 아침가지 팔을 베개 삼아 잔단다. 이랑이에게 양보했던 팔과 베개를 이제 동군이오빠가 독차지했어. 간혹 새벽에 잠을 깨면 어리둥절해하며 방향감각도 잃고 길을 잃어버리곤 하지만, 물그릇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줘도 벽을 보며 한동안 멍하니 있기도 하지만, 우린 지금의 이 시간들을 소중하게 느씨며 살아. 이랑이가 보고 있다면 서운해 할 것들이 참 많아. 동군이 오빤 매일 군고구마도 먹어. 따끈하게 만들어서 하나씩 나눠 먹는 재미도 쏠쏠해. 이랑이는 맛보지 못한 군고구마... 동군이 오빠가 잘 먹는 것을 보니 이랑이도 좋아했겠다 싶어 미안한 마음이야...이랑아~ 맛있는거 많이 못 만들어줘서 미안...
동군이랑
20-02-21 23:01  
이랑아~ 잘 지내니? 오늘은 미뤄뒀던 동군이 오빠 얼굴 미용을 하고 왔어. 그동안 컨디션이 안좋아서 입 언저리가 엉망인데도 그냥 두고 볼수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모처럼 기분이 좋아보이길래 다녀왔어. 무기력해하던 평소와 달리 오늘은 미용하기 싫다고 적극적으로 의사표현도 하고, 샵에 있는 아저씨 손도 물고 그랬다고 해. 예전 이랑이처럼 까탈스러워졌다시며, 그런데 자기 의사표현을 하는 걸 보니, 인지기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시며 좋은 징조 아니겠냐 하시더라. 손을 여러 번 물리시고도 그런 말씀 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요즘은 밖이 위험하니 동군이 오빠 안고 산책도 안하고 집에만 가만히 있었거든. 모처럼 밖에 나가니 바람냄새 맡느라 심호흡도 하더라. 걱정하던 시기가 지나고, 우린 이렇게 다시 안정기를 보내고 있어. 이랑이가 우리 지켜보고 있을거란 생각에 오늘도 이렇게 글을 남겨 본다.
동군이랑
20-02-26 19:36  
이랑아~ 그곳에 있는 강아지들은 모두 잘 지냐고 있겠지? 여긴 코로나때문에 다들 예민해. 동군이 오빠에게도 마스크를 사주었는데, 사이즈가 꼭 잘 맞아. 처음엔 얼굴을 막 흔들며 싫어하더니 몇번 숨쉬어 보고 나서는 그런가보다 하고 있어. 동군이 오빠도 할아버니 강아지니까 혹시라도 아프면 큰일나니 요즘은 산책도 안 나가. 아마 많이 갑갑할거야. 그러니 방에 있지 않고 혼자 거실에 나가 엎드려 있는 게 아닐까 해. 거실엔 이불을 다 깔아뒀어. 다리에 힘이 없어 자꾸 미끄러지더라고. 오죽하면 응아하면서도 주저안자버릴까... 힘든 시기를 모두들 잘 이겨내었으면 해. 동군이 오빠도 내년 그리고 내후년 계속 계속 엄마 곁에 있을 수 있도록 이랑이가 힘 좀 써주렴~
동군이랑
20-03-02 22:54  
이랑아~ 오늘 하루는 무척 길었어. 아침부터 동군이 오빠가 토하는 바람에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통증도 심해져 메타캄 먹이고 났더니 쓰러져 잠들더라. 중간중간 호흡이 너무 거칠어 무서웠어. 이랑이처럼 안고 책상에 앉아 있는데, 목을 가누지 못하고 축축 늘어지길래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바로 누우니까 눈도 뜨지 않고 계속 잠들어 있길래 몇번이나 코에 얼굴을 가져다 대었어. 너무너무 무서운 일이지. 이랑이도 하늘나라 가기 직전까지 초롱초롱한 눈이었잖아 그치. 동군이 오빠도 눈만 초롱초롱이 아니라 몸과 마음도 초롱초롱해졌으면 해. 오늘은 메타캄 약 기운에 그런 것 뿐이라고 그렇에 위안을 할래
동군이랑
20-03-11 20:41  
이랑아~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동군이 오빠와 산책을 나갔었어.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하고 오는 길에 보니, 차량 밑에 노란 야옹이 한 마리가 있더라. 동군이 오빠 데리고 올테니 기다리라 하고 왔어. 리드줄을 꺼내는 순간, 동군이 오빠가 갑자기 점프를 하기 시작하는거야. 얼마만의 산책인지 모르니 너무 기뻤나봐. 걱정되리만큼 여기저기를 점프하며 돌아다니던 동군이 오빠. 막상 산책 나가니 야옹이는 온데간데없었지만, 오랜만의 산책에 동군이 오빤 기분이 최고였어. 목욕도 하고 간식도 먹고, 우유베개에 누워 아주 단잠에 빠졌어. 오늘은 뭔가 오랜만에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야...
동군이랑
20-03-19 22:04  
이랑아~ 동군이 오빤 요즘 간식 먹는 재미에 폭 빠졌어. 늘 새로운 간식을 대령하는데, 간식 먹고 나면 다시 곯아떨어졌다 다시개서 간식 먹고 뭐 이런 생활의 연속이야. 매일 매일 누워서 대변을 보는 신세가 되었어. 그래도 엄마는 빨리 눈치 채니까 금방 휴지를 받쳐서 치우곤 해. 우리 이랑이도 그랬었지. 대신 차이가 있다면... 이랑이는 스스로 힘을 주지를 못했지만, 동군이 오빤 끙하고 힘을 줄 수는 있다는 거. 그래도 괄역근에 힘이 풀리니 채 일어나지도 못한해 잠결에 끙하는 게 아닐까 싶어. 할아버지가 되어 가는 동군이 오빠를 보는 게 너무 속상해. 구석진 곳에서 멍하니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마음아파...
동군이랑
20-03-30 22:49  
이랑아~ 봄이 왔어. 아파트 마당에는 이랑이 나무에 하얀 벚꽃이 날리기 시작했어. 집에만 있어서 잘 몰랐는데 말야. 베란다를 통해 바깥 공기 마시는 정도가 동군이 오빠에겐 전부이지만, 일주일에 한번 할머니댁에 가는 게 기분전환 되지 않을까 했어. 그러네 유독 거실 바닥이 미끄러운 할머니댁은 동군이가 힘들었나봐. 미코와 로코가 있어도... 집에 오니 그만 방을 향해 점프 뛰어드는 거야. 우리 집이 좋은 모양이야. 감사하게도... 이랑아~ 봄이 너무 빨리 지나가지 않았으면 해. 우리 이랑이가 좋아하던 벚꽃 동군이 오빠도 오래도록 볼 수 있게...
동군이랑
20-04-05 21:23  
이랑아~ 시간이 참 빨리 흘러. 이랑이가 우릴 떠나간 날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고, 또 동군이 오빠가 아프기 시작한 날로부터도 시간이 꽤 흘렀어. 이랑이가 우리 곁을 떠나간 거에 비하면 동군이 오빠는 무척 잘 견뎌내주는 것 같아. 요즘은 메타캄을 먹지 않고도, 잘 놀고 잘 먹고 잠도 잘자. 물론 잠자다가 응아를 하고 놀라서 달려 나오기도 하고, 응아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그자리에 주저안장 버려 집이 엉망이 되는 날도 많지만, 이렇게라도 곁에 있어 주니 감사해. 동군이 오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그 속에서 이랑이 얼굴이 얼핏얼핏 보여. 참 신기하지... 둘이 알콩달콩 사이좋게 지내서 닮은 건가봐. 신기하게도...
동군이랑
20-04-15 01:26  
이랑아~ 오늘 무척 속상한 일이 있었어. 동군이 오빠 노즈워크 공에 간식을 넣어서 동군이 오빠에게 굴려 줬었거든. 그런데 동군이 오빠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엉덩방아 찧으면서 사료통, 물그릇 다 뒤엎어 버린 거야. 그러고 일어나지를 못해서 발버둥을 치고... 동군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앞이 잘 안보이는 상황에서 눈앞에 둥글고 커다란 물체가 자신을 향해 달려 오는 게 두려웠던거야. 동군이 오빠 시력이 나빠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전도인지는 몰랐어. 늘 루틴화된 길을 따라 방에서 현관문, 그리고 거실을 오가는 동군이 오빠란 것 그사이에 잊었던거야. 너무 속상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한참을 끌어안고 놓치를 않았어. 그 어떤 말로도 다 못해. 이 미안한 마음... 이랑이는 그래도 시력은 문제없었는데 그치... 마지막에 의식이 희미해져서 그렇지 끝까지 엄마 얼굴 잘 보고 간 것 맞지?
동군이랑
20-04-20 19:57  
이랑아~ 귀여운 우리 이랑아~ 요즘은 밖을 통 나가질 않으니 계절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잘 몰랐어. 어제 비가 오고난 뒤여서인지 오늘 아파트를 둘러 보니 푸른 잎이 가득하더라. 붉은 동백꽃도 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었어. 지난 겨울이 마지막이 아니었길 내년 겨울도 동군이 오빠와 함께 보낼 수 있길 그리고 그 다음 겨울도... 우리에게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길... 이랑이처럼 갑자기 떠나 보내지 않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어.
동군이랑
20-04-25 23:26  
이랑아~ 파란색 매트 기억나니? 이랑이가 파란 매트 넘으려고 하다가 아프게 아프게 되었다 생각해서 그 매트는 구석에 넣어뒀었는데... 엄마가 어꺠와 허리가 너무 아패서 오늘 그 매트를 오랜만에 꺼내었어. 그런에 동군이 오빤 매트 위에 올라올 생각을 도통 안해. 어떻게 된 걸까? 이랑이와의 아픈 일들을 기억이라도 하는 건지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하루종일 거실에서만 머물러... 오늘 밤 지내보고 매트를 빼든가 해야겠어. 동군이오빠에게 우린 항상 3명이라고 했는데 그걸 아는지도 모르겠어...
동군이랑
20-05-03 18:48  
이랑아~ 동군이 오빠는 오랜만에 컨디션이 좋아서 털을 잘라주었어. 그동안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싶었거든. 그런데 왠걸. 털을 자르고 나서 보니, 몸통이 자그만해... 엉덩시 살도 다 빠져있네. 그동안 털에 가려 있어 몰랐나봐. 군데군데 엉킨 털까지 말끔히 정리해 주고 나니까 이랑이 아플 때 모습이 언뜻언뜻 보여. 그만큼 말라깽이가 되었단 얘기야. 얼굴은 신천 아저씨께 부탁해서 잘랐는데, 이번에 자를 댄 아저씨를 너무 많이 물었나봐. 그만큼 몸 여기저기 통증이 있단 의미니까 겁도 많이 나. 두달 후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왔어. 매번 하는 말이... 아저씨, 이번이 마지막 인사 아닐거에요 란다... 이랑이와의 이별은 준비하는데 시간이 너무 짧았는데, 동군이 오빤 그러지 않길 바라는 거란다.
동군이랑
20-05-10 20:59  
이랑아~ 어린이날도 지났고 어버이날도 지났어. 동군이 오빤 엄마에겐 어린이같기도 하고 어버이같기도 해. 요즘 강아지 나오든 TV 프로그램이 많네. 다들 나이 많은 강아지들이라서 동군이랑 생각 많이 해. 엄마 나이 10살과 동군이 오빠 나이 한 살 바꿨으면 하는 생각도 수없이 많이 해.  할아버지 모습에서 점점 아기처럼 귀여워져만 가는 동군이 오빠, 가끔씩 컨디션 좋을 때는 간식을 향해 전력질주하다가도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해 끙끙대는 모습을 보면 너무너무 가여워. 지금처럼만이면 너무 좋을 듯 한데 그게 아니니까 마음이 아파.
동군이랑
20-05-21 00:29  
이랑아~ 오랜만이야 그치. 요즘 다시 동군이 오빠 데리고 기차를 타고 다니는 중이야. 가방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힘들법도 한데, 동군이 오빤 여전히 갈색 가방을 좋아해. 이랑이가 검정 가방을 좋아한 것처럼... 그런데 말야. 동군이 오빤 자다가도 고갤 한번씩 들어 두리번 거린다. 혹시 엄마가 자길 두고 어딜 간건가 해서 말야. 자는 동군이 손을 잡아 주면 깰 법도 한데, 오히려 잡았던 손을 놓으면 잠을 깨. 분리불안이 심해진 거지... 코로나19로 다들 심든 시간 보내고 있는데, 그때문에 올 한해 동군이 오빠와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어.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지금 이 시간들이 너무 감사해.
동군이랑
20-05-30 23:40  
이랑아~ 잘 지내니? 뭔가 꿈 속에 이랑이가 나온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오늘 아침을 열었단다. 상황도 내용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느낌이 그랬었어. 동군이 오빤 요즘 아기 사료 먹는 데 푹 빠졌어. 다만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사료 통 앞에 가서도 멀뚱거리고 보고만 있어. 사료를 한웅큼 집어서 손바닥을 보여 주면 그걸 꼭꼭 야무지게 소리내며 씹어 먹어. 그 소리가 너무 평화롭고 듣기 좋아. 한주먹  두 주먹 세주먹... 먹고 싶은 양만큼 먹고 나면 자리를 뜨는 동군이 오빠. 이것저것 잘 먹는 모습에 안도하는 요즘이야. 30살까지 산 강아지도 있던데, 우리 동군이도 그랬으면.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살았으면...
동군이랑
20-06-05 21:31  
이랑아~동군이 오빤 자기 생각을 참 잘 표현해. 먹기 싫으면 고개를 가로 젓다가도 엄마가 냠냠하며 맛있게 먹는 흉내를 내면 그사이에 관심가지면서 자기도 한 입 달라고 졸라. 덕분에 엄마의 연기 실력도 점점 늘어가는 듯 해. 엄마 바라기가 되어서 잘 때도 이제 돌아눕지 않고 마주보고 누워. 두 손을 뻗어서 목에 걸치고. 아주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되버렸네. 온전히 엄마를 독차지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이랑이에 대한 그리움은 없어진 건가 싶기도 해. 하지만, 나중에 우리 셋 만나게 될 때면 동군이 오빠가 예전처럼 이랑이를 아껴줄테니 염려는 하지마~ 무지개 다리는 없다고 강아지가 다리에서 기다릴 일은 없다고 하는 분도 계시지만, 엄마는 무지개 다리가 있을 거라 믿으며 살아. 언젠가 우리 이랑이 다시 만날 거라고 믿으며...
동군이랑
20-06-14 23:10  
이랑아~ 요즘 부쩍 엄마 바라기가 된 동군오빠는 24시간 엄마 껌딱지가 되어 모든 걸 함께 하려해. 책상 의자에 앉아 있으면 이랑이가 그랬든 자기도 올려 달라고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고, 자다가도 불쑥 불쑥 고개를 들어 엄마가 어딜 간 건 아닌지 두리번 거리기도 해. 이랑이와 어쩜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어. 하늘나라 가기 전에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그러는 것일까? 아기때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이 많아. 좀처럼 야식을 먹지 않던 동군이 오빤 자기 직전엔 아기 사료를 먹어. 그것도 사료통에 있는 건 안 먹고 꼭 손에 사료를 한웅큼 집어줘야 해. 그럼 손에 있는 사료를 먹는단다. ASMR이 따로 없어. 사료 먹는 소리... 치아가 점점 약해져만 가는데도 사료를 꼭 먹어. 참 기특하게도 말야...
동군이랑
20-06-21 22:46  
이랑아~아주 오랜만이야. 동군이 오빠의 엄마 바라기는 여전해. 아니 조금 더해졌달까? 그동안 엄마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참았나 싶어. 이랑이에게 모든 걸 양보했었을 땨 말야. 요즘은 앞이 잘 안 보이니까 실수하는 일도 많아졌어. 사료통 앞에서 한참을 가만히 있어서 봤더니 사료 냄새는 나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무서웠던 모양이야. 이젠 베네풀도 숟가락으로 떠먹여줘.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아기 강아지가 되버렸어. 얼굴은 여전히 귀여운 아기 강아지이긴 해. 한 달에 한 번은 얼굴 미용을 해야 할 정도로 털이 쑥쑥 자라는 걸 보면 할아버지 강아지라는 걸 잊게 되네. 이랑아~ 제발 동군이 오빠가 엄마를 못 알아보는 일은 없게 해줘... 언젠가 그런 날이 올까봐 무서워. 요즘은.
동군이랑
20-07-01 21:15  
이랑아~ 꿈 속에서 털이 하얀 흰둥이 강아지가 너무 아파 하는 모습을 보고, 꿈 속에서도 너무 속상했나봐. 눈을 떴는 데 그 흰둥이가 이랑이였는지 동군이였는지 헷갈려서... 혹시 동군이 오빠가 아픈가 해서 얼굴을 배에도 가져다 대보고, 코 밑에 숨쉬는지 손가락도 가져다 대보고 헸어 ㅠㅠ 자다가 잠결에 갑자기 하늘나라 가버릴까봐 무서웠어. 잠에 잠들면  아침가지 한 번도 깨지 않고 너무 깊이 잠들어 버리니, 아침마다 무서운 나날들이야. 곤하게 자는 모습이 귀여웠었는데 꿈을 한번 꾼 뒤로는 마냥 귀엽단 생각만은 못하겠어. 동군이 오빠마저 하늘나라 가버리는 상상을 하면 너무 너무 무서워...
동군이랑
20-07-08 23:29  
이랑~~~ 동군이 오빠는 살이 많이 빠졌어. 몸이 가벼우니까 허리가 덜 아픈 것 같기도 해. 긴 털도 말끔히 잘랐더니 인물이 훤해~~ 사진찍어 할머니께 보내드렸더니 살이 너무 많이 빠진 것 같다며 걱정하시다가도 얼굴은 더 예쁘다시네... 오늘 분리수거하러 갔다가 동군이를 본 경비원 아저씨도 강아지 살이 왜 그리 많이 빠졌냐고 많이 아프냐 하시더라... 동군이 오빤 요즘 메타캄도 안 먹고 몸에 경련도 안해. 다리를 저는 일도 없고 아파서 낑낑대는 일도 없단다.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간식 욕심도 많아. 낮잠도 잘 자서 낮잠 자는동안 살작 나가서 일 보고 오기도 한단다. 무엇보다 자다가도 배가 고프면 혼자 슬그머니 일어나 야식으로 사료도 먹고 올 정도란다. 강아지들 기대수명도 길어져서 우리 동군이 오빠 백살 이백살 삼백살까지 살았으면~~~
동군이랑
20-07-16 14:33  
이랑아~ 기장에 갈일이 있었는데, 기장이라는 단어만 보면 이랑이가 가루가 되었던 파트라슈가 생각나. 너무 경황이 없이 급히 보내었던 이랑이라서 그런가 마음이 더 아프단다. 평소 왼쪽 팔로 이랑이를 안다가 그날은 이랑이 숨이 넘어가려고 하니 그대로 안자 보니 오른팔에 안았었지. 자시가 어색하다 보니 이랑이를 평소처럼 꼭 끌어안아 주질 못한게 못내 가슴아파. 이랑이 마지막 숨소리를 코에 가져다 대보지 못한거도 속상하고... 그래서 동군이 오빤 오른팔로 안아 보는 연습을 하고 있어. 혹시 나중에 이랑이에게 했던 실수를 또 하지 않으려고. 안 쓰던 근육을 쓰니 팔이 아프기도 한데, 매일 연습 중이야. 동군이 오빤 체구가 있어서인지 팔운동한다 생각해. 이랑아~ 미용 마친 동군이 오빠가 얼마나 이쁘고 귀여운지 하늘에서 보고 있지? 나이들어 가는 동군이 오빤 점점 이랑이를 닮아 가고 있단다.
동군이랑
20-07-18 21:08  
이랑아~ 지나 주엔 비가 그렇게 오더니 이번 주는 더웠어. 동군이 오빠 기진맥진할까봐 삼계탕을 끓여 줬더니 강아지 전용으로 나온 닭가슴살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삼계탕을 너무 맛있게 잘 먹어. 든든하게 먹고, 산책 한 바퀴, 그리고 따뜻한 물에 목욕 시키고 드라이해 줬더니 기력을 되찾고는 깡총깡총 뛰어. 몇달만에 보는 깡총인지... 다리 아플까봐 못하게 말려도 기분 좋아서 그러는 거니까...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야...
동군이랑
20-07-23 17:31  
이랑아~ 비가 아주 많이 와. 문을 열고 있으면 빗소리 크게 들리는 데 귀도 안 들리고 앞도 안 보이는 동군이 오빠는 하루종일 잠만 자네. 이랑이같으면 궁금해서 거실을 한 바퀴 돌다가 베란다 창문 밖 너머를 오래오래 응시하기도 했을텐데 말야. 그럼 동군이 오빤 그런 이랑이를 졸졸졸 따라다녔겠지. 이랑이 껌딱지였던 동군이 오빤 이제 엄마 껌딱지가 되었어. 둘이 있을 때는 힘을 합쳐 쓰레기통도 잘 뒤지곤 했었는데, 요즘은 전혀 그러지도 않아. 혼자선 아무래도 재미가 없는 모양이야.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생활에 완전 적응했나 궁금하네, 좀 많이 기다려야 해. 동군이 오빤 이곳에서 엄마랑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동군이랑
20-08-02 18:37  
이랑아~ 폭우가 지나간 뒤엔 무더운 여름날씨야. 날이 습해서인지 동군이 오빠는 자다가도 일어나서 거실을 한바퀴 돌곤 해. 그러다 방으로 들어오는 길을 못찾을 때면 거실을 뱅글뱅글 돌다 기진맥진해서 쓰러져 잠들기도 해. 그래서 동군이 오빠가 거실로 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되. 마치 이랑이가 자다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깼을 때처럼 말야. 동군이 오빠가 기저귀를 사용한 이후로는 집이 무척 깨끗해진 느낌이야. 습한 날씨에도 쉬 냄새가 전혀 안나. 진작에 기저귀를 했더라면 이랑이도 좀 더 쾌적한 곳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해. 이랑아~ 냉장고와 냉장고사이 아주 아주 조그만 빈틈 사이로 벽지를 갉아 놓은 이랑이 흔적을 보면 이랑이가 무척 자그만 강아지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이사를 가게될 그날까지 이랑이의 흔적 그대로 둘께~~ 두고두고 생각나게....
동군이랑
20-08-11 19:58  
이랑아~ 요며칠 비가 무척 많이 왔어. 우리 이랑이와 초코를 떠내 보낸 낙동강의 물도 얼마나 많이 넘실대었는지 몰라. 비가 오니 산책도 못나가고 동군이 오빤 집에만 있다 보니 다시 할아버지가 되려 해. 거실에서 작은 원을 그리며 돌기도 하고 거실 한 구석에 머리를 갖다 대고 가만히 있기도 해. 달랑 안아서 방으로 데려 오면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 것 같아. 너무 단조로운 시간을 보내니 그런걸까 싶어서 학교를 데려 가면 책상 및 구석에 숨어 나오지를 않아. 이런 시간들이 많이 무서워. 다시 활기찬 동군이 오빠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
동군이랑
20-08-15 00:03  
이랑아~ 잘 지내니? 시간이 꽤 많이 흐른 것 같지만, 이곳에 들러 이랑이 사진을 보면 어제까지 방에 누워 있었던 것 마냥 얼마 되지 않은 일처럼 여겨져. 그러다가도 이랑이는 맛보지 못한 동군이 오빠의 갖가지 간식거리와 사료를 보면 이랑이 없이 보낸 시간들이 꽤 되는 걸 알게 된단다. 이제 한달 후면 또 1년이 지나는 거잖아... 이랑아~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랑이에게 못해준 게 많이 생각나 미안하기만 하네. 흰 강아지라서가 아니라 말티즈라서가 아니라 이랑이여서 많이 이뻐하고 사랑했단걸 꼭 기억해줘~
동군이랑
20-08-22 15:44  
이랑아~ 안녕! 하늘나라 가는 강아지들과 함께 잘 있니. 이랑이는 하늘나라에선 잘 뛰고 있지. 혹시라도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으려나... 아가보지 않은 곳이라서 그 곳은 어떤지 모르겠어. 이랑이 좋아하는 간식은 넘쳐 나는지 누군가 산책 시켜 주는건지 안그럼 혼자서 알아서 산책해야 하는 그런 곳이니... 요즘은 배변을 가리지 못하는 동군이 오빠와 배변 시간 맞추는 게 일이야. 무더위에 산책 못나가는 동군이 오빠는 엉덩이를 한참 주물러 주면 그제서야 겨우겨우 응아를 한단다. 그래서 집을 응아로 엉망진창 만들지는 않지만, 건강이 염려가 되네. 엄마는 늘 동군이랑 걱정뿐이야. 늘 함께라고 이름도 붙여지었는데 이젠 혼자인 이랑이와 혼자인 동군이. 속상해라...
동군이랑
20-09-04 23:28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좀 아파. 며칠 학교 데리고 다니느라 지하철을 오래 탔더니 멀미도 하고 그랬어. 새벽엔 갑자기 낑낑대며 앓는 소리를 내더니 어쩔줄 몰라 하는거야. 자다 말고 메타캄도 먹이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오늘 낮에 다시 한번 낑낑대어서 이랑이때 생각도 막 나고... 무척이나 불안한 하루였어. 이랑아~ 동군이 오빠 별일 없겠지?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잘 지켜 줄 거라 믿을께. 부탁이야~
동군이랑
20-09-11 20:44  
이랑아~요즘 며칠 사이 아침저녁으로 날이 선선해졌어. 이런 날씨엔 가벼운 산책 하면 좋은데... 동군이 오빠는 앞이 보이지 않아서 집에서도 길을 잃어버리니 산책은 쉽지가 않아. 이젠 하네스나 목줄이 필요없으 정도야. 동군이랑은 산책이라기보다 앞만 보고 달리는 강아지였었는데, 이젠 목줄을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얼음처럼 구덩 있어. 앞이 안 보이지 두렵고 불안해서 일거야. 손으로 길을 안내해줘도 꼼짝하지 않아. 집에서도 구석 막다른 곳에 다다르면 어쩔줄 몰라하는 동군이 오빠, 눈앞에 간식을 가져다 줘도 입에 직접 떠먹여 줘야 한단다. 얘기만 들으면 이랑이도 무척 속상하지. 그래도 동군이 오빠 어깨와 척추 통증은 크게 없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야. 24시간 붙어서 지내니 다치는 일도 없고 그래. 우리 이랑이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무척 궁금해. 지루학 ㅔ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아니길...
동군이랑
20-09-17 22:12  
이랑아~지난 9월 14일,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 여행 간지 4년 되는 날. 이랑이를 추억하지 못한 엄마를 용서해. 그날은 동군이 오빠가 신부전 쇼크로 병원에 실려간 날이야... 각종 검사하고 병원 전원하고 응급 상황이었거든. 혈액 검사 결과, 정상 수치의10배가 넘는 값. 동군이, 이랑이 주치의 선생님조차 어렵게 말을 꺼내던... 혈액검사에 이어 초음파 검사 결과도 무척 좋지 않아. 투석치료가 불가할 만큼... 동군이 오빠가 입원해 있으니 엄마는 집에서 혼자 잠들어야 해. 동군이와 이랑이없이 보낸 날은 그동안 이틀밖에 없었잖아. 동군이 오빠 디스크 수술로 입원하고, 이랑이마저 말기암으로 입원해 있던 그때... 그리고 서로 엇갈리게 퇴워나면서 고작 이틀 혼자 있었던 그 시간들이 그렇게도 고통스러웠는데, 지금 다시 엄마는 혼자가 되었어.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면회를 가서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얼굴도 부비부비해. 기력이 없는 동군이 오빠는 엄마 눈도 잘 못 마주치네. 이랑이 떠났을 때는 어떻게든 남은 동군이 케어에 최선을 다해야 했으니 버티려 했는데, 이제 동군이오빠마저 떠나면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랑이는 그래도 석달을 집중치료 하며 매일 매일 병원 다니고 엄마와 함께 지낸 시간이라도 있었지, 동군이 오빠가 이렇게 떠나버리면 엄마는 도무지 살 수가 없을거야. 최근엔 24시간 늘 함께 있었긴 했지만, 동군이오빠가 이렇게 갑자기 나빠질 거를 주니하지 못했기에 모든 게 원점이라 생각해. 큰 욕심 부리지 않으테니 제발 엄마 곁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날들이 조금만 더 있도록 우리 이랑이가 제발 지켜줘. 이랑아~ 동군이 오빠 보고 싶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 줄래...
동군이랑
20-09-27 19:39  
이랑아~ 소식 들었니? 어제 아침 9시 반, 동군이 오빠가 이랑이 곁으로 갔어. 어제 오늘 엄마는 너무 많이 슬퍼하고 있어.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잘 지켜줄거라 믿었는데, 너무외로웠던 거야? 동군이 오빠마저 이렇게 떠나버리면 엄마는 어떻게 살라고. 너무 힘들어 이랑아...동군이 오빠는 이랑이 부려준 그 곳에서 뿌려 주었어. 지금쯤이면 동군이 오빠 만났을 시간인데... 하늘나라 생활이 처음인 동군이 오빠, 어리둥절하게 서 있는 모습보면 이랑이가 먼저 달려가서 동군이 오빠 꼭 안아줘~ 그동안 치료받느라고 고생많았다고 엄마 잘 보살펴줘서 고맙다는 얘기도 꼭 들려줘. 엄마는 이랑이가 믿어...
동군이랑
20-09-29 22:36  
이랑아~동군이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이랑이 생각은 잠시 멀리 하고 있어. 이해하고 있지? 이랑이 떠나고 우리 이랑이 많이 그리워했는데, 그러니 당분간은 엄마가 동군이 오빠 그리워 하느라 눈물 흘려도 이해해주길...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에게 많은 걸 알려 주고 있겠지? 아기 강아지 이랑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그날 밤, 동군이 오빠가 이랑이를 꼭 끌어 안고 따스하게 돌봐준 거 기억하지? 이젠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에게 돌려줄 차례야. 이랑아~ 엄마는 이랑이 믿을께. 어리둥절해하며 고개 갸우뚱거릴 동군이 오빠 좀 잘 보살펴줘...
동군이랑
20-09-30 19:25  
이랑아~ 요며칠 동군이 오빠 생각에 엄마가 많이 슬퍼. 이랑이 떠나 보냈으 때 그때도 많이 울었는데, 그땐 곁에서 엄마를 지켜 보는 동군이가 행여라도 함께 슬퍼할까 싶어 숨어서 울었거든. 엄마보다 이랑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었을 동군이가 슬퍼할까봐. 그런데 이제 동군이 마저 보내고 나니 마음껏 슬퍼해. 엉엉 소리내어 울기도 하고, 베개에 얼굴을 묻고 베개를 한껏 치기도 해. 이랑이때 삼켜둔 눈물을 지금 함께 흘리는 거 같아. 우리 동군이랑~ 다른 집 가지 않고 엄마에게 와서 엄마와 함께 생활해서 많이 많이 행복했는지 묻고 싶구나.
동군이랑
20-10-02 16:14  
이랑아~ 동군이가 너무 보고 싶어 엄마는... 이랑이가 떠나고 이랑이가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이랑이와의 이별을 한번 해 봐서 동군이 오빠 따나고 나면 더 잘 견딜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야. 이랑이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동군이 오빠의 빈 자리가 더 커. 이랑이 오기전 동군이와 지낸 엄마는 이랑이 떠나고 나서 동군이 오빠와 지냈으니, 이랑이보다 동군이 오빠와 보낸 시간이 4년하고 2달 정도 되는 것 같아. 이랑아~ 동군이 오빠가 덩치는 커도 겁 많은 거 잘 알지? 우리 콩콩콩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를 곁에서 잘 보살펴 주려므나~
동군이랑
20-10-03 22:11  
이랑아~꿈 속에 동군이 오빠가 다녀갔어. 엄마 너무 행복했단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모습의 동군이 오빠가 찾아와 주어서 행복하면서도 이랑이는 꿈속에서조차 걷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싶어 아쉬운 맘도 있어. 우리 이랑이, 하늘나라에서는 신나게 달리고 있는거 맞지?
동군이랑
20-10-04 18:07  
이랑아~동군이 오빠 떠나고 동군이 오빠 옷 정리하다가 보니 이랑이 넥칼라가 또 발견되었네. 모아둔 이랑이 넥칼라만 벌써 6개째야. 동군이 오빠 넥칼라는 하나도 없는데 어찌된 일일까 생각해 보니, 동군이 오빠는 디스크 수술할 때도 한달이나 병원에 있었고, 신부전으로 아플때도 마지막 순간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집에서 넥칼라를 사용할 일이 없었던 거야. 그런데 이랑이는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골육종까지 수 차례 입퇴원 반복하면서 그떄마다 병원에서 넥칼라를 쓰고 오니, 그게 다 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거야. 우리 이랑이 참 많이 아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네. 엄마와 함께한 부산에서의 생활이 이랑이는 고작 몇년 되지도 않는데 그 시간의 대부분을 또 투병하느라 보내었구나 생각하니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들어. 이랑아,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않지? 살이 짓무르게 엉덩이 끌면서 다니거나 앙상한 엉덩이뼈로 콩콩거리며 다니지 않고, 두 손 두 발로 힘차게 달리며 지내고 있길 바래~
동군이랑
20-10-07 22:15  
이랑아~하늘나라에서 동군이 오빠 만나서 외롭지 않은 거지?  이랑이와 똑닮은 하리 강아지가 우리 집에 왔어. 이랑이와 얼굴만 닮은줄 알았더니 성격도 똑같아. 어쩜 이랑이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강아지를 만나게될 줄이야... 얼굴보고 하리를 데려온거라 봐도 될 것 같아. 아직은 훈련도 안되어 천방지축이지만, 우리 이랑이처럼 엄마를 잘 따라줬으면 해. 이랑아~ 시간이 많이 흘러 이랑이 얼굴이 가물가물 할 것 같지. 아니야. 하리를 보면서 이랑이 얼굴이 더 또렷해지고 있어...
동군이랑
20-10-09 18:15  
이랑아~ 우리 이랑이가 떠난지 4년이 지나다보니 이랑이 얼굴이 생각 안난다는 선생님들이 계셔. 그럴 땐 하리 사진을 보여 주면 되. 하리는 얼굴도 체형도 성격도 이랑이와 꼭 닮았거든. 오죽하면 보호소에 들어온 당일 공고 기간임에도 엄마가 입양해 왔겠어. 하리는 아직 많은 것이 서툴러. 그렇지만 엄마의 사랑 듬뿍 받으며 차차 나아지겠지? 이랑이가 그랬던 것처럼 하리는 의자 등뒤에 늘 앉아 있어. 엄마의 체온을 느끼면 하리도 이제 이곳을 자신의 집이라 생각하겠지? 이랑이도 처음 엄마에게 온 날 밤새 낑낑대었는데, 동군이가 돌봐주고 엄마가 늘 안나주니 금방 엄마에게 안겼었잖아 그치? 하늘나라에서 혼자 생활하던 이랑이 곁에도 이제 동군이 오빠가 있으니 든든하지? 엄마는 우리하리가 있어 동군이 오빠 떠난 슬픔을 견딜 수 있는 것 같아...
동군이랑
20-10-11 19:38  
이랑아~ 아야했던 수술 기억나? 유선종양 제거하고 중성화수술 하던 그날... 엄마가 출장 다녀온 사이 이랑이 이빨을 거의 다 뺐던 그날말야... 하리가 또 똑같은 상황이야. 만난지 일주일도 채 안되어 입원실로 보내는 마음이 편치는 않아. 그래도 한창 정 들 때 떨어지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는 게 낮지 않을까 해서 보내었는데, 너무 짧게 인사하고 입원실로 갔어. 이럴줄 알았으면 조금 더 안아 줄걸. 이랑이와 성격이 비슷한 하리는 입원실에서 겁에 질려서 깡깡 짖고 있을 거 같아... 이랑아~ 하늘나라에서 만난 동군이 오빠와 우리하리 잘 지켜줘~
동군이랑
20-10-14 16:06  
이랑아~ 엄마 곁에는 이랑이를 꼭 닮은 하리가 있어. 하리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동안 병원에서 보내온 사진들을 보며 정말 이랑이와 닯았다는 생각을 했어. 하리는 수술한지 하루만에 벌떡 일어나 병원에서 산책도 했다더구나. 이랑이는 엄마와 오랜 시간 보낸 후 유선 종양 수술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엄마만 찾으며 낑낑대었다지. 그런데 하리는 누가 되었든 사람이 옆에 없으면 불안해 했다더구나. 거리에 버려진지 하루만에 엄마가 입양을 해오는 바람에 아직 보호자가 누군지 헷갈리는 건지 아니면 또 버려졌다 생각하는 건지 애착 형성이 안되어서 그런지 퇴원하고 집에 와서도 한동안 어색해 했어. 그런데 이랑이 마약 방석에 달려가서 몸을 뉘이고는 몇번 눈을 꿈뻑거리다 잠들었어. 아마 병원에서도 마약방석을 하리에게 주었나봐. 할머니댁에서 공놀이 하며 에너지 소진한 우리도 하리 곁에서 잠어 세상 조용하네. 할머니댁은 강아지들이 많으니까 신나게 놀았는데, 집에 오니 너무 조용해서 그런가? 이랑이를 닮은 하리, 동군이 오빠를 닮은 우리... 동군, 이랑, 우리, 하리... 모두들 사랑해~
동군이랑
20-10-18 21:22  
이랑아~우리하리 돌보느라 그리고 동군이 오빠에게 글 남기느라 이랑이에게 자주 들르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해. 이랑이도 많이 아파봐서 알지? 아픈 강아지들을 돌보다 보면 하루가 정말 금방 지나간다는 것을... 건강한 식구들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우리와 하리는 많이 아픈가봐. 하리는 췌장염으로 평생 저지방 처방식 사료를 먹어야 하고, 우리는 장이 안 좋아서 늘 설사를 달고 살거라서 늘 조심조심해야 한다네. 그러고보면 동군이와 이랑인 건강하게 잘 컸어 그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아프기 시작했지 그전에는 잔병치레 없는 강아지들이었어. 그 점 너무 고맙게 생각해. 고작 1살인 우리와 5살인 하리를 보면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간병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말야... 이랑아~ 그래도 엄마는 동군이와 이랑이 케어하면서 많이 성장했어. 그래서 우리하리 돌보는 거 할 수 있을 것 같아. 동군이와 이랑이에게 못해준 거 다 해 보려고... 그러니너무 질투하지 마~동군이와 이랑이에게도 많은 사랑 줬다는 거 기억하지? 그러니 엄마가 한결같이 우리와 하리에게도 사랑을 주는 거라 생각하렴~
동군이랑
20-10-23 17:09  
이랑아~엄마가 이랑이 차에 태우고 병원 갈때마다 불러줬던 노래 기억하니? 아기 강아지, 흰둥이 강아지 노래... 그런데 그 노래에 우리와 하리 이름을 대입하니 어울리지가 않는거야. 그래서 우리하리를 위해서는 새로운 노랠 만들어 줘야 할까봐... 동군이와 이랑이는 이름애 받침이 있었는데, 우리와 하리를 둘다 이름에 받침이 없어서 어색한 거였어... 동군이랑 서운해 하지 않도로 그동안 불러주던 노래는 동군이, 이랑이만을 위한 노래라 생각할께. 대신 엄마가 우리하리에 관심 많이 가지는 거 서운해 하진마... 우리하리는 어린 아기들인데도 건강이 안좋아서 늘 배변상태를 체크해야 하거든... 이랑이는 엄마가 아기때부터 잘 케어해 줘서 문제가 없었는데, 우리하리는 이전 보호자들이 제대로 케어를 안해줘서 그런거니까 당분간은 우리하리 적응하도록 최선을 다해야해... 그렇다고 이랑이 잊은거 절대 아니니 염려마~~
동군이랑
20-11-04 23:20  
이랑아~하리는 이제 수술 자욱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회복되었어. 그동안 아파서 헥헥거리느라 눈물이 나서 눈가가 붉게 변해 있었는데, 이젠 눈물을 안 흘려서인지 하얀 얼굴이 그대로야. 보면 볼수록 이랑이 같아. 오늘 할아버지댁에 우리하리 맡기고 외부 강의 다녀왔는데, 할아버지도 그러시더라. 동군이와 이랑이 떠난 자리를 우리와 하리가 정말 잘 채워 주고 있다고... 보면 볼수록 하리는 이랑이와 얼굴 생김새도 몸집도 성격도 똑같다고... 식구가 될 인연이 분명했다고 그러셨어. 동군이와 달리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던 이랑이. 하늘나라에서 우리하리 보고 있지? 이랑이가 보기에도 하리는 이랑이와 똑닮았지. 신통방통하게도... 이랑이 떠나 보내고 너무 많이 슬퍼해서 하리를 보내 주셨나봐... 그리고 동군이 오빠 떠나 보내고 슬퍼할까봐 우리를 보내 주셨고... 동군이랑이처럼 우리하리도 예쁘게 잘 키울거야. 이랑이도 지켜보렴~
동군이랑
20-11-10 00:16  
이랑아~ 찬 바람이 부는 가을이야. 이랑이 나무의 나뭇잎도 우수수 떨어지고 있어. 우리하리는 10월 초에 와서 산책다운 샌책 한번을 못해 보고 겨울을 맞을 것 같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도 스트레스일 것 같아서 미용도 아직 못했단다. 우리는 옷 입는 거도 싫어해서 옷 입혀 주면 혼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다 벗어 놓고, 하리는 옷을 입으면 얼음이 되어 꼼짝을 안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보일러를 켜기 시작했어. 동군이와 이랑인 옷을 거내면 얼른 입혀 달라고 머리도 내밀고 손과 발도 내미는 귀여운 강아지들이었는데 말야... 우리하리는 도대체 어떤 보호자와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동군이랑이처럼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한 건 틀림이 없는 것 같아. 동군이와 이랑이에게 줬던 사랑만큼 우리하리도 많이 이뻐하고 사랑해줘서 버려졌던 상처와 학대당했던 상처 말끔히 씻어 주려 해...
동군이랑
20-11-18 23:12  
이랑아~ 혹시 기억하니?할머니는 동군이를 부를 때도 이랑이가 입에 붙어서 늘 이랑아 이랑아 했던 거... 이랑이가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동군이가 입에 붙긴했지... 지금은 우리하리에게 그러셔. 우리에게도 하리야... 이러신단다. 이랑이 이름이 동군이보다 부르기 쉬운 것처럼 우리보다 하리 이름이 부르기 쉬운 건가봐. 하리 성격이 이랑이랑 똑 같거든. 조용하다가도 갑자기 깡깡거리는 거 하며 잽싸게 달려 가는 거 하며... 다른 점이 있다면 하리는 옷 입는 거, 목줄하는 거를 너무 싫어 한다는 거야. 이랑이는 산책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엄마가 놀리려고 산이란 단어 하나만 내 뱉어도 벌써 목줄 있는 곳에 가 있었잖아. 목줄하면 산책 나가는줄 알고 너무 좋아했었는데... 하리는 어떤 학대를 당했는지 목줄은 물론이고 옷만 입혀도 몸을 부르르 떨며 얼음이 되. 어린 시절 기억이 이렇게 중요하다니... 이랑이는 엄마와 어떤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니? 늘 사랑받았던 기억뿐이면 좋으련만, 아주 아기때는 동군이와 둘만 두고 하루종일 학교에만 있던 미운 엄마로 기억하는 건 아니지? 아기때 외 부산으로 이사오고 나서는 많은 시간 함께 하려 했던 거... 그거는 기억해 줬음 해. 이랑아~ 지난 시간들 중 행복했던 거 더 많이 기억하며 보내~사랑해~
동군이랑
21-01-22 13:50  
이랑아~ 오랜만이야. 우리하리 그리고 엄마는 잘 지내고 있어. 동군이 오빠가 떠난지 몇달되지 않았는데도 우리하리가 엄마를 많이 위로해 주고 있어. 우리하리는 미용을 했더니 이랑이 모습이 되었어. 그래서 이랑이를 이렇게 또 추억한단다~ 사랑하는 동군, 이랑, 우리, 하리... 앞으로도 오래오래 엄마랑 함께 하는거야~~~
동군이랑
21-01-31 20:30  
이랑아~동군이 오빠 만나 잘 지내고 있니? 이랑이를 똑닮은 하리, 그리고 동군이를 생각나게 하는 우리. 엄마는 새로운 가족들을 돌보며 시간 보내고 있어. 동군이와 이랑이 생각도 하면서... 나중에 아주 나중에 다 같이 만나게 될 그 날까지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어~ 이젠 혼자가 아니니 쓸쓸해 하지 말고...
동군이랑
21-02-12 00:07  
이랑아~아기 강아지 이랑이라 불렀던 거 기억해? 이랑이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마지막 하늘나라 가는 그 순간까지 아기 그 자체였어. 그런데 있지... 우리하리는 아기강아지가 아니라 그냥 꼬맹이들이야. 말썽도 많이 피우긴 한데, 입양되기 전의 삶이 너무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서 문제행동을 해도 다 받아주고 있단다. 동군이, 이랑이는 문제행동 보일 때마다 엄마가 혼내기도 하고 어르고 달래기도 하고 그랬잖아. 그런데 우리하리는 혼내지 않으니 조금 샘도 나지 그치. 우리하리는 버려진 경험이 있는 강아지들이고 도 학대당한 경험도 있는 것 같아서 혼내킬 수가 없는 거란다. 이랑이는 엄마 사랑만 받아서 학대가 어떤건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하리는 오랜 시간을 힘들게 보내다 드디어 엄마를 만나게 된거니 이전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선 더 많이 사랑해 줘야 하는 거야. 엄마가 우리하리를 너무 이뻐하는 것 같아 질투심이 생기더라도 조금 참아주렴~나중에 동군이랑우리하리엄마 다 같이 한자리에 만나게 될 때, 그땐 모두들 똑같이 이뻐해 줄께. 사랑하는 이랑이, 많이 보고 싶네....
동군이랑
21-02-21 23:56  
이랑아~ 박스에 버려졌다 엄마에게 온 하리는 점점 이뻐지고 있어. 이랑이를 쏙 빼닮아서 입양을 결정했지만, 하리는 털도 듬성듬성 빠져 있고, 털이 무척 거칠었어. 그런데 엄마 사랑을 듬뿍듬뿍 받고, 맛난 간식 많이 먹고, 처방식 사료 먹어서 그런지 털도 빼곡해졌고, 목덕미를 쓰다듬으면 무척 부드러워. 빨갚게 추열되었던 눈도 점점 갈색이 또렷해지고 있어. 그러면서 이랑이 한창 이쁠 때 얼굴을 보여 주네. 하리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이랑이를 보고 있는 것 같아. 하리 눈에서 이랑이를 찾는 거야. 이랑이를 너무 보고 싶어 하니까 이랑이 닮은 강아지가 엄마에게 온 거겠지? 이랑이 하늘나라 갔을 때, 나비가 되어 바람이 되어 늘 엄마 곁에 있으라 한 거 기억하지? 이랑이는 하리가 되어 엄마에게 온 게 아닌가 해. 그래서 하리를 더 많이 이뻐하고 사랑하고 있단다. 보고 싶은 이랑이, 그래서 보게 되는 하리...
동군이랑
21-03-20 16:34  
이랑아~ 우리 고물꼬물 귀여운 이랑이. 엄마가 우리하리 돌보는데 정신이 팔려서 이랑이 얼굴이 생각이 잘 안난다고 할머니에게 얘길 했어. 한동안은 눈을 감아도 이랑이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는데, 지금은 하리 얼굴과 오버랩이 되버려 ㅠㅠ 이랑이가 엄마 꿈에 한번 와줘야겠어. 그래야 이랑이 얼굴과 하리 얼굴이 어떻게 다른지 구분을 하지... 이랑아~동군이 오빠랑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어. 이랑이가 아가 모습으로 왔을 때 동군이 오빠가 품 속에 품어준거 기억하지? 이젠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를 품어줄 수 있었으면 해. 하늘나라 생활이 익숙하지 않아서 잔뜩 겁먹고 그 자리에서 얼음처럼 서 있을 동군이 오빠잖아 그치? 나중에 동군이랑우리하리엄마 다섯명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날을 기약할께.
동군이랑
21-04-10 21:37  
이랑아~요즘 들어 자주 들르지 못해 많이 미안해. 동군이 오빠에게도 자주 들르지 못했어. 이랑이 하늘나라 가고 그때는 매일 매일 이 곳을 들렀는데, 동군이 오빠에게 그러지 못해 미안한 맘이 너무 커. 그러니 이랑이가 엄마 몫까지 동군이 오빠에게 잘 해 줘야 해 알았지? 나중에 이랑이 만나게 되면 동군이 오빠보다 4년 적게 엄마랑 시간 보낸거 다 보상해 줄께~~~~
동군이랑
21-04-19 19:02  
이랑아~앙파트 1층 이랑이 나무 벚꽃은 이제 다 떨어졌어. 바람에 날리면 우리하리에게도 인사시켜 줬단다. 비록 이랑이를 본 적 없지만, 동군이 오빠 이랑이 언니 얘기 많이 들어서 우리 하리는 다 이해할거라고 봐. 이랑아~엄마는 이제 곧 이사를 간단다. 그럼 동군이, 이랑이와 추억이 가득한 집을 떠나야 하는데, 인테리어 공사할 때 쯤이면 동군이 흔적, 이랑이 흔적 이곳저곳을 봐야하니 많이 슬플 것 같아. 그렇지만 이제 더는 이사를 미룰 수가 없구나. 이사 간다고 이랑이를 잊는 건 아니야. 서운해 하지마~~
동군이랑
21-05-09 16:45  
이랑아~ 엄마에게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떠난 우리 이랑이. 동군이 오빠에 비하면 이랑이는 짧은 시간 엄마 곁에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더 슬퍼하고 아쉬워하고 그랬지. 우리, 하리에게 동군이 오빠, 이랑이 언니 이야기 많이 들려 주고 있어. 만나지 못한 동생들이지만, 나중에 아주 나중에 동군이랑우리하리가 엄마 만나면 서로를 꼭 안아 주자~~~
동군이랑
21-09-26 23:20  
이랑아~이랑이 떠난지도 이제 5년이 지났어. 5년이라는 시간은 동군이랑엄마가 서울에서 부산 내려와 살던 시간만큼이야. 부산에 와서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는데도 이랑이와 많은 시간 못 가져 미안해. 산책을 좋아해서 산책이라는 단어만 외쳐도 몸을 뱅그르르 돌며 기분좋아했던 이랑이인데 말야... 이랑아, 하리를 보면 이랑이 얼굴이 생각이 안나려 해. 그냥 둘이 닮았다 생각해서 그런가. 이랑이보다 눈과 눈 사이가 조금 더 멀다 정도만 생각햐. 이랑이 얼굴을 또렷하게 떠올리지 못해 미안해. 핸드폰 속에는 이랑이 아픈 모습, 입원해 있을 때 모습이 가장 최근 사진이니까 옛날 사진만 보게 되고 또 그럼 최근 얼굴과 다르니까 혼란스러워. 이랑아~요즘은 이랑이보다 동군이 오빠 생각을 더 많이 해. 오늘 동군이 오빠 떠난지 일년되는 날이야. 하늘나라에서는 그 일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참 궁금해. 하늘나라에서 엄마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 생각없이 뛰어 놀고 있는 것인지... 이다음에 동군 이랑 우리 하리 엄마 모두 다 만나게 될때 나눌 이야기가 참 많을 거야. 우리하리에게는 이랑이 언니 얘기를 들려 주는 데, 정작 이랑이가 우리 하리를 모르면 안되니 하늘에서 모두를 지켜주길 바래. 이랑이가 동군이 오빠 잘 지켜준 것처럼...
동군이랑
21-11-01 14:37  
이랑아~오늘 아침에 눈물을 흘리면서 깼어. 누군가와 이별하는 꿈이었는데 그게 아마 동군이, 이랑이 사망신고하는 거와 관련되어 있었을까? 아침에 꿈에서 깨면서 눈가에 눈물이 주룩주룩하는거 느꼈는데 이렇게 사망 신고로 이별하는 것을 예지한 것이었을까? 이랑아, 사망신고는 했어도 동군이랑은 늘 엄마 곁에 있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으니 염려마. 나중에 만나게 되면 그간 서운했던 거 다 보상해 줄께. 엄마를 너무 일짝 떠나간거 너무 슬퍼하지 말고 있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