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편안할 나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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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삼촌 1 15,517 2016-03-17 07:18



니가 3살때 아프기 시작할 무렵, 삼촌은 장애가 있는걸 주변에 숨기고 폐인 처럼 생활했었단다.
학업도 마치지 못하고, 직장도 구하지 못하는 고아에 낙오자였어. 그러다 보니 너무 돈이 없어 널 큰병원에 데리고 갔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누나는 어려서 부터 나 걷어 먹이느라 너무 돈이 없었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널 죽인거 나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너는 골반이, 다리가, 척추가 휘어가며 점점 더 아파했는데, 그럼에도 넌 굉장히 씩씩하고, 활발하고 삶의 의지가 가득했었지. 나와 니 엄마는 고아라서 사랑 받을줄도, 할줄도 몰랐단다. 그래서니가 이상하다는걸 좀처럼 눈치 채지 못했어.
그저 이병원 저병원 다니며 잠깐 소용이 있는 여러 약들을 줄기차게 먹일줄만 알았지.
웃긴건 돈으로 따지면, 큰병원 간거 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는 거지. 돈은 돈대로 들고 효과는 없고. 당장 큰돈이 없어 하루 하루 니 삶을 연장시킬 뿐일 지겹고 힘겨운 삶. 그래서 삼촌은 어느날 부터 너와 산책도 잘 안가고 니가 아픈걸 외면하고만 있었던거 같다.
그저 간혹 시장가면 니가 좋아하는거 사주고, 병원에서 약이나 꼬박 꼬박 타주는게 우리가 할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무신경함..
그래서 삼촌은 가슴이 너무 아파.
니가 올해 일월 일일날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내가 인공호흡으로 살려낸 이후, 삼촌도 더이상 외면할수만 없다는걸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지.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고 싶었어. 병원 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아마 1년정도 시간이 있을거라는 말에 의지해서 따뜻한 봄이 오면 니가 좋아하는 공원에 자주 나갈 계획이었다. 너는 이제는 거의 걷지 못해서 내 품에 안겨서 다녀야 겠지만 말이야. 그러다 니가 나에게 안기려다 갑자기 다리가 다치고, 병원에선 근육이완제를 처방한게 결정적이었던거 같아.
너는 결국 신장문제로 우리 곁을 떠났거든. 다친 다리로 쩔뚝거리고 돌아다니는걸, 더 빨리 낮게 하겠다고 계속 약을 먹인게 화근이었던거 같아. 인대가 늘어난게 약먹는다고 낮는게 아닌데..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시간은 의미없어 지나가 버렸지. 그리고, 다리가 낮기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구역질이 늘어만 가고, 병원에선 또 위장약을 처방하고, 다리아플때 다른 병원에서 지어온 심장약을 안먹던것도 너를 보낸 원인중 하나인거도 같고..
너는 우리에게 약을 거부하고 여러 몸짓으로 충분한 힌트를 주었는데, 우린 끝까지 그걸 몰라보고, 이제서야 눈치챈거 같다.
나비야.
나는 니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때 참 싫었다.
어느날 누나가 떠맡아 데려온 낯선 생명체..
굉장히 약하고, 굉장히 시끄럽고, 굉장히 지저분할거 같던 니 모습이 싫었어.
내가 쓸데없이 예민해서 니가 시끄럽게 구는걸, 아직 아기니까 당연한 똥오줌 싸는걸 받아들이기 힘들었거든..
그래서 나는 니가 내맘에 들어온게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후... 그러니까 니가 6~7살쯤 돼는건줄 알았었다.
그런데, 누나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니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그게 아니란걸 알게 됬어.
니가 2살때 내 등뒤에 붙어 나와 똑같이 자던 자세, 내 가슴에 올라와 졸고 있는 모습, 나랑 장난치던 동영상, 내품에 안겨있는 수많은 모습.. 나를 한없이 사랑해 주던 니 모습.. 내가 어쩌다 밖에 나가 일하고 오면, 항상 달려와 반겨주고 계속해서 냄새맡고, 애교 떨던 니모습.. 오래된 작은 집, 골방에서 복작복작 치대며 살던 기억들...
사람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던 우리 남매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너.
그래서 더 미안해.. 너는 이렇게 준게 많은데, 우린 널 위한답시고 아픔만 준거 같아서..
나비야.. 10년이나 약 먹는다고 너무 고생이 많았다..
이제는 약 안먹어도 돼. 먹기 싫은거 억지로 물엿에 게어서 입에 강제로 넣어주지 않아.
이빨이 다 썩어서, 사료도 제대로 못먹고 힘들어 하지 않아도 돼.
이제 더 이상 배고파 하지 않고, 아파하지 않고, 마음껏 뛰어 놀려므나.
좀더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걸...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가 너무 많구나.
니가 다리를 다치던 시점에서 이사를 나가야 하게 생겼거든..
니 엄마가 너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해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빚도 생겼고, 나도 근래에는 무리하더라도 열심히 일했는데 돈이 너무 없네..
이제 너와의 추억이 가득한 이 정든 집을 떠나.. 어디로 갈지 알수도 없다..
니 엄마는 니가 일부러 시간 맞춰 죽어준게 아닌가 하더라.. 우리가 너무 힘드니까. 니가 이사가면 새집 적응 못하고 굉장히 힘들어 하니까 일부러 우릴 두고, 우리 편하라고 먼저 떠난거라고.. 나도 그런생각이 약간 들긴 했었는데.. 그러면서 오열하는 누나를 달래기 너무 힘들었어.. '내 새끼, 굶어 죽은 내새끼, 아픈데 아프다고 말도 안하고 씩씩한척 하던 불쌍한 내새끼' 하는데... 어떻게 누나를 달래겠니.
삼촌은 그래도 몇일이 지나고 널 보낸걸 조금씩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이제 더이상 잘 울지 않아.. 그런데 니 엄마는 날이 갈수록 너의 빈자리를 못이기는거 같다. 나비야. 잠시 꿈에라도 나와 누나를 위로해 주렴. 니가 갔을때 오랬동안 아파 너무 더럽고 꼬질꼬질하다고, 죽은 너의 몸을 밤새 씻고 말리던 니 엄마였다. 내가 안 좋은 모습을 기억하게 될수 있다고 말렸지만, 내새끼 가는길 예쁘게 보내고 싶다고 했던 니 엄마가. 이렇게 무너질줄 몰랐다. 삼촌은 그날 널 도저히 보고 있지 못했는데.. 이제는 꺼꾸로 돼서 내가 누나를 위로하고 있구나..
뭐.. 그렇지만 우리도 힘내야지.. 이사도 가야하고, 빚도 갚아야 하고, 누나도 나도 몸좀 추스리고 열심히 일해야 하고..
그게 널 위한 길이겠지. 우리가 계속 울면 너도 힘겨워 먼길 떠나지 못할까봐 무섭다..
니가 마지막날 내 꿈에 나타난것 처럼 멀고 먼길을 가기전 어떤 듬직한 존재와 함께 날 바라보던게 생각난다.
그 존재는 멀고 먼길 널 안전하게 데려다 줄거 같았어. 이제는 어리석은 부모때문에 힘들어 하지 말고, 존재의 곁에서 편히 쉬렴
그리고 언젠가 내가 가면 이 부족한 날 데리러 와줄래.
삼촌이 너에게 정말 잘못했지만..그래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워 하는지 이해해 줘.
나비야 마지막으로 조금만 울께.. 내가 울면, 니 엄마가 울면 언제나 달려와 눈물을 햝아 주곤 했었는데..
이제는 나 혼자 닦아야 하는게 정말 이상하다..
사랑하는 나비야 이젠 정말 안녕.. 니 흔적.. 니 오줌, 니 구역 자국, 니 집, 간식, 물건들은 얼마나 많은지..
이것들도 이제 조금씩 치워야지.. 없으면 허전한 니 물건, 흔적들을 어찌 치울까 싶다..
이사 안가면 조금 더 내버려 둘텐데.. 시간이 너무 없네.. 당장 마땅한 집 구하기도 힘들고..
그러니까 조금씩 치울게 니자리. 너무 섭섭해 하기 없기.. 우리 나비는 씩씩 하니까. 쿨한 녀석이니까..
나비야 이제 정말 잘가라.. 니가 아끼던 니 물건들은 좀 태워 줄려고 했었는데, 소각 장소가 마땅찮아 어찌해야 하나 싶다..
늦게, 아주 늦게 보내더라도 잘 찾아가고..
안녕. 사랑해..

나비가 아주 아주 좋아하던 삼촌이 너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보낸다.
 
파트라슈
16-03-17 16:37  
파트라슈입니다.
이렇게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넷 분양소에 아기 사진도 올려주시고  나비에게 편지도 적어주시고 해주세요.